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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화

Author: 차라
그의 눈빛은 마치 그녀를 잡아먹기라도 할 듯 사나웠다.

장소월은 차마 그와 눈을 마주칠 수 없어 침대 한 켠에 앉아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그녀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와 오빠의 보살핌 속에서만 살았다는 생각에 집 밖 세계도 한 번쯤은 경험해보고 싶었어요. 오빠... 죄송해요... 다시는 이런 일 없을 거예요. 다시는 성질을 부리지도 않을게요.”

지금 전연우와 맞서는 건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

전연우는 이미 26살인 데다 장해진은 일찍 퇴직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가 확실히 회사를 물려받고 권력을 꿰찬다면 그녀는 도마 위의 생선이 되어 절대 그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 없게 된다.

그녀는 절대 전연우를 이길 수 없다. 장수월은 일찍 깨달았어야 했다. 장씨 가문에서 도망칠 수 없다면 집안의 말에 고분고분 따를 수밖에 없다는 걸 말이다.

전연우와 결혼하지만 않는다면 전생의 비극은 시작되지 않을 것이다.

“아빠는 저더러 대학을 졸업한 뒤 결혼하라고 하셨어요. 전 그 말씀에 따를 거예요. 하지만 결혼 상대에 대해선... 오빠, 남편감은 제 손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아빠를 설득해 주실 수 있어요? 불행한 결혼생활을 보내고 싶진 않아요.”

전연우의 눈동자에 순간 어둠이 비쳤다. 이어 그는 이내 미소를 짓더니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소월아, 넌 아직 어려서 그런 것들은 생각할 필요 없어. 지금은 몸조리나 잘해. 앞으로의 일은 앞으로 다시 얘기하면 돼.”

할 수만 있다면 장소월은 정말이지 그의 뺨에 힘껏 따귀를 날려버리고 싶었다. 그녀가 소리쳤다.

“이 모든 상황은 다 오빠가 만든 거잖아요. 내 앞에서 뭣 하러 좋은 사람인 척하는 거예요? 내 계획은 모두 오빠로 인해 망가져 버렸단 말이에요.”

어린 새가 겨우 날개를 얻었건만, 이제 그 어린 새는 마지막 털 하나까지 깡그리 뽑혀버렸다.

그때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전연우 씨, 검사는 이미 마쳤습니다. 백윤서 씨는 괜찮으세요. 병원비만 지불하고 가면 될 것 같아요.”

