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나타난 여자가 고막이 찢어질 듯 한 목소리로 욕설을 퍼부으니, 주위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건 당연했다.소만리는 눈을 들어 기세등등한 눈앞의 여자의 얼굴을 보고는, 자신이 도둑놈이라고 누명을 썼던 그때가 생각 났다.그날, 그녀는 자신이 중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된 후, 기모진의 지시에 따라 기 씨 네 본가를 찾아가 기모진의 어머니의 생일 파티에 갔었다.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자, 그녀는 바로 눈앞의 이 여자와 부딪쳤고, 그 여자는 사과를 하지 않을뿐더러 소만리에게 질책을 하며 그녀가 자신의 팔찌를 훔쳤다고 주장했다.후에 소만영이 착한 모습을 하고서 소만리를 도와주는 척 접근했지만, 혼란을 틈 타 소만리의 주머니에 팔찌를 넣었다. 그로 인해 당시 세력이 크지 않았던 소만리는 변명을 할 여지도 없이 도둑질한 사람으로 낙인찍히며 질책을 받았다.더욱 재미있는 사실은, 후에 기묵비가 그녀를 도와 결백을 주장할 수 있는 증거를 보내 주었지만, 기모진이 소만영을 사랑했기에 그 증거를 파기하며 소만영의 만행을 감싸 준 것이다.소만리는 잊을 수 없었다, 그 당시 소만영은 이 여자를 “이씨 부인”이라고 친근하게 불렀다.“뭘 보고 있어! 빨리 내 팔찌 돌려주지 못해!”온 몸을 명품으로 두른 이씨 부인은 소만리의 손목을 잡고 악랄하게 경고했다.소만리는 회상을 멈추고 여자의 손을 쏘아보며 말했다.“이 손부터 놓죠.”그녀는 쌀쌀한 말투를 하며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있었지만, 어느새 강한 기세를 보였다.여자는 이 기세에 눌려 어안이 벙벙해져 엉겁결에 약간 느슨해진 듯했지만, 소만리가 이러한 태도를 보이자 곧바로 더욱 세게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너 지금 어른을 협박하는 거야?”여자의 태도는 난폭했고, 말을 이어갔다.“주제 파악도 못하고 감히 이런 장소에서 내 물건을 훔쳐!”그녀는 더욱 언성을 높이며 두 눈을 치켜들고 소만리를 훑어보고는 다시 말했다.“쯧쯧, 그동안 얼마나 많은 물건을 훔쳤길래, 아니면 돈 많은 남자 옆에라도 붙었나 보지? 이런 파티
그때부터 그녀를 질타하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기 시작했고, 소만영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사화정의 귓가에 무언가를 속삭였다.잠시 뒤, 소만영이 다가와 소만리를 바라보며 탄식했다.“미랍 씨, 만리와 닮은 것도 모자라서 하는 짓까지 이렇게 닮았을 줄은 몰랐네!”소만영이 비웃으며 경멸하는 눈초리로 말을 이어갔다.“이씨 부인 말이 다 맞아요, 그 당시 기 씨 집안에 이런 사람이 당신의 팔찌를 훔쳤어요. 하지만 지금 잡은 이 사람은 그때 그 사람이 아니고 그저 얼굴이 닮은 것 뿐이에요.”“뭐라고? 그 사람이 아니야? 분명 이 얼굴이 맞는데!”여자가 소만리의 얼굴을 가리키며 확신에 찬 말투로 대답했다.“이씨 부인, 확실히 그 사람이 아닙니다.”기씨 부인도 다가오며 똑같이 경멸하는 눈빛으로 소만리를 바라보며 말했다.“천미랍, 난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Miss l.ady의 점주가 되어서 어떻게 고객의 팔찌를 훔칠 수가 있지? 이것도 일종의 병인가?”“도벽이 있는 것도 모자라, 다른 사람의 약혼자까지 훔친다니까요!”사화정이 말을 보태며 소만리에 대한 경멸을 표했다.파티장의 분위기도 같이 바뀌며, 하나같이 의심의 눈초리로 소만리를 쳐다보고 있었다.그러자 이씨 부인은 더욱 화를 내며 소만리의 손목을 거세게 조이며 말했다.