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용의와 요부인은 다르다?미색은 이 문제에 할 말이 많은 게 욕하는 거 말고 세상의 이치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지만 원경릉의 말이 그럴싸하다고 생각하며, “맞아요, 맞아, 혼자는 외로워요. 시집갈 사람을 찾는 게 최고죠.”“이 일은 상관하지 마라.” 노비가 이번엔 경고했다.황귀비가, “이런 말을 지금 해봐야 소용 없어. 어쨌든 요부인에게 지금 그런 사람이 없으니까. 진비가 오늘밤 하소연을 한 걸 보면 첫째 황자가 뭐라고 한 모양인데 그 일에 대해서는 너희들이 알아보는 게 좋겠구나. 요부인이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게.”미색이 여전히 열심으로, “황귀비 마마, 만약 정말 그런 사람이 있으면요?”황귀비가 한동안 침묵하더니, “이 일은 폐하께서도 동의하실 리 없어.”“하지만 요부인은 지금 황실 사람이 아니잖아요.”“군주는 황실 사람이야!” 황귀비가 말했다.미색이 다시, “그럼 군주들이 전부 시집간 뒤에는요?”황귀비가 미간을 찌푸리며 미색에게, “평생 홀로 지내는 것이 얼마나 시달리는 건지 아네. 하지만 방법이 없는 일도 있는 거야. 요부인은 어쨌든 황실의 며느리가 아니냐.”“전에 그랬던 거지, 지금은 아니잖아요.” 원경릉이 말했다.손왕비와 원용의가 계속 아무 말도 하지 않자 황귀비가 둘에게,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하니?”손왕비 가만히 듣고 있다가 원경릉과 미색을 보고, “아직 일어난 일도 아니니 토론할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감정만 상하고 안 그래요?”“감정이 상해요?” 원경릉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누구 감정을 상하게 하나요? 왜 감정이 상하죠?”손왕비가, “사실 황귀비 마마 말씀도 일리가 있는 게, 확실히 황실 며느리는 원한다고 멋대로 재가할 수는 없잖아요.”“왜 아직 황실의 며느리예요? 이혼했잖아요? 둘째 형님 말씀대로면 제가 일곱째와 다시 합치지 않았으면 전 시집도 못 가는 거였나요? 저와 박원 형이 정혼할 때는 왜 아무도 저에게 이런 말씀 안 하신 건데요?” 원용의의 언성이 높아졌다.손왕비가 당황해서, “그……그게 어떻게 같을
미색의 생각손왕비가 기가 막혀서 원용의에게, “그게 무슨 뜻이야? 내가 사람 배경 따지는 속물이란 뜻이야?”원용의가 반문하며, “둘째 형님, 하나만 물어볼 게요. 형님은 요부인이 좋은 나날을 보내는 걸 원하지 않으세요?”“내가 왜 요부인이 잘 지내는 걸 원하지 않아? 전에는 좀 안 맞지 않기도 했지만 전부 지난 일이야, 진작에 잊었어, 하지만 이건 좀 그런 게 사실이지, 요부인은 군주들을 데리고 있으니까.”황귀비가 미간을 찌푸리며, “됐다, 너희들이 왜 싸워? 아직 있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요부인이 좋은 인연을 찾기를 바라는 건 바람이고, 그러길 바라지 않는 것도 쓸데없는 걱정일 뿐이야. 요부인 스스로 알아서 잘 할 거라 믿네,.”황귀비 말에 미색이 또 참지 못하고, “마마, 만일 정말 만나면요?”“그건 그때 얘기하자.” 황귀비가 관자놀이를 누르며, “오늘은 너희들 그만 소란 피워라. 진비가 소동을 부린 것만으로도 정신이 아득해.”미색이 더 말하고 싶었지만 원경릉이 고개를 흔들어 마지못해 입을 다물었다.연회가 파하고 궁을 나와도 미색은 잠이 오지 않아서 바로 초왕부에 찾아갔다. 그리고 원경릉도 못 자게 그 일에 대해 설명해 주길 바랬다.“저분들이 그렇게 생각하시면 요부인에게 너무 불공평 해요. 황실에 시집간 사람은 왜 소박 당하고도 재혼을 못해요? 요부인은 겨우 서른 초반인데 지금 몸상태를 봐서는 7,80까지는 너끈히 살 건데. 그럼 앞으로 수십년을 독수공방 하라는 거예요? 형님은 제가 말 못하게 막으면 안되는 거였다고요.”원경릉은 미색의 씩씩거리는 모습을 보고 웃으며, “뭘 그렇게 흥분하고 그래? 당장 그런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미색이 열심히 얘기하면 꼭 그런 사람이 있는 것 같잖아? 그리고 미색이 황귀비 마마의 심기를 건드리면 나중에 요부인이 궁에 불려 가서 확실하게 못을 박는 암시를 줄 거라고. 요부인이 얼마나 똑똑한 사람인데 그런 얘기 듣고 다음 단계로 나갈 거 같아?”몰래 옆자리에서 책 읽는 척하지만 실은 귀를 쫑긋 세우고
