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후, 장소월은 퇴원 절차를 마치고 난 뒤 장 씨 저택으로 돌아갔다.그녀가 집에 들어갔을 때 오 아주머니는 아직 보이지 않았다. 그 대신 50세 정도 되어 보이는 몇 명의 낯선 얼굴이 보였는데 모두 새로 온 도우미들이었다.“아가씨, 돌아오셨군요.”장소월이 덤덤히 말했다.“네.”그때 위층에서 강만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나빴어요!”“그래서 이렇게 같이 쇼핑하러 나가는 거잖아.”장소월의 눈에 한정판 가방을 든 채 장해진의 팔짱을 끼고 걸어 내려오는 강만옥의 모습이 들어왔다.강만옥은 장소월을 보고는 급히 손을 거두고 말했다.“소월아, 퇴원한 거야? 마침 네 아버지와 함께 쇼핑하러 가려던 참이었는데 너 필요한 거 있어?”장소월이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없어요.”그러고는 이어 장해진을 불렀다.“아버지.”장해진이 냉담한 말투로 대답했다.“응.”강만옥과 함께 문을 나서던 장해진이 걸음을 멈추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연우와 싸웠어?”장소월은 화들짝 놀랐다. 아버지가 어떻게 알았단 말인가.장소월이 우물쭈물하며 말했다.“아... 아니요.”“그래. 돌아왔으면 얌전히 공부나 해. 또 나가서 내 체면을 떨어뜨리지 말고. 공부 외 흥취 수업은 몇 개월 동안 떨어졌던 부분을 모두 채워. 공부도 못하면서 이런 것들도 못 하면 다른 사람들이 우리 장씨 집안에서 바보가 태어난 줄로 알 테니까!”장소월이 고개를 푹 숙였다.“네. 알겠어요. 아빠.”은경애가 말했다.“아가씨, 식사하세요.”장소월은 그녀의 말에 반응해주지 않은 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갔다.무시를 당했다고 생각한 은경애가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귀머거리라도 됐나? 먹기 싫으면 말아. 나 혼자 먹을 거야.”장소월은 돌아오자마자 자신을 방 안에 가두었다. 책상 위에 놓인 익숙한 핑크색 한정판 지갑을 본 장소월은 기쁜 마음에 지갑을 열었다. 안에 있는 모든 물건을 털어냈더니 주민등록증, 학생증... 은행카드까지 있었지만 그 사진만은 보이지 않았다.장소월이 주민등
그 목소리는 확실히 백윤서의 것이다.그도 그럴 것이 백윤서는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했지 않은가. 전연우는 그녀를 그런 곳에서 학업을 이어 나가게 할 리가 없다.은경애가 장소월을 발견하고는 말했다.“아가씨.”그 말에 백윤서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섰다.“소월아.”백윤서가 장소월을 향해 환히 미소 지었다.“너.. 왜 교복을 입지 않았어? 네가 퇴원했다는 걸 알고 함께 학교에 가려고 왔어. 이제부턴 같은 학교에 다니게 됐으니 잘 부탁해.”이건 운명인가?전생에서의 백윤서도 제운 고등학교에 다녔었다.장소월은 이번 생에서 무언가 바뀌면 모든 사람의 운명도 따라서 바뀔 거라 예상했다.하지만 이제 보니 모든 건 전생과 똑같이 흘러가고 있었다.그럼 백윤서는 죽게 될까?그녀 역시...모든 사람의 운명은 바뀌지 않는다. 모두 처음 결정되었던 결말로 향해가고 있을 뿐.장소월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백윤서가 의아한 듯 물었다.“소월아, 너 괜찮아? 몸이 아직 불편한 거야?”장소월이 덤덤히 말했다.“괜찮아요.”은경애가 말했다.“소월 아가씨, 윤서 아가씨... 어르신께서 내려오시면 식사를 시작하셔도 돼요.”장소월은 주방에서 나온 뒤 컵에 우유를 부었다... 차가웠다.