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793화

작가: 일설연우
소욱은 평생 잊지 못했다. 여섯 살 되던 해, 어머니의 생일이었다.

그날 밤, 선황은 그의 어머니의 처소였던 미앙궁에 왔다. 그의 어머니는 몹시 기뻐하며, 이른 저녁에 손수 국을 끓이며 선황을 기다렸다.

유모가 자신을 데리고 나가며 다정히 말했다.

“황자님, 오늘 밤 마님께서는 황제 폐하와 시간을 보내실 거예요. 어서 가서 푹 쉬도록 하세요.”

유모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어머니께서 다시 사랑을 받을 것이고, 그러면 미앙궁의 날들도 편해질 것이라는 의미였다.

그 역시 어머니와 아버지가 화해하길 바랐다. 어머니가 다시는 슬퍼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그날 밤, 달빛이 참 아름다웠다.”

소욱의 목소리는 잠겨 있었다.

“선황께서는 몹시 지친 듯이 보였고, 침상에 누워 잠깐 눈을 붙이셨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술에 취할까 염려하여 몸소 해장국을 끓이러 나가셨지.”

“그리고 다시 대전에 돌아왔을 때, 선황께서 그 궁녀를 총애하고 계신 모습을 보셨다.”

봉구안은 손을 들어 그를 감싸 안았다. 아무 말없이 그의 마음을 달래고자 했다.

이 모든 것은 소욱이 가슴속 깊이 묻어두었던 비밀이었다.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않았던 이야기였다.

“그 궁녀는 그날 이후로 미인으로 승격됐다. 그런데 어머니는 며칠 지나지 않아 뼈만 남은 듯 수척해지셨어.”

소욱은 말을 이어갔다.

“그날 밤, 눈이 펑펑 내렸다. 꿈을 꾸다가 깨어난 나는 어머니를 찾으려 대전으로 달려갔었지. 그러나 어머니를 찾을 수 없었고, 발길이 닿는 대로 걸어갔다. 그 끝에서, 어머니께서 높은 곳에서 떨어지시는 모습을 보았다.”

소욱의 말투는 싸늘하고 무겁게 가라앉았다.

“내가 이리를 불러들인 것이었다. 내가 그 궁녀를 불쌍히 여겨 어머니 곁에 두게 했던 내 손길이, 결국 어머니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이었다.”

봉구안은 그의 아픔과 후회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소욱이 어째서 후궁의 암투와 간사한 여인들을 혐오했는지,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그는 어릴 적 이미 속고, 이용당하고, 깊이 상처받았던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폭군의 장군 황후   제794화

    어전.서왕은 요녀의 자백서를 올렸다.소욱은 한눈에 대강 훑고, 시선이 ‘북연’ 두 글자에서 멈췄다.서왕의 눈은 건조하고 핏발이 서 있었다. 그는 느긋한 어조로 말했다.“폐하, 요녀의 말에 따르면, 그 자는 북연의 간첩으로, 과거 선황을 암살하여 남제를 혼란에 빠뜨리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합니다.”“그리고 지금 북연이 다시 움직이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폐하를 암살하라는 명을 받았다고 했습니다.”소욱은 차갑게 자백서를 이리저리 살펴보았다.“네 생각에, 그 자가 한 말들 중 몇 할을 믿을 수 있겠느냐?”소욱의 목소리는 냉담했으며, 그의 눈은 티끌 하나 용납하지 않는 냉기를 품고 있었다.서왕은 솔직히 대답했다.“중형 아래에서 얻은 자백이니, 사실이 담겼을 가능성이 높습니다.”“다만 이 자가 정말로 간첩이라면, 보통 인물이 아닐 것입니다. 신 또한 얼마나 믿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하지만 선황께서 이 자의 손에 의해 피해를 입으셨다는 것은 사실일 것입니다.”“신이 선황의 생존 당시의 맥진 기록을 다시 살펴보았는데, 그 자가 독을 쓴 시기와 병증이 딱 들어맞습니다.”소욱의 시선은 겨울의 눈처럼 차가웠다.“이미 모든 걸 자백했다면, 더 이상 살려둘 필요는 없겠구나.”서왕은 고개를 숙여 명을 받들었다.“예, 폐하.”서왕은 물러날 준비를 하며 몸을 돌렸으나, 소욱이 그를 불러 세웠다.“이번에 자네가 내 모습으로 분장하여 혼자 약속 장소에 나갔다지?”서왕의 몸이 살짝 멈추었다. 황제가 오해할까 염려되어 즉각 설명을 덧붙였다.“폐하께서 혼례를 올리신 직후, 모든 크고 작은 일을 신에게 맡기시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이 간첩이 보낸 서신이 신에게 전달된 것입니다.”“신이 서신을 처음 보았을 때 의심스러웠습니다. 그러나 숙비마마의 일을 묻히게 할 수 없었기에, 부득이하게…”말을 하던 서왕은 한숨을 내쉬고 깊이 예를 올렸다.“신이 주제넘게 행동한 듯 싶습니다.”소욱은 천천히 그에게 걸어가 직접 부축했다.“내가 너를 책망하려는 뜻은

