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나는 재벌이 되었다의 모든 챕터: 챕터 61 - 챕터 70

2631 챕터

제61화 하찮은 것

처음 보는 성강희의 진지한 모습에 순간 마음이 흔들렸다. 이런 표정도 지을 줄 아는 사람이었나?3년 전, 장난기 많던 소년이던 그가 왠지 다르게 보였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깐, 성강희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소은정은 표정을 감췄다. 적어도 지금은 사랑의 소용돌이에 빠지고 싶지 않았다.“강희야, 못 본 사이에 여자 홀리는 스킬이 많이 늘었네.”성강희는 흠칫하더니 뒤로 물러섰다.“다른 사람한테는 이렇게 안 해.”“하긴. 너 좋다는 여자애들이 한둘도 아니고. 네가 굳이 나설 필요는 없겠지.”소은정은 괜히 농담을 던졌다. 뭐, 성강희의 여성 편력은 친구들은 물론 재벌 2세들 사이에서도 공공연한 사실이었으니까.“다 지난 일이야. 그리고 제대로 된 연애는 해본 적도 없었다는 거 알잖아...”“그래. 오늘 위로해 줘서 고마웠어. 그런데 지금은 너무 피곤해...”그녀는 순간적인 설렘에 빠지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성강희와는 오랫동안 친구로 지냈던 사이, 사랑이라는 순간적인 감정 때문에 좋은 친구를 잊고 싶지 않았다.다시 기운을 차린 듯한 소은정의 모습에 성강희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그럼 난 이만 가볼게. 푹 쉬어.”가벼움이 항상 묻어나던 행동에서 느껴지는 그녀에 대한 사랑, 여자라면 빠지지 않기 힘들었다. 이런 엉큼한 남자 같으니. 소은정이 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고개를 돌린 그녀의 시야에 아무렇게나 탁자 위에 올려둔 비취 담뱃대가 들어왔다. 입꼬리를 씩 올리던 소은정은 다가가 담뱃대를 들어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천천히, 얼굴에 핀 미소가 사라지고 소은정은 다시 아무렇게나 탁자 위에 올려두고 안방으로 들어갔다.자신의 보물 1호가 이런 대접을 당하고 있다는 걸 박대한이 안다면... 아마 화가 치밀어 쓰러질지도 모르지.이런 생각을 하며 잠에 든 소은정이 다시 깨어났을 때는 어느새 저녁 10시였다. 휴대폰을 확인한 소은정은 소은호가 보낸 문자를 확인했다.일 때문에 며칠 동안 해외에 나가있을 거야. 회사 잘 보고 있어.오빠도 참.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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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그냥 차일뿐이야

아가씨가 외출하시는데 기사 한 명 없다는 건 집사로서 절대 용납할 수 있는 일이었다.“아니에요. 저도 이제 어른이라고요. 운전 정도는 제가 알아서 할 수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말을 마친 소은정은 바로 전화를 끊고 회사로 향했다. 출근 시간임에도 차가 별로 막히지 않았다. 게다가 그녀가 코너를 돌거나 신호등 앞에서 멈출 때도 다들 그녀에게 길을 양보해 주는 듯한 이상한 장면이 연출되었다.뭐야? 내가 여자라고 무시하는 건가?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회에 도착한 소은정은 차 키를 발렛기사에게 맡기고 또각또각 건물로 들어갔다. 이때 임상희의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 임상희는 소은정을 향한 분노와 증오를 전혀 숨기지 않고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설마 그녀가 녹음 파일을 오빠에게 넘긴 걸 알게 된 건가?그럴 리가 없을 텐데.“임 팀장, 안 올라갈 거예요?”소은정의 질문에 임상희는 코웃음을 치더니 비아냥거렸다.“대표님은 참 본부장님을 아끼시는 것 같아요. 이렇게 비싼 차까지 선물로 주시고. 2억은 넘을 것 같던데.”소은정이 자기 돈으로 포르쉐를 샀을 리가 없다고 임상희는 확신했다. 어리둥절하던 표정의 소은정은 뭔가 생각난 듯 푸흡 웃음을 터트렸다.“뭘요. 뭐 대단한 것도 아니고. 이 정도는 내가 살 수 있어요.”수치심에 얼굴이 빨개진 임상희를 힐끗 바라보던 소은정은 여유로운 미소와 함께 임원 전용 엘리베이터에 올랐다.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돈 때문에 나이 든 아저씨와 불륜 관계를 가지는 임상희는 세상 모든 여자가 다 자기 같은 줄 아나 보다.사무실 앞,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우연준이 그녀에게 오전에 열릴 회의 내용에 대해 보고했다.소은정은 또각거리는 하이힐 소리와 함께 바로 회의실로 향했다. 상석에 앉아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을 쭉 훑어보던 그녀가 입을 열었다.“시작하죠.”거성그룹과의 협력은 이미 확실시된 상태, 이제 남은 디테일 조절뿐이었다. 본디 계약이란 이익을 얻기 위한 것이 목적, 작은 디테일 하나 때문에 거액의 금액이 차이 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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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텃세

