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엽과 우문호원경릉은 한 손으로 우문호의 손을 꽉 잡고 한 걸음 앞으로 가서 홍엽을 몰아붙이며, “강북 사람이 정화를 잡아 갔나요? 고지때문에?”홍엽이 느긋한 표정으로, “그건 모르지요.”“당신……”원경릉은 마음이 급해서 질문하고자 했지만 우문호가 원경릉의 손을 꽉 잡으며 작은 소리로, “당신은 먼저 돌아가, 내가 공자와 몇 마디 할 테니.”원경릉은 마음이 어지러운데 우문호의 묵직한 눈빛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우문호는 평소엔 세심하지 못하지만 큰 일이 닥치면 신중하고 믿음직하다.원경릉은 만두를 데리고 돌아가는데 가슴은 계속 두방망이질 치는 것이 남강 북쪽 사람은 수법이 잔인하다 던데 정화가 제발 그런 사람 손에 들어가지 않기를.우문호가 홍엽에게 들어와 앉으라고 하고 차를 주며, “정화는 남강 북쪽에 있나?”“네!” 홍엽은 이번에 감추지 않고 말했다.“위험한가?” 우문호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홍엽이 못난이를 보자 못난이가 얼음장 같이, “당분간은 아닙니다. 하지만 남강 북쪽 사람은 정화를 화형 시켜 무녀의 복수를 하려고 합니다. 지금은 공자께서 일단 막아 놓으신 상태입니다.”우문호가 눈동자를 굴리며, “어떻게 구하지?”홍엽이 의미심장하게, “남강 북쪽 사람은 성격이 야만적이죠. 가르침이 모자라요.”우문호가 차갑게, “남강 북쪽사람이 전부 당신에게 항복한 건 아닌 모양이군. 그래서 내 손을 빌려 그들을 타일러 공자에게 목숨을 바치게 하겠다는 건가?”“그렇게 말할 수도 있습니다!” 홍엽이 손을 펴서 약간 어쩔 수 없다는 듯, “태자 전하도 아시지만 제가 무력을 쓰지 않고 남강 북쪽 사람을 통제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들을 전투로 겁을 줘서 자신이 그 척박한 땅에 숨어도 안전하지 않다는 걸 알려줘야지요.”우문호가 담담하게, “그렇게 당신 생각대로 되지 않을 텐데. 난 정화를 위해 출병하지 않아.”홍엽이 말 속에 뼈가 있게, “그렇죠. 한 여자를 위해 출병하다니 문무백관에게 뭐라고 설명하겠습니까? 그래서 오늘 제가 남강왕의 검을 가지고
남강에 사로잡힌 정화군주정화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니 초왕부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당황했다.하지만 당연히 홍엽이 그렇게 말했다고 그대로 믿을 수는 없어서 우문호는 바로 이리 나리에게 늑대파 소속 정탐조를 보내 조사를 부탁했다.정탐한 소식은 재빨리 돌아왔다. 남강 북쪽에서 확실히 북당에서 온 여자 하나를 잡고 있고 12월 마지막날 화형 시켜 무녀 고지를 위한 봉헌 제사를 드릴 것이라고 했다.그럴다는 건 이 사람은 의심할 나위 없이 정화임이 분명하다.소식이 전해지자 우문호는 바로 주재상과 냉정언을 찾아가 상의하고 입궁해서 보고했다.원경릉은 초왕부에서 소식을 기다리며 만약 정화를 구하는 것만 말하면 조정에서는 분명 전쟁을 원하지 않을 것이고 남강에 대한 대책은 이미 결정이 된 게, 남강의 내전을 이용해 조정이 어부지리를 얻는 것이다.하지만 홍엽이 확실히 준비를 철저히 했다. 남강왕이 남강 북쪽 사람에게 멸문을 당한 것이 실증된 이상 조정은 출병할 이유를 얻은 것이다. 단지 명원제가 원하는지 여부에 달렸다.명원제는 내각을 소집해 이 일을 상의했는데 우문호는 태자의 신분으로 출석했다.일찍부터 남강에 대한 대응방안이 있었기 때문에 조정의 대다수 사람은 출병을 원하지 않았다. 선비 북막과의 전쟁을 거치며 국고가 지금 바닥을 드러내고 있어 실질적으로 출병할 군비지출을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다.그리고 이 일은 내전과 관련이 있고, 남강이 과연 북당의 영토인지, 비록 조정의 관할에 굴복하지 않아도 그들과 시간을 끌 방법은 다양하다. 바꿔 말해 출병으로 인한 폐단이 이익보다 크다.조정에는 전문적으로 남강 통일을 담당하는 통전아문(統戰衙門)이 있다. 