“네가 내 팔찌를 훔친 게 맞잖아! 하, 양심도 없는 도둑년 같으니라고. 지금 당장 경찰서로 같이 가!”그녀는 말이 더욱 거칠어지며 동시에 힘껏 소만리를 잡아당겼다.그러자 총지배인과 디자인 감독이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어, 소만리를 도우려고 했다. 하지만 움직이기도 전에 소만리는 그 자리 그대로 서서 여자에게 끌려가지 않고 도리어 여자의 손을 쳐냈다.여자는 잠시 똑바로 서 있지 못하고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나며 소만영의 발등을 밟고 말았다.그러자 소만영이 아파서 비명을 지르며 불쾌한 듯 여자를 밀쳤고, 여자는 다시 소만리에게 화살을 겨누며 말했다.“너 이 망할......”“저한테 또 무례하게 대하거나 소란을 피우면 이따 경
총지배인과 디자인 감독이 말을 마치자, 파티장 안의 분위기가 점차 달아오르기 시작했다.소만리를 가리키며 한바탕 난리를 피우던 이씨 부인은 바로 꼬리를 내렸고, 소만영과 다른 사람들은 더욱 소만리를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쳐다보았다.“다, 당신들 방금 뭐라고 했어?”소만영이 눈살을 찌푸리고 소만리를 가리키며 말했다.“당신들 말은 저, 저 천미랍이 Miss l.ady의 수석 디자이너라고?”소만영은 이 말을 물으면서도 내키지 않았다.하지만 이내, 그녀의 답변에 바로 대답했다.“맞아요! 이분이 바로 우리 Miss l.ady의 창시자이자, Miss l.ady의 수석 디자이너인 Vera 씨입니다.”“......”“......”소만영은 놀라서 입을 벌린 채 우아하고 차분하게 서 있는 소만리를 바라보며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사화정과 기씨 부인은 그저 서로의 얼굴만 쳐다볼 뿐 더욱더 보고 들은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이 여자가 이렇게 대단한 경지에 있는 사람이었다니!최근 2년 동안, 유명 인사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액세서리가 모두 이 여자의 디자인에서 나온 것이었다!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 것인가!“그래서, 이 부인, 우리 미랍 씨가 무슨 이유로 당신의 팔찌를 훔친다는 거죠? 게다가 저희는 당신이 속아서 짝퉁을 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디자이너 감독이 반문했다.“......어떻게 이게 짝퉁일 수가 있어! 나는 이천만 원이나 주고 이걸 샀다고!”여자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납득할 수 없다는 듯이 소만리를 바라보며 말했다.“분명히 이 여자가 내 팔찌를 훔쳤어! 당신네는 모두 한통속이야!”“계속해서 제가 당신 팔찌를 훔쳤다고 주장하시겠다 이거죠?”소만리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담담하게 물었다.그 여자는 화가 나서 소만리를 가리키며 말했다.“그래, 너!”“좋아요.”소만리가 입꼬리를 올리며 옆에 있던 디자이너 감독을 보며 말했다.“Sasa, 지금 바로 모 변호사에게 연락해 제 변호를 서달라고 하세요. 이 사
