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혁은 울상이 되어 얘기했다.“달리기가 너무 빨라서... 놓쳤어요.”단발머리의 여자는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오혁을 나무라지는 않았다. 그녀도 연성훈이 얼마나 강한지 알기 때문이었다. 연성훈에게 있어 오혁을 뿌리치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왜 저 두 사람한테 손을 쓴 건지 알아?”2번이 또 물었다.“미행하면서 들은 건데요, 이 두 사람이 그분의 여성 친구한테 손을 쓰려고 했던 모양입니다. 게다가 신해 은행과도 상관이 있어 보여요. 그 여자를 구해낸 다음 이곳에 와서 두 사람을 막은 모양이에요.”오혁이 얘기했다.2번은 그저 침묵을 지켰다. 바닥에 쓰러진 이형택을 보고 웃더니 말을 이어갔다.“널 도와서 일을 처리한 셈이네. 얼른 도망칠 준비나 해. 심야 파수꾼이 와서 시체를 처리할 거야.”“그럼... 또 찾지 못한 거네요.”오혁이 씁쓸하게 웃으면서 얘기했다.“우리는 언제 심야 파수꾼으로 복귀할 수 있어요?”2번은 그저 웃었다. 밤하늘을 보면서 담담하게 얘기했다.“신해 은행과 관련이 있다면 찾을 수 있어. 내일 같이 신해 은행으로 가자.”오혁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러더니 이내 얼굴에 환한 미소를 드러냈다....연성훈은 뒷일을 상관하지 않았다. 하지만 주씨 가문 사람들은 잠에 들지 못했다.주헌은 병원에서 걸어온 전화를 받고 그대로 쓰러질 뻔했다.병원에 도착한 그들은 주서진과 함께 하던 이형택이 실종된 것을 발견했다.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았고 카카오톡도 마찬가지였다. 완전히 연락 두절된 것이다.홍연은 지금 주씨 가문의 유일한 지푸라기였다. 그래서 주씨 가문 사람들은 걱정스러운 마음이 가득했다. 물론, 이 모든 건 연성훈과 아무 관계도 없었다. 그와 주씨 가문 사이의 게임은 이제 시작이었다. 연성훈은 주서진이 깨나기를 기다렸다가 그의 눈앞에서 가문의 몰락을 보여줄 셈이었다.송빈의 말대로라면 그때의 일에 주씨 가문도 동참했다. 지금의 주씨 가문은 다이아몬드 카드를 가진 사람을 알아내기 위해 구윤아에게 손을 댔다. 그러니 연성훈은
연경민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송빈이 선물한 것이라면 이해가 되기도 했다.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믿지 않았다. 연성훈은 이어서 얘기했다.“그럼, 아버지. 제 말을 못 믿겠으면 지금 당장 송 대표님께 연락해서, 혹은 내일 출근할 때 물어봐도 되잖아요.”“알겠어. 난 너를 믿는다.”연경민이 얘기했다.“그럼 일찍 쉬어. 내일 출근해야 하니까.”연성훈은 또 머리가 아팠다. 무조건 독립해서 나가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씻고 방으로 돌아온 연성훈이 침대에 눕자마자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핸드폰을 확인해 보니 진희가 보낸 문자였다.「뭐 해요?」연성훈은 바로 대답했다.「그냥 있어요. 왜요?」「내일 시간 있어요? 전에 제 모델 해주겠다고 했잖아요. 내일 시간 있으면 이쪽으로 초대하고 싶어요.」진희는 그렇게 문자를 보내오면서 부끄럽다는 이모티콘까지 붙였다.「그래요.」연성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나한테 주소를 보내면 돼요.」「좋아요. 그럼 내일 오전 열 시로 해요. 꼭 만나요!」진희는 또 문자를 보내면서 귀여운 이모티콘을 붙였다.그리고 주소까지 보내왔다.연성훈은 그것을 확인하고 핸드폰을 놓고 양반다리를 하고 앉았다....그 시각, 백씨 가문.백아현은 자기 침실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침실은 매우 컸는데 백아현은 침실의 책상 앞에 앉아 안경을 끼고 손에 든 책을 열심히 한 글자 한 글자 뜯어보고 있었다.백아현은 문학을 즐기는 소녀였다.평소에 그녀가 좋아하는 것들은 다도나 문학 같은 것이었다.쿵. 쿵. 쿵. 이때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미간을 약간 찌푸린 그녀는 책을 책상 위에 엎어두고 문 앞으로 와 방의 문을 열어주었다.문 앞의 백기현를 본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무슨 일이에요?”“오늘부터 연성훈이랑 만나지 마.”백기현은 백아현을 보며 미간을 찌푸리고 얘기했다. “왜요?”백아현은 그가 갑자기 이러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주서진에게 큰일이 났어. 지금 병원에 있는데 살 수 있겠는지도 몰라.”백기현이 어두운 표정으