잠자리 밀당원경릉이, “이 일은 일단 거론하지 말고, 미색이 요부인의 생활을 돌봐 준다고 요부인이 반드시 좋아하는 건 아니야. 그런 마음이면 된 거지. 적어도 인연이란 건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게, 만날 사람은 만나게 되어 있어.”미색이 눈을 희번덕거리며, “전 그 말 싫어요. 무슨 인연이 만날 사람은 만나고, 못 올 사람은 기다려도 헛수고라는 거예요? 행복은 자신이 쟁취하는 거라고요.”“알았으니까 미색은 돌아가, 나 자고 싶어!” 우문호가 탁자를 치며 인상을 썼다.다른 사람이 사랑을 모른다고 하면서 미색 본인은 알고 있는 거야? 이렇게 늦은 밤까지 다른 사람의 잠을 방해하고 말이야.미색은 여전히 원경릉을 설득시키고 싶었으나 우문호의 썩은 표정은 확실히 충격적이라 겸연쩍어 하며, “그럼 내일 다시 올 게요.”우문호는 미색이 가자 옷을 주섬주섬 챙기더니, “다녀올게, 가서 몸 좀 담그고 나면 잠이 잘 올 거야.”원경릉은 우문호의 경건하고 엄숙한 모습을 보며 서일의 말이 떠올라 웃음을 참을 수가 없는데 임신 말기부터 낳을 때까지 우문호는 원경릉과 잠자리를 한 적이 없다.오늘밤 아마 궁에서 술도 좀 마셨겠다, 또 그 생각이 났겠지. 부부생활 4년차라 우문호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훤히 보인다.“기다려!” 원경릉이 일어났다.우문호가 뒤를 돌아, “응?”“나도 갈래.” 원경릉이 미소를 띠고 말했다.우문호가 그윽한 눈동자로 머뭇거리며 고개를 흔들더니, “당신도 간다고? 당신은…… 일찍 자, 난 몸 좀 담가서 차분하게 홍엽 일 좀 생각하게.”“몸을 담그고 홍엽을 생각을 한다고?” 원경릉이 두 손을 우문호의 목에 감고 입술을 우문호의 턱에 대더니, “내 생각을 하는 건 어때?”우문호가 원경릉을 밀치며 동요하지 않는 듯 엄숙하게, “홍엽의 의도를 잘 파악해야만 한다고, 당신은 가서 자.”“싫어, 나 그 전에 씻고 싶어.” 원경릉은 우문호가 언제까지 아닌 척 하나 지켜 보기로 했다.“만아한테 물 길어오라고 해.”원경릉의 고혹적인 외모가 어둠
잠자리 대화원경릉은 잘 익은 술처럼 농염하게 스륵 다가오더니 우문호의 입술을 깨물며, “나도 의사야. 그리고 나보다 더 내 몸을 잘 아는 사람은 없어.”“정말?”원경릉이 우문호의 귓가에 입술을 스치며 뜨거운 숨을 불어넣었다. “응 정말.”우문호의 눈빛이 그윽해 지더니 입술에서 나오는 숨이 거칠어진다. “그럼 뭐 하러 목욕해? 안가!”소매를 휘두르자 바람에 촛불이 꺼지고 촛농 한 방울이 촛대 위에 똑 떨어진다. 마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응축시킨 것 같다.한참 뒤 휘장 안에서, “내가 아무리 딸을 원하지만 이런 고생 절대 다시 안 해.”“그래, 낳지 말자!” 원경릉도 애가 다섯이라 힘이 딸리는 판에 또 낳는다고 생각하면…… 그리고 문제는 또 낳으면 한번에 몇 명씩 낳으니 쉽게 할 만한 모험이 아니다. “실질적으로 불가능해, 딸을 데려오자.” 우문호는 인생엔 역시 딸이 하나 있어야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낳을 수 없으면 데려오면 되지.’“데려와? 어디서?” 원경릉이 우문호를 보고 웃었다.“못 데려오면 빼앗아 오지. 딱 보니 일곱째는 장인 될 팔자인 게 분명 다음도 딸이야. 혼자서 딸이 그렇게 많아서 뭐하게? 나한테 하나 주면 좋잖아.” 우문호가 자기 좋을 대로 말했다.원경릉이 우문호 어깨를 베고, “그럼 당신은 아들이 다섯이나 있는데 좀 나눠 줘야 하는 거 아냐?”“원하면 가져 가라고 해. 절대 안 말린다고.” 우문호는 경단이가 집을 나갔던 일을 생각하고 한숨을 쉬며, “애들 가르치는 게 너무 어려워. 낳는 건 한 순간이었는데 낳고 나니 이제 고통 시작이네.”원경릉이 우문호를 때리며, “그렇게 말하면 안되지, 또 쪼잔해 진다.”“쌍둥이 일은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 저절로 어서방까지 간 거지?” 우문호가 아직 그 일에 매달려 있다.“모르겠어,” 원경릉은 이 일을 생각하면 머리가 복잡해서, “쌍둥이는 세 형들보다 능력이 있는 거 같아.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지만.”“원 선생, 앞으로는 걔들을 단속할 수가 없어, 어쩌지?”