통전아문은 지금의 남강이 상당히 빈궁하고 민생은 이미 북당의 일반 주나 현에 전혀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해서 시간을 끌면 그들은 마음을 돌릴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데도 굳이 싸워야 한다면 남강 북쪽과 남쪽이 싸우고 조정에서 출병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조정에서 출병하면 남강 사람의 마음을 얼어붙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화군주는 자업자득무대인이, “소신 생각엔 정화군주를 남강 북쪽 사람이 납치해 간 것은 사적인 원한 때문입니다. 정화군주가 남강 북쪽의 무녀 고지를 죽인 적이 있고, 고지는 위왕의 첩실이었습니다. 엄격하게 말해 여자들 사이의 암투라 조정이 간여하기 합당하지 않다고 사료됩니다.”우문호가 울컥 화를 내며, “자네 말은 아무 것도 하지 않겠다?”무대인의 입장은 확고해서, “소신은 손을 대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의 인력 배치를 망가뜨릴 것입니다.”우문호가 탁자를 치고 일어나, “인력 배치? 당신들은 무슨 인력을 배치했지? 남강 정세에 대해 지금까지 당신들 모두 이렇다할 것을 내놓지 못 했어. 모든 유리한 배치는 전부 내가 직접 계획한 것들이야. 남강왕 사건이 있고 지금까지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당신들은 남강왕의 계승자도 찾지 못하고 사람을 들여보내 정황을 이해한 적도 없어. 소위 인력 배치란 것도 내가 제의한 것에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세워 놓은 게 아닌가.”무대인은 우문호에게 질책을 당하고 체면이 구겨져서 변명하며, “전하 그렇지 않습니다. 남강의 정황은 복잡해서 급소를 찌를 방안이 아니면 추진해도 소용없어서 입니다. 다시 말해 전하께서 제안하신 방안은 결국 통전아문이 집행하러 가야하는 게 아닙니까? 따라서 소신은 군주를 구하는 것은 난이도가 크고 모순을 일으켜 우리가 전에 한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기로 구조 활동을 일체 반대하는 것입니다.”“그래도 가만히 지켜만 볼 수 없어!” 우문호가 화를 냈다.무대인은 우문호의 노한 얼굴을 보고, “감히 전하께 묻습니다. 만약 남강 북쪽 사람이 잡고 있는 자가 북당의 일개 백성이라 해도 전하께서는 모든 것을 아끼지 않고 구하러 출병하실 가실 겁니까? 사람을 보내는 것조차 하지 않으시겠지요, 그렇다면 군주라는 신분때문에 대우가 굳이 달라져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태자 전하 정말 그렇게 하신다면 대세를 가볍게 여기시는 현명치 못한 처사이십니다.”무대인은 명원제 앞에서 감히 태자와 맞서는 것은 무대인을
남강 북쪽 길잡이를 찾아원경릉은 초왕부에서 초조하게 소식을 기다리다가 우문호가 불쾌한 얼굴로 돌아오는 것을 보고 조정에서 정화를 구출하는 것을 동의하지 않았음을 눈치챘다.우문호의 말을 듣고 원경릉은 속수무책이라, “그럼 어떻게 하지? 정화의 목숨을 저렇게 내버려 둘 수 없어.”“방금 돌아올 때 생각해 봤는데 두 가지 방법이 있는 것 같아. 하나는 우리가 몰래 사람을 보내 구출하는 방법인데 이건 좀 어려워. 왜냐면 정화가 갇혀 있는 곳은 분명 남강 북쪽 무당의 핵심 근거지로 거기는 전부 남강 북쪽 무고술의 고수들이 있고, 우리 쪽 사람들 중에 무고술을 아는 사람이 적어서 구출하러 들어가기 어려워.”“그럼 두번째 방안은?” “두번째 방안은 출병하는 거야. 경성과 남북 군영의 주둔군은 움직일 수 없는 것이 병부나 아바마마께 권한을 위임 받아야 출병할 수 있어. 하지만 셋째형은 지금 군대를 이끌고 외부에 주둔하고 있어서 그때그때 상황을 봐서 조정의 명령없이 출병할 수 있어. 하지만 여기도 똑같은 위험이 있는게 셋째형 부대는 강북부에 있어 남강까지 거기라 상당하고, 셋째형은 남강의 지형을 잘 모르고 병마도 적은 편이야. 대대적으로 군대를 일으킬 수는 없지. 따라서 만약 아무도 길잡이를 해주지 않으면 공격해 들어가기 어려워.”“그럼 만약 누군가 길잡이를 해주면 가능성이 있는 거 아냐?”우문호가 얼굴을 찡그리며, “당신 정집사 말하는 거지? 남강 북쪽으로 돌아가면 죽음 뿐인데 정집사가 동의할 리가 없지.”분명 남강 북쪽 사람은 줄곧 정집사를 찾았고 만약 그녀가 돌아가면 죽음만이 기다리고 있다. 그것도 아주 처참한.우문호가 생각해 보더니, “경성에 남강사람이 많으니 어쩌면 찾을 수 있을지도. 상금을 두둑하게 걸고 가기를 원하는 자가 있는지 지켜보자.”그저 길잡이니 반드시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남강사람은 경성에서 가난하고 힘들게 사니까.우문호는 탕양에게 이 일을 처리하게 했는데 탕양이 여럿을 찾아봤으나 남강 북쪽 무당이 있는 곳이라는 말을 듣고