그리고 백아현은 빠르게 구윤아 집에 도착했다. 그리고 바로 강미주의 핸드폰 번호를 눌렀다.문이 열리자 백아현은 바로 달려들어 물었다.“윤아야, 괜찮아?”강미주와 김소희도 모두 망연하게 구윤아를 쳐다보았다.사실 두 사람은 자세한 상황을 몰랐다. 그저 황인범이 구윤아를 데리고 돌아왔다는 것만 알았다. 황인범은 그들에게 본인은 구윤아의 상사라고 소개했을 뿐, 구윤아의 일에 대해서는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윤아 언니, 자요? 이 표정 좀 봐요. 무슨 일이 있었어요?”강미주가 의심하며 물었다.백아현은 입술을 달싹거리다가 강미주와 김소희 두 사람을 보고 한숨을 내뱉으며 얘기했다.“주서진과 내 결혼을 깨기 위해 연성훈이 다이아몬드 카드 권한을 사용했어. 신해 은행이 주씨 가문의 모든 행동을 제재하도록 말이야. 이 일은 윤아가 책임진 것이라서 주서진은 다이아몬드 카드 소유자가 누구인지 알아보려고 윤아한테 손을 쓴 것 같아. 오늘 윤아를 유화 클럽으로 납치해 가서...”여기까지 들은 강미주와 김소희의 동공은 크게 흔들렸다.김소희의 얼굴에는 분노가 가득 서려 있었다.“주서진, 너무한 거 아니에요?!”강미주는 백아현을 보면서 얘기했다.“아현 언니, 전에는 언니의 개인적인 일이라서 별로 말하지 않았는데요, 주서진, 그 사람 성격과 인성에 큰 문제가 있는 사람이에요. 정말 그 사람이랑 결혼하면 안 돼요. 지금은 약혼식은 미뤄졌지만 이 결혼을 취소하지는 않았잖아요. 그러니까 잘 생각해 봐요. 백씨 가문도 돈이 모자란 게 아닌데, 사업에 문제가 있으면 자금을 조금 거두어들여서 다른 사업 파트너를 찾으면 되죠. 굳이 언니의 인생을 희생할 필요는 없어요!”백아현이 고개를 숙이고 얘기했다.“걱정하지 마. 지금 약혼식은 언제가 될지도 모르겠어. 아까 오빠가 알려줬는데, 주서진이 교통사고로 병원에 실려 갔대. 위독한 상황이라서 죽을지도 모른대.”“그 녀석은 그래도 싸요!”김소희가 이를 악물고 얘기했다.“그런 쓰레기는 원래 죽어야 해요.”백아현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임설아라는 여자가 성훈 씨와 재혼하겠답니다. 뭐 성훈 씨가 아직도 자기를 사랑한다느니 마느니 별소리를 다 하는데 그 말 듣고 소름이 쫙 돋았다니까요?”지현호는 어이가 없는 듯 혀를 내둘렀다.“모녀가 쌍으로 뻔뻔스럽네.”전국성은 욕설을 퍼부었다.“됐어, 그냥 내버려둬. 어쩔 수가 없잖아. 연성훈이 스스로 문제를 일으킨 거니까 직접 돌아와서 처리하라고 해.”지현호는 싱글벙글 웃으며 답했다.“연성훈이 어떻게 할지 기대되는데요? 볼거리가 아주 쏠쏠하겠네요.”곧이어 전국성의 눈이 반짝 빛나더니 입가에는 의미심장한 웃음이 떠올랐다.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서로 눈빛을 주고받고선 공감대가 형성된 듯 손을 뻗어 하이 파이브를 했다....다음날. 연성훈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연경민에게 이끌려 아침 일찍 회사에 도착했고 또다시 송빈에게 아침을 사준다는 핑계를 대고 회사 밖으로 나왔다.하지만 이번에는 구윤아의 집으로 가지 않고 택시를 타자마자 진희가 보낸 주소를 향해 달려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연성훈은 어느 오피스빌딩에 멈춰 섰다. 「여명 그룹」빌딩 옥상에 적혀있는 네 글자를 보니 이곳은 여명 그룹의 본사인 듯하다.입구에 도착한 연성훈은 멀리서 캔버스를 들고 있는 진희와 그녀의 옆에 있는 남녀를 발견했다. 두 사람도 캔버스를 들고 있는 걸 보니 진희의 친구가 확실하다.남자에게 별다른 관심이 없었던 연성훈은 시선이 자연스레 여자에게 쏠렸다.그 여자는 진희와 비슷한 또래로 보였다. 검은 긴 생머리와 167cm에 달하는 큰 키를 가지고 있었고 아름다운 외모는 진희와 비슷했지만 왠지 모르게 생기발랄한 느낌이 더 강했다.연성훈을 발견한 진희는 반갑게 손을 흔들었고 그는 주위를 둘러보며 다가갔다.“그림 그린다면서요? 어머님 회사에는 뭐 하러 왔어요?”“엄마가 회사에 개인 작업실을 만들어줬거든요. 그래서 주말이고 뭐고 주로 여기로 오는 편이에요.”진희는 싱글벙글 웃으며 말을 이었다.“일단 소개부터 할게요. 여기는 저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연경에서 소문
질투심에 눈이 먼 그의 모습을 발견한 연성훈은 마음이 움찔했다.아무래도 연석빈은 진희를 많이 좋아하고 있어서 이렇게 큰 적대감을 드러내는 듯하다.상대하기조차 귀찮았던 연성훈은 그저 이를 무시하기로 마음먹었다. 연씨 가문을 원망하는 건 맞지만 모든 사람을 겨냥한 것은 아니었기에 단지 모함한 사람을 모조리 찾아내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고 싶었을 뿐이다. 논외에 속한 연석빈 같은 사람에게는 자연스레 별 관심이 없었다. 물론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리지 않는다면 말이다. 연성훈은 연석빈을 무시했지만 애초에 그를 놓아주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연석빈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저 같은 직계 상속자와는 비교할 수조차 없겠지만 한때는 연씨 가문에서 잘나가던 사람이 이런 꼴로 살고 있으니 참 할 말이 없네요. 