그때 돌연 머릿속에서 오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이런. 아가씨, 아침부터 무슨 찬 우유예요. 제가 따뜻하게 끓여드릴게요.”장해진과 검은색 정장을 입은 전연우가 아래층으로 내려왔다.“이 프로젝트는 보안을 철저히 해야 할 거야. 절대 외부에 새어나가선 안 돼.”전연우가 대답했다.“네. 아버지.”“아가씨, 오 아주머니께서 나가기 전 저에게 신신당부했어요. 아가씨께선 아침에 찬 우유를 드시면 배탈이 난다고요. 이미 우유를 데웠으니까 따뜻한 걸 마시세요.”그 말을 들은 전연우가 조용히 장소월을 힐끗 보고는 이내 시선을 거두었다.장소월이 냉장고 문을 닫고 식탁에 앉으며 말했다.“괜찮아요.”장해진은 자리에 앉은 뒤 한참 동안 전연우와 회사 일을 논의한 뒤에야 장소월에게 관심을
얼굴에 드러나 있는 표정으론 그 감정을 예측할 수 없었다.상품은 손에 방패를 들고 있는 검은색 기사였는데 책상 위에 올려놓으니 사뭇 고급스러워 보였다.“거짓말인지 아닌지 누가 알아. 소월이의 머릿속에 남자만 가득 들어있는 걸 내가 모르는 것도 아니고.”장해진은 그녀의 성적표를 툭 던져버렸다.숟가락을 잡고 있던 장소월의 손에 더더욱 힘이 들어갔다.성적표는 마침 전연우의 발 옆에 떨어졌다.그가 허리를 굽혀 주어보니 거의 모든 과목이 만점이었다.그의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저번 시험에서 장소월은 평균 4, 50점밖에 받지 못했다.정말 이 성적이라면 장해진의 도움 없이도 국내 모든 대학에 입학할 수 있다.그녀의 힘으로 만들어 낸 성적인지, 아니면 다른 꼼수를 썼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그건 오직 그녀 자신만이 알 것이다.몰래 훔쳐본 백윤서는 화들짝 놀랐다.장소월의 모든 과목 성적이 그녀보다 높은 것이다.이 성적은 서울 제2 고등학교에서 전교 3등 안엔 들 것이다.불편한 감정이 백윤서의 가슴속에서 천천히 피어올랐다.그녀는 장소월의 성적이 언제 이렇게 올랐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시험 잘 봤네. 윤서보다 70점이나 높아.”장소월은 그의 말투에 담겨있는 것이 진심 어린 칭찬인지 아니면 그녀가 꼼수를 부렸다고 의심하며 비아냥거리는 것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하지만 그건 장소월의 관심사가 전혀 아니었다.그들의 눈에 그녀는 그저 아무런 쓸모도 없는 폐기물에 불과하니 말이다.장소월은 아직 이름을 알지 못하는 새로 온 도우미를 보며 말했다.“학교에서 또 전화가 오면 전 한동안 학교에 가지 못한다고 말해주세요. 시합에 관한 일은 전 흥미 없어요. 참가하고 싶지 않아요.”장소월이 숟가락을 내려놓고 몸을 일으켰다.“전 다 먹었어요. 아버지, 천천히 드세요.”오늘의 죽은 좀 딱딱해 장소월은 몇 입만 먹고는 절반이 넘는 양을 남겼다.우유는 모두 비웠다.오지연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어요.”오지연이 마음속으로
장소월은 하얀색 운동복을 입고 머리를 높게 질끈 묶고는 모자를 눌러썼다. 여리여리한 그녀의 몸매는 잔디 위 많은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았다.골프 수업을 맡은 선생님은 예전 우승도 한 적 있는 골프 국가대표 선수였다. 지금은 이미 은퇴했는데 한눈에 봐도 신사의 분위기가 흠씬 풍겨왔다.듣기론 그의 가정형편은 몹시 가난해 아버지는 돈을 벌게 하려는 목적으로 그를 천하일성에 보냈다. 그 후 골프를 접촉하게 되었고 그렇게 전문적인 훈련을 받았다고 한다.수많은 거물이 그의 시합 한번을 보기 위해 먼 길을 마다하지 않는다.그의 수업을 받게 하려고 장해진은 꽤 큰 힘을 썼다.온주원은 뒤에서 장소월을 안고 손으로 골프채를 붙잡았다.