초조한 우문호만아가 나가고 우문호가, “만아가 경성에 오기 전에 남강 북쪽에 가 본 적이 있는 게 아닐까?”“무당의 진법은 뭐야?” 원경릉이 물었다.“무당이 사는 성루 밖에 진법이 펼쳐져 있는데 진형을 이루고 있지, 기원은 팔괘진형으로 장애물이 첩첩으로 숨겨져 있어 일반 사람들은 들어갈 수 없어.”“그렇다는 건 만아가 남강 북쪽에 가봤어도 그때는 어렸으니 진형을 풀 수 있었던 건 아니었을 거야.” “만아 기억에 착란이 있잖아, 원 선생. 당신이 얘기했던 당신들 사이에 의식 통제가 어쩌고 기억 유전 어쩌고 하는 그거, 만아한테도 있었던 게 아닐까? 바로 그 왜…… 정집사의 기억이 유전된다든가?” 우문호는 원경릉이 전에 설명했던 그걸 실지로 이해는 못하고 대략적 개념만 이해해서 말로 설명하기가 상당히 어렵다.“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어. 진형은 굉장히 정교해서 모호한 개념이 아니니까.” 이런 건 유전될 수 없다. “이 일은 당분간 묻어두고 셋째형에겐 통보하지 말자, 안 그러면 형이 직접 군사를 데리고 갈 테니까.”“하지만 역시 시간이 없어, 지금 조정에 아는 사람들이 많은데 아주버님도 소문을 들으실 거야. 맞아, 둘째 아주버님 쪽에 연통을 넣어서 먼저 셋째 아주버님께 알리지 말라고 해야 해.”원경릉 말에 우문호가 얼른 서일을 직접 손왕부로 보냈으나, 서일이 돌아와서 보고하길 손왕이 어제 이미 사람을 보내 위왕에게 소식을 전했다는 것이다.둘째 형이 다른 건 느리면서 이런 건 또 엄청 빠르다.어제 사람이 갔으니 지금 사람을 보내 말려도 막을 수 없으므로 우문호는 귀영위 쪽 사람에게 셋째 형을 설득해 보라고 하고 소식을 기다렸다.하지만 셋째 형이 가만히 있을 리 없는 게 입장을 바꿔 만약 원 선생에게 문제가 생겼으면 자신도 가만히 앉아 기다릴 수 없을 것이다.그래서 정집사가 원하든지 상관없이 우문호는 정집사를 오라고 해서 길잡이로 남강 북쪽을 다녀올지 묻고 최선을 다해 그녀의 안전을 지키겠다고 보증했다.정집사는 남강 북쪽 무당의 지역에 들어간다
만아의 결심우문호가 다시 입궁해 명원제와 개인적으로 얘기를 나눠봤는데 장수가 외부에 있어 임금의 명령을 받지 않는다고 해도 셋째가 움직일 수 있는 병마가 많지 않다. 그리고 일을 마친 후 죄를 물을 것으로 셋째는 조정에 부담 주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이번에 남강 북쪽을 간다면 그다지 많은 병사를 데려가지 못할 것이다.명원제는 사실 출병에 별로 동의하지 않으나 무대인이 말한 것처럼 전혀 상관없다는 생각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출병은 북당의 신하와 백성들에게 합당한 설명을 해야 하고 움직임이 너무 크고 시기도 적절하지 않다. 그러나 만약 수천명이 무당의 지대를 돌격해서 정화를 구출해 내는 동시에 남강 북쪽에 경고가 된다면 명원제는 만족스러울 것이다.“셋째가 지금 수하에 3만여 명이 있는데 이들은 선비, 북막전에 참여하지 않아 오랜 시간 전쟁 경험이 뜸해 군사들의 마음이 해이해졌으니 짐의 성지를 전해 오천 명을 이끌고 남하하여 병사들을 훈련하고 군기를 정돈하게 해라.”우문호가 크게 기뻐하며, “아바마마, 참으로 좋은 생각이십니다.”명원제 의미심장하게 우문호에게, “단지, 군비는 해가 갈수록 부족해 조정의 구제가 시급한 상황이라 이번 병사들의 이동엔 군량과 마초는 지원하지 않는다. 조정도 일체의 군수물자 지원이 없을 것이니 일단 무슨 일이 생겨 패전할 경우 조정이 위로금을 지급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렇게 하면 만조 백관에게 답이 되겠지.”다시 말해 그들이 오천 명 병사들의 군량과 필요한 것들을 부담해야 한다는 말로 진짜 엄청난 규모의 지출이 아닐 수 없다.당연히 제일 큰 문제는 이게 아니고, 아직 길잡이를 못 찾은 거다.만아가 이날 순왕부를 찾아가 정집사를 만나려 했다.만아는 태자비의 걱정을 덜어주고 싶었고, 요 며칠 초왕부 사람은 정화군주때문에 모두 먹지도 자지도 못했다. 예전 일은 자신이 도울 수 없었지만 지금은 자신이 도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정집사는 만아가 자신을 찾아올 거라고 생각도 못하고 기쁘고 놀라웠는데 만아의 얘기를 듣고 얼굴색이 돌
