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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Author: 차라
장소월은 당황한 표정으로 어쩔 바를 몰라 하며 방으로 도망갔다. 그리고 힘껏 문을 닫고 나서 자물쇠까지 걸어버렸다.

그녀는 문에 기대어 섰다. 떨리는 두 손은 끊임없이 입술을 닦아댔다. 마치 더러운 물건에라도 닿았던 것처럼 말이다.

장소월의 첫 키스는 진작 술김을 빌어 전연우에게 줬다. 전연우가 그녀를 힘껏 밀어내던 장면은 아직도 선명히 기억났다. 특히 혐오로 가득한 그 눈빛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제 더 이상 예전의 장소월이 아니었고, 전연우와 얽히고 싶지도 않았다.

전연우와 닿았다는 생각에 장소월은 구역질이 날 지경이었다. 수십 마리의 개미가 몸을 타고 오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장소월은 입술이 저릿저릿하니 감각이 사라진 다음에야 손을 내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어떻게 전연우의 몸 위로 넘어졌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상식대로라면 절대 이런 일이 일어나지 말았어야 했다. 하지만 전연우가 취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의심할 필요가 없기도 했다.

장소월은 부단히 이건 사고일 뿐이라고, 마음에 둘 필요가 없다고 자신을 위로했다. 하지만 침대에 누운 다음에도 쉽사리 잠이 오지 않았다. 머릿속에는 온통 전연우의 얼굴로 가득했다.

거실.

전연우는 잔뜩 풀린 눈으로 조용히 앉아 있었다. 그리고 비몽사몽인 채로 저도 모르게 그릇 안의 면을 전부 다 비웠다. 지금껏 단 한 번도 맛본 적 없는 천상의 맛이었다.

‘혹시 지금껏 요리를 못하는 척 한 건가? 에이, 설마... 그냥 어디에서 배웠겠지.’

사실 전연우는 조금 전 일부러 장소월의 발을 걸었다. 그녀의 반응을 살펴보기 위해서 말이다. 예상 밖으로 그녀가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완전히 변해 있었다.

지금의 장소월은 전연우가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기만 해도 진저리를 쳤다. 정말이지 이해가 안 가는 상황이었다. 더구나 그녀는 백윤서 때문이 아닌 단순한 혐오와 공포 때문에 그와 거리를 두려는 것이었다.

‘혹시 무언가 발견한 건가? 장소월... 너 도대체 뭘 알고 있는 거야?’

줄곧 모든 것을 손쉽게 장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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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용아, 난 네가 정말 좋아.” 배은란은 손을 뻗어 서철용의 목을 감싸 안았지만, 입으로는 서민용의 이름을 말하고 있었다.서철용은 배은란의 손을 잡고 그녀의 팔을 내려놓으려 했다.하지만 배은란은 예상치도 못한 큰 힘으로 그를 끌어안고 있었다.“민용아, 나 도와준다고 했잖아?” 배은란의 말투에는 약간의 울먹임이 섞여 있었다.“정말 나 좋아하는 거 맞아? 나랑 사귄 지가 언젠데, 왜 한 번도 날 건드리지도 않는 거야.” 그녀는 서철용의 어깨에 기대어 해서는 안 될 말을 하고 있었던지라 서철용은 화들짝 놀랐다.이미 했을 거라 생각했는데... 서민용이 이토록 보수적이었을 줄은 전혀 몰랐다.“은란아, 우리는 아직 어리잖아. 나중에 결혼하면 해줄게.” 그가 나지막이 말했다.배은란이 그의 목소리를 알아챌까 봐 감히 크게 말하지는 못했다.“하지만 나 지금 너무 괴롭단 말이야.” 배은란은 연약한 몸을 서철용의 품에 기댄 채 두 손으로 그의 몸을 더듬었다.서철용은 처음엔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단지 이곳에서 그녀가 편안하게 잠들 수 있도록 지켜주고 싶을 뿐이었다.하지만 그 역시 남자인지라 사랑하는 여자의 도발을 참아내기가 너무나도 어려웠다.“착하지. 잠들면 괜찮아질 거야.” 서철용은 애써 자신의 욕망을 억누르며 배은란을 눕히려 했다.하지만 배은란은 고집을 굽히지 않았다. 그가 아무리 힘을 써도 도저히 그녀를 침대에 눕힐 수가 없었다.몸은 이미 반응을 보이고 있었지만, 그는 간신히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그녀를 밀어냈다.하지만 배은란의 공격은 너무나 거셌다. 그녀는 곧바로 서철용의 얼굴을 붙잡고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은란아, 이러지 마.” 서철용은 그녀의 키스에 숨이 막히는 듯했지만, 여전히 자신을 억누르고 또 억눌렀다.“민용아,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 없어. 우리 그냥 지금을 즐기면 안 될까?” 배은란은 애틋한 눈빛으로 서철용을 바라보았다.약물의 작용 때문인지, 아니면 정신이 혼미해진 탓인지, 그녀의 몸은 견디기 힘들 정도로 괴로웠다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456화

