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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화

Penulis: 진헤이
유영의 표정은 담담했다. 노부인이 아무리 사람들 앞에서 그녀를 무시해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때 강이한이 유영의 손에 더욱 힘을 주어 잡으며 말했다.

“저 그 사람이랑 별로 안 친해요.”

그 말에 안 그래도 좋지 않았던 노부인의 표정이 더 구겨졌다. 믿었던 도끼에 발등이 찍힌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유영이 미소 지으며 이어서 입을 열었다.

“강이한 씨, 엄연히 임자가 있는 몸이에요. 유경원 씨처럼 귀한집 따님을, 이 시기에 단둘이 만난다? 그녀의 명성에 해가 되지 않을까요?”

“…”

“찾아간다고 해도 연회가 끝난 후에 가는 것이 적절하지 않겠어요?”

무심히 던진 듯한 말한마디에 분위기는 순식간에 차갑게 얼어붙었다. 그중에서 안색이 가장 나빠진 건 다름 아닌 유경원의 아버지였다. 그는 마침 선물을 건넨 뒤, 노부인에게 말을 건네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좀 전에 강이한의 말투에서 그의 의중을 눈치채고 말았다.

그는 무엇보다 지금 좀 전에 유영이 한 말이 신경 쓰였다. 지금 가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연회가 끝나고 가는 것이 낫지 않겠냐고? 그럼 지금 내 딸이 상간녀처럼 몰래 강이한을 만나야 한다는 것인가?

현장의 분위기는 점점 안 좋아졌다.

그러나 오히려 이 분위기를 만든 장본인인 유영은 아무렇지 않아 보이니, 당하는 입장에선 더 약이 올랐다.

노부인은 잡아먹을 듯이 유영을 노려보며 말했다.

“강이한, 네가 아주 얘 버릇을 제대로 잘못 굳혀 났구나!”

평이한듯 보이는 목소리였으나, 유영은 그 속에 담긴 분노를 눈치채고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아무렇지 않은 듯 대응했다. 예전의 그녀였으면 몰랐을까, 지금의 유영은 이정도로 주눅들지 않았다.

과거에 그녀는 겨우 연회장 주방을 맴도는 신세였으나, 지금 그녀는 당당히 강이한 옆에서 빛나고 있었다.

“나 좀 배고픈데.”

유영이 강이한에게 말했다.

강이한은 간단하게 노부인에게 축하의 메시지를 전달한 뒤, 유영과 함께 식사 자리로 갔다.

“성질 좀 죽여!”

강이한이 작게 유영의 귀에다가 대고 속삭였다.

그도 유영이 이 집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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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만약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한지음의 존재는 그녀에게 사랑이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를 깨닫게 했고 연서라는 사람을 알게 된 이후, 이유영은 자신이 얼마나 우스운 존재였는지를 뼈저리게 느꼈다.정말이지 웃음거리에 불과했다.“경고할게요. 제 딸에게 다시는 접근하지 마요. 그 아이는 강이한과 아무 관계도 없으니까.”“이유영!”진영숙의 목소리가 높아졌다.그녀의 눈빛 속엔 끓어오르는 분노가 맺혀 있었다.하지만 그 분노의 밑바닥에는 감당하기 힘든 고통이 뒤섞여 있었다.“어떻게 이렇게 냉정할 수가 있어?”이유영이 차갑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하는 모습을 보며 진영숙은 그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그렇게 많은 시간을 함께했는데 어떻게 저토록 무심할 수 있을까?’냉정하다는 말을 들은 이유영의 입가엔 오히려 더 짙은 미소가 걸렸다.‘냉정하다고?’“지금 강이한이 살아있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거 알고는 있어?”진영숙은 또렷하게 힘주어 말했다.강이한이 서주에서 모두 철수한 것에 대해 누구나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다.단순한 실종이 아니라 사실상 생사불명이었다.그런데 이런 상황에서조차 이유영은 이렇게 냉담하게 말할 수 있다니 진영숙은 이해할 수 없었다.이유영의 마음은 돌보다도 더 차갑고 무정했다.아무리 돌이라도 오랜 시간 함께 있었다면 어느 정도는 온기가 스몄을 텐데 이유영은 아니었다.강이한이 생사불명인 상황에서도 그녀는 요지부동이었다.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싸늘한 말만 내뱉을 뿐이었다.이유영은 진영숙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내가 냉정하다고요?”그 말에 대답하지 않고 진영숙은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다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그녀의 두 눈엔 오로지 분노만 가득했다.“그럼 아니야?”‘상황이 이렇게 됐는데도 어떻게 여전히 차갑고 냉정한 태도를 유지할 수 있는 거지?’‘생사불명’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조차 이유영의 눈빛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어떤 사람이 어떤 마음을 가져야 저렇게 아무렇지 않을 수 있을까?’이유영은 조용히 말했다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29화