장소월의 눈에 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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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소월은 그릇을 들고 일어서며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그녀는 부엌으로 가서 그릇을 깨끗이 씻었다. “오늘은 빨래도 해야 해서요. 그냥 집에서 기다릴 거예요.”손이준이 짧게 말했다.“마음대로 해요.”부엌을 다 사용한 후, 손이준은 깨끗하게 치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장소월은 위층으로 돌아가 소현아의 방을 정리했다. 소현아에겐 이불 속에 간식을 숨겨두고 밤중에 몰래 먹는 버릇이 있었다. 임신 중인 그녀를 위해 과자 섭취를 금지했지만, 이불을 들춰보니 아직 다 먹지 않은 과자 봉지가 놓여 있었다. 장소월은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그녀는 침대 시트와 이불, 그리고 베갯잇까지 모두 새것으로 갈아 놓았다. 이곳은 경제 발전이 더딘 곳이라 세탁기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물조차 마음대로 쓰지 못했다.장소월은 세숫대야를 들고 공동 세탁실로 향했다. 평소 사람들로 붐비는 그곳이지만, 오늘은 웬일인지 아무도 없었다. 그녀가 소매를 걷어 올리고 땅바닥에 쭈그려 앉아 수돗물을 틀려는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엄마...”아이가 끌어안는 바람에 그녀는 하마터면 중심을 잃고 넘어질 뻔했다.“월아? 머리카락 왜 이렇게 됐어?”“불에 탔어요.”“뭐라고?” 또 다른 누군가의 목소리에 장소월은 뒤를 돌아보았다. 아이 옆에 손이준이 물통을 들고 서 있었다. “이준 오빠? 빨래하러 오신 거예요?”“네.”장소월은 월이의 머리카락에서 불에 그을린 탄 냄새를 맡았다. “월아, 너 머리 왜 탄 거야?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나쁜... 나쁜 거 잡으려고... 몰래... 먹었어.”“무슨 뜻이야?”손이준은 물통에 물을 반쯤 채우고 그녀에게 설명했다. “쥐가 나타나서 월이의 과자를 먹어치웠어요. 잠시 다른 일을 하는 사이에 쥐를 잡겠다고 아궁이에 들어갔더라고요. 그 바람에 머리카락이 탄 거예요.”장소월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큰일 날 뻔했네요. 다른 곳은 안 다쳤어요?”“아파! 엄마... 호호.”월이는 조심하지 않아 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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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시아를 처리했으니, 다음은 서철용 차례다.두 번의 삶의 기억을 가진 전연우는 잠시 그를 남겨두는 것에 나름의 목적이 있었다.전화가 끊어졌다.장소월은 마치 물에 빠진 듯, 몸이 둥둥 떠다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예전 그녀는 늘 깨어났다가 다시 잠들기를 수십 번 반복했었다. 오늘처럼 깊이 잠든 건 그야말로 처음이었다.평소에는 작은 소리만 들려도 깨어나기가 일쑤였는데...사실 전연우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저 우연히 옷장 속에 숨겨둔 약병을 발견했을 뿐이었다. 그 약이 우울증 치료제라는 것을 전연우가 모를 리 없었다.과거 장소월이 죽은 후, 전연우는 그녀가 쓰던 옷방에서 엄청난 양의 이런 약을 발견했었다.장소월은 그야말로 오랜만에 깊은 잠을 잘 수 있었다. 잠에서 깨어났을 때, 몸이 묘하게 가벼워진 느낌이 들었다.시간을 확인하니, 겨우 아침 9시였다.옷을 갈아입던 중, 그녀는 침대 옆에 놓인 두 개의 약병을 발견했다. 혹시 어젯밤 실수로 수면제를 먹은 걸까? 하지만 옷장에서 약을 꺼냈던 기억은 꽤나 선명했다.어젯밤 어떻게 기절했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방에서 나온 순간 아래층에서 소리가 들려왔다.‘왜 이렇게 일찍 돌아왔지?’음식 냄새를 맡은 장소월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음식을 만들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손이준이였다.“이준 오빠? 왜 여기에...?”손이준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프라이팬 속 음식을 저으며 말했다. “어젯밤 어떻게 된 거예요? 갑자기 쓰러지더라고요. 혹시 어디 아픈 데라도 있는 거예요?”장소월이 하려던 질문을 그가 쏟아내자 이상하게 상황이 역전된 것 같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장소월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별일 아니에요. 저혈당 때문에 잠시 정신을 잃었던 것 같아요.”“그럼... 이건...”손이준이 말했다. “가게에 손님이 왔는데 가스가 떨어져서 어쩔 수 없이 잠시 여기 주방을 빌렸어요. 그 보답으로 점심은 내가 만들어줄게요.”장소월은 기억이 나지 않아 미간을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89화