  • 폭군의 장군 황후   제795화

    감옥.완부옥은 두 손으로 감옥 문을 잡고 있었다. 평범한 죄수들과는 달리 그녀의 행동에는 요염함이 가득했다. 마치 감옥 문에 감긴 아름다운 뱀처럼 곡선미가 돋보였다. 그녀는 문 너머의 서왕을 바라보며 낮은 웃음을 흘렸다.“전하, 황제 폐하를 연모하고 계십니까?”서왕의 눈동자에 어두움이 드리웠다.완부옥은 한 손을 입가에 가져다 대며 살짝 웃었다.“제 말이 맞죠? 제가 맞춘 거죠?”그녀는 바보가 아니었다. 황성에 머문 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이미 서왕에 대한 정보를 다 조사해 두었다.지난 몇 년 동안, 서왕의 곁에는 특별히 의심스러운 애인이 없었다. 대신 그는 자주 소욱과 함께 있었고, 두 사람은 종종 어마장에서 시간을 보냈다.그런 정황을 보니, 서왕이 마음에 품고 있는 사람은 황제 소욱이 분명했다!서왕은 그녀의 웃음소리에서 조롱 섞인 악의를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참지 못하고 몸을 돌려 걸어가려 했다.완부옥은 급히 그를 불러 세웠다.“전하! 잠깐만요! 전하, 왜 갑자기 화를 내고 그러세요?”“얼굴이 그렇게 얇아서야 되겠어요?”“아니면… 제가 이 사실을 폐하께 전해볼까요?”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서왕은 다시 발길을 돌려 그녀에게 다가갔다. 감옥 문 너머로 그녀의 옷깃을 움켜잡으며 낮게 말했다.“충고하는데, 사람답게 살거라.”완부옥은 겁먹기는커녕 도리어 고개를 들어 그를 똑바로 바라봤다.“전 전하가 겁쟁이가 아닐 것이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소심하군요. 마음속에 품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표현을 할 줄 알아야 하지 않겠어요?”“안 그러면 고생은 결국 전하의 몫이 됩니다.”말이 끝나자마자 그녀는 낄낄거리며 웃었다.순간 그는 모용란의 조롱섞인 표정이 떠올랐다.모용란도 그녀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비밀을 쥐고 암암리에 자신을 협박했었다.서왕은 그런 완부옥의 태도를 참을 수 없었다.“그럼 대체 나더러 어찌 하란 말이냐!”완부옥도 결국은 모용란과 같은 부류의 사람이었다.완부옥은 그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과하게 침착한 것은 좋지

  • 폭군의 장군 황후   제796화

    즐거운 날들은 항상 짧기 마련이었다.대혼례를 치른 지 사흘째 되는 날, 소욱은 아침 조회에 나가야 했다.평소라면 정시에 기상하여 단 한 번도 게으름을 피운 적이 없었으나, 이제 옆에 절세의 미인이 누워 있으니 그저 일어나기가 아쉬웠다.전날 밤은 영화궁에서 머물렀다. 소욱은 눈을 뜨자마자 무의식적으로 옆에 있는 사람을 안으려 했으나, 허공만을 붙잡았다.그는 순간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휘장을 걷어 올렸다.“황후는 어디 있느냐!”유사양이 외전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소욱의 목소리를 듣고 급히 앞으로 나와 아뢰었다.“폐하, 황후마마께서는 동이 트기 전부터 일어나 계셨습니다. 지금은 밖에서 무예를 연마하고 계십니다.”유사양도 꽤 놀랐다. 역시 군영 출신의 황후다웠다. 황제보다 더 일찍 일어날 줄이야.소욱은 황후가 일찍 일어나 무예를 닦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처럼 이른 시각부터 일어날 줄은 몰랐다.궁전 밖.봉구안은 간소한 의복을 입고 머리를 높이 묶었다. 그녀의 머리끝이 움직일 때마다 흔들렸고, 멀리서 보면 마치 젊은 낭군처럼 씩씩하고 당당해 보였다.먼저 오금희를 통해 몸을 풀고, 새로 얻은 적연검으로 몇 가지 검술을 연마했다. 이후 장창을 잡고 무예를 이어갔다.여명 속 햇살은 마치 그녀를 편애하는 듯 전부 그녀에게 몰려드는 것만 같았다.이른 아침 일을 시작한 궁인들은 그녀를 보고 발길을 멈췄다.그들은 곳곳의 구석에 모여 몰래 지켜보았다.“황후마마께서는 정말 대단하시군요!”“예전부터 듣기로는 이 맹 소장군이 창술 하나는 일품이라고 하더니, 직접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네!”“하... 뭐라고 할까, 황후마마께서는 사내들보다 더 씩씩하시다니까. 정말 영웅호걸이 따로 없구먼. 내 가슴이 다 두근두근거리네.”“크흠!” 유사양이 일부러 크게 기침하자, 회랑 처마 아래 몰려 있던 궁인들이 놀라 모두 사방으로 흩어졌다.유사양은 소욱을 뒤따르며 몰래 그의 안색을 살폈다.세상의 모든 남자들이 그렇듯, 여인이 지나치게 눈에 띄거나 집안일

