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린이한테 전화해서 집으로 돌아오라고 해요.”“네?”이도하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이 시각, 김하린은 한창 강한나와 함께 클럽 룸에서 신나게 즐기고 있었다.기분이 안 좋은 김에 어쩌다 건하게 마셔보기로 했다. 알코올 효과인지 기분 안 좋은 일이 머릿속에서 싹 사라졌다.핸드폰이 울리고, 전화를 받았을 때 전화기 너머에서 이도하의 머뭇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사모님, 대표님께서 집으로 돌아오시라고 합니다.”“네? 뭐라고요? 오라고 하면 가야 해요? 걔가 뭔데요!”김하린의 취한 목소리에 이도하가 이상함을 감지했다.“사모님, 지금 어디 계세요?”“박시언이 없는 곳이요!”그러면서 아예 전화를 끊어버렸다.강한나가 김하린을 안으면서 배시시 웃었다.“우리 둘만 있으니까 심심하네. 언니가 재밌는 거 보여줄게!”“재밌는 거요?”강한나가 벨을 누르자 클럽 매니저가 웃으면서 들어왔다.“강한나 씨, 뭐 필요한 거 있으실까요?”“여기서 제일 잘생긴 남자 모델분들 다 데려오세요!”“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뒤이어 잘생긴 남자들이 줄줄이 들어오자 김하린이 깜짝 놀라고 말았다.늘 착하게만 살았던 그녀는 이런 장면을 본 적이 없었다.“어때? 짜릿하지?”강한나는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김하린을 쳐다보았고, 김하린은 긴장한 나머지 침을 꿀꺽 삼켰다.‘짜릿하긴 한데 난 유부녀잖아...’“보기만 하면 재미없지.”강한나는 남자 모델들을 두 사람의 옆에 앉혔다.“누나 너무 예쁘세요.”이때 남자 모델 중 한 명이 귓가에 속삭이자 김하린은 순간 얼굴이 발개졌다.한 번도 누나라도 불려본 적이 없었다.이 시각, 이 두 여자의 문자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 두 남자가 있었다.서도겸이 미간을 찌푸리면서 물었다.“누나가 하린이를 데리고 어디로 갔지?”배주원이 급하게 타자를 하면서 말했다.“걱정하지 마. 내가 지금 인맥을 동원해서 물어보고 있으니까 곧 소식 있을 거야!”얼마 지나지 않아 배주원은 클럽 사장의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배 도련님,
배주원은 입으로는 이렇게 말하고 있지만 누구보다도 초조했다. 이 둘은 쏜살같이 집을 나서서 클럽으로 향했다.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클럽 사장은 배주원과 서도겸이 차에서 내리자 냉큼 허리 굽혀 인사했다.“배 도련님, 서 도련님, 아직 안 가셨습니다. 제가 잘 지키고 있었습니다.”배주원이 발걸음을 멈추면서 물었다.“그러면 지금까지 그 남자 모델들이랑 룸에서 안 나왔다는 말씀이세요?”클럽 사장이 머쓱하게 웃었다.바보가 아닌 이상 무슨 상황이 벌어질지 누구나 다 짐작할 수 있었다.“이런 젠장!”배주원이 발걸음을 재촉하면서 물었다.“어느 룸인데요?”“여기요!”클럽 사장이 문을 열어주려고 할 때, 배주원이 아예 발로 걷어차 버렸다.룸 안, 김하린과 강한나는 남자 모델들의 중심에 앉아 한껏 흥분된 모습이었다.“어머! 주원이랑 도겸이 아니야!”강한나의 갑작스러운 한마디에 김하린도 이 둘을 발견했다.두 남자는 어두운 표정으로 방안을 쳐다보고 있었다.“누나, 이 두 사람도 부른 거예요?”남자 모델 중 한 명이 김하린에게 끈적하게 물었다.