    그녀는 분명 아직 꽃다운 젊은 나이다. 하지만 스스로 쌓아 놓은 마음의 문턱을 좀처럼 넘지 못하고 있다.장소월은 약병 뚜껑을 열어 손바닥에 몇 알을 쏟았다. 살펴보니 약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았다.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그저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보는 수밖에 없다.“뭘 먹고 있는 거예요?”남자가 앞치마를 두르고 손에는 요리 도구를 든 채 문 앞에 서서 말했다. 왠지 아까보다 얼굴빛이 더 차가워진 것 같았다.장소월은 재빨리 약을 삼키고 주머니에 쑤셔 넣은 후 아무 일 없다는 듯 말했다. “별거 아니에요. 고질병이 도져서 진통제 좀 먹었어요. 선... 아니, 오빠... 여긴 어쩐 일로 오셨어요? 무슨 일 있는 거예요?”손이준은 싸늘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 “소금이 없어서요.”그제야 장소월은 깜빡했다는 듯 말했다. “아, 맞다. 사 오려고 했는데 깜빡 잊어버렸어요.”“지금 사 올게요.”몇 걸음 내디뎠을 때, 약을 먹어서인지 갑자기 현기증이 느껴졌다.장소월은 비틀거리며 벽을 붙잡았다. 순간 손이준의 얼굴이 흐릿하게 보이기 시작했다.몇 분 뒤, 그녀는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손이준으로 위장한 전연우는 쓰러지는 장소월을 품에 안았다.더 이상 차갑지도, 냉담하지도 않은 전연우의 눈빛이었다. 그는 가면을 내려놓고 예전 같은 탐욕스럽고 강렬한 눈빛으로 품 안에 있는 여자를 바라보며 조심스레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소월아, 내 아내...”“정말... 보고 싶었어!”그 한마디에 장소월은 억지로 눈을 떴지만, 그저 단 한 순간이었을 뿐 곧바로 다시 정신을 잃고 쓰러져버렸다.전연우는 그녀를 침대에 눕히고, 팔을 괴고 엎드려 그녀를 꼼짝 않고 바라보고 있었다.발걸음 소리가 가까워지더니, 누군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보스, 식사는 모두 준비되었습니다. 지금 가져다드릴까요?”전연우는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나직이 말했다. “병원에 있는 놈들에게 내일 다시 오라고 전해. 오늘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88화

    장소월이 장을 보고 돌아와 보니 거실은 손이준의 손에 말끔하게 청소되어 있었다.“이러실 필요 없어요. 손님으로 오셨잖아요.”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장소월은 부엌으로 가서 물을 끓여 차를 우려냈다.“선생님, 차 드세요.”낯설고 거리감이 느껴지는 호칭에 손이준은 손에 들고 있던 먼지떨이를 내려놓고 말없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이어 그는 무심한 표정으로 부엌에 가서 장소월이 뭘 사 왔는지 살펴보았다.“왜 그러세요?”손이준이 덤덤하게 말했다. “다른 사람이 만든 음식은 입에 맞지 않아서요. 쌀 씻어 놔요. 물은 손가락 두 마디 높이로 붓고요.”장소월이 난처한 듯 만류했다.“이... 이러시면 안 되죠. 그냥 제가 할게요.”손이준은 냉정한 목소리로 정곡을 찌르며 말했다. “요리 나보다 잘해요?”장소월은 말문이 막혀버렸다. “그럼 부탁드릴게요, 선생님.”손이준은 고개를 숙여 채소를 다듬으며 말했다. “호칭이 너무 듣기 거북하네요. 그냥 이준이라고 이름을 부르던가, 아니면 오빠라고 불러요.”장소월은 어쩔 줄 몰라 하며 머뭇거렸다.“저보다 나이가 많으신 것 같으니... 그럼... 이준 오빠라고 부를까요?”그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손이준은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고 퉁명스럽게 대답했다.“마음대로 해요.”손이준은 누구에게나 차갑고 냉담하게 대하며 거리감을 유지하는 감정 없는 로봇 같은 사람인 듯했지만, 또 그렇게만 보기도 어려웠다.솔직히 오빠라는 호칭은 너무 친밀한 느낌이라 그녀는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장소월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이고 있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정말 그 사람이 아닌 건가?“왜 그렇게 보는 거예요?”그의 목소리에 장소월은 바로 고개를 들고 시선을 피하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럼 부탁드릴게요.”장소월은 위층 방으로 올라가 닫혀 있는 옷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까 나갈 때 분명 문이 열려 있었던 것 같은데... 그녀는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87화

