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Chapter 361 - Chapter 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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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1장

병실 안의 밤은 고요하고도 길었다. 목정침은 단 한순간도 눈을 붙일 수가 없었다.다음날 아침, 온연은 느지막이 눈을 떴고, 독한 약 떄문에 안색은 하얬으며, 식은땀이 스며 나왔다. 목정침을 보는 순간에도 어리둥절한 듯 보였다.“아기는…”“괜찮아, 우리 아이 갖지 말자. 네가 괜찮으면 됐어.”온연은 천천히 한숨을 뱉어냈다. 어제 저녁 사고가 났을 때, 그때가 되어서야 아이를 지킬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게나 갑자기 앗아갈 줄은 꿈에도 몰랐다.“왜요? 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 괜찮았잖아요… 멋대로 먹지도 않았고, 하지 말았어야 할 일은 철저히 하지 않았는데…”넋을 잃고 혼잣말을 하는 온연의 눈은 혼이 없는 인형과도 같아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였다.“네 몸이 아이를 임신할 수 없는 상태였어. 내 부주의이기도 해. 네가 처음 유산했을 때…”여기까지 말이 나왔으나, 그는 온연의 앞에서 강연연의 이름을 꺼내지 않으려 하였다.이내 온연의 고개가 푹 숙여지더니 눈물이 흐르기 시작하였다.“강연연, 내가 너한테 뭘 했길래 나한테 이러는 거야…? 나는 평생 아이를 갖지 못할 거야, 그치? 나는 분명…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온연의 말이 맞았다. 온연은 처음부터 강연연에게 아무 피해도 끼치지 않았다. 처음부터 온연의 잘못은 없었다.목정침은 일어나 그녀에게 따듯한 물을 한 잔 건네 주었다.“물 좀 마셔.”그러나 온연은 움직임이 없었다.“아이는 여자아이였나요? 아이들 보셨어요? 누구를 닮았나요?”여기까지 말하자 온연은 무언가 의문이 들었다.“DNA검사… 해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 당신 아이인 건 확인 해야죠.”밤새 잠을 못 잔 탓에 눈가가 시큰거려왔다.“응, 아이 봤어. 너를 닮았어… 아주 예뻐. 그런 말은 하지 마. 무슨 검사를 해, 아이는 내 아이가 맞아…”온연은 돌연 웃기 시작했다.“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왜 니들은 나를 가만두지 못해서 안달이야? 당신한테는 빚진 게 있다고 쳐, 그런데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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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2장

강균성은 애초부터 바닥에서 일어나지 않았고, 그의 눈에는 조금의 희망도 비춰지지 않았다.“그래… 온연에게 아직 돈이 있으니까. 그 집이랑 돈들 합치면 10억 정도 가치는 될 거야. 가, 어서 가봐!”강연연은 조사를 했고, 온연이 어젯밤 입원했다는 것을 알았다. 강연연은 화가 치밀어 병원으로 곧장 쫓아갔으나 병원의 경호원들에게 가로 막혀 버렸다. 그녀는 그 순간부터 부잣집 자재의 이미지는 버린 상태였다.“들어가게 둬! 그 천한 것 찾아야한다고!”병실에 있던 유씨 아주머니에게 바깥의 소란이 나지막이 들려왔고, 밖에 나와 상황을 살피고는 표정이 일순간에 굳을 수밖에 없었다.“뭐 하러 온 거죠?”강연연의 꼴을 보아하니 정말 사람을 찾아온 것은 절대 아니었고, 마치 사람을 죽이러 온 듯하였다. 유씨 아주머니가 그런 그녀를 들여보낼 리는 절대 없었다.“부인은 지금 누굴 만날 상황이 아니에요. 돌아가요. 계속 소란 피우면 가만 안 있어요.”강연연은 일순간 손을 들어 유씨 아주머니의 얼굴을 내리쳤고, 그녀의 얼굴에는 곧 붉은 자국이 생겼다. 강연연은 미친 듯 소리치기 시작했다.“저리 꺼져! 목가네 개 주제에!”유씨 아주머니는 얼굴을 감싸 가리고는 분노에 몸을 떨며 말했다.“이 여자 멀리 내쫓고 우리 도련님께 전화 걸어서 나 줘요.”두 경호원은 그녀를 끌어냈고, 병원 건물 밖으로 아예 내보내 버렸다.