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53화

Author: 일설연우
봉구안은 먼저 옆방으로 가서 두 관병을 쓰러뜨린 뒤에 그들의 품에서 공문과 성문을 통과할 수 있는 영패를 챙겼다.

그녀가 예상했던 대로 소욱은 결국 옛정을 봐서 능연이에게 많은 편의를 주었다. 유배라고는 하지만 결국은 그녀가 신분을 바꿔 다른 곳에서 살아갈 기회를 준 것이다.

하지만 봉장미에게는 그런 좋은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봉구안은 공문을 갈가리 찢어버리고 살기 어린 눈빛으로 쓰러진 능연이를 한참 노려보았다.

능연이는 인적 없는 무덤가에서 정신을 차렸다.

주변에서 시체의 악취가 풍기고 있었고 수풀 속에서 맹수의 눈빛이 언뜰거렸다.

주변을 만져보니 뭔가 축축한 것이 손끝에 닿았다.

겁에 질린 능연이는 새된 비명을 질렀다.

“악!”

그녀는 재빨리 기어일어나서 도망치려 했다.

이때, 섬뜩한 검광이 그녀의 눈앞을 스치더니 발목 쪽에 극심한 통증이 몰려왔다.

능연이는 그대로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악! 누구야!”

등 뒤에 있던 상대가 천천히 돌아 그녀의 앞에 다가와서 섰다.

고개를 든 능연이는 상대의 얼굴을 알아보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봉장미! 너였구나!”

야행복을 입은 봉구안이 서슬 퍼런 눈빛으로 능연이를 내려다보고 서 있었다.

긴 머리는 위로 묶은 상태였고 허리춤에는 검집을 차고 있는 모습이었다.

능연이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너… 검술을 할 줄 알아?”

귀족가에서 곱게 길러진 아가씨가 검술을 알다니!

서서히 불안감이 찾아왔다.

봉구안은 한쪽 무릎을 꿇고 매서운 눈초리로 능연이를 노려보며 말했다.

“네가 저지른 짓들은 만 천하에 알려졌지만 난 복수를 내 손으로 하는 걸 더 선호해.”

능연이가 흠칫 놀라며 뒤로 몸을 젖혔다.

그리고 악에 받쳐 욕설을 퍼부었다.

“감히 그걸 만 천하에 떠벌렸어? 피해자가 누군지 밝히지 않으면 사람들이 너인 걸 모를 것 같았어? 누군가는 눈치를 챌 거고 그럼 온 나라 백성들이 네가 당한 짓을 알게 될 거야! 넌 날 망친 동시에 너 자신도 망친 거라고! 폐하는 네 황후 지위를 폐할 거고 너 역시 나처럼 만인의 질타
Locked Chapter
Continue Reading on GoodNovel
Scan code to download App
Comments (1)
goodnovel comment avatar
이호정
2024. 12. 31. AM 01:48
VIEW ALL COMMENTS

Related chapters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54화

    능연이는 겁에 질려 온몸을 벌벌 떨었다.오백이 손을 풀자 그녀는 그대로 주저앉았다.잠시 긴장을 추스른 능연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봉가는 널 미래의 황후로 키운다고 어릴 때부터 겹겹이 보호했지. 혼례를 올리기 전 가끔 외출하는 것도 비밀에 부쳤어.”“그런 생각은 왜 안 해봤어? 내가 산적을 고용해서 널 해치려 했다고 해도 누군가가 네 일정을 알려주지 않았으면 난 네가 언제 어디로 가는지 어떻게 알았을까?”봉구안은 싸늘한 눈빛으로 채월을 바라봤다.채월은 침착한 목소리로 답했다.“마마, 능연이 말이 맞습니다. 나으리께서는 아가씨께 아주 각별하셨죠.”채월은 능연이의 눈치를 힐끗 보고는 말을 돌렸다.“아가씨께서 가끔 외출하실 때면 수행하는 호위는 모두 나으리의 심복이었고 마차도 가장 눈에 띄지 않는 마차를 준비해 주셨지요. 집으로 돌아오는 노선도 수시로 바꾸었고 저택 안에서 심복을 제외한 하인들조차 아가씨의 행적을 알지 못했습니다.”“하지만 그 호위들은 모두 나으리께 충실한 자였고 그들 중에는 비밀을 누설할 사람이 없습니다. 게다가 다 죽고 살아 있는 사람은 소인뿐이고요. 나으리가 비밀을 누설하는 건 더더욱 불가능하지요.”봉구안은 그 말을 듣고 생각에 잠겼다. 그렇다면 저택 내부에 밀고자가 있다는 소리였다.“너한테 노선을 밀고한 자가 누구지?”봉구안이 싸늘한 목소리로 질문했다.능연이는 떨리는 목소리로 그녀에게 애원했다.“그 전에 기생집에 날 보내지 않는다고 약속해! 그런 곳엔 가기 싫어!”능연이는 두려움에 떨며 말했지만 봉구안의 표정은 차갑기만 했다.그녀는 다가가서 능연이의 팔뚝에 비수를 꽂고 세게 비틀었다.능연이가 처참한 비명을 지르며 욕설을 퍼부었다.“이 미친 년!”봉구안은 싸늘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넌 나한테 뭔가를 요구할 자격이 없어. 사실을 말하면 편히 죽게 해주지.”능연이는 고통에 몸부림쳤다.“이… 이거 놔!”“봉장미, 그날 산적들에게 그냥 널 죽이라고 했어야 했는데… 악!”봉구안은 다시 비수를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55화

