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따뜻한 호흡이 그녀의 뺨에 스쳤고, 그녀는 당황해하며 머릿속에는 한때 기모진이 자신에게 했던 많은 일들이 스쳐 지나갔다.그는 냉혈하고 무자비하며 잔인한 일들을 그녀에게 저질렀었다.하지 못했던 거라니, 그녀의 머릿속은 백지장이었다.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던 그녀는 기모진이 자신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소만리의 심장이 갑자기 빠르게 뛰기 시작했고, 기모진이 자신에게 키스하려고 한다고 생각한 그녀가 황급히 벗어나려고 하자, 그는 팔을 뻗어 그녀를 자신의 품으로 끌어 당겼다.그가 고개를 숙여 그녀에게 기대었고, 마치 그의 모든 피곤함과 스트레스를 이 포옹으로 다 풀려는 듯했다.소만리는 당황해하며 그에게 꽉 안겨 있었다.그녀는 옷을 얇게 입고 있어서 그와 가깝게 붙어 있으니 기모진의 온기와 셔츠의 촉감까지 정확하게 느낄 수 있었다.게다가 그의 숨결은 그녀의 귀에 더욱 선명하게 전달되었고, 그의 차가운 향기가 그녀의 코끝을 찌르며 그녀의 심장 박동과 호흡을 망가뜨렸다.소만리는 달빛을 바라보며 조금은 얼떨떨한 기분이 들었다.하지만 금세, 그녀는 매정하고 잔혹했던 그의 대우를 떠올리며 평정심을 되찾았고, 더 이상 그에 대한 열정을 찾을 수 없었다.소만리는 눈을 내리깔고 자신에게 기대어 있는 그를 차갑게 바라보며 그를 밀어내려 했다.하지만 기모진은 그런 그녀의 허리를 더욱 꽉 끌어안았다.“가만히 있어요.”그가 속삭였다.“모진 씨, 이건 아닌 것 같네요. 저는 후에 당신의 숙모가 될 사람이에요.”소만리가 말했다.그러자 기모진이 눈을 번쩍 뜨며 말했다.“그렇다면 미래의 숙모님께서 더욱 이럴 때 어린 친척을 위로해 줘야 하지 않나요?”“.......”그의 매혹적인 목소리는 그녀의 귓가에 맴돌았고, 소만영은 얼굴을 붉히며 있는 힘껏 그를 밀쳤다.그녀는 치마를 정리하며 불만이 가득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모진 씨, 이게 당신이 말한 전 부인에게 하지 못한 일인가요?”소만리는 옅게 웃으며 말을 이어나갔다.“당
그녀의 복수는 이제 겨우 첫걸음을 떼었는데, 그게 흐트러지는 것을 결코 허락할 수 없었다.기모진은 전화를 받으며 소만리의 손을 놓아주지 않았고, 소만리는 가고 싶어도 갈 수 없었다.그녀는 기모진이 눈썹을 찌푸리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하는 것을 쳐다보았다.“뭐? 기란군이 사라졌다고?”이 말을 듣자, 소만리의 가슴이 철렁했다.기란군이 또 사라지다니?그녀도 같이 긴장하기 시작했다.정신이 멍해지는 순간, 기모진이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제 아들이 또 사라졌다네요. 그런데 저는 당신이 아이를 찾을 수 있을 거 같군요.”“제가요?”소만리가 놀라며 물었지만, 딱히 반박할 생각은 없었다. 그녀의 심장박동 소리가 자신이 기란군을 찾고 싶다는 것을 알리고 있었다.“같이 찾으러 가죠.”“그럼 갑시다.”그가 말을 하며 그녀의 손을 풀어 주었고, 입고 있던 외투를 벗어 그녀에게 덮어 주었다.이 행동은 그녀를 놀라게 했지만, 반응을 채 하기도 전에 기모진은 그녀를 끌고 내려갔다.소만리는 가는 길에 기묵비에게 이 사실을 문자로 알렸다.기묵비는 항상 변함없이 그녀의 결정을 지지해 주었다.차는 기모진의 별장으로 들어섰고, 소만리는 이전의 일들을 회상할 새도 없이 기란군을 찾을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했다.그녀는 기모진을 따라 방으로 들어섰고, 하인이 그들을 보자 당황해하며 설명했다.“란군 도련님은 방 안에 계시고, 저는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었는데 도련님이 갑자기 사라지셨습니다! 제가 이미 몇 번을 다 둘러보았지만 란군 도련님을 찾을 수 없었어요!”기모진은 무뚝뚝한 표정으로 듣고는 눈썹을 찌푸리며 소만리에게 말했다.“아이가 멀리 가지는 않았을 테니 저희는 근처를 먼저 찾아보죠.”“제 생각에는 아이가 아직 이 방에 있을 것 같은데요.”소만리는 침착하게 말했지만 가슴이 아파왔고, 이전에 기란군이 자신에게 안겨서 벌벌 떨던 기억이 떠올랐다.“아니요! 제가 다 찾아보고 란군 도련님의 이름도 몇 번이나 불렀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어요!”하인이 소만리의 추측