  • 폭군의 장군 황후   제797화

    소욱은 더 이상 마음속에 맺힌 말을 참을 수 없었다. 그는 봉구안을 똑바로 바라보며 집요하게 물었다.“나와 단회욱 중, 누구를 더 깊이 사랑했느냐? 네가 그에게는 다정하게 대했으면서, 어째서 나한테는 이렇게 차갑기만 한 것이냐? 네가 단회욱에게 했던 그 말들, 왜 나한테는 한 번도 해주지 않느냐?”소욱은 과거 그녀가 자신에게 했던 가장 감정 어린 말이 ‘제 마음은 폐하께 있습니다’라는 짧은 고백이라는 것을 떠올렸다.그때는 그 한마디로도 만족했지만, 이제는 그 이상을 원했다.그는 그녀가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 없이는 살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싶어졌다.소욱이 마음속 불만을 쏟아내자, 봉구안은 가만히 있다가 단 한 마디를 물었다.“제가 단회욱에게 뭐라고 말했다는 건가요?”그녀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일을, 그는 어떻게 알고 있는지 의아했다.소욱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네가 그를 '낭군'이라고 부르지 않았느냐...”봉구안의 미간이 점점 깊게 찌푸려졌다. 그리고 나서 그녀는 차분히 설명했다.“폐하께서는 단회욱과 다릅니다. 폐하는 천자이시니, 제가 폐하께 가벼운 말을 함부로 할 수 있겠습니까?”혼인 전에는 가끔 농담 섞인 말도 할 수 있었지만, 혼인 후에는 황후로서의 신분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했다.규칙은 어겨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소욱은 그녀가 자신에게 거리를 두는 이유가 그것 때문이라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다.그는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나는 네가 나를 제국의 황제로서가 아니라, 네가 사랑하는 사내로 봐주길 바란다.”그의 눈빛에는 간절한 기대감이 담겨 있었다.봉구안은 그의 말을 이해한 듯했다.갑자기 봉구안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몸을 앞으로 숙여 그의 옷깃을 움켜쥐고 위압적인 눈빛으로 내려다보았다.“낭군께서는 제가 이렇게 대하는 것을 좋아하시나요?”소욱은 그녀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놀랐으나, 어쩐지 마음에 들었다.그는 그녀의 허리를 감싸려 했지만, 그녀는 몸을 숙여 그의 목덜미를 물었다.그 순간, 그의 머릿속

  • 폭군의 장군 황후   제798화

    봉구안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그녀는 소욱에게 물었다.“폐하의 아이입니까?”소욱은 터무니없다는 듯 코웃음을 치며 대답했다.“내 아이가 아니다.”그러나 그 순간, 무언가 떠오른 듯 그는 눈을 좁혔다.“설마…”그가 기억해낸 것은 조묘의 난 당시, 모용란이 자신과 얼굴이 닮은 아이를 데려와 소욱의 자식이라고 속였던 일이었다.천룡회가 대패한 후, 그 아이는 천옥에 갇혔고, 이후 서왕이 조사하여 그 아이가 천룡회에 의해 친부모로부터 강제로 빼앗긴 존재임을 밝혀냈다.그 아이의 부모는 천룡회와 관련이 없었기에 서왕은 아이를 친가로 돌려보냈다.……그 아이가 궁문 밖에서 떠들고 있다는 보고를 받은 신하 진한길은 아이를 데려와 추궁했다.예상대로 그 아이였다.아이는 그때 입었던 옷 그대로였으나, 얼굴은 창백하고 야위어 있었다.아이는 소욱을 보자마자 억울한 표정으로 물었다.“아바마마, 왜 저를 버리셨습니까!”소욱의 눈빛은 싸늘했다.“내가 또다시 나를 아바마마라 부르면 네 혀를 잘라버리겠다고 하지 않았느냐! 진한길!”“예, 폐하!”아이는 겁에 질려 몸을 떨었다.“하지만 그들은 모두 폐하께서 제 아버지라고 했단 말입니다…”소욱은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며 진한길에게 명했다.“저 아이를 다시 부모에게 돌려보내라. 그리고 그들에게 경고하라. 아이를 제대로 단속하지 못하면 더는 키우지 말라고.”그는 냉정히 자리를 떴고, 남겨진 아이는 절망에 빠졌다.그날, 진한길은 아이의 친부모를 찾아냈다.그들은 진한길에게 하소연하며 고개를 숙였다.“우리 아들이 그자들 손에 끌려간 뒤로 이제야 돌아왔는데, 어려운 살림에 적응하지 못하고 황제 폐하가 자신의 아버지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자기는 훗날 태자가 되어 황제가 될 운명이라며… 저희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진한길은 냉정하게 일갈했다.“폐하께서 아이를 살려주신 것만도 큰 은혜다. 당장 아이를 데려가라!”부부는 아이를 인계받았으나, 그가 말을 하지 못하게 된 것을 발견하고 경악했다.“나

  • 폭군의 장군 황후   제799화

    “요녀 사건의 배후 주모자는 분명 북연이 아닙니다.” 봉구안이 단호하게 말했다.하지만 북연이 아니라면 누가 배후에서 지시한 걸까?이에 대해 봉구안과 소욱 모두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한편, 성 밖 교외의 객잔에서 소박한 비단옷을 입은 남자가 창가에 서서 남제 황궁을 멀리 내다보고 있었다.천하를 바둑판 삼아, 선수를 쥐는 것이 이치.아쉽게도 그의 상대는 큰 뜻을 잃고, 남의 아내가 되는 것을 선택해버렸다.…요녀 사건은 소욱이 은이에게 맡겨 자세히 조사하도록 했다.천하의 정세는 풍운이 휘몰아친다.소욱이 해야 할 일은 남제를 강성하게 만들어 외적을 막아내는 것이었다. 병이 오면 막고, 물이 들이치면 흙으로 막아내어 두려울 것이 없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었다.그날 밤, 그는 봉구안과 함께 군대 개혁에 대해 늦은 밤까지 논의했다.“맹 장군이 제안한 개혁안이 매우 타당하구나. 하지만 너의 의견도 듣고 싶다.”봉구안은 스승이 쓴 개혁 방안을 읽어본 적이 있었다.그녀는 진심으로 말했다.“남제의 모병제는 지방 장군들의 권력이 지나치게 커지는 것을 방지하여 권력을 분산시키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전시에는 모병제가 유리한 점이 많습니다. 스승님께서 제안한 부병제는 기존 부병제를 완전히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두 제도 사이의 균형을 찾으려는 방안입니다.”“부병제는 농사와 군복무를 겸하게 하는 제도로, 평소에는 농사를 지어 곡식을 생산하고, 전시에는 전장에 나가 나라를 위해 헌신할 수 있습니다.”“첫째, 백성은 먹을거리가 우선입니다. 근래 자연재해와 전쟁으로 인해 조정에서 계속 군사를 징집하자 농업 인력이 줄어들어 곡식 생산이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부병제를 시행하면 이 상황을 크게 개선할 수 있습니다.”“둘째, 병사를 한시적으로 사용하고 유지하는 데도 큰 비용이 듭니다. 대규모 전쟁이라도 벌어지면 하루에 수십만 냥씩 들어가게 됩니다. 병사들이 별도의 생계를 유지할 방법을 가지면 조정의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이는 스승님께서 선성의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00화

