잠자리 밀당원경릉이, “이 일은 일단 거론하지 말고, 미색이 요부인의 생활을 돌봐 준다고 요부인이 반드시 좋아하는 건 아니야. 그런 마음이면 된 거지. 적어도 인연이란 건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게, 만날 사람은 만나게 되어 있어.”미색이 눈을 희번덕거리며, “전 그 말 싫어요. 무슨 인연이 만날 사람은 만나고, 못 올 사람은 기다려도 헛수고라는 거예요? 행복은 자신이 쟁취하는 거라고요.”“알았으니까 미색은 돌아가, 나 자고 싶어!” 우문호가 탁자를 치며 인상을 썼다.다른 사람이 사랑을 모른다고 하면서 미색 본인은 알고 있는 거야? 이렇게 늦은 밤까지 다른 사람의 잠을 방해하고 말이야.미색은 여전히 원경릉을 설득시키고 싶었으나 우문호의 썩은 표정은 확실히 충격적이라 겸연쩍어 하며, “그럼 내일 다시 올 게요.”우문호는 미색이 가자 옷을 주섬주섬 챙기더니, “다녀올게, 가서 몸 좀 담그고 나면 잠이 잘 올 거야.”원경릉은 우문호의 경건하고 엄숙한 모습을 보며 서일의 말이 떠올라 웃음을 참을 수가 없는데 임신 말기부터 낳을 때까지 우문호는 원경릉과 잠자리를 한 적이 없다.오늘밤 아마 궁에서 술도 좀 마셨겠다, 또 그 생각이 났겠지. 부부생활 4년차라 우문호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훤히 보인다.“기다려!” 원경릉이 일어났다.우문호가 뒤를 돌아, “응?”“나도 갈래.” 원경릉이 미소를 띠고 말했다.우문호가 그윽한 눈동자로 머뭇거리며 고개를 흔들더니, “당신도 간다고? 당신은…… 일찍 자, 난 몸 좀 담가서 차분하게 홍엽 일 좀 생각하게.”“몸을 담그고 홍엽을 생각을 한다고?” 원경릉이 두 손을 우문호의 목에 감고 입술을 우문호의 턱에 대더니, “내 생각을 하는 건 어때?”우문호가 원경릉을 밀치며 동요하지 않는 듯 엄숙하게, “홍엽의 의도를 잘 파악해야만 한다고, 당신은 가서 자.”“싫어, 나 그 전에 씻고 싶어.” 원경릉은 우문호가 언제까지 아닌 척 하나 지켜 보기로 했다.“만아한테 물 길어오라고 해.”원경릉의 고혹적인 외모가 어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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