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933화

Author: 진헤이
박연준은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이러니까 그녀가 알아선 안 되는 거였다.

알게 되면 모든 게 통제 불능이 될 게 뻔했다.

지금처럼 말이다. 완전히 꼬여버렸다.

이유영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십 년 동안 쌓아온 감정이 마음속에서 완전히 무너졌는데 설상가상으로 강이한이 은별이를 데리러 간다는 것까지 알게 됐다.

귀를 찢는 듯한 뺨따귀 소리와 함께 그의 뺨에 새빨간 손자국이 새겨졌다.

이유영의 손톱은 그의 살갗을 파고들어 피를 냈다.

주변 공기마저 얼어붙은 듯했다.

박연준은 한동안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그 자리에 굳어 있었다.

이유영이 이미 그곳을 떠난 후였다.

강이한은 이유영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접하고 눈살을 찌푸렸다.

창백한 안색으로 인형을 꼭 끌어안고 있는 이온유를 보며 생각했다.

‘퇴원했나 보네.’

수술은 잘 끝났지만 큰 병을 앓은 탓인지 아이의 작은 얼굴은 파리했다.

강이한은 아이를 내려다보며 불렀다.

“온유야.”

“네, 아빠.”

“이번 일만 마무리되면 아빠랑 여행 가자. 응?”

이 일을 겪으며 강이한은 아이의 학업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한지 실감했다.

아이 숙제만 봐도 머리가 아팠다. 겨우 이 나이에 그런 짐을 지게 하다니.

온유의 눈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한없이 다정했다.

아이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역시 아이는 아이였다.

노는 게 천성인지라 나간다는 말에 기뻐하는 모습이 보는 사람까지 흐뭇하게 만들었다.

강이한의 얼굴에 걸려있던 부드러운 웃음기가 싹 가시더니 이온유를 보며 말했다.

“온유야, 언니들이랑 잠깐 놀고 있을래?”

“네.”

애는 참 착하기도 하지.

고개를 끄덕이곤 바로 따라 나갔다.

“다들 어디 갔어?”

“꽃밭 쪽으로 모시고 갔습니다.”

집사가 말했다.

집사가 공손하게 말했다.

사실 강이한이 파리에서 이유영과 아이 때문에 언쟁을 벌였던 일을 이시욱이도 알고 있었기에 이유영이 방문할 때면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미리 살펴보도록 지시를 내렸던 것이다.

지금도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934화

    이유영의 손에 있던 커피가 강이한의 얼굴에 그대로 쏟아졌다. 쨍그랑!컵이 책상에 부딪히는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온녕의 차분한 표정이 일그러졌다. 몰골이 말이 아닌 강이한을 보면서도 이유영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격돌했다. 남자의 눈동자에는 폭풍우가 치는 듯했다. “이제 만족해?” 이유영이 물었다. 강이한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놀아? 이제 그 가식적인 연기 그만해.”강이한이 이유영을 쳐다봤다. 그의 눈빛 깊은 곳에서 무언가 산산이 조각나는 듯했다. 가슴은 더욱 뒤집어지는 것 같았다. 그녀가 알아버린 거다. 그녀가 모든 걸 알게 됐다. 전에 장혜주가 백남 저택에 갔을 때 박연준이 그녀를 데려갔었다. 사실 그때 강이한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녀가 결국엔 알게 될 거라는 걸. 박연준과 함께 있으면 모든 게 불확실했으니까. 그리고 서주에서 그녀는 그 일을 알 수밖에 없었다. 결국 다 그녀를 서주라는 곳에 휘말리게 한 탓이었다. 긴 시간이 흐른 뒤에야 강이한의 정신이 조금씩 돌아왔다. 그는 이유영을 바라보며 말했다. “유영 씨.”“정말 닮은 것 같지 않아?”이유영은 핏기 하나 없이 하얗게 질린 남자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마음속의 폭풍을 억누르려 애썼다. 십 년이란 시간 그 모든 감정이 그저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소중히 여겼던 거였다니.강이한은 입을 떼려 했지만 아무 말도 꺼내지 못했다. 그의 눈동자 속에 소용돌이치는 감정을 본 이유영의 입가에 냉소가 떠올랐다.“나도 그렇게 보여?”하는 이유영의 목소리가 들렸다. 강이한은 이미 속이 울렁거렸는데 그녀의 말에 숨이 턱 막혔다. 변명하고 싶었다. 오해라고 사실은 전혀 다르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의 차갑고 비웃는 듯한 눈빛이 그의 심장을 찔렀다. 결국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은 삼켜야만 했다.더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녀의 눈빛이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으니 설명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이런 강이한의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935화

