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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왕비의 모든 챕터: 챕터 1881 - 챕터 1890

3181 챕터

제 1881화

트렁크 선물서일은 상자안에 뭐가 있는지 엄청 보고싶지만 태자비의 울 것 같은 표정을 보니 자기가 여기 눌러 앉아있는 건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아 나와서 문을 닫았다.상자는 원경릉만 알고 있는 비밀번호로 잠겨 있는데 555를 누르고 열더니 울다 말고 갑자기 웃는 게 아닌가. 비밀번호를 세팅하던 당시 간단한 걸 생각하다가 5, 3개를 택했는데 자기가 하필 딱 다섯째 황자에게 시집올 줄이야.상자를 여는 순간 원경릉은 다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우문호가 원경릉을 껴안으며 작은 소리로, “울지 마, 그분들이 물건을 보내온 건 좋은 일이니까.”하나하나 꺼내 보니 옷인데 이상야릇하면서도 예쁘다. 그리고 작은 모자도 2개 있고 모자 위에는 귀가 달려서 아래로 쳐진 귀가 너무 귀여운 게 토끼 같다.그리고 안에는 장신구 상자가 몇 개 있어서 우문호가 열어보니 황금 열쇠로 ‘장수평안 부귀영화’ 8글자가 한자로 적혀 있어 알아 볼 수 있었다.“이 병은 뭐야? 입이 달렸어!” 우문호가 젖병 두개를 들고 갸웃거렸다.원경릉이 눈물을 닦으며 복잡한 감정이 휘몰아치는데, “이건 아빠 엄마가 쌍둥이에게 주시는 젖병으로 젖을 먹이는 용도야.”“젖을 먹인다고? 유모가 붙어있는데……어디다 쓰는 거야?” 우문호는 젖병의 용도를 이해하지 못했다.“아니, 양젖을 먹이는 용도야.” 원경릉은 바닥에 휴대폰이 있는 걸 보고 얼른 집었는데 원래 자기가 사용하던 것으로 갤러리를 여니 전에 찍은 사진이 삭제되지 않은 채 남아 있고 새로 찍은 영상도 몇 개 있다.“이건 뭐야?” 우문호가 놀라서 혀를 내두르며, “어? 안에 사람이 있어? 맙소사, 안에 사람이 있어. 마술상자야?”원경릉은 너무나 감격해서 어쩔 줄 모르겠는데, “이건 휴대폰이란 건데 촬영해서 기록해 두는 기능이 있어. 부모님들이 나와 얘기하고 싶을 때 동영상을 촬영하면 내가 그 말을 들을 수 있고 그리고 전화도 할 수 있는 거야. 좀 보자.”두 사람이 나한상에 앉아 동영상을 열어보니 영상이 4개 있고 처음은 아빠 거다. “경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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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882화

소중한 선물들세번째 영상을 열 때 원경릉은 이미 울어서 눈이 퉁퉁 부었다.이번엔 엄마로 원경릉은 엄마 얼굴이 카메라에 비치자 거의 무너질 듯 전신을 떨었다. 엄마가 말도 못하고 눈물부터 흘렸기 때문이다.“경릉아, 잘 지내니……” 목이 메어 말끝이 흐리다. 카메라가 약간 흔들리고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더니 렌즈에 천장에 비치며 가슴이 갈기갈기 찢기는 듯한 울음소리가 들렸다.잠시 후 오빠 얼굴이 나오고 약간 쉰 목소리로, “엄마는 녹화를 못 하겠어, 감정이 제어가 안된다. 다음에 다시 엄마 거 녹화할 게.”원경릉이 울면서 휴대폰 액정을 매만지더니 미친듯이 엉엉 울며, “엄마, 나 잘 지내, 잘 지내고 있어, 엄마 목소리 듣고 싶어, 엄마……”원경릉은 네번째도 엄마 인줄 알고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바로 열었는데 네번째는 주진이었다.주진은 동그란 테 안경을 쓰고 연구소에 있는데 먼저 자기를 찍고 다음에 컴퓨터의 어마어마한 데이터를 비추며 옆에서, “이건 최근 선배의 대뇌 활동 정도를 모니터링한 데이터로 뉴런은 여전히 방전되어 있고 필름상 선배의 대뇌 활동 영역을 볼 수 있어요. 선배가 이미 쌍둥이를 낳았다고 경단이가 말해 주더군요. 그래서 필름에서 뇌세포 활동 정도가 낮아지는 건 아이를 낳은 뒤라서 그런 것이 틀림없어요. 아이를 낳고 선배의 일부 뇌세포는 천천히 정상적인 노쇠와 사망을 보이지만 노쇠와 사망이후 새로운 세포가 생장하고 있어 평균 수를 유지 하고 있으므로 현재 당분간 위험은 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약품 연구가 아직 성공하지 못했어요. 어디가 문제인지 모르겠는데 이 데이터 보이나요? 아니면 나중에 하나하나 찍어서 보여드릴 게요. 하지만 사진이 많을 거라 휴대폰 배터리가 사진을 다 볼때까지 있을지 모르겠네요. 만약 인쇄할 수 있으면 큰 트렁크 몇개에도 다 못 담을 분량으로 쉽게 보내기도 그래요. 만약 선배가 못 받고 세상에 알려지면 아무래도. 만약 이번 걸 잘 받을 수 있으면 다음엔 다시 데이터를 보낼 게요. 경호를 퀵 배송으로 써서 비록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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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883화