잘 다듬어진 슈트를 입은 기묵비의 고상한 자태와 달리 그의 얼굴은 분노로 가득 차 있었고, 평소의 여유롭고 온화한 모습은 없었다.“당장 제 약혼녀한테 사과하시죠. 안 그러면 변호사를 부르는 걸로 그치지 않을 겁니다.”“......”그녀는 기묵비를 알아보지 못했지만, 그의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냉기에 짓눌려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소만리는 기묵비의 옆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자연스럽게 그에게 팔짱을 끼며 말했다.“됐어요. 이렇게 보여주기식의 사과는 원하지 않아요. 다들 제가 결백하다는 걸 알았으니 그걸로 충분해요.”“어떻게 그래.”기묵비는 온화한 눈빛으로 소만리를 바라보며 말했다.“난 어떤 사람이라도 널 괴롭히고 모독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어. 단 한 글자라도, 절대 용납 못 해.”그의 말에는 그녀를 지키려는 기사 본능이 충만했다.소만리가 기묵비의 눈을 바라보자, 조명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눈에서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애틋함과 패기가 느껴졌다.그녀의 가슴이 빠르게 뛰기 시작하며 입을 떼기도 전에 주위의 젊은 규수들이 기묵비를 보며 얼굴을 붉혔다.아마 그가 방금 한 말에 모두 그에게 빠져든 것 같았고, 이 광경을 보고 있던 소만영은 질투심이 생겼다.소만리와 똑같이 생긴 이 여자는 원래도 얄미웠지만 오늘 밤에는 격이 떨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이렇게 전세가 역전될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그래도 사과를 안 하시겠다? 경찰서에 가야지 사과를 할 건가요?”기묵비가 차갑게 말했다.그 여자는 기묵비의 얼음장 같은 눈빛을 보고 벌벌 떨며 황급히 입을 열어 사과했다.“죄,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억울한 누명을 쓰실 뻔했어요. 정말 죄송합니다!”3년이 지났다.소만리는 이 여자가 사과를 하는 날이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만약 그 당시 기모진이 그렇게 야속하게 굴지만 않았더라면 3년 전에도 사과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소만리는 속으로 한탄하며 고개를 들자, 소만영과 눈이 마주쳤고, 그녀는 황급히 소만리의 눈을 피했다.그 여자는
이 말을 들은 모든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소만영은 온몸이 떨려오며 당당했던 표정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영상? 무슨 영상이지? 기묵비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정말 그 당시에 내가 팔찌를 훔쳐서 소만리의 몸에 숨긴 것을 누가 찍기라도 한 거야?어떻게 그래! 만약 기묵비가 정말 그런 영상이 있다면, 그 당시에 진작에 틀었겠지!소만영은 이렇게 생각하자 다시 침착해졌고, 담담한 표정으로 웃어 보였다.“삼촌, 틀어 봐. 어떤 영상을 틀어도 난 정직해!”“만영아, 엄마는 널 믿어!”사화정이 소만영의 손을 붙잡으며 눈에는 신뢰와 사랑이 가득했다.“이 영상을 다 보고 나서도 그렇게 당당했으면 좋겠네.”기묵비는 소만영에게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러자 소만영은 다시금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곧 그녀는 기묵비가 옆에 있는 보좌관에게 지시를 내리는 것을 보았고, 보좌관은 손에 들고 있던 리모컨을 조작하기 시작했다.몇 초도 되지 않아 파티장의 불이 다 꺼지고, 앞에 있던 LED 모니터에는 너무나 선명한 화면이 눈에 들어왔다. 소만영은 화면을 보자 놀라 눈이 찢어질 듯했다.화면에는 3년 전의 그 장면이 나오고 있었고, 기 씨 가문의 본가로 가는 소만리의 얼굴은 매우 창백했고, 소박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그녀가 들어서자마자, 거드름을 피우던 이씨 부인과 부딪혔다.