“손목에 너무 힘주지 말아요. 긴장을 풀고 마음을 편안하게 먹어요.”장소월은 입술을 깨물고 몸에 힘을 뺐다. 두 사람 사이엔 여전히 처음과 같은 정도의 공간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의 힘을 빌려 골프채를 휘두르니 정확히 구멍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저번보다 아주 좋아졌어요.”장소월이 말했다.“선생님, 과찬이세요.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전 평생을 해도 넣지 못했을 거예요.”온주원이 물병을 그녀에게 건네주었다.“소월 씨의 수업은 일주일에 세 번인데 이미 12번이나 빠졌어요. 몸이 안 좋았던 거예요?”장소월이 뚜껑을 열고 한 모금 마시고는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학교 일 때문이에요.”온주원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공부가 가장 중요하죠. 시간 괜찮으면 전에 빠졌던 수업을 모두 보충해 줄게요.”장소월이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다른 수업에 영향을 주는 거 아닌가요? 선생님의 수업은 이미 몇 년 뒤까지 예약되어 있잖아요. 선생님 같은 훌륭한 분을 계속 잡아두면 안 되죠.”온주원은 서른 살이 넘은 나이었지만 고작 스무 살 남짓하게 보일 정도로 동안 외모를 갖고 있었다. 또한 그의 말투와 행동 모두 여자들이 좋아하는 요소를 갖고 있어 그와 대화를 나누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졌다.그가 손목시계를 보고 시간을 확인했다.“아직 한
장소월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온주원이 먼저 제안했다.“아직 10분이 남았으니 일단 식사하러 가시죠. 소월 씨... 제가 함께 점심 식사를 하자고 물어도 될지 모르겠습니다.”장소월은 외출할 때 아무것도 먹지 않아서 막 도착했을 때부터 이미 배가 고팠다.“별로 배고프지 않아요.”그 말이 입에서 나오자마자 장소월의 뱃속에서 때아닌 꼬르륵 소리가 새어 나왔다.“꼬르륵.”장소월은 부끄러워서 얼굴이 빨개졌다.온주원은 미소를 지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갑시다! 오늘 소월 씨가 좋아할 만한 디저트가 새로 나왔어요.”골프 캐디는 이미 골프채를 치웠다.“그럼 선생님께 부탁드리겠습니다.”장소월은 발걸음을 옮겨 온주원의 뒤를 따라갔다.천하일성은 골프 외에도 음식과 숙박 등 모든 엔터테인먼트 시설이 통합된 곳이었다.돈만 있으면 거의 모든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곳이었다.“한식 먹을래요, 아니면 양식 먹을래요?”“한식 먹죠.”장소월은 아직 이곳에서 식사를 한 적이 없었다.“그래요.”온주원은 프런트 데스크로 가서 2층에 있는 레스토랑을 예약했다.두 사람은 엘리베이터를 탔고 온주원은 10층 버튼을 눌렀다.엘리베이터는 빠르게 올라갔다.10층에 도착하자마자 온주원은 신사답게 손으로 엘리베이터 문을 막으며 말했다.“자, 가시죠.”장소월이 말했다.“감사합니다.”두 사람은 밟기 좋은 부드러운 페르시아식 카펫이 깔린 조용한 복도를 걸어갔다.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곧 두 사람을 반갑게 맞이했다.“온주원 님, 예전과 같은 자로 준비해 드렸습니다.”“네.”창가 자리에 앉아 아래로 내려다보니 무성한 푸른 잔디가 훤히 보이는 풍경은 정말 좋았다.그리고 부드럽고 아름다운 음악도 흘러나왔고 분위기가 조용했다...장소월은 이곳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웨이터가 두 개의 메뉴판을 가져왔는데 가격은 적혀 있지 않았다. 그러나 음식 사진을 보니 요리가 맛있어 보였다.“먹고 싶은 게 있나 한번 봐요.”장소월은 사진을 가
