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월은 화장실에서 나와 수돗물을 켜고 손을 씻었다. 강용 옆에 있던 여자를 생각하자 그녀의 얼굴이 낯설지 않은 것 같았다. 어디서 본 듯한 얼굴이었다.그런데 백윤서와 강용은 사귀는 사이 아니던가?강용은 왜 또 새 여자친구를 사귀었지?아니다, 어젯밤 백윤서와 전연우가 껴안고 있던 걸 보아, 두 사람은 아마 사귀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강용이 버림받았다는 뜻이다.도원 어촌에서 강용은 그녀의 맞은편에 머물렀었고 장소월은 두 사람이 키스하는 것을 목격했었다.그런데 장소월도 두 사람이 정말 입술을 닿았는지 알 수 없었다.어쨌든 그녀의 자리에서 봤을 때 정말 키스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장소월도 그들 사이에 또 다른 일이 있었는지는 알지 못했다.그녀는 자신과 상관없는 일에 관심 끄고 더 이상 관여하지 않기로 했다.장소월은 재빨리 손을 씻고 휴지 두 장을 뽑아 손을 닦은 다음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그런 다음 그녀는 휴게실로 갔다.장소월이 문 앞으로 갔을 때 휴게실 안에 사람들이 강영수를 둘러싸고 있는 것을 보았다.그들이 왜 여기 있는 걸까?서문정과 다른 친구들이었다.제운고등학교 6반 학생들.예쁘장하게 생긴 여학생들이 강영수를 둘러싸고 있었는데 그들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강영수는 입꼬리가 올라간 채 그들과 말하고 있었다.서문정은 곧 장소월을 발견하고 놀라서 소리쳤다.“소월아! 여기서 만나네! 너… 너 왜 여기 있어? 부반장한테 들었는데 너 이번 학기에 학교에 안 온다고 하던데, 진짜야?”장소월은 강영수의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을 느꼈다.장소월은 무심한 듯 걸어가면서 말했다.“그래! 이런 우연이 있네, 여기서 다 만나다니.”서문정만 장소월에게 신경 쓰고 지켜볼 뿐, 다른 학생들은 고개를 돌렸고 아무도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지 않았다.장소월은 옆에 조용히 서 있는 백윤서에게 인사를 건넸다.“윤서 언니.”백윤서는 어젯밤의 어색한 상황이 떠올라 장소월을 어떻게 대면해야 할지 다소 당황스러워했다.어제 장소월은 그녀가 전연우에게 했
이때 강용의 모습은 마치 자신만만하던 사자가 동물 트레이너를 보고는 사람들이 쓰다듬고 있는 고양이가 된 것 같았다.강영수는 사람들 앞에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지금 서서히 강한 그룹의 경영권을 잡고 있지만 외부인들이 보기에 그는 모습을 숨기는 신비한 존재였다.그들은 아마 방금 휠체어를 타고 있던 사람이 누구인지 모를 것이다.하지만 허철과 방서연은 알고 있었다.그 사람은 서울 강가네에서 배양한 상속자 강영수였다.몇 년 전의 교통사고는 강영수의 다리를 앗아갔고 그 후로 그는 사라졌다.그 해의 강영수는 현재의 강용보다 훨씬 뛰어났다.두 사람은 정말 똑같이 거칠고 오만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하지만 지금 강영수는 이전보다 못했지만 그들에게 주는 느낌은 이전보다 훨씬 더 무서웠다.눈빛만으로도 강용을 충분히 제압할 수 있었다.강용은 강영수의 배다른 동생이다. 하지만 강가네에서 그의 아버지를 제외하고 누구도 강용의 존재를 인정해 주지 않았다.왜냐하면 강용의 어머니는 평범한 신분이었고 예전에는 연기자였다… 연기자 출신이니까 강가네는 그의 어머니를 더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그들은 이 사람이 얼마나 무자비한지 알고 있다.