그리고 소만리는 부딪친 뒤에, 오히려 이씨 부인에게 욕까지 들었다.영상에서 소만리의 안색이 매우 안 좋아 보였지만 그녀는 이씨 부인과 싸우려 들지 않았다. 그리고 그다음 장면은 더욱 사람들로 하여금 경악을 금치 못하게 했다.이씨 부인이 소만리를 붙잡고 팔찌를 훔쳤다고 욕설을 내뱉고 있는 와중에 소만영이 다가와 중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중재를 하는 과정에서 소만영은 팔찌 하나를 소만리의 주머니 안으로 넣었고, 이어 소만영은 능청스럽게 소만리의 주머니에서 팔찌를 꺼냈다.그리고 결국 소만리는 입만 열면 변명밖에 안 하는 비겁한 도둑이 되고 말았다.이 영상을 나중에 소만리도 여러
“엄마, 나 믿죠? 이 영상은 가짜라고요!”소만영이 말을 마친 뒤 기씨 부인을 바라보며 말했다.“아주머니, 소만리가 어떤 애인지 잘 아시잖아요. 제가 왜 그 애를 해치겠어요? 걔는 원래부터 떳떳한 사람이 아니었다고요.”“만영아, 울지 마, 엄마는 너 믿어.”사화정은 망설임 없이 소만영을 믿으며 소만리와 기묵비를 적대시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기묵비, 네가 사람들 앞에서 내 딸에게 누명을 씌우고 내 딸의 명성을 더럽히다니, 어떻게 그럴 수 있니!”“딸이요?”기묵비가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당신 딸이라서, 이렇게 비열한 짓을 저지르고도 엄마 된 사람이 그저 방관한다고요?”“너......”“영상 속에 이미 명백히 나와 있어요, 주작을 한지 안 한지는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다 알 거고요. 소만영, 네가 이 영상이 최근에 찍은 거라고 했지. 그럼 내가 물을게. 영상 속에 있는 소만리가 천미랍이라고 치자. 그럼 영상 속에 있는 너랑 똑같이 생긴 여자는 또 누군데? 그리고 모진의 엄마를 포함한 저 손님들은 또 어떤 사람이 대역을 한 거지?”“......”기묵비의 질문에 소만영은 더 이상 아무런 대꾸를 할 수가 없었다. 그의 말이 모두 사실이기 때문이다.“그 정도면 됐어.”사화정이 분노하며 기묵비를 쳐다보았다.“소만리가 먼저 만영의 남자친구를 빼앗았고, 후에 계속해서 만영을 괴롭혔어. 모두 자업자득이고, 내 딸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어! 소만리는 누명을 써도 싸. 누가 그렇게 나쁜 짓을 하래!”“모 부인의 눈에는 흑백이냐 아니냐가 중요하지 않았군요. 중요한 건 당신 딸이 무슨 짓을 했든지, 다 옳다는 거고요, 맞죠?”소만리의 맑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사화정은 그녀를 흘긋 보더니 이내 대답했다.“너랑 무슨 상관이야!”“저랑 완전히 상관이 있죠. 저는 그저 저 소만리가 너무 안타까워요. 죽어서도 이렇게 누명을 쓰고 있잖아요.”소만리는 한숨을 내쉬며 사화정을 바라보았다.“모 부인이 이렇게까지 딸을 지켜주시는데, 소만리도 부모가
“네, 모진 씨 뜻대로 하세요.”소만리가 웃으며 대답했다.“저도 당신이 무엇을 발표할지 궁금하네요.”기모진이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곧 알게 될 거예요.”그가 말을 한 뒤 소만리의 뒤에 서 있던 기묵비를 한 번 쳐다보고는 등을 돌려 사람들과 카메라 앞에 섰다.“모진아, 일단 내 설명을 좀 들어봐. 아까 그 영상은 가짜야, 제발 믿지 마! 제발 그거 발표 안 하면 안 돼? 난 너 없으면 안 돼, 제발 날 버리지 마......”그녀의 목소리는 거의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작았지만 기모진은 정확하게 들었다.