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씨 저택. 진몽요는 하람과 즐겁게 얘기를 하고 있었다. 어찌나 즐거워 보이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두 사람을 모녀 사이라고 오해할 정도였다. 경소경은 마치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한쪽에서 하람의 개를 만지며 멍을 때리고 있었다. 탄탄한 몸에 정장을 입고 있는 남자가 개를 안고 있는 모습이 무척이나 눈길을 끌었다. 진몽요도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그를 쳐다볼 정도였다. 갑자기 하람이 무엇인가 생각이 난 듯 진몽요에게 말했다. "몽요야, 이번이 두 번째지? 우리 집에 온 거 말이야. 오늘 밤에는 여기서 자고 가는 게 어때? 밤도 늦었고, 이렇게 둘이서 얘기나 하자. 소경이도 집에 묵은지 오래고, 오늘은 나랑 같이 있자." 진몽요의 얼굴이 점점 굳어갔다. "그…그건 좀 아닌 것 같아요. 어머님, 저희 엄마가 뭐라 하실거에요. 워낙 엄격한 분이시라 외박은 절대 안 되거든요. 그게 남자친구 집이라면 더더욱 안되고요." 하람이 실망한 듯 슬픈 표정을 지었다. "그렇구나… 집이 엄한 건 좋은 일이지. 이를 어쩐다. 난 네가 오늘 꼭 자고 갔으면 하는데. 이렇게 하자. 네 엄마 전화번호 좀 알려줘. 내가 전화해서 말해볼게. 내 잘못이야. 벌써 만나 뵀어야 하는데. 한집 식구 될 사이끼리, 내가 신경을 못 썼어." 강령한테 전화를 한다고? 진몽요는 긴장감에 손이 땀범벅이 되었다. 자기가 지금 경씨 저택에 있다는 사실을 알면 아마 여기로 온다고 발 벗고 나설 것이다. 경소경의 여자친구 행세를 하고 있다는 걸 강령이 알게 되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 "어머님, 됐어요. 저희 엄마가 일찍 주무셔서… 아마 지금쯤 주무시고 계실거에요. 벌써 열두 시가 넘었는걸요. 피부관리 하신다고 일찍 주무시거든요. 잘때는 핸드폰도 꺼놔서 아마 못 받으실 거에요." 마음이 너무 찔렸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지금쯤 강령은 아직도 포커나 치고 있을것이다. 진몽요의 말을 듣자마자 하람이 말했다. "그럼 내가 내일 너희 엄마 찾아뵐게. 그 김에 오늘 일에 대
그녀는 그가 욕실로 들어가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가운을 벗고 침대에 들어가 누웠다. 배개에서는 그의 몸에서 나는 냄새와 똑같은 상쾌한 냄새가 났다. 갑자기 그와 처음 만난 그날이 떠올랐다. 처음 본 그의 얼굴은 그녀를 놀라게 하기엔 충분했다. 첫눈에 반할 정도로 잘생긴 얼굴이었다. 그땐 전지랑 만나고 있어서 그의 얼굴에 설레지 않았던 것이었다.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에 잠겨 그녀는 잠이 들었다. 편안한 침대, 높낮이가 딱 맞는 배게, 부드러운 이불. 이 모든 것이 그녀를 잠에 빠지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렇게 아늑한 기분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그녀는 불편함에 잠에서 깼다. 저녁에 하람과 얘기하면서 물을 너무 많이 마셨나 보다. 그녀는 비몽사몽한 정신으로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녀에게는 빨리 화장실에 가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화장실로 걸어가려던 그 순간 그녀는 뭘 밟았는지 그만 중심을 잃고 넘어지고 말았다. 경소경의 신음과 함께 그녀는 자신의 배가 경소경의 얼굴을 짓누르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가 그녀를 확 밀어버렸다. 그러다가 그만 침대맡에 몸을 박고 말았다. 나무로 만들어진 침대에 부딪혀서 그런지 몸이 너무 아팠고 그녀는 참지 못하고 경소경에게 투정을 부렸다. "뭐야? 왜 침대 옆에서 자고 그래? 아… 아파죽겠네…" 방안의 불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경소경은 매우 당황스러운 표정이었다. "그럼 어디서 자라는 건데? 너 대체 몸무게가 얼마야? 뇌진탕 온줄 알았네. " 그녀가 바닥에 앉아 허리를 펴지 못하는 모습을 보자 그는 황급히 그녀를 부축했다. "괜찮아? 그냥 나도 모르게 그런 건데… 어디 부딪친 거야?" 그녀는 화장실이 너무 급해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그의 손을 뿌리치고 허리를 짚으며 화장실로 돌진했다. 볼일을 다 보고 나온 그녀는 침대맡에 꽁해 있는 경소경을 보았다. 마치 무슨 일이라도 당한 듯 억울한 모습이었다. 그녀는 참지 못하고 박장대소를 하고 말았다. 침대