그해 연말 총회에 우리 형 옆으로 자리 배치 받았던 건 모르죠? 방계 출신 중에서 그나마 제일 인정받아서 우리 형의 오른팔로 키우려던 가문의 뜻도 모르고 사고를 쳤으니 지금은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모델이나 하고 있잖아요...”연석빈은 말을 이었다.“하긴 감옥 살다 나온 사람이 일자리 찾는 게 쉬운 건 아니니까 저도 이해는 해요.”연성훈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옆에 있던 진희는 말을 하려 입을 움찔거렸으나 연석빈에게 미움을 사는 게 두려운 사람처럼 눈치를 살피더니 다시 입을 닫았다.그런데 이때 방가희가 말했다.“연석빈, 작작 좀 해. 성훈 씨는 진희 부탁으로 모델하러 여기까지 오신 거야. 그리고 진희가 나만 초대했는데 네가 그걸 옆에서 듣고 뻔뻔스럽게 따라와 놓고 왜 이래? 계속 이런 쓸데없는 소리할 거면 그냥 가. 알겠어?”인해에서 연씨 가문을 상대로 이렇게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기에 연성훈은 의아한 눈빛으로 방가희를 바라봤다.‘보기와는 다르게 아주 대단하네.’연석빈은 표정이 흔들렸지만 감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진희는 연성훈의 팔을 잡고 말했다.“성훈 씨, 방금 들었던 말들은 신경 쓰지 마요. 저희 얼른 작업실
“그래?”연성훈은 코를 만지작거리며 말을 이었다.“저번에 연정환을 만났을 때도 너랑 똑같은 말 하던데?”연석빈은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그건 우리 둘 사이의 경쟁이니까 참견할 바가 아니잖아요? 어쨌든 진희에게서 멀리 떨어져요.”“무슨 근거로?”연성훈이 물었다.“여긴 인해고, 내가 연씨 가문의 3순위 상속자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잖아요?”연석빈은 비아냥거렸다.“당신 같은 인간을 죽이는 건 식은 죽 먹기죠.”연성훈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그럼, 어디 한번 해봐.”“뭐라고요?”연석빈은 표정이 극도로 추악해지더니 한참이 지나서야 다시 입을 열었다.“출소한 지 얼마 안 돼서 아직 일자리 없죠? 돈도 주고 일자리도 하나 제공해 줄 테니까 진희에게서 멀리 떨어질래요?”“네가? 학생인데도 돈이 많나 봐?”어이가 없는 상황에 연성훈은 그저 헛웃음만 나왔다.그와 달리 연석빈은 오만한 표정을 짓더니 자부심을 드러내며 말했다.“상상도 못 하는 금액이겠지만 제가 일 년에 용돈만 해도 억 단위거든요. 일자리 하나 찾아주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죠. 월급 200만 원 정도면 인해에서 먹고사는 데 아무런 불편함이 없을 텐데 그래도 원하는 금액이 있으면 한번 불러봐요.”연성훈은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미안한데 관심 없어. 우리 아빠가 한유 그룹 부사장이라서 연봉만 수백억이거든. 그걸로 먹고살아도 전혀 지장 없어.”고집불통인 연성훈의 모습에 연성빈은 허탈한 듯 말을 이었다.“고생을 사서 하는 스타일이네요.”“그래서? 어떡할 건데? 지금처럼 그렇게 노려보면 내가 죽기라도 해? 아니면 다른 방법이라도 있고?”연성훈은 그를 비웃었다.“사실 난 너 같은 뻔뻔한 사람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 진희 씨가 널 귀찮아하고 안 좋아하는 걸 뻔히 알면서 왜 그렇게 치근덕대는 거야? 네가 연씨 가문 직계 가족만 아니었으면 진작에 꺼지라고 말했을 텐데 그것도 모르고 계속 들이대고 있으니 너도 참 안쓰럽네.”연성훈의 말은 그의 가슴
2번을 맞이한 사람의 눈빛에는 충격이 가득했다.다이아몬드 카드!구윤아가 다이아몬드 카드 소유자를 담당한 후로 갑자기 강성에서 인해로 인사 발령이 되었고 단숨에 진급했을뿐더러 오늘 아침에도 급여 인상을 받았다.이제 돈줄을 잡을 수 있는 그 기회가 눈앞에 버젓이 있으니 다이아몬드 카드 소유자에게 서비스만 잘한다면 자신도 구윤아처럼 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부풀어 올랐다.2번은 차분하게 말했다.“아무에게도 얘기하지 말고 조용한 방으로 안내해 주세요. 그리고 이곳의 최고 책임자를 불러주세요.”“네. 이쪽으로 따라오시죠.”2번을 맞이한 여자는 마음속의 설렘을 억누르며 허리를 숙여 인사를 올리고선 손짓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2번은 곧 방으로 안내되었고 그녀를 맞이한 여자는 물 한 잔을 건네주며 말했다.“잠시만 기다리세요.”여자가 밖으로 나가고 몇분쯤 지나자 황인범이 문을 열고 들어왔고 그는 앉아있는 2번을 보고 움찔하더니 곧바로 다가가 허리 굽혀 인사를 건넸다.“오랜만입니다!”심야 파수꾼 2번이었던 그녀의 이름은 황슬기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황인범을 바라보더니 입가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심야 파수꾼을 포함해서 내가 찾아왔다는 말 아무에게도 얘기하면 안 돼.”