    이런 상황에서 그 말은 너무나 공허하고 힘없었다. 그녀의 생각과 다르다고? 이유영은 차갑게 웃었다.자리에서 일어선 이유영은 차갑게 말했다. “신경 쓰든 말든 상관없어. 강이한, 네가 감히 또 은별이를 해치거나 나를 해치면 반드시.”그녀의 눈빛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강초한의 가슴은 텅 비어버린 듯했다.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이유영은 말을 이었다. “당신을 산 채로 껍질을 벗길 거야.”그 말을 내뱉고 이유영은 차갑게 돌아서서 나가버렸다.강이한은 등의자에 앉아 한참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녀가 알았다. 모든 걸 알아버렸다. 대체 언제부터였을까? 언제부터 자신이 이렇게 그녀가 연서라는 사람에 대해 알게 될까 봐 전전긍긍했던 걸까. 결국 그녀는 알아버렸다. 그리고 그 순간 모든 상황이 완전히 통제 불능 상태가 되었다. 그의 이유영이. 이렇게까지 무너진 적은 없었다.맞다.이유영을 알게 된 순간부터 강이한은 확신했다. 이유영은 그의 운명이라고, 다시 시작된 인연을 반드시 지켜내겠다고.그런데 지금 왜? 어째서 이렇게 된 거지? 박연준이가 왔을 때 강이한은 여전히 등의자에 앉아 있었다. “이제 만족해요?”익숙한 기운을 느끼자 예전처럼 히스테리컬한 반응은 없었다. 이 순간 강이한은 마치 힘이 빠진 것처럼 보였다. 그의 목소리는 슬프고 무거웠다. 박연준의 말을 듣자 그의 분위기도 순간 무거워졌고 눈빛에는 전에 없던 복잡한 감정이 어렸다. 하지만 이런 복잡함 속에서도 그들 사이에는 수년 만에 처음으로 평온함이 감돌았다. “갔나요?” 결국 박연준이 입을 열어 물었다.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강이한의 눈빛이 쏘아보듯 박연준에게 향했다. 그의 눈동자는 차가운 냉기로 가득했다. “박연준 씨, 그 여자는 연서가 아니에요.” 마침내 오랜 세월이 흘러 강이한은 박연준 앞에서 직접 연서라는 이름을 꺼냈다. 그동안 누구도 감히 강이한과 박연준 사이에서 연서를 언급하지 못했다. 두 사람 사이에서조차 금기시된 이름이었다.그 인간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936화

    한편으로 이유영은 크리스탈 별장을 나와 곧장 공항으로 갔다. 모든 진실이 밝혀진 이상 여기 더 머물 이유가 없었다.벨 소리와 함께 핸드폰에서 여자의 간드러진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진짜 독한 여자네. 정말 포기할 수 있어요?” 액정에 뜬 이름은 신지수였다. ‘독하다고? 포기한다고?’ 신지수의 날카로운 물음에 이유영의 심장은 얼어붙는 듯했다. 깊은 한숨과 함께 솟구치는 감정을 억누르며 이유영은 말했다. “전에는 아마도.”그녀의 말은 결국 끝맺지 못했다. 그래. 예전에는 아마도 포기할 수 없었을 거다. 그리고 그녀의 마음도 원래부터 이렇게 무정했던 건 아니었다. 대체 왜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걸까? 이유영은 마음속 답을 알고 있었다. “일단 끊어요. 마음대로 하세요.” 이유영의 말투는 담담했다.이유영의 냉정한 태도에 전화 속 여자는 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모질게 나오면 나도 껍데기만 남기고 싹 발라먹어 주겠어요.”신지수의 마지막 말에는 섬뜩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 이유영이 신지수에게 무슨 패를 쥐여준 건지 서주에서 감히 누구도 범접하지 못했던 강이한, 박연준, 여진우까지… 그런데 이제 와서 이제 와서 강이한과 엮였다니 믿기 힘들었다.무정하다고? 차갑다고? 강이한이 전에 이유영에게 했던 일들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귓가의 휴대폰이 누군가에게 순간 빼앗기자 이유영은 본능적으로 돌아봤다. 박연준이 깊이 있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박연준을 보는 순간 이유영의 차가워진 눈빛은 더욱 서늘하게 변했다. 분명했다. 그녀는 박연준이 쫓아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손목에 힘이 느껴졌다. 남자는 부드럽게 그러나 단호하게 그녀의 손목을 쥐었다. “너.”이유영은 그런 박연준를 보며 숨이 턱 막혔다. “당신을 서주에 끌어들일 생각은 없었지만 이왕 온 이상 여기 있어.” 박연준의 말은 의미심장했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그의 말에 속아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937화

    “그만해. 무슨 사실?” 이유영은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 연서에 관한 서류를 봤을 때 그녀가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사실 그 순간 마음 깊숙한 곳에서는 단순히 마음이 뒤집힌 게 아니라 더 큰 것은 굴욕감이었다. 그래. 굴욕감이었다. 엔데스 가문이 소은지에게 가한 모욕은 노골적이었다. 그는 소은지에게 왜 이렇게 대하는지 알게 했다. 하지만 강이한과 박연준은? 그녀에게 가한 모욕은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전에 강이한과 함께였을 때 한지음이 나타나기 전, 그녀는 줄곧 자신이 강이한을 사랑하고 강이한도 자신을 사랑한다고 믿었다.‘하지만 그 달콤했던 시간 동안 진짜 마음을 준 건 나 혼자였어.강이한은? 연서? 하. 모든 좋았던 기억들 심지어 박연준이 날 위험에서 구해준 순간들조차 다 내 얼굴 때문이었지.’ “결국엔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다는 거야. 박연준 씨.” 이유영은 차갑게 이를 갈며 남자를 노려보았다.그 눈 속의 휘몰아치는 감정을 보고 박연준은 이유영이 자신을 얼마나 증오하는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에게도 이렇게 대하는데 강이한에게는 얼마나 더하겠는가. “우리 먼저 가자.” 남자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차분하게 이유영에게 제안했다. 본능적으로 다시 그녀의 손을 잡으려 했지만 이유영은 그의 손을 강하게 뿌리치며 그에 대한 반감과 차가움을 드러냈다. 이제는 단순한 접촉마저도 그녀가 싫어하고 있었다.“유영 씨.” 박연준이 그녀를 바라보며 눈앞이 흐릿해졌다.이유영은 차갑게 몸을 돌렸다. 박연준이 손을 뻗었지만 허공을 잡았을 뿐이었다. 그녀는 바로 눈앞에 있었지만 그는 더 이상 쫓아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그녀가 너무 차가웠다. 정말 너무나 차가웠다. 소름이 돋을 정도로. 한편.이유영은 서주의 일을 알게 되자 이미 파리로 돌아가는 길에 올랐다. 모든 것을 알게 된 그녀는 그곳에 단 1초도 더 머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였구나. 강이한과 박연준이 서주를 완전히 뒤집어엎기 전까지 그곳으로 돌아가길 꺼렸던 이유가 지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938화