유씨 아주머니의 화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고, 목정침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도련님, 강연연이 방금 병원에 와서 소란을 피웠어요. 제 뺨까지 때리는데, 완전 미친 사람 같았어요. 이렇게 소란을 피우는데, 부인이 어떻게 편히 쉬겠어요? 지금은 병원 밖으로 내보내긴 했는데 언제 또 올지 몰라요.”목정침은 회의 중 이였고, 부하 직원들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으나 눈 밑에는 차가운 기운이 스쳤다.“알겠어요. 제가 처리할게요. 안심하시고 자리 잘 지켜주세요.”사정을 모르는 이들은 그가 평범한 전화 통화를 하는 줄로만 알았다.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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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3장

그녀의 말을 들은 목정침의 눈살이 자연스레 찌푸려졌다. 그는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의 턱을 움켜 쥐고는 낮게 내리 깐 위협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너, 지금 나한테 도전한다는 뜻이지.”강연연은 잡힌 턱이 아팠고, 놀라기도 했다. 눈물이 순식간에 흘렀고, 몸은 사시나무 떨 듯 떨려왔다.“뭘 하고 싶은 건데…?”목정침은 그녀를 밀쳐냈다.“난 여자한테 손 대는 습관은 없어, 그런데 꼭 필요한 상황이라면 또 모르지. 그래도 내가 손 댈 일은 없어. 경호원들이 대신할 테니까.”강연연은 바닥에 주저 앉아 버렸다. 그에게 잘 보이기 위해 고른 하이힐이 골칫거리가 되어버렸다. 그녀는 애를 쓰며 밖으로 나가기 위해 절뚝이며 걸었으나, 어디서 온 것인지 모를 경호원들에 의해 가로막히고 말았다. 당황한 강연연은 아무 소리도 내뱉을 수 없었다. 그녀는 이제서야 알았다. 목정침의 온화한 모습은 단지 표면일 뿐이었다는 것을. 그가 웃을 때면 세상이 봄인 듯하였으나, 그가 화가 났을 때는 마치 폭설이 내리는 듯하였다.“다시는 온연 안 찾아 갈게, 그냥 보내줘…”강연연은 스스로 타협하였다. 자신의 한은 눈 안 깊숙이 숨겼다. 그녀는 알 수 있었다. 지금 이를 수락하지 않는 한, 이곳을 떠날 수 없을 것이다.목정침은 경호원들에게 손짓을 하였고, 경호원들은 길을 비켜주었다. “한 번만 믿어줄게. 내 믿음 저버릴 생각 마.”병원, 눈을 뜬 온연은 첫마디로 누군가 왔냐는 질문을 하였다. 온연은 잠결에 어렴풋이 시끄러운 소리를 들은 듯하였으나 너무 졸렸던 탓에 잠에서 깨지는 못하였었다.유씨 아주머니는 원통하다는 듯 말했다.“강연연이었어. 내가 못 들어오게 경호원을 불러서 내쫓았어. 안심해, 내가 도련님께 얘기했어. 다시는 못 오게 하실거래.”온연의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몸을 일으켜 앉자 아랫배에서 통증이 몰려왔다. 한참이나 숨을 들이켜고는 간신히 말을 꺼냈다.“아주머니… 너무 아픈데 의사 찾아서 진통제 좀 놓아 달라 해주실래요?”유씨 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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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4장

같이 슬퍼하고, 같이 웃고, 아이를 갖지 않는 것까지 같이 하자고 한다. 진몽요는 친구끼리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같이 하고 싶었다.온연은 냉랭했던 마음이 녹아 내리는 듯했다.“몽요… 고마워. 난 괜찮아. 조금 힘들 뿐이야. 네가 와 준 것만으로도 좋아. 너랑 얘기하면 기분도 좋아질 거야. 몽요, 나 이혼하고 싶어. 그런데 목정침이 안 해준다 하면, 어떻게 내가 여기서 떠날 수 있을까?”온연은 입원해 있는 동안 많은 생각을 했다. 그녀의 마음으로는 이 일을 버티기가 힘들었다. 게다가 아이를 가질 수 없었기에 더 이상 목가의 자손을 이을 수도 없었다. 이는 목가와 같은 커다란 기업에 상속자가 없다는 것을 의미했고 온연은 앞으로 있을 머리 아픈 일들을 겪느니 이 곳을 떠나는 것이 백배 나을 것이라 생각했다. 어차피 온연은 목가에 평생 있을 생각도 아니었다. 