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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그냥 차일뿐이야

아가씨가 외출하시는데 기사 한 명 없다는 건 집사로서 절대 용납할 수 있는 일이었다.

“아니에요. 저도 이제 어른이라고요. 운전 정도는 제가 알아서 할 수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말을 마친 소은정은 바로 전화를 끊고 회사로 향했다. 출근 시간임에도 차가 별로 막히지 않았다. 게다가 그녀가 코너를 돌거나 신호등 앞에서 멈출 때도 다들 그녀에게 길을 양보해 주는 듯한 이상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뭐야? 내가 여자라고 무시하는 건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회에 도착한 소은정은 차 키를 발렛기사에게 맡기고 또각또각 건물로 들어갔다. 이때 임상희의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 임상희는 소은정을 향한 분노와 증오를 전혀 숨기지 않고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설마 그녀가 녹음 파일을 오빠에게 넘긴 걸 알게 된 건가?

그럴 리가 없을 텐데.

“임 팀장, 안 올라갈 거예요?”

소은정의 질문에 임상희는 코웃음을 치더니 비아냥거렸다.

“대표님은 참 본부장님을 아끼시는 것 같아요. 이렇게 비싼 차까지 선물로 주시고. 2억은 넘을 것 같던데.”

소은정이 자기 돈으로 포르쉐를 샀을 리가 없다고 임상희는 확신했다. 어리둥절하던 표정의 소은정은 뭔가 생각난 듯 푸흡 웃음을 터트렸다.

“뭘요. 뭐 대단한 것도 아니고. 이 정도는 내가 살 수 있어요.”

수치심에 얼굴이 빨개진 임상희를 힐끗 바라보던 소은정은 여유로운 미소와 함께 임원 전용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돈 때문에 나이 든 아저씨와 불륜 관계를 가지는 임상희는 세상 모든 여자가 다 자기 같은 줄 아나 보다.

사무실 앞,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우연준이 그녀에게 오전에 열릴 회의 내용에 대해 보고했다.

소은정은 또각거리는 하이힐 소리와 함께 바로 회의실로 향했다. 상석에 앉아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을 쭉 훑어보던 그녀가 입을 열었다.

“시작하죠.”

거성그룹과의 협력은 이미 확실시된 상태, 이제 남은 디테일 조절뿐이었다. 본디 계약이란 이익을 얻기 위한 것이 목적, 작은 디테일 하나 때문에 거액의 금액이 차이 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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