요부인과 홍엽원경릉은 마음 속으로 ‘상관 없는 것도 안돼!’ 황귀비의 오늘밤 태도로 볼 때 만약 황제가 명확하게 인정해 주지 않으면 황귀비는 분명 반대할 것이기 때문이다.처음에 별로 생각할 필요 없다고 느낀 건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색이 심혈을 기울인 정도에 비해볼 때, 만약 훼천이 믿을 만한 사람이라면 미색은 각종방법을 동원해 둘을 맺어주려고 할 것이다. 그 일이 성사될 경우 방금 미뤄뒀던 고민은 눈 앞에 닥치게 된다.우문호는 졸려서 몽롱한 채로, “자자.”원경릉이 응하고 대답하고 우문호 품에 편하게 자세를 잡더니 눈을 감았다.내일 원경릉은 요부인을 만나러 갈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궁에서의 소동은 이미 요부인의 귀에 들어간 상태로 말한 사람은 다름 아닌 희성이였다.희성이는 외갓집인 동씨 집안에 돌아가지 않고 요부인 곁을 지키며 어떤 남자도 오지 못하게 했다.원경릉도 말하기가 좀 민망해 하는 것을 보고 요부인이 웃으며, “어째 제 혼사를 당신들이 나서서 걱정해야 하는 건가요?”“헛소문이예요. 마음에 두지 마요.” 원경릉은 이렇게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이런 말을 다 마음에 두면 살 수 있겠어요?” 요부인은 강아지를 불러 가슴에 안고 아주 사랑에 폭 빠졌다.“그거 잘 됐네요!” 원경릉은 요부인의 이런 모습을 보고 자신이 쓸데없는 걱정을 했구나 싶었다.“우문군이 계속 와서 괴롭히지는 않죠?” “안 왔어요. 와도 겁 안 나고.” 요부인이 담담하게 말했다.“우문군이 와서 괴롭혔으면서 왜 말을 안 했어요?”요부인이 갑자기 이상하다는 듯, “왜 당신들 지금 각각 와서 날 지켜주겠다고 하죠? 비록 왕비는 아니지만 자기를 보호할 능력은 아직 있어요. 당신들은 내가 그렇게 못 미더워요? 우문군은 날 겁박 하지 않았어요. 그랬으면 한 손만 부러졌겠 어요?”“맞아요, 다들 당신의 능력을 잊었네요.” 원경릉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하지만 모두 요부인을 무시하는 게 아니 예요. 단지 혼자 여기 사니까 만약 무
홍엽의 이차 방문원경릉은 사실 대충 그렇지 않을까 추측하고, 기왕 그렇게 추측한 거 실제로 확인해 보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홍엽이 원숭이가 아니란 사실에 원경릉은 오히려 안심됐다.홍엽이 돌계단에 서서 원경릉과 마주 보더니 우문호가 원경릉 곁으로 걸어가는데 안색이 좋지 않더니 못난이 손에 전체가 칠흑 같은 보검이 들려 있는 것을 보고 차갑게 굳어 있던 얼굴에 미소가 번지며 홍엽에게 예를 취하고, “공자 이리 오시지요. 또 무슨 선물을 가지고 오셨을까요?”“태자 전하께 폐를 끼치는데 빈손으로 올 수 있나요.” 홍엽이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공자께서 성의를 보이시는데 제가 사양할 수 없지요.” 우문호가 못난이 손에 보검을 받아 들고 공중에 들어올리니 칼집이 떨어지고 보검이 날아올라 차가운 빛이 번뜩이는데 우문호의 눈빛이 무거워졌다.원경릉이 우문호는 홍엽을 상당히 경계하고 있는데 이런 반응을 보일 수 있다니, 이 검이 평범한 것은 아닌 듯 하다.과연 우문호가 검을 거두고, “남강에서 구한 겁니까?”“맞습니다.” 홍엽이 여전한 미소를 띤 채, “태자 전하는 대략 이 검이 누구 것인지 아시겠군요.”“남강왕의 것이죠. 듣기론 남강왕의 죽음 이후로 이 현흑검(玄黑劍)은 행방불명이었던 것으로 아는데 알고 보니 공자의 수중에 있었군요. 공자는 어디서 구하신 건지 모르겠습니다?” 우문호는 장검을 움켜쥐었다. 이 검은 보기엔 낭창낭창 하지만 무겁다.“아버지께서 주신 겁니다.” 홍엽 공자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우문호가 홍엽을 노려보며 방금 검을 바라보던 미소는 사라지고, “알고 보니 독고였군요!”홍엽이 미소를 짓지만 눈빛은 냉담한 채로, “예,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면 누군가 그렇게 말하죠, 그 사람이었군 그 사람은 그럴 만한 능력이 있었지 하고 말이죠. 강북도 원래 그 사람이 장악했던 곳입니다.”“왜 이 검을 제가 주는 겁니까?” “빌렸던 걸 주인에게 돌려드리는 겁니다.” 우문호가 눈을 예리하게 빛내며, “그렇군요, 빌렸던 물건을 주인에게 돌려준다. 남강