황인범은 재빨리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알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어젯밤에 성훈 씨를 만났습니다. 덕분에 제가...”황슬기는 손사래를 치며 그의 말을 잘랐다.“오늘 연성훈 때문에 온 거야. 혹시 연락처 알고 있어?”“카카오톡밖에 없습니다.”황인범은 말을 이었다.“저희 직원 중 한 명이 성훈 씨를 담당하고 있어서 아마 연락처가 있을 수도 있어요.”“그 직원 불러와.”황슬기는 담담하게 말했다.황인범은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달려 나갔다. 2분이 지나자 문 앞에는 구윤아가 나타났고 그녀는 단발머리에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 황슬기를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무슨 일로 저를 찾으십니까?”하룻밤 만에 구윤아는 이미 감정을 추스른 것 같았고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보여줬다.황슬기
‘웅웅웅...’바로 그때 연성훈이 옆에 벗어둔 옷에서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진희는 눈살을 찌푸리며 다가가 핸드폰을 들고 말했다.“모르는 번호예요.”“이쪽으로 와서 핸드폰을 귀에 대줘요.”연성훈의 말을 들은 진희는 고개를 끄덕이고선 그의 곁으로 다가가 통화 버튼을 누른 후 핸드폰을 귀에 댔다.“여보세요?”연성훈이 물었다.“누구시죠?”핸드폰 너머로 한동안 침묵이 이어지더니 곧이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흐느끼는듯한 여자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여보세요? 말씀 좀 하세요.”연성훈은 미간을 찌푸렸다.“전화 잘못 거신 거죠?”바로 그때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감정을 추스른듯했지만 목소리는 여전히 흐느껴 울었다.“연성훈... 내가 누군지 맞춰봐.”목소리를 들은 연성훈은 순간 정신이 번쩍 들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진희 손에 들려있던 핸드폰을 낚아채며 감정이 격해진 듯 물었다.“너 지금 어디야? 내가 당장 그쪽으로 갈게.”옆에 있던 연석빈이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사람 말 못 알아들어요? 움직이지 말라고 몇 번이나 말했잖아요.”연성훈은 그를 무시한 채 핸드폰을 어깨에 끼고 재빨리 주섬주섬 옷과 바지를 입었다.생각지도 못한 그의 속도에 진희와 방가희는 충격을 금치 못했다.“종로 신한은행 맞은편에 있어.”“움직이지 말고 거기 있어. 내가 금방 갈게.”전화를 끊은 연성훈은 고개를 돌려 진희를 보며 말했다.“진희 씨, 죄송한데 오늘은 모델일 끝까지 못 할 것 같아요. 무조건 가봐야 하는 중요한 일이 생겨서 다음에 시간 되면 다시 약속 잡아요.”연석빈은 피식 웃더니 중얼거렸다.“중요한 일은 무슨, 애인 만나러 가는 거잖아요. 여자 목소리가 들렸는데 바쁜 척은...”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연성훈은 살기가 가득 찬 싸늘한 눈빛으로 죽일 듯이 노려봤다.그 기세에 순간 주춤한 연석빈은 말을 반쯤 하다가 목이 막혀 침을 꿀꺽 삼키더니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옆에 있던 방가희도 처음에는 의아했으나 곧바로 웃음을 띠었고 진희
“연성훈, 넌 날 죽일 수 없어. 내가 죽으면 넌 그 후폭풍은 감당할 수 없을 거거든. 탁일우가 널 원망할 거야.”채형우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백 명 이상의 최고급이 홍연에 가입한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기나 해?”연성훈은 냉정한 표정으로 미간을 찡그리며 대답했다.“말했을 텐데요. 전 이미 심야 파수꾼에서 해고당했다고요.”그때, 윤연서가 권투 장갑을 끼고 채형우에게로 다가갔다. 그녀의 눈동자는 붉게 물들고 있었다.“생각해 본 적 있으세요? 제가 크라임 시티로 유배되고 나서 언젠가 이렇게 돌아올 수 있을 거라고?”윤연서는 채형우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고는 고양이처럼 바닥에 엎드렸다가 눈 깜빡할 사이에 채형우 앞으로 이동했다. 그리고는 그의 복부를 세게 때렸다.“이 건 우리 할아버지 대신에 때린 겁니다. 할아버지께서 당신을 살려주고 스승에게까지 데려갔는데 당신은 비열한 방법으로 할아버지를 죽였어요!”채형우는 그녀에게 맞더니 계속해서 피를 토했다.윤연서는 주먹을 쥐고 또 한 번 때렸다. 아마 채형우의 이마를 노린 듯했다.“이건 우리 아버지 대신에 때린 거고요. 양아들인 우리 아버지한테까지 손을 쓰다뇨... 