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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화

“애초에 그 약은 네가 나한테 먹이라고 부탁한 거잖아. 장소월은 네 계획 중 일부분 아니야? 장소월을 무너뜨리고 장해진이 제 손으로 자신의 딸을 감옥에 보내는 모습을 지켜보겠다며. 만약 장소월의 재미를 보려는 거라만 내가 먼저...”

서철용이 게걸스럽게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너만 괜찮다면 우리 둘이... 같이 해도 돼. 우린 친구잖아. 그런데 말이야... 난 지금까지 네가 여자 몸에 손대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너 설마 거기에 문제라도 있는 거야?”

전연우가 차갑게 굳은 얼굴로 쏘아붙였다.

“한마디만 더 하면 벙어리로 만들어 버릴 테니까 알아서 해.”

서철용의 가는 뱀눈에 붉은 핏줄이 서렸고 피라도 물든 듯한 붉은 입술은 비열하게 위로 곡선을 그리며 올라갔다. 그가 어깨를 들썩거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왜? 싫어? 전연우, 너 이런 모습 처음이야!”

“...”

장소월을 떠올리니 전연우는 손에 움켜쥐었던 모래가 걷잡을 수 없이 유실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마음속 어딘가 커다란 구멍이 뚫렸고 어떻게 메워야 할지 알 길이 없었다.

늘 어딘가 찝찝한 기분이었다.

“10년이나 같이 있더니 정이라도 들었어? 우리 내기 하나 할까? 네가 장소월을 사랑하게 될지 아닐 지로 말이야. 네가 이기면 이 군림 공천 회관의 10퍼센트 주식을 넘겨주고 네가 언제든 수족으로 부릴 수 있는 부하가 될게.”

전연우가 소파 위에 걸쳐놓은 정장 외투를 입은 다음 단추를 채우며 말했다.

“심심해?”

“왜? 무서워?”

옷을 다 입은 전연우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를 쏘아보았다.

“네 생각에 너와 장소월 중 누가 더 살아있을 가치가 높은 것 같아? 장소월을 건드리고 싶다면 마음대로 해. 하지만 장해진에게 걸리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걸리면 누가 더 비참하게 죽을지 너도 잘 알고 있겠지?”

전연우가 말을 마친 뒤 걸음을 옮겼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 걸을 때마다 살얼음 같은 분위기는 점점 더 사람으로 하여금 오금이 저려오게 만들었다.

돌연 그가 문 앞에서 걸음을 멈춘 뒤 서철용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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