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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81 Bab

제 1901화

원숭이“3000? 다시 말해 제일 약했다는 말인가?” 우문호가 물었다.“맞습니다. 그와 같은 자는 들어온 첫날 죽죠.”“그자는 첫날 죽지도 않았고, 오히려 살아서 나왔잖아.” 열 몇 살 꼬맹이가 그 잔혹한 곳에서 2999명의 자신보다 강한 사람들을 거듭 이기며 마지막까지 살아 남다니 보통 상식으로는 도무지 상상이 되질 않았다.“들어간지 얼마 되지 않아 다들 그자를 눈여겨보게 되었습니다. 첫 달에 500명을 죽였으니까요, 그는 몇 번 공격을 당했지만 전부 도망갔고, 싸울 때마다 강해져서 처음에는 무공을 잘 모르고 그저 도망치기 바쁘더니 나중에는 다른 사람과 대전을 하고 마지막엔 자신을 공격했던 사람들이 전부 그의 손에 죽임을 당했죠. 그는 정말 대단했습니다.”우문호가 이해되지 않는 게, “늑대골에서 누가 그에게 무술을 가르쳐 줬다는 거지?”“가르쳐줄 사람은 없었습니다. 모두가 다른 사람을 죽이지 못해 혈안이 되어 있으니까요, 누구든 가차없이 죽이는 마당에 무공을 가르치는 건 말도 안됩니다. 하지만 그자는 늑대골에서 무공을 배운 게 틀림없어요. 어두운데 숨어서 다른 사람이 하는 걸 어깨너머로 훔쳐 본 거죠. 무공이 조잡한 게 저도 그와 한번 겨뤄본 적이 있는데 원래는 금방 이길 뻔 했는데 원숭이 한 마리가 뛰쳐나오는 바람에 그걸 구하느라. 그 뒤로 다시는 그를 이길 기회가 없었습니다.”“원숭이요?” 원경릉은 갑자기 가슴이 방망이질 하며, “원숭이가 그자를 구했다고요?”“네, 그자는 원숭이가 한 마리 있는데 우리가 늑대골에 있을 때 먹고 마시는 건 늘 부족해 매일 굶주렸기 때문에 살인 외에도 사냥을 해야 했어요. 그 원숭이는 원래 중상을 입고 그자 손에 떨어진 건데 그가 뜻밖에도 먹지 않고 길렀죠. 그자가 원숭이를 길러서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그를 죽이려 들었죠. 목적은 당연히 그 원숭이를 먹기 위해서고요, 끝까지 못 먹었지만.”“그 원숭이는?” 원경릉이 다급하게 물었다.훼천이, “마지막에 어떻게 됐는지 몰라요, 늑대골을 떠날 땐 원숭이를 안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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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902화

기다리는 홍엽원경릉은 갈피를 잡을 수가 없는데 원숭이가 죽지 않았다는 주지의 말이 생각났지만 원숭이는 차에 치어 죽었다. 마치 원경릉이 그랬던 것처럼 죽기 직전에 남은 의식이 이세계의 원숭이를 제어했던 게 아닌 이상 말이다. 하지만 원경릉은 계속 이 몸을 제어할 수 있다. 왜냐면 뇌가 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숭이는 당시 뇌사가 아니었다고 해도 지금은 이미 흙으로 돌아갔을 것이다.잔류 의식은 그 원숭이를 얼마나 제어할 수 있을까?이거 진짜 홍엽이랑 얘기를 좀 해봐야 할 것 같은데.여관.홍엽은 이미 연달아 이삼 일을 나가지 않고 못난이는 각 지역에서 올라온 정보를 선별해 올린다. 누적된 정보 중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은 걸러져서 홍엽에게 전해지지 않는다.오늘은 한가해서 못난이를 시켜 모든 정보를 가져오라고 했다.못난이가, “나리, 보시든 안 보시든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들입니다.”홍엽이 눈도 들지 않고 평소처럼, “봐도 상관없지, 한가하니까. 일단 전에 원경릉에 관한 정보도 쓸데 없다고 빼 놓은 걸 내가 나중에 읽고 경호에 간 걸 찾았던 거 기억하지?”원경릉이 경호에 간 적이 있다는 정보는 이미 올라왔지만 걸러질 때 중요하지 않은 정보에 속해 그에게 전해지지 않았고, 나중에 그걸 읽고 못난이를 데리고 남강에서 경호로 간 것이다.못난이가, “나리, 지금 태자가 국경 검문소를 세워 우리 사람이 경성에 들어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럼 우리는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까요?”홍엽이 고개를 들고, “뭘 기다려?”못난이가 당황하며, “큰 일이요.”“무슨 큰 일?”못난이가 조금 주저하며, “그럼 우리가 남강에 그렇게 공을 들인 게 북당을 함락 시키기 위해서가 아니었습니까?”“그게 무슨 큰 일이야?” 홍엽이 피식 웃었다.못난이는 홍엽을 오래 따라다녔지만 아직도 그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북당을 손에 넣는 게 큰 일이 아니면 뭐가 큰 일이란 거야?’하여간 처음엔 그가 숙나라의 태자 자리를 다투는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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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903화

