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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6화

Author: 진헤이
한편으로 이유영은 크리스탈 별장을 나와 곧장 공항으로 갔다.

모든 진실이 밝혀진 이상 여기 더 머물 이유가 없었다.

벨 소리와 함께 핸드폰에서 여자의 간드러진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진짜 독한 여자네. 정말 포기할 수 있어요?”

액정에 뜬 이름은 신지수였다.

‘독하다고? 포기한다고?’

신지수의 날카로운 물음에 이유영의 심장은 얼어붙는 듯했다.

깊은 한숨과 함께 솟구치는 감정을 억누르며 이유영은 말했다.

“전에는 아마도.”

그녀의 말은 결국 끝맺지 못했다.

그래. 예전에는 아마도 포기할 수 없었을 거다.

그리고 그녀의 마음도 원래부터 이렇게 무정했던 건 아니었다.

대체 왜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걸까?

이유영은 마음속 답을 알고 있었다.

“일단 끊어요. 마음대로 하세요.”

이유영의 말투는 담담했다.

이유영의 냉정한 태도에 전화 속 여자는 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모질게 나오면 나도 껍데기만 남기고 싹 발라먹어 주겠어요.”

신지수의 마지막 말에는 섬뜩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

이유영이 신지수에게 무슨 패를 쥐여준 건지 서주에서 감히 누구도 범접하지 못했던 강이한, 박연준, 여진우까지…

그런데 이제 와서 이제 와서 강이한과 엮였다니 믿기 힘들었다.

무정하다고? 차갑다고?

강이한이 전에 이유영에게 했던 일들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귓가의 휴대폰이 누군가에게 순간 빼앗기자 이유영은 본능적으로 돌아봤다.

박연준이 깊이 있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박연준을 보는 순간 이유영의 차가워진 눈빛은 더욱 서늘하게 변했다.

분명했다.

그녀는 박연준이 쫓아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손목에 힘이 느껴졌다.

남자는 부드럽게 그러나 단호하게 그녀의 손목을 쥐었다.

“너.”

이유영은 그런 박연준를 보며 숨이 턱 막혔다.

“당신을 서주에 끌어들일 생각은 없었지만 이왕 온 이상 여기 있어.”

박연준의 말은 의미심장했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그의 말에 속아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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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윤이 직접 가져온 소식이었기에 진영숙은 이 사실에 대해 더욱 부정할 수 없었다.너무도 큰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에 가슴은 내내 울렁거렸다.“도련님이 이번엔 너무하셨어요.”시윤의 목소리는 조심스러웠지만 깊은 울림이 있었다.그 또한 믿기 어려운 사실 앞에서 한동안 말을 잃었다. 이건 강이한이 이유영에게 저지른 이 일은 지금껏 사람들이 믿고 있던 모든 인식을 뒤흔드는 일이었다.“한지음의 딸이라고?”“네, 그 아이는 분명히 한지음 씨가 남기고 간 아이입니다.”진영숙의 심장은 계속해서 빠르게 뛰었고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사실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다. 강이한과 이유영의 관계가 끝난 것은 자신의 방해 때문만은 아니었다는 것을.만약 그녀가 정말로 그들의 사랑을 막았다면 그때 결혼식장 문턱조차 밟지 못하게 했을 것이다.그들의 사랑을 무너뜨린 진짜 원인은 한지음이었다.시작도 끝도 모두 그 여자 때문이었고 이유영이 보여준 그 차가움도 한지음의 딸로부터 시작된 것이었다.“이건 재앙이야.”진영숙은 한지음과 이온유를 묘사할 마땅한 단어를 찾을 수 없었다. 이건 그야말로 재앙이었다.“그래서 이 일은...”시윤이 말을 이어가지 않았지만 진영숙은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왜 이유영이 강이한에게 그렇게 냉담했는지 이제 알 것 같았다.여자라면 알 수 있다. 이유영이 감당한 고통과 아이가 겪었을 고통이 어떤 것인지.이유영이 강이한을 미워한다면 그건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진심 어린 증오일 것이다.지금의 이 미움은 다시는 돌아보지 않고 영원히 등을 돌리겠다는 의미였다.“배준석은 왔어?”“배준석 도련님은 지금 해외에 나가 있어서 파리에 없습니다.”진영숙은 눈을 감았다. 그 순간 눈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감정이 무슨 의미인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너무도 사랑스러웠던 그 아이의 얼굴이 떠올랐다.‘어떻게 그토록 냉정할 수 있었단 말인가?’너무 갑작스러운 진실 앞에서 진영숙은 말할 수 없는 충격을 받았다.아이의 존재는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35화