회의실에 무거운 침묵이 감돌았다. 1분 남짓 회의실에서는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한편, 순식간에 주도권을 다시 가져간 소은정의 모습에 장한명도 표정이 일그러졌다. 한참을 망설이던 그가 입을 열었다.“그게...”하지만 소은정은 그에게 눈빛도 주지 않은 채 바로 말을 가로챘다.“다들 메일로 소식을 들으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대표님께서는 자리를 비운 사이에 회사의 업무의 결정권을 전부 저에게 일임하셨습니다. 게다가 이 프로젝트는 제가 담당하고 있는 거기도 하고요. 절 따르고 싶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사직서 제출하세요. 대표님께는 제가 알아서 보고드리겠습니다.”회의에 참석한 직원들은 흠칫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 다들 입사한 뒤로 치열하게 경쟁하며 지금 이 자리까지 올라왔다. 그들의 자리를 노리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는 것도 물론 알고 있었다. 지금 그만둔다면 그것이야말로 바보 같은 짓이 아닌가?낙하산으로 갑자기 본부장이 된 소은정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소은호 대표의 태도와 강력한 서포트만 봐도 그가 얼마나 소은정을 아끼는지 알고 있었다. 괜히 장한명의 말에 넘어가 소은정에게 텃세를 부렸다는 생각에 후회가 밀려왔다.차갑게 식은 회의실 분위기, 그 누구 하나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장한명은 소은정과의 기싸움에서 완전히 밀린 상태, 지금에 와서 그의 편을 들 수는 없었다.“기획부 심 부장, 오늘 안으로 기획안 작성할 수 있겠어요?”갑작스레 이름을 불린 심동석이 번쩍 고개를 들었다.“아, 네, 네. 가능합니다. 회의가 끝나면 바로 진행하겠습니다. 회사를 위해 최고의 기획안을 작성하겠습니다.”다들 십 년 이상 직장을 다닌 베테랑들, 그중에서도 두각을 나타내 부장 자리에 오른 사람들이다. 소은정이 한 발 물러서 기회를 줄 때 잡아야 했다.그제야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던 소은정은 조금 가벼워진 목소리로 물었다.“다른 부서들은요?”“저희도 바로 진행하겠습니다.”“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오늘 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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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미리 연락해 주세요