    한 시간 뒤, 이유영은 풍산 그룹에 모습을 드러냈다.진영숙과 마주한 순간, 그녀의 눈빛엔 깊고 짙은 어둠이 드리워져 있었다.뜻밖에도 박연준은 진영숙을 파리에 남겨두었는데 아마도 그녀 스스로 떠나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일 것이다.진영숙은 싸늘한 눈빛으로 이유영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아직까지도 강이한의 소식을 전혀 듣지 못한 상태였다.손에 들고 있던 컵을 천천히 내려놓으며 진영숙이 입을 열었다. 목소리에는 은근한 긴장감이 담겨 있었다.“네가 강이한의 딸을 낳았다니 믿기지 않는구나.”“...”이유영은 진영숙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차디찼고 이어지는 말에는 조롱이 섞여 있었다.“왜요? 뱃속에서 죽이지 못해서 화가 났어요?”그 말에 진영숙의 몸이 가늘게 떨렸다.그녀의 눈에 스치는 감정은 슬픔이었다.아주 오래된 기억을 떠올린 듯 쓸쓸함이 스며들었고 이유영을 바라보는 눈빛엔 더 이상 분노가 없었다.남은 건 흩어진 슬픔뿐이었다.이유영의 싸늘한 태도 앞에서 진영숙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러다 결국 고개를 돌리며 낮게 말했다.“우리 애 어디 있는지만 말해줘.”긴 시간이 흘렀지만 진영숙은 여전히 강이한의 행방을 아는 사람은 이유영뿐이라 믿고 있었다.박연준이 사람들을 풀어도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진영숙도 기약 없는 기다림만 계속됐다.박연준은 그녀와 함께 서주로 가자고 했지만 진영숙은 끝내 따라나서지 않았다.이유영이 강이한의 위치를 알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모른다고 했잖아요.”“정말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어?”진영숙은 예리하고 날카로운 눈으로 이유영을 바라봤다.“뭐라고요?”‘무엇을 의심하란 말이지?’“내가 들은 바로는 강이한이 너를 우천시로 데려갔던 건 염 선생을 찾기 위해서였대. 그땐 너도 몰랐겠지.”“...”“그런데 네 수술 시기에 맞춰 각막이 정확히 준비돼 있었어. 모든 게 처음부터 계획된 것처럼.”‘이 상황을 정말 단 한 번도 의심해 보지 않았단 말인가?’그 말에 이유영의 눈빛이 날카롭게 바뀌었다.그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28화

    여진우의 목소리에는 지금껏 본 적 없는 냉정함이 담겨 있었다.이유영은 멍하니 그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묻지 말라고?’다른 일이라면 몰라도 소은지에 관한 것만큼은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마치 그녀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여진우는 더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엔데스 가문 사람들은 절대 단순하지 않아.”늘 그렇듯 그들은 단순한 적이 없었다.이유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소은지는 이제 엔데스 가문의 사람이야.”그 말에 이유영의 입술이 가볍게 떨렸다.‘소은지가 엔데스 가문의 사람이라고?’이미 어지러웠던 머릿속은 그 말 한마디에 더욱 복잡하게 뒤엉켰다. 숨이 턱 막히는 듯한 답답함이 그녀의 가슴을 짓눌렀다.“오늘 송씨 가문 소식은 들었어?”“들었어.”이유영의 목소리는 한층 더 무거워졌다.그 소식을 접한 뒤, 파리 전체가 마치 안개 속에 잠긴 듯 모든 게 흐릿하고 불길했다.그때, 누군가 그녀의 어깨를 감싸안았다.여진우의 품에 안긴 순간, 이유영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묵직한 기운에 짓눌렸다. 그의 안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을 느낀 이유영은 무언가 정말로 큰일이 곧 벌어질 것 같은 느낌이었다.긴 침묵이 흐른 후, 이유영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엔데스 가문의 도장은 찾았어?”지금 그 도장과 문서는 엔데스 가문 사람들에게 극도로 민감한 존재였다.그 하나가 모든 걸 좌우할 수도 있었다.도장 이야기가 나오자 여진우는 그녀를 더 꼭 안아주며 낮게 말했다.“아무 일 없으면 곧 나올 거야.”그 말은 다짐처럼 들리면서도 동시에 위로 같았다. 그 도장이 어떤 의미인지 이유영도 잘 알고 있었다.잠시 뒤, 여진우는 자리를 떴고 정국진도 오늘 집에 없었다.백산 별장에는 임소미와 이유영, 그리고 조기 교육 수업을 마치고 돌아온 월이만 남아 있었다.월이는 깡충깡충 뛰어다니며 방 안을 돌아다녔고 그 모습은 한없이 밝고 천진난만한 아이였다.예전엔 조기 교육 센터에 가기를 그렇게 싫어하더니 이제는 친구들과 함께하는 게 즐거운 듯 아침마다 스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27화

