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마친 후 황슬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연성훈의 품으로 뛰어들었다.연성훈은 미소를 지으며 눈가의 눈물을 닦더니 두 팔 벌려 황슬기를 품 안에 꼭 껴안았다.“살아있을 줄 알았어. 내가 꼭 그럴 거라고 확신했어.”황슬기는 연성훈을 힘껏 끌어안더니 목 놓아 울부짖으며 말했다.“도겸이 어떡해. 우리 도겸이만 영원히 못 돌아오는 거잖아. 칼이 도겸이의 몸을 뚫는 걸 내가 직접 봤어. 우리를 지키려고, 임무를 완수하려고 목숨 걸었던 애가 바닥에 쓰러져 있었는데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3년 전 기억이 떠오르자 황슬기를 안고 있던 연성훈도 두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안 죽었어. 맹세하는데 도겸이는 무조건 어딘가에 살아있을 거야. 난 반드시 허남천 그 개자식을 죽여버리고 그 전투에 참여했던 모든 지하 세력에게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연성훈이 이를 악물고 단호하게 말했다.황슬기는 있는 힘껏 연성훈을 꼭 끌어안고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그렇게 십여 분 동안이나 끌어안고 나서야 황슬기는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었고 그녀가 코를 훌쩍이자 옆에 있던 오혁이 재빨리 휴지를 건네줬다.이때 오혁의 얼굴에는 설렘이 가득했다.3년이 지나서야 마침내 연성훈을 만났다. 이제 그의 힘든 삶은 여기서 끝이고 더 이상 대식가를 먹여 살리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할 필요가 없게 되었으니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다.그는 인해시에서 부자가 되어 돈을 물 쓰듯 한 삶을 꿈꾸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고생길이 끝이 보이자 오혁은 감격스러움에 눈물을 쏟고 싶었다.연성훈은 오혁은 한참 바라보더니 뭔가 생각난 듯 움찔했다.“어젯밤 유화 클럽 입구에서 절 미행하던 사람 맞죠?”“엇... 절 보셨군요.”오혁은 머리를 긁적이며 답했다.“행동이 느려터졌는데 그걸 발견 못했을 리가 있겠냐?”황슬기는 코를 닦으며 연성훈에게 소개했다.“여긴 내 제자 오혁이야. 3년 전에 날 구해줬어. 넌 어떻게 도망친 거야? 거의 모든 사람들이 너만 쫓았는데...”연성훈은 한숨을 내쉬며 탄식했다
물론 그 말을 입 밖으로 내뱉지는 못했다.“그래, 네가 원하는 곳으로 가자.”연성훈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오늘은 네가 만족할 때까지 실컷 먹어도 돼.”오혁은 순간 두 눈이 반짝 빛났다.“제가 인해에서 가장 좋은 레스토랑을 알고 있는데 많이 비싸요.”“그런 곳을 알고 있으면서 왜 나랑은 안 갔어!”황슬기는 그를 째려보며 말했다.“세상에나.”오혁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름은 플라워 레스토랑인데 부자들을 위한 곳이에요. 레스토랑에 회원제가 도입돼서 천만 원을 충전해야만 블랙카드를 받을 수 있거든요. 그 카드로 1층 로비에서 식사할 수 있는데 인당 20만 원 정도 나와요. 그곳에서 돼지처럼 먹다가 정말로 한 끼 만에 아예 파산할 수도 있어요.”연성훈은 의아했다. 오혁의 말만 들으면 이 레스토랑은 메리어트 호텔과 아주 흡사하다.“지금 누구더러 돼지라고 하는 거야?”황슬기는 오혁을 째려봤다.“저요, 저요.”헐레벌떡 답하는 오혁의 모습을 보고 연성훈은 웃음이 터졌다.“참 재밌는 제자네.”황슬기는 자부심을 드러내며 말했다.“멍청해서 내가 3년 동안 직접 가르쳤어. 그런데 겨우 언더 킬러 랭킹 5위밖에 안 됐으니 정말 바보 같은 거지. 넌 심야 파수꾼에 들어온 지 3년 만에 제로가 됐고 나도 5년 만에 2번이 됐잖아. 그때는 언더 킬러 랭킹에 오른 사람들이 우리를 피해 다녔는데 3년 만에 고작 5위밖에 못 한 거면 진짜 쓰레기지.”오혁은 멋쩍은 듯 웃었다.이때 황슬기가 다시 입을 열었다.“참, 할 얘기가 있어. 이 녀석을 심야 파수꾼으로 데려가 줘. 난 복수 끝나기 전까지 돌아갈 생각이 없거든.”연성훈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어쨌든 도시에는 아직 내가 있으니까 같이 움직이면 돼.”황슬기는 그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고 배를 쓰다듬었다.“얼른 밥 먹으러 가자. 배고파 죽을 것 같아.”연성훈은 고개를 끄덕이고선 곧바로 택시를 잡았고 오혁은 자연스레 앞좌석에 앉았다.뒷좌석에 앉은 황슬기는 마치 연성훈이 떠날까 봐 두려운 듯 계