우문천이 가겠다고?정집사가 대답하며, “예!”만아가 몸을 빼더니, “쇤네 돌아가봐야 합니다. 그럼 이만 물러갑니다!”우문천이, “자네 초왕부로 돌아가나? 마침 잘 됐네. 나도 초왕부로 갈 참인데 가는 길에 자네를 데려다 주지.”만아가 당황해서, “그……그건 좀? 쇤네는 걸어서 돌아가면 됩니다.” 순왕은 진짜 붙임성이 좋은 사람이다.“괜찮아, 가는 길인데 뭐!” 우문천이 말을 마치고 돌아서 갔다.만아가 우문천이 가는 걸 보고 정집사가 또 험악하게 나올 까봐 얼른 따라갔다.마차에 타서 만아는 원래 밖에 마부와 같이 앉으려고 했으나 우문천이 안으로 들어오라고 해서 두사람은 마차 안에 앉아 만아는 더욱 송구스러워졌다.“정집사는 무슨 일로 찾은 거야? 정집사가 널 무섭게 한 건 아니고?” 만아가 조그맣게, “쇤네는 정집사에게 남강 북쪽으로 가는 길을 묻고 싶었던 것인데 정집사가 흥분할 줄 몰랐습니다. 쇤네에게 무섭게 한 적이 없는데 쇤네가 의외의 일을 당할까 걱정하신 것 같습니다.”우문천이 약간 의외인지, “네가 남강 북쪽을 간다고?”“쇤네 위왕 전하께 길안내를 해 드리고 싶습니다.”“그래, 넌 남강 여자니 만약 셋째 형에게 길안내를 해주러 갈 수 있으면 남강 북쪽 무당의 지대에 들어가는 게 훨씬 쉬워지겠구나.”이 일은 조정의 모두가 아는 사실로 우문천도 당연히 알고 있고 본인도 이 일때문에 고민을 했다. 오늘 초왕부에 가는 것도 다섯째 형에게 종군을 청하기 위해서로 때가 되면 순왕부 병사들과 셋째형과 합류해서 같이 남강 북쪽에 진입할 생각이었다.“남강 북쪽의 길은 저도 잘 모르지만 독기와 진형을 어떻게 깨는 지는 알아요. 만약 무당의 지대에 들어가는 노선도를 얻을 수 있으면 훨씬 쉬울 텐데요.” 우문천이 만아를 보고 약간 이상하다는 듯, “네가 말한 진형은 무당의 지대의 진형이지?”“맞아요!”“네가 어떻게 거기 진형을 깨는 법을 알고 있어?” 남강 북쪽 무당의 지대가 난공불락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그곳이 사람의 발길을 차단하기 때문으로
고집과 오해우문호가 불만스럽게, “전쟁에 나간 게 뭐가 자랑인데? 전장에 몇 번이나 나갔고 적을 몇 명이나 죽여봤는데? 남강 북쪽은 전쟁보다 끔찍하고 위험해, 형 말 들어. 우리는 안가, 셋째가 갈 거야. 자기 아내니까 당연한 일이야. 그리고 지금 경성에서 병마를 파견할 수 없는 상황으로 네가 만약 간다고 해도 혼자 가서 형과 만나는 건데 더 마음이 안 놓이지.”“뭐가 혼자예요? 순왕부 병사들이 있어요!”“병사 몇 십 명은 됐어.” 우문호가 손을 휘젓더니, “이 일은 더이상 언급하지 마라, 안돼.”“형, 형이 허락하지 않아도 전 갈 거예요. 절 묶어 두지 않는 이상 내일 사람들을 데리고 성을 나갈 겁니다.” 우문천이 평소엔 착하고 말을 잘 듣지만 성질이 있어서 한 번 마음 먹은 일은 밀어 붙인다.우문호가 기가 막혀서, “이 꼬맹이야, 그래도 말을 안 들어? 이게 장난 같아? 너 무당의 지대가 어떤지 알아? 거기는 진법 외에도 독기가 있고, 독이 오른 벌레와 무고술에 조금만 신중하지 않아도 목숨이 떨어지는 곳이라고.”우문천이 씩씩거리며, “전 꼬맹이 아닙니다. 올해 꽉 찬 스물이예요.”우문호가 놀라며, “어? 스무 살이라고? 그렇게 나이를 먹었어?” 우문호는 그동안 아홉째를 15살 어린애로 취급해 왔다.우문호가 한숨을 쉬며 눈깜짝할 사이에 자신은 다섯 아들을 두게 되었고, 아홉째는 스무 살이 되었다.“큰 거예요. 나이를 먹은 게 아니라, 형. 저도 경험을 쌓으러 좀 나가야 죠. 셋째 형이 절 보호해 주실 거예요.”우문호는 자신이 15살에 군대에 갔고, 무장의 경험은 반드시 실전 능력에서 나와야 한다는 걸 안다. 거의 자신과 비슷한 키의 아홉째에게, “좋아, 하지만 경거 망동하지 말고, 셋째 형 말 잘 들어야 해. 그리고 형이 너 가는데 사람을 붙일 거니까 순왕부 병사에서는 정예만 몇 명 뽑아. 전부 데려 갈 필요 없어.”“그래요, 형. 형 집에 그 물에 빠진 애는 같이 안 가요? 본인 말이 진형을 깨고 무당의 지대에 들어가는 방법을 안다고