홍엽과 우문호원경릉은 한 손으로 우문호의 손을 꽉 잡고 한 걸음 앞으로 가서 홍엽을 몰아붙이며, “강북 사람이 정화를 잡아 갔나요? 고지때문에?”홍엽이 느긋한 표정으로, “그건 모르지요.”“당신……”원경릉은 마음이 급해서 질문하고자 했지만 우문호가 원경릉의 손을 꽉 잡으며 작은 소리로, “당신은 먼저 돌아가, 내가 공자와 몇 마디 할 테니.”원경릉은 마음이 어지러운데 우문호의 묵직한 눈빛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우문호는 평소엔 세심하지 못하지만 큰 일이 닥치면 신중하고 믿음직하다.원경릉은 만두를 데리고 돌아가는데 가슴은 계속 두방망이질 치는 것이 남강 북쪽 사람은 수법이 잔인하다 던데 정화가 제발 그런 사람 손에 들어가지 않기를.우문호가 홍엽에게 들어와 앉으라고 하고 차를 주며, “정화는 남강 북쪽에 있나?”“네!” 홍엽은 이번에 감추지 않고 말했다.“위험한가?” 우문호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홍엽이 못난이를 보자 못난이가 얼음장 같이, “당분간은 아닙니다. 하지만 남강 북쪽 사람은 정화를 화형 시켜 무녀의 복수를 하려고 합니다. 지금은 공자께서 일단 막아 놓으신 상태입니다.”우문호가 눈동자를 굴리며, “어떻게 구하지?”홍엽이 의미심장하게, “남강 북쪽 사람은 성격이 야만적이죠. 가르침이 모자라요.”우문호가 차갑게, “남강 북쪽사람이 전부 당신에게 항복한 건 아닌 모양이군. 그래서 내 손을 빌려 그들을 타일러 공자에게 목숨을 바치게 하겠다는 건가?”“그렇게 말할 수도 있습니다!” 홍엽이 손을 펴서 약간 어쩔 수 없다는 듯, “태자 전하도 아시지만 제가 무력을 쓰지 않고 남강 북쪽 사람을 통제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들을 전투로 겁을 줘서 자신이 그 척박한 땅에 숨어도 안전하지 않다는 걸 알려줘야지요.”우문호가 담담하게, “그렇게 당신 생각대로 되지 않을 텐데. 난 정화를 위해 출병하지 않아.”홍엽이 말 속에 뼈가 있게, “그렇죠. 한 여자를 위해 출병하다니 문무백관에게 뭐라고 설명하겠습니까? 그래서 오늘 제가 남강왕의 검을 가지고
남강에 사로잡힌 정화군주정화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니 초왕부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당황했다.하지만 당연히 홍엽이 그렇게 말했다고 그대로 믿을 수는 없어서 우문호는 바로 이리 나리에게 늑대파 소속 정탐조를 보내 조사를 부탁했다.정탐한 소식은 재빨리 돌아왔다. 남강 북쪽에서 확실히 북당에서 온 여자 하나를 잡고 있고 12월 마지막날 화형 시켜 무녀 고지를 위한 봉헌 제사를 드릴 것이라고 했다.그럴다는 건 이 사람은 의심할 나위 없이 정화임이 분명하다.소식이 전해지자 우문호는 바로 주재상과 냉정언을 찾아가 상의하고 입궁해서 보고했다.원경릉은 초왕부에서 소식을 기다리며 만약 정화를 구하는 것만 말하면 조정에서는 분명 전쟁을 원하지 않을 것이고 남강에 대한 대책은 이미 결정이 된 게, 남강의 내전을 이용해 조정이 어부지리를 얻는 것이다.하지만 홍엽이 확실히 준비를 철저히 했다. 남강왕이 남강 북쪽 사람에게 멸문을 당한 것이 실증된 이상 조정은 출병할 이유를 얻은 것이다. 단지 명원제가 원하는지 여부에 달렸다.명원제는 내각을 소집해 이 일을 상의했는데 우문호는 태자의 신분으로 출석했다.일찍부터 남강에 대한 대응방안이 있었기 때문에 조정의 대다수 사람은 출병을 원하지 않았다. 선비 북막과의 전쟁을 거치며 국고가 지금 바닥을 드러내고 있어 실질적으로 출병할 군비지출을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다.그리고 이 일은 내전과 관련이 있고, 남강이 과연 북당의 영토인지, 비록 조정의 관할에 굴복하지 않아도 그들과 시간을 끌 방법은 다양하다. 바꿔 말해 출병으로 인한 폐단이 이익보다 크다.조정에는 전문적으로 남강 통일을 담당하는 통전아문(統戰衙門)이 있다. 통전아문은 지금의 남강이 상당히 빈궁하고 민생은 이미 북당의 일반 주나 현에 전혀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해서 시간을 끌면 그들은 마음을 돌릴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데도 굳이 싸워야 한다면 남강 북쪽과 남쪽이 싸우고 조정에서 출병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조정에서 출병하면 남강 사람의 마음을 얼어붙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목장에서는 전보다 훨씬 뛰어난 전투마들을 사육했기에, 우문호는 마치 보물을 자랑하고 싶은 어린아이처럼 당장이라도 정정과 함께 보러 가고 싶어 했다.