    소은지는 낮은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들고 있었다. 그녀 맞은편에는 엔데스 운빈의 아내이자 엔데스 가문의 넷째 며느리인 송연미가 앉아 있었다. 조금 전만 해도 여자의 얼굴에는 온화한 미소가 있었고 모든 사람들은 그녀와 소은지가 가족 만찬 이후 매우 친밀해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화실 문이 닫히는 순간 실내의 공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이제 다 알았지?” 송연미는 우아하게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녀의 모든 몸짓에는 품격이 배어났다.하지만 말투는 너무나 차갑고 냉랭했다. 소은지는 아무 말도 못 하고 그의 말에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지금은 그와 만나지 않는 게 좋겠어.”소은지는 돌려 말하지 않고 바로 본론을 꺼냈다. 어쨌든 송연미와 지현우의 관계는 조만간 누군가 악용할 게 뻔했다. 더군다나 벌써 그들의 관계를 이용해 엔데스 현우를 깎아내리는 자들이 있었다.소은지의 말이 끝나자 맞은편에 앉은 여자는 잠시 놀란 듯 그녀를 바라봤다. 이런 상황에서도 소은지가 조금도 동요하지 않는 것이 의외였던 모양이다.‘대체 뭐지?’ 송연미는 점점 더 적대적인 눈빛으로 소은지를 쏘아보았고 소은지 역시 차가운 눈길로 송연미를 응시했다.소은지의 말은 얼음처럼 차갑고 날카로웠다. “정말 그 사람을 위한다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아야 할 텐데.” 그녀의 이지적이고 예리한 모습에 송연미의 눈은 더욱 가라앉았다. 한참 뒤 송연미는 희미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지금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이러는 거지?”소은지가 차갑게 말했다.“어떻게 부르길 바라는 거야? 사모님 아니면 형님?”두 단어는 전혀 다른 의미를 지녔다. 송연미의 눈빛이 흔들렸다. 소은지는 그런 그녀를 보며 더욱 진하게 미소 지었다.이런 똑똑함과 냉철함이라니. 송연미는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 질투심까지 불쑥 치밀어 올랐다. 그래 질투였다. 소은지와 지현우는 이젠 정식 부부였다. 송연미는 질투에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지금 하는 짓이 쇼라고 해도 소은지를 편하게 둘 순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939화

    소은지가 이를 악물며 내뱉었다. 그녀의 눈에서는 살기가 번뜩였다. 그 눈빛만으로도 심장이 덜컥 내려앉을 만큼 서늘했다. 송은미가 말도 하기 전에 소은지가 쏘아붙였다. “나와 여섯째 도련님과의 관계가 어떻든 한 가지만은 분명히 해두어야겠어.”여기까지 말한 소은지의 목소리가 뚝 멈췄다. 송연미를 향한 그녀의 시선은 비수처럼 날카로웠다. 송연미는 마치 심장을 찔린 듯 숨이 막혀왔다. “그게 무슨.?”말을 멈추고 서늘하게 쳐다보는 소은지의 눈빛에 송연미는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진짜 무서울 정도로 날카로운 눈빛이었다.그의 인생에서 이렇게 독한 여자는 처음이었다. 그녀는 모르고 있었다. 소은지가 전에 이혼 전문 변호사였고 어떤 이유로든 결혼이 깨지는 건 그 무엇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일이었다는 걸.지금 송은미의 이런 행동은 완전 소은지의 역린을 건드린 꼴이었다.소은지가 송은미를 매섭게 노려보며 또박또박 쏘아붙였다. “내가 여섯째 도련님하고 무슨 사이든 전 지금 일곱째 도련님의 법적 배우자라는 걸 잊지 마라.”법적 배우자란 말에 소은지는 특히 날이 서 있었다.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송은미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셨다.그녀가 뭐라 하기도 전에 소은지가 날카롭게 덧붙였다. “그리고 잊지 마. 넷째 도련님과 당신 사이의 그 관계를.”무슨 말인가? 바로 어떤 식으로 맺어진 인연이든 지금이 어떤 상황이든 기본적인 도리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 이건 도덕 강요가 아니다. 사람이란 존재는 때로는 도덕과 양심 앞에서 자신을 통제할 줄도 알아야 하는 법이니까.다른 누구도 아닌 최소한 자기 자신을 위해서라도. 송은미의 눈에서 폭풍이 휘몰아쳤다.“소은지.” 그 순간 그녀에게서 살벌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지만 소은지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그녀를 보며 천천히 말했다. “자신이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건지 잘 생각해 보세요. 당신과 그분은 영원히 불가능한 사이예요.”“그럼 둘사이에 뭔가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생각해?” 소은지가 매서운 어조로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940화

