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만영은 그녀의 대답을 듣자 얼굴이 굳어지며 여전히 안쓰러운 얼굴로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말투를 하며 말했다.“미랍 씨 말은, 굳이 제 약혼자를 꼬시고 정부가 되겠다는 말이죠?”소만리는 여유롭게 말을 받아쳤다.“왜 그쪽 생일날 제가 거울을 선물한 줄 아세요?”“......”소만영의 낯빛이 갑자기 어두워졌다.“소만영 씨는 아직도 자신의 위치가 어디인지 분간을 못한 것 같네요. 기모진 씨가 몇 년 동안 당신과 결혼을 안 한 사실도 이해가 가고요.”소만리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마치고 일어나 가려고 했다.그러자 소만영이 벌떡 일어나 애써 숨겨왔던 친절함을 잃으며 말했다.“천미랍! 내가 네 낯짝을 생각해 줬는데도 넌 주제도 모르는구나. 좋아! 이렇게 된 이상 딱 기다려. 날 건드린 대가가 어떤 건지 톡톡히 알게 해 줄테니까.하지만 소만리는 차분하게 발길을 돌렸고, 소만영의 분개한 얼굴을 보고 있자니 웃음이 더욱 짙어졌다.“그럼 그날이 오기만을 기다려야겠네요. 너무 기대되는 걸요.”그녀는말하며 손에 있던 휴대폰을 더욱 꽉 쥐었다.그렇다. 그녀는 매우 기대하고 있었다.소만영, 어서 와, 난 받아 줄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소만리가 나가는 것을 보고 소만영은 옆에 있는 별실로 들어갔다.“어때? 다 찍었어?”그녀는 화난 말투로 추궁했다.그 사람은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더니 이내 대답했다.“다 촬영했습니다.”소만영은 그제야 편안해진 듯 독한 눈을 가늘게 떴다.“흥, 천미랍, 내가 널 제대로 망쳐줄게! 그 당시의 소만리와 같은 비극을 맛보게 될 거야!”소만리는 커피숍에서 나온 뒤 곧바로 호텔로 들어섰고, 뜻밖에도 그녀를 접대하는 사람은 기모진이었다.소만리는 기모진이 그녀를 쳐다보는 눈빛이 이전과 다르게 한결 정상적으로 변했다는 것을 느꼈고, 그것은 곧 기묵비의 전략이 대충 통했다는 것이었다.소만리는 당연히 소만영이 자신을 찾아온 일을 언급하지 않았고, 그저 일처리만 열심히 해냈다.다 끝나고 기모진이 그녀에게 물었다.“천미랍 씨
기모진의 술에 취한 얼굴에 근심이 보이며 말했다.“그 사람 때문에.”오랜 침묵 끝에 소만리는 그의 대답을 들었다.그녀.그가 줄곧 사랑하는 사람은 그녀, 소만영이었다.소만리는 술잔을 쥔 손가락을 움츠렸다.그녀의 마음속에 있던 증오의 불길이 사그라들었지만, 씁쓸함은 좀처럼 없어지지 않았다.“리야, 난 항상 네 곁에 있을 거야, 내 신부로 맞이해서 널 영원히 지켜줄게......”그해 소년의 약속이 귓가를 스쳤고, 창밖의 스치는 가을바람처럼 멀리 날아가 버렸다.소만리는 잔을 들고 술을 쭉 들이켰다.그녀의 마음은 바늘에 찔린 듯 쑤셔왔다.그녀는 그 당시의 자신을 안타까워했고, 그렇게 순진하게 그의 청혼을 받아들이며 바보같이 그를 기다린 결과는 냉혹하고 무자비한 괴롭힘이었다.소만리의 눈빛이 싸늘해지며 원한으로 가득 찬 눈으로 앞에 있는 그를 바라보았다. 기모진, 나는 네가 단지 우유부단하고 매정하기만 한 줄 알았는데, 넌 그냥 나에게 마음을 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던 거구나.그해 네가 불렀던 리는 모두 허구일 뿐이었구나.소만영, 그 여자를 사랑한다고?좋아, 내가 마음껏 사랑하도록 해줄게!.......기모진은 자신이 언제 소파에서 잠들었는지도 모른 채 눈이 떠졌고, 소만리도 언제 떠났는지 특실에는 기모진 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그는 이마를 짚으며 술에 취하기 전 소만리와 한 대화를 생각했다.그는 곧장 주머니에서 조개껍질을 꺼내 손바닥에 조개껍질을 올려 바라보자 그의 생각이 점점 깊어지며 마치 그 해로 돌아간 것 같았다.