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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5화

연재준은 문득 걸음을 멈췄다. 몇 초 동안 그의 머릿속은 완전히 공백이었고 병실에서 의사들이 다급하게 외치는 소리가 들려오자 정신이 들었다.

“연 회장님! 연 회장님!”

그는 눈을 감고 크게 숨을 들이쉬고 다시 발걸음을 옮겨 병실로 들어갔다.

의사는 그를 보자마자 침울하고 비통한 표정으로 말했다.

“연 회장님...회장님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연재준은 아무 말 없이 아버지 병상 앞에 다가갔다. 연민철은 눈을 뜬 채 숨을 거두었고 흐릿한 눈동자에는 더 이상 어떤 빛도 남아 있지 않았다.

해운 그룹을 평생 동안 이끌어온, 그룹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았던 이 노인은 마지막 순간까지 평온하게 떠나지 못했다.

의사는 연재준이 자신을 책망할까 두려워, 그가 묻기도 전에 서둘러 설명했다.

“어르신께서는 어제 오후부터 다발성 장기 부전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저희는 여러 차례 응급처치를 시도했지만 어르신의 몸 상태가 이미 회복 불가능한 상태라...”

연재준은 손을 뻗어 아버지의 눈을 감아준 다음 그의 얼굴을 천천히 쓸어내리면서 쉰 목소리로 말했다.

“알겠습니다.”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의사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마지막으로 위로를 한 후 병실을 떠났다.

하정은과 조형욱은 병실에 들어와 지시를 기다렸다.

연재준의 얼굴은 마치 죽은 호수처럼 평온하고 무표정했다.

“본가 친척들과 그룹의 주주들에게 통보하고 삼촌들에게 장례를 주관하라고 하세요. 그리고 홍보부에 부고를 발표하라고 지시해요.”

“네. 알겠습니다.”

하정은과 조형욱이 대답했다.

“여보! 여보!”

병실 밖에서부터 윤미숙의 슬픔에 잠긴 울음소리가 먼저 들려왔다. 연재준은 그런 그녀의 연극을 볼 생각이 없어서 병실을 나섰다.

윤미숙은 병상 앞에 달려와서 울며불며 말했다.

“여보, 당신이 내가 만든 장어죽을 먹고 싶다고 했잖아요? 집에 가서 죽을 끓이려고 잠시 자리를 비웠을 뿐인데 왜 이렇게 가버리셨어요? 우리만 남겨두면 앞으로 어떻게 하라고요...”

연재준은 복도의 창가로 걸어갔다. 원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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