    남기가 방 안으로 들어서서 조용히 소은지를 바라보았다.소은지가 먼저 입을 열었다.“아저씨, 오늘은 몇 명이나 더 찾아올 것 같아요?”단순한 질문 같았지만 그 안에는 묘한 탐색의 기운이 깃들어 있었다.남기가 잠시 생각한 뒤 대답했다.“지금으로서는 일곱째 도련님 쪽에서 아직 별다른 움직임이 없어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습니다.”말뜻은 분명했다. 소은지에게 정신을 바짝 차리고 조심하라는 경고였다.소은지의 눈빛 속에는 복잡한 감정이 소용돌이쳤다.가능하다면 이렇게 얽히고설킨 일들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다. 그녀를 이 늪으로 끌어들인 건 도대체 누구였을까?엔데스 명우. 그 이름이 떠오르자 소은지의 머릿속에는 그의 그림자가 다시 어른거렸다.송연미가 전해준 말을 떠올리며 소은지는 조용히 물었다.“남기 아저씨, 지금 제가 떠난다면 그 사람에게 도움이 될까요?”송씨 가문의 결정을 떠올리자 분노가 목구멍까지 치밀었다. 현우를 걱정하는 마음이 더욱 뚜렷해졌다.남기는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사모님께서 돌아오신 이후로 일곱째 도련님은 송연정 아가씨와 일절 연락을 하지 않았습니다.”“그래요?”‘그렇다면 송연미가 한 말은 무엇이었을까?’소은지가 생각에 잠기자 남기가 말을 이었다.“일곱째 도련님은 언제나 눈치가 빠르십니다. 송씨 가문과 선을 그은 걸 보면 뭔가 그 속셈을 알아보신 듯합니다.”“...”“그리고 지금 사모님을 떠나게 하지 않는 이유는 사모님이 이 자리를 지켜주셔야 다른 사람들이 넘보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물론입니다.”남기의 말에 소은지는 고개를 끄덕였다.우천시에 있었을 때, 엔데스 가문의 일곱째 며느리 자리를 노리는 가문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송씨 가문이었다.예전엔 현우를 지지하는 송씨 가문에 대해 복잡한 감정을 품고 있었지만 오늘 송연미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떠올리자 송씨 가문 회장님의 인품이 형편없다는 사실이 더욱 선명하게 다가왔다.그 사실을 인식하자 오히려 마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26화