그날 당신이 우리 할아버지를 죽이고 나서 집으로 찾아왔을 때, 우리 아버지께서 직접 문을 열어줬잖아요!”그녀는 연속으로 주먹을 날리며 그동안 억눌렀던 감정이 폭발시켰다. 채형우는 점점 힘이 빠져서 얼굴이 일그러진 채로 땅에 쓰러져 버렸다.연성훈은 그 장면을 옆에서 지켜볼 뿐이었다.주위 사람들 중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채형우가 계속해서 구걸했지만 그의 부하들이나 친척들은 아무도 그를 도우려 하지 않았다.“도와줘!”채형우의 목소리는 점점 약해져만 갔고 힘이 빠지는 것 같았다. 연성훈은 찡그린 얼굴로 말했다.“이제 그냥 보내드리죠?”윤연서가 한숨을 내쉬고 손을 들었다. 그녀의 권투 장갑 위에 빛을 내는 발톱 같은 무기가 나타났다. 손으로 한 번 긁자 채형우의 목에는 세 개의 상처가 생겨났고 그는 숨을 거두었다.‘
그와 동시에 연경에 있는 지하 카지노에서.지하 카지노는 여전히 예전처럼 시끌벅적했다. 이곳은 부자들의 천국이었다.알려진 대로 지하 카지노는 3층이 마지막 층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실 4층이 존재한다는 것을 모를 것이었다.4층은 T 박사의 대형 실험실이었다.T 박사는 실험실에서 그 철제 상자를 가지고 놀고 있었다. 그는 손가락을 매우 민첩하게 움직이며 상자를 두드렸고 그러자 상자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음?”T 박사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그 빛을 벽에 비추었다. 그러자 곧 벽에 파란색의 빛 막이 나타났다. 그 위에는 글자가 쓰여 있긴 했지만 수상하게 생긴 문자였다.“재밌네...”T 박사는 그 글자를 한참 바라보다가 미소를 지으며 뒤쪽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그러자 소파에 앉아 있던 제이훈이 일어났다.“무슨 일이죠?”제이훈이 물었다.“여기에 있는 내용을 심야 파수꾼 쪽에 전달해 줘.”T 박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제이훈은 잠시 멈칫하더니 거기에 적힌 내용을 보며 살짝 미간을 찌푸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그건 그렇고. 북전에 갈 생각은 없어?”T 박사가 물었다.제이훈은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별로 가고 싶지 않아요. 좋은 곳은 아니라서요.”“그곳이 주요 전장이 될지도 모른다면?”T 박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탁일우 그 어르신 그곳에서 죽을 수도 있어.”이 말을 들은 제이훈은 잠깐 침묵하더니 실험실을 나갔다.“허허!”T 박사는 미소를 지으며 다른 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검은색 제복이 있었고 심야 파수꾼의 전용 복장과 똑같았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 옷도 이제 업데이트할 때가 되었군... 그렇지 않으면 너무 재미없을 테니까.”그는 이렇게 말하면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곧 전화 너머로 부드럽고 달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박사님, 무슨 일이죠?”“응, 여기 와서 용골 몇 개 가져가. 연성훈이 연경에 오면 연성훈 한테도 주고.”T 박사가 말했다.“알겠습니다
말을 마친 그는 윤연서를 보며 물었다.“어떻게 처리할 거예요?”윤연서는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이미 지난 원한이니까 전 일을 크게 벌일 생각은 없어요. 그저 채형우만 죽이면 돼요. 제가 직접 제 손으로 죽이고 싶어요.”연성훈은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알겠어요. 다른 놈들 잘 지키고 있으세요.”사실 윤연서가 처음 들어왔을 때, 교차로에서부터 그녀는 바로 죽여버리지 않았고 단지 그들을 다치게 할 뿐이었다.연성훈이 한 손을 휘두르자 옆에 있는 사람들 중 한 명의 칼이 날아가서 연성훈의 손에 쥐어졌다. 그러자 연성훈은 바로 칼을 들고 채형우에게 돌진했다.“연성훈, 너 진짜 해보자는 거야? 심야 파수꾼 대표로 우리와의 계약을 파기하겠다는 거냐? 넌 네가 오늘에 한 선택을 후회하게 될 거야!”채형우가 소리쳤다.“후회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연성훈은 이렇게 욕하며 칼을 휘둘렀다....한편, 여주 시내의 한 빌라에서 어떤 노인이 흔들의자에 누워 있었다. 의자는 살짝씩 흔들리고 있었는데 홀에서는 음악이 흐르고 있었고 노인은 뭔가 즐거워 보였다.벽에는 서예 작품들이 걸려 있었고 한눈에 보아도 누가 그린 것이지 알 수 있는 유명한 사람의 작품이었다.주의 깊게 보면 그의 팔에는 보라색 연꽃 문신이 있었다.쿵! 쿵! 쿵!