“마실 건요? 뭐 마실래요?”장소월이 말했다.“아뇨, 따뜻한 물 한 잔이면 돼요.”“이야, 소월이 아니니? 오랜만이야!”조용한 분위기에서 갑자기 불쾌한 목소리가 울려 퍼져 시선을 옮겨 보니, 장소월은 눈빛이 흔들리면서 당황하더니 자리에서 일어섰다.“오, 오빠...”날카로운 눈빛의 전연우가 위압적인 분위기를 풍기며 들어왔다.“수업 끝났어?”전연우가 장소월에게 남긴 트라우마가 너무 커서 그를 본 순간 장소월은 당황하고 겁이 난 나머지 하마터면 설명을 늘어놓을 뻔했다.전생의 전연우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지만 소유욕이 강해 소름 끼칠 정도로 그녀에게 집착했었다.장소월은 마음속으로 자신을 욕했다.‘야, 장소월! 너 진짜 너무 약한 거 아니야? 지금 너희는 평범한 오빠 동생 사이일 뿐이야. 왜 아직도 이렇게 그를 무서워하는 거야! 철 좀 들어!’장소월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방금 끝나서 선생님과 같이 밥 먹으러 왔어요.”온주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전연우에게 손을 내밀었다.“안녕하세요. 전 온주원이라고 합니다. 소월 씨의 골프 선생님이에요.”전연우는 그와 간단히 악수하고 말했다.“전연우입니다. 소월이 오빠예요.”한 명은 전 씨이고 한 명은 장 씨라...온주원은 더 묻지 않았다.“마침 이렇게 만났는데 같이 앉아서 식사하시죠. 저랑 소월 씨도 방금 왔어요.”전연우는 장소월을 힐끗 보더니 말했다.“아닙니다. 약속이 있어서요.”서철용은 옆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다가 말했다.“아니야, 연우야! 어쩌다가 이렇게 소월이랑 같이 식사할 기회가 생겼는데, 그리고... 윤서가 도착하려면 아직 멀었어. 뭘 그리 급하다고...”“맞지, 소월아?...”제운고등학교에서 이곳까지 오려면 30분밖에 걸리지 않고, 점심시간은 두 시간이었다.장소월은 갑자기 무언가 떠올랐다.오늘은 백윤서의 생일이고 장소월의 생일은 다음 주 12일이다. 즉, 12월 12일이다. 그들의 생일은 정확히 일주일 간격이었다.매년 그녀의 생일은 소박했는데 아줌마가 그녀에게 케이크와
“오빠...”장소월은 무언가를 더 말하려고 했지만 전연우는 차갑게 말을 내뱉었다.“마음대로 해.”말을 마치고 그는 돌아서서 떠났다.온주원은 장소월이 긴장한 모습을 보고 말했다.“앉아요. 멀지 않아서 아직 시간이 넉넉해요.”장소월은 마음이 불편한 채 다시 자리에 앉았고 웨이터가 디저트를 들고 왔다.온주원은 방금 전 분위기에서 뭔가 이상한 것을 감지했다.그는 더 묻지 않고 다른 화제로 돌렸다. 천하일성의 모든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도 하면서 그녀를 즐겁게 해주었다.어떤 사람들은 기분이 얼굴에 그대로 나타나는데, 장소월이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아주 쉽게 그녀가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추측할 수 있었다.백윤서의 생일이라고 같은 반 친구들이 많이 왔다...백윤서는 장소월과 같은 학교라는 것 외에도 한 가지 더 말하지 않은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장소월과 같은 6반으로 전학한 것이다.이번에 온 사람들 중에는 강용도 있었다.