그녀의 왼쪽 가슴에는 그녀가 소만리임을 상징하는 점 하나가 있었다.그녀는 그것을 없앨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녀가 다시 살아난 뒤에 그녀의 가슴을 기모진이 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그녀는 복수하러 온 것이지, 그와 연애를 하러 온 것이 아니었기에 그녀는 점을 빼지 않았고, 그 점은 여전히 그녀의 왼쪽 가슴에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순간 기모진의 시선이 쏠리자 소만리는 재빨리 샤워 타월을 위로 올린 뒤 등을 돌렸다.“노크도 안 하고 들어오세요?”그녀는 불쾌한 듯 입을 열었다.기모진이 눈치껏 문을 닫고 나갈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의 발소리가 더욱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며 그녀의 등 뒤에 섰다.“왜 가까이 오죠? 빨리 나가세요.”소만리가 정색을 하며 말했고, 타월을 더욱 꽉 조이며 맨발로 안으로 더 들어갔다.하지만 한 발자국을 내딛자 기모진이 그녀의 가냘픈 팔목을 붙잡았다.그의 손은 매우 차가웠지만 소만리는 그의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미래의 숙모 될 사람이 뭘 그렇게 무서워하죠? 내가 당신을 잡아먹기라도 할까 봐?”“......”소만리는 대꾸를 하지 않고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하며 얼굴의 온도가 올라갔다.이때 기모진은 더욱 그녀 쪽으로 다가갔고, 그녀는 그가 점점 더 가까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안심해요, 당신한테 아무 짓도 안 할 거니까. 그냥 궁금한 게 하나 있어서요.”“뭔데요?”소만리가 짜증스러운 말투로 물었다.“이 손부터 놓고 말해요.”기모진은 말을 듣고는 눈앞에 있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다가 갑자기 넋을 잃었다.그녀의 피부는 결점 없이 희고 매끈했으며, 그가 생각했던 소만리의 온몸에 군데군데 난 상처 자국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그의 가슴이 저려오며 꽉 잡은 그녀의 손을 확 놓았다.“그만두죠. 안 물어 봐도 돼요.”그는 갑자기 말투가 싸늘해졌다.“아들을 찾아주고, 또 아이와 같이 밤을 보내줘서 고마워요.”말을 한 지 몇 초 지나지 않아 소만리는 뒤에서 문을 닫는 소리를 들었다.그는
그는 말하며 가슴이 저렸다.소만리가 당시에 눈물을 쏟으며 하소연하던 모습을 떠올리니, 그는 회생할 수 없는 죄인이라는 기분이 들었다.그는 자신을 그토록 사랑했던 여자에게 어떻게 그런 잔인한 상처를 줄 수 있었는지...어떻게 이렇게 늦게 그가 사랑했던 여자가 그녀였다는 걸 알아차릴 수 있는지 후회스럽기만 했다.그는 그제야 소만리가 이혼하겠다고 했을 때 기씨 네 아버님이 그녀에게 그런 질문을 했다는 것을 알았다.할아버지는 그녀에게 결혼 후 그와 같은 방을 쓰는지 물었다.당연히 있었고, 게다가 여러 번 같은 방을 썼었다.그는 입으로는 그녀를 역겹다고 했지만, 항상 참지 못하고 그녀를 건드렸다.알고 보니 그것은 그녀에 대한 그의 본능이었고, 그저 그것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기모진은 회상을 멈추고 묘비를 바라보며 말했다.