홍엽과 독대이번 초청에서 원경릉은 반드시 뭔가를 얻어내야 한다. 우문호가 홍엽에게 타고난 적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특정 화제는 홍엽이 있으면 우문호는 말하고 싶지 않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명함첩이 간지 1시진이 지나고 홍엽이 왔다.널찍한 붉은 옷을 입고 머리는 빗어서 옷에 붙이고 시원시원 잘생긴 모습은 여전한데 얼굴에 흉터는 보이지 않고 원래 매끈한 피부로 돌아가 있다. 손목에 불꽃 색 유리 구슬을 끼고 넓은 소맷자락에 감춘 채 예를 갖추자 그제서야 붉은 산호가 불꽃처럼 빨갛게 동글고 윤기가 나는 것이 원경릉이 특별히 보자 그 붉은 빛이 소용돌이치듯 느껴지고 단 번에 잠시 현기증을 느끼게 할 수 있을 정도다. “태자비 마마께서 직접 저를 초대하실 줄 몰랐습니다. 과분한 총애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원경릉도 인사치레 말로, “전에 공자께서 오셨는데 제가 바빠서 제대로 대접해 드리지 못해 마음에 걸려서 오늘 이렇게 시간을 내어 공자님을 청하는 것이니 사죄의 의미로 받아주세요.”홍엽이 웃으며, “사죄라니 무슨, 얘기를 나눈 다니 좋군요.”홍엽은 원경릉의 얼굴을 한동안 바라봤다.원경릉은 오늘 화장도 별로 하지 않고, 집에서 일상복인 흰 옷에 머리도 간단하게 말아 올려 구름 비녀를 꽂았다. 다섯 아이 엄마가 세월아 네월아 머리 빗고 단장할 시간이 없지만 손님을 청한 관계로 금실로 수놓은 비단 겉옷을 걸쳤다.이렇게 꾸민 게 오히려 화목한 가정을 드러내는 것 같아 보기 좋았다.원경릉이 차와 간식을 준비했는데 전부 희상궁이 직접 만들어서 상당히 정갈했다.홍엽은 사양하지 않겠다는 말을 하고 입에 대는데 먹는 모습이 아주 우아해서 늑대골같이 지옥 에서 지낸 사람인 줄 모르겠다. 원경릉은 홍엽을 보며 이리 나리와 훼천의 얘기를 떠올리며 눈앞에 이 품위 있고 고상한 미남이 그들이 얘기한 그 천신만고 끝에 돌아온 사람이라니 믿어지지가 않는다.접시 하나에 케이크가 8조각이었는데 홍엽 혼자 아주 깨끗이 부스러기 하나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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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904화