지난번에 장소월이 사고를 당했을 때, 강영수는 강용이 사람을 시켜 일을 저지른 줄로 알고 있었다.그래서 그는 사람을 시켜 바에 있는 강용의 손을 부러트리고 사람을 끌고 차에 올라탔다…당시 일이 진행되고 있을 때 룸 안에는 그들 세 사람뿐이었다.지금도 허철과 방서연은 그 순간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장소월과 강영수가 멀리 가고 나서야 허철은 감히 입을 열었다.“장소월은 저 사람과 어떻게 아는 사이야?”“용아, 지난번에 일은 그냥 이렇게 지나갈 거야?”목소리는 낮았지만 휴게실에 있는 사람들도 그 말들을 들었고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하지 못했다.강용은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고 라이터를 돌리며 미소를 지었다.“재밌네.”두 사람이 그림 전시회를 다 둘러보고 나니 벌써 오후 한 시였다.장소월은 그녀의 눈을 바라보다가 그들이 점심
그림 전시회는 오후 3시에 끝났다.백윤서는 국제전시센터 밖에 주차된 낯익은 차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재빨리 조수석 문을 열고 차에 앉았다.“오빠… 언제 왔어요? 왜 전화 안 했어요? 오빠가 온 걸 미리 알았으면 내가 일찍 나왔을 텐데, 그럼 이렇게 오래 기다릴 필요 없었는데.”기성은에게 백윤서의 수업 스케줄 사본이 있기 때문에 그는 오늘 그녀가 교외 활동으로 그림 전시회를 보러 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전연우는 비행기에서 내린 지 얼마 안 되어 근처를 지나가던 중이었고, 그래서 가는 길에 그녀를 데리러 왔다.전연우가 말했다.“괜찮아.”백윤서가 말했다.“오빠, 그 프로젝트는 어떻게 됐어요?”전연우가 대답했다.“계약서에 사인했어.”“축하해요! 오빠가 이 프로젝트 때문에 일주일 넘게 잠도 잘 못 자고 고생했잖아요. 드디어 이제 잠시 쉴 수 있게 되었네요.”차가 시동이 걸리고 전연우가 말했다.“윤아, 안전벨트 매.”백윤서는 깜짝 놀라며 그의 말에 얌전하게 말했다.“아, 깜빡했네요.”그녀는 재빨리 안전벨트를 맸다. 예전에는 전연우가 늘 그녀의 안전벨트를 매는 것을 도왔다.백윤서는 그가 피곤해하는 것을 보고 조용히 앉아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전연우는 차를 돌렸고 마치 누군가 길을 건너려고 하는 것을 보았는데 그 익숙한 모습은 장소월 같았다.그녀는 몸을 숙여 휠체어를 탄 사람의 옷과 스카프를 정리해 주었다. 허리까지 오는 길이의 약간 곱슬한 긴 머리는 어깨에 흘러내렸다. 장소월은 생수병 뚜껑을 열고 그 남자에게 물을 마시도록 했다.전연우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의 모든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얇고 차가운 입술을 앙다물었는데 그 선은 더욱 차가워 보였다.차 안에는 범상치 않은 분위기가 서서히 퍼지면서 불쾌감이 스며들었다.백윤서도 그 모습을 보고 말했다.“오늘 학교에서 전시회를 보는 활동을 조직했는데 소월이가 친구랑 같이 왔더라고요. 그런데 그 사람의 다리를 보니… 장애인 같았어요.”전연우는 그 순간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장소월을
