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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경찰서를 나온 유영은 싸늘한 기운을 풍기며 앞장서서 걸었다. 소은지가 다가와 그녀의 팔목을 잡았다.

“유영아.”

“나 괜찮아.”

괜찮다고는 하지만 속은 이미 뒤집어진 상태였다.

강이한이 합의를? 왜?

예전이었다면 상대가 누구든 유영에게 해를 가하고자 한 사람에게 그는 자비를 베푼 적 없었다.

하지만 집에 매일같이 죽은 고양이와 저주의 말을 써서 보낸 사람들을 그는 아무 조건 없이 풀어주었다.

“강이한 왜 그랬을까?”

“그 사람들 아마 강서희와 한지음 돈을 받은 사람들일 거야.”

유영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소은지도 참을 수 없는 화가 치밀었다.

“그걸 강이한이 왜!”

이유는 유영도 알지 못했다.

그녀가 사라진 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려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녀는 3개월 정도 피신해 있으면 지난 생에 벌어진 일들이 사라질 줄 알았다.

그녀의 도피로 인해 지난 생처럼 잔인한 일들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지금 돌아가는 상황이 그녀에게 우호적이지도 않았다.

“이혼소송 무조건 이겨야겠어. 그런 인간 쓰레기랑은 멀찌감치 떨어져야 해. 정도가 심하면 네 안전에까지 위해를 가할 사람들이었어. 그런 사람들과 합의해 주다니!”

소은지가 부르르 떨며 씩씩거렸다.

유영은 입을 달싹거렸지만 이 상황에서 더 할얘기도 없었다.

그들의 10년이 이토록 허무한 것이었을 줄은 몰랐다.

어떻게 사람이 사람에게 그럴 수 있을까?

유영은 무슨 정신에 소은지의 오피스텔까지 돌아왔는지 알 수 없었다. 소은지는 출근하며 점심에 집으로 배달을 시켜주겠다고 했으나 유영은 스스로 할 수 있다며 고개를 저었다.

멍멍!

발끝에서 통통한 강아지가 다가와서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녀석은 그녀가 홍문동 저택에서 데리고 나온 그녀의 반려견이었다.

출국하면서 걱정했는데 살이 뒤룩뒤룩 찐 걸 보니 아줌마가 먹이를 잘 먹인 모양이었다.

유영은 다가가서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부드럽게 말했다.

“배고프지? 앞으로는 넓은 저택에서 못 살고 나랑 거리를 방황해야 할지도 몰라.”

아무것도 모르는 강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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