목장에서는 전보다 훨씬 뛰어난 전투마들을 사육했기에, 우문호는 마치 보물을 자랑하고 싶은 어린아이처럼 당장이라도 정정과 함께 보러 가고 싶어 했다.그러자 근영군주가 웃으며 말했다.“폐하께서 아직도 소년 같은 순수함을 지니시고 있다니, 참 보기 드물고 귀한 일이군요.”하지만 원경릉의 귀에는 이 말이 남편이 어린아이 같다는 말로만 들렸다.그녀는 이내 웃음을 터트렸다.“하하하. 사내들이 가끔 저렇게 유치할 때가 있잖습니까.”근영군주도 깊이 공감하며 말했다.“예. 평소엔 유치하다가도, 필요할 때는 놀라운 배짱과 결단력을 보여주지요. 집안을 지탱하기도 하고, 나라를 떠받치기도 하고. 안 그렇습니까?”원경릉도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맞습니다.”남자들이 말을 타러 나가자, 원경릉과 근영군주는 궁전 안에서 담소를 나누기 시작했다. 대두가 몹시 심심해하자 원경릉은 친왕비들에게 아이를 궁으로 데려와 아이들끼리 놀게 했다.대주의 손님을 정성껏 대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기에 친왕비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궁에 들어왔다.사실 대두와 비슷한 나이의 아이는 많지 않았다. 미색의 두 아이와, 원용의의 아이 모두 대두보다 어렸지만, 놀 벗이 없는 상황에 나이가 어린 것은 크게 문제 되지 않았다.대두는 외동아들로 자라 성격이 다소 거칠었다. 하지만 미색의 딸인 란이 역시 성격이 강하고 고집스러웠다. 어머니인 미색을 닮아 태생이 강한 성격을 타고난 것이었다.게다가 그녀에게 무술을 배워 한창 센 척을 할 시기라 대두와 몇 마디 말다툼 끝에 결국 몸싸움으로 번져 버렸다.란이가 대두를 때리자, 대두는 얼굴이 퉁퉁 부어오를 정도로 맞으면서도 전혀 반격하지 않고 그저 참고만 있었다. 끝까지 이를 악물고 버텨냈다.란이는 평소 늑대파에서 무술 대련을 했기에 상대가 반격하지 않고 그저 제자리에서 맞고만 있는 멍청한 모습을 경험한 적이 없었기에, 부어오른 대두의 뺨을 발견하곤 깜짝 놀라며 물었다.“어찌... 반격하지 않는 것입니까?”대두는 화난 표정으로 대답했다.“어찌
생각해 보면 이렇게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의 혼사를 정하는 것이 얼마나 황당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아이가 남녀인지도 모르면서 성급한 부모들이 충동적으로 혼사를 결정해 버리다니 말이다. “대두가 아직 이리도 어린데, 벌써 혼사를 이야기하다니요, 우리 만두는 아직 애 입니다.”우문호는 괜히 기분이 답답해졌다.현대로 다녀온 뒤, 사람들이 늦은 결혼과 출산을 선호하는 것을 본 그는 생각이 바뀌었다. 열몇 살에 혼사를 하는 것은 성장의 억압이나 다름없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혼사 이야기를 한다고 당장 하는 건 아니오. 그저 약속만 하고, 몇 년 후에 하겠다는 거네.”“어찌 이리도 태연한 것이오?”우문호가 원경릉의 여유로운 표정을 보며 그녀가 그들이 빚을 받으러 온 걸 모르는 건가 싶었다.“난 걱정 없소. 딸을 보내고 싶지 않으면 당신처럼 쓸데없는 부담감 없이 그냥 바로 거절할 것이오. 형제간의 정이 거절로 인해 상할까 봐 고민한다니, 억지로 혼사를 성사하는 것이 더 정을 상하게 할 것이오.”그러자 우문호가 말했다.“이론적으로는 맞는 말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 마음이 편치가 않소.”후궁에서의 우문호는 조정에서의 단호하고 강력한 모습과는 완전히 딴 사람이었다. 조정에 나서기만 하면 단호하고 과감하며, 마치 번개 같은 결단력을 보여주는 반면, 후궁에서의 그는 망설임도 많고 잔소리도 많은 사람이었다. 원경릉이 다른 왕비들과 대화할 때, 그들도 가끔씩 이 얘기를 꺼내곤 했었다. 다들 다섯째의 평소 잔소리가 예전보다 훨씬 많아졌다며 놀라했다. 하지만 다른 친왕들의 의견은 달랐다. 그들은 그가 예전보다 훨씬 결단력이 있어졌다고 말했다.이런 얘기가 나올 때마다 이리 나리는 한숨을 쉬며, 결국 결단력 넘치는 황제도 결국 자식들 문제에서는 고민에 빠지는구나 싶었다.8월 14일, 정정 대장군 가족이 북당의 수도에 도착하자마자 초왕부에 머물렀다.그들은 초왕부에 머문 직후 탕양의 안내로 우문호를 만나기 위해 궁으로 들어갔다.아무리 큰 걱정도 오래된 벗 앞에서
