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모진이 추궁하자 데스크 직원의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그러자 데스트 직원은 그제야 우물쭈물하며 말했다.“그 분은 이 붉은 장미가 자신을 대표한다고 하셨는데 기 부인에 대한 그의 한 조각, 한 조각...”“나의 진심을 대변한다는 것이지.”멀리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렇게 말을 더듬으면 어떻게 프런트 데스크에서 일을 해. 기모진, 당신 회사 직원 채용 기준이 너무 낮은 것 같은데요.”소만리에게 장미꽃을 보낸 남자가 누구인지 알게 되었을 때 기모진은 굉장히 불쾌했다.그러나 지금 이 오만방자한 목소리를 듣자 기모진은 오히려 화가 가라앉았다.소만리는 고개를 돌려 강자풍을 보았다. 두 손을 주머니에 찌르고 건들건들 건방진 모습을 하고 은발의 유달스러운 허풍스러움을 풍기는 강자풍은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강자풍, 당신 내 아내에게 꽃 보낸 것 말인데. 나에 대한 도전인가?”기모진의 관능적인 입술에 장난기가 어렸다.“기 사장님 일단 질투하지 마세요. 빨간 장미꽃을 선물한다는 게 꼭 그런 뜻은 아니잖아요.”강자풍은 좀 더 깊은 뜻이 있는 양 말했다.소만리는 눈썰미 좋은 눈으로 빠르게 꽃다발을 훑었다. 꽃은 모두 30송이었다.그녀는 옅은 미소를 띄며 말했다.“강자풍 도련님이 나한테 보낸 서른 송이 장미가 뭘 말하려는 걸까. 당신이 나와 무슨 인연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어?”“역시 누나가 뭘 좀 알아요.”강자풍은 빙그레 웃으며 소만리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자랑스러운 듯 뻐기며 기모진을 흘끗 쳐다보았다.“기 사장님 좀 배우셔요.”기모진은 강자풍을 상대해 주지 않았다. 이런 젖먹이와 다투고 싶지 않다는 듯 냉담한 표정을 지었다.오히려 소만리는 흥미롭게 지켜보며 말했다.“빨간 장미꽃은 항상 남다른 의미를 가지지. 강자풍 도련님은 다음엔 좋아하는 여자에게 이 꽃을 주는 게 훨씬 더 어울리겠는데. 이 꽃은 내가 받을 수 없어. 난 평생 내 남편이 준 꽃만 받아.”이 말을 들으니 기모진은 순
기모진이 화를 내려고 하자 소만리는 택배기사의 사과를 받아들였고 서둘러 택배기사를 가게 했다.“난 괜찮아. 당신 이렇게 긴장하지 말아요.”소만리가 기모진을 달랬다.그러나 기모진의 눈빛은 엄하게 가라앉아 있는 채 걱정스럽게 소만리를 바라보며 말했다.“당연히 긴장하지. 난 조금이라도 당신이 다치는 걸 보고 싶지 않아.”강자풍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가만히 구경하고 있었다.그가 기여온에 대해 물어보려고 하는 순간 옆에 한 여자가 걸어왔다.여인은 회색 단발머리에 섹시한 옷차림, 화끈한 몸매를 하고 아주 친근하고 상냥한 웃음을 지으며 걸어와 자기소개를 했다.“두 분 안녕하세요. 저는 강자풍의 둘째 누나 강연이에요.”강자풍에게 누나가 있었던 것이다.기모진과 소만리는 모두 강 씨 집안사람과 더는 접촉하고 싶지 않아서 남자는 소만리의 어깨를 끌어당겨 안으며 바로 돌아섰다.“기 씨 집안 남자는 정말 하나같이 다 매력적인 걸.”강연이 흥미진진하게 붉은 입술을 움직이며 기모진과 소만리가 떠나가는 쪽을 바라보며 즐거운 듯 웃음을 흘렸다.기모진은 소만리를 데리고 사무실에 도착하자 자못 궁금해서 소만리에게 물었다.“소만리, 당신 장미꽃 서른 송이가 뭘 의미하는지 어떻게 알았어?”“그때 당신이 항상 장미꽃 88송이를 사서 묘지로 들고 가 누구한테 선물하는 걸 봤는데 너무 궁금해서 찾아봤어요.”