소중한 원숭이원경릉이 원숭이에 집착하며 계속, “그래서 그 박사라는 말은 원숭이가 가르쳐 준 말인가요? 당신은 제 신원을 알고 경호 일을 알고, 원숭이가 말한 그 세계를 알아요.”홍엽이 담담한 얼굴로 원경릉을 보고 아무 말이 없다.원경릉도 홍엽을 보고, “하지만 처음에 원숭이 말을 당신은 완전히 믿을 수 없었죠. 그래서 진실을 찾았어요. 아닌 가요?”홍엽이 작은 소리로, “태자비 마마, 전 이 화제로 얘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어떤 건 그저 가슴속에만 묻어두고 건드려서는 안되는 거예요.”“좋아요, 원숭이 일은 얘기하지 않기로 해요. 한 마디만 묻겠는데 제 외모가 당신의 어머니와 매우 닮았나요?”홍엽이 원경릉을 보는 눈빛이 약간 어두워지며, “눈매나 이목구비는 약간 닮았지만 아주 닮았다고 할 수는 없군요.”원경릉은 홍엽에게 자신의 어머니와 똑같은 모습이 지금 이 모습이 아니라 현대의 원경릉 모습이란 걸 말하지 않았다. “원숭이가 당신에게 있어서는 특별한 의미였을 수 있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나도 그래요. 그러니 공자가 얘기하고 싶을 때 언제든 절 찾아 주세요.”홍엽이 찻잔을 보고 은은하게, “원숭이가 저를 구했어요. 원숭이가 아니었으면 전 벌써 늑대골에서 죽었겠죠. 저랑 501일을 같이 지냈어요. 죽기 전에 박사님하고 한 마디 했죠.”원경릉은 홍엽을 보며 마음이 무거웠다. “죽었나요? 정말 죽었나요?”바꿔 말해 만약 현대의 몸이 버티지 못하면 그녀도 죽을 수 있다는 말이다.“할 수만 있다면 온 세상과 원숭이를 기꺼이 바꿀 겁니다.” 홍엽의 목소리에 형언할 수 없는 슬픔이 묻어났다.홍엽이 일어나 예를 취하고, “정성스런 대접 감사했습니다. 그럼 물러갑니다!”원경릉이 당황해서 홍엽을 보고 미묘한 감정이 들어, “공자, 알려줄 수 있나요, 북당에 어떤 목적으로 왔는지?”홍엽이 뒤를 돌아보며 잠시 침묵하다가, “몰라요, 그냥 오고 싶었고, 누굴 좀 만나고 싶어서.”“북당의 강산 때문인 건 아니죠?”“피곤하군요, 그럴 가치가 없어요!” 홍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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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905화

부창부수“그건 모르는 거지, 어쩌면 앞으로 내가 막 나가는 행동을 하면 당신이 그자랑 나를 비교해 보고 그자가 낫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 우문호가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내심 원경릉의 반응에 신경이 쓰였다.“홍엽은 정말 날 좋아하는 게 아니야. 단지 자신에게 남은 온기와 내가 상당히 비슷하니까 나한테 접근하는 것 뿐이야. 어린 자아를 치유하고 있는 거지.”“응?” 우문호는 순간 이해가 되지 않았다.“홍엽의 어머니와 내가 닮았고, 난 또 원숭이의 전 주인이었는데. 마침 어머니와 원숭이는 모두 홍엽이 가장 친근하게 여겼던 사이야, 그래서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거야.”우문호가 생각해보더니, “네 말에 일리가 있긴 하지만, 그자가 경호에서 나한테 한 말은 2년 뒤에 널 빼앗아 손에 넣겠다는 야심이라고.”“홍엽은 사실 자기가 뭘 해야 하는지 몰라, 자기에게 그런 얘기를 한 건 어쩌면 자기를 도발하기 위해서 였을지도 몰라. 아니면 그러고 싶은 건가 스스로 시험해 보는 거든지, 방금 얘기하다가 홍엽이 지금 마음속으로 방황하고 있다는 걸 알아챘어. 원래는 복수란 목적이 있었지. 하지만 복수 뒤에 갑자기 뭘 해야 할지 모르게 됐어. 허전하고 허무하고. 왜냐면 복수가 생각처럼 그렇게 기쁘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홍엽은 원숭이가 묘사한 그 세계를 한없이 동경하는 거지. 어쩌면 자신의 목적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 만약 그 목적에 도달하지 못하면 방향을 바꿔 북당을 노리고 야심을 품을 거야. 홍엽은 일을 해내는 것으로 자신을 증명하려고 해. 목적이 있고 방향이 있어야 살아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우문호가 혀를 내두르며, “당신이 그자도 아닌데 어떻게 그렇게 생각하는지 알아?”원경릉이 웃으며, “심리학을 복수 전공했거든, 대화와 표정을 통해 대략적으로 상대방의 심층심리를 짐작할 수 있어.”“그럼 내가 지금 무슨 생각하는 지 말해봐?”원경릉이 우문호에게 차를 건네 주며, “홍엽을 경성에서 쫓아내고 싶다고 생각해.”우문호가 차를 받아 들고 구시렁거리며, “맞아,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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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906화