    “당신...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배은란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술집에서 일하는 주제에 무슨 자격으로 그런 잘생긴 남자랑 사귀어? 좋은 말로 할 때 그냥 나한테 넘겨.” 여자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그 말을 들은 배은란은 화가 치밀어오름과 동시에 더없는 무력감이 느껴졌다.자신이 함정에 빠졌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지금 그녀에게는 반항할 조금의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다.여자는 우쭐한 얼굴로 꼼짝도 하지 못하는 배은란을 내려다보고 있었다.“서민용은 내 거야. 다시는 그 남자 앞에 나타나지 마.” 그녀가 배은란을 내버려 두고 자리를 뜨려 한 순간, 누군가 그녀의 복부를 걷어찼다.고개를 들어보니 한 남자가 서늘한 눈빛으로 그녀의 앞에 서 있었다.“감히 이 여자를 함부로 건드려?” 서철용은 다시 여자를 향해 발길질했다.그는 종래로 여자를 때리지 않는다. 하지만 배은란이 괴롭힘을 당하는 건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그게 누구든 백 배로 갚아주려는 생각이었다.여자는 서철용의 발로 차여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서 나뒹굴었다.“꺼져!” 서철용이 여자를 향해 소리쳤다.여자는 겁에 질려 간신히 바닥을 기어 도망쳤다.그녀는 본래 강약약강의 표본인 사람이었다.“민용아...” 배은란은 서철용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지금의 그녀는 의식이 흐릿한 상태라 눈앞에 있는 사람의 얼굴을 선명히 볼 수가 없었다.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서민용이 돌아와 자신을 구해주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그런 배은란의 모습에 서철용은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하지만 배은란은 자신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기에, 어쩔 수 없이 그녀의 말을 따라줬다.“그래.” 그는 배은란을 품에 안고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이런 상황이 되어서야 배은란을 품에 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서민용 행세를 해야만 배은란의 곁을 지킬 수 있는 것이다.익숙한 목소리를 들은 배은란의 마음속에 안도감이 밀려왔다. 따뜻한 품에 꼭 안겨 있으니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민용아,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455화

    “걱정하지 마. 내 몸은 내가 잘 지켜.” 배은란이 웃으며 말했다. 비록 술집에서 일하고 있긴 하지만, 그녀는 술을 한 방울도 마시지 않았다. 심지어 술집에 있는 물에조차 입을 대고 싶지 않아 항상 물을 챙겨왔다. “무슨 일 있으면 꼭 나한테 전화하고.” 서민용은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오늘따라 자꾸 좋지 않은 예감이 엄습했다.“알았어.” 배은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남자 오늘 왜 이렇게 말이 많단 말인가. “아니면... 오늘은 그냥 쉬면 안 돼? 하루쯤 안 한다고 큰일 나는 것도 아니잖아.”서민용이 배은란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 그는 조금 전 그 삐딱한 태도의 여자가 마음에 걸렸다. 배은란이 돌아간 뒤 다시 그녀를 만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말이다. “안 돼. 쉬는 만큼 월급도 줄어들잖아. 지금 나한테 제일 필요한 건 돈이야.” 배은란은 고개를 저었다. 그녀 또한 돌아가고 싶지 않았지만, 현실이 허락하지 않았다. 서민용은 배은란의 결연한 눈빛을 보니 쉬이 결정을 바꿀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하여 어쩔 수 없이 한숨을 내쉬며 그녀의 손을 놓아주었다. “알았어. 그럼 꼭 몸조심해야 해.” 서민용은 걱정이 가득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당부했다. 배은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돌려 안으로 들어갔다. 서민용은 길가에 서서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그의 마음은 걱정과 불안으로 가득 차 있었다. 배은란이 아무 탈 없이 무사히 이 밤을 보낼 수 있기를 바라고 또 바랐다. 배은란은 바로 돌아와 계속하여 일에 집중했다. 그녀는 각 테이블 사이를 오가며 미소를 띤 채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너무나도 피로하고 불편했지만, 그녀는 시종일관 프로다운 태도를 유지하며 맡겨진 일을 최대한 잘 해내려고 노력했다. 서철용과 주호걸은 줄곧 몰래 배은란을 관찰하고 있었다. 그들은 서민용의 등장부터 배은란이 그에게 보이는 태도까지 모두 지켜보았다. 그들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454화