술이 좀 깬 김하린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배주원의 표정은 어둡기 그지없었다.“전부 다 꺼져!”클럽 사장이 눈빛을 보내자 남자 모델들은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차리고 황급히 밖으로 나갔다.“가지 마! 좀 더 있다가 가! 왜, 안 마셔?”배주원은 어두운 표정으로 남자 모델들을 잡으려는 강한나를 말렸다.“이런 곳에서 뭐 하는 짓이야! 돌았어?”“누나한테 무슨 말버릇이야! 난 너보다 나이가 많아!”강한나는 취해서 제정신이 아니었다.배주원은 강한나를 들어서 안으면서 말했다.“쓸데없는 말 그만하고! 집에 가!”“어머, 동생 팔 힘 좀 봐. 나 이런 거 좋아해!”배주원의 표정은 이보다 더 어두울 수가 없었다.김하린도 따라서 자리에서 일어나려다 술을 마셔서인지 휘청거리다 서도겸의 품에 안기게 되었다.“중심을 못 잡겠어?”서도겸의 중저음 목소리에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졌다.김하린은 애써
이미 쿨쿨 자고 있는 강한나는 배주원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다.뒷좌석에 앉은 김하린도 따뜻한 에어컨 바람에 해롱해롱해지면서 얼굴도 더 빨개졌다.서도겸은 뒤에 트렁크에서 담요 하나를 꺼내 김하린에게 덮어주었다.“잠깐 자고 있어. 곧 도착할 거야.”김하린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피곤했는지 역시나 창가에 기대어 잠들어 버리고 말았다.이 시각, 조용히 서재에서 태양혈을 어루만지던 박시언은 핸드폰을 확인했지만 여전히 김하린의 문자는 없었다.잠시 후, 이도하의 연락을 받게 되었다.“하린이는요?”“클럽에 있는 것 같습니다.”“클럽이요?”박시언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김하린은 클럽 같은 곳을 가는 사람이 아니었다. 가장 최근에 클럽에 간 것은 한태형과 만났을 때였다.‘지난번 온라인에서 떠들썩했는데 어떻게 또 거기에 갈 생각을 했지?’“아마도요. 너무 시끄러워서 잘 듣지는 못했는데... 사모님께서 술에 취하신 것 같았고... 돌아오기 싫다고 하셨습니다.”이도하의 말에 박시언은 화가 났다.“빨리 찾아서 데려오세요! 한밤중에 혼자서 클럽까지 가고. 미친 거 아니에요?”“대표님, 걱정하지 마세요. 이미 사람을 보냈으니 곧 연락이 올 거예요.”전체 해성에 있는 클럽마다 아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사람 하나 찾는 일은 아무것도 아니었다.박시언이 말했다.“하린이를 찾는 대로 저한테 연락주세요.”“네. 대표님.”전화를 끊은 박시언은 왠지 모르게 가슴이 답답했다.이때,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오면서 소은영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녀는 박시언이 외투를 챙기는 모습에 멈칫하고 말았다.“이 늦은 시간에 어디 가려고요?”“잠깐 나갔다 올게. 시간도 늦었는데 일찍 자.”박시언은 별로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소은영이 커피 한잔을 건네면서 말했다.“업무 처리하러 가시는 거예요? 이거 방금 타온 커피인데 마시고 가요. 그러면 정신이 좀 들 거예요.”“하린이 찾으러 갈 거야.”소은영은 또 멈칫하고 말았다.“하린이 언니 찾으러요?”“응.”박시언은 차