    며칠 되지 않아, 교무당의 제자가 서른 명에 이르렀다.이미 전장에 나가 장수를 맡았던 관리도 있었고, 병법에 능통해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칠 뜻을 품은 가난한 집안의 자제들도 있었다.장차 장수를 길러야 할 교무당에는 평범한 백성이 쉽게 발을 들이긴 어려웠다.교무당의 스승은 현재 세 명이었다.봉구안 외에도, 문책을 가르치는 스승이 있었다.예를 들어 지형과 지세, 병력을 배치하는 그림을 그리는 법, 암호를 만드는 법 등을 가르쳤다.또 다른 스승은 사람을 알아보고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법과 심리전을 가르쳤다.교무당 수업이 시작되기 전, 봉구안은 매우 바빴다.그녀는 자신이 무엇을 가르칠 수 있을지, 그리고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를 깊이 고민했다.그날 밤, 소욱은 영화궁에 들렀다.봉구안의 책상 위에는 수많은 병서와 교무당 제자들의 명단이 놓여 있었다.소욱은 제자 명단을 집어 들어 몇 페이지를 넘겼다.이름들 중에는 그도 익히 아는 인물들이 많았다.봉구안이 이렇게까지 준비를 했으니, 자신도 배우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황후, 내게도 좀 가르쳐 줄 수 있겠느냐?”그는 명단을 내려놓고 그녀 곁에 앉으며, 피곤한 눈빛 속에 은은한 다정함을 담아 물었다.봉구안은 바쁜 와중에도 고개를 들어 그를 진지하게 바라보았다.“그럼 절 국사로 봉해 주시겠습니까?”소욱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며 그녀를 품에 안았다.“좋다. 네가 무엇을 하고 싶든, 다 들어주마.”하지만 봉구안은 그를 밀어내며 약간 귀찮다는 듯 말했다.“방해하지 마세요. 해야 할 일이 아직 남아 있단 말입니다.”“내가 정사를 끝내고 달려왔는데도, 어찌 나를 외면하는 것이냐? 교무당 일이 내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이냐?”소욱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불만이 묻어났다.그제야 봉구안은 그의 마음을 풀어주려는 듯 지도를 내려놓고 몸을 돌려 그의 얼굴을 손으로 감싼 뒤 입술 위에 가볍게 입맞춤했다.“이 정도면 됐습니까?”그녀의 이런 대충 넘어가려는 위로에 소욱이 순순히 만족할 리 없었다.하지만 봉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01화

    영화궁.빈궁들이 각자 마음을 품은 채로 문안 인사를 왔다.그들은 모두 이 새 황후가 만만치 않을지 어떨지 몰라 더욱 조심스러웠다.녕비가 먼저 입을 열었다.“황후마마, 교무당에 가서 강의를 하신다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소문인 줄 알았습니다.”봉구안은 담담히 차를 한 모금 마셨다.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은 상위자의 품격을 드러내며, 사람들을 저절로 고개 숙이게 만들었다.차를 다 마신 봉구안은 느긋하게 입을 뗐다.“특별히 할 말 없으면 그만 돌아가도록 하세요.”빈궁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황후에게 예를 갖췄다.“네, 황후마마.”녕비는 황후의 얼굴을 가만히 살펴보았다.아무리 봐도 폐비 봉씨와 별다른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녕비, 내 얼굴에 뭐가 묻었소?”봉구안이 한 마디 하자, 녕비는 간이 콩알만 해졌다.왠지 딱 들키기라도 한 것처럼,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그녀는 곧장 고개를 숙였다.“아닙니다. 황후마마, 이만 물러가겠습니다.”황후가 교무당에서 강의를 펼친다는 소식은 녕비만 들은 것이 아니었다.태후도 이미 소문을 들었다.자녕궁.계 상궁이가 근심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태후마마, 새로 들어온 황후는 정말 보통 내기가 아닌 듯 합니다.”“입궁한 이래로, 신혼 첫날밤을 제외하곤 매일 밤 황제가 영화궁에 머물렀다 합니다.”“영화궁은 매일 밤마다 물을 데우느라 분주하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이렇게 방탕한 자가 어찌 어진 황후로 불릴 수 있겠습니까?”“게다가 이제는 교무당에 나가 강의를 하겠다니...”“이건 도저히 막 혼인한 여인의 모습이 아닙니다.”태후는 손에 쥔 염주를 굴리며 평온한 표정을 지었다.“현명한…”태후가 말을 꺼내는 찰나, 누군가 헐레벌떡 뛰어들어와 계 상궁을 크게 나무랐다.“황후는 국경을 지키던 여걸이다.”“한낱 상궁이 감히 황후의 험담을 하는 것이냐!”계 상궁은 난생처음 보는 그 패기에 기가 눌려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공주마마께 인사 올립니다!”장공주가 위풍당당하게 걸어 들어왔다.그녀는 막