소은정은 바로 탁자를 지나쳐 책상으로 다가가더니 파일을 책상 위에 던져주고 자연스럽게 컴퓨터를 켰다. 무시를 당한 박대한은 더 분노했다.“소은정, 내가 널 과소평가한 것 같더구나. 먼저 이혼을 제안했다는 말에 놀라긴 했다만. 다른 남자를 이미 찾아뒀던 거야? 이혼하고 바로 SC그룹의 본부장이 되다니. 소은호 대표가 널 많이 아끼는 모양이야.”컴퓨터로 메일을 확인하던 소은정은 그제야 고개를 들어 미소를 지었다. 지금까지 그녀에게 당한 게 있었던 박예리는 겁먹은 표정으로 한 마디도 하지 못했지만 박대한은 아니었다.“제가 이혼을 결심한 건 박씨 집안사람들에게 질려서예요. 회장님께서도 매주 절 본가로 부르셔서 트집을 잡으셨죠. 저처럼 비천한 출신이 고고한 박씨 집안 며느리가 된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를 말씀해 주시면서요. 어쨌든 회장님 소원대로 이혼해 드렸으니 기뻐하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왜 직접 찾아오셨어요?”이혼 전, 박대한은 매주 그녀를 본가로 불러들였다. 가족끼리 자주 만나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긴 했지만 사실은 이민혜와 박예리가 그녀를 마음껏 괴롭히도록 기회를 주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박씨 집안과 그녀는 근본부터가 다른 존재임을 각인시켜주기 위해서였겠지.박대한의 암묵적인 허락 덕분에 이민혜와 박예리는 더 거리낌 없이 그녀를 괴롭힐 수 있었고 집에서 일하는 아줌마들조차 그녀에게 제대로 눈길을 주지 않았다.그렇게 눈에 가시였던 손자며느리가 알아서 물러났으면 샴페인이라도 터트려야 하는 거 아닌가?“지금 왜 옛날 얘기를 꺼내는 거냐? 내가 사과라도 하길 바라는 거냐? 어른한테 지금 이게 무슨 말버릇이야!”소은정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박대한이 바로 호통쳤다.그와 시선도 마주치지 못했던 여자가 감히 말대답을 해? 건방진 것.이에 소은정은 푸흡 웃음을 터트렸다.“회장님, 여긴 회사입니다. 경력보다 더 중요한 건 직급이죠. 태한그룹의 회장님께서 오셨으니 저도 물론 예의를 갖출 겁니다. 그러니 회장님, 하실 말씀 있으시면 그냥 하세요. 회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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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발칙한 것

소은정은 솔직하게 인정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그 사람이 아끼는 물건을 일부러 담보로 잠고 있진 않았을 것이다.박예리 말이 맞았다. 그녀는 박씨 집안을 증오했고 그 집안사람들이 편하게 지내는 꼴을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다. 담뱃대를 팔지 않겠다 말한 것도 조금이라도 더 지옥에서 살아봤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그녀가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저쪽 집안사람들도 이미 짐작하고 있을 터, 굳이 아닌 척 연기할 필요는 없었다.“박예리 씨, 알고 있겠지만 난 착한 사람이 아니에요. 당한 건 무조건 갚아주는 성격이랍니다. 3년 동안 그 집안사람들이 나한테 어떻게 했는지 아직도 눈앞에 선한데 아무것도 모르는 척 마음에 묻고 살기엔 제가 너무 억울하지 않겠어요?”소은정의 말에 말문이 막힌 박예리는 몸을 부들부들 떨뿐이었다. 오히려 소은정이 솔직하게 인정하니 더 화가 치밀었다.박대한이 또다시 흥분하는 박예리를 나무라듯 노려보았다. 그 시선을 느낀 박예리는 심호흡을 한 번 하고는 눈물을 글썽이며 애원하기 시작했다.“새언니, 전에는 내가 심했어요. 내가 어려서, 철이 없어서 그랬어요. 언니가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 줘요. 진심으로 사과할게요. 사과만 받아준다면 시키는 건 뭐든 할게요. 그러니까 할아버지 담뱃대는 다시 돌려줘요. 내가 친 사고 때문에 엄마는 외출도 못하시고 저도 할아버지한테 충분히 혼났어요. 진심으로 잘못을 뉘우치고 있지만 그래도 분이 안 풀린다면 따귀라도 때려요.”구구절절 말을 마친 뒤 고개를 든 박예리는 흠칫 놀라고 말았다. 소은정은 감동은커녕 재밌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소은정의 도발에 박예리는 더 이상 연기를 이어나갈 수가 없었다.‘어디 한번 계속해 봐.’이렇게 말하고 있는 듯한 그녀의 눈빛에 수치심이 몰려왔다. 박예리의 절절한 사과에도 소은정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박대한은 어색하게 헛기침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은정아, 네가 결혼생활 동안 고생한 거 나도 안다. 오늘도 예리가 너한테 사과하고 싶다고 해서 온 거야. 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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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화 어떻게든