갈데까지 간 주명양과 우문군우문호는 정말 두 손 두 발 다 들고, “이 둘은…… 진짜 그 나물에 그 밥이야. 둘이 똑같이 썩었어!”“이 일을 제가 반박하면 그 사람들 같은 수준이 되는 거잖아요? 그렇다고 반박을 안 하면 파리를 삼킨 것처럼 괴롭다고요.” 제왕이 툴툴거렸다.“그 인간들 신경 쓰지 마, 앞으로 찾아오면 문 닫아 걸면 그만이야.” 우문호도 그들 부부는 건드리면 안되고 피하는 게 상책이라고 생각한다.“신경을 안 쓸 수가 없는 게, 내내 저렇게 황실의 명예를 땅에 처박는다고요.” 제왕이 눈살을 찌푸리며, “형, 그 사람들 잠잠하게 할 사람 어디 없어요? 이렇게 작은 일로 주재상을 번거롭게 할 수는 없겠죠?”“막 나가는 여자 상대라……” 우문호가 생각하더니, “딱 한 명 적합한 사람이 있긴 한데 말이야.”“누구요?” “네 여섯째 형수!”제왕이 아!하더니, “맞아요, 막 나가기로 치면 형수님 적수가 없죠. 그리고 이 일은 우리가 가서 따지면 제 얼굴에 침뱉기지만 형수님은 그럴 리 없죠.” 이 일은 미색에게 얘기하니 미색이 이를 갈며, “솔직히 얼마나 오래 참아왔나 몰라요. 진작에 따끔하게 혼을 내고 싶었는데 이 일은 저에게 맡겨 주세요. 앞으로 분수에 맞게 살게 하죠.”미색이 다음날 아침 일찍 찾아가 대문을 들어서면서부터 욕을 하며 꽝 하고 문을 열어 젖히자, 주명양이 처음엔 거세게 반항하다가 마지막엔 미색에게 낯짝을 들 수도 없을 만큼 욕을 잔뜩 먹었는데 주명양과 주명취의 일을 샅샅이 들춰내서 까발려 원용의의 결백을 밝혔다.미색이 이 일을 마치고 늑대파에 사람을 뽑아 요부인을 살피도록 했는데 이 개 만도 못한 남녀가 감히 분수를 모르고 다른 사람을 건드릴 까봐 서다. 그래서 훼천에게 지켜보도록 하고, 만약 그들이 요부인 집에 접근하는 날엔 밖으로 내쫓아도 일체의 책임은 미색이 지기로 했다.요부인이 훼천을 보고 놀랄 수도 있어서, 훼천은 요부인과 같은 집 안에서 살지 않고 근처 방을 빌려 집에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알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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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907화

우문군과 훼천요부인의 눈동자는 물처럼 맑고 온유하지만 또한 차가워서, “예전의 기왕비는 이미 죽었어요. 지금 저는 그런 바램이 없습니다. 평온한 생활을 하고 싶어요. 첫째 황자님 돌아가시죠. 다시 오실 필요 없습니다. 여기선 아무 희망도 찾지 못하실 걸요?”“너……”우문군은 요부인의 공손하지만 말이 먹히지 않는 강경한 태도를 보고 자기도 모르게 화가 뻗쳐서 때리려고 손을 들어올렸는데 요부인 손에 있던 강아지가 갑자기 우문군에게 달려들어 깨물었다.우문군이 더욱 화가 나서 발로 강아지를 차더니, “개새끼가!”요부인은 강아지가 안타까워서 얼른 달려가 안고 분노를 참지 못하고, “그만 해요, 또 이러면 봐 주지 않을 테니까.”우문군이 시무룩하게, “봐줘? 다섯째한테 가서 고소하지, 와서 도와 달라고. 내가 무서워하나 어디 한 번 보라고.”우문군 뒤에서 스르륵 장검이 나와 우문군의 목에 닿자 차가운 감촉에 몸을 흠칫 떨며, “누구냐?”요부인도 깜짝 놀랐다. 차가운 얼굴에 키가 큰 남자가 언제 들어왔는지도 모르게 들어와 우문군에게 검을 들이댄 것이다.“꺼져!” 훼천이 차갑게 소리치며 검을 거둬들였다.우문군이 홱 고개를 돌려 전혀 안면이 없는 낯선 남자를 보고 의심의 눈초리로 요부인을 보더니 다시 훼천을 보고 순간 알겠다는 눈빛으로 분노를 터트리며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천한 계집 같으니, 감히 남자와 밀통을 해? 간이 아주 배밖으로 나왔구나!”요부인은 빠르고 냉정했으나 여자의 정절을 짓밟는 말에 모욕감이 들면서, “무슨 헛소리예요? 모르는 사람입니다.”“몰라? 모르는 사람이 네 집에 막 들어와?” 우문군이 혈기방장해서 분노가 충천한지라, “말해, 너희들 정을 통한지 얼마나 됐어? 너는 아직 아바마마께서 하사하신 것을 누리는 황실의 아녀자로 감히 이런 비천한 관계를 맺다니 참으로 염치도 없구나.”요부인이 이런 모욕적인 말을 듣고 화가 나서 전신을 부르르 떨며 우문군의 따귀를 때리며, “헛소리라고 했지!”이번엔 우문군이 따귀를 때리려 하자 훼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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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908화