목가는 그녀에게 그저 화려한 속박일 뿐이었다.진몽요는 전혀 의외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잠시 생각에 빠지고는 대답했다.“먼저 목정침이랑 얘기 잘 해둬. 얘기가 잘 안 통하면 법적 절차 밟아서 강제로 이혼해. 이혼하면, 넌 뭐 하고 싶어?”온연은 고개를 저어 보였다.“아무것도. 재산도 필요 없어. 난 어쨌든 입양된 사람이니까, 난 이미 목가에 많은 빚을 졌어. 목가네 몫은 한 푼도 가져 갈 생각 없어. 법적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겠지? 그런데… 그 사람한테는 별 소용도 없을 것 같아. 됐어, 일단 얘기 먼저 나눠야겠어.”진몽요는 온연의 생각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왜 소용이 없어? 바람을 피웠잖아, 강연연이랑. 이건 악질이라고. 네가 아이를 못 가지게 된 것도 강연연 때문이잖아. 난 너희 부부 사이를 이간질하는 게 아니라 정말 네가 피곤해 보여서 말 해주는 거야. 결혼 생활 중 외도를 했다는 증거만 있어도 법적 이혼은 수월할 거야.”온연은 그녀의 방법에 동의하지 않았다.“난 사법 절차가 제일 머리 아파. 네 말대로 그 사람의 외도 증거를 찾는 것도 싫고. 그냥 이혼만 하고 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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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5장

온연은 긴장되는 듯 옷자락을 움켜쥐었으나, 애써 담담한 표정을 유지하였다.“아뇨, 전 이혼 해야겠어요. 제 뜻은 바뀔 일 없어요. 이번에 아이를 임신했을 때, 아이가 나오기만을 바라보고 살았어요. 모든 게 좋았는데, 운명이 저한테 떠나라 말하고 있어요. 저를 사랑해줘서 고마웠어요, 그런데 저는 당신을 사랑할 수가 없어요. 저는 당신 앞이라면 평생을 긴장하며 영원히 죄의식 안에서 살아야 할 거에요. 사랑조차 없는데, 어떻게 계속 같이 살 수 있겠어요? 힘들지 않아요?”그는 몸을 일으키더니 넥타이를 느슨히 풀었다. 답답한 마음에 무엇이라도 부수고 싶었으나, 온연이 놀랄까 두려웠다.“날 사랑하지 않아도 돼. 하지만 이혼은 동의할 수 없어. 알아서 잘 해봐! 난 나가봐야 해. 무슨 일 있으면 아주머니 찾아 얘기해.”말을 마치고 그는 곧장 외투를 챙겨 저택을 벗어났다. 차에 올라타니 진락이 물어왔다.“도련님, 어디로 모실까요?”그는 아무 약속도 없었다. 오늘 하루는 비워 두고 그녀 곁에 있으려 한 것인데, 자신을 찾아와 이혼을 제의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는 방금 저택을 벗어나는 것이 마치 도망치는 것과 같다고 느껴졌다. 당연히 그는 어디로 향해야 할 지 몰랐고, 잠시 침묵하고는 말했다.“회사로 가.”대화는 중단되었다. 온연의 예상에서 빗난 것 이라고는 그가 화내지 않았다는 것과 무어라 상처되는 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목정침은 그녀가 어떤 짓을 하던지 이혼만은 해줄 수 없다는 뜻이었다. 온연은 순식간에 피곤해 졌고, 이 커다란 저택을 보고 있자니 아득해지기까지 했다.수많은 생각을 거치고, 온연은 이사하기로 마음먹었다. 저번과 같이 탕위엔을 데리고, 모든 살림살이들을 챙겼다. 그녀의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부부는 2년 이상 별거를 하게 된다면, 단지 감정 문제만으로도 이혼이 가능했다. 다른 길이 없다면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여행 가방과 탕위엔을 데리고 현관문에 거의 다다랐을 때, 목가의 경호원, 유씨 아주머니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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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6장