장미꽃 88송이는 모든 잘못을 뉘우치고 마음으로 사죄한다는 것을 의미였다.이후 기모진은 정기 회의에 참석하러 갔고 소만리는 사무실에서 혼자 향을 피웠다.소만리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조향 능력을 십분 발휘하여 향수 신상품 개발에 참여해서 어렵지 않게 여러 가지 향을 조합하여 독특한 향을 만들기도 했다.기모진은 소만리에게 등록된 상표와 브랜드를 준 후 시장에 판매하였다. 출시된 지 며칠 만에 반응이 좋았다.주말이 되어 기모진은 소만리를 데리고 남사택한테 찾아가 보았다.남사택은 신약 한 병을 건네며 원래 먹던 약과 함께 복용하면 더
기모진은 지금까지 그를 사모하는 여자를 많이 봤지만 강연처럼 그렇게 날뛰는 여자는 처음 봤다.게다가 이렇게 직접 뽀뽀를 한 건 분명히 일부러 소만리에게 보여주려고 한 것이다.그러나 기모진은 강연이 결코 자신에게 뽀뽀하지 못하게 했고 차갑게 강연을 밀어냈다. 말속에 차가운 기운이 가득 서려 있는 채로 말했다.“나한테서 멀리 떨어져.”그는 경고했고 몸을 돌려 소만리를 향해 돌아섰다.소만리는 방금 아는 사람을 잠깐 만나 얘기를 나누느라 강연이 기모진에게 뽀뽀하려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기모진이 조용히 한숨을 돌렸다. 그는 소만리가 뭔가 오해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소만리는 아는 사람과 이야기를 하고 돌아섰는데 기모진이 자신의 가방을 들고 오는 것을 보았다.그가 부드러운 미소를 띠고 말했다.“소만리, 나 갑자기 스페인 음식이 먹고 싶어. 다른 레스토랑 가자.”갑자기 기모진이 이렇게 마음을 바꾸고 나오자 소만리는 뭔가 좀 이상하다고 여겼다.그녀는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강연을 아무렇지도 않게 바라보았고 손을 들어 기모진의 팔짱을 꼈다.“가요.”식당을 나서자 소만리는 단도직입적으로 기모진에게 물었다.“아까 그 강연이란 사람하고 무슨 얘기했어요? 당신 설마 진짜로 스페인 음식이 갑자기 먹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죠?”아무래도 소만리가 불쾌해하는 낌새를 보이자 기모진은 뭔가 합리적인 이유를 찾았다.“그녀가 아무리 제대로 된 정당한 사업을 한다고 하더라도 어쨌든 강어의 여동생이잖아. 흑강당 사람들 우리가 접촉하지 않으면 만날 일도 없어.”소만리는 기모진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고 다른 의심은 하지 않았다.저녁.소만리는 아이들과 함께 만들기 놀이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강연의 전화를 받았다.강연이 말하기를 소만리와 향수 사업에 대해 합작하고 싶다고 했다. 소만리는 낮에 기모진이 했던 말이 떠올라 완곡히 거절했다.강연도 별말 없이 흔쾌히 전화를 끊었다.하지만 곧이어 기모진의 핸드폰이 울렸다.주방에
기모진이 전화를 받자마자 강연의 목소리가 아주 가식적으로 들려왔다.“기 사장님 화분 받으셨죠? 제가 왜 월하미인을 보냈는지 아세요?”“강연 씨. 내 마지막으로 경고하는데 다시는 귀찮게 하지 마세요. 난 당신 같은 사람 아예 관심 없어요.”강연은 가볍게 코웃음을 지으며 점점 더 야릇하게 말을 건넸다.“관심이 있는지 없는지는 나중에 두고 보면 알게 될 거예요. 기 사장님, 듣자 하니 부인이 지금 임신 4개월이라던데. 밤에 잘 못하지 않아요? 난 가능해요.”기모진은 이 여자의 언행이 너무 방탕하고 음탕해서 정말 진절머리가 났다.그는 정말로 이런 여자와 입씨름을 하고 싶지 않아서 바로 전화를 끊었고 강연의 번호를 차단해 버렸다.