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을 한 후 기모진은 또 약간 후회했다.그는 약간 조마조마하게 소만리의 감정이 변화하는 것을 관찰했는데 마치 그 해 그녀가 그를 마주했을 때처럼 조심스러워하는 것 같았다."미안해, 소만리. 지난 일은 말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내가 또 당신 기분을 나쁘게 만들었어."그는 낮은 목소리로 사과하고 얇은 입술로 그녀의 귓가에 가볍게 키스했다."내가 내일 먼저 당신을 남사택한테 데리고 가서 당신이 괜찮은지 확인하고 그러고 나서 초요의 일을 처리할게."소만리가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그가 허리에 손을 둘러싸며 그녀를 안아 올렸다."늦었으니 우리도 자러 가자."소만리는 반사적으로 손을 뻗어 기모진의 목을 끌어안았다.그는 그녀를 안고 그들의 침실로 돌아갔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소만리는 지금 이 순간 심장이 그 해 기모진에게 시집왔을 때처럼 쿵쾅거렸다.그만큼 떨리고 설레고 또 묘한 기대가 생기기 시작했다.침대에 누운 뒤 기모진은 소만리를 감싸고 머리끝에 키스를 했다."소만리 내가 드디어 당신을 안고 편히 잘 수 있어."그의 목소리는 매혹적으로 귓가에 미끄러져 들어갔고 고혹적인 냄새를 풍겼다.소만리는 그의 넓고 따뜻한 가슴에 기대어 평온하게 꿈나라로 들어갔다.다음 날 그녀는 신체검사를 받으러 갔고 신체검사를 마친 후에 다시 임신검사를 받으러 갔다.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자신 곁에 있는 남자를 보며 소만리는 가슴이 뭉클해졌다.기란군을 임신했을 때 그녀는 그가 자신과 함께 있어 주기를 바랐지만 안타깝게도 그 세월은 모두 소만영에 의해 파괴되어 사라졌다.소만영에 대해 말하자면 소만리는 강자풍에게 연락했고 그는 소만영을 경찰에 인계했다.F국의 국제경찰은 경도 쪽 경찰에게 연락했고 법에 따라 그녀를 다시 체포할 것이라고 했다.소만영은 사형집행을 받았다. 소만리가 가장 바라는 건 할아버지의 영혼을 위로해 드리는 것이었다.물론 살해된 모보아도 마찬가지였다.남사택은 소만리의 검사지와 B-초음파 검사를 보며 화면을 살짝
그 첫 페이지에 소녀는 깨끗하고 아름다운 필체로 다음과 같이 썼다.[당신을 만나는 것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없다--기묵비]나를 만나는 것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없다.기묵비의 눈앞이 온통 흐려졌다.초요. 당신을 만난 것이야말로 내 기묵비의 일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이었어.그리고 당신이 나를 만난 것은 아름답지 않았어.그는 가슴을 쥐어짜며 일기장을 펼쳐보았고 이 일기의 첫 번째 내용을 발견했다.시간은 그가 그녀를 도와준 그날이 확실했다.그녀는 일기장 속에 이렇게 말했다.[나는 정말 행복하다. 그 해 집 문 앞에서 작은 오빠를 만났다. 하지만 지금은 아마도 큰 오빠가 되었을 것이다. 비록 오래도록 만나지 못했지만 나는 첫눈에 그를 알아보았다. 그렇지만 그는 나를 알아보지 못한 것 같다.(울음)그 해 그가 내게 준 붉은 끈을 나는 줄곧 간직하고 있었는데 내가 그에게 준 조개껍데기를 그는 아직 가지고 있을까?그는 너무 잘생기고 매우 상냥하고 게다가 아주 멋있어졌는데. 어떻게 남자가 그렇게 예쁘게 생겼을 수 있어!이렇게 완벽한 오빠. 분명 많은 여자들이 좋아할 거야.(부럽다)응, 열심히 공부하고 공부해서 나를 도와준 은혜를 저버리지 않을 거야. 그렇게 된다면 더 바랄 게 없어. 이번 생에 계속 그 사람 곁에 있을 수만 있다면 그게 여동생으로라고 해도 너무 좋아. 물론 가능하다면 동생으로서가 아니었으면 좋겠어...]마지막 문구를 본 기묵비는 마음이 아파서 눈을 감은 채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그는 더 이상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심지어 그는 자신이 숨 쉬는 것조차 유죄라고 느껴졌다.기묵비는 재빨리 옷가지를 챙기고 초요의 유골함을 가지고 사월산으로 혼자 차를 몰고 갔다.날씨가 매우 흐려서 마치 그녀가 떠나는 것을 슬퍼하는 것 같이 느껴졌다.기묵비는 사월산의 바닷가에 도착한 후 손에 붉은 끈과 조개껍데기를 손에 쥐고 끝없이 펼쳐진 해변가로 갔다.눈을 감아도 그 해의 일이 아직도 눈에 선했다.