예전에 원가에서 온 가문이 강북부로 이주한 적이 있었다.북쪽은 바람과 모래가 거셌지만 원가의 사람들에게는 전혀 낯설지 않았고, 오히려 고향과 비슷한 정감을 느끼게 했다.이리 나리는 원가의 사업을 줄이도록 도우며, 관리하기 쉬운 몇몇 가게만 남겼다.탕양은 일곱째 아가씨에게 장사를 내려놓아도 괜찮은지 물은 적 있었는데, 그때 일곱째 아가씨가 말했었다.“그런 말 마시오. 내 능력을 충분히 증명했으니 이제 만족스럽소. 열심히 해서 큰 성과를 얻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오. 평생 바삐 지낼 수도 없잖소. 그렇게 돈을 많이 벌어서 뭐 하겠소? 다 잘 살기 위해 번 것이오. 가업을 나눠 받은 돈만 해도 평생 다 못 쓸 만큼 많소. 그리고 가게들도 계속 돈을 벌 텐데 뭐가 아쉽겠소?”탕양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손에 익은 일이라, 혹시라도 아쉬워할까봐 걱정했소. 사실 나도 당신이 이렇게 고생하는 것이 싫었소. 당신만 괜찮다면 다행이오.”일곱째 아가씨는 미소를 지었고, 그의 말에 모두가 기뻐했다.“한가해지는 것도 괜찮소. 1년에 두세 달은 약도성에 가서 지내면 얼마나 여유롭겠소.”하지만 탕양이 눈살을 찌푸렸다. 1년에 두세 달이면, 왕복하는 시간까지 더해 최소 반년은 걸릴 것이고, 그 말은 반년 동안이나 그의 곁에 없다는 뜻이었다.게다가 그도 경성을 몇 달씩 떠나는 건 불가능했다. 지금은 황제 곁을 하루라도 떠나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하지만 그는 그녀가 행복하면 그걸로 충분했다. 물론 그는 늘 함께하고 싶었지만, 오래된 부부였기에 항상 붙어있을 필요는 없었다.북당은 점점 부유해지고 있었다. 원가가 일부 사업을 매각하면서 그 변화를 실감할 수 있었다.가게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싸웠고, 좋은 위치에 있는 가게들은 더더욱 귀한 존재가 되었다.원래 원가는 모든 가게를 이리 나리에게 넘기려 했지만, 이리 나리는 거절했다.그리고 안풍친왕이 먼저 나서서 이리 나리가 이미 너무 많은 가게를 보유하고 있고, 특히 경성에서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독점 우
원경릉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일곱째요? 일곱째는 분명 원용의에게 말할 것이고, 원용의는 또 사식이에게 얘기할 것이고, 사식이도 분명 서일에게 전할 것일 텐데요. 만약 서일이 알게 되면, 이제 북당 전체가 다 알게 될 것이오.”우문호는 순간 당황해하며 말했다.“그건 내가 생각지도 못했네.”원경릉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아마 지금쯤 황실 친왕들 사이에서 이미 탕양의 이야기가 뒷말로 오가고 있을 것이었다. 겨우 부인을 얻었는데, 밤에 함께 자지 못한다니 참 안타까운 일이라 생각할 것이다.우문호는 탕 대인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다들 뒤에서 탕양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여인들이 수군거리니, 남자들은 그를 도우려 했다.물론 부부 사이의 일에 직접적으로 간섭할 수는 없었기에, 대신 탕양을 술자리로 초대해 술로 고민을 푸는 방법을 제안했다.그렇게 며칠째 술을 마시던 탕양은 자신의 비밀이 모두에게 알려졌다는 사실을 깨달아 한숨을 쉬며 말했다.“제 탓입니다. 폐하가 비밀을 지키지 못한다는 걸 깜빡했습니다.”제왕이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너무 신경 쓰지 말거라. 이런 일은 억지로 되는 게 아니다. 여인은 때로 달래줄 필요가 있는 법이다.”그러자 탕양이 어찌할 바를 몰라하며 말했다.“제가 폐하께 이 이야기를 했을 땐, 혼례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습니다.”“알고 있다. 서두르지는 말거라.”모두가 이해한다는 눈빛으로 탕양을 바라보았지만, 탕양은 더 이상 해명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그들은 이미 혼인했지만, 오랜 부부 생활을 한 터라, 남녀 간의 정이 때로는 하루아침에 급격히 발전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탕 대인은 돌아가자마자 일곱째 아가씨에게 이 일을 전했다.그러자 일곱째 아가씨가 웃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정말이지, 어찌 허구한 날 남의 부부 일에만 관심을 가지니, 할 일이 없나 보오.”“신경 쓰지 마시오. 우리가 잘 살면 그만이니.”탕양은 일곱째 아가씨를 안으며 자신감에 찬 표정을 지었다.