그의 옆에는 남자 둘, 여자 둘 총 네 명이 있었다.여자들은 예쁘게 생겼는데 전형적인 강남미인 스타일이었고 그들은 각각 두 남자의 팔짱을 끼고 있었다.두 남자 중 한 명은 팔에 커다란 문신이 새겨져 있었고 다른 한 명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있었다.문신남은 장건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려 연성훈 일행을 발견했다. 자연스레 그의 시선은 황슬기를 향했고 비록 뒷모습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완벽한 그녀의 몸매를 보고 있자니 저도 모르게 입술을 핥았다.“저 세 사람이랑 아는 사이야?”문신남이 물었다.“형.”장건은 활짝 웃더니 아부를 떨며 말했다.“아마 들으신 적 있으실 텐데 9년 전에 백채령 성폭행했던 남자가 저 사람이에요. 이름은 연성훈이요.”“저 사람이야?”문신남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옆에 있는 여자는 누군지 알아?”장건은 부러움의 기색을 드러내며 말했다.“몰라요. 저번부터 느끼는 건데 연성훈 저 자식은 참 연애운이 좋아요. 감옥에 그렇게 오래 갇혀있다가 나와도 주변에 여자가 끊이질 않네요. 저번에 백아현이 강성에서 미녀 친구들을 데려왔는데 다 연성훈이랑 아는 사이였어요. 진미영, 진희 모녀랑도 아는 사이던데 이번에 또 뉴페이스가 옆에 있네요. 도대체 어디서 여자를 만나는 건지 물어보고 싶다니까요.”이때 한복을 입은 종업원이 황급히 다가와서 물었다.“어서 오세요. 전처럼 5층에서 식사하실 건가요?”종업원은 그들을 알고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 세 남자를 알고 있는듯하다.장건은 상대적으로 유명한 인플루언서였기에 그를 아는 사람이 많았다.옆에 있는 문신남의 이름은 방군이고, 그는 국내에서 장건만큼 유명하지 않지만 인해의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그가 유명해진 건 아버지 방현석의 덕분이었다. 20년 전 방현석은 인해 조직폭력배의 우두머리였다. 그러나 경제가 발전하면서 하나둘씩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주로 클럽이나 부동산과 같은 것들을 하고 있었다.유화 클럽도 백기현
옆에서 듣고 있던 연성훈과 오혁은 저도 모르게 입가에 경련이 일어났다.“메뉴판에 있는 음식을 다 하나씩 주문하겠다는 뜻이에요.”황슬기가 말했다.오혁은 허탈한 듯한 눈빛으로 연성훈을 바라봤고 마치 ‘제 말 맞죠? 지갑 사정이 정말 여유가 없어요’라고 말하는 듯했다.연성훈은 그제야 메뉴판을 다시 살폈다. 싼 요리는 몇만 원밖에 안 했지만 비싼 요리는 몇십만 원에 달하는 가격이었다.음식이 많아서 보통 서너 개만 주문해도 배가 부를 텐데 단번에 모든 메뉴를 하나씩 시키는 황슬기의 모습을 보고 두 눈을 의심했다.연성훈은 종업원을 보며 말했다.“얘기한 대로 하나씩 주세요. 다 먹을 수 있으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황슬기는 연성훈을 바라보며 웃었다.“통 크네. 역시 내 제자보다 훨씬 나아. 지난 3년 동안 난 정말... 됐어, 말을 말자.”오혁은 멋쩍게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때 어디선가 불길하고 불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쯧쯧쯧. 성훈아, 또 여자 꼬시러 나왔냐? 플라워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다니, 감당할 수 있겠어?”연성훈은 미간을 찌푸린 채로 장건을 바라봤다.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황슬기의 눈빛이 싸늘하게 돌변하더니 태연하게 말했다.“성훈아, 어디서 개 짖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데 네가 키운 거야?”장건은 표정이 어두워졌으나 애써 미소를 유지했다.“이쁜이, 지금 이 사람이 누군지 알고 같이 밥을 먹는 거예요? 얘 강간범이니까 조심해요. 그러다가 당신도 당할 수 있어요.”말을 이어가던 장건은 손을 뻗어 어느 한 곳을 가리켰다.“저기 두 사람 보여요?”연성훈과 황슬기는 그가 가리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고 그곳에는 방군과 유하준 두 사람이 서 있었다.“방군과 유씨 가문의 유하준이에요. 들어본 적 있죠?”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하는 장건의 모습을 보고 연성훈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꽤 많은 재벌 2세를 알고 있네?”그 말을 들은 장건은 오만함을 드러내더니 황슬기를 보며 말했다.“이렇게 예쁜 아가씨가 1층에서 식사