    사실 모든 기회는 그녀가 온갖 노력을 다해 엔데스 운빈과의 관계를 완전히 끊어낸 그 순간 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씨 가문의 태도는 변함이 없었다.‘왜 송연정을 선택하면서도 자신은 끝내 선택하지 않았던 걸까?’처음엔 그 이유가 운빈과의 관계 때문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버지가 느닷없이 엔데스 신우와의 혼사를 결정했다고 말했을 때, 송연미는 문득 깨달았다.그 모든 결정의 이면엔 현우가 자신을 대하는 태도였다.결국 현우의 태도가 아버지의 선택을 바꿔 놓은 것이다.“현우를 만나야겠어.”송연미는 온몸을 떨며 소은지를 바라봤다.그녀는 현우를 만나야 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 상황을 도저히 현실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아니,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왜 자신이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하는지 도무지 납득할 수 없었다. 현우를 직접 만나서 물어야 했다.차가운 엔데스 가문의 셋째 사모님으로 불리던 그녀는 지금 반산월에서 감정 하나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 채 무너지고 있었다.몇 년 전, 현우가 파리를 떠나고 나서 그 시간 동안 그녀가 어떤 힘든 나날을 보냈는지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그 오랜 기다림 끝에 현우가 돌아왔고 그녀는 현우와 다시 시작할 생각이었다.하지만 그 모든 기회와 가능성을 단호히 끊어낸 사람은 다름 아닌 현우였다.“네 전화도 받지 않는데, 널 만나고 싶어 할까?”소은지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그 말 한마디가 송연미는 더 깊이 무너졌다. 이미 흔들리고 있던 그녀의 마음은 그 순간 완전히 부서지는 듯했다.그녀의 눈빛엔 절망이 가득했다.“그래도 현우를 꼭 만나야 해.”송연미는 떨리는 목소리로 분명하게 말했다.그녀는 현우를 만나야 했다.엔데스 신우와의 결혼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하지만 가문의 결정 앞에서 그녀는 늘 무기력할 뿐이었다.그동안 엔데스 운빈 곁에 있으면서 얼마나 많은 밤을 끝내고 싶다는 생각으로 버텼는지 모른다.그리고 현우가 돌아오자 그녀는 주저 없이 모든 것을 정리했다.하지만 지금 현우는 그녀를 차갑게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25화

    소은지는 조용히 송연정을 바라보다가 손에 들고 있던 물컵을 내려놓았다.그녀의 눈빛엔 이미 무거운 결심이 내려앉아 있었다.송연정 역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그 눈 속에는 오래 참아온 비통함이 스며 있었고 그 아래엔 날 선 증오가 번득였다.“왜 엔데스 신우랑 결혼시키려는지 알아?”“왜?”‘엔데스 운빈과의 관계가 끝난 지 얼마나 됐다고, 이제는 또다시 다른 사람과의 혼사를 이야기한다니. 이건 말도 안 되는 얘기 아닌가?’엔데스 가문 사람들은 한때 송연정을 ‘넷째 사모님’으로 부르며 깍듯이 대했다.‘지금은 어떤 상황이 되어 버린 걸까?’“왜냐하면 네가 아직 여기에 있기 때문이야.”소은지는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원래 아버지는 송연정과 현우의 혼사를 생각했어. 그런데 네가 돌아오면서 계획이 완전히 틀어져 버린 거야.”“...”“넌 우리 아버지가 그냥 호의로 누굴 도와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소은지, 대체 얼마나 더 망쳐야 속이 시원하겠어?”“...”“지금 엔데스 가문 상황이 현우한테 얼마나 중요한지 정말 모르는 거야?”송연정은 마치 이 모든 일이 소은지 탓이라도 되는 듯 서늘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실제로 소은지가 돌아오기 전까지만 해도 송연정과 현우는 공식적인 자리에 나란히 서곤 했다.소은지는 배경도 권력도 없는 외국 여자일 뿐이었다.파리 사람들은 모두 송씨 가문과 현우가 결혼할 거라고 생각했고 가문 안팎의 관심은 오롯이 현우에게 쏠려 있었다.그렇다면 그녀가 이혼을 택한 건 단지 운빈과의 관계가 아니라 엔데스 가문 자체와 더 깊은 얽힘을 막기 위한 선택이었던 것이다.그 관계를 완전히 끊어내야 현우와 다시 함께 할 수 있으니까.소은지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잊었어? 내가 우천시에서 돌아온 이유, 바로 너 때문이야.”그 말에 송연미의 얼굴은 순식간에 새하얗게 질려버렸다.입술이 달싹였으나 그 어떤 말도 입 밖으로 새어 나오지 않았다.“나만 없으면 가문이 너를 선택했을 것 같아? 결국 가문이 택한 건 송연정이었어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24화