“그 사람은 너랑 똑같이 생겨서 너무 많은 착각을 일으켜. 난 어젯밤에 그 사람을 안기까지 했어, 내가 안은 사람이 너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그의 말투는 전에는 듣지 못했던 부드러운 어조였다.“난 정말 그 사람이 너였으면 좋겠어......”시간은 유유히 흘러가고, 기모진은 아침 햇살에 쓸쓸함을 달래며 그곳을 떠났다.......소만리는 유치원에서 돌아와 곧장 매장으로 향했다.시간이 아직 일러서 매장을 열 시간이 되지도 않았는데, 그녀는 매장 앞에 적지 않은 사람들과 기자들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마 어젯밤에 일어났던 일에 관련된 것일 거라고 추측하며 그녀가 뒷문으로 들어와 자리에 앉자 휴대폰에서는 핫한 소식들이 줄줄이 나왔다.그녀가 클릭해 들어가자 기묵비가 어젯밤에 올렸던 영상이 미친듯이 리트윗되는 것을 보았다.대부분의 네티즌들은 모두 소만영의 SNS에 들어가 악플을 달았다.모씨 가문의 아가씨가 이런 비열한 짓을 저지르다니, 정말 씻으려 해도 씻을 수 없는 흑역사였다.또 어떤 이는 소만리가 그렇게 괴롭힘을 당하고 억울한 누명을 쓴 것도 모자라 죽어서도 이렇게 인터넷에 화제가 되는 것을 매우 안타까워했다.정의는 비
소만리는 인파들 사이에서 나온 남자를 보자 잠시 넋을 잃었다.3년 만에 만난 그는 여전히 잘생겼고, 풍채가 좋았으며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성숙한 매력이 더해졌다.그가 그녀에게 다가와 맑은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았고, 눈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환희가 베어 있었다.“만리, 정말 너구나.....”그녀를 집중해서 바라보는 소군연의 말투는 여전히 봄바람처럼 부드러웠다.“죄송하지만 저는 소만리가 아닙니다.”소만리는 약간은 귀찮은 듯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만약 당신들이 그저 제가 소만리와 닮은 걸 보려고 왔다면 모두 돌아가 주세요, 저는 여기서 장사를 해야 합니다.”그녀는 차갑게 말을 한 뒤 발길을 돌렸고, 예선과 소군연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소만리는 쓸쓸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선아, 군연 선배, 죄송해요, 지금의 나를 용서해 주세요......“만아!”예선은 포기하지 않고 소만리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만아, 왜 이렇게 변한 거야? 넌 만리가 확실한데, 왜 계속 날 모른 체하는 거야?”예선이 흥분하며 소군연을 가리켰다.“날 몰라 보면, 군연 선배는? 선배도 못 알아보겠어? 군연 선배가 전에 너한테 어떻게 대했는지도 다 잊은 거냐고!”소만리는 담담히 소군연을 바라보며 말했다.“당신들 더 이상 가지 않으면 저는 사람들을 불러 내쫓을 수밖에 없어요.”“만리야.”소군연은 소만리 앞으로 다가와 온화한 눈빛으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그동안 하고 싶은 말들을 다 하고 싶었지만 억누르고 있었다.“너를 다시 볼 수 있어서 좋다.”그가 천천히 이 한마디를 하자, 그의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소만리는 가슴이 아팠지만 애써 냉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마지막으로 말할게요, 저는 소만리가 아니에요! 다시는 저와 죽은 사람을 나란히 하지 마세요!”그녀가 기분 나빠하는 말투로 말을 하고 발걸음을 옮겼다.“만리야!”소군연이 손을 뻗어 그녀를 막아섰고, 온화한 눈빛에 근심과 다급함이 더해졌다.“또 다른 볼일이 있나요?