기묵비는 눈빛이 무거워졌고 검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난 초요의 남편이에요.”"뭐? 당신이 그 계집애의 남편이라고?""당신... 정말 내 사촌 언니 초요의 남편이에요?"그 모녀는 동시에 충격을 받아 어안이 벙벙하였다.기묵비는 그녀들과 쓸데없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당신들에게 단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요. 여길 나가세요.""뭐라고? 이사 가라구요? 그 죽일 계집애가 떠난 지 몇 년이나 지났고 이 집은 오래전부터 그녀와 아무 상관이 없었다구요"중년 여인은 의기양양하게 두 팔을 들어 위아래로 기묵비를 쓱 훑어 보였다.두 눈에는 경멸하는 빛이 가득한 채로 말을 이었다."아이구. 난 그 죽일 계집애의 눈이 높은 줄 알았더니 결국 이런 빈털터리를 찾아 집을 돌려받아서 신혼집을 만들겠다고? 어림도 없지!"“당신같이 이런 다 큰 어른이 집도 한 채 못 사는데 무슨 마누라야!”기묵비는 차가운 눈초리로 흘겨보았다. 그 여자는 곁눈질로 한 번 보자마자 등골이 오싹해져오는 것을 느꼈고 온몸이 벌벌 떨렸다.“하루 안에 여기서 나가시오. 그렇지 않으면 내 방식대로 당신들을 내쫓을 겁니다.”“...”기묵비는 두 모녀에게 경고를 한 후 돌아서서 가버렸다."죽일 놈. 지 마누라랑 집을 뺏으려 오다니. 그런 생각일랑 하지도 마!"중년 여인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시큰둥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보아하니 자기 집 딸이 기묵비를 따라 나간 것 같았다.기묵비는 마을 사람들에게 초요의 부모가 안장된 곳을 알아보았더니 사월산에 있다는 말을 들었다.그는 초요의 유골함을 안고 도구를 가지고 한 바퀴 돌고 나서야 겨우 초요의 부모가 안장된 자리를 찾았다.그는 그 주변에서 적당한 위치를 찾자마자 구덩이를 파기 시작했다.다 파낸 후 그는 유골함과 초요가 평소 즐겨 입었던 옷을 땅에 묻었다. 마지막으로 자기가 붓을 들고 나무판 위에 ‘사랑하는 아내 초요의 묘. 남편 기묵비 세움'이라는 글자를 썼다.이 작업을 다 마쳤을
기묵비는 맞춤 한정판 정장을 입고 깔끔하고 따뜻한 외모로 만화 속 주인공처럼 남자답고 청량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이것은 바로 말 그대로 금욕의 남자 그 자체였다.하지만 이것은 그들 모녀가 어제 보았던 그 궁상맞은 얼굴이 아니었다.백열과 그녀의 어머니는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기묵비는 긴 다리를 내딛고 차가운 표정으로 눈앞의 두 여인을 힐끗 쳐다보며 입을 열어 명령하였다.“안에 있는 것을 모두 던져 버려.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들이 여기에 다시는 발을 들이지 못하도록 해.”“알겠습니다. 기 사장님.”부하들은 즉시 사람을 데리고 들어가 방에 있던 물건을 모두 밖으로 내던졌다.기묵비는 느릿느릿 서두르지 않고 안으로 들어갔다.“아니! 당신 왜 우리 집 물건을 던져 버리라고 해. 내가 감히 누군 줄 알고...”백열의 어머니는 말을 하다가 말고 기묵비를 보고 천천히 얼굴을 옆으로 돌렸다.