그녀는 속도를 늦추었다. 그녀의 눈꺼풀이 여러 번 떨렸다. 이 모든 게 우연이길 바랄 뿐이었다… 전화를 끝낸 하람이 계단에서 머뭇대는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이리로 와서 밥 먹자, 몽요야. 방금 너희 엄마랑 통화했어. 우리 소경이랑 만난다고 말씀드렸더니 엄청나게 좋아하시던데? 오늘 오후에 같이 차 한잔하기로 했어." 아니나 다를까… 우려했던 일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어머님, 저희 엄마 번호는 어떻게 아셨어요?" 진몽요는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그건 말이지… 알려고 노력만 하면 알 수 있는 거지. 뭘 그렇게 놀라고 그래. 왜, 무슨 일 있어? 기분 나빠 보이는데. 설마… 너 몰래 너희 엄마랑 연락해서 그런 거니? 난 그냥 좋은 일이라, 말씀드려도 상관없겠다 싶었지." 하람이 그녀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고 분위기가 점점 이상해져 갔다. 이미 일이 이렇게 된 마당에, 뭐 어떡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어머님, 기분 나쁜 게 아니라요. 그게… 아무것도 아니에요. 우리 빨리 아침 먹어요. 저 곧 출근해야 할 시간이에요." 그녀는 자신의 엄마가 얼마나 못된 사람인지 하람에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지금 경소경의 여자친구 역할을 하고 있는 게 아니었더라도 말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일을 복잡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아침을 절반이나 먹었을까, 경소경은 그때서야 멀쩡한 정신으로 위층에서 내려왔다. 자리에 앉아 밥을 먹을 때 그는 자연스럽게 왼손을 쓰기 시작했다. 그는 왼손과 오른손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었다. 그 사실이 진몽요를 무척이나 놀라게 했다. "당신 왼손잡이였어요? 근데 평소에는 오른손으로 밥 먹던데…" 경소경이 꽁하게 대답했다. "어젯밤에 돼지한테 밟혀서 오른손을 못 들게 됐거든요." 그의 대답이 그녀의 말문을 막히게 했다. 그녀의 얼굴이 데친 토마토처럼 빨개졌다. 살짝 밟은 줄로만 알았는데 이렇게 심각할 줄 생각지도 못했다. 하람의 자기
그가 보는 자료는 진가와 관련된 자료였다. 보석 원재료가 도난당해 결국 파산되었다는 그런 자료. 이 모든 일이 전지가 꾸민 일이라는 걸 알게된 진몽요가 어떤 반응을 지을지 그는 상상이 가지 않았다. 지금의 전지는 진가를 밟으며 일어선 것이다. 전지의 회사도 매입한 건물도 보석 원재료를 판돈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그로 인해 손해를 본 것은 목정침과 진씨 집안이다. 하지만 목정침이 손해를 본 것은 돈뿐이지 진씨 집안은 아예 풍비박산이 났다. 사무실의 문이 갑자기 열리더니 진몽요가 화를 내며 성큼성큼 들어왔다. "당신네 어머니가 오늘 우리 엄마랑 만나는 거 알고 있어? 두 사람 벌써 만나서 쇼핑 중이래. 어머님이 나한테 문자도 보내셨어." 경소경은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노트북을 덮었다. "뭘 그렇게 조급해 해. 만나고 싶으시면 만나시라 그래." 진몽요는 짜증이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우린 연극이잖아. 우리 엄마까지 알게 할 생각은 없었단 말이야. 당신은 하나도 걱정 안되나 봐? 나중에 일 커지면 어떻게 해결할 건데? 미리 말하는데, 우리 엄마, 당신이랑 사귀는 거 알게 되면 아마 절대로 못 헤어지게 할 거야. 우리 엄마는 다시 옛날처럼 부유하게 살고 싶어서 안달 난 사람이거든. 돈 많은 남자라면 누구라도 상관없이 결혼시키고 싶어 해. 재혼이든 뭐든 신경도 안 써. 듣기 싫은 말로 하면 흡혈귀 같은 존재라고, 알아듣겠어? 난 당신이랑 거래를 하고 싶었던 거지, 이렇게 바닥까지 보여주고 싶었던 건 아니었는데." 그녀에게는 이제 아무런 자존심도 남아있지 않았다. 절망감과 무력함만이 남아있었다. 그녀의 얼굴에 복잡 미묘한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의 심정을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는 걸 그는 그제서야 알아차렸다. "그렇게 심각한 일 아니야. 우리 집에는 아들이 나 하나라 아마 너네 집에 얼마를 쓰던 신경 안 쓸거야. 자존심 같은 건 아무 상관없어. 오히려 잘 된 일이 아닌가? 서로 조심하면 문제 될 일 없어.
