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서관의 동작이 멈췄다. 육한정의 큰 손은 그녀의 아랫배를 만지고 있었다. 그리고 잘생긴 얼굴을 그녀의 머리에 기댔다. “우리 아무런 피임 조치도 안 했어요.”하서관은 속으로 할 필요가 없다고 느꼈다. 그녀에게 남겨 있는 시간은 별로 없다. 그녀는 고개를 돌아 똘망한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싫어요! 아기 낳을 거예요.”말이 끝나자 육한정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녀의 허리를 안고 벽으로 밀었다. “서관아, 헛소리하지 마.”“아기 낳을 거예요! 아빠가 되기 싫은 거예요? 임신을 하면 낙태하라고 할 건 아니잖아요.”육한정은 그녀를 뜨겁게 바라봤다. 뜨거운 그의 눈빛은 용암처럼 그녀를 녹이려고 했다. “서관아, 우리…같이 제도에 가자. 꼭 헤어져야 해? 나도 열심히 치료받고 더 완벽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을 할게. 내가 줄 수 있는 미래가 제일 좋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나의 전부 일 거야. 서관아, 사랑해. 난 너 없이 못 살아.”육한정은 심사숙고 후 입을 열었다. 그녀와 떨어져 있기 싫다. 그가 혼미 후 깨어나서 그녀를 봐서, 그녀가 그의 여자가 된 그 순간부터, 혹은 방금 그녀가 그들의 아기를 낳는다고 했을 때부터 인지 그는 다시 이기적이고 탐욕스러워졌다. 이번 생만큼은 그녀를 얻고 싶다. 그녀를 잃으면 안 된다. 하서관의 눈시울이 다시 붉어졌다. 그가 이런 말을 한 의미가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생각이 깊고 내성적이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하지만 방금 그녀를 사랑한다고 말했다.하서관은 충분했다. 이걸로 충분했다.하서관은 깊게 숨을 마시고 웃었다. “한정 씨, 그냥 장난을 한 번 쳤는데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인 거 아니에요? 저 임신 안 해요. 배란기가 아니어서 안심해도 돼요. 아빠가 되는 일은 없을 거예요.”육한정은 큰 몸이 흠칫했다. 진심을 다 해 고백을 하고 미래에 대해 얘기를 했는데 장난이라고 찬물을 부었다. 큰 손을 천천히 풀었다. 잘생긴 그의 얼굴에는 표정 변화 없이 담담하게 말했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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