경씨 저택. 진몽요는 하람과 즐겁게 얘기를 하고 있었다. 어찌나 즐거워 보이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두 사람을 모녀 사이라고 오해할 정도였다. 경소경은 마치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한쪽에서 하람의 개를 만지며 멍을 때리고 있었다. 탄탄한 몸에 정장을 입고 있는 남자가 개를 안고 있는 모습이 무척이나 눈길을 끌었다. 진몽요도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그를 쳐다볼 정도였다. 갑자기 하람이 무엇인가 생각이 난 듯 진몽요에게 말했다. "몽요야, 이번이 두 번째지? 우리 집에 온 거 말이야. 오늘 밤에는 여기서 자고 가는 게 어때? 밤도 늦었고, 이렇게 둘이서 얘기나 하자. 소경이도 집에 묵은지 오래고, 오늘은 나랑 같이 있자." 진몽요의 얼굴이 점점 굳어갔다. "그…그건 좀 아닌 것 같아요. 어머님, 저희 엄마가 뭐라 하실거에요. 워낙 엄격한 분이시라 외박은 절대 안 되거든요. 그게 남자친구 집이라면 더더욱 안되고요." 하람이 실망한 듯 슬픈 표정을 지었다. "그렇구나… 집이 엄한 건 좋은 일이지. 이를 어쩐다. 난 네가 오늘 꼭 자고 갔으면 하는데. 이렇게 하자. 네 엄마 전화번호 좀 알려줘. 내가 전화해서 말해볼게. 내 잘못이야. 벌써 만나 뵀어야 하는데. 한집 식구 될 사이끼리, 내가 신경을 못 썼어." 강령한테 전화를 한다고? 진몽요는 긴장감에 손이 땀범벅이 되었다. 자기가 지금 경씨 저택에 있다는 사실을 알면 아마 여기로 온다고 발 벗고 나설 것이다. 경소경의 여자친구 행세를 하고 있다는 걸 강령이 알게 되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 "어머님, 됐어요. 저희 엄마가 일찍 주무셔서… 아마 지금쯤 주무시고 계실거에요. 벌써 열두 시가 넘었는걸요. 피부관리 하신다고 일찍 주무시거든요. 잘때는 핸드폰도 꺼놔서 아마 못 받으실 거에요." 마음이 너무 찔렸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지금쯤 강령은 아직도 포커나 치고 있을것이다. 진몽요의 말을 듣자마자 하람이 말했다. "그럼 내가 내일 너희 엄마 찾아뵐게. 그 김에 오늘 일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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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7장

그녀는 그가 욕실로 들어가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가운을 벗고 침대에 들어가 누웠다. 배개에서는 그의 몸에서 나는 냄새와 똑같은 상쾌한 냄새가 났다. 갑자기 그와 처음 만난 그날이 떠올랐다. 처음 본 그의 얼굴은 그녀를 놀라게 하기엔 충분했다. 첫눈에 반할 정도로 잘생긴 얼굴이었다. 그땐 전지랑 만나고 있어서 그의 얼굴에 설레지 않았던 것이었다.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에 잠겨 그녀는 잠이 들었다. 편안한 침대, 높낮이가 딱 맞는 배게, 부드러운 이불. 이 모든 것이 그녀를 잠에 빠지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렇게 아늑한 기분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그녀는 불편함에 잠에서 깼다. 저녁에 하람과 얘기하면서 물을 너무 많이 마셨나 보다. 그녀는 비몽사몽한 정신으로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녀에게는 빨리 화장실에 가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화장실로 걸어가려던 그 순간 그녀는 뭘 밟았는지 그만 중심을 잃고 넘어지고 말았다. 경소경의 신음과 함께 그녀는 자신의 배가 경소경의 얼굴을 짓누르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가 그녀를 확 밀어버렸다. 그러다가 그만 침대맡에 몸을 박고 말았다. 나무로 만들어진 침대에 부딪혀서 그런지 몸이 너무 아팠고 그녀는 참지 못하고 경소경에게 투정을 부렸다. "뭐야? 왜 침대 옆에서 자고 그래? 아… 아파죽겠네…" 방안의 불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경소경은 매우 당황스러운 표정이었다. "그럼 어디서 자라는 건데? 너 대체 몸무게가 얼마야? 뇌진탕 온줄 알았네. " 그녀가 바닥에 앉아 허리를 펴지 못하는 모습을 보자 그는 황급히 그녀를 부축했다. "괜찮아? 