할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해변으로 휴가를 떠났지만, 그는 조금도 즐겁지 않았다. 그는 또래와 다르게 엄청난 부담감과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고, 즐거움이라고는 없었다.이때, 그의 앞에 한 여자아이가 나타났고, 그녀가 자신을 ‘리’라고 불렀다.얼마나 간단한지 절대로 까먹을 수 없는 이름이었다.그는 웃을 때 눈썹이 휘어지는 것과 보조개가 깊숙이 들어가며 눈이 유리처럼 맑고 투명한 그 여자아이의 얼굴을 절대 잊을 수 없었다.
......이틀 뒤, 파티가 다가왔다.Miss l.ady의 브랜드가 커지자 오늘 밤 파티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모두 유명인사들이었고, 특히나 알아주는 귀부인들이 많이 참석했다.소만리는 이미 준비를 마쳤지만 오늘 밤 사화정도 참석한다는 걸 알고는 마음이 매우 심란했다.그녀를 낳았지만, 매정하게 버린 어머니였다......본부 사장님의 전화를 받은 소만리는 종종걸음으로 파티장에 들어섰다.들어서자마자 수많은 귀부인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었고, 그들이 착용하고 있는 각종 귀중품들과 한정판 액세서리들을 서로 치켜세워주고 있었다.소만리가 들어가자 곧 사람들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쏠렸다.골드빛 롱치마는 그녀의 아름답고 가냘픈 몸매를 더욱 돋보이게 했고, 흑발의 긴 머리카락은 그녀의 백옥 같은 피부를 더욱 희게 해 보였다. 그녀가 지나갈 때마다 그윽하고 옅은 향기를 내뿜었다.“저 여자가 천미랍이라고?”“듣기론 저 여자가 수정로에 1호점을 내서 Miss l.ady 점장까지 됐다고 하던데.”“저 여자가 수정로에 있는 그 Miss l.ady 점장이라고? 예쁘고 능력까지 있네.”“무슨 능력? 듣기론 돈 있는 남자를 꼬셔서 그 자리까지 오른 거래.”“어쩐지, 저렇게 젊은 여자가 어떻게 뒤에서 봐주는 사람 하나 없이 저렇게 잘 될 수가 있겠어. 이번 Miss l.ady 1주년 기념 파티도 경도에서 하는데 저 여자 체면 살려주는 기회겠지.”소만리는 주변에서 의도가 좋지 않은 쓴소리들이 들려오자 담담하게 웃어 보이며 계속해서 걸어갔다.그녀는 곧 Miss l.ady의 총지배인과 디자인 감독을 보았고, 그녀들은 몇 명의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그녀가 잘못 보지 않았다면, 손님 중에 두 사람은 소만영와 사화정이었다.말하던 중에, 지배인과 감독이 소만리를 발견하곤 말을 했다.“여러분, 제가 여러분들께 한 여성분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디자인 감독이 소만리에게로 눈을 돌리자, 사화정과 소만영도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보았고, 두 사람은 순식간에 놀라는 기색
갑자기 나타난 여자가 고막이 찢어질 듯 한 목소리로 욕설을 퍼부으니, 주위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건 당연했다.소만리는 눈을 들어 기세등등한 눈앞의 여자의 얼굴을 보고는, 자신이 도둑놈이라고 누명을 썼던 그때가 생각 났다.그날, 그녀는 자신이 중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된 후, 기모진의 지시에 따라 기 씨 네 본가를 찾아가 기모진의 어머니의 생일 파티에 갔었다.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자, 그녀는 바로 눈앞의 이 여자와 부딪쳤고, 그 여자는 사과를 하지 않을뿐더러 소만리에게 질책을 하며 그녀가 자신의 팔찌를 훔쳤다고 주장했다.