그 잘생긴 옆얼굴은 부드러웠으나 눈빛은 너무나 차가웠다.“여기는 내 아내 초요의 집인데 난 내 아내를 대신해 원래 그녀의 것이었던 것을 되돌려 놓고 있어.”백열의 어머니는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그 계집애 물건이 어쩌고 어째! 그 계집애 부모는 이미 십여 년 전에 죽었고 그 계집애도 이미 죽었어. 당신 지금 차 몇 대 빌려서 사람을 시켜 이런 짓을 하면 이 집을 뺏을 수 있을 줄 알고 이러나 본데. 정말 당신이 무슨 텔레비전에 나오는 재벌 총수쯤 되는 줄 아는 모양이지? 어!”기묵비는 처음에는 표정이 그렇게 냉담하지 않았으나 이 여인이 그런 천박하고 야박한 말로 초요를 거론하고 심지어 초요가 죽었다는 말을 뱉어내자 마치 그의 역린을 건드리는 것 같았다. 이윽고 기묵비의 온몸에 한기가 서리기 시작했다.“한 마디만 더 하면 내려가서 내 아내와 함께 있게 해 주지.”“...”백열의 어머니는 당황하여 침을 삼켰다. 그녀는 기묵비가 일부러 겁주려는 척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정말로 그녀는 확실히 그에게
”아니 여자를 위해 강산도 마다하다니?”기묵비의 부하들은 주사위를 앞세워 급히 비행기를 타고 달려왔다.초여름 아침에 소나기가 한바탕 내리자 기묵비는 초요의 무덤에 무슨 탈이 나지 않았을까 걱정되어 점검을 하러 갔다. 아무 일이 없음을 확인한 후에야 그는 산을 내려왔고 집 입구에 다다랐다.그때 기묵비는 문 앞에 차가 몇 대 서 있는 것을 보았다. 그가 들어간 후에 주사위를 보았다.주사위를 비롯한 그 무리들은 짜증스러운 얼굴로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기 사장님 정말 회사를 해산하시겠습니까?"주사위가 앞장서서 물었다.기묵비는 냉담한 기색으로 말했다. "나는 같은 말을 반복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하지만 기 사장님, 어째서 이런 여자를 위해서 회사를 해산까지 해야 합니까? 그럴 가치가 있습니까?”기묵비의 온화한 얼굴에 삽시간에 차가운 냉기가 돌기 시작했다.“네가 말한 이 여인은 나 기묵비의 아내야.""..."기묵비가 불같이 화가 난 것을 보고 주사위도 더 이상 말대꾸하지 못하고 좋은 말로 달래듯이 말했다."기 사장님, 하지만 형수님은 이미 돌아가셨고 일이 그렇게 되었으니 너무 상심하지 마십시오. 이렇게 많은 형제들이 아직도 사장님이 일을 해주기를 바라고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만약 사장님이 회사를 해산하신다면, 사장님 아래에 있는 몇백 명의 이 많은 형제들은 어떻게 합니까?"기묵비는 냉혹한 뒷모습을 그 사람들에게 향했고 말투는 지극히 담담하게 말했다."같은 말 반복하게 하지 마. 회사는 내 거니까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거야. 지금부터 너희와 나는 아무 관계도 없어. 그동안 너희가 벌어들인 이득도 적지 않을 거야. 그걸로 만족해야지""그건..."기묵비가 이처럼 결연한 태도를 보이는 것을 보고 주사위를 비롯한 부하들도 감히 더 말할 수 없었다.그렇지만 아무래도 이렇게 해산하는 것은 달갑지 않았다.기묵비는 방으로 돌아와, 부드러운 얼굴로 초요의 사진을 바라보고 미소 지으며 말했다."당신 봤