백윤서는 여학생들에게 둘러싸여 장난치고 웃으면서 룸으로 들어가느라 장소월이 눈에 띄게 창가 자리에 앉아 중년 남성과 이야기 나누고 있는 모습을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하지만 뒤에서 천천히 걸어 들어오던 강용은 그녀를 한눈에 알아보았다.방서연과 허철도 오랫동안 장소월을 보지 못하다가 그녀가 이곳에 있다는 사실에 매우 놀랐다.“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허철이 말했다.“백윤서는 장소월의 언니잖아. 그런데 이번 생일 파티에 초대를 안 했다고? 하긴 그래... 장소월 같은 성격의 사람을 누가 반기겠어!”“아니... 그런데 평소에는 정말 몰랐는데, 이번 시험에서 장소월 1등 했잖아. 1반에서도 5등 안에 들고, 이 년이 무슨 꼼수를 부린 거 아니야?”허철은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장소월이 6반에서 얼마나 심하게 괴롭힘당했는지 잊지 마! 쟤가 반을 바꾸려고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성적을 받는 것도 충분히 이해돼.”두 사람은 동시에 강용을 바라보았는데 그는 라이터를 손
“며칠 못 봤는데 너 좋아 보인다!”강용은 고개를 숙여 금속 라이터를 들고 있었고 그의 눈동자에 붉고 파란 불꽃이 비쳐 기분을 알 수가 없었다.엘리베이터는 이미 12층에 있었고 곧 도착할 것 같았다.온주원은 내려가는 버튼을 누르고 물었다.“아는 사이에요?”“안 친해요.”장소월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따라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허철은 폭소하며 말했다.“용아, 장소월은 널 신경도 안 쓰는데?”방서연은 강용의 어깨를 톡톡 두드리고 아무 말 없이 미소를 지으며 룸 안으로 곧장 걸어 들어갔다.강용은 알 수 없는 미소를 짓고 손에 든 라이터의 덮개를 닫았다.“무정한 놈.”10층의 룸은 웃음소리로 북적거렸다.꽃, 풍선, 케이크, 양초...원래는 저녁에 생일 파티를 열려고 했지만 전연우가 오늘 밤 12시에 출발해서 해외로 출장 가야 하기 때문에 점심에 파티를 열 수밖에 없었다...생일 축하 노래를 부른 후 백윤서는 케이크를 한 조각 잘라서 모두가 보는 앞에서 창문 앞에 서 있는 전연우에게 가져다주었다.“연우 오빠, 이 첫 번째 케이크는 오빠에게 줄게요. 오늘 바쁜데도 시간 내서 내 생일 파티에 와줘서 너무 고마워요.”전연우는 원래 단 음식을 싫어하지만 그래도 케이크를 받았다. 그는 시선을 옮겨 장소월이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보고 무표정하게 돌아섰다. 그의 눈빛에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저녁엔 정 집사가 데려다주실 거야. 난 회사로 가봐야 해.”전연우는 차 키를 들고 떠나려고 했고 그때 그는 케이크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연우 오빠...”백윤서는 그를 부르며 테이블 위에 놓인 케이크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실망한 듯했다.곧바로 한 여학생이 와서 그녀를 위로해 주었고 백윤서는 케이크를 한 조각 더 잘라 강용에게 주었다.강용은 거만하게 소파에 앉아 두 발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있었는데 백윤서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다리를 내렸다. 그리고 그는 포크로 케이크를 한 입 맛보고는 하마터면 토할 뻔했다.“여자들은 진짜 이상한 거 좋아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