쌍둥이 실종 사건요부인은 한동안 넋이 나간 채로 강아지를 안고 있는데 의자 두 개가 발로 차서 부서진 거 빼고 나머지는 다 정상이다.이 일은 묻어두고 원경릉에게는 언급하지 않은 것이 그녀나 아이들이 걱정할 것이기 때문이다.그리고 초왕부에도 파란만장한 사건이 있었다.원경릉이 최근 경호와 홍엽 일로 골치가 아픈데 경단이가 요즘 자주 삐쳐서 집 나간다고 소동을 부리는 바람에 오원부부는 자연스레 긴장이 빡 돼서 우리 떡들을 데리고 외출했다. 일종의 가족나들이라고 하자.쌍둥이는 아직 작아서 데리고 나가지 못하고 두 상궁과 탕대인에게 맡겨 놓았는데 쌍둥이는 태어날 때부터 조신한 아이들이라 울지도 떼쓰지도 않고 먹으면 자고, 깨면 먹었다. 하여간 쌍둥이들의 길다면 긴 한달 간의 인생에서 먹고 자는 거 빼고 중요한 일이라고는 하나도 없고 기본적으로 손 갈게 없어서 유모는 대부분 젖을 먹이고 애들을 마당으로 데리고 나와 햇볕을 쪼이고 안고 방으로 들어가 재우는 게 일과다.이날도 막 마당에 안고 나왔는데, 호랑이가 마당에서 놀고 있길래 유모들이 살짝 호랑이에 눈길을 주는 사이 작은 침대 위에 놓여 있던 쌍둥이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만 것이다.유모는 상궁들이 안고 갔는 줄 알고 신경 쓰지 않았는데 상궁들이 전에 자주 그랬기 때문으로 짬이 나면 와서 쌍둥이들을 안아주다가 바쁘면 다시 재우곤 했다.하지만 유모가 방에 들어가도 기상궁과 희상궁 둘이 얘기하고 있길래 놀라서, “공자님들 안고 계신 게 아니었나요?”희상궁이 유모를 보고 이상하다는 듯, “아니, 왜? 공자들은?”유모가 그제서야 당황해서, “세상에, 누가 안고 갔지?”“누가 안고 가는지 못 봤다고?” 희상궁이 다급해서 유모의 손을 잡고 밖으로 끌어내더니, “빨리 안 찾고 뭘 해?” 온 초왕부가 공자들을 찾느라 난리가 났다. 초왕부 사람들은 전부 본 적이 없다고 하고 녹주는 유모가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서 마당의 침대에 누이는 걸 보고 일하러 갔다고 했는데 뒤에 누가 접근했는지 몰랐다.희상궁은 손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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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909화