뭐가 제일 좋아?그리고 원경릉이 가장 놀랍고 기뻤던 건 빗 위에 사람이 둘 조각되어 있었는데 얼굴만 있고 아주 정교하게 조각한 건 아니라 좀 아마추어 스럽지만 세밀해서 하나는 남자 하나는 여자인 걸 알아볼 수 있다. 얼굴 두개가 나란히 있는데 왼쪽에는 오(五)자, 오른쪽에는 원(元)이 써 있다. 합쳐서 읽으면 오원이다.그러니까 이 머리는 하나는 원경릉이고 하나는 다섯째 황자, 즉 우문호다.이 ‘천부적인 솜씨’의 조각과 참신함 이라고는 눈 씻고 봐도 없는 글자에 원경릉은 피식 웃음이 나왔다, “만질 때 편한 게 재료가 좋네. 마음에 들어.”우문호도 자기가 조잡하다는 걸 알아서 방금 집은 펜던트를 박달나무 빗 작은 구멍에 끼우고 펜던트를 늘어뜨리자 술이 늘어지며 그래도 정교하고 우아해 보인다. 당연히 제일 큰 공로는 옥 펜던트와 박달나무라는 재료지만 조각을 빼놓으면 섭섭하다.이런 세심함에 원경릉이 감동했지만, “빗은 왜 주는 건데?” “혼인할 때 빗으로 머리를 빗기면서 상서롭고 길하다고 하잖아? 이 빗은 오래오래 쓸 수 있어서 우리가 백발이 되도록 쓸 거야. 민간에서는 그런 의도인 거 같던데 나도 잘 모르고 기상궁에게 이런 조각에 대해 물어보니 만아가 사식이에게도 조각을 선물했다며. 좋은 뜻이라고.”우문호는 자신이 생각해도 좀 초라한 지 다른 사람들은 전부 보석을 한 무더기 씩 가져다 바치던데, 결국 말투가 상당히 겸연쩍어 졌다.“난 좋아!” 원경릉이 빗으로 머리를 빗는데 정말 손에 착 붙는게 아담하고 잘 빗긴다.우문호가 안도하며 웃더니 갑자기 다시 긴장하며, “그 오원, 시나 뭐 멋진 문장으로 바꿀까? 좀 있어보는 말로?”“싫어!” 원경릉도 따라 웃으며, “이게 너무 좋아, 딱 우문호스러워.”진부한 시나 문장 나부랭이가 있었으면 오히려 촌스러웠을 것이다.“정말 좋아?” 우문호가 안심이 안 되는 게 솔직히 뭐 대단한 건 아니잖아.“좋아, 진짜 마음에 들어. 의미있잖아. 자기가 마음 쓴 게 보이고 금은 보석을 주는 것보다 훨씬 좋아.” 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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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884화