그러자 근영군주가 웃으며 말했다.“폐하께서 아직도 소년 같은 순수함을 지니시고 있다니, 참 보기 드물고 귀한 일이군요.”하지만 원경릉의 귀에는 이 말이 남편이 어린아이 같다는 말로만 들렸다.그녀는 이내 웃음을 터트렸다.“하하하. 사내들이 가끔 저렇게 유치할 때가 있잖습니까.”근영군주도 깊이 공감하며 말했다.“예. 평소엔 유치하다가도, 필요할 때는 놀라운 배짱과 결단력을 보여주지요. 집안을 지탱하기도 하고, 나라를 떠받치기도 하고. 안 그렇습니까?”원경릉도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맞습니다.”남자들이 말을 타러 나가자, 원경릉과 근영군주는 궁전 안에서 담소를 나누기 시작했다. 대두가 몹시 심심해하자 원경릉은 친왕비들에게 아이를 궁으로 데려와 아이들끼리 놀게 했다.대주의 손님을 정성껏 대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기에 친왕비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궁에 들어왔다.사실 대두와 비슷한 나이의 아이는 많지 않았다. 미색의 두 아이와, 원용의의 아이 모두 대두보다 어렸지만, 놀 벗이 없는 상황에 나이가 어린 것은 크게 문제 되지 않았다.대두는 외동아들로 자라 성격이 다소 거칠었다. 하지만 미색의 딸인 란이 역시 성격이 강하고 고집스러웠다. 어머니인 미색을 닮아 태생이 강한 성격을 타고난 것이었다.게다가 그녀에게 무술을 배워 한창 센 척을 할 시기라 대두와 몇 마디 말다툼 끝에 결국 몸싸움으로 번져 버렸다.란이가 대두를 때리자, 대두는 얼굴이 퉁퉁 부어오를 정도로 맞으면서도 전혀 반격하지 않고 그저 참고만 있었다. 끝까지 이를 악물고 버텨냈다.란이는 평소 늑대파에서 무술 대련을 했기에 상대가 반격하지 않고 그저 제자리에서 맞고만 있는 멍청한 모습을 경험한 적이 없었기에, 부어오른 대두의 뺨을 발견하곤 깜짝 놀라며 물었다.“어찌... 반격하지 않는 것입니까?”대두는 화난 표정으로 대답했다.“어찌
생각해 보면 이렇게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의 혼사를 정하는 것이 얼마나 황당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아이가 남녀인지도 모르면서 성급한 부모들이 충동적으로 혼사를 결정해 버리다니 말이다. “대두가 아직 이리도 어린데, 벌써 혼사를 이야기하다니요, 우리 만두는 아직 애 입니다.”우문호는 괜히 기분이 답답해졌다.현대로 다녀온 뒤, 사람들이 늦은 결혼과 출산을 선호하는 것을 본 그는 생각이 바뀌었다. 열몇 살에 혼사를 하는 것은 성장의 억압이나 다름없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혼사 이야기를 한다고 당장 하는 건 아니오. 그저 약속만 하고, 몇 년 후에 하겠다는 거네.”“어찌 이리도 태연한 것이오?”우문호가 원경릉의 여유로운 표정을 보며 그녀가 그들이 빚을 받으러 온 걸 모르는 건가 싶었다.“난 걱정 없소. 딸을 보내고 싶지 않으면 당신처럼 쓸데없는 부담감 없이 그냥 바로 거절할 것이오. 형제간의 정이 거절로 인해 상할까 봐 고민한다니, 억지로 혼사를 성사하는 것이 더 정을 상하게 할 것이오.”그러자 우문호가 말했다.“이론적으로는 맞는 말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 마음이 편치가 않소.”후궁에서의 우문호는 조정에서의 단호하고 강력한 모습과는 완전히 딴 사람이었다. 조정에 나서기만 하면 단호하고 과감하며, 마치 번개 같은 결단력을 보여주는 반면, 후궁에서의 그는 망설임도 많고 잔소리도 많은 사람이었다. 원경릉이 다른 왕비들과 대화할 때, 그들도 가끔씩 이 얘기를 꺼내곤 했었다. 다들 다섯째의 평소 잔소리가 예전보다 훨씬 많아졌다며 놀라했다. 하지만 다른 친왕들의 의견은 달랐다. 그들은 그가 예전보다 훨씬 결단력이 있어졌다고 말했다.이런 얘기가 나올 때마다 이리 나리는 한숨을 쉬며, 결국 결단력 넘치는 황제도 결국 자식들 문제에서는 고민에 빠지는구나 싶었다.8월 14일, 정정 대장군 가족이 북당의 수도에 도착하자마자 초왕부에 머물렀다.그들은 초왕부에 머문 직후 탕양의 안내로 우문호를 만나기 위해 궁으로 들어갔다.아무리 큰 걱정도 오래된 벗 앞에서