    능연이를 처리한 뒤, 봉구안은 남자 복장으로 갈아입고 가면을 썼다. 그리고 채월과 함께 봉장미를 만나러 갔다.봉장미는 송려가 돌보고 있었다.그녀는 마치 어린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겁에 질린 얼굴로 구석에 숨어 있었다.봉구안이 그녀에게 다가갔지만 그녀는 기겁하며 비명을 질렀다.“오지 마! 내 몸에 손대지 마!”그들이 그녀에게 남긴 상처는 영혼 깊숙이 뿌리내려 그녀를 잠식하고 있었다.봉구안은 쓸쓸한 얼굴로 장막을 내려 시선을 가려주었다.그래도 다행인 점은 송려의 약을 먹고 봉장미의 건강 상태는 많이 좋아진 상태였다. 적어도 밤에 잠에 들 수는 있었다.다만 불안정한 정신 상태는 여전했다.약간 소리가 나도 그녀는 불안에 떨었다.봉구안은 채월을 방에 남겨둔 뒤, 송려와 함께 밖으로 나왔다.송려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외상은 치료가 가능하나 마음의 병은 어려울 것 같소.”봉구안이 미간을 찌푸렸다.“요 며칠 사이에 데리고 이곳을 떠날 생각인데 가능하겠나?”송려는 고개를 저었다.“절대 안 될 소리요! 아까 아가씨가 자네를 보고 기겁하는 걸 보면 아마 가는 길이 쉽지 않을 거요. 하물며 낯선 환경에 낯선 사람은 아가씨의 회복에 좋지 않소. 오히려 병증을 악화시킬 수 있소. 조금 더 기다렸다가 아가씨의 상태가 조금 나아지면….”봉구안이 물었다.“얼마나 기다려야 하지?”“상황을 봐야겠지만 지금으로선 최소 반 년이오.”봉구안의 두 눈이 어둡게 가라앉았다.하지만 동생을 위해서는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게다가 능연이의 입에서 들은 내용들도 재조사가 필요했다.결국 돌고 돌아 봉장미가 납치당한 날부터 다시 돌이켜 봐야 할 것이다.“형씨?”송려의 부름에 그녀는 그제야 생각을 멈추고 정신을 차렸다.“무슨 일이지?”송려는 그녀에게 약알 하나를 건네며 말했다.“몽화독을 해독할 수 있는 해독약이오. 지난 번에 자네가 가져온 약이 큰 도움을 주어서 겨우 만들어낼 수 있었소.”“원래는 10일에 한 알씩 100일 동안 복용하면 완전히 해독할 수 있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56화

    봉구안은 채월을 안으로 들여보내고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무슨 일인데 이리 요란법석이냐.”오백이 답했다.“장군께서 시키신 대로 그 여자를 벙어리로 만들어 기루에 팔았는데요.”“거기 어멈은 늘 하던 대로 몸을 검사했었죠. 소인이 밖에서 기다리는데 그 어멈이 씩씩거리며 나오더니 소인을 마구 욕하는 거예요.”“장군,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이나 가시나요?”봉구안은 부하를 싸늘하게 바라봤다.오백은 그제야 말실수를 깨닫고 다급히 답했다.“어멈이 하는 말이 그 여자는 완전한 여자가 아니라 석녀라는 거예요!”그 말을 들은 봉구안의 표정이 바로 바뀌었다.석녀라니!사내의 시중을 들 수 없고 아이를 낳을 수도 없으며 달거리도 없는 여인을 뜻하는 말이었다. 그렇다면 능연이의 달거리 기록도 조작된 것이었을 것이다.오백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장군, 그 여자 폐하의 총비 아니었나요? 어떻게 석녀일 수가 있죠? 대체 그 여자는 무슨 수로 귀비의 자리까지 올라간 걸까요?”그는 황제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닐지 의심이 갔다.봉구안도 뜻밖의 소식이 당황스러웠다.합방을 할 수조차 없는 여인은 황제의 시중을 들 수가 없었다.아마 능연이는 이 사실을 가장 숨기고 싶었을 것이다.사실이 들통나면 그녀가 누렸던 과거의 총애와 영광들이 모두 헛된 것이 되기 때문이었다.무덤가에서 채월에게 칼부림을 당할 때도 당황하는 티를 안 내다가 기루에 팔려간다는 얘기를 듣고 그렇게 반항했던 이유가 이해가 되었다.그녀는 아마 죽는 것보다 더 두려웠을 것이다.봉구안이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능연이는 지금 어디 있지?”아마 기루에서도 석녀는 받아주지 않았을 것이다.오백이 이를 갈며 답했다.“처음에 어멈은 절대 안 받는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은화를 건네니까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받더라고요. 입만 살아 있어도… 괜찮다면서요.”봉구안은 고개를 돌려 아직 불이 켜져 있는 방을 바라보았다.저 안에 능연이에게 능멸을 당해 미쳐버린 동생이 누워 있었다.용서받을 수 없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57화

