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Chapter 721 - Chapter 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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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1장

강연연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 그녀는 진함의 말이 빈말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예전에 그녀가 잘못을 저지를 때면 진함은 적어도 화를 냈지만, 이번에 진함이 그녀를 감옥에서 빼내 줬을 땐 처음부터 끝까지 오히려 태연한 모습이었다. 온연도 진함의 딸이지만 당시에 버림받지 않았는가? 진함은 그만큼 냉혈한이었다…  그녀는 드디어 두려움을 느끼고 조심스럽게 진함의 옷깃을 잡았다. “엄마…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제가 앞으로 말 잘 들을게요. 그러니까… 정침오빠한테 아빠 좀 풀어 달라고 부탁해주면 안돼요? 아빠도 결국 저를 위해서 감옥에 간 거잖아요, 그러니까 제발요…”  진함은 강균성을 생각해도 더 이상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았다. “내가 너를 구해준 것 만으로도 이미 큰 일을 한 건데, 네 아빠까지 구해줘야 하니? 넌 감옥이 다 네 맘대로 되는 줄 알아? 난 네 아빠를 풀어줄 만큼 바보야 아니야. 너 같은 흡혈귀는 하나로 충분해. 앞으로 편하게 살고 싶으면 내 말 듣고 해외로 나가서 공부해. 근데 내 말을 어기려는 순간 더 멀리 보내버릴 거야.”  강연연은 닭처럼 고개를 조아렸다. “네… 엄마 말 대로 할 게요, 공부도 열심히 하고요… 대신…가기전에 정침이 오빠 한번만 만나고 가면 안될까요?”  진함은 고민도 안 하고 대답했다. “안돼! 걔는 온연의 남자야, 만나는 것은 물론 떠올리지도 마! 건들면 안 되는 건 건들지 말고, 못 갖는 사람에 대한 욕망을 버려. 차에 타고 얼른 집에 가!”  차창 너머로 강연연은 미련이 남은 눈빛으로 목가네 그룹 건물을 바라봤고, 그녀는 마음속으로 그리워하던 사람이 바로 앞에 있었지만 이제 두 사람은 완전히 다른 세계에 살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앞으로 진함의 착한 딸이 되지 않는다면 다시는 목정침을 볼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착한 딸로 산다면, 착한… 동생이 될 수도 있었다!  예가네 저택.   예군작은 핸드폰 화면을 보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는 차단 당한 일을 당연히 알았고, 진몽요가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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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2장

......  새해 첫 날, 진몽요는 고민이 많아졌다. 원래대로라면 3일의 휴일동안 그녀는 경소경과 함께 경가네 공관에 가야하는 게 맞지만 경소경의 태도를 봐서는 안 갈 게 뻔했다. 새해 첫 날은 물론 설날에도 안 갈 것 같았다.   그녀는 일찍 일어나서 온연에게 도움을 청했다. “연아, 나 지금 어떡해야 되지? 새해 첫 날이라 경가네 공관에 가서 어머니도 보고 그러고 싶은데, 경소경씨가 일부러 죽은 척하면서 침대에서 일어날 생각을 안 해. 짜증나 죽겠어. 그 사람이 시부모님이랑 싸워도 나는 다르잖아. 내가 안 가면 좀 그럴 거 같은데 혼자 가기에도 좀 그래.”  이 일은 온연도 방법을 몰랐다. “네가 잘 설득을 하던지, 아니면 혼자 어색함을 무릅쓰고 경가네 공관에 가던지.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 어차피 나한테는 그런 일이 안 생기니까~ 네가 전화 온 김에 나도 할머니한테 안부전화 드려야겠다. 경소경이랑 잘 얘기하고 네가 판단해봐.”  진몽요는 짜증을 참고 전화를 끊었고, 침대로 걸어가 이불을 걷었다. “경소경씨, 일어나요. 