    그녀를 바라보는 눈에는 따뜻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예전에 엔데스 현우가 결혼하기 전 송연미와 엔데스 운빈의 관계가 얼마나 됐든 한결같이 기다려왔다.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는 순간이 오면 모든 일이 해결될 것이고 자신은 반드시 그때를 기다릴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 하지만 지금 소은지의 존재와 그녀의 날카롭고 솔직한 말과 눈빛은 그녀에게 깊은 치욕감을 안겨주었다.하지만 지금 소은지의 존재와 그녀의 날카롭고 솔직한 말과 눈빛은 깊은 치욕감을 안겨주었다. 그녀는 더 이상 엔데스 현우 곁의 단 하나뿐인 존재가 아니었다. 이런 깨달음이 마음에 스며들 때 그 아픔은 참을 수 없었다. “둘의 사이가.”“내가 그 사람과 어떤 사이든 그건 중요하지 않아.”송연미의 말은 소은지에 의해 단호하게 잘렸다. “나는 그 사람 아내니까.”아내라는 두 글자가 송연미의 신경을 거세게 후려쳤다. 가슴이 짓눌리는 것만 같았다. 그녀는 도저히 믿기 어려웠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하나는 날카롭고 다른 하나는 차갑고 무감했다. 한참을 그렇게 대치한 뒤 송연미는 쓴웃음을 지었다. “아내라니. 하하.”그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무언가가 스쳐 지나갔다.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소은지는 송연미가 울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그녀가 울다니. 뭐라 말하기도 전에 밖에서 어수선한 발소리가 들려왔고 순식간에 남자가 문을 밀고 들어왔다. 엔데스 현우였다.송연미는 엔데스 현우를 바라보는 순간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다.연약하고 가련한 여인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러나 소은지는 얼굴에 차가움이 가득했고 두 사람은 완벽한 대조를 이루었다.남자는 이 상황을 보자마자 미간을 깊게 찌푸렸다.소은지는 손의 커피잔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으로 걸어가다 엔데스 현우 옆을 지나치면서 발걸음을 멈추고 말했다. “이 시간에 돌아왔으니 점심은 집에서 드시겠죠? 주방에 준비하라고 할게요.”이 말만 던진 채 엔데스 현우의 말을 기다리지도 않고 소은지는 바로 그 자리를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941화

    엔데스 현우의 이미 찌푸려진 미간이 이제는 더욱 깊게 주름졌다. 눈앞의 가련한 모습을 보며 그의 마음은 점점 더 무거워졌다. 그를 돕는다고? 지금 엔데스 가문은 그들 둘의 관계를 매우 미묘하게 보고 있었다. 이런 때 그녀가 소은지와 가까워지는 것은 분명 이런 식으로 그 루머들을 잠재우려는 의도였다.그때 엔데스 현우가 말했다. “돌아가요!” 고작 네 글자였지만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남자의 이토록 매정한 말에 송연미의 얼굴빛이 순간 굳어졌다.“당신.무슨 말이에요? 돌아가라니? 내가 생각하는 그런 뜻이에요?” 왜 지금 현우 씨가 이렇게 차갑게 구는 거지? 마치 감정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것처럼.송연미의 가슴이 답답해져 왔다. 그때 엔데스 현우가 말했다. “앞으로 반산월에는 다시는 오지 말아요.”“하지만.” 송연미의 말은 엔데스 현우의 차가운 목소리에 끊겼다. “똑똑한 사람이면 그런 헛소문에 넘어가지 않겠죠.” 그의 냉정한 말에 송연미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듯했다. 슬픔과 억울함이 서려 있던 그녀의 눈빛은 히스테리컬한 폭풍으로 바뀌어 있었다.“결국 헛소문은 똑똑한 사람들한테서 멈춘다는 건가요? 설마. 소은지 때문이에요?“송연미는 쓴웃음을 지우며 말했다. 그녀가 소은지의 이름을 언급하는 순간 엔데스 현우의 눈빛은 더욱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당신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다니. 좀 어이없군요.”송연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두 사람 사이에는 냉랭한 기운이 감돌았다.순간, 송은지와 엔데스 현우의 눈이 마주쳤다. 깊은 눈 속에는 무언가 산산이 부서지는 듯한 슬픔이 어려 있었다. 긴 시간 동안 두 사람에게서는 차가운 기운만이 감돌았다.소은지가 부엌 정리를 끝내고 나오니 화실에 있던 엔데스 현우가 소파에 앉아 있었다.손에 시가 담배를 든 채 피어오르는 연기 속에서 그의 깊은 근심이 더욱 짙어 보였다. 소은지는 그에게로 다가갔다. 엔데스현우는 소은지의 기척에 고개를 들고 손을 내밀었다.소은지는 남자의 넓고 두터운 손을 보