기묵비는 이 사람이 호의를 가지고 접근한 것이 아님을 알아차렸고, 주사위가 말한 물건을 본 후 그는 완전히 기분이 언짢아졌다.기묵비가 잠시 정신이 혼미해진 모습을 보이자 주사위는 이 틈을 타 기묵비를 밀치고 총을 쥐고 일어섰다.“흥. 기 사장님, 어떠십니까? 사장님이 그렇게 형수님을 사랑하시니 이 물건과 회사를 바꾸면 그럴 만하다고 생각되지 않으십니까?”“그녀를 돌려줘!”기묵비는 마치 역린을 누가 건드린 듯 온몸에 서슬 퍼런 사악한 기운이 돋아났다.주사위는 웃으며 서류를 한 장 건넸다. “이것은 회사의 주식 양도 계약서입니다. 위에 서명하시고 끝냅시다. 그러면 내 이 유골함을 드리지요.”깨진 유골함.이 말은 마치 그의 타는 심장에 불을 붙이는 기폭제가 되었다.기묵비는 핏줄이 터진 주먹을 불끈 쥐었고 한순간에 폭발한 차가움 서린 분노가 온몸을 들끓었다.그는 주먹을 치켜들고 주사위를 때려 단번에 이빨을 하나 빠뜨리고 바로 다음에는 천둥과 같은 기세로 빠르게 초요의 유골함을 들고 있는 남자 곁으로 갔다. 그는 재빨리 유골함을 빼앗아 그를 막으려고 하는 사람들을 팔꿈치로 쳐서 곧장 문을 열고 초요의 유골함을 들고 그곳을 빠져나왔다.“쫓아라! 쫓아가라. 해치워 버려! 내가 상금 2억 원을 주지!”주사위가 아주 두둑한 상금으로 사람들을 유혹하며 명령했다.이 두둑한 상금 때문에 모두가 즉시 기묵비를 쫓아가 그를 죽이려고 했다.여름밤의 소나기가 심하게 내렸고 기묵비는 차를 몰았다. 이따금씩 조수석에 놓여 있는 초요의 유골함을 바라보았다. 백미러를 보니 여전히 여러 차들이 따라붙었다.“초요. 당신 겁내지 마. 내가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과 함께 있을 거야.”그는 허공에 대고 약속하고 곧 엑셀을 밟아 빠르게 차를 몰았다.한참을 운전한 후에야 기묵비는 차에 곧 기름이 떨어질 것을 알았다.그는 주저함 없이 차를 세우고 초요의 유골함을 안고 앞으로 걸어갔다.그런데 몇 걸음 못 가서 그를 방해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2억 원이라는 돈은 물론 매력적이지만 만약 목숨이 없어지면 그 돈이 다 무슨 소용인가?그렇게 생각해 보더니 모두들 도망쳤다.기묵비는 고통을 참지 못하고 한쪽 무릎을 꿇고 얼마 남지 않은 유골을 보고 눈에서 절망이 차오르기 시작했다.그는 갑자기 온몸이 점점 더 무력해지는 것을 느꼈고 고개를 숙이고 나서야 비로소 어깨에 총상을 입을 것을 알았다. 언제 맞았는지 기억은 가물가물한데 피는 하염없이 흐르고 있었다.그는 일어서려고 했지만 점점 눈꺼풀이 무거워져서 비 오는 밤에 풀밭에 그대로 털썩 쓰러졌다.그는 피로 물든 손을 들어 여전히 있는 힘껏 유골함을 끌어안았다.“초요...”그는 가볍게 부르다가 곧 의식을 잃으려고 할 때 눈앞에 겹겹이 쌓여 뿌려지는 빗속에서 그는 어렴풋이 한 여인의 모습을 보았다. 그 여인은 우산을 쓰고 자신을 향해 다가왔다.그는 자신을 향해 점점 다가오는 모습을 보며 얇은 입술을 가볍게 움직였다.“초요...”밤새 내린 소나기.날이 밝았고 기묵비는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을 느끼다가 갑자기 깜짝 놀라 깨어났다.몸의 상처는 아직도 그대로였고 아팠지만 기묵비는 자신의 상처가 붕대로 잘 싸매진 모습을 발견했다. 