    임소미는 풍산 그룹에서 돌아오는 이유영을 기다리고 있었다. 도착한 이유영을 바라보는 임소미의 눈에는 많은 걱정이 담겨 있었다.“풍산 그룹에 다녀온 거야?”“네.”“진영숙을 만났어?”임소미는 진영숙이 풍산 그룹에 있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정말이지 귀신처럼 따라붙는 여자였다.강이한이 이유영의 인생에서 간신히 사라진 지금, 진영숙은 파리에 머물며 떠날 기색조차 보이지 않는다.강이한이 이유영을 위해 희생하지만 않았다면 진영숙은 이미 파리에서 쫓겨났을 것이다.“네.”진영숙의 이름이 언급되자 이유영의 얼굴은 금세 아무런 온기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차가워졌다.“앞으로는 만나지 마.”임소미의 말에는 단호함이 담겨 있었다.그녀는 이유영이 강씨 가문의 모든 사람과 더 이상 얽히지 않길 바랐다.과거를 떠올리면 더 이상 얽힐 이유도 없었다.“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하지만 저도 더 이상 그 사람들 때문에 상처받는 일은 없을 거예요.”“내가 걱정하는 거 알면 됐어.”임소미의 목소리에는 묵직한 아픔이 깃들어 있었다.이유영이 겪어야 했던 시간을 떠올리자 가슴이 아려왔다. 그 많은 고통을 어떻게 견뎌냈는지 정말 아무도 알 수 없을 것이다.진영숙은 너무나도 잔혹했다.“오늘 그 여자가 월이를 만나러 왔다는 얘기를 듣고...”임소미는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아이 이야기만 나오면 두 사람 모두 가슴 깊은 상처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한때 이유영은 강씨 가문에 있으면서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말까지 들어야 했다.하지만 정작 그녀를 비난하던 사람들은 이유영이 실제로 임신했고 그 아이가 강이한의 아이였다는 사실조차 몰랐다.그리고 그 소문을 퍼뜨린 장본인은 바로 진영숙이었다. 그녀는 직접 이유영의 뱃속 아이의 생명을 끊었고 이유영을 향한 악의적인 말들을 세상에 퍼뜨렸다.그 모든 사실을 생각하면 임소미는 도무지 진영숙을 용서할 수 없었다.그녀는 너무나도 악의적이고 혐오스러웠다.“그러게요.”진영숙이 아이를 만나러 왔다는 말에 이유영과 임소미는 같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34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유영을 그 일에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 그 태도는 무척이나 강경했다.“제가 너무 당돌했어요.”정씨 가문이 엔데스 가문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여줬는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현우의 실종에 소은지의 마음은 여전히 심란했다.이유영이 의지할만한 곳은 정씨 가문이었다.이유영이 소은지를 도와준다는 것은 곧 정씨 가문의 도움을 받는 것이었다. 오늘 여진우가 소은지를 찾아온 이유도 그것 때문이었다.소은지는 크게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우리 여진우 씨의 소식 더 이상 기다리지 말아요. 그쪽 사람들은 이미 완전히 철수했어요.”남기는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소은지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점점 더 깊어졌다.“이 일, 단순한 일이 아니에요.”처음에는 분명히 여진우의 사람들이 나와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빠져나간 상태였다.‘혹시 그가 무언가를 눈치챘던 걸까?’소은지도 무언가를 깨달은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대로 밖으로 달려 나갔다.여진우는 막 차에 오르고 있었다. 차가 출발하려던 찰나, 소은지가 급히 차 앞으로 뛰어들었다.브레이크가 작동하고 남자의 눈에는 차가운 기운이 번졌다.소은지는 차 문 앞까지 다가가서 말했다.“일곱째 사모님, 이러면 위험한 거 몰라요?”이런 행동은 단순히 무모한 것이 아니라 잘못하면 목숨까지 잃을 수 있는 일이었다.소은지는 창백한 얼굴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도대체 뭘 알아내신 거죠?”‘금유산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정말로 무언가를 알아챘던 걸까?’그는 소은지에게 일곱째 사모님의 역할을 잘하라던 말은 조금 전엔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남기의 말을 듣고 나서야 그녀는 비로소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여진우는 묵직한 눈빛으로 소은지를 바라보았다. 그 눈동자에는 깊은 생각과 차가운 확신이 서려 있었다.“지금 소은지 씨는 잘하고 있습니다.”그 말은 곧 현우의 소식을 숨긴 일에 대한 지지였다.“여진우 씨.”그녀는 여진우가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33화