후에 소만영이 착한 모습을 하고서 소만리를 도와주는 척 접근했지만, 혼란을 틈 타 소만리의 주머니에 팔찌를 넣었다. 그로 인해 당시 세력이 크지 않았던 소만리는 변명을 할 여지도 없이 도둑질한 사람으로 낙인찍히며 질책을 받았다.더욱 재미있는 사실은, 후에 기묵비가 그녀를 도와 결백을 주장할 수 있는 증거를 보내 주었지만, 기모진이 소만영을 사랑했기에 그 증거를 파기하며 소만영의 만행을 감싸 준 것이다.소만리는 잊을 수 없었다, 그 당시 소만영은 이 여자를 “이씨 부인”이라고 친근하게 불렀다.“뭘 보고 있어! 빨리 내 팔찌 돌려주지 못해!”온 몸을 명품으로 두른 이씨 부인은 소만리의 손목을 잡고 악랄하게 경고했다.소만리는 회상을 멈추고 여자의 손을 쏘아보며 말했다.“이 손부터 놓죠.”그녀는 쌀쌀한 말투를 하며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있었지만, 어느새 강한 기세를 보였다.여자는 이 기세에 눌려 어안이 벙벙해져 엉겁결에 약간 느슨해진 듯했지만, 소만리가 이러한 태도를 보이자 곧바로 더욱 세게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너 지금 어른을 협박하는 거야?”여자의 태도는 난폭했고, 말을 이어갔다.“주제 파악도 못하고 감히 이런 장소에서 내 물건을 훔쳐!”그녀는 더욱 언성을 높이며 두 눈을 치켜들고 소만리를 훑어보고는 다시 말했다.“쯧쯧, 그동안 얼마나 많은 물건을 훔쳤길래, 아니면 돈 많은 남자 옆에라도 붙었나 보지? 이런 파티
그때부터 그녀를 질타하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기 시작했고, 소만영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사화정의 귓가에 무언가를 속삭였다.잠시 뒤, 소만영이 다가와 소만리를 바라보며 탄식했다.“미랍 씨, 만리와 닮은 것도 모자라서 하는 짓까지 이렇게 닮았을 줄은 몰랐네!”소만영이 비웃으며 경멸하는 눈초리로 말을 이어갔다.“이씨 부인 말이 다 맞아요, 그 당시 기 씨 집안에 이런 사람이 당신의 팔찌를 훔쳤어요. 하지만 지금 잡은 이 사람은 그때 그 사람이 아니고 그저 얼굴이 닮은 것 뿐이에요.”“뭐라고? 그 사람이 아니야? 분명 이 얼굴이 맞는데!”여자가 소만리의 얼굴을 가리키며 확신에 찬 말투로 대답했다.“이씨 부인, 확실히 그 사람이 아닙니다.”기씨 부인도 다가오며 똑같이 경멸하는 눈빛으로 소만리를 바라보며 말했다.“천미랍, 난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Miss l.ady의 점주가 되어서 어떻게 고객의 팔찌를 훔칠 수가 있지? 이것도 일종의 병인가?”“도벽이 있는 것도 모자라, 다른 사람의 약혼자까지 훔친다니까요!”사화정이 말을 보태며 소만리에 대한 경멸을 표했다.파티장의 분위기도 같이 바뀌며, 하나같이 의심의 눈초리로 소만리를 쳐다보고 있었다.그러자 이씨 부인은 더욱 화를 내며 소만리의 손목을 거세게 조이며 말했다.“네가 내 팔찌를 훔친 게 맞잖아! 하, 양심도 없는 도둑년 같으니라고. 지금 당장 경찰서로 같이 가!”그녀는 말이 더욱 거칠어지며 동시에 힘껏 소만리를 잡아당겼다.그러자 총지배인과 디자인 감독이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어, 소만리를 도우려고 했다. 하지만 움직이기도 전에 소만리는 그 자리 그대로 서서 여자에게 끌려가지 않고 도리어 여자의 손을 쳐냈다.여자는 잠시 똑바로 서 있지 못하고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나며 소만영의 발등을 밟고 말았다.그러자 소만영이 아파서 비명을 지르며 불쾌한 듯 여자를 밀쳤고, 여자는 다시 소만리에게 화살을 겨누며 말했다.“너 이 망할......”“저한테 또 무례하게 대하거나 소란을 피우면 이따 경