“은호를 보면 소 회장님 젊었을 때 모습을 보는 것 같습니다. 외모도 능력도 출중한데 여자 때문에 인생을 망쳐서야 쓰나요.”“여자 때문에 인생을 망칠 자식이라면 겨우 그 정도 그릇밖에 안 되는 거겠죠.”소찬식이 차갑게 웃었다.박대한은 소은정을 힐끗 바라보더니 의미심장한 말투로 말을 이어갔다.“그 여자 보통 여자가 아니더군요. 이혼하자마자 은호와 사귀더니 지금은 SC그룹의 본부장 직을 맡고 있습니다. 평생 일궈온 회사를 불여우 같은 여자한테 홀랑 빼앗기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습니까?”다른 사람이었다면 자신의 딸을 모욕하는 말에 화를 참지 못하고 호통을 쳤을 수도 있지만 소찬식도 평범한 사람은 아니었다.그는 껄껄 웃더니 담담하게 대답했다.“박 회장님, 제 걱정은 마시고 회장님 걱정이나 하시죠. 그리고 저희가 젊은 사람들 연애에 끼어들어 뭐 합니까? 전 은호 안목을 믿습니다. 아이고, 물고기가 미끼를 물었나 보군요. 그럼 이만.”그렇게 두 사람의 통화는 종료되었다. 박대한의 얼굴은 분노로 벌겋게 달아올랐다. 이대로 넘어가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소은정을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생각보다 운이 좋구나. 하지만 이대로 끝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소은호 대표가 널 정말 진지하게 생각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소씨 집안사람이 되는 건 결코 쉽지 않을 거야. 소찬식은 만만한 사람이 아니니까.”소은정은 피식 웃더니 대답했다.“그건 회장님께서 신경 쓰실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고...”잠깐 멈칫하던 그녀가 당당하게 말했다.“전 언젠가 소씨 집안사람이 될 거니까요.”어쨌든 언젠가는 그녀의 신분을 밝혀야 할 날이 올 것이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순간, 박대한을 비롯한 박씨 집안사람들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박대한에게 소은정은 망상에 빠진 여자처럼 보일 뿐이었다.한편, 소은정은 더 이상 의미 없는 대화를 더 이어나가고 싶지 않았다. 아버지한테 전화를 거는 게 박대한에게는 나름 비장의 카드였을 것. 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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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네까짓 게

소은정이 그에게 직접 전화를 했던 적이 있었던가...망설이던 이한석이 대답했다.“전에 제가 말씀드린 적도 있었는데 대표님께서 그런 사소한 일까지 보고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습니다. 서민영 씨와 관련된 일을 제외하고 다른 일은 저한테 바로 전하면 된다고 하셨습니다. 그 자리에 소은정 씨도 있었고요. 그래서 대표님께 직접 전하지 않으신 게 아닐지...”박수혁의 짜증을 느꼈을까? 이한석은 또다시 말끝을 흐렸다. 이한석의 말에 그때 상황을 떠올린 박수혁은 미간을 꾹꾹 눌렀다. 그때의 그의 머릿속은 온통 서민영에게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까 이 생각뿐이었다.그 사이에 기대에 차있던 소은정의 눈빛은 슬픔으로, 차가움으로 변해갔겠지.소은정의 말대로 결혼을 해줬으니 마음대로 부려먹어도 된다고 생각했나 보다. 건방지게.갑자기 가슴이 아파오고 숨도 쉬어지지 않았다. 매사 조심스럽게 그의 눈치를 보던 소은정이 언제부터 차가워진 걸까? 그를 혼란스럽게 만들던 질문의 답을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대표님, 회의는...”“SC그룹 소은정 본부장과 약속 잡아. 할 말이 있으니까.”소은정이 그의 전화를 받을 리도 없고 불쑥 찾아가 봤자 반감만 살 테니 이한석을 통할 수밖에 없었다.“SC그룹 쪽에서는 소은정 본부장이 시간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이한석이 억울하다는 듯 대답했다. 하지만 박수혁의 차가운 눈빛과 마주한 순간,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에 바로 말을 바꾸었다.“그쪽에서 시간을 정할 때까지 계속 연락해 보겠습니다.”“나가 봐. 회의는 예정대로 진행할 거야.”“네, 대표님.”이한석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사무실을 나섰다.굳이 왜?이혼까지 한 마당에 왜 저렇게 집착하시는 걸까?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박수혁에게 직접 물을 수 없는 질문들. 이한석은 고개를 저었다.한편 SC그룹, 박대한을 배웅한 우연준은 자신이 들은 통화 내용을 그대로 보고했다. 이에 소은정은 차갑게 웃었다. 박대한이 그녀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는 것도, 수단이 만만치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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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재결합