예선은 불쾌한 표정을 하며 반박하고 싶었지만 기모진의 말을 듣고는 한동안 품고 있었던 기대감이 모두 사그라지는 듯했다.예선은 아름다운 소만리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았다.정말 만이가 아니라고? 아니, 그럴 리가.예선은 화난 눈으로 기모진을 바라보며 말했다.“기모진, 이건 분명히 네 계략이야. 저 사람은 만이가 맞고, 네가 만이를......”“그만 하세요.”소만리가 예선의 말을 끊었다.“저는 당신들과 소만리 사이에 어떤 갈등이 있었는지 상관 안 해요. 하지만 이건 저랑 아무 관련이 없는 문제예요. 저는 소만리가 아닙니다.”그녀는 담담하게 말을 마친 후에 기모진을 웃으며 바라보았다.“오늘 나한테 휴가를 주고 싶은데, 모진 씨 저랑 함께할 의향이 있나요?”기모진은 그녀의 아름다운 두 눈을 바라보자 입꼬리를 올리며 대답했다.“저야 영광이죠.”말이 끝날 즈음에 그는 소만리의 손을 잡았다.옆에 있던 사람들은 스스로 통로를 비켜주며 기모진과 손을 잡고 나가는 소만리를 바라보았다.예선과 소군연은 재빨리 쫓아갔지만, 소만리가 웃으며 기모진의 차에 타는 것을 보았다.“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예선이 화를 내며 말했다.“군연 선배, 우리도 빨리 쫓아가서 봐요!”소군연은 소만리가 멀어져가는 방향을 바라보며 대답했다.“만리가 살아만 있으면, 만리가 어떻게 변했든 상관없어. 난 다 기쁘게 받아들일 거야......”기모진의 차는 교외의 공원 부근에 섰고, 차에서 내리자 그녀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모진 씨의 전처와 닮은 게 정말 골치 아프네요.”그녀가 불쾌한 듯 말했고, 다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아까 그 남자는 누구죠? 아는 사이인 것 같던데?”기모진은 그녀와 시선을 맞추며 대답했다.“제 전처를 잊지 못하는 재벌 2세요.”기모진의 대답을 듣자, 소만리의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잊지 못한다니, 얼마나 아름다운 말인가.이 세상에 그녀를 잊지 못하는 사람이 존재하다니.그녀는 십수 년 동안, 눈앞에 있는 저 냉혈한 남자를 그리워했건만.하늘은
그의 목소리는 낮고 매혹적이었으며, 귓속으로 흘러 들어와 그녀의 마음에 안착했다.소만리는 기모진이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녀는 얼굴에 의아한 기색이 역력했고, 비록 내심 착잡하였지만 무덤덤한 표정으로 그에게 말했다.“모진 씨, 당신이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아요?”“당연히 알죠.”그는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저는 곧 묵비 씨와 결혼 할 사이인데, 어떻게 당신을 좋아할 수 있죠?”소만리가 냉담한 말투로 대답하며 그를 밀쳤다.하지만 그의 어깨에 뻗은 그녀의 손을 기모진이 붙잡았다.“정말로 날 안 좋아해요? 그럼 어젯밤에 왜 병원으로 날 찾아와서, 내가 걱정된다고 한 거죠?”그가 반문했다.“당신은 날 신경 써요. 게다가 난 당신이 내 삼촌을 그렇게 좋아하는지도 잘 모르겠어요.”그가 말을 하며 소만리의 얼굴을 찬찬히 쳐다보았고, 그의 심장은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뛰었다.