그가 소만영의 애원하는 소리를 덤덤히 듣고는 눈을 살짝 떨구고 말했다.“나한테 설명할 필요 없어, 만약에 아까 그 영상 때문이라면 난 3년 전에도 이미 봤으니까.”“......뭐, 뭐라고?”소만영의 얼굴이 창백해지며, 두 눈이 커졌다.그가 3년 전에도 이 영상을 봤다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하지만 그가 3년 전에 봤었는데, 어떻게 한 번도 이 얘기를 한 적이 없을 수가 있지.이 생각을 하자, 소만영은 자신감이 조금 회복되며 다시 말했다.“모진아, 그런 거라면, 넌 날 믿는 거지. 그럼 제발 그 발표 안 하면 안 될까, 나 정말 너 없으면 안 돼......”그녀가 낮은 목소리와 애처로운 표정으로 계속해서 애원했다.기모진은 그 얼굴과 눈을 보고 자연스럽게 그의 기억 속에 있는 ‘리’의 모습을 떠올렸다.몇 초 뒤 그가 소만영의 손을 뿌리치며 대중을 향해 몸을 돌렸다.“여러분, 저는 지금 모 씨 가문의 소만영과의 약혼을 파......”풀썩.“만영아!”기모진이 말을 꺼내자, 소만영이 순간 그의 발아래 쓰러졌다.사화정의 사색이 되어 울며 그녀에게 뛰어갔다.“모진아, 너 지금 뭐 하는 거니? 어서 만영이를 병원으로 데려가!”사화정이 재촉했고, 얼굴에는 근심과 걱정이 가득했다.“만영아, 제발 무사해야 해!”“모진아, 뭘 멀뚱히 서 있어. 어서 만영이를 데려가!”기씨 부인도 와서 기모진을 재촉했다.소만리는 그때의 기모
소만리는 옅은 미소를 띠며 그에게로 다가갔다.기모진은 앞에서 사람이 걸어오는 것을 보자 걸음을 멈췄고, 순간 놀래며 말했다.“어떻게 여기까지 왔죠?”“모진 씨는 제가 보기 싫은가 봐요?”소만리는 웃으며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사실 저도 조금 걱정이 돼서요. 소만영이 아니라, 당신이 걱정돼서 왔어요.”기모진은 말을 잃으며, 조명 아래 환하게 웃고 있는 그녀를 보자 그녀의 앞으로 가 말했다.“절 따라오세요.”그가 순간 소만리의 손을 잡아당기자, 그의 따스한 온기가 그녀의 피부에 닿아 가슴으로 확 전달되었다.그녀는 벗어나려고 하지 않았고, 예전처럼 그렇게 손을 놓지 않으려고 애쓰지도 않았다.기모진은 소만리를 병원 옥상으로 데려갔고, 텅 빈 옥상은 매우 조용했다.짙은 남색의 밤하늘에 별들이 드문드문 빛을 발하고 있었고, 이따금 가을바람이 불어와 추운 기운이 맴돌았다.“모진 씨, 절 왜 이곳에 데려온 거죠?”소만리가 궁금한 듯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흐릿한 달빛이 그의 얼굴을 비추었고, 그가 무슨 표정을 하고 있는지 전혀 파악할 수 없었다.“모진 씨가 말을 안 하면 전 이만 갈게요.”소만리는 이 말을 하며 뒤돌아섰다.그러자 기모진이 그녀의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가지 마요.”그는 그녀를 붙잡으며 애원하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저랑 같이 있어줄 수 있나요?”“같이 있다니요?”소만리는 고개를 돌리며,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두 사람은 몇 초간 서로를 응시하다 손을 놓았다.그는 한쪽으로 가서 담배에 불을 붙이고, 한 번 빨아들이더니 옅은 연기를 내뿜었다.소만리는 그런 그를 쳐다보았고, 왜인지 모르게 달빛 아래 서 있는 뒷모습이 매우 쓸쓸해 보였다.“모진 씨 약혼녀는 괜찮죠?”소만리가 침묵을 깨며 그에게 물었다.기모진은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대답했다.“만영은 이미 내 약혼녀가 아니에요. 나도 그 사람과 결혼 하지 않을 거고요.”“못 믿겠네요.”소만리가 웃으며 말했다.“묵비 씨가 저한테 다 얘기했어요, 당신이 소만영을 엄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