진몽요는 백수완 레스토랑의 음식이 그리웠다. 하지만 온연의 몸 상태가 걱정되었던 그녀는 온연의 제안을 거절했다. "너 밖에 나가도 괜찮은 거야? 그냥 다음에 가자…" 온연은 집에서만 생활하는 게 너무 답답했다. "괜찮아. 지금 가자. 근데 백수완 레스토랑에 자리가 있는지 모르겠다. 경소경한테 전화 한번 해봐야겠어. 걱정 마. 네 얘긴 안 꺼낼게." 경소경과 레스토랑의 상태를 확인한 후 그들은 목씨 저택을 나섰다. 집을 나설 때 보디가드와 유씨 아주머니의 '관심'어린 눈길이 느껴졌다. 그녀가 캐리어를 들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에야 눈길을 거두었다. 그녀는 이 상황이 너무 웃겼다. 그녀가 진짜로 도망가고 싶다면 캐리어 따위 아무 상관없이 그냥 사라지면 되는 일인데 말이다. 하지만 목정침은 분명히 자신을 찾아낼 것이다. 그녀는 일을 복잡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그렇게까지 도망치고 싶은 것도 아니었다. 백수완 레스토랑에 도착한 진몽요는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 몇 개를 시켰다. 기분이 한결 나아지는 것 같았다. 온연이 낮은 목소리로 읊조렸다. "더 많이 시켜도 되는데. 목정침이 사는 거라고 경소경이 그랬거든." 진몽요는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비싼 음식 두 가지를 더 시켰다. "그럼 사양은 안 할게. 이젠 네 덕분에 비싼 밥도 먹고. 연아, 앞으로 나 많이 챙겨줘." 온연은 웃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금이야 목씨 집안 안주인이라 뭐라도 해줄 수 있는 거지. 나중에 이 자리에서 내려오게 된다면 아마 상황이 많이 달라질 것이다. 인간이란 원래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만 즐기는 존재니 참 아이러니하다. 갑자기 진몽요의 핸드폰으로 문자가 한통 왔다. 문자를 확인한 진몽요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연아, 전지가 여기 있다는데. 잠깐 얼굴 좀 보자고." 온연은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전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마 귀빈실에 있는 것 같았다. "너… 가봐. 헤어진 사
경소경이 보낸 문자를 보던 온연은 어색하게 웃었다. "난 모르는 일이야… 평소엔 여기 안 오는 줄 알았는데… 어떡하지?" 진몽요의 손가락이 빠르게 화면에서 움직였다. 그녀의 얼굴색이 점점 더 나빠지기 시작했다. "어떡해. 이제 망했어. 여기 자리 없다고 우리랑 같이 밥 먹겠다는데. 어떡해? 벌써 상견례 하는 건가? 앞으로 그만하겠다고 했는데, 또 해줘야 하나 봐. 이제 곧 도착한다는데, 나 어떡해? 그냥 도망칠까?" 온연은 직원에게 테이블을 치워달라 부탁했다. "긴장하지 마. 내가 있잖아. 어쩔 수 없잖아. 그 연극 계속하는 수밖에. 근데… 전지도 여기 있는데. 괜찮겠어?" 온연의 말에 진몽요는 멍해졌다. "아마… 괜찮겠지…?" 그녀도 확신할 수 없었다. 이미 그 사람들한테 전지의 여자친구라고 말했는데… 마주치기라도 한다면, 정말 큰일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온연은 그렇게까지 긴장되지 않았다. 진몽요의 일이라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목정침과 경소경이 하람, 강령과 함께 레스토랑으로 들어오는 걸 보자 온연은 당황했다. 목정침과 냉전 한 거 며칠째인데, 이게 지금 무슨 일이지? 남의 상견례 자리에 왜 끼는 거지? "몽요야~ 엄마 여깄어!" 이렇게 자신감 넘치고 당당한 강령은 오랜만이었다. 진몽요를 대하는 태도까지 한결 부드러워진 것 같았다. 진몽요는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지금 사실을 말해버리다면 아마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당할 것이다. 목정침은 손을 양복 주머니에 집어넣고 있었다.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차가운 기운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시선이 온연의 머리에 닿자 그는 눈살을 찌푸렸다. 말도 없이 뛰쳐나온 것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것 같았다. 이렇게 더운 날에 유산한지 한 달도 안 됐는데. 경소경은 얌전한 모습이었다. 평소의 장난기는 온데간데없었다. 웃는 모습마저 옆집의 모범생같이 느껴졌다. 얼굴에 착하다고 쓰여있는 것만 같았다.