그는 눈을 들어 주변의 환경을 살폈다. 매우 낯설었다.기묵비는 갑자기 뒤를 돌아보며 긴장한 표정으로 옆에 있는 유골함을 보고 얼른 품에 안았다.“초요.”그는 가볍게 불렀다. 가슴이 한바탕 요동치며 쥐어짜듯 아파왔다.“사촌 형부. 일어나셨어요?”백열이 갑자기 기묵비의 면전에 나타났다. 그리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기묵비를 불렀다.“어젯밤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형부를 괴롭히길래 그냥 지나치기 어려워서 내가 계속 형부 곁에 있었어요.”기묵비는 눈에 난 상처를 잘 감싸놓은 것을 보고 말했다.“어젯밤 네가 날 구했니?”백열은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게 저예요. 제가 예전에 의학을 공부했어요!”기묵비는 힘겹게 일어서려고 했고 백열은 그 모습을 보고 그를 부축하려
기모진이 추궁하자 데스크 직원의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그러자 데스트 직원은 그제야 우물쭈물하며 말했다.“그 분은 이 붉은 장미가 자신을 대표한다고 하셨는데 기 부인에 대한 그의 한 조각, 한 조각...”“나의 진심을 대변한다는 것이지.”멀리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렇게 말을 더듬으면 어떻게 프런트 데스크에서 일을 해. 기모진, 당신 회사 직원 채용 기준이 너무 낮은 것 같은데요.”소만리에게 장미꽃을 보낸 남자가 누구인지 알게 되었을 때 기모진은 굉장히 불쾌했다.그러나 지금 이 오만방자한 목소리를 듣자 기모진은 오히려 화가 가라앉았다.소만리는 고개를 돌려 강자풍을 보았다. 두 손을 주머니에 찌르고 건들건들 건방진 모습을 하고 은발의 유달스러운 허풍스러움을 풍기는 강자풍은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강자풍, 당신 내 아내에게 꽃 보낸 것 말인데. 나에 대한 도전인가?”기모진의 관능적인 입술에 장난기가 어렸다.“기 사장님 일단 질투하지 마세요. 빨간 장미꽃을 선물한다는 게 꼭 그런 뜻은 아니잖아요.”강자풍은 좀 더 깊은 뜻이 있는 양 말했다.소만리는 눈썰미 좋은 눈으로 빠르게 꽃다발을 훑었다. 꽃은 모두 30송이었다.그녀는 옅은 미소를 띄며 말했다.“강자풍 도련님이 나한테 보낸 서른 송이 장미가 뭘 말하려는 걸까. 당신이 나와 무슨 인연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어?”“역시 누나가 뭘 좀 알아요.”강자풍은 빙그레 웃으며 소만리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자랑스러운 듯 뻐기며 기모진을 흘끗 쳐다보았다.“기 사장님 좀 배우셔요.”기모진은 강자풍을 상대해 주지 않았다. 이런 젖먹이와 다투고 싶지 않다는 듯 냉담한 표정을 지었다.오히려 소만리는 흥미롭게 지켜보며 말했다.“빨간 장미꽃은 항상 남다른 의미를 가지지. 강자풍 도련님은 다음엔 좋아하는 여자에게 이 꽃을 주는 게 훨씬 더 어울리겠는데. 이 꽃은 내가 받을 수 없어. 난 평생 내 남편이 준 꽃만 받아.”이 말을 들으니 기모진은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