현대에 보내는 동영상우문호가 한참 있다가 힘없이, “빗은 다 내가 만든 거야. 얼굴만 조각한 게 아니라.”원경릉이 우문호에게 뽀뽀하며, “감사인사는 이거면 될까?”우문호가 눈에 불이 번쩍이면서, “애들도 만 한달이 지났고 우리 교류를 한걸음 더 깊이 진행해 볼까.”원경릉이 우문호를 밀치며, “난 동영상 한번 더 봐야 하고 자기도 할 말 생각해 놔. 장인 어른께 할 말 내가 찍어서 그분들께 보낼 게.”“어?” 우문호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소위 휴대폰이 어떤 것인지 거의 이해를 못한 관계로 사람이 어떻게 들어간다는 거지? 그리고 안에서 얘기를 할 수 있다니, “내가 장인어른께 무슨 얘기를? 난 우는 거 못하는데.”“누가 울래?” 원경릉이 뾰로통하게 우문호를 째려보며, “자기 지금 서일 닮아가는 거야? 어째 갈수록 멍청해 지는 건데?”“하지만 안 울면 존중하지 않는 것 같잖아. 그리워하는 것 같지 않고.”“몇 마디 녹화해서 그분들께 자기 모습 보여드리고 자기 목소리 들려드리는 거지. 무슨 얘기를 하든 자기가 알아서 하면 돼, 울 필요 없어.” 우문호가 뭘 그리워해? 그분들을 알지도 못하는데. 그리고 바로 그 점이 원경릉을 아프게 했다. 우문호를 위해 아이를 다섯이나 낳았는데 우문호는 장인 장모를 알지도 못한다.다음날 원경릉은 휴대폰을 들고 할머니에게 가서 서로 소식을 주고받는 결과를 보여드리자 할머니가 아주 만족하시며, “잘됐구나, 다행히 걔들에게 사위를 보여줄 수 있게 됐어.”첫 영상으로 원경릉은 일단 할머니를 찍었는데 할머니는 말씀이 많지 않고 그쪽에 대해선 안심하고 있어서 몇 마디 염려의 말씀만 하셨다.우리 떡들을 찍는데 그게 아주 난리법석이라 장난감이란 장난감은 다 꺼내고 눈 늑대를 안고 타고 움켜쥐고 모든 자세를 다 한번씩 찍고 30분을 찍고도 그만 하기 싫어했다.마지막으로 세 아이가 나란히 카메라를 보고 웃고, 걔들 앞에 각자의 눈 늑대가 엎드려 있었다.우리 떡들 영상을 다 찍고 두 분의 ‘침착맨’을 찍으러 갔다.‘침착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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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885화

우문호의 첫 동영상“아냐, 이 흉터는 너무 험악하게 보여.” 우문호는 타협하지 않는 게 첫 촬영이라 완벽해야 했다. “장인 어른께서 날 흉악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는 거 싫어. 내가 아내를 때릴지는 않을까 의심하실 거야.”“그래, 자기 천천히 준비해.” 원경릉은 어이가 없어서 웃음만 나왔다.거울 앞에 선 우문호는 비녀를 바꿨다가 관을 바꿔 썼다가 또 일어나더니 옷이 어울리나 보고 전부 딱히 만족스러운 것 같지 않다.“내가 그랬잖아. 옷을 몇 벌 더 만들었어야 했다니까.” 우문호가 볼멘 소리로 말했다.“알았어, 나중에 재봉사를 불러서 만들라고 할 게.” 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이 옷은 작년 건데 좀 초라하지 않아? 조복을 입는 게 낫지 않을까? 맞다. 전투복은 어때? 좀 위풍당당해 보이고.” “다 좋아, 자기가 좋으면 뭐든.” 원경릉은 반쯤 나한상에 누워서 조용히 우문호가 치장을 마치길 기다렸다. 우문호에게 시집오고 몇 년간 우문호가 이렇게 외모와 치장에 신경 쓰는 걸 본 적이 없다. 처가를 중시하는 게 좋다. 장인 장모에게 보이는 첫 인상을 얼마나 중요시하는 지 알 수 있다.우문호는 정말 정성을 다해서 조복을 입었다가 전투복으로 갈아입었다가 눈썹이 너무 진하네 너무 무서워 보인다고 조금 깎아내다가 너무 깎아서 새로 상처를 한 줄 더 냈다.원경릉이 낮잠에서 깰 때가 돼서 겨우 우문호가 준비를 마쳤다.원경릉은 게슴츠레한 눈을 뜨고 우문호의 송충이 눈썹을 보고, “이 눈썹……”우문호가 듣자마자 긴장하더니, “이상해? 다시 그릴 게.”“아니!” 원경릉이 일어나 손으로 만지자 손가락에 눈썹먹이 묻어났다. ‘맙소사, 어떻게 그린 거야? 색을 얼마나 심하게 뺀 거야, 물 탔나?’하지만 멋진 것에 놀란 척, “멋있어, 어떻게 그린 거야? 어떻게 이렇게 잘 그렸지.”“정말?” 우문호가 그제서야 안심하고, “원래 내 눈썹이 그렇게 진하다고 생각 안 했는데 방금 자세히 뚫어지게 보니까 꽤 이상한 거야. 이렇게 하니까 훨씬 나은 거 같아.”바르게 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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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886화