Latest chapter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37화

    강이한은 서주에서의 모든 일을 철수하고 사라졌다. 그와 함께하던 사람들도 함께 자취를 감췄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이유영은 그저 강이한의 또 다른 속임수일 거라고 생각했다.강이한과 박연준, 두 사람은 누군가를 철저하게 속이는 데에 능숙한 사람들이었다.박연준은 진짜로 서주의 모든 것을 장악하고 있었고 진영숙은 파리에서 집요하게 강이한의 행방을 묻고 다녔다. 그걸 보며 이유영은 강이한이 정말로 사라졌다는 사실을 확신할 수 있었다.“무슨 생각해?”반산월에서 소은지는 이유영의 어두운 얼굴을 보고 조심스레 물었다.이유영은 고개를 들며 말했다.“은지야.”“응?”“어떻게 된 거라고 생각해?”서주의 현 상황은 여전히 알 수 없는 부분이 많았지만 최근 일련의 사건들을 거치며 이유영은 점점 확신에 가까워졌다.강이한은 정말 그의 사람들과 함께 자취를 감췄다. 그는 마치 세상에서 흔적 없이 사라진 듯했다.권력을 중시하던 인물이었기에 은둔은 아닐 것이 분명했다. 강이한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홀로 조용히 지낼 성격이 아니었다.“뭐라고?”소은지는 이유영의 갑작스러운 질문을 이해하지 못한 듯 되물었다.이유영은 소은지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강이한이... 정말 사라졌어.”“그래. 그 얘기 예전에도 했었잖아.”이유영이 이제서야 이 사실을 믿게 되었다는 것을 소은지는 알아챌 수 있었다.예전엔 믿지 않았던 이유영의 모습이었지만 이제는 완전히 달라졌다. 그녀는 강이한의 실종을 인정하고 있었다.강이한과 박연준은 이유영의 마음속에서 그리 좋은 사람들이 아니었다.연서의 사건이 터진 이후, 그녀는 두 사람을 음모로 가득 찬 사람들로 생각했고 그래서 처음 강이한이 사라졌다고 했을 때도 이유영은 그것을 단순한 음모의 연장이라 여겼다.두 사람은 늘 서로 무관한 척 행동했지만 그 뒤에는 누구도 상상 못 할 거대한 연관성이 있었던 것이다.신지수는 여러 번 전화를 걸어왔다.강이한이 서주를 떠난 후, 신씨 가문도 연쇄적으로 피해를 보았고 그녀는 그 일을 처리하면서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36화

    시윤이 직접 가져온 소식이었기에 진영숙은 이 사실에 대해 더욱 부정할 수 없었다.너무도 큰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에 가슴은 내내 울렁거렸다.“도련님이 이번엔 너무하셨어요.”시윤의 목소리는 조심스러웠지만 깊은 울림이 있었다.그 또한 믿기 어려운 사실 앞에서 한동안 말을 잃었다. 이건 강이한이 이유영에게 저지른 이 일은 지금껏 사람들이 믿고 있던 모든 인식을 뒤흔드는 일이었다.“한지음의 딸이라고?”“네, 그 아이는 분명히 한지음 씨가 남기고 간 아이입니다.”진영숙의 심장은 계속해서 빠르게 뛰었고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사실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다. 강이한과 이유영의 관계가 끝난 것은 자신의 방해 때문만은 아니었다는 것을.만약 그녀가 정말로 그들의 사랑을 막았다면 그때 결혼식장 문턱조차 밟지 못하게 했을 것이다.그들의 사랑을 무너뜨린 진짜 원인은 한지음이었다.시작도 끝도 모두 그 여자 때문이었고 이유영이 보여준 그 차가움도 한지음의 딸로부터 시작된 것이었다.“이건 재앙이야.”진영숙은 한지음과 이온유를 묘사할 마땅한 단어를 찾을 수 없었다. 이건 그야말로 재앙이었다.“그래서 이 일은...”시윤이 말을 이어가지 않았지만 진영숙은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왜 이유영이 강이한에게 그렇게 냉담했는지 이제 알 것 같았다.여자라면 알 수 있다. 이유영이 감당한 고통과 아이가 겪었을 고통이 어떤 것인지.이유영이 강이한을 미워한다면 그건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진심 어린 증오일 것이다.지금의 이 미움은 다시는 돌아보지 않고 영원히 등을 돌리겠다는 의미였다.“배준석은 왔어?”“배준석 도련님은 지금 해외에 나가 있어서 파리에 없습니다.”진영숙은 눈을 감았다. 그 순간 눈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감정이 무슨 의미인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너무도 사랑스러웠던 그 아이의 얼굴이 떠올랐다.‘어떻게 그토록 냉정할 수 있었단 말인가?’너무 갑작스러운 진실 앞에서 진영숙은 말할 수 없는 충격을 받았다.아이의 존재는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35화