원경릉은 궁으로 돌아와 이 일을 다섯째에게 이야기했다. 그러자 다섯째가 말했다.“사실 한 번 돌아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소? 그저 경성만 한 바퀴 둘러보면 되지 않소.”“아이들을 데려다줄 때 휘종제 어르신께서 슬퍼하셨소. 이번 생에 고향으로 못 돌아올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돌멩이 하나를 건네주니, 그걸 안고 울었소.”“정말 안타깝소!”다섯째는 증조할아버지 생각에 마음 아파했지만, 이내 말을 이어 나갔다.“하지만 큰할아버지께서 그를 데려오지 않는 이유도 있을 것이오. 휘종제 어르신을 잘 아는 것도 아니지 않소? 몇 번 만나보니, 활달하고 산만한 성격에 무슨 사고를 일곱째인지 모를 것 같은 느낌이 들었소.”“맞소.”원경릉도 깊이 공감했다. 특히 그가 전화로 끈질기게 설득할 때는 정말 무서울 정도였다.“다른 일은 없었소? 부모님 건강은 어땠소? 처남은 여자 친구가 생겼소? 만두는 공부를 잘하고 있소?”다섯째가 끊임없이 질문했다. “괜찮소. 부모님 건강도 괜찮긴 하지만, 아버지께서 고혈압이 생겨서 약을 오래 드셔야 하오. 오빠는 여자 친구가 없네. 주진과 아직도 서로 솔직히 이야기하지 않은 상황이오. 만두는 걱정 안 해도 되네. 내년에 돌아올 것이니.”“다행이오!”다섯째가 기뻐해 하며 말했다. 그는 늘 만두의 능력을 눈여겨보았기에, 그가 돌아오면 나라의 일들을 조금이라도 도와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비록 많은 부담을 짊어지진 못하지만 그래도 괜히 기대가 되었다.“추 할머니 병은 어떠하신가?”다섯째가 또 물었다.“아직은 괜찮소. 아주 좋아졌네. 약에 내성이 생기지만 않으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오.”원경릉이 말하자 다섯째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분들이 늘 건강해지시길 바랄 뿐이오.”평범한 사람들조차도 적성루 사람들에게 감동하기 쉬운데, 하물며 북당의 황제인 자신은 오죽하겠는가.“계란은 소식 왔소?”원경릉이 물었다.“왔네. 보시오!”다섯째는 소매 안에서 구겨진 편지를 꺼냈는데, 비둘기를 통해 받은 그 편지에는 몇 줄의 짧은
“별다른 뜻은 없소. 오늘 밤에 유난히 감성적이라 그저 한마디 해본 거네. 사실 너무 감동해서 그러네. 비록 항상 탕 대인에게 빨리 혼인하라고 재촉하긴 했지만, 그가 일곱째 아가씨와 혼인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소.”“괜찮소!”원경릉은 그의 품에 안겨 그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말했다.“어쨌든 탕양은 우리와 함께 걸어온 사람이오. 그러니 그가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하게 된 건 우리 모두에게 기쁜 일이오.”우문호는 벌써 술에 취한듯 머리가 약간 어지러웠다. 술에 취하면 항상 눈앞의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곤 했는데, 익숙한 천장, 익숙한 사람, 익숙한 탁자와 의자. 취기가 돌며 모든 것들이 꿈처럼 느껴졌다.그는 마치 다시 초왕 우문호로 돌아간 듯했고, 갓 원경릉과 마음이 통했던 때로 돌아간 기분이었다.그 당시 외부 정세는 불안정했고, 태자 자리를 둘러싼 다툼이 막 시작되었던 때였다. 형제끼리 반목하며, 치열하게 싸웠던 시절을 돌아보면 잃지 않고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얻었다는 사실에 감사하게 되었다.우문호가 원경릉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원 선생, 몇 년간 아주 긴 꿈을 꾼 것 같지만, 되돌아보니 정말 다행이라고 느껴지네. 사실 모든 행운과 행복은 원 선생의 잘못된 연구에서 비롯된 것이오. 원 선생이 오지 않았다면 내 인생이 어땠었을까 싶네.”그러자 원경릉이 말했다.“누군가가 이 세상에 몇 시간과 공간이 존재한다고 했소.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 다른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을 수도 있네. 아마도 어떤 공간에서는 내가 없는 대신 다른 사람이 당신과 함께 있을 수도 있소.”우문호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 세상 속의 나는 정말 불쌍할 것이오.”“그건 모르오. 어쨌든 그곳의 당신은 나를 모르고, 우리가 지금 얼마나 행복한지도 모를 것이오. 각자가 행복을 정의하는 방식은 다르오. 어떤 사람들은 매 끼니 고기가 있는 게 최대의 행복일 수도 있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봉급이 오르길 바랄 것이오. 또 가족이 화목하고 건강하기를 바라기도 하고
우문호는 혼인을 하사하는 조서를 내렸다. 이는 탕양의 혼사에 화룡점정을 더하는 일이었다.온 경성 사람들이 탕양이 황제를 모시는 신하인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녀의 혼사에 주목했다.탕양은 왕부에서부터 황제를 지지해 온 충신이었으며, 군신 간의 정은 형제의 관계에 못지않았다.거기에 황제가 직접 혼인을 하사했으니, 이는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었다. 그래서 다들 두터운 예물을 준비해 축하하러 왔다.혼례는 초왕부에서 열렸다. 비록 초왕부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이번 경사에 많은 지원이 몰렸다. 여러 왕부에서 사람을 보내왔고, 미색은 돈에 힘까지 보태며 혼사 지출의 3할이나 부담했다.희상궁도 돌아와 모든 일을 총괄했다. 희상궁은 비록 나이가 많았지만, 여전히 일 처리 능력이 뛰어났다. 그녀는 여러 왕부에서 온 사람들을 지휘하며 완벽하게 일을 조율했다.혼례 당일, 황제와 황후도 참석했다.신부가 도착하여, 혼례를 올릴 때 우문호와 원경릉은 상석에 앉아 신랑 신부의 절을 받고는, 그 다음으로 기상궁도 절을 받았다.