    “배준석을 데려와.”배준석은 이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안과 전문의였다. 어린 나이에 그런 경지에 오른 인물이자 강이한과는 말할 것도 없이 깊은 친분이 있었다.“알겠습니다.”“그리고 수술할 때, 강이한이 용성시에 있었는지도 확인해.”이런 생각이 꼬리를 물수록 진영숙의 마음은 차분해질 수가 없었다.“알겠습니다.”남기는 고개를 숙이고 물러났다.진영숙은 소파에 주저앉아 한참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강이한이 사라지기 전, 이유영과 함께 우천시에 가서 진료를 보았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고 그곳의 염 선생이 이유영의 눈을 치료하지 못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그리고 그 누구도 지금 진영숙의 마음속 상처를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특히 지금 이유영의 눈이 치료가 되었다는 사실은 그녀의 의심을 더욱 깊게 했다.어머니로서 그런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이유영이 지금 어떤 태도를 취하든 진영숙은 강이한이 이유영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강이한이라면 이유영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었다.하지만 오늘, 이유영이 청하시에서 벌어진 일을 모두 알고 있음에도 이렇게 냉담한 태도를 보이자 진영숙의 마음은 피가 더욱 아파졌다.그리고 자신의 아들이 억울한 일을 겪었다는 사실에 분노가 치밀었다.그 아이는 정말로 강이한을 똑 닮았다....한편 반산월에서, 소은지는 엔데스 가문의 방문객들을 침착하게 맞이하고 있었다.하지만 예기치 않게 여진우가 모습을 드러냈다.마주 앉아 있는 두 사람 사이로 분위기가 얼어붙은 듯 긴장감이 맴돌았다.특히 여진우에게서 풍기는 것은 단순한 차가움 이상의 것이었다.소은지는 말없이 찌푸린 눈으로 여진우를 바라보았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담배꽁초를 재떨이에 비벼 끄고 조용히 소은지를 응시했다.그의 눈빛이 순간 날카롭게 빛났다.“무슨 일이에요?”“정씨 가문이 엔데스 가문의 일에 개입하지 않으려 한다는 건 소은지 씨도 알고 있죠?”“알아요.”그 사실을 모를 리 없었다. 세상 모든 이가 아는 일이었다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32화