    유사양이 조심스럽게 물었다.“폐하, 황후마마께서는 태후마마를 보살펴 드리고 계시온데… 혹시 태후께서….”소욱은 고개를 들고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태후는 현명하신 분이다. 막무가내로 황후를 감싸고 돌진 않을 거다.”소욱은 이틀이면 충분히 시간을 주었다고 생각했다.자녕궁.봉구안은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피로를 풀었다.이때, 다급히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황후마마, 폐하의 부름이 있습니다.”반 시진 후.봉구안은 장신구를 최대한 덜어내고 소백한 궁복을 입은 채, 황제의 서재를 방문했다.딱 봐도 용서를 구하러 온 모습이었고 사실도 그랬다.그녀는 공손히 황제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죄 많은 신첩이 폐하를 뵙습니다.”소욱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스스로 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였다면, 황궁의 법도대로 어떤 벌을 받을지 생각은 해보았느냐.”봉구안은 시선을 내리깔고 답했다.“폐하의 명에 따르겠습니다.”유사양은 조심스럽게 황제의 옆에 가서 섰다.그는 황제가 폐후 첩지를 쓴 것을 직접 보았기에 황제가 무조건 황후를 내칠 거라고 생각했다.원칙대로라면 폐후와 같은 중대사는 태후의 동의가 있어야 했다.하지만 원래 독단적인 황제이니 딱히 그렇게 할 것 같지는 않았다.소욱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매정한 눈빛으로 봉구안을 바라보며 말했다.“달리 해명할 것은 없느냐.”봉구안은 고개를 들고 동요 없는 눈동자로 그를 바라보며 답했다.“신첩은 자신이 중궁의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나이다.”소욱이 차갑게 말했다.“너는 항상 분수를 아는 여인이었지.”봉구안의 눈동자에 묘한 감정이 스쳤다.드디어 황궁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일까.소욱이 입을 열려는 순간 대전 밖에서 급보가 들려왔다.“폐하, 남부 변경에 이변이 생겼다고 합니다!”봉구안은 그 말을 듣는 순간 미간을 찌푸렸다.북방의 양나라도 아직 미지수인데 남부에 또 일이 생겼다니!소욱은 싸늘한 목소리로 봉구안에게 명령했다.“일단 영화궁으로 돌아가거라.”“예.”서재를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58화

    춘화는 능연이의 심복으로 조검처럼 능연이를 위해 수많은 악행을 저질렀다.그러니 봉구안이 그녀를 풀어줄 리 만무했다.잘못을 하였으면 벌을 받는 게 마땅했다.그렇게 춘화는 형자사에 갇히게 되었다.“황후가 날 속였어! 황후가 날 속였다고!”그녀가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들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영화궁.봉구안은 봉장미가 납치된 수림에 다시 가보기로 했다.밤이 찾아오자 그녀는 몰래 궁을 빠져나갔다.그녀는 오백을 남겨 봉장미를 돌보게 하고 채월과 함께 그 수림을 찾았다.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는 사람은 채월뿐이었다.채월은 그날 있었던 일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그녀가 어딘가를 가리키며 말했다.“저곳입니다, 마마! 그때 저희의 마차가 산적들의 공격을 받고 호위들이 싸우고 있을 때, 소인과 요랑은 아가씨와 함께 마차에서 뛰어내려 저쪽으로 들어갔습니다.”밝은 달빛이 채월이 하얗게 질린 얼굴을 쓸쓸히 비추었다.수림에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온 채월이었기에 다시 그곳으로 들어가려니 두려움이 앞섰다.봉구안은 횃불을 들고 앞장서서 걸었다.채월은 곧추 그녀의 뒤를 따랐다.음산한 바람이 그들의 옷깃을 스치고 지나갔다.채월은 설명을 계속했다.“그때 얼마 못 가서 여기쯤에서 소인이 넘어졌던 것 같아요. 요랑은 아가씨와 함께 저 방향으로 뛰었고요.”“나중에 아가씨께서 소인을 구하러 돌아오셨는데 소인은 이미 걸을 수 없는 상태였고 요랑이 아가씨를 끌고 다시 도망쳤어요.”봉구안은 횃불을 들고 수림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굳은 표정으로 산적들의 자백을 회상했다.그들의 자백과 채월의 진술은 거의 흡사했다.마차가 가는 길을 가로막고 호위와 싸움을 벌였고 나중에 마차에 타고 있던 사람이 도망가니 그들도 쫓아서 수림으로 들어갔다.아마 기껏해야 일각 정도 시간이 지체되었을 것이다.곧이어 그들은 순조롭게 이미 쓰러진 봉장미를 발견했을 것이다.봉구안은 보통 여인의 보폭을 모방하여 채월이 가리킨 방향으로 달려가며 말했다.“넌 그 자리에서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59화

    묘원 주변은 스산한 분위기가 풍기고 있었다.오백은 연장을 들고 묘한 표정으로 봉구안에게 물었다.“장군, 여기가 확실한가요?”이곳은 봉가의 조상님들이 잠든 곳이기도 했다.오백은 당황스럽기 그지없었다.봉구안은 말없이 앞으로 걸었다.요랑의 이름이 새겨진 묘비 앞에 도착하자 그녀가 명을 내렸다.“여기야. 시작해.”요랑과 같이 잠든 호위들도 근처에 묻혀 있어서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오백은 봉구안의 지시에 따라 무덤을 팠다.한 시진 후.바닥에는 심각하게 부패된 시체가 드러났다.아무리 전장을 누비고 다닌 오백이지만 참을 수 없는 악취에 구역질이 올라올 정도였다.봉구안은 옷섶을 찢어 코를 막았다.그리고 지니고 다니던 비수를 꺼내 시체를 자세히 관찰하기 시작했다.시신은 부패단계에 들어갔지만 어디에 치명상을 입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산적들은 훈련된 병사가 아니었기에 두목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자체 제작한 도끼를 사용했다고 한다.호위들 몸에서는 도끼에 맞은 흔적들이 발견되었다.하지만 요랑은 그들과 달랐다.그녀의 치명상은 가슴에 있었는데 상처가 이미 부패되었지만 주변의 피부 절단면으로부터 단서를 얻을 수 있었다.“장군, 이건 비수에 찔린 상처 같네요.”가까이 다가온 오백이 말했다.봉구안도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산적들이 비수를 들고 살인을 했을 리 없었다. 그리고 그들의 자백에서 시녀를 살해했다는 진술은 듣지 못했다.부검을 통해 봉구안은 요랑은 산적들에게 살해된 게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였다.하지만 그녀가 누구에게 살해당하였으며 장미를 기절시킨 자가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장군, 저기 뭔가 있어요!”눈썰미 좋은 오백이 횃불로 요랑의 시체를 밝히며 말했다.부패된 복부 근처로 딱딱한 무언가가 보였다.“옥패입니다!”오백이 놀라며 말했다.시체에 왜 옥패가 숨겨져 있었던 걸까?봉구안은 침착하게 그것을 손수건으로 감싸서 집어들었다.크기가 크지 않고 나뭇잎처럼 얇은 모양의 옥패였다.겉에 묻은 이물질을 거두어내니 위에 새겨진 글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60화