오늘 새해잖아요. 그쪽 어머니랑 우리 엄마한테 인사는 하러 가야죠?”  경소경은 잠이 덜 깬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당신 어머니 보러 가는 건 되는데 우리 엄마는 그냥 넘어가죠.”  그가 이렇게 말할 줄 알았던 그녀는 그의 허리를 꼬집었다. “당신 어머니잖아요! 친 엄마라고요! 그래도 한번 뵈러 가야 되는 거 아니에요? 평생 안 만날 거예요? 아버님이랑 사이 안 좋다고 해서 어머님까지 안 볼 셈이에요? 얼른 일어나요, 어머니 댁 가서 점심 먹고 저녁에 우리 엄마 보러 가요. 그리고 남은 이틀 잘 쉬면 되잖아요. 딱 이 정도 부탁만 들어줘요. 아니면 계속 괴롭힐 거예요.”  경소경은 타협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말했어요, 나 우리 엄마 집 절대 안 가요. 강요하지 말아요. 다른 건 다 당신 마음대로 해도 되는데 이건 안돼요.”  진몽요는 결국 포기했다. 이럴 때 경소경은 돌처럼 완강해서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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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3장

아래층. 온연은 고민하다가 진함의 번호를 찾았고, 목정침의 말을 들은 그녀의 마음은 살짝 흔들렸다. 할머니와 재회를 하고 나서 다시 한번 가족의 정을 느꼈고, 그래서인지 그녀도 더 이상 진함의 대한 미움이 크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짧은 메시지를 보냈다.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진함은 문자를 받았을 때 기분이 좋아서 답장을 하고 다시 하던 일을 마저 했다. 그 일은 강연연의 짐을 싸주는 것. 오늘은 강연연의 출국 날이었고, 모든 건 다 준비가 되어 있었다.  밖으로 나가기 전 강연연은 마지막으로 발버둥쳤다. “엄마… 저 졸업하기 전에 진짜 못 돌아오는 거예요? 저 진짜 가는데… 그래도 정침이 오빠 못 보고 가게 하실 거예요? 온연 보러 가는 셈치고 제가 멀리서 잠깐만 정침이 오빠 보고가면 안될까요?”  진함의 표정이 굳었다. “내가 전에 분명히 말했지 안된다고. 나도 온연을 보러 가지 않을 거고, 그러니 너도 목정침을 볼 일 없어.” 이 부분에서 그녀의 태도는 완강했다. 온연은 지금 임신중이니 절대 강연연이 가까이 가게 할 수 없었다.  강연연은 입술을 깨물었다. “알겠어요… 외국 가서 꼭 공부 열심히 하고 엄마한테 인정받을 거예요. 그리고… 온연의 용서도 받을게요. 어쨌든 저희 다 한 가족이고 제 언니잖아요. 그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고요. 제가 걔를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엄마를 잃고 싶지 않아요.”  강연연의 입에서 이런 말을 처음들은 진함은 마음이 약해졌다. “네가 이렇게 생각하는 게 제일 좋은 거야. 온연은 지금 임신하고 있으니 네가 최대한 멀리해야 해. 나중에 아이를 낳으면 네가 돌아오는 거 생각해 볼 게. 너가 걔를 언니로 인정할 수 있어도 걔가 너를 동생으로 인정할지는 모르잖아. 그리고 목정침은 네 형부니까 다른 생각 하지 마. 네가 말만 잘 들으면 앞으로 좋은 날들만 있을 거야. 내가 장담해.”  강연연은 그저 웃으며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의 인생에서 원하던 걸 영원히 얻지 못하게 생겼는데 어떻게 좋은 날들이 있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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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4장