종업원은 한복을 입은 20대 초반의 여자였다. 플라워 레스토랑의 종업원은 모두 여자였고 대부분 예쁜 외모를 가지고 있다.그녀는 방군이 누구인지 아는 듯 미간을 찌푸리더니 연성훈을 힐끗 쳐다봤다.“방군 씨, 이건 저희 레스토랑 규칙에 어긋나는 행동입니다.”“규칙? 내가 누군지 몰라?”방군은 표정이 일그러졌다.“압니다. 그런데 저희 플라워 레스토랑에서 손님을 내쫓는 건...”종업원은 재빨리 설명을 덧붙였다.“아직도 내가 누군지 모르는구나.”방군은 경멸하는 눈빛으로 종업원을 바라보며 말했다.“똑똑히 기억해. 내가 한 말이 곧 규칙이야.”이 말을 들은 연성훈과 황슬기는 눈빛을 주고받더니 서로 생각이 통하는 듯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방군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하여 종업원을 몰아붙였다.“여기서 일하기 싫어? 잘리고 싶어? 네가 결정할 수 없는 일이면 매니저 불러와야지!”소란스러운 분위기는 단번에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곧이어 오피스룩을 입고 안경을 쓴 30대 여성이 다가와서 애교 있게 웃으며 말했다.“어머, 방군 씨. 도대체 누가 심기를 건드린 거죠?”방군은 그녀를 힐끗 쳐다보고선 다시 연성훈과 황슬기를 바라보며 태연하게 말했다.“이 두 사람 당장 쫓아내.”그의 말에 매니저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요? 장사를 하는 사람이 손님을 밖으로 내쫓는 법이 어디 있겠습니까?”“이 사람들이 내 기분을 잡쳤어. 그걸로 충분하지 않아? 난 좋은 마음으로 이 미녀를 식사에 초대했는데 거절하는 건 그렇다 치고 우리를 개라면서 동물 취급하잖아. 진정한 개가 어떤 건지 제대로 보여줘야 하지 않겠어?”방군은 담담하게 말했다.옆에서 듣고 있던 장건은 자랑스러워하며 연성훈을 조롱했다.“그리고 이 사람 강간범이에요. 9년 동안 감옥에서 썩다가 나온 사람이라고요. 이런 인간이 여기서 밥을 먹는 게 플라워 레스토랑의 평판에도 영향을 미칠 텐데요?”방군은 고개를 들더니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물론 그 생각을 고수하고 쫓아내지
“사과할 필요 없어요.”장건이 말을 이었다.“강간범은 이 사회의 쓰레기 같은 존재인데 그런 인간에게 왜 사과하는 거죠? 그냥 쫓아내요.”방군은 비아낭거리며 연성훈과 황슬기를 바라보더니 싱글벙글 웃으며 입을 열었다.“예쁜 아가씨, 이제 진정한 개가 어떤 건지...”‘찰싹!’‘찰싹!’바로 이때 허리 굽혀 인사하던 전 사장이 갑자기 몸을 일으키더니 순식간에 손을 들어 방군과 장건의 뺨을 후려쳤다.경쾌한 소리가 울려 퍼지자 1층 홀 전체가 조용해졌고 모든 사람의 시선이 이쪽으로 쏠렸다.갑작스러운 상황에 어리둥절하던 방군은 정신을 차린 후 주먹을 치켜들더니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는 듯 욕설을 퍼부었다.“감히 나를 건드리다니...”옆에 있던 유하준이 급히 그를 말렸고 전 사장은 무덤덤하게 방군을 바라보며 말했다.“여기서 밥 먹기 싫으면 꺼져요. 당신 같은 인간들은 어차피 장사에 도움이 되지 않으니까 계속 이곳에서 밥 먹고 싶으면 이 두분께 사과하세요.”방군은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옆에 있던 장건은 상황이 이렇게 전개될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지 혼란스러워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렸고 곧바로 비웃는듯한 연성훈과 황슬기의 표정을 발견했다.다시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펴보자 모든 사람이 똑같은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람들이 지켜보는 곳에서 뺨을 맞았으니 얼굴이 타는듯한 통증은 둘째라 치고 쪽팔려서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었다.“지금 나더러 사과하라고?”방군은 헛웃음을 터뜨렸다.“전준우, 지금 한 대 쳤지? 내가 똑똑히 기억했어. 두고 봐.”줄곧 침묵을 유지하던 유하준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전준우에게 뭐라고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연성훈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연성훈 씨, 저희가 사과하는 건 꿈도 꾸지 마세요. 뺨은 전 사장님이 때렸지만 이 빚은 성훈 씨에게서 갚을 거예요.”연성훈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고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여기서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당장 꺼져요. 그리고 앞으로 다시는 찾아오지 말고요.”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그는 떨리는 목소리와 함께 천천히 손을 들더니 경례를 올렸다.연성훈은 순간 움찔했다.방금 전까지 왜 전준우가 자신을 알고 있고, 왜 도와줬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 의심을 했으나 그의 말을 듣는 순간 의심이 눈 녹듯 사라졌다.황슬기는 흔들리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심야 파수꾼인가요?”전준우는 한숨을 내쉬었다.