    소욱이 이 늦은 시간에 그녀의 처소를 찾은 것은 예상밖이었다.예민한 소욱과 그의 시위들은 강력한 내력을 가진 무림고수들이고 그 어떤 소리나 움직임도 그들의 눈을 피해갈 수 없었다.봉구안은 신속히 밀서를 감추고 비둘기가 날아간 방향을 바라보았다.지금 상황이라면 어떻게든 소욱의 주의를 돌리는 게 우선이었다.봉구안은 당황한 목소리로 소리쳤다.“자객이다!연상도 그녀의 의도를 눈치채고 같이 소리쳤다.“여봐라! 당장 와서 마마를 호위하라!”곧이어 소욱과 그의 시위들이 대전 안으로 들어왔다.소욱은 곧장 내전으로 걸어들어왔다.물론 황후인 봉구안의 안위가 걱정돼서 그런 건 절대 아니었다.“자객은 어디 있느냐!”그는 자객이란 소리를 듣는 순간 여자객이 또 무슨 짓을 꾸민다고 생각했다.봉구안은 열린 창가를 가리키며 말했다.“창문을 통해 도망쳤습니다.”“어떻게 발견했지? 자객은 남자였어? 아니면 여자였어?”“제대로 보진 못하고 검은 그림자가 지나가는 것을 보았습니다.”봉구안은 애매모호하게 답했다.소욱은 미간을 찌푸리며 진길을 호령했다.“가서 살펴보거라.”“예, 폐하!”봉구안은 공손히 예를 취했다.“폐하께서 납신 줄도 모르고 마중도 못 나갔으니 송구합니다.”소욱은 자객의 출현에도 전혀 놀라지 않는 그녀를 빤히 바라보다가 말했다.“황후는 원래부터 이 정도로 대담한 사람이었나?”봉구안은 침착하게 답했다.“아니요. 다만 무서운 일을 겪고 난 후로는 두려운 감정이 사라졌습니다.”소욱이 의자에 앉자 연상은 조심스럽게 차를 대령했다.그는 찻잔은 쳐다보지도 않고 싸늘하게 말했다.“짐은 폐후를 고민했었다.”봉구안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들었다. 희비가 느껴지지 않는 그녀의 얼굴은 담담하고 고요히 그의 명을 기다리고 있었다.“너를 내치고 새로운 황후를 들이기에는 시간이 필요하지.”“하필이면 변방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후궁을 다스릴 사람이 필요하다. 그래서 잠시는 너를 폐하지 않기로 하였다.”그는 황후에게서 기쁨의 표정을 기대했지만 그녀는 여전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61화

    연상은 봉장미 납치 사건의 진실을 알고 한참 마음을 진정할 수 없었다.“마마, 정말 무섭네요. 범인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던 거잖아요.”“요랑으로 변장하고 장미 아가씨의 신변에 숨어 있었다니. 너무 무서운 자예요! 어떻게 하면 놈을 잡을 수 있을까요? 하물며 마마는 황성을 떠나 북경으로 돌아갈 생각이었잖아요?”연상은 황후가 이곳에 속하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봉구안이 담담히 말했다.“가지 않기로 했어.”배후에서 이 판을 짠 자를 무조건 찾아낼 것이다.어차피 봉장미는 지금 여정을 떠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니 급할 건 없었다. 걱정되는 점이라면 북경의 안녕이었다.황후는 한가한 비빈들과는 달리 할 일이 무척 많았다.이어지는 며칠동안 봉구안은 영소전에서 받은 뇌물을 일일이 기록하고 국고로 보냈다.영소전 소속 궁인들 중 죄질이 심각한 자들은 춘화처럼 행자사에 보내졌고 좀 덜한 자들은 신행사에 노역을 보냈다.나머지 무고한 궁인들은 각 궁에 충원을 보냈다.대대적인 정돈을 통해 영소전은 예전의 부패함을 씻어버리고 광명을 되찾았다.그러나 후궁의 비빈들은 영소전을 지나갈 때마다 한마디씩 불만을 터뜨리고는 했다.“정말 오래 살고 볼 일이네. 과거에 감히 쳐다도 볼 수 없었던 곳인데 지금은 아무도 없는 냉궁이 되어버리다니. 어휴, 재수없어.”“돌 들어 제 발등을 깐 거지! 능연이는 폐하의 총애를 등에 업고 얼마나 많은 악행을 저질렀는데! 황후께서 후궁을 정돈하려고 나섰으면 능연이부터 처치하는 게 당연하지.”비빈들은 능소전 앞에서 한바탕 불만을 토로한 뒤에 영화궁에 문안을 올리러 갔다.처음에 황후를 그토록 무시하던 그들이었지만 지금은 정반대로 바뀌었다.아무리 이 사건이 비밀에 부쳐졌다고 해도 능연이의 죄증을 지목한 사람이 황후라는 사실은 궁 안에서 조용히 퍼져나갔다.황후는 보기에 아무런 욕심이 없어 보이지만 절대 만만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었다.태후는 요즘 갈수록 봉구안이 마음에 들었다.태후