    “나한테 하는 것처럼 똑같이 잘해줘... 어린아이 챙겨주는 것처럼 해도 돼, 응?”세 사람의 관계는 확실히 한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 때문에... 평소 장소월은 소현아를 좀 더 챙기려고 노력했었다.하지만 강용은 워낙 솔직한 성격이라 장소월 앞에서는 소현아에게 함부로 대하지 않았지만, 뒤돌아서면 감히 3미터 안으로 접근하지도 못하게 했다. 소현아는 그의 차가운 눈빛만 봐도 두려움에 떨곤 했었다.소현아가 강용과 함께 있기를 원한다는 걸 알지만, 장소월은 그녀에게 어떤 말도 해줄 수 없었다. 그저 강용이 소현아를 어린아이 대하듯 조금만 더 잘해주길 바랄 뿐이었다.“현아는... 그저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일 뿐이야. 강용, 현아는... 우리 친구잖아.”강용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앞으로는... 좀 더 잘해주도록 할게.”“그러니까 나 밀어내지 마.”장소월이 말했다.“꼭 약속 지켜줘.”“병원에 가서 현아 좀 보살펴줘. 강용, 내가 한 말 잊지 말고.”장소월이 핏자국을 지우려 위층에 올라가 보니 이미 누군가가 깨끗하게 치워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바닥은 물기 때문에 축축해져 있었다.장소월은 방에 가서 마른걸레를 가져와 바닥에 엎드려 물기를 닦아냈다.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피비린내가 사라지자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돌아갔다.장소월은 방 안에 있는 화장실에 들어가 손을 씻었다. 그러다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인기척에 계단을 내려갔다.“여긴 무슨 일로 오셨어요?”손이준은 빨간 과일이 담긴 바구니를 들고 있었다. 바구니에서는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장소월은 그가 과일까지 들고 찾아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아까 많이 놀라셨죠?”“앉으세요.” 장소월이 소파에 앉자, 손이준도 그녀 옆에 자리 잡고 앉았다. 장소월이 대답했다.“조금요. 그래도 아기가 무사해서 다행이에요.”“선생님 따님은요?”“자고 있습니다.”길 건너편 국수 가게에서 별이는 재갈처럼 물린 고무젖꼭지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칭얼거리고 있었다.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86화

    “강용은... 내가 먼저 돌려보냈어. 현아야, 강용은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 넌 몸을 추스르는 데에만 집중해. 알았지?”강용이 보이지 않으니, 소현아는 좀처럼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소월아, 강용 밥은 제대로 먹었어? 정말 강용과는 아무 상관없어. 다 내 잘못이야. 내가 덜렁대는 바람에... 강용이 가라고 했는데도 내가 계속 기다렸어... 소월아, 강용한테 화내지 마, 응?”장소월은 화를 낼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소현아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강용은 그토록 무관심하게 그녀를 나 몰라라 해서는 안 된다. 소현아는 강용에게 맹목적인 사랑을 보여주고 있기에 자연히 마음속 저울도 그에게 더욱 기울어져 있었다.강용이 자신을 걱정하는 마음에 소현아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건 알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녀에게 모질게 대할 필요는 없다.소현아 뱃속 아이에게 불상사가 생기기라도 했다면, 강용이 얼마나 큰 곤경에 처할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강지훈은 전연우보다도 상대하기 어려운 사람이다...북경 감옥이 어떤 곳인가?그곳에 갇힌 사람들 중 살아 돌아온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강용이 강지훈에게 잡혀가기라도 한다면...장소월은 머리가 지끈거렸다.“나 화 안 났어.” 장소월은 소현아에게 다가가 이불을 덮어주며 말했다.“푹 쉬어. 난 강용 좀 만나고 올게.”소현아는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소월아, 나랑 약속해. 강용한테 화 안 내겠다고.”“알았어.”병실을 나선 뒤, 누군가 장소월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고개를 돌려보니 곁에 있던 여자아이가 그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엄마... 웃어...”장소월은 그제야 손이준이 아직 병원에 남아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평범한 얼굴에 어딘가 낯선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가 그녀의 바로 뒤에 서 있었다.병원에서 집까지는 몇 걸음만 걸으면 도착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였다. 월이는 지쳤는지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장소월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애교를 부렸다.“힘들어요. 엄마... 안아 줘...”“미안해, 월아. 난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85화