예전에 원가에서 온 가문이 강북부로 이주한 적이 있었다.북쪽은 바람과 모래가 거셌지만 원가의 사람들에게는 전혀 낯설지 않았고, 오히려 고향과 비슷한 정감을 느끼게 했다.이리 나리는 원가의 사업을 줄이도록 도우며, 관리하기 쉬운 몇몇 가게만 남겼다.탕양은 일곱째 아가씨에게 장사를 내려놓아도 괜찮은지 물은 적 있었는데, 그때 일곱째 아가씨가 말했었다.“그런 말 마시오. 내 능력을 충분히 증명했으니 이제 만족스럽소. 열심히 해서 큰 성과를 얻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오. 평생 바삐 지낼 수도 없잖소. 그렇게 돈을 많이 벌어서 뭐 하겠소? 다 잘 살기 위해 번 것이오. 가업을 나눠 받은 돈만 해도 평생 다 못 쓸 만큼 많소. 그리고 가게들도 계속 돈을 벌 텐데 뭐가 아쉽겠소?”탕양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손에 익은 일이라, 혹시라도 아쉬워할까봐 걱정했소. 사실 나도 당신이 이렇게 고생하는 것이 싫었소. 당신만 괜찮다면 다행이오.”일곱째 아가씨는 미소를 지었고, 그의 말에 모두가 기뻐했다.“한가해지는 것도 괜찮소. 1년에 두세 달은 약도성에 가서 지내면 얼마나 여유롭겠소.”하지만 탕양이 눈살을 찌푸렸다. 1년에 두세 달이면, 왕복하는 시간까지 더해 최소 반년은 걸릴 것이고, 그 말은 반년 동안이나 그의 곁에 없다는 뜻이었다.게다가 그도 경성을 몇 달씩 떠나는 건 불가능했다. 지금은 황제 곁을 하루라도 떠나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하지만 그는 그녀가 행복하면 그걸로 충분했다. 물론 그는 늘 함께하고 싶었지만, 오래된 부부였기에 항상 붙어있을 필요는 없었다.북당은 점점 부유해지고 있었다. 원가가 일부 사업을 매각하면서 그 변화를 실감할 수 있었다.가게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싸웠고, 좋은 위치에 있는 가게들은 더더욱 귀한 존재가 되었다.원래 원가는 모든 가게를 이리 나리에게 넘기려 했지만, 이리 나리는 거절했다.그리고 안풍친왕이 먼저 나서서 이리 나리가 이미 너무 많은 가게를 보유하고 있고, 특히 경성에서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독점 우
원경릉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일곱째요? 일곱째는 분명 원용의에게 말할 것이고, 원용의는 또 사식이에게 얘기할 것이고, 사식이도 분명 서일에게 전할 것일 텐데요. 만약 서일이 알게 되면, 이제 북당 전체가 다 알게 될 것이오.”우문호는 순간 당황해하며 말했다.“그건 내가 생각지도 못했네.”원경릉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아마 지금쯤 황실 친왕들 사이에서 이미 탕양의 이야기가 뒷말로 오가고 있을 것이었다. 겨우 부인을 얻었는데, 밤에 함께 자지 못한다니 참 안타까운 일이라 생각할 것이다.우문호는 탕 대인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다들 뒤에서 탕양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여인들이 수군거리니, 남자들은 그를 도우려 했다.물론 부부 사이의 일에 직접적으로 간섭할 수는 없었기에, 대신 탕양을 술자리로 초대해 술로 고민을 푸는 방법을 제안했다.그렇게 며칠째 술을 마시던 탕양은 자신의 비밀이 모두에게 알려졌다는 사실을 깨달아 한숨을 쉬며 말했다.“제 탓입니다. 폐하가 비밀을 지키지 못한다는 걸 깜빡했습니다.”제왕이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너무 신경 쓰지 말거라. 이런 일은 억지로 되는 게 아니다. 여인은 때로 달래줄 필요가 있는 법이다.”그러자 탕양이 어찌할 바를 몰라하며 말했다.“제가 폐하께 이 이야기를 했을 땐, 혼례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습니다.”“알고 있다. 서두르지는 말거라.”모두가 이해한다는 눈빛으로 탕양을 바라보았지만, 탕양은 더 이상 해명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그들은 이미 혼인했지만, 오랜 부부 생활을 한 터라, 남녀 간의 정이 때로는 하루아침에 급격히 발전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탕 대인은 돌아가자마자 일곱째 아가씨에게 이 일을 전했다.그러자 일곱째 아가씨가 웃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정말이지, 어찌 허구한 날 남의 부부 일에만 관심을 가지니, 할 일이 없나 보오.”“신경 쓰지 마시오. 우리가 잘 살면 그만이니.”탕양은 일곱째 아가씨를 안으며 자신감에 찬 표정을 지었다.