총지배인과 디자인 감독이 말을 마치자, 파티장 안의 분위기가 점차 달아오르기 시작했다.소만리를 가리키며 한바탕 난리를 피우던 이씨 부인은 바로 꼬리를 내렸고, 소만영과 다른 사람들은 더욱 소만리를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쳐다보았다.“다, 당신들 방금 뭐라고 했어?”소만영이 눈살을 찌푸리고 소만리를 가리키며 말했다.“당신들 말은 저, 저 천미랍이 Miss l.ady의 수석 디자이너라고?”소만영은 이 말을 물으면서도 내키지 않았다.하지만 이내, 그녀의 답변에 바로 대답했다.“맞아요! 이분이 바로 우리 Miss l.ady의 창시자이자, Miss l.ady의 수석 디자이너인 Vera 씨입니다.”“......”“......”소만영은 놀라서 입을 벌린 채 우아하고 차분하게 서 있는 소만리를 바라보며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사화정과 기씨 부인은 그저 서로의 얼굴만 쳐다볼 뿐 더욱더 보고 들은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이 여자가 이렇게 대단한 경지에 있는 사람이었다니!최근 2년 동안, 유명 인사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액세서리가 모두 이 여자의 디자인에서 나온 것이었다!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 것인가!“그래서, 이 부인, 우리 미랍 씨가 무슨 이유로 당신의 팔찌를 훔친다는 거죠? 게다가 저희는 당신이 속아서 짝퉁을 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디자이너 감독이 반문했다.“......어떻게 이게 짝퉁일 수가 있어! 나는 이천만 원이나 주고 이걸 샀다고!”여자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납득할 수 없다는 듯이 소만리를 바라보며 말했다.“분명히 이 여자가 내 팔찌를 훔쳤어! 당신네는 모두 한통속이야!”“계속해서 제가 당신 팔찌를 훔쳤다고 주장하시겠다 이거죠?”소만리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담담하게 물었다.그 여자는 화가 나서 소만리를 가리키며 말했다.“그래, 너!”“좋아요.”소만리가 입꼬리를 올리며 옆에 있던 디자이너 감독을 보며 말했다.“Sasa, 지금 바로 모 변호사에게 연락해 제 변호를 서달라고 하세요. 이 사
잘 다듬어진 슈트를 입은 기묵비의 고상한 자태와 달리 그의 얼굴은 분노로 가득 차 있었고, 평소의 여유롭고 온화한 모습은 없었다.“당장 제 약혼녀한테 사과하시죠. 안 그러면 변호사를 부르는 걸로 그치지 않을 겁니다.”“......”그녀는 기묵비를 알아보지 못했지만, 그의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냉기에 짓눌려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소만리는 기묵비의 옆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자연스럽게 그에게 팔짱을 끼며 말했다.“됐어요. 이렇게 보여주기식의 사과는 원하지 않아요. 다들 제가 결백하다는 걸 알았으니 그걸로 충분해요.”“어떻게 그래.”기묵비는 온화한 눈빛으로 소만리를 바라보며 말했다.“난 어떤 사람이라도 널 괴롭히고 모독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어. 단 한 글자라도, 절대 용납 못 해.”그의 말에는 그녀를 지키려는 기사 본능이 충만했다.소만리가 기묵비의 눈을 바라보자, 조명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눈에서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애틋함과 패기가 느껴졌다.