그리고 바로 소만리를 위해 마련된 주말에 있을 시향 리셉션 준비를 하러 갔다.그런데 뜻밖에도 시향 리셉션에 강연이 다시 나타났다.그녀는 섹시한 의상을 입고 독특한 향기를 뿜어내며 등장했다. 소만리가 가까이 가서 향기를 맡았다.하지만 분명히 좋은 향기인데 왠지 소만리는 어지러움을 느꼈다.소만리도 강연이 어떻게 초대장을 받았는지 모르지만 기왕 온 이상 사람을 쫓아보내기가 쉽지 않았다.강연은 소만리가 새로 개발한 향수를 몇 가지 시향 해보고는 아쉬운 듯 가볍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난 정말 진심으로 기 부인과 합작하고 싶어요. 하지만 오빠 때문에 저랑 접촉하기가 좀 꺼려지시는 것 같네요.”“가끔 정말 오빠와의 관계를 끊고 싶어요. 나도 오빠가 선을 넘는 짓을 하는 걸 알면서도 말릴 수가 없어요.”강연은 유감스럽고 안타깝다는 눈빛을 지으며 말했다.“기 부인, 우리가 합작할 수 있는 기회가 아직 있을까요?”기모진은 줄곧 소만리 곁에 있었는데 강연의 이 말을 듣고 그녀의 목적이 사업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여자의 목표는 기모진, 바로 그였다.“강연 씨, 나와 내 아내는 이미 분명히 말했어요. 우리는 결코 당신과 사업을 합작해서 할 생각이 없어요.”기모진의 태도는 여전
기모진은 이 여인의 영향을 받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고개도 돌리지 않고 연회장으로 들어갔다.사화정에게 소만리 전용 텀블러를 받은 후 기모진은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갔다.그런데 강연이 아직도 아까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기모진은 그녀의 존재를 무시한 채 곧장 앞으로 나아갔다.강연은 마주 오는 기모진을 묘한 눈빛으로 노려보며 그가 옆을 지나갈 때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투명 봉투를 들어 올렸다.“기 사장님 이게 뭔지 아시겠죠? 당신 아내가 요즘 먹고 있는 약이죠?”기모진은 강연이라는 사람과 연관된 모든 것을 알고 싶지 않았지만 그의 시선은 바로 그 투명 봉투 안의 물건에 끌려가 있었다.이 분홍색의 가늘고 긴 알약은 분명히 소만리가 방금 삼킨 약이다. 남사택의 말에 의하면 이것은 그들 팀이 새로 개발한 약으로 종양 억제에 매우 효과가 있다고 했다. 임상 시험도 다 끝난 것이라 성분도 안전하다고 했다.그런데 이 약은 매우 귀하고 비싸서 한 알에 몇 백만 원이나 되고 게다가 수량도 아주 적어서 아예 시장에서는 구할 수 없는 약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강연이 이 약을 가지고 있지?기모진이 눈앞에서 강한 의혹을 품고 의아해하는 모습을 보고 강연은 여유롭게 말했다.“기 사장님. 지금 이상하다고 생각하시죠? 내가 어떻게 이 약을 들고 있지? 이유가 궁금하다면 내일 밤 이 시간에 이 호텔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에서 만나요. 기다릴게요.”강연은 손에 들고 있던 작은 약봉지를 기모진에게 건넸다.“이 몇 알은 기 부인께 선물 드리는 것으로 해요. 하지만 절대 과하게 드시진 마세요. 그렇지 않으면...”그녀는 일부러 반쯤 말하고 의미심장하게 웃었다.기모진은 그 약 봉투를 잡으려 하지 않았으나 강연은 아예 약 봉투를 기모진의 손에 쑤셔 넣고 일부러 기모진의 손등을 문지르기도 했다.“내 전화번호부터 블랙리스트에서 삭제하시는 거 잊지 말구요. 내일 밤에 봐요.”강연은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떠났지만 기모진의 코끝에는 아직도 불가사의