아직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소은영은 박시언이 어두운 표정으로 돌아오자 혹시나하는 마음에 물었다.“하린 언니는... 같이 안 왔어요?”박시언의 표정이 더욱 어두워졌다.“돌아오기 싫으면 영원히 돌아오지 말라고 해.”박시언의 말에 소은영은 속으로 좋아했다.‘김하린 이년 멍청하긴. 분명 대표님 마음을 얻을 기회가 있었는데 이렇게 놓치다니. 차라리 잘됐어. 그년이 없는 동안 대표님한테 접근해서 마음을 빼앗아야지.’박시언의 옆모습을 보고 있던 소은영은 그의 마음을 빼앗아 올 자신이 있었다.예전부터 다른 사람들과 자신을 다르게 대하는 박시언이 자신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다.다음 날 아침, 몽롱한 상태로 잠에서 깨어난 김하린은 눈을 뜨자마자 어딘가 낯선 천장을 마주하게 되었다.머리가 지끈거리는 와중에 어제저녁 강한나와 함께 클럽에 가서 남자 모델과 함께 놀다 배주원과 서도겸에게 붙잡혀 간 기억은 있었지만 차에서 잠들어 버린 이후로 아무런 기억이 없었다.똑똑.노크 소리가 들려오자 김하린이 말했다.“들어오세요.”문 열고 들어온 사람은 다름아닌 강한나였다. 그녀가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하린아, 미안해. 내가 어제 술을 너무 많이 마셨지.”“괜찮아요. 기분만 좋으면 됐죠, 뭐.”“얼른 씻고 일어나 밥 먹어!”배주원이 주방에서 외쳤다.방문을 나서서 거실에 갔더니 서도겸, 배주원이 모두 다 있었다.이 집 인테리어는 전체적으로 단조로웠고 가구도 얼마 없어 깔끔해 보였다. 장식품들은 시중에서 파는 것이 아닌 장인의 손길로 만들어진 작품으로 보였다.“거기서 멍때리고 뭐해. 얼른 씻어. 밥 이미 차렸으니까.”배주원이 멍때리고 있는 김하린을 재촉했다.김하린은 자신이 입고있는 잠옷을 보고 강한나의 옷깃을 잡아당겼다.강한나는 바로 그녀의 의혹을 알아차리고 귓가에 소곤거렸다.“이집 아주머니가 갈아입혀 준 거야.”“여기가 도겸이 집이에요?”“응.”강한나가 말했다.“도겸이 어릴 때 해성에서 자랐어. 출국하는 바람에 오래 비워둔 집이야.”김하린이 고개
배주원의 말에 세 사람의 시선은 모두 김하린에게 향하게 되었다.김하린은 황급히 표정을 숨기면서 뜨거워진 얼굴을 감쌌다.“그러게... 감기 걸렸나 봐.”“감기 우습게 보면 안 돼. 이따 도겸이한테 병원까지 데려다 달라고 해.”옆에 있던 강한나는 이 둘에게 둘만의 시간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김하린이 고개를 흔들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조금 있으면 나을 거예요.”강한나가 김하린을 자리에 앉혔다. 조촐한 서도겸의 앞접시와는 달리 세 사람의 아침은 풍성하기만 했다.어제 술을 마셔서 아침에 해장국이 필요했는데 마침 해장국이 차려져서 허겁지겁 마시기 시작했다.서도겸은 한두 입만 먹고 자리에서 일어나 설거지하고는 외투를 챙기더니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그러자 배주원이 물었다.“아침부터 어디가?”“잠깐 나갔다 올게.”서도겸은 바로 집 문을 나섰다.배주원이 중얼거렸다.“아침부터 장 보러 나가나?”강한나는 배주원이 한심하기만 했다.“멍청하긴!”반 시간 뒤, 다들 조용히 아침을 먹고 있을 때, 서도겸이 커다란 쇼핑백 하나를 들고 들어왔다.배주원은 그 쇼핑백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물었다.“뭐야... 정말 장 보러 간 거야?”서도겸은 쇼핑백에서 바나나, 포도, 사과, 그리고 요구르트 등 숙취에 좋은 음식들을 꺼냈다.“숙취에 좋은 거야.”서도겸은 담담하게 말하면서 과일칼로 사과를 깎기 시작했다.강한나가 배주원의 팔짱을 끼면서 말했다.