요부인의 불륜“얘들이 어떻게 온 거지? 목여는 어서방에 온 사람이 없었다는데.” 명원제가 의혹의 눈으로 그들 부부를 바라봤다.원경릉이 올 때 이미 변명거리를 생각해 둬서, “제가 안고 왔습니다. 막 입궁했는데 태자가 따라와서 경단이가 집을 나갔다고 하는 바람에 쌍둥이들을 여기에 두고 목여태감이 잠시 봐 줄 거라는 생각에 다급하게 경단이를 찾으러 나갔습니다. 목여태감, 내가 불렀는데 듣지 못했는가?”명원제가 반신반의하며 목여태감을 보자 목여태감이 머리가 혼미한 게 나이가 많기도 하고, 태자비가 왔는데도 모른 것이 무안해서, “아마……그런 것 같습니다.”명원제가 어이없어 하며 원경릉 부부를 내보냈다.부부는 아이를 안고 허둥지둥 나왔다. 원경릉은 쌍둥이도 초능력을 쓸 줄 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고, 우문호는 머리가 터질 거 같은 게 이제 막 한 달 된 아기가 집을 나가다니 이게 사는 건가? 부부는 이 문제를 차마 더는 언급하지 못하고 그저 만두에게 쌍둥이 일을 주진에게 전하라고 만 했다.명원제는 경단이가 집을 나간 일을 떠올리고 손자를 아끼는 마음에, 밤에 황귀비와 상의해서 구실을 만들어 집안잔치를 열자고 했다.집안잔치를 열면 진비가 황귀비 앞에서 간청했던 우문군 부부 입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황귀비가 대단히 곤란한 게 우문군이 아직 첫째 황자지만 황제가 어명 없이는 우문군의 입궁을 허락하지 않는다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비는 울며불며 애원하니 승낙할 수도 없고 안 하면 진비를 뭐라고 위로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저 진비에게 출궁해서 첫째 황자와 하루 만날 것을 폐하께 청해보는 수밖에 없다.진비는 비록 아들이 입궁할 수 없어도 나가서 만나면 소원을 이루는 셈이다.어쨌든 자기가 낳은 아들이니 아무리 큰 잘못을 저질렀다고 해도 오래동안 만나지 못했으니 서서히 용서가 될 수밖에 없다.그리고 진비가 전에는 우문군이 변변치 못하다고 생각했지만 잘못 하나 저질렀다고 어떻게 단정을 지어버릴 수가 있으며 우문군이 지금 이런 지경에 빠진 건 요부인 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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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910화

황실의 불륜녀우문군은 요부인을 극도로 싫어하지만 어렵사리 어마마마를 만났으니 이 일은 중요하지 않으므로 조용히, “어마마마, 아직 개인적인 은자가 좀 있으십니까? 아들에게 좀 빌려주세요.”“왜? 생활도 연명하기 어려운 것이냐?” 진비가 놀라서 묻는데 황제가 그들에게 각박하게 하지 않았다고 했기 때문이다.우문군이 한숨을 쉬며, “어마마마는 모르시겠지만 물가는 치솟고 우리는 매달 그 쥐꼬리만한 은자로 생활 하니 아쉬운 대로 쓰는 것도 부족해서 황자비(皇子妃) 혼수까지 다 내다팔아 지금 우리는 가난하기 그지없어 옷도 헌 옷 뿐이라 새 옷을 지어본 지가 언제 인지 모르겠습니다. 밥을 배불리 먹는 것조차 몇 번이고 생각을 해봐야 하고 이 집에도 원래 시중 드는 사람이 몇 있었는데 월급도 줄 수 없어서 하나 둘 다 내보냈습니다. 어마마마 소자 정말 살기가 힘듭니다.”진비가 듣고 가슴이 미어졌다. 다행히 이번에 출궁할 때 우문군을 도와주려고 장신구 한 상자와 천냥 지폐를 가져와서 그에게 주었다.궁으로 돌아가니 궁에서 집안잔치가 성대하게 열려 일가족이 화기애애하게 가무를 즐기며 귀비까지 나와서 술을 마시고 있다.이 사람들의 영광은 한이 없는데, 자신의 아들은 첫째 황자인데도 불구하고 밖에서 유리 걸식하고 있으니 진비는 속이 터졌다. 황귀비 사람이 와서 잔치에 오라고 권했지만 몸이 불편하다는 핑계로 진비전으로 돌아갔다.황귀비는 분명 진비가 서운할 것을 알고 괜히 쓸데없는 말로 흥을 깨지 않게 안 오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다. 어렵사리 태상황 폐하께서 오늘 기분이 좋으시니까.두 군주는 오늘도 입궁했는데 명원제는 두 손녀를 아껴서 상을 내리고 앞으로 어마마마를 잘 모시라고 몇 번이고 신신당부 했다.이 말이 진비 귀에 들어가서 진비는 더 참을 수가 없어 방명전으로 가서 무릎을 꿇고 울며, “폐하, 손녀에게 상을 내리시니 신첩의 마음도 기쁩니다. 하지만 그 아이들에게 내린 상이 동요의 손에 들어가서는 안 될 것입니다. 동요는 황당무계한 일을 저질러 동거를 하는데,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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