“물러난 지 4, 5년쯤 됐고 지금은 이렇게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네요. 워낙 존재감 없는 사람이라서 두 분은 제가 누구인지도 모를 겁니다. 전 심야 파수꾼 1000번에도 이르지 못한 실력이었어요.”“왜 그만두신 거죠?”황슬기의 질문에 전준우는 또다시 한숨을 내쉬었다.“임무 중 크게 다쳐 목숨을 잃을뻔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후로 똑같은 상황이 일어나는 게 불안해서 매일 전전긍긍하며 살았는데 그 두려움을 견디지 못하고 끝내 전선에서 물러났습니다.”말하던 그는 의아한 듯 물었다.“제가 그곳에 있을 때도 두 분은 범접할 수 없는 존재였는데 이렇게 만나게 되니 참 영광이네요. 인해는 임무 수행하러 오신 건가요?”연성훈은 고개를 저었다.“그건 아니고 우연히 이곳에 왔어요. 제가 인해에서 평판이 안 좋은 건 알고 계시죠? 그때 억울하게 강간으로 누명을 썼는데 결백을 증명하고 싶어서 돌아왔어요.”전준우는 흠칫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일에 대해 저도 들은 바가 있습니다. 실은 제가 송빈 씨와 아는 사이인데 지난번에 그 일을 조사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비록 아무런 단서를 찾지 못했지만...”“단서는 찾으면 나오겠죠.”연성훈이 웃으며 말하자 전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맞는 말씀입니다. 제로가 직접 나섰으니 그 일은 반드시 해결될 겁니다. 눈에 띄지 않게 행동하는 게 심야 파수꾼의 수칙인지라 차마 티 나게 행동하지 못했습니다. 그것만 아니었다면 무릎 꿇고 사과하게 만드는 건데... 여기 재벌 2세들은 돈만 많으면 자기가 대단한 사람이라도 된 줄 안다니까요.”연성훈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유하준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내가 말리지 않았으면 정말 큰일 일어났을 수도 있어. 전준우 그 사람 보기에는 조용해도 우리 할아버지까지 공손하게 대하는 사람이야. 심씨 가문의 그 늙은이 알지? 인해에서 이름난 재벌이 플라워 레스토랑에서 테이블 한번 엎었다고 한 달 만에 파산했잖아. 어쨌든 배후에 누군가가 있는 게 확실하니까 될수록 건드리지 않는 게 좋을 거야.”“X발.”방군은 욕설을 퍼부었다.“내 생애 이렇게 쪽팔리는 일은 처음이야.”장건이 급히 말했다.“다 연성훈 그 자식 때문이에요. 잘 모르시겠지만 감옥에서 나온 후로 어찌나 날뛰던지 벌써 정환이 형이랑 기현이 형 심기까지 건드렸다니까요?”“그 두 사람까지 건드렸다고?”방군은 의아한 듯 물었다.“정환이 형 손 다친 게 연성훈 때문이잖아요. 기현이 형은 동생 바보로 소문났는데 백채령이 연성훈에게 성폭행당했으니까 죽여버리고 싶은 마음이 가득할 거예요.”장건이 답했다.“잘됐네.”방군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어차피 할 일도 없는데 저녁에 다 같이 모여서 연성훈 그 자식 어떻게 골탕 먹일지 의논해 보자.”...연성훈과 오혁의 충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황슬기는 테이블에 놓인 모든 음식을 깨끗이 먹어 치운 뒤 입술을 핥으며 만족스러운 듯 웃음을 지었다. “너... 너무 많이 먹는 거 아니야?”연성훈은 어이가 없는 듯 손을 뻗어 황슬기의 배를 만졌으나 생각과 달리 그녀의 배는 군살 하나 없이 납작했다.“방금 먹은 음식들은 다 어디로 사라진 거냐?”황슬기는 그의 이런 행동이 익숙해 보였고 곧이어 만족스러운 듯 말했다.“맛도 좋고 어차피 공짜니까 앞으로 자주 와야겠다.”그녀는 연성훈을 바라보며 말했다.“시간 괜찮을 때 오혁을 심야 파수꾼으로 보내줘. 난 얘가 우리를 따라잡지는 못하더라도 발목을 붙잡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복수가 끝나면 어차피 돌아갈 텐데 도겸이가 남긴 빈자리를 하루라도 빨리 채워야지.”연성훈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내일 시간 잡아서 팀장님에게 데리러 오라고 요
“연성훈, 넌 날 죽일 수 없어. 내가 죽으면 넌 그 후폭풍은 감당할 수 없을 거거든. 탁일우가 널 원망할 거야.”채형우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백 명 이상의 최고급이 홍연에 가입한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기나 해?”연성훈은 냉정한 표정으로 미간을 찡그리며 대답했다.“말했을 텐데요. 전 이미 심야 파수꾼에서 해고당했다고요.”그때, 윤연서가 권투 장갑을 끼고 채형우에게로 다가갔다. 그녀의 눈동자는 붉게 물들고 있었다.“생각해 본 적 있으세요? 제가 크라임 시티로 유배되고 나서 언젠가 이렇게 돌아올 수 있을 거라고?”윤연서는 채형우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고는 고양이처럼 바닥에 엎드렸다가 눈 깜빡할 사이에 채형우 앞으로 이동했다. 그리고는 그의 복부를 세게 때렸다.“이 건 우리 할아버지 대신에 때린 겁니다. 