호텔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을 찾았을 때 문이 열리고 반투명 슬립 드레스를 입은 강연이 기모진 앞에 나타났다. 강연의 가슴에 큼직한 문신을 한 것이 눈에 띄었다.기모진은 놀라지도 않고 시선을 떼었다. 그녀의 몸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었다. 그는 주머니에서 강연이 어제 준 그 알약을 꺼냈다.“이제는 말할 수 있겠죠. 제 아내가 이 약을 먹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어요?”강연은 문 옆에 기대어 선 채 말했다.“여기서 말할까요? 기 사장님이랑 이런 옷을 입은 내가 여기서 얘기하는 거 찍힐까 봐 두렵지 않으세요? 만약 부인한테 들키기라도 한다면 일이 곤란해질 텐데요.”기모진이 지금까지는 그녀의 이런 행동에 매우 저항했지만 지금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 소만리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방으로 들어갔다.기모진은 방에 들어가자마자 아주 독특하고 인도 지방의 향기 같은 냄새를 맡았고 방 안의 빛도 매우 어둡게 조절되어 있었다.기모진은 강연의 목적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결코 돌려 말하고 싶지 않아 단도직입적으로 입을 열었다.“이제 말해 봐요.”강연은 기모진에게 와인 한 잔을 건네며 말했다.“나와 함께 먼저 한잔하시죠.”기모진은 냉담한 표정으로 말했다.“시간 낭비하지 말고 말해요.”강연은 잔에 담긴 와인을 다 비우고서야 입을 열었다.“기 사장님. 그날 당신이 내 오빠를 급히 찾아와서 당신 딸을 내놓으라고 했을 때 나도 사실 2층에 있었어요. 나중에 소만리가 왔고 당신이 소만리의 모습을 보고 긴장하고 애틋해하는 모습을 봤어요. 그 모습이 절 너무 흥분되게 했어요. 당신 같은 이런 남자가 긴장하고 아끼고 신경 쓰는 기분을 꼭 느껴보고 싶었어요.”강연이 계속 말을 이었다.“나는 좋은 사람도 아니고 진지한 여자는 더더욱 아니에요. 그래서 난 당신이 마음에 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당신을 가질 거예요.”강연의 이런 염치없고 부끄러움도 없는 말은 기모진을 역겹게 했다.하지만 이 여자는 정말 체면 따위 안중에도 없었다.“기 사
소만리는 눈을 들어 기모진이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그의 아름다운 미간에는 약간의 피곤함이 감돌았다.침대 위에 앉아 있는 소만리를 보고 기모진은 찌푸린 미간을 펴며 따뜻하게 웃으며 말했다.“소만리. 내가 시끄럽게 해서 깼어?”소만리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핸드폰을 내려놨다.“당신 왜 이렇게 늦게 왔어요?”기모진은 소만리에게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았지만 소만리가 오해하는 것은 더더욱 원하지 않았다.“고객의 일이 좀 급해서 빨리 올 수 없었어. 미안. 내가 걱정시켰지.”기모진은 침대 곁으로 가서 머리를 숙여 소만리의 눈썹에 입을 맞추었다.소만리는 기모진의 몸에서 평소 그에게서 맡아보지 못한 낯선 냄새를 맡았다.그녀는 냄새에 매우 민감하여 잘못 기억하는 일이 없다. 이 독특한 향기는 강연이 풍기던 그 향수와 같은 냄새였다.기모진과의 사이에 그렇게 많은 일을 겪었기 때문에 소만리는 이 남자가 자신을 배신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믿기로 하고 소만리는 더 추궁하지 않고 일어나서는 예전처럼 두 아이의 아침밥을 차려주러 갔다.