최신 챕터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55화

    고인이 된 친부 이야기가 나오자, 서여국 황제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내가 어릴 적에, 아바마마께서는 병으로 세상을 떠나셨다.”“궁 안에는 아바마마의 용모파기조차 남아 있지 않다.”“나도 그분의 얼굴이 어떤지 기억나지 않는다. 꼭 용모파기가 필요하다면, 그 시절을 기억하는 노인들에게 물어봐야 할 것이다.”봉구안은 난처해졌다.용모파기가 없다는 건 외모에 대한 단서가 전혀 없다는 뜻이었다.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실낱같은 단서를 찾는 건 마치 모래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같았다.서여국 황제가 말을 이었다.“그때 나는 숙연과 겨우 두세 살이었다. 남자들이 반란을 일으켜 궁으로 들이닥쳤고, 어마마마께서는 혈통을 지키기 위해 나와 숙연을 궁 밖으로 내보내 숨기셨다.”“훗날 자매가 서로를 알아볼 수 있도록 옥비녀를 반으로 나누셨지.”“이것이 내가 가진 옥비녀의 반쪽이다.”황제는 흰 옥비녀의 반쪽을 꺼내 보였다. 비녀 머리와 일부 자루만 남은 상태였다.봉구안이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렇다면 진짜 여동생 분께서 나머지 비녀 조각이 있다는 말씀이신가요?”서여국 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반쪽 옥비녀와 비단 상자를 봉구안에게 건네며 말했다.“이것을 너에게 맡기마.”이는 서여국 황제가 봉구안을 깊이 신뢰한다는 표시였다.봉구안은 두 손으로 옥비녀를 받으며 차분한 눈빛을 띠었다. 그 눈빛에는 사람을 안심시키는 믿음직스러운 기운이 담겨 있었다.서여국 황제가 손목을 붙잡았다.봉구안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였다.서여국 황제는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소장군, 정말로 서여국에 남을 마음이 없느냐?”그녀는 끝내 포기하지 못한 듯 물었다.봉구안이 서여국에 충성을 맹세한다면, 섭정왕의 자리는 물론이고 그보다 더 높은 자리도 내어줄 의사가 있었다.멀리서 은칠이 붓을 들고 무언가를 쓰려 했지만, 은이가 이를 눈치채고는 단숨에 붓을 빼앗아 부러뜨렸다.은이는 부러진 붓을 내던지며 말없이 은칠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이렇게 말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54화

    비록 봉구안이 은위들에게 물러나라고 명령했지만, 그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때 서여국 황제가 자신의 암위들을 향해 말했다. “물러나라.” 그녀의 단호한 한마디에 암위들은 즉시 자취를 감췄다. 이제 곁에는 모신만 남았지만, 황제는 여전히 태연했다. 그녀는 봉구안을 바라보며 은근히 이간질을 하기 시작하였다.“보아하니, 그들은 네 명령을 따르는 척하지만 실상은 여전히 제국 황제의 명령을 따르며 너를 감시하는구나. 네가 서여국에 머물고 싶어도 결국 넌 남제로 끌려가겠지.” 은칠은 서둘러 입을 열었다. “마마, 저희는…”하지만 봉구안은 은칠의 말을 무시한 채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차분하고 당당하게 서여국 황제를 향해 말했다. “폐하, 굳이 저와 남제 폐하를 이간질할 필요는 없습니다. 외적이 코앞에 다가왔습니다. 지금은 힘을 합쳐야 할 때지, 이런 무의미한 일을 할 때가 아닙니다.” 서여국 황제는 안타깝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결국 우리는 길이 다르구나. 나는 네가 남제 남성들의 권력 아래 있는 걸 싫어해, 여인들 편에 서 있다고 생각했는데.” 봉구안은 담담히 답했다. “서여국의 여인이나 남제의 남성이나 다르지 않습니다.”“길은 같을 수 있습니다. 그 길은 천하 대동, 남녀가 평등한 길입니다.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을 억누른다면 그 길은 기울고 불공평하며, 멀리 갈 수 없습니다.” “서여국의 내란도 조여란 한 사람의 잘못이 아니라 나라가 혼란했기 때문입니다. 그 자가 군사들을 설득해 반란을 일으킬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남녀 간 불공평 때문이었습니다. 외지인으로서 드릴 말씀은 여기까지입니다. 제 말에 기분이 상하셨다면, 부디 절 용서하시길 바랍니다.” 서여국 황제는 그녀를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서여국이 남성에게 불공평한 나라이고, 남제가 여성에게 불공평한 나라라면, 어느 쪽이 더 심각하다고 생각하느냐?” 봉구안은 고요한 목소리로 답했다. “길이 멀고 험해 천 년이 지나도 답을 내릴 수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53화