할아버지께서 당신을 살려주고 스승에게까지 데려갔는데 당신은 비열한 방법으로 할아버지를 죽였어요!”채형우는 그녀에게 맞더니 계속해서 피를 토했다.윤연서는 주먹을 쥐고 또 한 번 때렸다. 아마 채형우의 이마를 노린 듯했다.“이건 우리 아버지 대신에 때린 거고요. 양아들인 우리 아버지한테까지 손을 쓰다뇨... 그날 당신이 우리 할아버지를 죽이고 나서 집으로 찾아왔을 때, 우리 아버지께서 직접 문을 열어줬잖아요!”그녀는 연속으로 주먹을 날리며 그동안 억눌렀던 감정이 폭발시켰다. 채형우는 점점 힘이 빠져서 얼굴이 일그러진 채로 땅에 쓰러져 버렸다.연성훈은 그 장면을 옆에서 지켜볼 뿐이었다.주위 사람들 중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채형우가 계속해서 구걸했지만 그의 부하들이나 친척들은 아무도 그를 도우려 하지 않았다.“도와줘!”채형우의 목소리는 점점 약해져만 갔고 힘이 빠지는 것 같았다. 연성훈은 찡그린 얼굴로 말했다.“이제 그냥 보내드리죠?”윤연서가 한숨을 내쉬고 손을 들었다. 그녀의 권투 장갑 위에 빛을 내는 발톱 같은 무기가 나타났다. 손으로 한 번 긁자 채형우의 목에는 세 개의 상처가 생겨났고 그는 숨을 거두었다.‘
그와 동시에 연경에 있는 지하 카지노에서.지하 카지노는 여전히 예전처럼 시끌벅적했다. 이곳은 부자들의 천국이었다.알려진 대로 지하 카지노는 3층이 마지막 층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실 4층이 존재한다는 것을 모를 것이었다.4층은 T 박사의 대형 실험실이었다.T 박사는 실험실에서 그 철제 상자를 가지고 놀고 있었다. 그는 손가락을 매우 민첩하게 움직이며 상자를 두드렸고 그러자 상자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음?”T 박사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그 빛을 벽에 비추었다. 그러자 곧 벽에 파란색의 빛 막이 나타났다. 그 위에는 글자가 쓰여 있긴 했지만 수상하게 생긴 문자였다.“재밌네...”T 박사는 그 글자를 한참 바라보다가 미소를 지으며 뒤쪽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그러자 소파에 앉아 있던 제이훈이 일어났다.“무슨 일이죠?”제이훈이 물었다.“여기에 있는 내용을 심야 파수꾼 쪽에 전달해 줘.”T 박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제이훈은 잠시 멈칫하더니 거기에 적힌 내용을 보며 살짝 미간을 찌푸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그건 그렇고. 북전에 갈 생각은 없어?”T 박사가 물었다.제이훈은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별로 가고 싶지 않아요. 좋은 곳은 아니라서요.”“그곳이 주요 전장이 될지도 모른다면?”T 박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탁일우 그 어르신 그곳에서 죽을 수도 있어.”이 말을 들은 제이훈은 잠깐 침묵하더니 실험실을 나갔다.“허허!”T 박사는 미소를 지으며 다른 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검은색 제복이 있었고 심야 파수꾼의 전용 복장과 똑같았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 옷도 이제 업데이트할 때가 되었군... 그렇지 않으면 너무 재미없을 테니까.”그는 이렇게 말하면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곧 전화 너머로 부드럽고 달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박사님, 무슨 일이죠?”“응, 여기 와서 용골 몇 개 가져가. 연성훈이 연경에 오면 연성훈 한테도 주고.”T 박사가 말했다.“알겠습니다
말을 마친 그는 윤연서를 보며 물었다.“어떻게 처리할 거예요?”윤연서는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이미 지난 원한이니까 전 일을 크게 벌일 생각은 없어요. 그저 채형우만 죽이면 돼요. 제가 직접 제 손으로 죽이고 싶어요.”연성훈은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알겠어요. 다른 놈들 잘 지키고 있으세요.”사실 윤연서가 처음 들어왔을 때, 교차로에서부터 그녀는 바로 죽여버리지 않았고 단지 그들을 다치게 할 뿐이었다.연성훈이 한 손을 휘두르자 옆에 있는 사람들 중 한 명의 칼이 날아가서 연성훈의 손에 쥐어졌다. 그러자 연성훈은 바로 칼을 들고 채형우에게 돌진했다.“연성훈, 너 진짜 해보자는 거야? 심야 파수꾼 대표로 우리와의 계약을 파기하겠다는 거냐? 넌 네가 오늘에 한 선택을 후회하게 될 거야!”채형우가 소리쳤다.“후회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연성훈은 이렇게 욕하며 칼을 휘둘렀다....한편, 여주 시내의 한 빌라에서 어떤 노인이 흔들의자에 누워 있었다. 의자는 살짝씩 흔들리고 있었는데 홀에서는 음악이 흐르고 있었고 노인은 뭔가 즐거워 보였다.