“우리 동생 장난 아닌데? 다시 보게 되네?”“이게 뭐 그리 대단하다고. 나도 깎을 수 있거든?”“지금 사과 깎는 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강한나와 배주원이 투닥거리고 있었다.서도겸은 능숙한 솜씨로 사과껍질을 깍아 작은 조각으로 썰어 김하린의 앞에 가져다주었다.강한나가 일부러 장난쳤다.“어머, 지금까지 살면서 왜 난 네가 누나한테 사과 깎아주는 모습을 못 봤지? 별일이네.”“잠깐만, 내가 지금 깎아주고 있잖아.”배주원은 강한나의 옆에서 배시시 웃으면서 사과를 깎고 있었다.강한나가 장난치지 말라면서
서도겸이 담담하게 대답했다.김하린이 말했다.“과일 고르는 솜씨가 우리 집 아주머니보다도 나아.”서도겸이 피식 웃었다.차마 하나하나 먹어보면서 고르느라고 시간이 오래 걸렸다는 사실을 알릴 수가 없었다.윙-안방에서 미세한 핸드폰 진동 소리가 들려오자 강한나가 말했다.“누구 핸드폰이 울리는데?”이들은 서로 쳐다만 볼 뿐이다.배주원이 말했다.“내 핸드폰은 진동모드가 아니야.”서도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강한나는 핸드폰을 꺼내면서 말했다.“내건 여기 있어.”김하린은 그제야 어제 이도하의 전화를 끊고 귀찮은 마음에 진동모드로 바꿔놓은 사실이 떠올랐다.그래서 부랴부랴 안방으로 달려갔다.윙-발신자는 다름아닌 이도하였다.김하린이 황급히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이도하는 김하린의 목소리를 듣고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사모님, 이제야 전화를 받으시네요.”“무슨 일 있으세요?”“대표님께서 어제 온 저녁 찾으셨어요. 서도겸 씨와 함께 클럽을 떠났다는 말을 듣고 화가 나서 전화를 끊어버리더라고요. 오늘은 출근도 안 하셨고요. 혹시 대표님 연락되시면 출근해야 한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까요? 급히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요.”“저를 찾았다고요?”김하린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왜 갑자기 나를 찾는 거지? 내가 죽든 살든 관심이 없잖아.’핸드폰을 확인하자 정말 부재중 전화가 수십 통 와있었다. 하지만 새벽 3시쯤 되었을 때, 박시언은 더는 연락하지 않았다.“사모님, 그래도 대표님께서 많이 신경 쓰고 계세요. 대표님께 연락이라도 해보세요. 혹시나...”“알았어요. 고마워요. 도하 씨.”김하린은 박시언에게 문자를 보내려다 직접 전화하기로 했다. 전화 연결음이 울리자마자 전화기 너머에서 냉랭한 기계음이 들려왔다.“지금 거신 전화는 통화 중입니다.”김하린은 인내심을 가지고 박시언에게 문자를 보냈다.[어제 술을 마시느라 못 봤어. 날 찾았어?]문자를 보내자마자 갑자기 뜨는 차단 알림에 김하린의 표정이 어두워졌다.‘박시언 지금
“사모님! 이제야 오셨네요!”유미란이 이 정도로 반기는 걸 보니 아주 서러운 모양인 것 같았다.“아주머니, 시언이 집에 있어요?”“네! 집에 계세요!”유미란이 머뭇거리면서 말했다.“그런데 소은영 씨도 있어요...”유미란은 소은영 생각에 이를 꽉 깨물었다.김하린은 그녀가 이곳에 있다는 말에 전혀 놀랍지 않았다. 그저 최미진이 왔다 갔는데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에 놀랄 뿐이다.‘할머니를 등질 정도로 은영 씨를 좋아하나 봐.’도어락에 지문을 갖다 댔을 때 불일치라는 알림이 떴다.그러자 유미란이 말했다.