Latest chapter

  • 폭군의 장군 황후   제919화

    막사를 열고 들어온 황제의 키 큰 실루엣은 위엄과 당당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봉구안은 소욱이 이렇게 빨리 선성에 도착한 것을 보고 다소 놀란 기색이었다.‘어떻게 이렇게 빨리 선성까지 온 거지?’소욱은 갑옷도 벗지 않은 채 성큼성큼 다가와 아직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그녀를 단숨에 끌어안았다.“왜, 나를 못 알아보겠느냐?”봉구안은 정신을 차리고 팔을 들어 그를 부드럽게 끌어안았다.“폐하께서 친히 군을 이끄셨다… 고생 많으셨습니다.”소욱은 그녀를 꽉 끌어안으며 턱을 그녀의 어깨에 얹고 가볍게 문지르며 말했다.“너를 보니 수고로움도 잊게 되는구나. 오늘 밤, 저들을 공격하려는 것이냐?”그리움은 나중에 다시 이야기해도 될 터. 지금은 적을 물리치는 것이 우선이었다.봉구안은 표정을 단단히 가다듬고 대답했다.“예, 이제 때가 왔습니다.”원래 계획은 봉구안이 병력을 이끌고 선성의 적군을 고립시키고, 외부와의 모든 연락을 차단하여 적국이 원군을 파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었다. 그 후 소욱 황제와 스승이 ‘거미줄’ 기계 장치를 활용해 적의 원군을 소멸시키고, 이어 선성 내의 적군을 몰살하는 계획이었다.그렇게 되면 적군은 식량 부족과 내부 갈등, 공포로 인해 기세를 잃게 될 터였다.이런 방식으로 남제는 적은 병력으로도 큰 효과를 낼 수 있었다.봉구안은 그날 밤의 공성 계획을 황제에게 설명하였다.소욱은 그녀의 여윈 얼굴을 보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그는 그녀의 손을 살며시 잡으며 말했다.“알겠다. 먼저 좀 쉬는 게 좋겠구나. 군사 업무는 내가 맡으마. 밤에 적을 치려면 너도 푹 쉬어야 하지 않겠느냐.”소욱이 나타나자 봉구안은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하지만 ‘쉰다’는 건 그녀로선 불가능한 일이었다.더구나 소욱과 비교하자면 그녀는 몇 달간 큰 고생도 아니었다.“지금은 기세를 몰아가는 것이 최선입니다.”소욱은 그녀의 고집스러운 성격을 알기에 더는 말리지 않았다.그저 한마디 덧붙였다.“밤에 공성을 시작할 때, 반드시 조심해야 한다. 알겠느냐?

  • 폭군의 장군 황후   제918화

    봉구안은 적군을 밑으로 내리차고 손에 들고 있던 물건을 땅굴로 던졌다.옆에 있던 은이는 재빨리 반응해 구멍을 방패로 막았다.곧이어 땅굴 안에서 고함소리가 들려왔다.땅굴 안.북연 황제는 호위병들에게 둘러싸인 채 전진하던 중, 전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자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무슨 일이냐!"곧 누군가 소리쳤다."장수말벌이다! 장수말벌이 나타났다! 모두 도망쳐라!"‘장수말벌?’‘어디서 장수말벌이 나타났단 말인가!’황제는 생각할 틈도 없이 호위병들에게 둘러싸인 채 후퇴를 했다.비좁은 땅굴 속에서 후방 병사들은 탈출하려고 앞으로 밀치고, 앞쪽 병사들은 장수말벌을 피해 후방으로 되돌아오며 두 무리가 엉켜 서로 밀치고 싸웠다.결국 병사들은 장수말벌에 쏘여 온몸이 붓고 고통 속에 비명을 질렀다.다시 선성으로 돌아왔을 때, 병사들의 모습은 완전히 엉망이었다.북연 황제는 호위병들의 보호로 장수말벌의 공격은 피했지만, 여전히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대체 어디서 장수말벌이 나온 거냐!"한 병사가 대답했다."폐하, 남제군입니다! 그들이 땅굴을 발견하고 저희를 막았습니다!"단춘은 얼굴 곳곳에 벌에 쏘인 자국이 생겨 눈꺼풀까지 부어올랐다.그는 분노를 참으며 얼굴이 검게 변해갔다."남제 놈들이 어떻게 땅굴의 존재를 알았단 말인가! 분명 적의 간첩이 있는 거겠지!"북연 황제도 단춘의 생각에 동의하며 소리쳤다."그 밀정을 찾아내라! 가죽을 벗겨버리겠다!"하지만 밀정을 찾지 못한 사이, 연합군의 군량은 거의 바닥이 났고, 병사들은 생존을 위해 눈빛이 날카로워졌다.거기에 밤마다 음병의 괴롭힘까지 더해져, 병사들은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다.……선성 밖.맑은 하늘 아래, 남제군이 둘러앉아 고기를 굽고 있었다.고기 냄새가 사방으로 퍼지면서, 선성 안 병사들까지도 그 냄새를 맡고 침을 삼켰다.주막 안.봉구안은 몇몇 장수들과 전략 회의를 하고 있었다.그때 은삼이 들어와 공손히 말했다."황후마마, 진나라가 항복을 요청했습니다."봉구안은 고개를 들