그때 갑자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노인은 그 소리를 듣고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도우미가 급히 문 앞으로 달려가 문을 열었고 피곤한 것 같아보이는 허남천이 나타났다.그는 한숨을 내쉬며 홀로 들어가 노인 앞에 다가가 경건하게 말했다.“변우현 어르신!”변우현은 허남천을 바라보며 물었다.“왜 그렇게 초라해?”“연성훈을 피하느라요. 인해에서 밤새 차를 몰고 왔어요.”허남천이 씁쓸하게 말했다.“별것도 아닌 놈을 상대로 이 꼴이라니... T 박사가 아니었으면 너는 이미...”변우현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홍연은 내가 직접 너한테 맡긴 거지만 사실 그동안 크게 실망했어. 홍연은 네 손에 있으면서
“지금부터 누가 움직이면 누굴 죽일 거예요, 알겠죠?”연성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윤연서와 채형우의 대화 속에서 그는 상황을 대충 파악했고 그녀가 그의 팀원인 만큼 도와줄 필요가 있었다. 채형우 같은 사람은 딱 연성훈이 싫어하는 유형의 사람이었다.“자식, 말은 잘하네.”연성훈의 말을 듣고 최고급 고수 중 한 명이 이렇게 비웃었다. 그러고는 원기를 폭발시키더니 바로 연성훈에게 돌진했다.그때, 연성훈은 순식간에 그 사람의 눈앞으로 다가갔고 바로 주먹을 날려버렸다.그의 속도에 상대는 전혀 반응할 틈이 없었고 그대로 날아가 인공호수에 떨어져 버렸다. 생사도 알 수 없는 상태였다.그런 연성훈을 본 채형우는 깜짝 놀랐다.“특급!”연성훈은 그를 바라보며 정중하게 미소를 지었고 채형우는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윤연서 혼자였다면 별로 신경 쓰지 않았겠지만 특급이 두 명이었기에 상황이 달라젺다.“이 자식아, 우리 채씨 가문이 어떤 가문인지 알아? 만약 진짜로 우리한테 손을 대겠다면 그 후과를 고려해야 할 거야!”채형우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무슨 후과요?”연성훈이 이렇게 비웃으며 물었다.“후과라고요? 당신은 제 앞에서 후과를 논할 자격도 없어요.”연성훈의 태도는 아주 당당했고 그 자신감은 채형우가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너... 도대체 어떤 누구야?”채형우가 이를 악물고 물었다.연성훈은 고개를 들고 담담하게 말했다.“제 이름은 연성훈이라고 합니다!”예전 같았으면 연성훈은 ‘심야 파수꾼 제로’라고 같이 말했을 거지만 이제는 심야 파수꾼을 떠났으므로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그러나 그의 이름을 듣는 순간, 채형우는 충격에 휩싸였다.연성훈이 뎀프시를 죽인 사건은 지하 세계에서도 큰 파장을 일으켰던 것이다. “천”차트 3위가 바뀌었고 뎀프시는 사라졌다. 다들 그 장면을 실제로 목격한 건 아니었지만 그 의미가 무엇인지는 잘 알고 있었다.연성훈을 바라보며 채형우는 목이 막혀왔다.“전 심야 파수꾼 제로 연성훈... 네가 크라임 시티 사람들을 도
여기 건물에는 건물이 제법 많았지만 사람은 매우 드물었다. 그들은 곧 인공호수 위쪽 건물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거대한 대문이 그곳에 자리 잡고 있었고 그때 한 노인이 손을 뒤로 젖힌 채 안에서 나왔다.채형준을 본 그는 급히 물었다.“방금 온 사람은...”이어 그의 시선은 뒤에 있는 윤연서를 향했다. 순간, 윤연서를 알아본 그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윤연서!”말을 마친 그는 발걸음을 재촉해 다시 문 안으로 돌아갔다.윤연서는 그를 막지 않았고 채형준과 함께 대문 안으로 들어갔다. 대문 안쪽에는 평지가 펼쳐져 있었고 들어가자마자 연성훈은 여러 사람의 발소리가 들리는 걸 느꼈다. 20~30명이 줄지어 나와서 그들을 에워싸고 있었다.연성훈은 그들을 몇 번 훑어보더니 실눈을 뜨며 중얼거렸다.“모두 최고급이네. 이씨 가문이랑 별다를 게 없군...”이들은 보기만 해도 지하 세계에서 온 사람들이었기에 모두가 채씨 가문 사람인 건 아니었다. 대부분은 채씨 가문 사람들이 돈을 주고 고용한 것으로 보였다.평지 앞에는 몇 층의 계단이 있었고 계단 위에는 큰 별장이 자리 잡고 있었다.그때 계단 위에서 몇 사람이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다. 센터에 서 있는 사람은 한 노인이 이었는데 그는 70~80세로 돼 보였지만 기색이 매우 좋았다. 다가오는 발걸음도 매우 안정적이었다.‘특급!’연성훈은 그를 보자마자 살짝 움찔했다.윤연서가 여기까지 찾아온 게 분명 이 사람 때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그는 위에서 윤연서와 연성훈을 내려다보았다. 그는 자동으로 연성훈을 걸러내고 윤연서에게만 시선을 고정했다. 그러고는 놀라워하며 말했다.“전부터 예쁘게 자랄 거라고 생각했는데 50대 후반이 되었어도 여전히 예쁘네. 역시 우리 선배님의 유전자야, 대단해!”윤연서는 그를 바라보며 차가운 눈빛을 비추며 말했다.“이젠 예전 일에 대해서 결말을 지을 때가 되지 않았나요? 우리 할아버지께선 당신을 불쌍히 여겨서 데려온 거예요. 하지만 당신은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우리 할아버지를 해