벽에는 서예 작품들이 걸려 있었고 한눈에 보아도 누가 그린 것이지 알 수 있는 유명한 사람의 작품이었다.주의 깊게 보면 그의 팔에는 보라색 연꽃 문신이 있었다.쿵! 쿵! 쿵!그때 갑자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노인은 그 소리를 듣고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도우미가 급히 문 앞으로 달려가 문을 열었고 피곤한 것 같아보이는 허남천이 나타났다.그는 한숨을 내쉬며 홀로 들어가 노인 앞에 다가가 경건하게 말했다.“변우현 어르신!”변우현은 허남천을 바라보며 물었다.“왜 그렇게 초라해?”“연성훈을 피하느라요. 인해에서 밤새 차를 몰고 왔어요.”허남천이 씁쓸하게 말했다.“별것도 아닌 놈을 상대로 이 꼴이라니... T 박사가 아니었으면 너는 이미...”변우현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홍연은 내가 직접 너한테 맡긴 거지만 사실 그동안 크게 실망했어. 홍연은 네 손에 있으면서
“지금부터 누가 움직이면 누굴 죽일 거예요, 알겠죠?”연성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윤연서와 채형우의 대화 속에서 그는 상황을 대충 파악했고 그녀가 그의 팀원인 만큼 도와줄 필요가 있었다. 채형우 같은 사람은 딱 연성훈이 싫어하는 유형의 사람이었다.“자식, 말은 잘하네.”연성훈의 말을 듣고 최고급 고수 중 한 명이 이렇게 비웃었다. 그러고는 원기를 폭발시키더니 바로 연성훈에게 돌진했다.그때, 연성훈은 순식간에 그 사람의 눈앞으로 다가갔고 바로 주먹을 날려버렸다.그의 속도에 상대는 전혀 반응할 틈이 없었고 그대로 날아가 인공호수에 떨어져 버렸다. 생사도 알 수 없는 상태였다.그런 연성훈을 본 채형우는 깜짝 놀랐다.“특급!”연성훈은 그를 바라보며 정중하게 미소를 지었고 채형우는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윤연서 혼자였다면 별로 신경 쓰지 않았겠지만 특급이 두 명이었기에 상황이 달라젺다.“이 자식아, 우리 채씨 가문이 어떤 가문인지 알아? 만약 진짜로 우리한테 손을 대겠다면 그 후과를 고려해야 할 거야!”채형우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무슨 후과요?”연성훈이 이렇게 비웃으며 물었다.“후과라고요? 당신은 제 앞에서 후과를 논할 자격도 없어요.”연성훈의 태도는 아주 당당했고 그 자신감은 채형우가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너... 도대체 어떤 누구야?”채형우가 이를 악물고 물었다.연성훈은 고개를 들고 담담하게 말했다.“제 이름은 연성훈이라고 합니다!”예전 같았으면 연성훈은 ‘심야 파수꾼 제로’라고 같이 말했을 거지만 이제는 심야 파수꾼을 떠났으므로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그러나 그의 이름을 듣는 순간, 채형우는 충격에 휩싸였다.연성훈이 뎀프시를 죽인 사건은 지하 세계에서도 큰 파장을 일으켰던 것이다. “천”차트 3위가 바뀌었고 뎀프시는 사라졌다. 다들 그 장면을 실제로 목격한 건 아니었지만 그 의미가 무엇인지는 잘 알고 있었다.연성훈을 바라보며 채형우는 목이 막혀왔다.“전 심야 파수꾼 제로 연성훈... 네가 크라임 시티 사람들을 도
여기 건물에는 건물이 제법 많았지만 사람은 매우 드물었다. 그들은 곧 인공호수 위쪽 건물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거대한 대문이 그곳에 자리 잡고 있었고 그때 한 노인이 손을 뒤로 젖힌 채 안에서 나왔다.채형준을 본 그는 급히 물었다.“방금 온 사람은...”이어 그의 시선은 뒤에 있는 윤연서를 향했다. 순간, 윤연서를 알아본 그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윤연서!”말을 마친 그는 발걸음을 재촉해 다시 문 안으로 돌아갔다.윤연서는 그를 막지 않았고 채형준과 함께 대문 안으로 들어갔다. 대문 안쪽에는 평지가 펼쳐져 있었고 들어가자마자 연성훈은 여러 사람의 발소리가 들리는 걸 느꼈다. 20~30명이 줄지어 나와서 그들을 에워싸고 있었다.연성훈은 그들을 몇 번 훑어보더니 실눈을 뜨며 중얼거렸다.“모두 최고급이네. 이씨 가문이랑 별다를 게 없군...”이들은 보기만 해도 지하 세계에서 온 사람들이었기에 모두가 채씨 가문 사람인 건 아니었다. 대부분은 채씨 가문 사람들이 돈을 주고 고용한 것으로 보였다.평지 앞에는 몇 층의 계단이 있었고 계단 위에는 큰 별장이 자리 잡고 있었다.그때 계단 위에서 몇 사람이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다. 센터에 서 있는 사람은 한 노인이 이었는데 그는 70~80세로 돼 보였지만 기색이 매우 좋았다. 다가오는 발걸음도 매우 안정적이었다.‘특급!’연성훈은 그를 보자마자 살짝 움찔했다.윤연서가 여기까지 찾아온 게 분명 이 사람 때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그는 위에서 윤연서와 연성훈을 내려다보았다. 그는 자동으로 연성훈을 걸러내고 윤연서에게만 시선을 고정했다. 그러고는 놀라워하며 말했다.“전부터 예쁘게 자랄 거라고 생각했는데 50대 후반이 되었어도 여전히 예쁘네. 역시 우리 선배님의 유전자야, 대단해!”윤연서는 그를 바라보며 차가운 눈빛을 비추며 말했다.“이젠 예전 일에 대해서 결말을 지을 때가 되지 않았나요? 우리 할아버지께선 당신을 불쌍히 여겨서 데려온 거예요. 하지만 당신은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우리 할아버지를 해