  • 폭군의 장군 황후   제917화

    남강 왕궁.서왕은 상객으로 예우받았다.남강왕은 술잔을 들며 거창하게 말했다.“내가 짐작했지. 남제는 큰 책략을 가지고 있다.”“서왕, 남제가 요즘 기세가 대단하군. 한 달 남짓 만에 적국의 원군 십여만을 섬멸했다니, 정말 감탄스럽구나.”“이렇게 가면 곧 적군을 완전히 몰아낼 수 있을 것이다!”서왕은 자만하지 않고, 차분히 말했다.“남제가 적군을 이길 수 있었던 건 전원이 한마음으로 뭉쳤기 때문입니다.”“아직 전세가 안정되지 않았으니, 방심해서는 안 됩니다.”남강왕과 아래에 앉은 신하가 눈빛을 주고받았다.이윽고, 그 신하가 일어서며 말했다.“서왕 전하, 귀국이 승전가를 이어가며 구름을 걷어내고 푸른 하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남강 외곽의 수화부 연합군도 물러갔으니, 이제 남강을 귀국의 주둔군이 지킬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서왕의 눈빛이 약간 변했다.이것이 바로 남강 군신들의 진짜 속셈은 남제 군대를 남강에서 철수시키고 싶어 하는 것이었다.서왕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그렇다면, 내일 제가 병력을 데리고 떠나겠습니다.”애초에 떠날 생각이었다.남강에 주둔했던 것은 남강을 지원하고, 수화부를 막으며, 남제를 수호하기 위해서였다.수화부 연합군이 이미 물러났으니, 황상과 황후의 계획에 따라 그는 확실히 귀국해야 했고, 5만 군사를 이끌고 동방을 증원해 조유관을 지킬 때였다.남강왕은 무척 만족한 듯 술잔을 들어 함께 건배했다.“남제와 남강은 형제의 맹약을 맺은 사이. 서왕, 이 잔을 비우며 남제가 이 난관을 넘기고 대승을 거두길 기원하자구나!”서왕은 술을 한 모금 마시며 평온한 표정을 지었다.왕좌에 앉은 남강왕은 남몰래 서왕을 냉랭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남제는 심모원려한 나라였다. 전쟁도 허실을 섞어 대하기 어려웠다.작은 실수가 큰 화를 불러올 수 있기에, 남강은 항상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다.수화부 연합군이 물러났으니, 남강에 남제 주둔군은 더 이상 필요 없었다.남강 땅에 남제 군사 한 명도 남길 수 없었다!

  • 폭군의 장군 황후   제916화

    3월이 되어 날씨가 따뜻해지고 꽃들이 만개했다.각국의 원군이 남제 땅으로 들어오자 소욱이 이끄는 남제 군대가 그들을 포위 공격했다.'거미줄'은 아래에 있고 사람은 위에 있으니, 적들은 그 전술을 막아낼 방법이 없었다.각국 장병들은 이런 전투 방식을 본 적이 없었다. 기습적으로 나타나는 함정과 계략이 그들을 괴롭혔고, 남제군의 움직임은 신출귀몰했다.'병귀신속'이란 말 그대로, 소욱은 직접 전장에 나가 결단력 있고 단호한 명령을 내렸다.한편, 선성에서는 연합군이 본국의 추가 지원군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그들은 3개월째 고립되어 있었고, 식량은 점점 바닥났다. 더는 병사들을 먹여 살릴 수 없었다.이대로 가면 설령 선성의 보물을 찾아도 살아서 누릴 수 없을 터였다.그간 계속해서 성문 자물쇠를 열어보려 했지만, 50만이 넘는 병사들 중 그 자물쇠를 풀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단춘은 병사들을 이끌고 도끼와 대검을 들고 성문을 부수려 했지만, 철벽 같은 그 방어 장치는 칼도 창도 통하지 않았다.주국공부.북연 황제는 눈앞의 음식을 보고 젓가락을 세게 내려놨다.탁!그는 곧 질책하듯 물었다.“이게 전부냐? 고기는 어디 갔느냐!”호위병이 답했다.“폐하, 군량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황제가 호위병들을 훑어보니 그들 모두 예전보다 훨씬 수척해 보였다.이대로 가다간 남제군이 공격해 오기도 전에 굶어 죽을 판이었다.황제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탁자를 뒤엎었다.“쾅!”“오늘 밤, 야습해서 탈출한다!”이대로 더 기다릴 수는 없었다.성문으로 나갈 수 없었기에, 그들은 운제와 벽에 매단 밧줄을 이용해 성벽을 넘어가야 했다.그날 밤, 북연군은 북쪽 성문을 통해 탈출하려 했다.밤하늘 아래, 모두가 조심스레 움직이며 성 밖의 남제군이 눈치채지 않기를 바랐다.운제를 설치한 뒤, 병사들은 운제를 타고 성벽으로 올라갔다.그 후 밧줄을 붙잡고 성벽 아래로 내려갔다.하지만, 내려가는 도중 갑자기 화광이 비춰왔다.밝은 불빛이 그들을 드러내며