비록 그녀가 소만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는 소만리와 똑같이 생긴 그녀의 얼굴을 무시할 수 없었다. 이렇게 해도 그의 마음속 상처를 위로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소만리는 소만리일 뿐.....그의 마음속에 그녀는 독보적인 존재이자 평생 다시는 볼 수 없는 유일한 사랑이기 때문이다.잠시 침묵이 오간 뒤, 소만리는 숨을 들이마시며 고개를 들어 기모진을 바라보며 말했다.“모진 씨가 훌륭한 남자인 건 알아요. 하지만 저는 전처에게 그렇게 모질게 대했던 남자를 좋아할 수 없어요.”그녀가 그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증오가 가득했다.“저와 소만리가 생긴 게 같다고 하더라도 저는 그녀와 같은 길을 반복하지 않을 거예요!”그녀는 절대, 다시는 이 남자의 함정에 빠져들지 않을거라고 다짐했다. 그녀는 새로운 삶을 얻었고, 이것은 모두 그를 망가뜨리기 위해서이지, 또다시 자멸하려고 하는 게 아니었다.침묵을 지키던 기모진은 갑자기 나지막이 웃으며 말했다.“그녀가 걸어온 길이 어떤지 알고 말하는 건가요?”그가 말을 하며 손을 놓아 주었고, 등을 돌리며
예선아, 난 당연히 잊지 않았어.그래서 내가 이렇게 복수하러 왔잖아, 나를 위해서, 더욱이 그 아이를 위해서.소만리가 말이 없는 것을 보자, 예선은 흥분한 채로 그녀의 손목을 붙잡으며 말했다.“만리야, 부탁할게, 제발 우리랑 같이 가자. 군연 선배가 진정으로 너를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이야, 제발 다시는 기모진 저 사람한테 당하지 마!”“그만 하세요.”소만리가 차갑게 말을 끊었다.“여러 번 말했듯이 저는 소만리가 아니예요. 그리고, 제가 왜 모진 씨와 같이 있으면 안 되죠? 그 사람이 이전에 무슨 일을 했든, 저랑 무슨 상관이 있나요. 나는 단지 지금 저 사람과 같이 있으면 행복할 뿐인데, 제발 이제 다시찾아 와서 저를 짜증 나게 하지 말라고요!”소만리가 차가운 말투로 말을 마친 뒤, 예선의 손을 힘껏 내리쳤다.그녀는 돌아서서 손을 올려 기모진과 팔짱을 끼며 친밀감을 드러냈다.“모진 씨, 장소를 옮겨서 얘기하죠.”“좋아요.”기모진도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고, 소만리가 그의 손을 잡고 있는 것을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몸을 돌리기 전 무거운 눈빛으로 예선을 한 번 바라보며 귀에는 여전히 예선이 방금 한 말이 맴돌았다.헉.수많은 고통이 그의 호흡을 망쳐 놓았다.그가 한때 그녀에게 했던 잔혹함과 악행들이 예선의 입을 통해 드러났다.소만리는 조수석에 앉아 기모진의 안색이 매우 나쁜 것을 발견했다.조금 전 예선의 말이 그에게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짐작하자, 그녀가 슬며시 웃으며 생각했다.어때, 기모진, 이제야 마음속에 부끄러움을 느끼는 거야, 아니면 마침내 양심이란 걸 발견한 건가?하지만 너는 언제 나한테 양심이란 걸 가진 적이 있었니?그 당시 네가 나에게 한 가닥의 연민이라도 있었으면, 나도 죽을 정도는 아니었을 텐데!가을의 황혼에 저녁 안개가 자욱했다.소만리는 돌판을 밟으며 한 걸음 한 걸음 묘비 앞으로 나아갔다.그녀는 국화 한 다발을 묘비 앞에 놓고 절을 세 번 했다.“외할아버지.”그녀가 묘비 앞의 이름을 보고 온화한 목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