그가 이 사람들을 데려온 것일까?왜?복수를 위한 그의 계획 때문에… 그래서 미리 그에게 접근한 걸까?전생에 그들은 적어도 결혼까지 했었다.지금은… 전연우는 그녀에게 살 기회를 줄 생각이 없었다.그때 도원 어촌에서 그녀에게 접근한 사람도 그가 찾은 사람이 아니었을까?만약 그가 한 짓이 맞다면 왜 그녀를 도와서 그녀를 괴롭힌 사람들을 혼줄을 내줬던 걸까?지금 그는 누구에게 보여주려고 이러고 있는 걸까?그래서 오늘 전연우는 그녀가 굴욕적으로 죽는 것을 보려고 하는 걸까?그렇다면.지난번에는 왜 그녀가 바다에서 죽게 내버려 두지 않고 구해준 걸까!전연우, 장해진이 도대체 당신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왜 당신은 그 사람에 대한 증오를 전부 나한테 뒤집어씌우는 거야.난 분명 아무 짓도 안 했어!그들의 손은 장소월의 옷을 계속 찢고 있었다.흰 재킷은 이미 벗겨져 있었다.장소월의 저항은 그들에게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쯧, 두 성인 남자가 여기서 여자를 갖고 즐기고 있는데, 전연우… 넌 아무 반응이 없냐?”서철용의 시선이 그의 하체를 향했고 그는 사악하게 웃고 있었는데 입술은 악마 같은 붉은 핏빛이 번져 있는 듯했다.“유감이야… 오늘 밤이 지나면 이 어린 소녀는 곧 여자가 될 거야!”“하지만 잘했어. 장소월이 강가네 가문으로 들어가면 우리 계획은 더 실행하기 어려워질 거야. 장소월… 같은 여자는 앞으로 많을 거니까 아쉬워할 필요 없어.”전연우의 검은 눈동자는 밤처럼 어두웠다.하지만 그들의 생각대로 일이 진행되지는 않았다.장소월은 힘껏 그들을 밀어냈고, 그중 한 명은 칼을 꺼내 위협하면서 들이대려고 했지만 장소월이 손으로 튕겨내면서 칼은 땅에 떨어졌고 그녀의 팔은 베여 상처가 났다.피가 줄줄 흘러내렸고 장소월은 팔을 가린 채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두 남자는 그녀를 쫓아 달려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를 받았다.“쫓아가지 않아도 돼.”장소월은 얼마나 달렸는지 그녀가 누가 아직도 쫓아 오나 황급히 뒤돌아보았을 때
밤이 되자 달은 흐린 구름에 가려 밝았다가 어두워졌다.짙은 구름은 장소월의 기분처럼 답답하고 숨이 막혔다.그녀는 마치 방금 괴롭힘을 당하고 버려진 고양이처럼 갈 곳을 몰라 길거리를 떠도는 것 같았다.이렇게 넓은 곳에서 장소월은 어디가 자신의 집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그는 어둠 속에서 걸어 나왔다. 장소월은 그의 대답을 듣지 못했고 휴대폰으로 바람 소리만 들었다.무겁고 힘 있는 발소리를 듣자, 장소월은 소리가 나는 방향을 바라보았고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눈물을 통해 그를 바라보았을 때 그의 검은 모습조차도 비현실적이었다.휴대폰을 귀에 대고 있었는데 그가 가까이 오자 장소월은 무력하게 휴대폰을 떨어트렸고 팔의 피도 마른 것 같았다.피를 많이 흘린 탓에 장소월의 얼굴은 창백했고 이제 그녀는 절망으로 가득 찼다.장소월은 전연우의 바지를 움켜쥐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물었다.“왜요? 연우 오빠, 제가 뭘 잘못했길래 저한테 이러는 거예요?”난 당신을 너무 사랑하는데 당신은 왜 나를 계속 가슴 아프게 만들어?“소월아, 사람은 가끔 너무 똑똑하다고 자신만만하면 안 돼!”전연우는 몸을 숙이고 한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꼬집었다.“강가네를 이용해서 장씨 가문을 벗어나고 싶었어? 왜 너는 항상 그렇게 순진해?”“전연우, 당신이 나 안 좋아하는 거 알아요. 난 이미 포기했어요. 도대체 나한테 뭘 더 바라는 거예요? 처음부터 내가 죽기를 바랐다면 왜 매번 날 구해준 거예요? 