  • 폭군의 장군 황후   제915화

    대하국의 지원군은 초조함에 휩싸였다.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무리 옥석비가 있다지만, 겨우 소수 병력만 이끌고 있는 남제 황제가 그들의 10만 대군과 싸우려 하다니, 너무나 오만한 처사가 아닌가 싶었다.그러나 곧 이어진 광경은 그들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충격을 안겨주었다.땅이 갑자기 들썩이며 사방에서 수천의 병사가 솟아나 그들을 포위해 버렸다.대하국 선봉 지휘관은 망연자실했고, 후방 병사들은 무기를 움켜쥔 채 외쳤다.“장군님, 매복입니다!”소욱의 눈은 서늘하게 얼어붙어, 차갑기만 했다.“항복하는 자는 살려줄 것이다.”대하국 병사들은 전투용 쇠뇌를 준비하며 진영을 구축했고, 선봉 장수는 큰 소리로 외쳤다.“죽음을 각오하고 싸운다! 남제군을 모두 쓸어 버려라!”소욱의 얼굴은 차가운 기운으로 가득했고, 그는 손을 한 번 휘저었다. 그러자 멀리서 준비를 마친 궁수들이 일제히 화살을 쏘아올렸다.같은 시각, 북부에서는 북연의 10만 대군이 남제군의 기습을 받았다.맹건은 북방군을 이끌고 어디선가 나타났고, 그의 옆에는 옥석비가 자리 잡고 있었다.북연 병사들은 맹건을 알아보고 크게 놀랐다.“북방군은 이미 궤멸된 게 아니었나? 어째서 여기에 나타난 거지?”맹건은 흙 언덕 위에 서서 강렬한 눈빛과 함께 살기를 뿜어냈다.남제를 공격하는 여러 나라들이 한창 공세를 펼칠 때, 그는 이미 황제와 봉구안으로부터 비밀 지령을 받아두고 있었다.처음에는 북방을 포기하라는 명령이 너무 터무니없이 들렸지만, 곧 남제가 이미 ‘거미줄’로 불리는 비밀 통로를 구축해 놓았음을 알게 되었다.북방군은 패한 척하며 은밀히 거미줄 통로 속에서 숨었고, 그동안 백성들을 대피시키며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이제야말로 반격의 때가 온 것이다.맹건은 장검을 뽑아 하늘을 가리키며 외쳤다.“선조의 옥석비가 우리를 지키고 있다! 남제의 국토를 침범한 자들은 모두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갇혀 있던 늑대처럼 전의를 불태우던 북방군은 순식간에 몰려들어 포효했다.“돌격하라!”북연의 주

  • 폭군의 장군 황후   제914화

    단춘의 손이 떨렸다.“뭐라고? 죽였다고?”보고하던 병사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고, 그는 무릎을 꿇으며 성 밖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 음병들이 지나간 후, 병사 수십 명이 살해당했습니다. 너무도 참혹한 광경이었습니다. 장군님, 어찌하면 좋겠습니까?”단춘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고 말았다.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그 자신도 답을 몰랐다.평생 사람과의 전투만 치러왔던 그에게, 이번에는 귀신과 싸워야 한다는 말인가.주국공부.시위병이 황제의 침실로 뛰어들어왔다.“폐하! 음병이 사람을 죽였습니다!”북연의 황제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내가 말했지! 귀신이면 귀신도 베란 말이다! 당장 음병들을 모두 없애라!”황제의 광기는 이미 잘 알려져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 광기가 귀신을 향해 번졌다.시위병이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폐하, 그들은 음병입니다. 신출귀몰하며 잡으려 하면 금세 사라집니다.”“야간 경계 중인 우리 병사들이 수십 명 죽임을 당했고, 그들은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습니다. 도저히 손쓸 수가 없습니다!”북연 황제의 눈에 차가운 기운이 어렸다.설마, 이 선성에 진짜 귀신이 있다는 것인가?그는 고심하며 생각을 이어가다가, 무의식적으로 허리춤을 만지더니, 문득 얼굴이 굳어졌다.“내 옥쇄가 어디 갔느냐!”시위병들은 놀라며 어리둥절해했다.황제의 옥쇄가 사라졌다니!제국의 상징이자 중요한 물건이 어째서 사라진 걸까?……다음 날, 선성 밖.남제군은 성 안에서 음병이 나타났다는 사실과, 몇몇 적군이 죽임을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다.이야기는 너무도 황당해서 믿기 힘들었다.본진 안.장수들은 일제히 갑옷을 입고 대기하고 있었다.봉구안도 차분히 갑옷을 두르고 있었다.머리가 빠른 자들은 이미 이 모든 것이 황후의 계략임을 간파했다.음병들은 분명 살아 있는 병사들이었다.남제군이 비밀 통로를 통해 이동한 전례가 있는 만큼, 선성 내부에도 비밀 통로가 있을 가능성이 컸다.음병으로 적군의 사기를 꺾은 만큼, 이제 공격 명령이 내려질 것이

  • 폭군의 장군 황후   제913화

    귀신이 출몰했다는 한 병사의 외침에, 선성을 경계하던 병사들은 순간 굳어버렸다.텅 비었던 선성 내부의 광장에 갑자기 수많은 장병들이 나타난 것이다.그들은 남제 갑옷을 입고, 천둥소리가 어우러진 밤하늘 아래 규칙적으로 걸어갔다.그들 몸에서는 푸른빛이 뿜어져 나와 마치 유령처럼 보였다.성벽 위, 누군가 공포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음병이다! 음병이 나타났다!”음병이 길을 지나간다는 전설은 여러 나라에서 잘 알려져 있었다.사람들은 평소 죄를 짓지 않으면 한밤중에 귀신이 찾아와도 두렵지 않다는 말을 흔히 하곤 했다.하지만 현실에서는 비겁한 자들뿐만 아니라 겁이 많은 사람들도 귀신을 무서워했다.세상에는 겁이 많은 사람이 더 많았으니, 음병의 등장에 병사들은 모두 몸을 떨었다.그래도 그나마 용기를 내는 병사들이 장군에게 이 상황을 보고하러 갔다.음병들의 창백한 얼굴만 봐도 등골이 서늘해졌던 그 순간, 단춘 장군은 바로 갑옷을 챙겨 입고 성벽으로 나왔다.그조차도 음병을 실제로 본 것은 처음이었다.남제 장병들이 기괴하게 행진하는 모습을 보자, 단춘은 잠시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하지만 곧 정신을 가다듬고 병사들에게 단호히 명령했다.“고개를 돌려라! 눈을 감아라! 그들을 보지 말아라!”이는 오래된 전설에서 비롯된 말이었다.음병이 길을 지나갈 때 이를 보면, 음병들이 자신도 같은 동료로 착각해 데려간다는 것이다.여기서 데려간다는 건, 결국 목숨을 잃는다는 뜻이었다.귀신과 신령은 가까이하기보다는 멀리해야 했다.단춘 뿐만 아니라 다른 장수들 역시 병사들에게 같은 지시를 내렸다.천둥소리가 계속 이어졌고, 이는 번개의 울림인지 음병들의 말발굽 소리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한편, 북연의 황제는 선성의 국공부에서 자다가 바깥의 소리에 잠에서 깼다.“밖에 무슨 일이냐!”경호병이 급히 보고했다.“폐하, 음병이 나타났다고 합니다!”“음병?”황제는 가소롭다는 듯이 코웃음을 쳤다.“이건 틀림없이 남제의 계략이다. 무장을 갖춰라! 그 음병들이란 놈들을