우문호가 원경릉의 손을 잡으며 흐뭇한 표정으로 말했다.“탕 대인이 드디어 철이 들었고, 가정을 이루었으니 정말 기쁘네.”원경릉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제 마음이 풀립니까? 그러니 앞으로는 더 이상 잔소리하지 마시지요.”“잔소리는 계속할 것이다. 이젠 아이를 낳으라고 해야지.”우문호는 걱정이 끝이 없다는 듯 말하자, 원경릉이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아이 낳는 일은 하늘에 맡겨야 하네.”“그래도 몇 가지 비법을 전수해 줄 수는 있소.”우문호가 자부심 넘치는 표정으로 말했다.“좀 더 크게 말해보시오. 다른 사람들이 못 들을까 봐 걱정이오?”원경릉이 그를 흘겨보았다.주변 사람들이 모두 그들을 바라보며 부러움 섞인 표정을 지었다. 많은 사람이 첩을 두고도 황제만큼 자식을 많이 두지는 못했지만, 황제는 복도 많고 자식도 많은 사람이었다. 저녁 연회에서 우문호는 과음했지만 원경릉은 그를 막지 않았다. 이런 노부의 감격은 술로 달래야 한
탕양이 뜨거운 눈빛을 반짝이며 말했다.“거짓말이라면 제 목숨을 앗아가도 됩니다.”일곱째 아가씨가 그의 시선을 보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돌고 돌아 결국 대인과 함께하게 되었네요. 하지만 미리 말하자면 혼사가 너무 급작스럽게 성사되어 저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던 것입니다. 시집간 후에도 그저 명목상 부부로만 살 뿐, 당분간은 벗으로 지낼 것입니다. 이를 받아들일 수 있다면 혼사를 승낙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없던 걸로 하시지요.”그러자 탕양이 거의 생각할 겨를도 없이 대답했다.“받아들이겠습니다. 무엇이든 다 좋습니다. 혼사만 승낙한다면 그저 명분이라도 상관없습니다!”이로써 드디어 그의 수년간의 바람이 이루어졌다.일곱째 아가씨가 담담히 말했다.“그렇다면 어디서 지낼지 생각해 보시지요. 하지만 대인 방에는 다른 사람이 살고 있으니, 그곳에 지낼 수는 없습니다.”탕양이 다급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십시오. 황후 마마와 상의를 해보았습니다. 지금 초왕부에 아무도 살지 않으니, 우선 그곳에서 지내시지요. 전에 그 방은 저도 쓰지 않고, 바로 서일에게 줬습니다.”그러자 일곱째 아가씨가 물었다.“저택을 따로 살 생각은 안 해보셨습니까?”“전에 혼자였을 땐 그런 생각까지 하지 못 했습니다. 초왕부도 누군가 관리해야 하는 터라... 하지만 아가씨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돈을 모아 작은 집이라도 살 수 있습니다.”일곱째 아가씨는 초왕부를 둘러보았는데, 그리 호화롭지는 않았지만, 분위기가 몹시 편안했다. 하지만 황제의 옛 저택이라, 평생 이곳에서 지낼 수는 없을 것이다.“우선은 이곳에서 지내고, 나중에 땅을 사서 직접 집을 지으십시다.”땅을 사고 집을 짓는다는 것은 돈 많은 사람이나 할 수 있는 일이었기에, 탕양은 순간 자기가 보잘 것 없게 느껴졌다.그가 쭈뼛거리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십시오. 이 일은… 꼭 마음속에 깊이 새겨 두겠습니다.”일곱째 아가씨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땅도 제가 사고, 집도 제가 지을 것입니다. 나중에 대인이 잘못이라
노태군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안 된다. 혼인 전에는 신랑 신부가 만날 수 없어. 이건 풍습이고 규칙이니, 어길 수 없다.”그러자 일곱째 아가씨가 웃음을 터뜨렸다.“하하하. 이 혼사에 정해진 규칙이 있긴 합니까? 어머니께서는 제가 그를 만나 오히려 싸움이 나서 혼사가 그릇될까 봐 걱정되시는 것 아닙니까? 어머니께 약속했으니, 반드시 혼사를 올릴 것입니다. 이제 마음이 놓이십니까?”노태군은 이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좋다. 너도 장사하는 사람이니 신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것이다. 약속했으니, 절대 번복할 수 없어. 목을 매겠다는 이 어미의 결심은 너가 반대하면 언제든 효력을 발휘할 것이다.”일곱째 아가씨가 이를 갈며 투덜댔다.“이렇게 얄미운 늙은이는 정말 처음입니다!”“나도 너처럼 고집 센 딸은 처음 본다.”노태군이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웃음소리가 들려오자, 원가 사람들은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 일곱째 아가씨가 시집가는 것이 정말 꿈만 같게 느껴졌다.일곱째 아가씨의 혼사는 원가 사람들에게 마음의 짐과도 같았다.탕양은 일곱째 아가씨가 무사히 경성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한숨을 내쉬었다. 한숨을 내쉬고 나니, 눈물이 터져 나올 것 같은 감정이 북받쳤다. 그녀에게 아무 일도 없다는 생각에 그는 코끝이 다 시큰 거렸다.그날 밤, 일곱째 아가씨가 초왕부로 탕양을 찾아가자, 탕양은 그녀를 안으로 들인 후, 단둘이 방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탕양은 그녀를 바라보았는데, 붉은색 옷차림에 머리를 단정히 올려 깔끔하고 우아한 모습이 여전히 돋보였다. 세월의 흔적이 얼굴에 남아 있었지만, 오히려 그녀의 매력을 더해 주었다.그녀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는 패기 넘치던 청춘 시절이었는데, 눈 깜짝할 새에 이렇게나 많이 늙어 버렸다.탕양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했다. 수많은 감정이 얽혀 있었지만, 한마디 말도 제대로 꺼낼 수가 없었다.특히 약도성에서의 일을 겪고 난 뒤라, 첫마디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