난 이미 충분히 고통스러워요… 제발 부탁인데 이제 날 그만 괴롭혀요, 네?”전연우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차갑게 쏘아붙였다.“오빠라고 불러!”“당신은 내 오빠가 아니에요! 예전에 나한테 잘해준 거 다 가짜잖아요! 당신은 내 오빠가 될 자격이 없어요!”장소월은 발버둥 치며 소리를 질렀다. 두려움은 이미 지나갔고 이제 슬픔과 분노, 그리고 자신의 운명에 저항할 수 없다는 절망감만이 남아있었다.“앞으로 강가네 누구에게도 가까이 가지 마. 내 말을 듣지 않으면 어떤 결과가 있을지 알잖아…
그녀를 안은 순간.갑자기 전연우의 코끝에 하얗고 차가운 무언가가 내려와 그의 체온에 녹아내렸다.그가 고개를 들어보니... 언제부터인지 거위 깃털 같은 눈이 내리고 있었다.눈은 땅에 떨어져 한동안 머물다가 녹았다.장소월이 여덟 살 때 전연우는 처음으로 장씨 집안에 들어왔다. “오빠, 봐요. 눈이 내리고 있어요!”열한 살 장소월이 말했다.“오빠, 밖에 나가서 눈사람 만들까요? 소월이는 오빠를 제일 좋아해요!”열여덟 살 장소월.“오빠, 올해도 서울에 눈이 오면 오빠한테 고백할 테니, 나랑 사귀어요!”소월아, 네가 잘못한 게 아니야!단지 네가 장씨 가문에서 태어났다는 게 잘못된 거야.지금 네가 겪는 고통은 시작에 불과해......장소월은 얼마나 오랫동안 어둠 속에서 정처 없이 걸었는지 모른다.영혼이 없는 꼭두각시처럼 느껴지면서 자신의 육체가 조종당하고 있다고 느낀 그녀는 눈앞에 밝은 빛이 나타나자 그것을 향해 걸어갔다.의식이 천천히 돌아왔다.“습~” 침대에 누워 있던 사람은 차가운 숨을 들이마셨다.눈앞의 회색 천장을 바라보며 낯설지만 익숙한 동백꽃의 은은한 향기를 맡았다.장소월은 침대 왼쪽에 검은 스웨터를 입은 차분한 기질의 전연우를 보았다. 그의 얼굴은 부드러운 선이 선명했고 그의 몸에서 어두운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그를 보고 있으니 어떤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었다. 이것은 환각일까?그는 왜 여기 있는 걸까?“연우 도련님, 소월 아가씨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요? 멀쩡했는데 어떻게 또 다치셨어요? 어제는 분명 멀쩡했는데?”아줌마의 목소리였다.“일어났네요...”아줌마는 설탕물 한 그릇을 손에 들고 다가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아가씨, 괜찮아요?”“가만히 계세요, 연우 도련님이 상처를 처리하고 계세요.”전연우는 마취제 없이 그녀의 상처를 꿰매고 있었다.백윤서는 그녀가 움직일까 봐 다른 한 손을 누르고 있었다.“오빠, 우리 그냥 소월이를 병원에 데려가요.”장소월의 손은 주먹을 꽉 쥐었다. 너무 아파서 팔의 살이
“상처가 이렇게 깊다니... 도련님께서 밤늦게 돌아오지 않는 아가씨가 걱정되어 마중을 나갔으니 망정이지 더 큰 일이라도 생겼으면 어쩔 뻔했어요!”장소월이 웃으며 말했다.“그냥 넘어진 거예요.”“뭐라고요? 고작 넘어진 것뿐인데 이렇게 크게 다쳤다고요?”“춤 연습을 할 때 주의하지 않아 긁혔어요.”아주머니가 이마를 찌푸리며 말했다.“안 되겠어요. 어르신에게 말씀드려 학원을 바꿔 달라고 해야겠어요. 어떻게 선생님이라는 작자가 책임감 없이 이렇게까지 다칠 때까지 가만히 놔둘 수가 있어요! 그런 사람이 무슨 선생이에요!”장소월은 순간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녀가 다칠 때마다 가장 먼저 걱정해주는 사람은 항상 오 아주머니이다.“아주머니, 전 정말 괜찮아요. 집사님께 전화해 절 데리러 오라고 해주세요.”백윤서가 말했다.“소월아, 오늘은 너무 늦었으니까 이곳에서 하룻밤 자고 내일 가. 