    임소미는 풍산 그룹에서 돌아오는 이유영을 기다리고 있었다. 도착한 이유영을 바라보는 임소미의 눈에는 많은 걱정이 담겨 있었다.“풍산 그룹에 다녀온 거야?”“네.”“진영숙을 만났어?”임소미는 진영숙이 풍산 그룹에 있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정말이지 귀신처럼 따라붙는 여자였다.강이한이 이유영의 인생에서 간신히 사라진 지금, 진영숙은 파리에 머물며 떠날 기색조차 보이지 않는다.강이한이 이유영을 위해 희생하지만 않았다면 진영숙은 이미 파리에서 쫓겨났을 것이다.“네.”진영숙의 이름이 언급되자 이유영의 얼굴은 금세 아무런 온기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차가워졌다.“앞으로는 만나지 마.”임소미의 말에는 단호함이 담겨 있었다.그녀는 이유영이 강씨 가문의 모든 사람과 더 이상 얽히지 않길 바랐다.과거를 떠올리면 더 이상 얽힐 이유도 없었다.“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하지만 저도 더 이상 그 사람들 때문에 상처받는 일은 없을 거예요.”“내가 걱정하는 거 알면 됐어.”임소미의 목소리에는 묵직한 아픔이 깃들어 있었다.이유영이 겪어야 했던 시간을 떠올리자 가슴이 아려왔다. 그 많은 고통을 어떻게 견뎌냈는지 정말 아무도 알 수 없을 것이다.진영숙은 너무나도 잔혹했다.“오늘 그 여자가 월이를 만나러 왔다는 얘기를 듣고...”임소미는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아이 이야기만 나오면 두 사람 모두 가슴 깊은 상처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한때 이유영은 강씨 가문에 있으면서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말까지 들어야 했다.하지만 정작 그녀를 비난하던 사람들은 이유영이 실제로 임신했고 그 아이가 강이한의 아이였다는 사실조차 몰랐다.그리고 그 소문을 퍼뜨린 장본인은 바로 진영숙이었다. 그녀는 직접 이유영의 뱃속 아이의 생명을 끊었고 이유영을 향한 악의적인 말들을 세상에 퍼뜨렸다.그 모든 사실을 생각하면 임소미는 도무지 진영숙을 용서할 수 없었다.그녀는 너무나도 악의적이고 혐오스러웠다.“그러게요.”진영숙이 아이를 만나러 왔다는 말에 이유영과 임소미는 같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34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유영을 그 일에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 그 태도는 무척이나 강경했다.“제가 너무 당돌했어요.”정씨 가문이 엔데스 가문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여줬는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현우의 실종에 소은지의 마음은 여전히 심란했다.이유영이 의지할만한 곳은 정씨 가문이었다.이유영이 소은지를 도와준다는 것은 곧 정씨 가문의 도움을 받는 것이었다. 오늘 여진우가 소은지를 찾아온 이유도 그것 때문이었다.소은지는 크게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우리 여진우 씨의 소식 더 이상 기다리지 말아요. 그쪽 사람들은 이미 완전히 철수했어요.”남기는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소은지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점점 더 깊어졌다.“이 일, 단순한 일이 아니에요.”처음에는 분명히 여진우의 사람들이 나와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빠져나간 상태였다.‘혹시 그가 무언가를 눈치챘던 걸까?’소은지도 무언가를 깨달은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대로 밖으로 달려 나갔다.여진우는 막 차에 오르고 있었다. 차가 출발하려던 찰나, 소은지가 급히 차 앞으로 뛰어들었다.브레이크가 작동하고 남자의 눈에는 차가운 기운이 번졌다.소은지는 차 문 앞까지 다가가서 말했다.“일곱째 사모님, 이러면 위험한 거 몰라요?”이런 행동은 단순히 무모한 것이 아니라 잘못하면 목숨까지 잃을 수 있는 일이었다.소은지는 창백한 얼굴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도대체 뭘 알아내신 거죠?”‘금유산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정말로 무언가를 알아챘던 걸까?’그는 소은지에게 일곱째 사모님의 역할을 잘하라던 말은 조금 전엔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남기의 말을 듣고 나서야 그녀는 비로소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여진우는 묵직한 눈빛으로 소은지를 바라보았다. 그 눈동자에는 깊은 생각과 차가운 확신이 서려 있었다.“지금 소은지 씨는 잘하고 있습니다.”그 말은 곧 현우의 소식을 숨긴 일에 대한 지지였다.“여진우 씨.”그녀는 여진우가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33화