원경릉은 궁으로 돌아와 이 일을 다섯째에게 이야기했다. 그러자 다섯째가 말했다.“사실 한 번 돌아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소? 그저 경성만 한 바퀴 둘러보면 되지 않소.”“아이들을 데려다줄 때 휘종제 어르신께서 슬퍼하셨소. 이번 생에 고향으로 못 돌아올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돌멩이 하나를 건네주니, 그걸 안고 울었소.”“정말 안타깝소!”다섯째는 증조할아버지 생각에 마음 아파했지만, 이내 말을 이어 나갔다.“하지만 큰할아버지께서 그를 데려오지 않는 이유도 있을 것이오. 휘종제 어르신을 잘 아는 것도 아니지 않소? 몇 번 만나보니, 활달하고 산만한 성격에 무슨 사고를 일곱째인지 모를 것 같은 느낌이 들었소.”“맞소.”원경릉도 깊이 공감했다. 특히 그가 전화로 끈질기게 설득할 때는 정말 무서울 정도였다.“다른 일은 없었소? 부모님 건강은 어땠소? 처남은 여자 친구가 생겼소? 만두는 공부를 잘하고 있소?”다섯째가 끊임없이 질문했다. “괜찮소. 부모님 건강도 괜찮긴 하지만, 아버지께서 고혈압이 생겨서 약을 오래 드셔야 하오. 오빠는 여자 친구가 없네. 주진과 아직도 서로 솔직히 이야기하지 않은 상황이오. 만두는 걱정 안 해도 되네. 내년에 돌아올 것이니.”“다행이오!”다섯째가 기뻐해 하며 말했다. 그는 늘 만두의 능력을 눈여겨보았기에, 그가 돌아오면 나라의 일들을 조금이라도 도와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비록 많은 부담을 짊어지진 못하지만 그래도 괜히 기대가 되었다.“추 할머니 병은 어떠하신가?”다섯째가 또 물었다.“아직은 괜찮소. 아주 좋아졌네. 약에 내성이 생기지만 않으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오.”원경릉이 말하자 다섯째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분들이 늘 건강해지시길 바랄 뿐이오.”평범한 사람들조차도 적성루 사람들에게 감동하기 쉬운데, 하물며 북당의 황제인 자신은 오죽하겠는가.“계란은 소식 왔소?”원경릉이 물었다.“왔네. 보시오!”다섯째는 소매 안에서 구겨진 편지를 꺼냈는데, 비둘기를 통해 받은 그 편지에는 몇 줄의 짧은
“별다른 뜻은 없소. 오늘 밤에 유난히 감성적이라 그저 한마디 해본 거네. 사실 너무 감동해서 그러네. 비록 항상 탕 대인에게 빨리 혼인하라고 재촉하긴 했지만, 그가 일곱째 아가씨와 혼인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소.”“괜찮소!”원경릉은 그의 품에 안겨 그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말했다.“어쨌든 탕양은 우리와 함께 걸어온 사람이오. 그러니 그가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하게 된 건 우리 모두에게 기쁜 일이오.”우문호는 벌써 술에 취한듯 머리가 약간 어지러웠다. 술에 취하면 항상 눈앞의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곤 했는데, 익숙한 천장, 익숙한 사람, 익숙한 탁자와 의자. 취기가 돌며 모든 것들이 꿈처럼 느껴졌다.그는 마치 다시 초왕 우문호로 돌아간 듯했고, 갓 원경릉과 마음이 통했던 때로 돌아간 기분이었다.그 당시 외부 정세는 불안정했고, 태자 자리를 둘러싼 다툼이 막 시작되었던 때였다. 형제끼리 반목하며, 치열하게 싸웠던 시절을 돌아보면 잃지 않고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얻었다는 사실에 감사하게 되었다.우문호가 원경릉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원 선생, 몇 년간 아주 긴 꿈을 꾼 것 같지만, 되돌아보니 정말 다행이라고 느껴지네. 사실 모든 행운과 행복은 원 선생의 잘못된 연구에서 비롯된 것이오. 원 선생이 오지 않았다면 내 인생이 어땠었을까 싶네.”그러자 원경릉이 말했다.“누군가가 이 세상에 몇 시간과 공간이 존재한다고 했소.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 다른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을 수도 있네. 아마도 어떤 공간에서는 내가 없는 대신 다른 사람이 당신과 함께 있을 수도 있소.”우문호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 세상 속의 나는 정말 불쌍할 것이오.”“그건 모르오. 어쨌든 그곳의 당신은 나를 모르고, 우리가 지금 얼마나 행복한지도 모를 것이오. 각자가 행복을 정의하는 방식은 다르오. 어떤 사람들은 매 끼니 고기가 있는 게 최대의 행복일 수도 있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봉급이 오르길 바랄 것이오. 또 가족이 화목하고 건강하기를 바라기도 하고
우문호는 혼인을 하사하는 조서를 내렸다. 이는 탕양의 혼사에 화룡점정을 더하는 일이었다.온 경성 사람들이 탕양이 황제를 모시는 신하인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녀의 혼사에 주목했다.탕양은 왕부에서부터 황제를 지지해 온 충신이었으며, 군신 간의 정은 형제의 관계에 못지않았다.거기에 황제가 직접 혼인을 하사했으니, 이는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었다. 그래서 다들 두터운 예물을 준비해 축하하러 왔다.혼례는 초왕부에서 열렸다. 비록 초왕부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이번 경사에 많은 지원이 몰렸다. 여러 왕부에서 사람을 보내왔고, 미색은 돈에 힘까지 보태며 혼사 지출의 3할이나 부담했다.희상궁도 돌아와 모든 일을 총괄했다. 희상궁은 비록 나이가 많았지만, 여전히 일 처리 능력이 뛰어났다. 그녀는 여러 왕부에서 온 사람들을 지휘하며 완벽하게 일을 조율했다.혼례 당일, 황제와 황후도 참석했다.신부가 도착하여, 혼례를 올릴 때 우문호와 원경릉은 상석에 앉아 신랑 신부의 절을 받고는, 그 다음으로 기상궁도 절을 받았다.