경소경은 어쩔 수 없었다. “여보세요?”  이어 이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아직도 안 오세요?”   이 질문에 진몽요는 어리둥절했다. 설마 두 사람이 몰래 만나기로 약속을 잡은 건가? 그녀는 경소경의 팔을 세게 꼬집었고, 경소경은 아픔을 참으며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어디를? 너 지금 무슨 얘기하는 거야?”  이순은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공관이요, 저 어머님 아버님 뵈러 지금 여기 와 있거든요. 오늘 올 줄 알았는데, 왜 아직 안 오셨어요?”  경소경의 표정을 일그러졌다. “네가 거길 왜 가?”  이순은 전화 너머 하람이랑 대화를 했고, 들어보니 꽤나 친해 보였다. “안 온지 오래 됐잖아요, 예전에 어머님이 저한테 잘해 주시기도 했고, 그래서 뵈러 왔어요. 안 오실 거예요?”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난 안 가. 나 지금 몽요씨랑 그쪽 어머님 뵈러 갈 거야. 별 일 아니면 끊는다.”  그는 이순이 대답할 시간도 안 주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진몽요는 화를 삭이지 못했다. “얘 지금 나랑 해보자는 거예요? 꼭 자기가 경가네 며느리라도 된 거처럼. 진짜 며느리인 나도 새해날 안 찾아뵀는데, 걔는 가다니, 이게 다 당신 때문이에요! 경소경씨, 연락 안 한다면서 이게 연락 안 하는 거예요? 아주 그냥 당신 가족 전체를 다 휘두르고 있는데, 당신은 애를 집까지 데려 갔었어요? 이 나쁜 자식!”  경소경은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그건 예전이에요. 걔는 고아였고 우리 엄마도 다 불쌍해서 그런 거라고요. 그래서 설날에 두 번 데려간 거 빼고는 간 적 없어요. 나중에 연락 안 하게 되고 나서도 우리 엄마는 얘라는 사람도 까먹었을 텐데 자기 발로 다시 나타난 거 잖아요? 어차피 우리는 안 갈 거니까 마주칠 일도 없고 그냥 자기 마음대로 하게 냅둬요. 나한테 화내지 말고요. 진짜 숨 막혀요…”  진몽요는 화를 참으며 더 뭐라고 하지 않았다. 더 얘기했다간 자신이 폭발할 것 같았다.  강령네 집으로 가는 길, 경소경은 세심하게 강령에게 줄 선물을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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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5장

진몽요의 표정이 변하자 경소경은 어쩔 수 없이 말했다. “이순, 너한테 할 얘기 있으니까 잠깐 다른 곳으로 좀 가 봐.”  전화 너머 주변이 점점 조용해졌고, 이순이 자리를 비킨 것 같았다. “무슨 일이세요? 왜 전화하셨어요? 오늘 안 오신다면서요?”  그는 차갑게 말했다. “앞으로 우리 집 가지마. 우리 부모님 가까이하지도 말고. 나한테도 다시는 연락하지 마.”  이순은 2초간 침묵했다. “왜요?”  그는 또박또박 말했다. “왜냐면 난 너랑 엮이고 싶지 않아. 내 약혼녀 기분 상하게 하고 싶지도 않고. 이정도 이유면 되겠어? 우리 연락 안 한지 오래됐었잖아. 네가 오늘 한 행동들 완전 불필요한 행동들이었어.”  이순은 소리 내어 웃었다. “하하, 저는 그냥 어머님이 좋은 분이라고 생각해서 찾아온 것뿐이에요. 저를 싫어하시는 것 같지도 않고요. 맞다, 어머님이 저 보고 딸 하라고 하시던데. 괜찮으시면 오빠라고 부를 게요. 앞으로 볼 날 많을 거 같으니까 그렇게 매정하게 굴지 마세요. 진몽요는… 기분 상하든 말든 저랑 무슨 상관이죠? 저랑 좋으셨을 때 걔랑은 알지도 못 하셨잖아요…”  진몽요는 화가 나서 웃음이 나왔다. “하… 이순, 너 진짜 염치가 없구나. 디저트 가게에서 일 할때는 그렇게 순진한 척하더니 이런 사람일 줄은 정말 몰랐네. 너가 이 사람이랑 좋았으면 뭐? 이 사람이랑 만났던 여자가 너만 있는 것도 아니고 널렸는데, 네가 뭔데 자랑질이야? 염치없이 이 사람 집까지 찾아가고, 너 미친 거지? 이 사람 좋았었다는 말까지 하고, 너 진짜 생각이 없는 거니?”  이순은 경소경이 스피커폰을 켜고 있는 줄 몰라 진몽요가 이 모든 걸 다 듣고 있다는 걸 생각지도 못 했다. 그녀는 목소리를 낮추고 “본인이 안 왔잖아요. 어머님 아버님 생각도 안 하면서 다른 사람한테도 똑같이 하라는 법이 어딨어요?”  진몽요가 대답하려던 순간 하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몽요랑 소경이야?”  진몽요는 옷깃을 꽉 잡았다. 순식간에 그녀는 불효하는 며느리가 되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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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6장