그냥 나도 모르게 그런 건데… 어디 부딪친 거야?" 그녀는 화장실이 너무 급해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그의 손을 뿌리치고 허리를 짚으며 화장실로 돌진했다. 볼일을 다 보고 나온 그녀는 침대맡에 꽁해 있는 경소경을 보았다. 마치 무슨 일이라도 당한 듯 억울한 모습이었다. 그녀는 참지 못하고 박장대소를 하고 말았다. 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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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8장

그녀는 속도를 늦추었다. 그녀의 눈꺼풀이 여러 번 떨렸다. 이 모든 게 우연이길 바랄 뿐이었다… 전화를 끝낸 하람이 계단에서 머뭇대는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이리로 와서 밥 먹자, 몽요야. 방금 너희 엄마랑 통화했어. 우리 소경이랑 만난다고 말씀드렸더니 엄청나게 좋아하시던데? 오늘 오후에 같이 차 한잔하기로 했어." 아니나 다를까… 우려했던 일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어머님, 저희 엄마 번호는 어떻게 아셨어요?" 진몽요는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그건 말이지… 알려고 노력만 하면 알 수 있는 거지. 뭘 그렇게 놀라고 그래. 왜, 무슨 일 있어? 기분 나빠 보이는데. 설마… 너 몰래 너희 엄마랑 연락해서 그런 거니? 난 그냥 좋은 일이라, 말씀드려도 상관없겠다 싶었지." 하람이 그녀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고 분위기가 점점 이상해져 갔다. 이미 일이 이렇게 된 마당에, 뭐 어떡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어머님, 기분 나쁜 게 아니라요. 그게… 아무것도 아니에요. 우리 빨리 아침 먹어요. 저 곧 출근해야 할 시간이에요." 그녀는 자신의 엄마가 얼마나 못된 사람인지 하람에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지금 경소경의 여자친구 역할을 하고 있는 게 아니었더라도 말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일을 복잡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아침을 절반이나 먹었을까, 경소경은 그때서야 멀쩡한 정신으로 위층에서 내려왔다. 자리에 앉아 밥을 먹을 때 그는 자연스럽게 왼손을 쓰기 시작했다. 그는 왼손과 오른손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었다. 그 사실이 진몽요를 무척이나 놀라게 했다. "당신 왼손잡이였어요? 근데 평소에는 오른손으로 밥 먹던데…" 경소경이 꽁하게 대답했다. "어젯밤에 돼지한테 밟혀서 오른손을 못 들게 됐거든요." 그의 대답이 그녀의 말문을 막히게 했다. 그녀의 얼굴이 데친 토마토처럼 빨개졌다. 살짝 밟은 줄로만 알았는데 이렇게 심각할 줄 생각지도 못했다. 하람의 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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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9장

그가 보는 자료는 진가와 관련된 자료였다. 보석 원재료가 도난당해 결국 파산되었다는 그런 자료. 이 모든 일이 전지가 꾸민 일이라는 걸 알게된 진몽요가 어떤 반응을 지을지 그는 상상이 가지 않았다. 지금의 전지는 진가를 밟으며 일어선 것이다. 전지의 회사도 매입한 건물도 보석 원재료를 판돈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그로 인해 손해를 본 것은 목정침과 진씨 집안이다. 하지만 목정침이 손해를 본 것은 돈뿐이지 진씨 집안은 아예 풍비박산이 났다. 사무실의 문이 갑자기 열리더니 진몽요가 화를 내며 성큼성큼 들어왔다. "당신네 어머니가 오늘 우리 엄마랑 만나는 거 알고 있어? 두 사람 벌써 만나서 쇼핑 중이래. 어머님이 나한테 문자도 보내셨어." 경소경은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노트북을 덮었다. "뭘 그렇게 조급해 해. 