    봉구안은 눈앞에 나란히 서 있는 서여국의 미남들을 흘낏 쳐다보았다. 그녀는 냉정하게 말했다. “저들을 처리하기 전에, 약은 남겨 두십시오.” 그들은 속으로 탄식했다. 앞에 있는 귀인은 정말이지 너무나도 무정했다. 자신들의 목숨이 날아가게 생겼는데, 그녀는 약만 걱정하는 듯했다. 모신은 곁에서 조용히 눈살을 찌푸렸다. ‘역시 이 맹 소장군은 남색에 전혀 관심이 없군.’….한편, 서여국 황제가 보낸 미남들을 몰아낸 것을 지켜본 봉구안의 호위들은 눈빛에 살기를 띄우며 말했다.“저따위로 우리 황후마마를 유혹하려 들다니, 당장 찾아가 처리해야겠습니다.”다른 곳에 숨어 있던 은이 역시 이 상황을 보고 머리를 저었다. “형님, 서여국 황제가 대체 무슨 속셈으로 미남들을 보낸 걸까요?”은이는 입에 물고 있던 강아지풀을 살짝 씹으며 비웃었다. “뻔하지. 서여국 황제는 황후마마를 남겨두고 싶어 하는 거다.” “뭐라고요?!” 호위들은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감싸쥐었다. “만약 서여국 황제의 유혹에 넘어간다면, 우리 황제 폐하는 어찌 된단 말인가!”그러나 다행히도, 황후는 그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다. 그녀는 미남들을 거절하고, 그 어떤 것도 받지 않았다.한 시진 후. 서여국 황제는 봉구안이 머물고 있는 편전에 모습을 드러냈다. 봉구안은 태연한 얼굴로 황제를 마주했다. “내 듣자 하니, 맹 소장군은 내가 준비한 사람들에게 불만이 있다 하더구나.” 이 질문에 대답하기란 쉽지 않았다. 겉으로 보기에, 황제가 보낸 미남들은 단순히 약을 발라주는 임무를 맡은 것처럼 보였다. 만약 봉구안이 이들에게 미남계를 쓴 것이라 비난한다면, 황제는 오히려 그녀가 스스로를 과대평가한다고 역이용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봉구안은 차분하게 고개를 들며 말했다. “폐하의 깊은 뜻과 서여국 남자들의 준수한 외모를 보아 외신이 불만을 가질 리 없지요.” “다만… 제가 서여국으로 출사하기 전, 불전에 서약을 한 바 있습니다.”“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52화

    서여국 황궁, 천택궁 별채.은위 몇 명이 전각 밖을 지키고 있는 가운데, 안에서는 어의가 봉구안의 상태를 살피고 있었다.봉구안은 내상을 입었지만 다행히 치명적이지 않았다.어의가 물러나려 하자 봉구안은 몸을 일으키려 했다.그 순간, 서여국 황제가 그녀의 어깨를 눌러 앉히며 말했다.“가만히 앉아 있거라. 내가 명을 내려 어혈을 풀고 멍을 가라앉히는 약을 바르게 하겠다.”봉구안은 고개를 약간 숙이며 정중히 대답했다.“폐하의 배려에 감사드립니다.”서여국 황제는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고마워할 사람은 내가 아니겠느냐.”“그대의 계책이 아니었다면 내 계획대로 갔을 것이고, 그랬다면 많은 무고한 병사들이 희생되었을 것이다.”“이번 작전으로 피해를 줄였고, 조여란과 가짜 숙연까지 명분 있게 제거했으니 일석삼조가 아니겠느냐.”봉구안은 조심스럽게 말했다.“조여란이 동산국과 손잡고 남제를 멸하려 한 만큼, 동산국으로부터 적잖은 지원을 받았을 것입니다.”“그 자를 처단하기 전에 이와 관련된 모든 사항을 철저히 조사하는 것이 옳을 듯합니다.”서여국 황제의 눈빛에는 차갑고 날카로운 기운이 번뜩였다.“그 말이 맞다. 이 일은 반드시 철저히 파헤칠 것이다.”서여국에서 반역과 군주 시해는 이미 죽음에 값하는 죄였다.게다가 외국과 결탁한 죄는 나라를 배신한 중죄였다.그녀는 이 중죄를 결코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서여국 천옥.조여란은 형틀에 묶인 채 기운이 거의 다 빠진 상태였다.힘겹게 눈꺼풀을 들어 올린 그녀는 감옥을 직접 찾은 서여국 황제를 향해 차갑게 말했다.“폐하, 이렇게 무정하실 수 있습니까?”“제가 잘못한 건 많지만, 전장에서 함께 싸우며 폐하의 목숨을 구해드린 적도 있지 않습니까?”“또한, 쌍둥이 여동생을 찾아드린 것도 저입니다! 이런 공로를 생각하신다면 제 죄를 덜어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서여국 황제는 냉소하며 말했다.“여동생이라니? 네가 조종하여 내 여동생 행세를 하게 만든 창부를 말하는 것이냐? 그런 자가 내 혈육이라 할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51화

    서여국 황제는 평온한 얼굴로 봉구안을 바라보며 말했다."잠시 후 궁으로 돌아가거라. 어의에게 너의 상태를 잘 살피게 하겠다."봉구안은 서여국으로 비밀 사절로 파견된 상태였고, 황제와 그녀의 심복 모신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그녀의 신분을 알지 못했다. 사람들은 그녀를 황제의 호위병으로 알고 있을 뿐이었다.황제의 배려에 봉구안은 사양하려 했지만, 그녀가 입을 열기 전에 모신이 먼저 물었다."폐하, 저 관료들은 어떻게 하실 것입니까?"황제는 조여란이 화살로 모두를 살해하려 했던 순간, 관료들 중 일부가 외쳤던 말을 떠올리며 그들을 바라보았다."조여란의 동조자는 모두 체포하고, 나머지는 무사히 집으로 돌려보내라.""예, 폐하!"그 순간, 반역죄가 자신들에게 닥쳤음을 깨달은 관료들이 무릎을 꿇고 애원하기 시작했다."폐하, 살려주십시오!""폐하! 순간의 실수였습니다!""폐하, 조여란의 강요로 어쩔 수 없었습니다. 반란을 일으킬 마음은 없었습니다!""폐하,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십시오!"그러나 서여국 황제는 이들의 간청을 전혀 듣지 않고 단호하게 명령했다."끌고 가거라!"그렇게 조여란의 동조자들은 모두 체포되었다."아아…" 숙연은 조여란이 끌려가는 모습을 보며 점점 불안에 휩싸였다. 그녀는 급히 몸을 떨며 말했다."저는 조여란과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그저 억울하게 끌려온 것뿐입니다."서여국 황제는 차갑고도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억울하다고? 내가 본 건 너와 조여란이 서로 눈짓을 주고받는 모습이었다."서여국 황제는 매섭게 그녀를 노려보았다.숙연은 눈물을 글썽이며 머리를 저었다."아닙니다! 언니, 저는 그런 적 없습니다! 처음에는 조여란이 반역자인 줄도 몰랐습니다…"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서여국 황제는 검을 뽑아 숙연의 목에 겨누며 비웃듯 말했다."아직도 나를 언니라고 부르는구나?"숙연의 동공이 흔들리며 그녀는 급히 외쳤다."언니, 저… 저는 언니의 친동생입니다…!"그 순간, 황제는 매섭게 칼로 그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50화