널 혼자 이 시간에 보낸다면 나와 오빠가 마음이 놓이지 않을 것 같아.”장소월은 설탕물을 반 컵 마시고 나니 한결 괜찮아졌다.“참, 이렇게나 늦은 시간까지 저녁도 안 먹었죠? 배고플 테니까 내가 국수를 말아 줄게요.”장소월은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다. 그제야 그녀는 여긴 전연우의 방이라는 걸 알아차렸다.“별로 배가 고프지 않아요. 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백윤서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소월아, 네 집처럼 편히 있어. 나와 오빠가 널 보살펴 주는 건 당연한 일이야. 국수가 먹고 싶지 않으면 오빠한테 다른 걸 사 오라고 할까?”장소월은 너무 시끄러워 머리가 지끈거렸다.이곳은 그녀의 것이 아닌 백윤서와 전연우의 집이다.때문에 이곳에 머무르는 건 그녀에게 불편함만 안겨줄 뿐이다.장소월은 긴 머리를 늘어뜨린 채 고개를 숙여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을 내려다보았다. 백윤서의 것이었다.언제 그녀에게 옷을 갈아입혔는지는 알 수 없었다.그녀의 지갑과 핸드폰도 모두 침대 옆 탁자 위에 놓여있었다.“나 좀 쉬면 돼. 나한테 신경 쓸 필요 없어.”전연우가
예전 그녀는 꽤나 오만한 성격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아무리 날카로운 바늘이라도 무뎌지는 날은 반드시 오게 되어 있으니 말이다.그녀가 현재 당하고 있는 고통은 전생에서 그녀가 백윤서에게 줬던 것과 거의 비슷했다. 때문에... 자신에게 무슨 일이 닥치든 모두 참아내려 하는 것이다.이게 바로 자업자득이라는 거다.장소월은 굳은 표정으로 창문을 닫았다. 그녀는 앞으로 눈을 보지도, 좋아하지도 않을 것이다.장소월은 작은 소파에 몸을 웅크린 채 멍하니 앉아있었다저녁 12시 정각, 장소월이 문자 한 통을 받았다. 강영수가 보낸 것이었다.「생일 축하해, 공주님.」오늘의 첫 문자였다. 장소월은 깜짝 놀랐다. 강영수가 어떻게 그녀의 생일이 오늘이라는 걸 알고 있단 말인가? 그녀의 생일을 알고 있는 사람은 몇 명 되지 않는다. 심지어 지금의 전연우도 알지 못한다. 주민등록증에 쓰인 생일은 틀린 것이다. 그녀의 진짜 생일은 12월 26일, 바로 오늘이다.순간 장소월의 마음을 가득 덮고 있던 먹구름이 걷히고 따뜻한 햇볕이 비추어 들어갔다.장소월은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내 생일인 걸 어떻게 알았어?」강영수:「비밀이야. 어떤 선물 갖고 싶어?」「엄청나게 큰 핑크색 한정판 곰 인형을 갖고 싶어.」장소월은 이 문자는 보내지 못했다.전연우의 경고 때문이었다...“다시 강씨 집안 사람을 가까이한다면 그 후과는 온전히 네가 감당해야 할 거야.”장소월은 이내 썼던 문자를 지워버렸다.이제 거실에선 더이상 말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아마 다들 잠든 모양이다.장소월은 정 집사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을 데리러 오라고 부탁했다.그녀의 옷은 아마 오 아주머니가 세탁하러 가져갔을 것이다.장소월은 전연우의 옷장에서 곱게 접은 담요를 꺼냈다. 그녀는 오 아주머니의 정리 습관을 알고 있다. 하여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었다.사실 전생에서 오 아주머니는 그녀에게 거의 모든 것들을 가르쳤다. 어떻게 ‘아내’역할을 하는지까지 포함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