만나고 싶으시면 만나시라 그래." 진몽요는 짜증이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우린 연극이잖아. 우리 엄마까지 알게 할 생각은 없었단 말이야. 당신은 하나도 걱정 안되나 봐? 나중에 일 커지면 어떻게 해결할 건데? 미리 말하는데, 우리 엄마, 당신이랑 사귀는 거 알게 되면 아마 절대로 못 헤어지게 할 거야. 우리 엄마는 다시 옛날처럼 부유하게 살고 싶어서 안달 난 사람이거든. 돈 많은 남자라면 누구라도 상관없이 결혼시키고 싶어 해. 재혼이든 뭐든 신경도 안 써. 듣기 싫은 말로 하면 흡혈귀 같은 존재라고, 알아듣겠어? 난 당신이랑 거래를 하고 싶었던 거지, 이렇게 바닥까지 보여주고 싶었던 건 아니었는데." 그녀에게는 이제 아무런 자존심도 남아있지 않았다. 절망감과 무력함만이 남아있었다. 그녀의 얼굴에 복잡 미묘한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의 심정을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는 걸 그는 그제서야 알아차렸다. "그렇게 심각한 일 아니야. 우리 집에는 아들이 나 하나라 아마 너네 집에 얼마를 쓰던 신경 안 쓸거야. 자존심 같은 건 아무 상관없어. 오히려 잘 된 일이 아닌가? 서로 조심하면 문제 될 일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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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0장

진몽요는 백수완 레스토랑의 음식이 그리웠다. 하지만 온연의 몸 상태가 걱정되었던 그녀는 온연의 제안을 거절했다. "너 밖에 나가도 괜찮은 거야? 그냥 다음에 가자…" 온연은 집에서만 생활하는 게 너무 답답했다. "괜찮아. 지금 가자. 근데 백수완 레스토랑에 자리가 있는지 모르겠다. 경소경한테 전화 한번 해봐야겠어. 걱정 마. 네 얘긴 안 꺼낼게." 경소경과 레스토랑의 상태를 확인한 후 그들은 목씨 저택을 나섰다. 집을 나설 때 보디가드와 유씨 아주머니의 '관심'어린 눈길이 느껴졌다. 그녀가 캐리어를 들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에야 눈길을 거두었다. 그녀는 이 상황이 너무 웃겼다. 그녀가 진짜로 도망가고 싶다면 캐리어 따위 아무 상관없이 그냥 사라지면 되는 일인데 말이다. 하지만 목정침은 분명히 자신을 찾아낼 것이다. 그녀는 일을 복잡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그렇게까지 도망치고 싶은 것도 아니었다. 백수완 레스토랑에 도착한 진몽요는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 몇 개를 시켰다. 기분이 한결 나아지는 것 같았다. 온연이 낮은 목소리로 읊조렸다. "더 많이 시켜도 되는데. 목정침이 사는 거라고 경소경이 그랬거든." 진몽요는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비싼 음식 두 가지를 더 시켰다. "그럼 사양은 안 할게. 이젠 네 덕분에 비싼 밥도 먹고. 연아, 앞으로 나 많이 챙겨줘." 온연은 웃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금이야 목씨 집안 안주인이라 뭐라도 해줄 수 있는 거지. 나중에 이 자리에서 내려오게 된다면 아마 상황이 많이 달라질 것이다. 인간이란 원래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만 즐기는 존재니 참 아이러니하다. 갑자기 진몽요의 핸드폰으로 문자가 한통 왔다. 문자를 확인한 진몽요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연아, 전지가 여기 있다는데. 잠깐 얼굴 좀 보자고." 온연은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전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마 귀빈실에 있는 것 같았다. "너… 가봐. 헤어진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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