선물의 행방원경릉이 우문호에게 기대 렌즈를 바라보며 굳은 눈빛으로, “그러실 게 틀림없어, 자기는 사람에게 사랑받는 타입인 걸 확신해.”“사실 많은 얘기를 준비했거든. 그분들께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몸 건강하시고 우리 때문에 걱정하지 마시라고. 내가 당신을 잘 돌볼 테니까 평생 헤어지지 않고 첩도 들이지 않고 당신 마음을 아프게 하지도 않고…… 엄청 많아. 그런데 이런 말은 안 나오더라.” 우문호가 원경릉의 손을 잡고 원경릉을 응시하며, “당신이 그분들 마음속으로 그리워하는 거 알아, 가끔 밤에 꿈도 꾸고 울면서 엄마 아빠를 부르다가 일어나서는 괜찮은 척 할 때 내 마음이 얼마나 아픈지 몰라. 그런데 도와줄 수가 없어. 어디서 그분들이 오실 수 있도록 할지 모르니까.”원경릉 눈가가 촉촉해 지며, “응.”“우리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경호에서 물건을 보내올 수 있다는 건 사람을 보낼 수도 있을 거야. 반드시 다시 만날 수 있어. 큰 처남이 한 말 듣고 나도 어찌나 마음이 찢어지는지 그분들 만나길 간절히 바래.”“응, 실험을 백 번 하고 의외의 일이 생기지 않으면 사람을 보내는 시도를 할 수 있어. 그렇지 않으면 일단 문제가 생겼을 때 돌이킬 수 없으니까.” 원경릉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원경릉은 조용히 우문호에게 기대서 고요하게 렌즈를 보며 소리 나지 않게, ‘아빠, 엄마, 바로 이 남자예요.’원경릉은 다음날 우문호가 나가고 자기 방에서 영상을 길게 찍고 휴대폰을 잘 싸서 트렁크 아래에 넣은 뒤 여러 물건을 넣었는데 대부분 서화나 골동품 그리고 이 시대에 비교적 재미난 물건들, 또 오빠에게 주는 먹을 쌌는데 오빠는 서예를 좋아한다.트렁크는 서일이 직접 경호에 가지고 갔고 저녁에 만두가 먼저 몸을 차지한 뒤 엄마가 영상을 녹화해서 보냈다고 알려서 오빠가 다음날 가지러 갔는데 연달아 며칠을 갔지만 받지 못했다.만두가 이 사실을 원경릉에게 알리니 원경릉이 난감해서 서일에게 놓은 시간을 물어보니 오시(11시~1시) 약간 지나서라고 했고 경호는 지금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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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887화

비취로 만든 빗“빗이 이렇게 많이 뭐하게? 그리고 이렇게 좋은 옥으로 만든 빗을 아까워서 머리를 어떻게 빗어?” 우문호가 보낸 선물이니 기쁘다고 말은 하지만 이런 옥을 사려면 돈이 상당히 들었을 텐데 겉치레에 낭비다.사식이가 웃으며, “모르시네요, 태자 전하께서 빗을 선물하신 일이 밖에 전해져서 다들 모방하고 난리예요. 어쩌면 태자 전하께서 그걸 보시고 다시 귀한 빗을 보내신 거 같은데 왜 직접 안 주시죠? 괜히 뭔가 있는 척하시면서.”“그래?” 원경릉은 그런 줄 정말 몰랐다.“그럼요!” 만아도 다가와서 웃으며, “쌍둥이를 낳으시고 초왕부에서 버리는 휴지까지 사람들이 주워 가요. 좋은 운이 붙는다고. 마마와 태자 전하께서 사랑하는 것도 전부 얘기가 돼서 서로 앞다투어 따라하는 걸요.” 원경릉이 어이가 없어 웃음만 나오는데 자신과 우문호의 생활을 들여다보면 흥미 있는 구석이 어디 있어? 쇠털같이 허구한 날 지지부진한 일상 뿐이다.하지만 그게 또 생활의 본질 아니겠어?느지막하게 우문호가 돌아오자, 원경릉은 빗을 얼굴 앞에 들이밀었다.우문호가 옷을 벗으며 한쪽에 있는 비취 빗을 보더니 입을 삐죽거리며, “왜? 내가 준 그거는 싫어?”원경릉이 손을 들어올리며, “싫은 게 아니라, 난 자기가 처음 보내준 그게 좋아. 다시 하나 더 만드느라 돈 쓸 필요 없어. 이게 얼마짜리 옥이야? 싸지 않을 텐데.”우문호가 들고 보더니, “딱 봐도 싼 거 아냐, 이런 투명하게 빛나는 건 천 냥은 나가지?”원경릉이 가슴이 아픈데, “은자 천냥으로 고작 빗 하나 만든 거야? 아이고 세상에!”“내가?” 우문호가 어리둥절해 하며, “이거 내가 만든 거 아냐. 누가 당신한테 준 거야?”“자기가 준 거 아냐?” 원경릉이 당황했다.우문호가 답답하다는 듯, “내가 이런 돈이 어디 있어? 그 박달나무도 다른 사람에게 달라고 해서 한 건데 이런 옥을 내가 어디서 구해?”우문호는 비취 빗을 들여다 보니 위에 글자가 없고 오히려 빗살 하나에 정교한 조각이 하나 있는게 아주 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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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888화