그녀의 가슴이 빠르게 뛰기 시작하며 입을 떼기도 전에 주위의 젊은 규수들이 기묵비를 보며 얼굴을 붉혔다.아마 그가 방금 한 말에 모두 그에게 빠져든 것 같았고, 이 광경을 보고 있던 소만영은 질투심이 생겼다.소만리와 똑같이 생긴 이 여자는 원래도 얄미웠지만 오늘 밤에는 격이 떨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이렇게 전세가 역전될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그래도 사과를 안 하시겠다? 경찰서에 가야지 사과를 할 건가요?”기묵비가 차갑게 말했다.그 여자는 기묵비의 얼음장 같은 눈빛을 보고 벌벌 떨며 황급히 입을 열어 사과했다.“죄,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억울한 누명을 쓰실 뻔했어요. 정말 죄송합니다!”3년이 지났다.소만리는 이 여자가 사과를 하는 날이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만약 그 당시 기모진이 그렇게 야속하게 굴지만 않았더라면 3년 전에도 사과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소만리는 속으로 한탄하며 고개를 들자, 소만영과 눈이 마주쳤고, 그녀는 황급히 소만리의 눈을 피했다.그 여자는
이 말을 들은 모든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소만영은 온몸이 떨려오며 당당했던 표정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영상? 무슨 영상이지? 기묵비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정말 그 당시에 내가 팔찌를 훔쳐서 소만리의 몸에 숨긴 것을 누가 찍기라도 한 거야?어떻게 그래! 만약 기묵비가 정말 그런 영상이 있다면, 그 당시에 진작에 틀었겠지!소만영은 이렇게 생각하자 다시 침착해졌고, 담담한 표정으로 웃어 보였다.“삼촌, 틀어 봐. 어떤 영상을 틀어도 난 정직해!”“만영아, 엄마는 널 믿어!”사화정이 소만영의 손을 붙잡으며 눈에는 신뢰와 사랑이 가득했다.“이 영상을 다 보고 나서도 그렇게 당당했으면 좋겠네.”기묵비는 소만영에게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러자 소만영은 다시금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곧 그녀는 기묵비가 옆에 있는 보좌관에게 지시를 내리는 것을 보았고, 보좌관은 손에 들고 있던 리모컨을 조작하기 시작했다.몇 초도 되지 않아 파티장의 불이 다 꺼지고, 앞에 있던 LED 모니터에는 너무나 선명한 화면이 눈에 들어왔다. 소만영은 화면을 보자 놀라 눈이 찢어질 듯했다.화면에는 3년 전의 그 장면이 나오고 있었고, 기 씨 가문의 본가로 가는 소만리의 얼굴은 매우 창백했고, 소박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그녀가 들어서자마자, 거드름을 피우던 이씨 부인과 부딪혔다.그리고 소만리는 부딪친 뒤에, 오히려 이씨 부인에게 욕까지 들었다.영상에서 소만리의 안색이 매우 안 좋아 보였지만 그녀는 이씨 부인과 싸우려 들지 않았다. 그리고 그다음 장면은 더욱 사람들로 하여금 경악을 금치 못하게 했다.이씨 부인이 소만리를 붙잡고 팔찌를 훔쳤다고 욕설을 내뱉고 있는 와중에 소만영이 다가와 중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중재를 하는 과정에서 소만영은 팔찌 하나를 소만리의 주머니 안으로 넣었고, 이어 소만영은 능청스럽게 소만리의 주머니에서 팔찌를 꺼냈다.그리고 결국 소만리는 입만 열면 변명밖에 안 하는 비겁한 도둑이 되고 말았다.이 영상을 나중에 소만리도 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