    배은란은 난감한 표정으로 놓아달라며 서민용의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서철용과 주호걸은 못마땅한 듯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일하는 중이잖아. 이러지 마.” 배은란이 서민용의 귓가에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녀도 서민용과의 친밀한 스킨십이 싫지는 않았지만, 근무시간이라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안전에 주의해야 해.” 서민용은 배은란을 바라보며 말했다.그 또한 술집에서 일하고 있는 배은란이 걱정되는 건 마찬가지였다.하지만 지금은 그에게도 다른 방법이 없다.“응, 응.” 배은란은 고개를 끄덕였다.“너 먼저 가. 퇴근하면 얘기할게.”서민용도 따로 일하는 곳이 있었다. 배은란은 그가 계속 이곳에 있을 수는 없으니 먼저 그를 보내는 것이 나을 거라 생각했다.그렇지 않으면 그녀의 일에 방해만 될 것이다.“알았어.” 서민용은 고개를 끄덕인 뒤 곧바로 떠났다.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막 문 앞에 도착했을 때 누군가 그를 막아섰다.“잘생긴 오빠, 혹시 전화번호 좀 알려줄 수 있어요?” 껄렁한 여자 한 명이 서민용에게 다가와 휴대폰을 꺼내며 말했다.거의 술집에 살다시피 하는 그녀는 그동안 수많은 남자들과 어울렸었다. 하지만 서민용처럼 선비 같은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다.하여 서민용을 보자마자 전화번호를 따겠다며 다가온 것이다.서민용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눈앞의 여자를 쳐다보고 있었다.그는 낯선 사람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지금 그의 마음속에는 배은란밖에 없었기에, 다른 사람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죄송하지만, 저는 여자친구가 있어요.” 서민용은 정중하게 여자를 거절했다.하지만 여자는 쉽게 포기하지 않고 계속 서민용에게 매달렸다. “에이, 전화번호 알려달라는 것뿐이잖아요. 연애하자는 것도 아니고요. 그냥 친구 한 명 더 생긴다고 생각해요.”서민용은 짜증이 밀려왔다. 그는 이곳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아 문 쪽을 바라보며 핑계를 대고 떠나려고 했다.바로 그때, 배은란이 다가왔다.서민용이 웬 여자와 함께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453화