손왕과 홍엽다음날 우문호는 대주의 진정정에게 서신을 받았는데 서신에 그 일의 전후 관계가 소상하게 쓰여있었다.이번 전쟁에서 대주는 마치 신의 가호를 받고 있는 듯 파죽지세로 독고를 몰아붙였는데, 바로 홍엽이 독고의 심복 중 일부를 배신하게 만들어 대주 황제에게 계속 군사정보를 제공했기 때문이다.그리고 홍엽이 대주를 도우면서 관직이나 녹봉을 요구하지 않고, 조정에 출사도 하지 않고 정치에 간여하지 않으며, 봉호조차 없는 그저 홍엽 군왕이라는 명목상의 신분만을 요구했다. 대주 황제는 당연히 홍엽의 청을 허락했다.이와 같은 사실은 진정정 등이 전쟁 중에 몰랐던 일로 전쟁이 끝난 이제서야 조정에 공개되었다.진정정은 서신 말미에 홍엽을 잘 대비하라고 했다. 이자는 속을 알 수 없고 목적이 불명확해서 그가 뭘 해서 뭘 얻으려고 하는지 아무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우문호와 주재상, 냉정언 등이 모여 홍엽에 대해 분석했다. 만약 홍엽이 대권을 차지하기 위해서 였다면 그자의 힘으로 선비를 거머쥘 수 있었다. 그러나 숙나라를 멸망시킨 후 훌쩍 떠나버린 게 마치 철저하게 아버지 독고가 죽어 시체조차 묻지 못하게 만드는 게 목적이었을 뿐으로 보인다.얼핏 복수처럼 보이지만 만약 최종 목적이 독고의 죽음이었으면 더 빠른 방법을 취했을 것이다. 홍엽은 이미 독고의 신임을 얻었던 상태로 직접 독고를 자극하던지 굳이 이렇게 큰 전쟁을 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도 전쟁까지 일으켜 힘과 정력을 낭비해, 오직 독고의 머리를 얻는 게 전부라면 말이 안된다.하지만 군사정권의 대권을 노리지도 다른 나라를 침략하지도 않았다. 선비의 대권을 취하지 않고 산뜻하게 떠나 대주의 일개 실권도 없는 군왕 자리나 구하다니 속내가 뭘 까? 그리고 그 자리를 원했으면서 대주가 아니라 북당에 오는 건 도대체 무슨 목적인지 알 길이 없다.원래 7국 전체에 가장 신비한 사람이 늑대파 문주였는데 지금은 신분이 공개되어 더이상 신비롭지 않게 되자 이제 신비한 사람은 홍엽이 되었다.홍엽은 정말 수수께끼 인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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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889화