경소경은 정신을 차렸다. “그… 내가 나중에 엄마한테 다시 설명할 게요. 이순이랑 만나지 말라고. 그러니까 화 내지 말아요. 나도 여기까지는 예상 못 했어요. 예전에는 이런 앤지 몰랐는데…”  진몽요는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나 정말… 하하… 할말이 없네요. 걔가 잘못 생각한 거 같아요, 우리의 관계를 갈라놓는데 어머님이랑 사이가 좋아진다고 얼마나 도움이 되겠어요? 어차피 내가 어머님이랑 사는 것도 아닌데, 걔가 완전 잘못 생각했어요! 당신이 남자라면, 오늘 저녁에 어머님한테 직접 가서 설명해요. 내가 계속 억울함 당하게 하지 말라고요!”  경소경은 거절하지 못 하고 어쩔 수 없이 승낙했다. “그래요, 내가 가면 되죠? 당신은요? 나랑 같이 안 갈 거예요?”  그녀는 이를 꽉 깨물었다. “난 안 가요! 갔는데 이순이 거기 있으면요? 내가 가서 화를 못 참으면 어떡해요? 내 성격 알잖아요. 난 어머님 앞에서 내 이미지 망치고 싶지 않아요. 난 신경 끌 거고, 당신이 잘 해결 못하면 두고 봐요! 일단 연이네 집에 데려다 줘요.”  목가네. 경소경은 같이 차에서 내린 후 서재로 향해 목정침을 찾았다. “나 진짜 머리가 터질 거 같아. 화해한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또 몽요씨한테 혼나게 생겼어. 넌 여자가 한번 화나면 얼마나 무서운지 몰라. 내가 당부하는데 온연이랑 몽요씨랑 절대 단 둘이 있게 해선 안돼. 온연은 너무 똑똑해서 몽요씨한테 제안해주는 방법들을 내가 당할 수가 없어. 제발 나 좀 봐줘라!”  목정침은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그건 그래, 우리 연이가 진몽요 보다 똑똑하긴 하지. 이번엔 또 무슨 일인데?”  경소경은 이순을 떠올리면 화가 치밀었다. “이순 때문이야. 오늘 공관에 가서 우리 엄마를 만났더라고. 나한테 전화까지 했는데 몽요씨한테 들켰어. 그래서 그 둘이 싸웠는데 지금 내가 이걸 해결하러 가야 해. 내가 그때 이순을 받아준 게 내 무덤을 판 거겠지? 이럴 줄 알았으면 절대 그러지 않았을 텐데.”  목정침은 눈썹을 움직였다. “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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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7장

목정침은 힘 빠진 손을 흔들었다. “얼른 가, 난 더 간섭 못 하겠다.”  거실을 지나치면서 경소경은 얼굴에 미소를 띄었다. “두 사람 얘기 나눠요, 내가 저녁에 데리러 올 게요.”  진몽요는 좋지 표정을 짓지 않았다. “해결 못 하면 나 데리러 올 생각 말아요. 당신 얼굴만 봐도 열 받으니까!”  온연은 그저 웃었다. 그리고 바로 그녀는 경소경으로부터 문자 한 통을 받았다. ‘몽요씨 좀 잘 달래줘요. 이상한 아이디어 내주지 말고요. 내가 감당 못하니까. 부탁 좀 할 게요.’  그녀는 저번 싸움에서 그에게 트라우마가 남았다고 짐작했다. 중요한 건 그녀도 진몽요가 그녀의 말 대로 행동할 줄 몰랐고, 짐을 싸서 나가는 건 그저 차선책일 뿐이었지만 경소경은 두려워하고 있었다.  경가네 공관. 집에 들어서기도 전에 하람의 웃음소리가 들려왔고, 이런 분위기의 집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이순은 당연히 아직 가지 않았고 그를 보자 하람은 웃으며 인사했다. “소경아, 안 온다고 하지 않았어? 몽요는?”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정침이네서 온연이랑 같이 있어요. 온연이 임신중이라 몸이 불편해서 마음대로 못 나가거든요. 엄마, 잠깐 저 좀 따라오세요. 할 얘기 있어요.”  