    봉구안은 허공으로 치솟으며 다리로 신속하게 상대를 공격했다.경공을 잘하는 그녀였기에 발차기 실력도 남달랐다.조여란은 그녀의 속도를 감당하지 못하고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섰다.그 과정에 발길질에 맞은 그녀의 얼굴은 퉁퉁 부어올랐다.착지한 봉구안은 한손을 등 뒤에 감추고 한손을 뻗으며 조여란을 도발했다.조여란의 코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그녀는 옷섶으로 흐르는 피를 닦고는 음침한 눈으로 봉구안을 노려보았다.“너 대체 정체가 뭐냐!”황제 신변의 호위가 이 정도로 강했던가?봉구안은 대답 대신, 이차 공격을 시전했다.철갑옷 같은 기공을 상대하려면 기교가 중요했다.그녀는 주먹을 쥔 손에 힘을 응집했다.그리고 손바닥을 아래로 둔 채로 신속히 전방을 향해 찌르기를 시전했다.그녀의 손이 조여란의 가슴에 닿았다.평범한 주먹질처럼 보여도 뾰족하게 튀어나온 중지에 모든 힘이 실렸다.봉구안은 내력을 집중하여 중지에 실었기에 그 위력은 상당했다.“푸흡!”조여란의 등이 굽어지더니 입으로 피가 섞인 열물을 토해냈다.그녀는 뒤로 엉거주춤 물러나 가까스로 다시 중심을 잡았다.“철갑옷!”하지만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봉구안의 주먹이 그녀의 늑골을 향해 날아왔다.뼈를 관통할 것 같은 위력이 담긴 일격에 조여란은 신음을 내뱉으며 악에 받쳐 소리쳤다.“네 이년! 숙천설이 대체 너한테 뭘 약속했길래… 악!”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다시 주먹이 눈을 향해 날아왔다.조여란은 눈을 붙잡고 다시 뒤로 물러났다.“숙천설! 자신 있으면 나랑 붙어! 남의 등 뒤에 숨어 있는 게 무슨 황제야! 나와! 숙천설!”서여국 황제가 싸늘한 표정으로 말헀다.“조여란, 네 철갑옷이 천하무적은 아니었군.”조여란은 이를 갈았다.“그럴 리 없어!”봉구안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헀다.“철갑옷은 날카로운 검이 아니면 상처를 낼 수 없지. 섭정왕, 너에게 기회를 주겠다.”“네가 이긴다면 길을 비키도록 하지.”말을 마친 그녀는 손을 뻗었다.“검을 가져오너라!”잽싸게 모습을 드러낸 은육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49화

    봉구안은 싸늘한 눈으로 조여란을 바라보며 전의를 불태웠다.그 유명한 철갑옷 공법을 한번 눈앞에서 보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순식간에 봉구안은 발로 땅을 구르며 앞을 향해 튕겨나갔다.조여란은 그 자리에서 자세를 취하고 기를 운용하여 공법을 시전했다. 온몸의 근육이 단단하게 굳기 시작하더니 마치 단단한 방패를 연상케 했다.봉구안은 상대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지만 상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창을 받아라!”그녀가 창술에 능하다는 것을 아는 서여국 황제가 그녀를 향해 무기를 던졌다.봉구안은 창을 받고는 고개도 안 돌리고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조여란은 음침한 얼굴로 다시 공법을 시전했다.장창이 그녀의 어깨를 찔렀지만 생채기 하나 남기지 못했다.봉구안은 다시 정신을 다잡고 상대의 가슴을 향해 창을 찔렀다.하지만 극한으로 끌어올린 조여란의 철갑옷 공법 때문에 창끝은 그녀의 옷을 찢고도 가슴에 상처 하나 남기지 못했다.봉구안의 모든 초식은 상대에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장창이 부러질 때까지 찔렀는데도 조여란은 생채기 하나 나지 않았다.진기를 응집한 조여란은 산발이 된 머리를 휘날리며 음산한 눈빛으로 소리쳤다.“숙천설, 오늘이 네 제삿날이다!”그녀는 봉구안을 밀치고 서여국 황제에게 달려들려 했다.하지만 그녀가 황제에게 접근하기도 전에 봉구안은 다시 그녀에게 달려들었다.분노한 조여란이 호통쳤다.“주제도 모르는 것, 감히 내 앞을 가로막다니! 그래! 네년부터 죽여주마!”곧이어 조여란의 공세가 이어졌다.두 사람의 움직임이 너무 빨라서 육안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였다.숨어서 지켜보고 있던 그림자 호위 은삼이 은이에게 말했다.“형님, 도와드려야 하지 않을까요?”은이가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마마께선 지시를 받고 움직이라 했다.”은삼이 걱정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조여란 저 여자 꽤 하는데요? 마마께서 다칠까 걱정돼요.”은칠이 종이에 무언가를 적었다.[마마와 조여란이 결전을 벌이는데 은삼이 재수없는 말만 하며 마마를 저주했습니다.]탁!은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48화

