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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한지음은 고개를 숙이며 표독스러운 표정을 감췄다. 대신 입에서는 쓸쓸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래도 대표님 어머님이시잖아요. 문안을 가는 건 후배로서 당연한 일을 한 건데 불편하게 생각하셨다면 죄송해요.”

“네가 사과할 필요는 없어.”

강이한이 짜증스럽게 말했다.

매번 한지음이 약해진 모습을 보일 때면 마음이 흔들렸다.

과거 유영도 이렇듯 약하고 당장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어떻게 된 이유인지 지금은 여기저기 공격 당하는 상황에서도 한 번도 그에게 굽히고 들지 않았다.

경찰에 도움을 요청할지언정 그에게 지켜달라고 손을 내밀지도 않았다.

한지음이 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어머님이 저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시는 거 알아요. 하지만 이런 모습이 된 건 제가 원한 게 아니잖아요. 저도 피해자인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다고요.”

갑자기 한지음이 말끝을 흐리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강이한은 그녀에게 증거 관련해서 추궁할 생각이었지만 이런 모습을 보니 전혀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는 짜증스럽게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말했다.

“걱정 마. 다시 앞을 보고 두 다리로 걸을 수 있게 내가 만들 거야.”

단호한 그의 결심이 담긴 한마디였다.

한지음은 그럼에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

“그게 그렇게 쉬웠다면 제가 이러고 있지도 않았겠죠. 의사가 그랬어요. 지금 당장 적합한 망막을 이식 받지 못하면 평생 앞을 못 보고 살아야 할 수도 있다고요.”

강이한은 숨이 막혀왔다.

의사한테 이미 들은 내용이었고 그래서 최근 열심히 적합한 기증자를 찾고 있었다.

하지만 시망막 이식 수술 과정이 워낙 복잡하고 까다로워서 쉽지 않았다. 살아 있는 기증자는 당연히 적을 수 밖에 없었고 뇌사 환자들을 찾아봤는데도 쉽지 않았다.

그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방법을 찾고 있었지만 아무런 수확도 얻지 못했다.

“그분이 부러워요.”

강이한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한지음이 애통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을 들은 강이한은 온몸에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었다.

내 판단은 틀리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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