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한정의 약속을 받아내고 여군묵은 무대에서 내려왔다.육한정은 하서관을 바라보았다, 두 눈이 마주치면서 그는 얇은 입술을 휘고 매력적인 저음으로, “서관아, 왔어?”라고 했다.불그스레한 하서관의 눈시울에 부드러운 소용돌이가 일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요, 저 왔어요, 일부러 그런 거죠?”육한정은 그녀의 작은 두 손을 잡고, “맞아, 오늘 거짓 결혼 같은 건 없었어, 결혼식은 진짜야, 나와 서관이 너의 결혼식이야, 내가 아직 식을 치러주지 못했잖아.”이 속이 검은 남자가 정말 고리에 고리를 물고 계락을 짜서 상군미연을 포함한 자신마저 속였다.“그런데...... 저를 용서하지 못한다 하지 않았었나요?”“서관아, 나 이제 다 알게 되었어.”다 안다고?무엇을 안다는 거지?“전부 다 알게 되었어, 네가 3년 동안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이제야 알게 되었어, 서관아, 늦어서 미안해, 너에게 내가 가장 필요할 때 너와 아이들의 곁에 있어주지 못해서 미안해.”그의 낮은 부드러운 목소리에 자괴감과 애틋함이 담겼다, 하서관의 가다란 속눈썹이 흔들렸다, 그녀는 그가 모든 걸 알게 될 줄 몰랐다.사실 그녀는 아주 강하다, 아플때도, 두려울 때도, 마지막에 출산할 때도 그녀는 늘 태연하게 홀로 외로움과 죽음을 직면할 수 있었다.그런데 지금 육한정이 자책하는 말을 듣자 그녀의 가슴속에 묻혔던 억울함과 연약함 그리고 무력함이 한순간에 쏟아졌다.육한정이라는 남자를 만나기 전까지 하서관은 얼마든지 나쁜 남자건 여자건 쉽게 다룰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육한정을 만나고 나서부터 그녀는 겁이 많아지고 부드러워지고 의지하는 마음이 생겼다.그가 내어준 팔이 너무나 넓어 그녀는 그의 품 안에만 누워있고 싶었다.육한정은 그녀의 불그스레한 눈시울과 코끝 그리고 빨간 입술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육한정이 무릎을 꿇더니 바지 주머니에 있는 반지를 꺼내고, “서관아, 나와 결혼해 줄래?”라고 물었다.“내가 사전에 원고를 준비했는데 지금 다 잊었어, 처음 프러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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