하람은 이순을 보았고 이순은 강아지를 안으며 웃었다. “저는 괜찮아요, 다녀오세요.”  윗층으로 올라가자 경소경은 바로 본론을 꺼냈다. “엄마, 이순이 이제 집에 못 오게 하세요. 이러면 저랑 몽요씨랑 둘 다 곤란해요. 엄마가 보시는 것처럼 그런 애가 아니에요. 아직 다 모르셔서 그렇지, 집에서 편하게 있고 싶으시면 제 말 대로 해주세요. 이런 사람 몰랐던 셈 치시고요.”  하람은 머리를 쓸어 넘겼다. “넌 엄마가 바보인 줄 알아? 내가 몰랐을까 봐? 너가 이순이랑 연락 안 했을 때부터 무슨 일 있는 줄 알아서 진작에 알아봤어. 네 성격은 그래도 내가 잘 알지. 네가 사람을 잘 안 가리지만 너무 억지로 붙어 있으려고 하면 오히려 밀어 내잖아.”  경소경은 의아했다. “알면서 왜 지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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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8장

거실로 내려온 뒤 하람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순아, 너 오후에 다른 일 있다고 하지 않았어? 소경이가 마침 간다고 하니까 가는 길에 데려다 주면 딱일 텐데.”  경소경은 하람이 귀찮은 일을 자신에게 맡길 줄 모르고 굉장히 심기가 불편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가자.”  이순은 당연히 이걸 바라고 있었다. “그럼 저 먼저 갈게요 어머님, 나중에 또 뵈러 올 게요.”  하람이 두 사람을 문 앞까지 데려다 주고 돌아오자 계단 앞에 선 경성욱이 물었다. “소경이 갔어?”  그녀는 한숨을 쉬었다. “갔어. 애 왔을 때는 숨어 있더니 다 간 다음에 뭘 울어. 언제까지 이렇게 지낼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난 보기만 해도 피곤해. 얼른 가서 그림 그려, 한 동안 편하게 못 그렸을 텐데. 얼른 가서 많이 그려야지. 그 그림 팔아서 난 쇼핑 좀 해야겠어. 당신 돈 좀 써야 내 마음이 편하지.”  경성욱의 미소에는 여러 의미가 함축되어 있었지만 진실 된 미소였다. “내 돈 다 당신 줬잖아…맨날 쇼핑하러 가도 다 못 쓸 돈인데…”  하람은 눈을 부릅뜨고 그를 보았다. 이렇게 오랜 세월이 지나도 그는 나무처럼 감정이 메말라 있었고, 그와의 로맨스는 바다에서 바늘을 찾는 것보다 더 어려웠다.  차 안, 이순은 조수석에 앉았고 경소경은 그게 싫었다. 하지만 이 ‘거머리’를 빨리 보내 버리면 된다는 생각에 그는 애써 참았다. “너 도대체 무슨 생각이야?”  이순은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 “무슨 뜻이에요? 제가 무슨 생각이냐니요. 의심병이 또 생기셨네.”  그는 그녀와 농담할 생각이 없었다. “예군작이 이렇게 하라고 시켰어? 그 사람은 왜 진몽요씨를 가까이 하는건데? 솔직하게 말해.”  이순은 앉아서 편한 자세를 취했고, 의자까지 조절하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저희 이제 예전 같은 사이가 아닌데 제가 왜 도련님 말을 들어야해요? 도련님 말을 들어도 제가 얻는 게 없잖아요. 저는 이제 착하고 말 잘 듣는 아이가 아니에요. 잊지 마세요, 저를 버린 건 도련님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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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9장