탁일우가 말을 마치자 방주원이 이어서 말했다. “이 두 가문의 원한은 사실 오래된 거야. 그 당시 두 가문은 여주에서 꽤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거든. 채씨 가문의 가주인 채형우랑 윤씨 가문 집주인인 윤한, 즉 윤연서의 할아버지는 선후배 사이였어.”이 말을 들은 이석구가 놀라며 말했다.“이 두 가문의 가주가 선후배 사이라는 건가요? 그런데 지금 왜 사이가 이렇게 엉망으로 된 거죠?”“이때 문제가 생겼어.”방주원이 말했다.“그들은 선후배일 뿐만 아니라 사실 윤한이 채형우를 자기 스승한테로 데려간 거였거든. 고아였던 채형우를 말이야. 길거리에서 방황하고 있던 채형우를 윤한이 발견한 셈이지. 그때 채형우가 아마 7, 8살쯤 되었을걸? 윤한이 채형우를 불쌍하게 여겨서 데려간 거야.”“채형우는 뛰어난 무술 재능을 가지고 있었고 스승에게 배우고 나서부터 빠른 속도로 발전해 나갔지. 그는 윤한보다 조금 늦게 무술을 시작했지만 두 사람이 특급에 도달하는 시간은 비슷했어.”방주원이 계속해서 말했다.“하지만 채형우는 인성에 문제가 좀 있었어. 무술을 배우고 나서는 종종 다른 사람을 괴롭혔고 그들의 스승은 이를 보고 윤한을 더 좋아하게 된 거야.”“그리고 드라마틱하게도 두 사람이 특급 단계에 도달하는 데 필요한 용골이 같은 거야.”방주원은 계속해서 말했다.“그래서 두 사람의 스승은 용골을 모두 윤한에게 줬어. 채형우도 그 당시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었고.”“하지만 약 40년 전에 말이야. 북전이 많이 혼란스러웠어서 심야 파수꾼의 주력이 모두 북전으로 갔어. 그때 채형우가 윤한을 집에 초대해서 음식을 대접한다는 핑계로 윤한에게 독을 먹였지. 그리고 하룻밤 사이에 몰래 윤한의 가족들을 다 죽여버렸어.”방주원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거의 현실판 농부와 뱀의 이야기라고 보면 돼. 윤연서 혼자 남겨진 건 그때 윤연서가 여주에 없었기 때문이야. 하지만 결국 채씨 가문 사람들에게 발견되어 크라임 시티로 유배당했어.”강백호는 그들을 무표정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윤연서는 여전히 선글라스를 쓴 채로 담담하게 서서 눈앞의 사람들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두 사람 모두 특급이었지만 상대는 그들의 원기를 전혀 느끼지 못했고 단지 평범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그때 대머리 남자의 뒤에서 한 키 큰 남자가 다가왔다. 그러고는 대머리 남자의 귀에 무어라 속삭였다. 대머리 남자는 멈칫하더니 윤연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이내 침을 삼키며 얼굴에 약간의 음흉한 미소를 띠었다.“저희는...”연성훈이 입을 떼려던 찰나, 대머리 남자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이곳은 절대 알려지면 안 되거든요. 그러니까 여기에서 뛰어내리세요. 만약 뛰어내려도 살아남으면 살려줄게요. 죽어도 제 책임은 아닙니다. 여자분은...”그는 이렇게 말하며 입술을 핥았다.“제 옆에 딱 붙어있으면 되겠네요.”이 남자들은 분명 윤연서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게 분명했다. 이곳은 외딴곳이었기에 평범한 사람이 실종되었다고 해도 이상할 것 없었다.“역시, 채씨 가문의 사람들도 다 저질이네.”연성훈이 윤연서에게 말했다.“응?”연성훈이 채씨 가문이라는 단어를 언급하자 그 몇 사람의 표정이 변했다.그들은 원래 두 사람이 우연히 여기까지 온 줄 알았던 것이다. 이제 연성훈이 채씨 가문을 언급했다는 건 연성훈이 채씨 가문의 존재를 알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대머리 남자의 안색이 살짝 변하더니 말했다.“누구야? 여기서 뭐 하는 거야?”“저희는 말이죠...”연성훈이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그쪽도 당장 여기서 뛰어내리세요. 살아남으면 말해줄게요.”대머리 남자의 표정이 차가워졌다.그때 윤연서는 선글라스를 벗고 대머리 남자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채형준, 나 기억해?”대머리 남자 채형준이 윤연서를 바라보더니 잠시 멈칫했다. 그는 당황한 듯하더니 두려움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윤연서, 너... 너는 크라임 시티로 추방되지 않았어? 왜 여기 있는 건데?”윤연서가 차분하게 말했다.“여기에 나타난 이유는 말이야... 내가 돌아왔다는 걸 알리기 위해서