“어젯밤 도련님께서 돌아오자마자 비밀번호를 전부 바꾸라고 하셨습니다.”유미란이 대신 새로 바꾼 비밀번호를 눌러서야 김하린은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박시언은 거실에서 소은영에게 열심히 공부를 가르쳐주고 있었다. 두 사람은 마치 열애 중인 커플처럼 분위기가 좋아 보였다.“켁! 켁!”유미란이 마른 기침하면서 박시언에게 말했다.“도련님, 사모님 오셨습니다.”유미란은 일부러 ‘사모님’을 강조해서 말했다.박시언은 그제야 고개 들어 김하린을 낯선 사람처럼 차갑게 쳐다보았다.“누가 우리 집 들어오라고 했어?”박시언의 말투에는 불만이 가득했다.“대표님, 왜 화를 내요. 언니가 물건 챙기러 왔을 수도 있잖아요.”소은영이 김하린을 향해 웃으면서 말했다.“언니, 까먹고 챙기지 않은 물건이 있으시면 저한테 말씀하시지 그러셨어요. 그러면 직접 오실 필요도 없이 제가 택배로 보내드렸을 텐데.”김하린은 소은영을 냉랭하게 쳐다보고는 박시언에게 말했다.“오늘 회사 안 갔어?”박시언이 피식 웃었다.“네가 뭔데 날 감시해?”“내가 감시하는 게 아니라 도하 씨가 너 연락 안 된다고 전화 왔었거든. 출근하라고 말하러 온 것뿐이야.”김하린의 말투는 차갑기 그지없었다.박시언이 무심하게 말했다.“나 바빠. 시간 없어.”김하린은 한창 박시언의 수업을 받고있는 소은영을 보면서 말했다.“이래서 시간이 없는 거야?”소은영이 미안해하면서 말했다.“언니, 제
김하린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이곳을 떠났고, 소은영은 박시언의 손을 잡으면서 말했다.“대표님, 언니가 홧김에 한 말일 거예요. 마음에 두지 말고 화 푸세요.”박시언이 손을 빼버리자 소은영은 멈칫하고 말았다.이때 그가 담담하게 말했다.“회사에 처리할 거 있으니까 공부하고 있어. 필요한 거 있으면 아주머니한테 말씀드리고.”“대표님...”박시언을 잡으려고 했지만 가차 없이 떠나버렸다.밖에서 마당을 쓸고 있던 유미란은 소은영을 향해 콧방귀를 꼈다.‘부부싸움 하는 것 가지고, 정말 안주인이라도 된 줄 알았나 봐?’유미란의 표정에 소은영은 화가 치밀어올랐다.김하린은 학교 맞은편에 있는 아파트로 돌아갔고, 점심이 되자 강한나가 방문했다.강한나가 흥분하면서 말했다.“정말 박시언한테 이혼하자고 말했어? 대답했어?”김하린이 곰곰이 생각하더니 말했다.“대답 안 했어요.”“그러면 대답한 거나 다름없는 거지. 내 개인 변호사한테 이혼서류를 준비하라고 할게. 재산을 전부 뺏어서 빈털터리로 만들어 버리자고!”흥분한 강한나는 지금 바로 김하린을 끌고 변호사 사무실로 가고 싶었다.김하린이 고개를 흔들었다.“아마도 이혼 못 할 거예요.”“왜?”강한나가 멈칫하더니 말했다.“이혼할 마음이 있었으면 제가 먼저 말 꺼낼 필요도 없이 진작에 저랑 이혼했겠죠.”“그렇긴 한 데... 그런데 왜...”강한나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처음부터 서로 이용하려고 맺어진 혼인이었어요. 박씨 가문과 김씨 가문은 아직 서로 이용 가치가 있는 거예요. 그래서 저희가 이혼하면 안 되는 거고요. 시언이 할머니께서도 저를 손주며느리로 엄청나게 예뻐해 주셔서 은영 씨 하나 때문에 저랑 이혼하지 못하게 할 거예요.”김하린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오늘 집을 나서면서 일부러 유미란 앞에서 이혼을 언급한 것이다.유미란은 예전부터 최미진을 모셔 온 사람이라 이 소식을 꼭 알릴 거라고 믿고 있었다. 그러면 소은영은 바로 더 빌리지에서 쫓겨날 것이었다.강한나는 그제야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