우문호가 원경릉의 손을 잡으며 흐뭇한 표정으로 말했다.“탕 대인이 드디어 철이 들었고, 가정을 이루었으니 정말 기쁘네.”원경릉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제 마음이 풀립니까? 그러니 앞으로는 더 이상 잔소리하지 마시지요.”“잔소리는 계속할 것이다. 이젠 아이를 낳으라고 해야지.”우문호는 걱정이 끝이 없다는 듯 말하자, 원경릉이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아이 낳는 일은 하늘에 맡겨야 하네.”“그래도 몇 가지 비법을 전수해 줄 수는 있소.”우문호가 자부심 넘치는 표정으로 말했다.“좀 더 크게 말해보시오. 다른 사람들이 못 들을까 봐 걱정이오?”원경릉이 그를 흘겨보았다.주변 사람들이 모두 그들을 바라보며 부러움 섞인 표정을 지었다. 많은 사람이 첩을 두고도 황제만큼 자식을 많이 두지는 못했지만, 황제는 복도 많고 자식도 많은 사람이었다. 저녁 연회에서 우문호는 과음했지만 원경릉은 그를 막지 않았다. 이런 노부의 감격은 술로 달래야 한
탕양이 뜨거운 눈빛을 반짝이며 말했다.“거짓말이라면 제 목숨을 앗아가도 됩니다.”일곱째 아가씨가 그의 시선을 보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돌고 돌아 결국 대인과 함께하게 되었네요. 하지만 미리 말하자면 혼사가 너무 급작스럽게 성사되어 저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던 것입니다. 시집간 후에도 그저 명목상 부부로만 살 뿐, 당분간은 벗으로 지낼 것입니다. 이를 받아들일 수 있다면 혼사를 승낙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없던 걸로 하시지요.”그러자 탕양이 거의 생각할 겨를도 없이 대답했다.“받아들이겠습니다. 무엇이든 다 좋습니다. 혼사만 승낙한다면 그저 명분이라도 상관없습니다!”이로써 드디어 그의 수년간의 바람이 이루어졌다.일곱째 아가씨가 담담히 말했다.“그렇다면 어디서 지낼지 생각해 보시지요. 하지만 대인 방에는 다른 사람이 살고 있으니, 그곳에 지낼 수는 없습니다.”탕양이 다급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십시오. 황후 마마와 상의를 해보았습니다. 지금 초왕부에 아무도 살지 않으니, 우선 그곳에서 지내시지요. 전에 그 방은 저도 쓰지 않고, 바로 서일에게 줬습니다.”그러자 일곱째 아가씨가 물었다.“저택을 따로 살 생각은 안 해보셨습니까?”“전에 혼자였을 땐 그런 생각까지 하지 못 했습니다. 초왕부도 누군가 관리해야 하는 터라... 하지만 아가씨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돈을 모아 작은 집이라도 살 수 있습니다.”일곱째 아가씨는 초왕부를 둘러보았는데, 그리 호화롭지는 않았지만, 분위기가 몹시 편안했다. 하지만 황제의 옛 저택이라, 평생 이곳에서 지낼 수는 없을 것이다.“우선은 이곳에서 지내고, 나중에 땅을 사서 직접 집을 지으십시다.”땅을 사고 집을 짓는다는 것은 돈 많은 사람이나 할 수 있는 일이었기에, 탕양은 순간 자기가 보잘 것 없게 느껴졌다.그가 쭈뼛거리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십시오. 이 일은… 꼭 마음속에 깊이 새겨 두겠습니다.”일곱째 아가씨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땅도 제가 사고, 집도 제가 지을 것입니다. 나중에 대인이 잘못이라
노태군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안 된다. 혼인 전에는 신랑 신부가 만날 수 없어. 이건 풍습이고 규칙이니, 어길 수 없다.”그러자 일곱째 아가씨가 웃음을 터뜨렸다.“하하하. 이 혼사에 정해진 규칙이 있긴 합니까? 어머니께서는 제가 그를 만나 오히려 싸움이 나서 혼사가 그릇될까 봐 걱정되시는 것 아닙니까? 어머니께 약속했으니, 반드시 혼사를 올릴 것입니다. 이제 마음이 놓이십니까?”노태군은 이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좋다. 너도 장사하는 사람이니 신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것이다. 약속했으니, 절대 번복할 수 없어. 목을 매겠다는 이 어미의 결심은 너가 반대하면 언제든 효력을 발휘할 것이다.”일곱째 아가씨가 이를 갈며 투덜댔다.“이렇게 얄미운 늙은이는 정말 처음입니다!”“나도 너처럼 고집 센 딸은 처음 본다.”노태군이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웃음소리가 들려오자, 원가 사람들은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 일곱째 아가씨가 시집가는 것이 정말 꿈만 같게 느껴졌다.일곱째 아가씨의 혼사는 원가 사람들에게 마음의 짐과도 같았다.탕양은 일곱째 아가씨가 무사히 경성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한숨을 내쉬었다. 한숨을 내쉬고 나니, 눈물이 터져 나올 것 같은 감정이 북받쳤다. 그녀에게 아무 일도 없다는 생각에 그는 코끝이 다 시큰 거렸다.그날 밤, 일곱째 아가씨가 초왕부로 탕양을 찾아가자, 탕양은 그녀를 안으로 들인 후, 단둘이 방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탕양은 그녀를 바라보았는데, 붉은색 옷차림에 머리를 단정히 올려 깔끔하고 우아한 모습이 여전히 돋보였다. 세월의 흔적이 얼굴에 남아 있었지만, 오히려 그녀의 매력을 더해 주었다.그녀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는 패기 넘치던 청춘 시절이었는데, 눈 깜짝할 새에 이렇게나 많이 늙어 버렸다.탕양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했다. 수많은 감정이 얽혀 있었지만, 한마디 말도 제대로 꺼낼 수가 없었다.특히 약도성에서의 일을 겪고 난 뒤라, 첫마디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