    소문에 의하면 그는 정말 무서운 사람이었다.소은지의 목덜미에 선명하게 남은 멍 자국과 턱을 스친 붉은 흔적을 본 남기는 조금 전 상황이 심상치 않았음을 곧장 눈치챘다.하지만 소은지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담담하게 말했다.“남기 아저씨, 걱정하지 마세요. 저 괜찮으니까.”“네.”남기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얼굴에는 여전히 짙은 걱정이 남아 있었다.이건 시작에 불과했다.소은지는 알고 있었다. 아무리 피하려 하고 아무리 그와의 악연을 끊으려 해도 엔데스 가문은 그녀를 쉽게 놓아줄 리 없다는 것을.일단 엔데스 명우를 몰아냈지만 이건 단지 서막에 불과했다.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서둘러야 해요.”소은지는 조용히 남기에게 말했다.지금 그녀는 현우의 행방을 최대한 빨리 알아내야 했다.물론 이유영의 말처럼 아무 소식이 없는 것이 오히려 가장 좋은 소식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이곳은 파리다. 이 도시에서 현우는 어떤 존재였던가?이곳은 그가 살아온 터전이었지만 지금은 잔인하리만큼 차가운 현실을 안겨주고 있었다.누가 보아도 가슴 아픈 상황이었다.“네.”남기는 조용히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얼마 지나지 않아 송연미가 반산월로 모습을 드러냈다.하지만 그녀의 방문은 소은지에게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특히 요즘 송연미의 마음에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을 느낀 이후로 소은지는 그녀를 더욱 경계하고 있었다.마주 앉은 두 사람 사이로 긴장감이 흘렀고 소은지는 앞에 놓인 물 한 모금 마시고는 차분히 말을 꺼냈다.“현우 씨가 너한테 말했겠지?”그 말을 하며 소은지는 차가운 시선으로 송연미를 바라봤다.송연미도 조용히 그녀를 응시했고 눈빛은 이미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현우 씨는 네가 반산월로 날 찾아오는 걸 좋아하지 않아.”“현우는 더 이상 날 만나지 않으려고 해.”송연미는 질문에 정면으로 답하지 않고 차가운 눈빛으로 소은지를 바라보았다.소은지는 미간을 찌푸리며 아무 알도 하지 않았다.“내 전화도 받지 않아.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23화

    분위기는 폭발 직전까지 치달았다.소은지와 엔데스 명우는 이미 돌이킬 수 없을 만큼 파국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어쩌면 그녀가 현우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은 그날부터 모든 건 이미 끝나 있었는지도 모른다.이제는 서로의 뺨까지 내리치는 지경에 이르렀다.꽤 오랜 침묵이 흘렀고 그 침묵을 깬 것은 명우의 웃음이었다.냉담하고 음울한 웃음이었고 소은지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엔 잔혹함과 함께 묘한 흥미가 서려 있었다.“소은지, 잘하고 있어.”그가 비웃듯 말했다.“74호는 감히 하지 못했던 걸 엔데스 가문의 일곱 번째 며느리는 해내는구나.”엔데스 명우는 그녀의 상반된 두 신분에 대해 조롱하고 있었다.명우의 웃음소리가 점점 커졌다.“좋아. 아주 좋아.”그가 성큼 소은지 앞으로 다가갔고 흥미로 가득 찼던 눈빛은 이내 사나워졌다.길고 날렵한 손가락이 소은지의 턱을 움켜쥐었고 거칠게 턱선을 문지르며 위협의 기운을 내뿜었다.“지금 이 모습, 과연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 지켜보겠어.”소은지의 모든 것을 하나하나 다 분질러버릴 듯한 목소리였다.하지만 소은지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고 오히려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당신은 그럴 능력이 없어.”“흥! 그래?”“그럼.”그녀의 목소리는 단호했고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몇 년 동안 엔데스 명우는 소은지의 뼈마디가 부러지는 고통을 주며 괴롭혀왔다.그런 그의 앞에서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인 적은 있었지만 단 한 번도 진심으로 굴복한 적은 없었다.그녀는 강했고 절대 쉽게 꺾이지 않는 마음을 가졌다.명우가 대꾸할 틈도 없이 그녀는 진심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하지만 너도 곧 알게 될 거야. 그 여자가 어떤 인간인지.”순간, 두 사람 사이의 공기가 무언가에 의해 산산이 갈라졌다.소은지는 오늘 엔데스 명우가 끝까지 덮어두려 했던 금기를 건드리고 있었다.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몇 번이고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그래, 넌 아직도...”명우의 입에서 말이 채 나오기도 전에 소은지가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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