  • 폭군의 장군 황후   제912화

    성문이 잠긴 것은 자명했지만, 그 열쇠를 쥔 자가 누구인지 알 길이 없었다.명백한 것은 이 일이 연합군 내부의 소행일 리 없다는 것이다.즉, 그들 사이에 이미 남제의 첩자가 스며들었다는 뜻이었다.연합군은 차가운 소름이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것을 느꼈다.놀람이 가시자마자, 각 군대는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했다.수화부 연합군은 대하국 동부 연합군을 비난하며 말했다.“첩자는 분명 당신들 안에 숨어있을 것이오! 동방군과 교전한 건 당신들밖에 없지 않소!”“우리 수화부는 남부에서 바로 온 병사들이란 말이오!”단춘은 즉각 반박했다.“북연 연합군도 마찬가지로 남제와 싸웠소!”“그리고 남부에서 왔다고 해서 첩자가 없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소?”“오히려 이미 섞여 들어왔을 가능성도 있소!”북연 황제는 이때 상대적으로 침착한 태도로 그들의 다툼을 제지했다.“그만하라! 너희의 소리가 귀를 찌르니 멈추거라!”“첩자가 어디에 있든 간에, 지금 중요한 건 적과 맞서 싸우는 것이다!”“성문이 잠겼다 해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적도 성문을 뚫지 못하니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황제의 이 말은 언뜻 그럴듯하게 들렸지만, 단춘 같은 경험 많은 장수에게는 부족함이 있었다.단춘은 그의 의견에 의문을 제기하며 물었다.“폐하, 혹시 아직도 상황의 심각성을 모르고 계신 겁니까?”“저희가 성문을 나갈 수 없다는 건, 결국 여기서 갇혀 굶주림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뜻입니다!”이 말이 나오자, 군대는 순식간에 동요하기 시작했다.포위된 상황에서 가장 큰 문제는 식량이었다.남제군이 서두르지 않고 성을 공격하지 않는 것도, 시간을 두고 연합군의 식량을 고갈시켜 스스로 무너지게 하려는 전략임이 분명했다.……선성 밖.남제군은 자리를 잡고 주둔 중이었다.지휘소에서는 봉구안이 침착한 표정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구상하고 있었다.그녀의 시선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한 장군이 허리를 굽혀 물었다.“황후마마, 병사들이 선성을 언제 공격하냐고 묻고 있습니다.”봉구안은 그

  • 폭군의 장군 황후   제911화

    선성 밖에서는 매서운 찬바람이 불고 있었다.수십만 남제 장병이 다양한 무기를 들고 군가를 부르기 시작했다.그 소리는 선성 위를 울려 퍼지며, 마치 갇혀 있던 거대한 짐승이 울부짖는 듯한 위압감을 주었다.성 안에서도 그 소리가 선성을 흔들 만큼 강렬하게 울렸다.봉구안은 전마를 타고 성벽을 응시하고 있었다.갑옷 아래 드러나는 그녀의 모습에서는 대단한 힘이 느껴졌다.성문은 이미 단단히 닫혀 있었고, 성 안에 있는 사람들은 누구도 도망칠 수 없는 상태였다.성루 위에서는 단춘이 놀란 얼굴로 멍하니 서 있었다.그 옆의 부장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장군, 저건 동방군입니다. 대체 어떻게 선성에 나타난 걸까요?! 분명 감주에 있어야 할 자들인데…”하늘에서 날아온 것도 아닐 텐데, 어찌 이런 일이 가능할까?북연의 황제는 성 밖 동방군의 존재에 크게 분노했다.그는 단춘의 옷깃을 움켜잡고 호통을 쳤다.“감주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고 하지 않았나?”“그런데 이게 대체 뭐냐! 단춘, 정말 잘도 해냈구나!”단춘은 당혹스러웠다.본인도 전혀 모르고 있던 일이었기에 황제의 질문에 답하지 못했다.그때 수화부 연합군이 비아냥거리며 말했다.“남제가 당신들을 속인 게 확실하군!”황제는 점점 격분하며 단춘을 더욱 매섭게 쏘아봤다.“동방군이 너희 뒤를 따라왔는데도 모르다니, 이런 실력으로 남제를 우리 북연과 나누겠다고? 정말 가소롭구나!”단춘은 황제의 손을 뿌리치며 반박했다.“폐하, 성 밖에 있는 건 일부 동방군에 불과합니다.”“게다가 우리 동부 연합군만 속은 것도 아닙니다.”“남부 연합군인 수화부는 어땠습니까? 그들이 남제군을 알아챘습니까? 똑같이 속았으면서 왜 저희에게만 책임을 묻습니까?”동부 연합군의 장수들도 이에 동조하며 목소리를 높였다.“남제의 계략은 워낙 교묘합니다. 감주를 언제 빠져나왔는지, 우리는 알 수 없었습니다.”“폐하, 북부 연합군이라고 해서 뒤따라오는 남제군을 완벽히 파악했다고 장담할 수 있습니까?”“그만들 하십시오.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