탁일우가 말을 마치자 방주원이 이어서 말했다. “이 두 가문의 원한은 사실 오래된 거야. 그 당시 두 가문은 여주에서 꽤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거든. 채씨 가문의 가주인 채형우랑 윤씨 가문 집주인인 윤한, 즉 윤연서의 할아버지는 선후배 사이였어.”이 말을 들은 이석구가 놀라며 말했다.“이 두 가문의 가주가 선후배 사이라는 건가요? 그런데 지금 왜 사이가 이렇게 엉망으로 된 거죠?”“이때 문제가 생겼어.”방주원이 말했다.“그들은 선후배일 뿐만 아니라 사실 윤한이 채형우를 자기 스승한테로 데려간 거였거든. 고아였던 채형우를 말이야. 길거리에서 방황하고 있던 채형우를 윤한이 발견한 셈이지. 그때 채형우가 아마 7, 8살쯤 되었을걸? 윤한이 채형우를 불쌍하게 여겨서 데려간 거야.”“채형우는 뛰어난 무술 재능을 가지고 있었고 스승에게 배우고 나서부터 빠른 속도로 발전해 나갔지. 그는 윤한보다 조금 늦게 무술을 시작했지만 두 사람이 특급에 도달하는 시간은 비슷했어.”방주원이 계속해서 말했다.“하지만 채형우는 인성에 문제가 좀 있었어. 무술을 배우고 나서는 종종 다른 사람을 괴롭혔고 그들의 스승은 이를 보고 윤한을 더 좋아하게 된 거야.”“그리고 드라마틱하게도 두 사람이 특급 단계에 도달하는 데 필요한 용골이 같은 거야.”방주원은 계속해서 말했다.“그래서 두 사람의 스승은 용골을 모두 윤한에게 줬어. 채형우도 그 당시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었고.”“하지만 약 40년 전에 말이야. 북전이 많이 혼란스러웠어서 심야 파수꾼의 주력이 모두 북전으로 갔어. 그때 채형우가 윤한을 집에 초대해서 음식을 대접한다는 핑계로 윤한에게 독을 먹였지. 그리고 하룻밤 사이에 몰래 윤한의 가족들을 다 죽여버렸어.”방주원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거의 현실판 농부와 뱀의 이야기라고 보면 돼. 윤연서 혼자 남겨진 건 그때 윤연서가 여주에 없었기 때문이야. 하지만 결국 채씨 가문 사람들에게 발견되어 크라임 시티로 유배당했어.”강백호는 그들을 무표정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윤연서는 여전히 선글라스를 쓴 채로 담담하게 서서 눈앞의 사람들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두 사람 모두 특급이었지만 상대는 그들의 원기를 전혀 느끼지 못했고 단지 평범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그때 대머리 남자의 뒤에서 한 키 큰 남자가 다가왔다. 그러고는 대머리 남자의 귀에 무어라 속삭였다. 대머리 남자는 멈칫하더니 윤연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이내 침을 삼키며 얼굴에 약간의 음흉한 미소를 띠었다.“저희는...”연성훈이 입을 떼려던 찰나, 대머리 남자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이곳은 절대 알려지면 안 되거든요. 그러니까 여기에서 뛰어내리세요. 만약 뛰어내려도 살아남으면 살려줄게요. 죽어도 제 책임은 아닙니다. 여자분은...”그는 이렇게 말하며 입술을 핥았다.“제 옆에 딱 붙어있으면 되겠네요.”이 남자들은 분명 윤연서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게 분명했다. 이곳은 외딴곳이었기에 평범한 사람이 실종되었다고 해도 이상할 것 없었다.“역시, 채씨 가문의 사람들도 다 저질이네.”연성훈이 윤연서에게 말했다.“응?”연성훈이 채씨 가문이라는 단어를 언급하자 그 몇 사람의 표정이 변했다.그들은 원래 두 사람이 우연히 여기까지 온 줄 알았던 것이다. 이제 연성훈이 채씨 가문을 언급했다는 건 연성훈이 채씨 가문의 존재를 알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대머리 남자의 안색이 살짝 변하더니 말했다.“누구야? 여기서 뭐 하는 거야?”“저희는 말이죠...”연성훈이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그쪽도 당장 여기서 뛰어내리세요. 살아남으면 말해줄게요.”대머리 남자의 표정이 차가워졌다.그때 윤연서는 선글라스를 벗고 대머리 남자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채형준, 나 기억해?”대머리 남자 채형준이 윤연서를 바라보더니 잠시 멈칫했다. 그는 당황한 듯하더니 두려움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윤연서, 너... 너는 크라임 시티로 추방되지 않았어? 왜 여기 있는 건데?”윤연서가 차분하게 말했다.“여기에 나타난 이유는 말이야... 내가 돌아왔다는 걸 알리기 위해서