소은정은 아무 말 없이 우연준을 바라보았다. 우연준도 어리둥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도 박수혁의 존재는 모르고 있는 눈치였다. 소은정은 한숨을 내신 뒤 미소를 지으며 임춘식을 바라보았다.“이런 자리인 줄은 몰랐네요.”여유로운 말투에 담긴 뜻을 눈치챈 임춘식은 소은정과 박수혁을 번갈아 쳐다보다 어깨를 으쓱했다.“무례한 걸 알지만 저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전 두 분 사이 일에 끼어들 일은 추호도 없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제가 빌미를 제공한 건 맞으니 사과의 의미로 저희 거성그룹에서 새로 설립한 연구실을 보여드리죠. 본부장님도 관심이 가실 것 같은데요.”관심? 임춘식의 말도 맞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놀아난 듯한 기분에 불쾌함이 밀려왔다.소은정은 무표정한 얼굴로 박수혁을 바라보았다.“박 대표님, 또 그 담뱃대에 대해 말씀하시고 싶은 거라면 제 의견은 대표님 할아버님께 다 말씀드렸으니 더 이상 얘기하지 마세요. 제 생각은 바뀌지 않습니다.”오전에는 박대한이, 저녁에는 박수혁이. 이 집안사람들은 참 뻔뻔하고 집요하다는 생각에 헛웃음이 나왔다.이쯤 되면 포기할 때도 되지 않았나?“은정아.”박수혁은 진지한 눈빛으로 소은정을 바라보다 말을 이어갔다.“할아버지가 회사로 찾아갔다는 말은 들었어. 뭐, 좋은 말씀은 안 하셨겠지. 마음에 담아두지 마. 미...”미안하다고 말하려는 순간, 박수혁은 말끝을 흐렸다. 소은정에게 이런 사과는 통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3년 동안의 고통이 미안하다는 한 마디로 지워지진 않겠지.소은정은 왠지 평소와 다른 박수혁의 모습에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겨우 그런 말이나 하려고 이렇게 자리를 만든 건가요?”짜증 섞인 소은정의 질문에 잠시 침묵하던 박수혁이 다시 입을 열었다.“그 담뱃대... 어차피 네가 가지고 있어도 딱히 쓸 곳도 없잖아? 우리 가족들한테 복수하고 싶은 거였다면 이미 성공했어. 언젠가 화가 풀리면 다시 돌려줬으면 좋겠어. 물론 돌려주는 조건은 네가 정하고.”박수혁의 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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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피를 돌려줘