소홍천과 침착맨홍엽의 이런 여우 짓에 충분히 경계할 만큼 손왕은 이제 일이 손에 익어서 많이 마시지 않고 맑은 정신을 유지했다.저녁 연회가 끝나고 손왕은 바로 초왕부로 가서 우문호와 이야기를 나누었다.“사람이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라고? 그래서 그 한 사람을 위해서 왔다?” 우문호가 눈을 가늘게 뜨더니 화가 이글이글 타올랐다. 이 말을 듣고 가장 짜증 나는 건 저 그리움의 대상이 원 선생일 것 같기 때문이다.같은 게 아니라 바로 그거지만.“홍엽을 누가 알아? 어쨌든 조심해서 나쁠 거 없지. 이미 사람을 붙여 놨으니 그자가 나가면 따라갈 거야.”우문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형이 수고하네요.”하지만 홍엽을 바짝 뒤따르는 건 홍려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홍엽은 손왕 사람 따돌리는 정도는 식은 죽 먹기다.다음날 우문호는 소홍천을 오라고 해서 일을 몇 가지 맡겼는데 그 중에 홍엽을 감시하는 것도 포함돼 있었다.소홍천이 간 뒤 탕양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전하, 아직도 이렇게 중요한 일을 소문주께 맡기십니까?”소홍천의 약혼자 임소가 경성에 있어 두 사람이 같은 지붕 아래 살고 있고, 소홍천이 임소에게는 감추는 게 없는데 그런 그녀에게 홍엽 감시를 맡기다니 효과가 있을 것 같지 않다.“다른 사람에게도 감시 시켰어, 소홍천 쪽은 계속 중용해야 해. 적어도 지금은 반드시 그래야 하고, 앞으로 나도 생각이 있어.”소홍천이 일을 잘하므로 지금 이런 능력 있는 조수를 잃을 수는 없다. 그래서 임소가 믿을 수 있는지 여부을 확인하지 않을 수 없고 따라서 작은 함정을 팔 수밖에 없다.쌍둥이는 빠르게 자랐다.그들이 빨리 자랐다는 말은 조금도 과장이 아닌 것이, 먹고 뚱뚱해 졌기 때문이다.뚱뚱함의 지존은 십황자였으나 이런 상태로 가면 쌍둥이가 절대적으로 열째 작은 아버지를 넘어설 것이다.두 침착맨은 울고 떼를 쓰는 일도 없고 먹으면 자고 깨면 계속 먹고, 일어나서도 눈도 굴리지 않고 한곳을 바라보는 게 눈동자 굴리는 것도 귀찮아서 같다.외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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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890화

원경릉을 찾아온 홍엽홍엽이 명함첩을 보내 태자 부부를 방문하겠다고 했다.하필 명함첩이 온 날 우문호는 군영에 가서 다음날 돌아오는지라, 원경릉이 명함첩을 보고 거절했다. 최근 마음이 초조하고 복잡해 죽겠는데 홍엽을 상대할 여유가 있을 리 없잖아?당연히 쫓아낼 생각이었는데, 홍엽은 거절의 의미를 모른다는 듯 시녀 못난이를 데리고 선물까지 잔뜩 들고 바로 초왕부로 왔다.소위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선물까지 들고 방문한데다 상대방이 대주의 군왕인지라 원경릉이 하는 수 없이 나와서 인사를 해야 했다.원경릉이 막 본관으로 들어가자 우문호가 본관 의자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책을 보고 있다. 홍엽은 보이지 않자 원경릉이 웃으며, “내일 돌아온다고 하지 않았어? 어떻게……”그 사람이 고개를 드는데 원경릉이 바로 말을 멈추고 믿을 수 없다는 듯 쳐다봤다.우문호가 아니라 홍엽이다.홍엽은 어두운 구름무늬 새하얀 비단 옷을 입고 흰 신을 신고 머리 관 위에 구름 비녀를 꽂은 데다 귀에서 눈썹까지 엷은 흉터가 나 있다.이 옷, 이 신발 또 이 구름 비녀 전부 우문호 것과 같은 것으로 그 흉터까지…… 원경릉은 홍엽의 이 모습을 보고 불편하다 못해 화가 났다.“태자비 마마, 별고 없으셨습니까?” 홍엽이 웃으며 책을 덮고 원경릉을 바라봤다.원경릉이 천천히 걸어 들어가 홍엽의 얼굴을 훑어보고, “홍엽 공자께서 붉은 옷을 입지 않으시니 못 알아보겠습니다.”“이거 괜찮습니까?” 홍엽이 여전히 따스한 눈빛이다.원경릉이 문득 한가지 사실이 생각났다. “당신이 주명양과……”홍엽이 웃으며 고개를 흔들고, “아뇨, 불가능합니다!”좁고 긴 여우 눈을 하고 의미심장하게 원경릉을 바라봤다.원경릉은 이런 식으로 주목받는 게 불편한 것이, 위선으로 가득한 눈빛이자 일부러 다른 사람의 마음을 졸이게 만드는 눈빛이라서 그렇다.원경릉은 홍엽의 마음 속에 자신에 대한 호감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에 대한 호감의 말을 하는 순간조차도 더할 나위 없이 위선적이기 때문이다.“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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