    ‘도대체 무엇이 두 사람의 10년을 이렇게까지 망가뜨린 걸까? 사랑이라고 불렀던 그 시간은 대체 어디 갔을까?’이유영은 풍산 그룹에서 나오기 전, 진영숙에게 아이에게 가까이 가지 말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 말에는 경고가 담겨 있었다.진영숙은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시윤이 방으로 들어섰다.“사모님.”“왜... 도대체 왜...”진영숙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감정은 이미 한계를 넘어 통제 불능 상태였다.시윤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유영에 대해 그 누구도 쉽게 말을 꺼낼 수 없었다.진영숙 곁에 있었던 이들은 예전에 진영숙과 이유영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두 알고 있었다.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에 지금 벌어지는 모든 일이 결국 인과응보라고 여겼다.“이유영에게 다 말했어. 하지만...”진영숙은 여기까지 말하고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강이한이 끝내 말하지 못했던 일들을 진영숙은 모두 이유영에게 털어놓았다.하지만 아무리 무슨 말을 해도 이유영의 반응은 차갑기만 했다. 강이한에게 아무런 감정도 남지 않은 사람 같았다.“사모님, 작은 사모님을 너무 탓하지 마세요. 어쨌든...”시윤은 조심스레 입을 뗐다가 결국 말을 멈추고 진영숙을 바라보았다.과거 이유영과 강이한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떠올리고 있는 게 분명했다.진영숙도 이유영을 탓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두 사람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강이한은 이미 모든 대가를 치렀다.하지만 여전히 과거를 놓아주지 않는 이유영이 마냥 이해되지 않았다.‘아무리 미워도 지금 강이한이 사라진 마당에 그 분노를 조금은 억누를 수도 있지 않을까?’과거에 무슨 원한이 있었든 이렇게까지 무심할 일이란 말인가? 강이한은 서주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사라졌다.이렇게 큰 일이 벌어졌는데도 여전히 냉정한 이유영의 태도에 진영숙은 마음이 아팠다.“대체 어떻게 해야 그 아이를 찾을 수 있을까?”‘도대체 어디로 간 걸까?’‘왜 박연준의 사람들조차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31화

    “강이한은 2년 동안 자신을 가둔 채 보냈어. 알고는 있어?”진영숙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이유영을 바라보았다. 말 그대로 가슴이 찢어지는 기분이었다.지금의 이유영은 대체 왜 이런 이야기를 듣고도 이토록 담담한 걸까?심장이 돌로 만들어지기라도 한 걸까?“네 소식을 듣고 나서야 겨우 이겨내기 시작했어.”그때를 떠올리자 진영숙은 한층 더 괴로워졌다. 그녀는 마치 모든 걸 잃은 것 같았다.강이한은 아직도 그 안에 있었고 이건 그가 내린 선택이었다.“강이한은 지금 혼자 그 벌을 받는 거야. 네가 겪었던 고통을 하나도 빠짐없이 그대로 겪고 있어. 알기나 해?”이유영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그저 자기만 강이한 곁에서 지독한 고통을 겪었다고만 생각했다.하지만 그렇게 뛰어난 강이한이 결국 이유영 때문에 그런 비극적인 끝을 맞았다. 그녀를 위해 스스로 지옥으로 걸어 들어간 거나 다름없었다.이제 그가 지옥에 떨어졌다는 사실 앞에서 이유영은 그저 묵묵히 아무 미동도 없이 모든 것을 보고만 있었다.이 모든 사실을 이유영은 모르고 있을 거라고 진영숙은 생각했다.강이한은 이유영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 테니까.진영숙이 이런 사실을 이유영에게 말한 이유는 그녀가 너무 차갑게만 강이한을 생각하지 않길 바랄 뿐이었다. 강이한의 실종에 조금의 반응이라도 보여줬으면 했다.강이한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다면 솔직하게 말해 주길 바랐다.진영숙의 삶은 이미 무너질 대로 무너졌다. 그녀는 이유영만 편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미친듯이 모든 진실을 털어놓은 것이다.하지만 예상과 달리 모든 걸 다 말했음에도 이유영의 얼굴엔 아무런 변화가 없었고 여전히 얼음장처럼 차가웠다.“그건 그 사람이 응당 받아야 할 대가였어요.”“...”순간 머릿속이 무언가에 부딪친 듯 아무 말도 들려오지 않았다.진영숙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유영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무정하고 차가운 말을 뱉는 사람을 누가 받아들일 수 있단 말인가?지금 이 상황에서도 이렇게 냉정할 수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30화