    “배준석을 데려와.”배준석은 이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안과 전문의였다. 어린 나이에 그런 경지에 오른 인물이자 강이한과는 말할 것도 없이 깊은 친분이 있었다.“알겠습니다.”“그리고 수술할 때, 강이한이 용성시에 있었는지도 확인해.”이런 생각이 꼬리를 물수록 진영숙의 마음은 차분해질 수가 없었다.“알겠습니다.”남기는 고개를 숙이고 물러났다.진영숙은 소파에 주저앉아 한참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강이한이 사라지기 전, 이유영과 함께 우천시에 가서 진료를 보았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고 그곳의 염 선생이 이유영의 눈을 치료하지 못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그리고 그 누구도 지금 진영숙의 마음속 상처를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특히 지금 이유영의 눈이 치료가 되었다는 사실은 그녀의 의심을 더욱 깊게 했다.어머니로서 그런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이유영이 지금 어떤 태도를 취하든 진영숙은 강이한이 이유영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강이한이라면 이유영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었다.하지만 오늘, 이유영이 청하시에서 벌어진 일을 모두 알고 있음에도 이렇게 냉담한 태도를 보이자 진영숙의 마음은 피가 더욱 아파졌다.그리고 자신의 아들이 억울한 일을 겪었다는 사실에 분노가 치밀었다.그 아이는 정말로 강이한을 똑 닮았다....한편 반산월에서, 소은지는 엔데스 가문의 방문객들을 침착하게 맞이하고 있었다.하지만 예기치 않게 여진우가 모습을 드러냈다.마주 앉아 있는 두 사람 사이로 분위기가 얼어붙은 듯 긴장감이 맴돌았다.특히 여진우에게서 풍기는 것은 단순한 차가움 이상의 것이었다.소은지는 말없이 찌푸린 눈으로 여진우를 바라보았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담배꽁초를 재떨이에 비벼 끄고 조용히 소은지를 응시했다.그의 눈빛이 순간 날카롭게 빛났다.“무슨 일이에요?”“정씨 가문이 엔데스 가문의 일에 개입하지 않으려 한다는 건 소은지 씨도 알고 있죠?”“알아요.”그 사실을 모를 리 없었다. 세상 모든 이가 아는 일이었다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32화

    ‘도대체 무엇이 두 사람의 10년을 이렇게까지 망가뜨린 걸까? 사랑이라고 불렀던 그 시간은 대체 어디 갔을까?’이유영은 풍산 그룹에서 나오기 전, 진영숙에게 아이에게 가까이 가지 말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 말에는 경고가 담겨 있었다.진영숙은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시윤이 방으로 들어섰다.“사모님.”“왜... 도대체 왜...”진영숙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감정은 이미 한계를 넘어 통제 불능 상태였다.시윤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유영에 대해 그 누구도 쉽게 말을 꺼낼 수 없었다.진영숙 곁에 있었던 이들은 예전에 진영숙과 이유영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두 알고 있었다.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에 지금 벌어지는 모든 일이 결국 인과응보라고 여겼다.“이유영에게 다 말했어. 하지만...”진영숙은 여기까지 말하고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강이한이 끝내 말하지 못했던 일들을 진영숙은 모두 이유영에게 털어놓았다.하지만 아무리 무슨 말을 해도 이유영의 반응은 차갑기만 했다. 강이한에게 아무런 감정도 남지 않은 사람 같았다.“사모님, 작은 사모님을 너무 탓하지 마세요. 어쨌든...”시윤은 조심스레 입을 뗐다가 결국 말을 멈추고 진영숙을 바라보았다.과거 이유영과 강이한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떠올리고 있는 게 분명했다.진영숙도 이유영을 탓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두 사람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강이한은 이미 모든 대가를 치렀다.하지만 여전히 과거를 놓아주지 않는 이유영이 마냥 이해되지 않았다.‘아무리 미워도 지금 강이한이 사라진 마당에 그 분노를 조금은 억누를 수도 있지 않을까?’과거에 무슨 원한이 있었든 이렇게까지 무심할 일이란 말인가? 강이한은 서주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사라졌다.이렇게 큰 일이 벌어졌는데도 여전히 냉정한 이유영의 태도에 진영숙은 마음이 아팠다.“대체 어떻게 해야 그 아이를 찾을 수 있을까?”‘도대체 어디로 간 걸까?’‘왜 박연준의 사람들조차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31화

    “강이한은 2년 동안 자신을 가둔 채 보냈어. 알고는 있어?”진영숙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이유영을 바라보았다. 말 그대로 가슴이 찢어지는 기분이었다.지금의 이유영은 대체 왜 이런 이야기를 듣고도 이토록 담담한 걸까?심장이 돌로 만들어지기라도 한 걸까?“네 소식을 듣고 나서야 겨우 이겨내기 시작했어.”그때를 떠올리자 진영숙은 한층 더 괴로워졌다. 그녀는 마치 모든 걸 잃은 것 같았다.강이한은 아직도 그 안에 있었고 이건 그가 내린 선택이었다.“강이한은 지금 혼자 그 벌을 받는 거야. 네가 겪었던 고통을 하나도 빠짐없이 그대로 겪고 있어. 알기나 해?”이유영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그저 자기만 강이한 곁에서 지독한 고통을 겪었다고만 생각했다.하지만 그렇게 뛰어난 강이한이 결국 이유영 때문에 그런 비극적인 끝을 맞았다. 그녀를 위해 스스로 지옥으로 걸어 들어간 거나 다름없었다.이제 그가 지옥에 떨어졌다는 사실 앞에서 이유영은 그저 묵묵히 아무 미동도 없이 모든 것을 보고만 있었다.이 모든 사실을 이유영은 모르고 있을 거라고 진영숙은 생각했다.강이한은 이유영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 테니까.진영숙이 이런 사실을 이유영에게 말한 이유는 그녀가 너무 차갑게만 강이한을 생각하지 않길 바랄 뿐이었다. 강이한의 실종에 조금의 반응이라도 보여줬으면 했다.강이한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다면 솔직하게 말해 주길 바랐다.진영숙의 삶은 이미 무너질 대로 무너졌다. 그녀는 이유영만 편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미친듯이 모든 진실을 털어놓은 것이다.하지만 예상과 달리 모든 걸 다 말했음에도 이유영의 얼굴엔 아무런 변화가 없었고 여전히 얼음장처럼 차가웠다.“그건 그 사람이 응당 받아야 할 대가였어요.”“...”순간 머릿속이 무언가에 부딪친 듯 아무 말도 들려오지 않았다.진영숙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유영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무정하고 차가운 말을 뱉는 사람을 누가 받아들일 수 있단 말인가?지금 이 상황에서도 이렇게 냉정할 수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30화