    “서철용, 너 진짜 미쳤지!” 술집 문 앞에 서 있던 주호걸은 서철용을 보며 욕설을 퍼부었다.이제 겨우 4시인데, 어떤 술집이 이 시간에 문을 연단 말인가!두 사람은 지방 촌뜨기처럼 멍하니 서서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주호걸은 평생 이렇게 창피한 적이 없었다.“에이, 친구야, 보고 싶어서 그랬지. 조금이라도 빨리 보고 싶어서.” 서철용은 멋쩍게 말했다.주호걸이 이토록 난처한 상황에 처한 건 오로지 서철용 때문이다.“꺼져.” 주호걸이 잔뜩 찌푸려진 얼굴로 말했다.“그럼 밥이라도 사줘. 지금까지 밥도 못 먹었어!”주호걸은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그는 수업이 끝나자마자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한 채 서철용에게 불려 이곳에 왔다.“에이, 밥이야 언제든지 먹을 수 있잖아. 지금은 내 일이 더 급한 거 아니야?” 서철용은 주호걸을 쳐다보며 말했다.주호걸에게 밥을 사주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 시간에 혹시라도 무언가를 놓치는 일이 생기면 안 된다.하여 그는 안에 들어가서 간단하게 먹으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굳이 나가서 따로 먹을 필요는 없다.“여자가 친구보다 더 중요하다는 거지.” 주호걸은 흥 하고 코웃음을 쳤다.서철용이 왜 이렇게까지 안달복달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배은란은 서민용의 여자친구다. 서민용은 가만히 있는데, 그가 혼자 조급해한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닥쳐.” 서철용은 주호걸을 옆으로 끌어당겼다.그는 벽 뒤에 웅크리고 앉아 이쪽으로 걸어오는 배은란을 바라보았다.역시 일찍 도착한 건 바람직한 선택이었다.알맞은 시간에 배은란을 보지 않았는가.“쉿, 조용히 해. 조금만 있다가 들어가자.” 지금 배은란에게 들키면 큰일이다.그녀는 술집 문 앞에 도착한 뒤 사방을 둘러보고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안으로 들어갔다.그녀 역시 여대생이 술집에서 일하는 건 그리 좋은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삶에 쫓기지 않았다면, 결코 이런 길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지금 그녀로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452화

    “서민용, 우리 둘 다 성이 서 씨라는 거 잊지 마!”서철용은 서민용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고작 남일 뿐이었다니...“서철용, 네가 누구인지는 스스로 잘 알잖아.” 서민용도 차갑게 웃었다.서철용은 서씨 집안 친자식이 아니었다. 그저 할머니가 그를 예뻐해 집에 남겨두었을 뿐이었다.그렇지 않았다면, 두 사람은 같은 성을 가졌을 리가 없다.“그래, 이럴 땐 확실하게 선을 긋는구나.”서민용이 그토록 매정한 말을 할 줄은 정말이지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다.“지금 너랑 이런 이야기 할 기분이 아니야. 내가 서씨 집안 사람이 아니라고 쳐. 그래도 우리 셋은 같은 고등학교 나왔잖아. 또한 나는 배은란을 도우려 하는 거야, 네가 아니라.”서민용의 말에 서철용은 기분이 몹시 상한 듯했다.배은란 때문이 아니었다면, 그는 서민용을 찾아오지도 않았을 것이다.“은란이도 네 도움 필요 없어.” 서민용이 말했다.그는 배은란에 대해 잘 알고 있다.그녀는 절대로 서철용의 도움을 받아들일 사람이 아니다. 그러니 한시라도 빨리 단념하는 게 좋을 것이다.“난 한번 결정한 일은 절대 바꾸지 않는다는 거 너도 잘 알 거야.”서철용은 그 말을 끝으로 서민용의 기숙사를 나섰다.서민용이 배은란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다면, 그가 몰래 보호해주면 될 것이다.그날 밤, 서철용은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다음 날 수업 시간에도 배은란의 생각에 전혀 집중하지 못했다. 심지어 옆에 있는 사람이 그에게 말을 걸어도 전혀 들리지 않는 듯했다.드디어 마지막 수업이 끝났고, 그는 곧바로 주호걸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그 술집에 가자.”전화를 받은 주호걸은 깜짝 놀라면서도 충분히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서철용이 오늘 술집에 갈 거라고 예상했지만, 이렇게나 빨리 실행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오후 4시밖에 안 되는 시간에 술집에 가는 사람이 어디 있어?” 그의 말투에는 약간의 난처함이 묻어 있었다.서철용이 술집에 가자고 할 거라는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451화