인해 심야 파수꾼 기지 안에서.두 사람의 큰일 났다는 말에 추인혜의 미간이 세게 찌푸려졌다.이석구는 속으로 무언가를 생각하면서 말했다.“하지만 채씨 가문의 가주는 특급이지만 “천”차트에 들지 않은 걸로 알아요. 윤연서 씨가 뎀프시보다 약하다고 했으니 괜찮지 않을까요?”“그렇지 않아.”방주원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사실 일부 가문에 대한 정보는 심야 파수꾼 내부에서도 기밀 자료야. 우리와 계약을 맺고 있는 가문들도 있거든.”“네?”추인혜의 표정이 급격히 변했다.“그게 무슨 소리죠?”방주원이 추인혜를 보며 말했다.“너도 알다시피 지하 세계는 심야 파수꾼이 정한 규칙에 따라 이루어진 거야. 그러니까 우리처럼 무술을 수련하는 사람들은 일반 세계의 다툼에 개입할 수 없다는 거지.”“저번 세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비즈니스 사업에 뛰어들었거든. 그때부터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어. 게다가 심야 파수꾼도 북전과 다른 전선들을 더 중시하고 있었으니까 말이야.”“그리고 좀 지나서야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시작했어. 지하 세계의 사람들은 일반인에게 손대지 않도록 규칙을 세웠고 만약 이 규칙을 어기면 크라임 시티로 추방되거나 심야 파수꾼의 감옥에 들어가게 말이야.”방주원이 한숨을 내쉬며 계속해서 말했다.“그래서 당시 가문에 특급인 사람이 있는 가문들과 협상을 했었어. 그중 하나가 채씨 가문이고. 일반 세계에 개입하지 말고 가능한 한 숨어서 지내라고 했어. 또 숨어있는 장소에 대해서는 더 이상 간섭하지 않기로 했고.”“그중에는 연경에 있는 도성호네 도씨 가문이랑도 협상했었고. 도씨 가문은 숨어 살기로 했고 또 더 이상 비즈니스에 관여하지 않기로 했어.”방주원이 또 한 번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들은 특급만을 쓸 수 있는 방법으로 비즈니스 사업을 진행하니까 일반인에게는 너무 불공평한 거지.”“또 우리랑 약속도 했었어.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우리를 도와주기로.”방주원이 말했다.“만약 성훈이가 채씨 가문에게 손을 대면 그들은 아마 심야 파수꾼이 지
서서히 들어오는 차를 본 몇 사람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올랐다.곧 차 문이 열리고 방주원과 탁일우가 차에서 내렸다.“어르신!”탁일우를 봉 강백호가 웃으며 다가가서 말했다.“우리한테 심야 파수꾼으로 돌아와달라고 말하러 오신 건가요?”그러자 탁일우가 그를 노려보며 물었다.“맞고 싶어서 근질거리지, 아주?”강백호는 웃으며 재빨리 옆으로 피했다.그러자 탁일우의 시선은 옆에 있던 진서원에게로 향했다. 그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어? 특급으로 된 거야?”진서원은 그를 한 번 쳐다보았을 뿐, 아무 말도 대답하지 않았다.진서원은 탁일우가 좀 원망스러웠다. 소속된 분대가 많은 동료들을 잃었는데 그는 크라임 시티로 추방되었기 때문이었다. 진서원은 탁일우가 이에 대해 어느 정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진서원이 대답을 하지 않자 탁일우는 미소를 지었다. 그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시선을 황슬기에게 돌리며 물었다.“너한테 맞는 뼈는 찾았어?”황슬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직 못 찾았어요. 연성훈이 돌아오면 그와 함께 찾아볼 겁니다.”탁일우는 이 말에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연성훈이 돌아온다고? 지금 여기 없다는 거야?”“네!”황슬기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윤연서 씨랑 함께 여주에 있어요. 윤연서 씨의 복수를 돕는다고 하더라고요.”이 말에 이석구가 의아해하며 말했다.“맞아요, 어르신. 심야 파수꾼에 있는 자료 중에 채씨 가문에 대한 정보가 없던데요?”“채씨 가문!”이 말을 들은 탁일우와 방주원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네 말은 성훈이가 지금 윤연서 씨랑 채씨 가문 사람을 찾으러 여주에 갔다는 거야?”“네. 그 사람들은 윤연서 씨의 원수라고 하더라고요. 보스가 윤연서를 데리고 복수하러 갔어요.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두 사람의 반응에 추인혜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탁일우와 방주원의 안색은 급격히 어두워졌다.방주원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큰일 났어!”...한편, 연성훈은 윤연서와 함께 터널을 천천히 지나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