온연이 억지로 웃어 보이며 대답했다. "괜찮아요. 어머님은 모르시잖아요. 저 아이 못 낳아요. 유산을 두 번이나 해서 이제 못 낳는데요." 하람이 경소경을 째려보았다. "왜 미리 말 안 했어. 못 할 말했잖아. 정침아, 연아, 미안하게 됐어. 괜찮을 거야. 너네 아직 젊잖아. 몸조리 잘하면 다 잘될 거야. 음식이 하나둘씩서빙 되고 나서야 분위기가 조금 괜찮아졌다. 방금 밥을 먹어서 그런지 온연과 진몽요는 배가 고프지 않았다. 이런 자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그들은 서로 눈짓을 하더니 사이좋게 화장실로 들어갔다. 화장실에 들어간 진몽요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나 정말 미치겠어. 우리 엄마 연기 너무 잘하지 않니? 집에서는 맨날 닥달하면서 남들 앞에서는 아껴주는 척. 정말 우습지도 않아." 온연이 그녀를 위로했다. "괜찮아. 체면이 중요하긴 하잖아. 화내지 말고. 기분 좋게 밥 먹으러 나왔는데 쓸데없는 일 신경 쓰지 마." "연아, 경소경네 엄마. 엄청 좋으신 분이야. 일부러 그러신 게 아닐거야. 모르는 게 죄라고, 너무 기분 나빠하지 마." 진몽요가 갑자기 화제를 돌렸다. 온연은 고개를 저었다. "알아. 난 괜찮으니까 걱정 마. 나 그렇게 약한 사람 아니야.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이야 내가. 이 정도 일에 무너지겠어? 됐어. 이제 다 털어버리고 밥이나 마저 먹으러 가자. 내가 널 몰라? 아직 덜먹었잖아. 가자." 진몽요는 자신의 뺨을 손바닥으로 두드렸다. "그래. 정신 차리자. 진몽요 할 수 있다!" 두 사람이 팔짱을 끼며 화장실에서 걸어 나왔다. 귀빈실에서 걸어 나오는 전지를 보자 진몽요의 기세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녀가 뭐라 반응 하기도 전에 이미 누군가 그녀를 발견했다. 특별히 전지에게 알려주기 까지 했다. "여자친구 저기 있네! 그럼 우린 방해되니까 먼저 갈게." 전지는 진몽요를 향해 웃어 보였다. 손을 휘적이며 그 사람들을 밖으로 내보냈다. 진몽요는 계속 그
목정침의 말이 온연을 경악하게 했다. "뭐라고요?" 그는 한참을 침묵하고 나서야 담담한 말투로 대답했다. "모삼촌이 한 말 기억해? 저번에 서재에서 목가경이랑 한말 너도 들었지? 그 숨겨진 애가 바로 전지야. 걔, 위험한 사람이야. 너도 진몽요도 가까이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대학교 때 있었던 일 아직 기억하려나? 식당 아주머니 아들이 나 찌르려고 했던 거. 그것도 전지가 시켜서 그런 거야. 그리고 이게 제일 중요한 건데. 진씨 집안에 보석 원재료 도난 사건. 그 사건 배후에도 전지가 있어. 불에 타 죽은 사람은 그냥 방패막이 일뿐이야. 진몽요랑 헤어지고 나서 바로 회사 차리고, 땅도 사고 그랬는데 그 돈이 다 어디서 났을것 같아? 그냥 이 정도만 알고 있어. 더 이상은 나도 말 못 해줘. 모든 일의 타깃은 나야. 근데 이거 하나는 알아둬. 전지는 목적 없이 움직이지 않아. 보통 사람처럼 대하면 안돼." 진실들이 온연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했다. "그 뜻은…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몽요한테 접근했단 말이에요? 몽요를 디딤돌 삼아 삼 년 동안 이용한 것도 모자라서 진씨 집안을 망가뜨리다니…. 어떻게 이럴 수가… 정말 너무 해요. 몽요가 전지를 얼마나 좋아했는데, 얼마나 잘해줬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요? 단지 당신을 무너뜨리기 위해서 이 모든 짓을 벌였단 말이에요? 목씨 집안의 숨겨진 아들이라면서요. 재산이 탐났으면 다른 방법으로 해결해도 됐잖아요. 당당하게 신분을 밝히든지! 이런 졸렬한 방법보다는 훨씬 낫네요! 설마… 삼년전 심개랑 그 사진도…? 심개랑 호텔에서의 일도.. 그 사람이랑 상관있는 거죠? 전지 말고는 의심 가는 사람이 없어요. 처음에는 강연연이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리 봐도 아닌 것 같아요." 그녀가 생각한 일들 모두 크게 작게 목정침에게 영향을 준 일들이었다. 전지는 목정침을 상대하기 위해서 진몽요만 이용한 게 아니었다. 온연도 이용했다. 전지가 그랬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너무 소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