    이제 시간이 늦었으니, 더 알아낼 방법은 없다.하지만 서철용은 도저히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너 먼저 가. 난 기숙사에 들어갈게.” 그가 단호한 얼굴로 말했다.주호걸은 그와 같은 학교가 아니었기에, 함께 기숙사에 들어갈 수 없었다.그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 그냥 단순한 아르바이트일 수도 있어.”그 역시 그리 복잡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다만, 배은란이 아르바이트하는 장소가 조금 이상할 뿐이다.하지만 직업에는 귀천이 없으니 그저 돈을 벌고 싶은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수도 있다.“그래.” 서철용은 고개를 끄덕이고 곧바로 기숙사로 들어갔다.그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지 않고 서민용의 기숙사 문을 걷어찼다.“서민용, 당장 튀어나와!” 그는 문 안쪽을 향해 소리쳤다.세수를 하고 있던 서민용은 깜짝 놀라, 입에 칫솔을 문 채로 걸어 나왔다.“왜 그래?” 그는 찡그린 얼굴로 서철용을 쳐다보며 물었다.개강한 지 보름이 넘도록 한 번도 찾아온 적 없던 서철용이 갑자기 무슨 일이란 말인가? 얼굴을 보니 기분이 많이 안 좋아 보였다.“왜 그러냐고?” 서철용은 차갑게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너 이 자식,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몰라?” 그가 서민용을 노려보며 따져 물었다.왜 그러냐니... 정말 자신이 해서는 안 될 짓을 했다는 걸 모르는 걸까?서민용은 서철용의 태도에 어리둥절해 하며 칫솔을 내려놓고 얼굴의 물기를 닦고 말했다. “서철용, 단도직입적으로 말해봐. 내가 아는 것이 있으면 말해줄게.”서철용은 깊은숨을 들이쉬고,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하려 애쓰며 물었다. “배은란 어떻게 된 거야? 왜 술집에서 일하는 거야?”서민용은 그제야 서철용이 왜 이렇게 화가 났는지 알아챘다. 그는 한숨을 푹 쉬고 해명했다. “다 내 탓이야. 내가 은란이한테 바에서 일하라고 했어.”“무슨 뜻이야?” 서철용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배은란 집에 일이 생겨서 큰돈이 필요하대. 그래서 내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450화

    “무슨 일 있으세요, 손님? 저 종업원 불러서 손님에게 서빙하게 할까요?” 웨이터가 서철용에게 물었다. 그는 서철용의 표정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느꼈지만, 그 이유는 알지 못했다. “아니요. 괜찮습니다.” 서철용은 급히 손을 저었다. 그가 어떻게 배은란에게 서빙하라고 시키겠는가. 오히려 그가 배은란을 발견했다는 사실을 그녀가 알게 될까 봐 두려웠다. 그의 마음속에는 약간의 분노가 일었다. 서민용은 왜 배은란을 이런 곳에서 일하게 내버려 두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여기가 안전한 곳이 아니라는 건 서민용 역시 알고 있을 것이다. 서철용의 감정은 복잡해졌고, 점차 모순으로 가득 찼다. 한편으로는 이곳에서 배은란을 만나 기쁘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녀가 술집에서 일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배은란이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이런 선택을 했을 거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여전히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바에서 숨 돌릴 틈도 없이 바쁘게 일하는 배은란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니 서철용은 만감이 교차했다. 당장이라도 달려가 그녀를 데려고 나가고 싶었지만, 그에게는 그럴 자격이 없었다. 그에게는 배은란의 삶에 간섭할 어떠한 이유도 없다. 화장실에 갔다가 돌아온 주호걸은 서철용의 이상을 눈치채고 물었다. “철용아, 왜 그래? 갑자기 왜 이렇게 조용해졌어?” 서철용은 한숨을 내쉬고 배은란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봐봐. 배은란 맞지?” 서철용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시선을 돌린 순간, 주호걸은 너무 놀라 입이 떡 벌어졌다. “이... 이럴 수가. 배은란이 왜 여기서 일하고 있는 거야?” “서민용 이 천벌 받을 놈, 당장 가서 따져야겠어!” 서철용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는 서민용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가 배은란과 사귀었다면, 적어도 그녀를 이런 곳에서 일하게 하는 일은 결코 없었을 것이다. “철용아, 일단 진정해.” 주호걸은 서철용이 충동적으로 행동할까 봐 그의 팔을 붙잡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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