그녀는 살짝 웃었다. “하하… 제가 아는 비밀이 하나 더 있는데, 들어 보실래요?”  그가 궁금해하던 찰나에 그녀는 다가가 그의 목을 당겨 입을 맞췄다. 그녀도 나름 고수였고, 다른 순진한 여자들과는 달랐다. 경소경은 잠깐 당황했지만 바로 밀쳐냈고, 한번에 뿌리칠 수 없었다.  은색 스포츠카 안, 진몽요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그녀는 불안해서 경가네 공관에 가 볼 생각이었다. 가는 길에 그의 차와 마주쳤고, 이런 상황까지 보게 될 줄 몰랐다… 그녀의 각도에서는 경소경이 이순을 안은 채 키스하는 거처럼 보였다!  경소경이 밀어내는 동작은 오히려 격력해서 안달 난 사람처럼 보였다…  그녀는 혼자 나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온연은 같이 나오고 싶어했지만 목정침이 허락하지 않았고 그녀에게 차만 빌려주었다. 그리고 이 차가 목정침의 차여서 다행이었다. 아니면 그녀는 경소경의 차를 이미 받아버렸을 것이다.  “적당히 해!”  드디어, 경소경은 이순을 떼내었다. 그는 화가 잔뜩 나서 그녀를 보았다. “할 만큼 했어? 이순, 너 내가 말하는데, 너랑 예군작이 무슨 수작인지는 몰라도 다 해 봐. 우리는 몰랐던 사이였던 걸로 하자, 그러니까 꺼져!”  이순은 상처받은 눈빛이었지만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차에서 내렸다. 그녀는 이미 자신의 목적을 달성했다.  경소경이 다시 시동을 걸었을 때 진몽요는 이미 사라져 있었다. 그녀는 꼭 영혼을 빼았긴 인형처럼 화도 내지 않았고, 머리속에는 온통 그 장면만 맴돌았다. 그녀는 자신이 없을 때 경소경이 몇 명의 여자와 잤을까 라는 생각을했다…  예전부터 쌓아왔던 신뢰가 이 한 순간에 의해 무너졌고, 그는 원래부터 바람기가 있는 사람인데 이제 그를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  온연은 그녀가 이렇게 빨리 돌아올 줄 모르고 다가가 물었다. “왜 이렇게 빨리 왔어? 경가네 공관 간 거 아니었어?”  진몽요는 어렵게 질문했다. “연아, 나는 누군가한테 사랑받을 수 없는 건가? 난 이미 깨끗하지 않으니까 이런 질문할 권리도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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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0장

온연은 그녀를 품 안으로 안았다. “그러지마… 몽요야… 속상하면 울어도 돼. 분명 오해한 거 일거야. 경소경 그런 사람 아니잖아. 분명 그런 사람 아닐 거야. 돌아오면 그때 우리가 제대로 물어보는 거 어때?”  진몽요는 온연을 밀어냈지만 힘을 주진 않았다. “뭘 물어? 내가 직접 봤다니까. 꼭 거짓말할 기회까지 내가 줘야겠어? 꼭 핑계거리를 만들게 해야 해? 내가 내 눈으로 봤는데 어떻게 해야 그게 오해일 수 있어? 연아, 다 상관없는데… 정말… 유일하게 이건 내가 못 견디겠어. 너 알잖아… 전지랑 처음 헤어졌을 때 걔도 다른 여자가 있었어. 그때 내 심정이 어땠는 줄 알아? 집은 망하고, 아빠는 돌아 가시고, 남자한테도 버림받으니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어… 경소경은 나를 그 굴레에서 꺼내 준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  오랜 친구인 온연은 진몽요의 성격을 모를리 없었다. 그녀는 이번에는 아무리 말려도 정말 끝이라는 걸 직감하고 있었다. 지금 진몽요의 정서는 불안정했고, 그녀는 혹시 아이에게 문제가 생길까 봐 섣불리 다가갈 수 없었다. “몽요야! 진정해, 일단 경소경을 기다려보자.”  진몽요는 해탈한 듯 고개를 저었다. “그 사람 만나기 싫어… 꼴도 보기 싫어…”  온연은 그녀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사람을 시켜 목정침을 불렀다. 이런 상황을 임산부가 감당하긴 힘들었다.  목정침은 빠르게 아랫층으로 내려왔다.  이때 경소경도 들어왔고, 아까 이순과의 키스를 생각하면 그는 몹시 불쾌해서 미간이 저려와서 진몽요의 상태를 바로 확인할 겨를이 없었다.  목정침은 그들이 싸우게 될까 봐 경소경을 막아섰다. “소경아… 너 뭐 했어? 내가 조심하라고 말 했잖아!”  경소경은 이해하지 못 했다. “무슨 얘기를 하는 거야?”  진몽요는 떨면서 말했다. “똑똑한 사람이라 바보연기는 참 못하네요, 진짜 바보가 아닌 이상 다 알 거 같은데. 벌써 끝난 거예요? 이순이랑 더 붙어 있다 오지 그랬어요? 당신 좋다는 사람한테 그렇게 매정하게 굴 거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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