아침 식사를 마친 소만리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약을 먹었다.오늘은 월요일이라 두 아이를 유치원에 보낸 후 기모진은 소만리를 데리고 회사로 돌아왔다.회사에 들어가자마자 소만리는 강연이 프런트 데스크에 앉아 있는 걸 보았고, 그녀는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그리고 직원들은 오늘 아침 특종 뉴스를 본 것 같았다. 특종 뉴스는 기모진이 묘령의 여인과 바깥에서 외도를 했다고 말했다. 하필 직원들이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러나 기모진은 뉴스에 폭로된 일을 알지 못했고 강연을 보고는 참을 수 없는 혐오를 느꼈지만 동시에 강연이 소만리에게 쓸데없는 말을 함부로 하지 않았을까 걱정이 되었다.어젯밤 일을 그는 결코 소만리가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강연은 일부러 여기 온 것 같았다. 그녀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소만리에게 다가갔다.“기 사장님. 기 부인. 기다리고 있었어요.”“강연 씨가
”계약서상의 일은 내 비서와 당신이 알아서 하세요. 다른 일이 없으시면 이만.”소만리는 말을 마치고 나서 옅은 웃음을 띠며 기모진의 팔짱을 꼈다.“여보. 우린 올라가요.”“그래요.”기모진은 소만리가 팔짱을 끼고 엘리베이터로 향하도록 발을 맞췄지만 마음은 편치 않았다.강연은 소만리와 기모진이 나란히 팔짱을 끼고 돌아서 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수군수군 말하며 자신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소리를 들었다.그녀는 가방에서 가늘고 긴 담배를 꺼내 한 입 피웠다. 능숙하게 입으로 하얀 연기를 뱉어내며 중얼거렸다.“소만리. 두고 봐.”그녀는 입술을 깨물고는 한 번 피식 웃으며 몸을 돌렸다.지금 엘리베이터 안의 분위기는 유난히 조용했다. 기모진은 소만리의 평온해 보이지만 차가운 옆모습을 조심스럽게 바라보았다.“소만리, 어젯밤에...”“어젯밤 당신 이제 보니 누구랑 사업 얘기하러 간 게 아니었어요. 당신 강연을 만나러 갔어. 당신들 밤새도록 같이 있었어요?”소만리가 돌리지 않고 물었고 대답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남자를 쳐다보았다.“그 여자가 당신 좋아해요?”기모진은 강연이 당치도 않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여겼지만 부인할 수 없었다.“소만리. 난 당신 이외의 어떤 여자도 사랑하지 않을 거야.”소만리는 애틋하게 자신을 향해 있는 기모진의 눈을 바라보다가 남자의 품에 안겼다. 그는 그녀를 끌어안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가볍게 키스했다.“당신 말고는 그 누구도 안 돼.”소만리는 더 이상 캐묻지 않았고 기모진을 믿었지만 강연은 믿을 수가 없었다.기모진이 회의에 간 후 소만리는 오늘 아침 특종뉴스를 캡처해서 강자풍에게 보냈다.제발 강자풍이 그의 누나를 제대로 말려 주길 바랬다.이를 본 강자풍은 곧바로 강연에게 물었고 강연은 단번에 시인했다.“맞아. 난 그냥 기모진이 좋아. 어쩜 그렇게 잘생긴 남자가 있을까. 내가 어떻게 놔 둘 수 있겠어?”“강연, 그 사람 아내가 있어!”“나도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