    하지만 만약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한지음의 존재는 그녀에게 사랑이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를 깨닫게 했고 연서라는 사람을 알게 된 이후, 이유영은 자신이 얼마나 우스운 존재였는지를 뼈저리게 느꼈다.정말이지 웃음거리에 불과했다.“경고할게요. 제 딸에게 다시는 접근하지 마요. 그 아이는 강이한과 아무 관계도 없으니까.”“이유영!”진영숙의 목소리가 높아졌다.그녀의 눈빛 속엔 끓어오르는 분노가 맺혀 있었다.하지만 그 분노의 밑바닥에는 감당하기 힘든 고통이 뒤섞여 있었다.“어떻게 이렇게 냉정할 수가 있어?”이유영이 차갑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하는 모습을 보며 진영숙은 그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그렇게 많은 시간을 함께했는데 어떻게 저토록 무심할 수 있을까?’냉정하다는 말을 들은 이유영의 입가엔 오히려 더 짙은 미소가 걸렸다.‘냉정하다고?’“지금 강이한이 살아있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거 알고는 있어?”진영숙은 또렷하게 힘주어 말했다.강이한이 서주에서 모두 철수한 것에 대해 누구나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다.단순한 실종이 아니라 사실상 생사불명이었다.그런데 이런 상황에서조차 이유영은 이렇게 냉담하게 말할 수 있다니 진영숙은 이해할 수 없었다.이유영의 마음은 돌보다도 더 차갑고 무정했다.아무리 돌이라도 오랜 시간 함께 있었다면 어느 정도는 온기가 스몄을 텐데 이유영은 아니었다.강이한이 생사불명인 상황에서도 그녀는 요지부동이었다.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싸늘한 말만 내뱉을 뿐이었다.이유영은 진영숙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내가 냉정하다고요?”그 말에 대답하지 않고 진영숙은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다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그녀의 두 눈엔 오로지 분노만 가득했다.“그럼 아니야?”‘상황이 이렇게 됐는데도 어떻게 여전히 차갑고 냉정한 태도를 유지할 수 있는 거지?’‘생사불명’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조차 이유영의 눈빛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어떤 사람이 어떤 마음을 가져야 저렇게 아무렇지 않을 수 있을까?’이유영은 조용히 말했다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29화

    한 시간 뒤, 이유영은 풍산 그룹에 모습을 드러냈다.진영숙과 마주한 순간, 그녀의 눈빛엔 깊고 짙은 어둠이 드리워져 있었다.뜻밖에도 박연준은 진영숙을 파리에 남겨두었는데 아마도 그녀 스스로 떠나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일 것이다.진영숙은 싸늘한 눈빛으로 이유영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아직까지도 강이한의 소식을 전혀 듣지 못한 상태였다.손에 들고 있던 컵을 천천히 내려놓으며 진영숙이 입을 열었다. 목소리에는 은근한 긴장감이 담겨 있었다.“네가 강이한의 딸을 낳았다니 믿기지 않는구나.”“...”이유영은 진영숙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차디찼고 이어지는 말에는 조롱이 섞여 있었다.“왜요? 뱃속에서 죽이지 못해서 화가 났어요?”그 말에 진영숙의 몸이 가늘게 떨렸다.그녀의 눈에 스치는 감정은 슬픔이었다.아주 오래된 기억을 떠올린 듯 쓸쓸함이 스며들었고 이유영을 바라보는 눈빛엔 더 이상 분노가 없었다.남은 건 흩어진 슬픔뿐이었다.이유영의 싸늘한 태도 앞에서 진영숙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러다 결국 고개를 돌리며 낮게 말했다.“우리 애 어디 있는지만 말해줘.”긴 시간이 흘렀지만 진영숙은 여전히 강이한의 행방을 아는 사람은 이유영뿐이라 믿고 있었다.박연준이 사람들을 풀어도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진영숙도 기약 없는 기다림만 계속됐다.박연준은 그녀와 함께 서주로 가자고 했지만 진영숙은 끝내 따라나서지 않았다.이유영이 강이한의 위치를 알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모른다고 했잖아요.”“정말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어?”진영숙은 예리하고 날카로운 눈으로 이유영을 바라봤다.“뭐라고요?”‘무엇을 의심하란 말이지?’“내가 들은 바로는 강이한이 너를 우천시로 데려갔던 건 염 선생을 찾기 위해서였대. 그땐 너도 몰랐겠지.”“...”“그런데 네 수술 시기에 맞춰 각막이 정확히 준비돼 있었어. 모든 게 처음부터 계획된 것처럼.”‘이 상황을 정말 단 한 번도 의심해 보지 않았단 말인가?’그 말에 이유영의 눈빛이 날카롭게 바뀌었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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