소은정의 말에 박수혁의 마음이 또 욱신거렸다. 바이올린을 연주할 줄 알았다는 것도. 담배를 피울 줄 알았다는 것도. 가끔은 정말 독해질 수 있다는 것도. 전부 그가 모르고 있던 사실이었다.“당신이 싫어할 것 같아서 당신한테는 숨긴 거야. 뭐, 굳이 숨기지 않아도 볼 기회조차 없었지만.”헌혈을 마치고 온몸에 힘이 풀릴 때마다 박수혁은 그녀의 곁이 아닌 서민영을 보살펴주고 있었다. 그녀의 씁쓸한 마음과 외로움을 달래주는 건 담배뿐이었다. 어떻게든 스트레스를 풀 방법을 찾다가 시작하게 된 담배는 이제 습관이 되어버렸다.소은정의 눈동자에 서글픔이 순식간에 스쳐 지나갔다. 소은정은 고개를 숙이고 있는 박수혁을 바라보더니 장난스레 웃었다.“내 조건 들어보고 싶어?”박수혁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소은정은 바로 조건을 제시했다.준 것도 받은 것도 다 돌려주고 돌려받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아직 돌려받지 못한 게 있었다.“3년 동안 내가 서민영에게 수혈해 줬던 피, 그대로 다시 내놓으라고 해. 한 번으로 안 되면 두 번, 세 번. 횟수는 상관없어. 하지만 1년 안에 전부 돌려놓아야 해.”그녀의 말에 박수혁은 충격을 먹은 듯 고개를 번쩍 들었다.“뭐라고?”하지만 소은정은 여전히 여유로운 모습이었다.“생각해 봤는데 내 소중한 피를 그딴 여자한테 줬다는 게 너무 억울하더라고. 더 가치 있는 일에 쓰는 게 나을 것 같아서. 3년 전에는 바보처럼 이런 생각은 하지도 못했지. 하지만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해. 내 피를 돌려줘. 그러면 나도 담뱃대를 돌려줄 테니까. 그럼 우리 두 사람 다시 엮일 일 없는 거야.”서민영은 소은정을 괴롭히기 위해 일부러 꾀병을 부리며 소은정의 수혈을 강요했다는 걸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것도 모르는 박수혁이 원망스러웠던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피를 받고 담뱃대를 돌려주고 그녀의 과거와 완전히 선을 그은 뒤 이제는 온전히 그녀를 위한 삶을 살고 싶었다.게다가 마침 서민영도 다시 돌아왔다고 하지 않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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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안녕, 이쁜 누나

임춘식이 어깨를 으쓱하더니 대답했다.“이유가 어찌 되었든 오늘은 제가 실례했습니다. 시간 괜찮으시다면 지금 실험실을 둘러보시겠어요? 핵심 기술 연구실입니다.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말이죠.”소은정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거성그룹의 최신 기술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기회, 완벽한 대외비인 연구실을 둘러본다면 거성그룹의 향후 계획은 물론 AI 분야 사업을 진행함에 있어 필요한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테니까.이때, 임상희가 뒤에 서 있는 우연준을 향해 말했다.“안타깝지만 우 비서님은 함께 갈 수 없을 것 같군요. 연구실은 저희 그룹의 기밀이 담겨있는 곳이라서요. 아, 물론 제가 책임지고 댁까지 모셔다드릴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망설이는 우연준의 모습에 소은정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난 괜찮으니까 이만 들어가요.”“네, 본부장님.”두 사람은 그렇게 임춘식의 차에 탔다. 차에 타는 순간, 밖의 풍경을 볼 수 없도록 차창에 커튼이 스르륵 내려왔다. 신중한 임춘식의 태도에 소은정의 기대감은 점점 더 부풀어 올랐다.“소 대표님이 아끼는 우 비서까지 내주신 걸 보면 정말 본부장님을 아끼시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재결합을 단호하게 거절하신 거겠죠. 더 좋은 남자가 있는데 왜 굳이 과거의 인연을 붙잡겠어요.”임춘식이 금테 안경을 올리며 웃었다.잠시 망설이던 소은정이 담담하게 대답했다.“대표님이 절 아끼시는 건 제 재능을 높게 사서입니다. 안목이 있으신 거죠.”단호한 그녀의 모습에 임춘식은 박수혁이 아무리 노력해도 이 관계는 되돌릴 수 없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20분 정도 달렸을까? 차량은 한 건물의 지하 차고로 진입했다. 차에 내린 순간, 대낮처럼 환한 조명이 소은정의 눈을 자극했다. 평범한 그레이 톤 인테리어, 위장을 위해 일부러 이렇게 만든 거겠지.임춘식은 소은정과 함께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임춘식의 지문을 비롯한 3단 점검을 마친 뒤에야 엘리베이터 문이 천천히 열렸다.“자, 가시죠.”임춘식이 손을 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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