    하지만 만약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한지음의 존재는 그녀에게 사랑이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를 깨닫게 했고 연서라는 사람을 알게 된 이후, 이유영은 자신이 얼마나 우스운 존재였는지를 뼈저리게 느꼈다.정말이지 웃음거리에 불과했다.“경고할게요. 제 딸에게 다시는 접근하지 마요. 그 아이는 강이한과 아무 관계도 없으니까.”“이유영!”진영숙의 목소리가 높아졌다.그녀의 눈빛 속엔 끓어오르는 분노가 맺혀 있었다.하지만 그 분노의 밑바닥에는 감당하기 힘든 고통이 뒤섞여 있었다.“어떻게 이렇게 냉정할 수가 있어?”이유영이 차갑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하는 모습을 보며 진영숙은 그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그렇게 많은 시간을 함께했는데 어떻게 저토록 무심할 수 있을까?’냉정하다는 말을 들은 이유영의 입가엔 오히려 더 짙은 미소가 걸렸다.‘냉정하다고?’“지금 강이한이 살아있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거 알고는 있어?”진영숙은 또렷하게 힘주어 말했다.강이한이 서주에서 모두 철수한 것에 대해 누구나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다.단순한 실종이 아니라 사실상 생사불명이었다.그런데 이런 상황에서조차 이유영은 이렇게 냉담하게 말할 수 있다니 진영숙은 이해할 수 없었다.이유영의 마음은 돌보다도 더 차갑고 무정했다.아무리 돌이라도 오랜 시간 함께 있었다면 어느 정도는 온기가 스몄을 텐데 이유영은 아니었다.강이한이 생사불명인 상황에서도 그녀는 요지부동이었다.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싸늘한 말만 내뱉을 뿐이었다.이유영은 진영숙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내가 냉정하다고요?”그 말에 대답하지 않고 진영숙은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다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그녀의 두 눈엔 오로지 분노만 가득했다.“그럼 아니야?”‘상황이 이렇게 됐는데도 어떻게 여전히 차갑고 냉정한 태도를 유지할 수 있는 거지?’‘생사불명’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조차 이유영의 눈빛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어떤 사람이 어떤 마음을 가져야 저렇게 아무렇지 않을 수 있을까?’이유영은 조용히 말했다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29화

    한 시간 뒤, 이유영은 풍산 그룹에 모습을 드러냈다.진영숙과 마주한 순간, 그녀의 눈빛엔 깊고 짙은 어둠이 드리워져 있었다.뜻밖에도 박연준은 진영숙을 파리에 남겨두었는데 아마도 그녀 스스로 떠나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일 것이다.진영숙은 싸늘한 눈빛으로 이유영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아직까지도 강이한의 소식을 전혀 듣지 못한 상태였다.손에 들고 있던 컵을 천천히 내려놓으며 진영숙이 입을 열었다. 목소리에는 은근한 긴장감이 담겨 있었다.“네가 강이한의 딸을 낳았다니 믿기지 않는구나.”“...”이유영은 진영숙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차디찼고 이어지는 말에는 조롱이 섞여 있었다.“왜요? 뱃속에서 죽이지 못해서 화가 났어요?”그 말에 진영숙의 몸이 가늘게 떨렸다.그녀의 눈에 스치는 감정은 슬픔이었다.아주 오래된 기억을 떠올린 듯 쓸쓸함이 스며들었고 이유영을 바라보는 눈빛엔 더 이상 분노가 없었다.남은 건 흩어진 슬픔뿐이었다.이유영의 싸늘한 태도 앞에서 진영숙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러다 결국 고개를 돌리며 낮게 말했다.“우리 애 어디 있는지만 말해줘.”긴 시간이 흘렀지만 진영숙은 여전히 강이한의 행방을 아는 사람은 이유영뿐이라 믿고 있었다.박연준이 사람들을 풀어도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진영숙도 기약 없는 기다림만 계속됐다.박연준은 그녀와 함께 서주로 가자고 했지만 진영숙은 끝내 따라나서지 않았다.이유영이 강이한의 위치를 알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모른다고 했잖아요.”“정말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어?”진영숙은 예리하고 날카로운 눈으로 이유영을 바라봤다.“뭐라고요?”‘무엇을 의심하란 말이지?’“내가 들은 바로는 강이한이 너를 우천시로 데려갔던 건 염 선생을 찾기 위해서였대. 그땐 너도 몰랐겠지.”“...”“그런데 네 수술 시기에 맞춰 각막이 정확히 준비돼 있었어. 모든 게 처음부터 계획된 것처럼.”‘이 상황을 정말 단 한 번도 의심해 보지 않았단 말인가?’그 말에 이유영의 눈빛이 날카롭게 바뀌었다.그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