인해 심야 파수꾼 기지 안에서.두 사람의 큰일 났다는 말에 추인혜의 미간이 세게 찌푸려졌다.이석구는 속으로 무언가를 생각하면서 말했다.“하지만 채씨 가문의 가주는 특급이지만 “천”차트에 들지 않은 걸로 알아요. 윤연서 씨가 뎀프시보다 약하다고 했으니 괜찮지 않을까요?”“그렇지 않아.”방주원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사실 일부 가문에 대한 정보는 심야 파수꾼 내부에서도 기밀 자료야. 우리와 계약을 맺고 있는 가문들도 있거든.”“네?”추인혜의 표정이 급격히 변했다.“그게 무슨 소리죠?”방주원이 추인혜를 보며 말했다.“너도 알다시피 지하 세계는 심야 파수꾼이 정한 규칙에 따라 이루어진 거야. 그러니까 우리처럼 무술을 수련하는 사람들은 일반 세계의 다툼에 개입할 수 없다는 거지.”“저번 세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비즈니스 사업에 뛰어들었거든. 그때부터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어. 게다가 심야 파수꾼도 북전과 다른 전선들을 더 중시하고 있었으니까 말이야.”“그리고 좀 지나서야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시작했어. 지하 세계의 사람들은 일반인에게 손대지 않도록 규칙을 세웠고 만약 이 규칙을 어기면 크라임 시티로 추방되거나 심야 파수꾼의 감옥에 들어가게 말이야.”방주원이 한숨을 내쉬며 계속해서 말했다.“그래서 당시 가문에 특급인 사람이 있는 가문들과 협상을 했었어. 그중 하나가 채씨 가문이고. 일반 세계에 개입하지 말고 가능한 한 숨어서 지내라고 했어. 또 숨어있는 장소에 대해서는 더 이상 간섭하지 않기로 했고.”“그중에는 연경에 있는 도성호네 도씨 가문이랑도 협상했었고. 도씨 가문은 숨어 살기로 했고 또 더 이상 비즈니스에 관여하지 않기로 했어.”방주원이 또 한 번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들은 특급만을 쓸 수 있는 방법으로 비즈니스 사업을 진행하니까 일반인에게는 너무 불공평한 거지.”“또 우리랑 약속도 했었어.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우리를 도와주기로.”방주원이 말했다.“만약 성훈이가 채씨 가문에게 손을 대면 그들은 아마 심야 파수꾼이 지
서서히 들어오는 차를 본 몇 사람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올랐다.곧 차 문이 열리고 방주원과 탁일우가 차에서 내렸다.“어르신!”탁일우를 봉 강백호가 웃으며 다가가서 말했다.“우리한테 심야 파수꾼으로 돌아와달라고 말하러 오신 건가요?”그러자 탁일우가 그를 노려보며 물었다.“맞고 싶어서 근질거리지, 아주?”강백호는 웃으며 재빨리 옆으로 피했다.그러자 탁일우의 시선은 옆에 있던 진서원에게로 향했다. 그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어? 특급으로 된 거야?”진서원은 그를 한 번 쳐다보았을 뿐, 아무 말도 대답하지 않았다.진서원은 탁일우가 좀 원망스러웠다. 소속된 분대가 많은 동료들을 잃었는데 그는 크라임 시티로 추방되었기 때문이었다. 진서원은 탁일우가 이에 대해 어느 정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진서원이 대답을 하지 않자 탁일우는 미소를 지었다. 그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시선을 황슬기에게 돌리며 물었다.“너한테 맞는 뼈는 찾았어?”황슬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직 못 찾았어요. 연성훈이 돌아오면 그와 함께 찾아볼 겁니다.”탁일우는 이 말에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연성훈이 돌아온다고? 지금 여기 없다는 거야?”“네!”황슬기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윤연서 씨랑 함께 여주에 있어요. 윤연서 씨의 복수를 돕는다고 하더라고요.”이 말에 이석구가 의아해하며 말했다.“맞아요, 어르신. 심야 파수꾼에 있는 자료 중에 채씨 가문에 대한 정보가 없던데요?”“채씨 가문!”이 말을 들은 탁일우와 방주원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네 말은 성훈이가 지금 윤연서 씨랑 채씨 가문 사람을 찾으러 여주에 갔다는 거야?”“네. 그 사람들은 윤연서 씨의 원수라고 하더라고요. 보스가 윤연서를 데리고 복수하러 갔어요.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두 사람의 반응에 추인혜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탁일우와 방주원의 안색은 급격히 어두워졌다.방주원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큰일 났어!”...한편, 연성훈은 윤연서와 함께 터널을 천천히 지나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