    조여란 신변의 병사들이 활시위를 잡았다.이때 누군가가 외쳤다.“당장 그만둬!”조여란은 의아한 얼굴로 소리가 들린 쪽을 바라봤다.수많은 사람들이 광화사 대문을 열고 반란군의 앞으로 다가갔다.서여국의 관원들이었다.문무백관이 거의 다 이곳에 잡혀왔다.황제가 한 짓일 것이다.조여란이 차갑게 말했다.“저들을 인질로 나를 협박하려고? 난 누구든 죽일 수 있어!”대신들은 미친 사람처럼 발악하는 조여란의 모습을 보고 충격에 빠졌다.“섭정왕! 자네가 이런 사람이었을 줄이야!”“조여란, 감히 반역을 꾀하다니!”“우릴 다 죽이면 천하 백성들에게는 뭐라고 설명하려고? 조정에 관원이 한 명도 없으면 넌 황제가 되어도 아무런 의미가 없어!”조여란은 이미 이성을 상실했다.“멍청한 것들은 버려도 좋아!”갑자기 검은 인영이 공중에서 나타났다. 그는 조여란도 익숙한 인물, 숙연을 데리고 있었다.“이 여자도 내칠 것이냐?”봉구안은 숙연을 앞으로 밀치며 싸늘하게 물었다.고공 비행에 숙연은 이미 겁에 질려 얼굴이 파리하게 질린 상태였다.그녀는 눈물을 글썽이며 조여란을 향해 소리쳤다.“왕야, 나 좀 구해줘!”봉구안은 뒤에서 그녀의 턱을 잡고 비아냥거렸다.“숙연 대인, 이럴 때는 폐하께 살려달라 애원해야 하는 거 아닌가?”조여란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사실 그녀 역시 숙연에게 정이 있었다. 어쨌거나 그녀가 심혈을 기울여 키운 장기말이었다.하지만 그것보다는 대의가 더 중요했다.“활시위를 당겨라!”곧 화살이 자신을 향해 날아올 것을 감지한 뭇 대신들이 소리를 질렀다.“조여란, 미쳤어? 우리 같은 편이잖아!”“황시위를 당기라니까!”조여란은 아무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았다.숙연은 믿을 수 없다는 눈을 하고 조여란을 바라보고 있었다.심지어 조여란이 데려온 병사들마저 모두 죽이라는 말에 동요하고 있었다.황제를 살해하는 것은 황위를 빼앗기 위함이지만 관원들을 죽이면 어떻게 될까?그들은 무고한 사람들이었다.병사들이 머뭇거리는 사이, 얼굴을 가린 그림자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47화

    광화사.조여란의 대군과 호원아의 대군이 대치 중에 있었다.“호원아, 넌 무단으로 직무지를 떠나 폐하를 해하려고 하였다. 내가 섭정대권으로 너를 처단할 것이다!”호원아는 화가 나서 웃음을 터뜨렸다.“난 폐하의 명을 받들어 광화사를 지키고 있는데 무슨 죄가 있단 말이냐! 조여란, 반역은 네가 했지! 그리고 너희들, 감히 조여란과 결탁하더니! 폐하께 미안하지도 않느냐!”조여란의 옆에 선 한 장군이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방구 뀐 놈이 성낸다고! 호원아, 당장 비켜! 우린 폐하가 무사한지 확인해야겠다!”친히 광화사 대문을 지키고 선 호원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너희를 들여보내? 꿈 깨!”조여란은 차갑게 식은 눈동자로 전방을 노려보며 손짓했다.“활시위를 당겨라!”그녀가 데려온 대군은 호원아가 이끄는 부대보다 인원수가 훨씬 많았다.아무리 호원아라도 쪽수 앞에서는 별 수가 없을 것이다.갑옷을 입은 호원아가 근엄한 목소리로 명령했다.“포진하고 화살을 방어해라!”뭇 병사들이 방패를 들고 광화사 안쪽까지 후퇴했다.화살비가 한바탕 쏟아진 후, 조여란은 마치 충신처럼 안쪽을 향해 외쳤다.“폐하, 소신이 너무 늦게 와서 송구합니다!”쾅!이때 대문이 열렸다.고개를 든 조여란의 눈에 들어온 것은 용포를 입고 싸늘한 표정을 짓고 있는 황제였다.“섭정왕, 늦었군.”서여국 황제의 신변에는 수십 명의 고수가 지키고 있었다.조여란은 싸늘한 눈빛으로 황제를 가리키며 말했다.“넌 폐하가 아니야!”모신 상궁이 분노한 말투로 반문했다.“섭정왕, 미친 것이냐! 폐하께서 여기 계신데 감히 손가락질을 해?”조여란은 등 뒤에 서 있는 뭇 병사들을 보며 말했다.“최근 폐하와 똑같이 생긴 여인이 광화사에 진입하였다는 보고가 있었다. 폐하를 사칭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호원아 너의 간계였구나.”“호원아, 네가 가짜 황제를 내세우고 진짜 폐하를 해한 게 틀림없어!”호원하가 분통해서 말했다.“조여란, 함부로 사람 모함하지 말거라!”서여국 황제는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