    “현아 어떻게 된 거야?”장소월은 앞으로 걸어가 강용의 뺨을 후려쳤다. “너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현아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너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장소월은 손이준과 함께 서둘러 병원으로 향했다. 이곳 마을에 있는 병원은 시설이 썩 좋지는 않았지만 기본적인 것들은 갖춰져 있었다.병원에선 출혈이 있는 임산부를 보자마자 수술실로 옮겼다. 장소월은 수술실 밖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강용이 땀을 뻘뻘 흘리며 달려와 물었다.“현아 대체 어떻게 된 거야?”장소월은 차가운 목소리로 그를 질책했다. “그건 내가 너한테 물어야 할 말이야. 왜 그렇게 현아한테 모질게 대하는 거야? 현아가 너한테 뭘 잘못했는데?”“단지 현아가 널 좋아한다는 이유로?”“강용, 내가 말 했잖아, 현아는 순수한 어린아이 같은 사람이라고! 나한테 화났다는 거 알아. 하지만 그걸 왜 현아한테 풀어? 임신한 거 뻔히 알면서!”강용은 유구무언이었다. “미안해.”“가 버려.” 장소월은 괴로움에 이마를 짚었다.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강용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용서 구할게.”장소월은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말을 아꼈다. “현아가 괜찮아진 다음에 다시 이야기하자.”“오늘 일 감사했습니다.”손이준이 아이를 안아 올리며 말했다. “별말씀을요.”“여긴 저희가 지키고 있으면 되니까 바쁘실 텐데 먼저 가셔도 돼요.”손이준이 떠나고 30분 뒤, 소현아가 수술을 마치고 수술실에서 나왔다. 검사를 마친 의사가 말했다. “아이는 괜찮습니다. 다만 유산기가 조금 있었는데, 다행히 빨리 병원에 오셔서 위험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임산부는 일반 병실로 옮겨 충분히 휴식을 취하면 회복할 겁니다.”그야말로 천만다행이었다.“수고하셨습니다.”장소월이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일반 병실, 소현아는 한동안 링거를 맞은 끝에 서서히 깨어났다. “소... 소월아.”“내 아기 괜찮아?”장소월은 그녀에게 다가가 손을 꼭 잡아주었다.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84화

    소현아는 위층 강용의 방으로 향했다. 그는 방 안 소파에 앉아 분노를 쏟아내듯 게임기를 두드리고 있었다.소현아는 열린 문틈 사이로 조심스레 고개를 들이밀었다. 두 손에는 음식을 가득 담은 그릇이 들려 있었다. “강용, 나 들어갈게.”강용은 TV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못마땅한 듯 말했다. “꺼져! 들어오기만 해봐!”소현아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그를 쳐다보았다. “밥 갖다 주러 왔어. 네가 싫다면 안 들어가고 문 앞에서 기다릴게. 먹고 싶어지면 말해, 그때 갖다 줄 테니까.”그녀는 문 앞에 우두커니 서서 꼼짝 않고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뜨거운 시선이 강용은 너무나도 신경이 쓰였다. 심지어 짜증스러움까지 느껴졌다.그는 얼음처럼 차가운 눈빛으로 햇볕 아래 땀으로 흠뻑 젖은 소현아를 쏘아보고는 못마땅한 듯 시선을 돌리고 외면해 버렸다.하지만 오랫동안 참아내지는 못했다.강용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쾅 하고 문을 닫아 버렸다.“강...”소현아는 눈앞에서 매몰차게 닫히는 문을 멍하니 바라보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식사를 마친 뒤, 장소월은 남은 음식을 냉장고에 넣어 보관했다. 월이는 그녀가 가는 곳마다 줄곧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장소월은 물소리를 듣고 시선을 돌렸다. 손이준이 싱크대 앞에 서서 설거지를 돕고 있었다.장소월이 말했다.“그릇들은 그냥 놔두세요. 설거지 안 하셔도 돼요.”손이준은 냉담하게 대꾸했다.“전 남에게 빚지는 거 좋아하지 않습니다.”장소월은 입술을 잘근 깨물고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깨끗이 설거지를 마친 손이준이 물었다. “그릇은 어디에 두면 되죠?”“오른쪽 찬장 아래에 놓으면 돼요.”장소월이 그에게 휴지 몇 장을 뽑아 건넸다. “닦으세요.”손이준은 무표정한 얼굴로 휴지를 받아 들었다.“감사합니다.”“오늘 신세 많았습니다. 할 일이 있어 이만 가보겠습니다.”장소월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지어졌다.“네.”“안... 안 가. 엄마...”월이는 장소월의 다리를 꼭 붙잡고 올려다보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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