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혁재는 연재준이 잠깐 해외로 다녀온 후 하는 말들이 다 알쏭달쏭하다는 느낌이 들었다.연재준은 아르사와의 계약서를 서지욱에게 건네주었다.서지욱은 두어 장 넘겨보더니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말했다.“이 프로젝트는 정말 방대해. 완공하려면 최소 3년이 걸릴 텐데, 이 프로젝트만 있으면 해성은 금방 크게 될 수 있어. 묘목에 비유하자면 이제 막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우는 단계지.”연재준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해성은 반드시 크게 될 거야. 뿌리내리고 싹을 틔우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꽃을 피우고 열매까지 맺을 거야.”그녀가 와서 따갈 때까지....신현우와 윤영훈은 함께 병원을 나왔다.5월의 밤바람은 시원했고 병원 앞은 24시간 내내 사람이 붐볐다.두 사람은 길가에 서서 운전사가 차를 가져오기를 기다렸다.길 건너편 상점들의 네온사인이 오색찬란하게 빛나며 그들 위로 떨어졌다. 한 사람은 엄숙하고 정직한 표정이었고 다른 한 사람은 자유롭고 경쾌한 표정이었다.신현우가 윤영훈에게 물었다. “아까 연재준에게 그렇게 물어본 건 무슨 뜻이에요?”무슨 일을 당했는지 누구를 만났냐는 질문은 너무 무례해 보였다.윤영훈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나는 우리 연 대표님의 감정이 그렇게 요동치는 것을 거의 본 적이 없어요. 당시 유 비서가 죽었을 때도 담담하던 분이 그러니, 그저 궁금해서 물어본 거예요.”신현우가 말했다.“우리는 지금 협력 파트너예요. 그렇게 계속 그를 탐색하려고 하면 그가 기분 나빠할 수 있어요.”연재준은 절대 좋은 성격을 가진 사람이 아니었다.윤영훈은 웃으며 알겠다고 했다. 그리고 아르사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총가치가 60조에요. 60조. 이 숫자, 좀 재미있지 않아요?”...이혁재는 병원을 떠나 집으로 바로 갔다.그는 이승연과 같이 '진주만'에 살고 있었다. 오늘은 그가 최근 들어 가장 일찍 돌아온 날이었으며 평소에는 새벽 몇 시가 되어야 집에 오곤 했다.문을 열자마자 여자의 구토 소리가 들려왔다. 이혁재는
이승연은 흠칫하다 결국 단호하게 이혁재의 품에서 벗어났다.이혁재도 그녀의 몸을 너무 꽉 안지 못하고 그녀가 거부하자 순순히 풀어주었다.이승연은 다른 소파로 가서 앉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보다시피 나는 매일 이렇게 먹고도 아이를 5개월 동안 잘 키우고 있어. 매번 검진 결과도 매우 건강해. 그러니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네가 훈계할 필요는 없어.”이혁재는 그녀의 얼굴을 응시했다.그녀는 이미 샤워를 마쳤고 얼굴은 깨끗했으며 백옥같은 피부가 스탠드 조명 아래에서 은은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그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이야기 하나 해줄게.”“하느님이 이승연이라는 여자를 만들 때 지능을 한 통 가득 부었어. 이제 감성을 한 통 부으려고 보니 어머, 이미 용기가 가득 찼네? 그래서 아쉽지만 감성은 넣지 못했지.”“결과적으로 이승연이라는 여자는 감성이 부족하게 태어난 거야. 내가 당신을 '훈계'한다고? 나는 분명히 당신을 걱정하는 거라고.”이승연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5개월이나 지나서 관심을 가져준 것에 감사하지만 너의 관심은 필요하지 않아.”“...”‘변한 게 없다는 방금 한 말은 취소야.’ 임신 5개월 동안 몸매는 변하지 않았지만 성격은 꽤 많이 변했다...원래도 성격이 만만치 않았지만.이승연은 더 이상 그와 말을 섞지 않고 거실로 갔다.이혁재도 따라 나갔다. 이승연은 그릇에 담긴 면을 들고 주방으로 가서 전자레인지에 넣고 데우려고 했다이혁재는 마음에 안 든다는 듯 말했다.“한 끼도 내가 시킨 음식을 먹지 않으려고 그래? 우리는 부부야, 그렇게 선을 그을 필요가 있어?” 그는 다시 요리를 주문해서 가져다주겠다고 말했었다.“나는 너와 이혼하지 않기로 약속했지, 다른 약속은 하지 않았어. 우리가 선을 긋지 않으면 더 복잡해질 거야...읍!”이승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혁재는 뒤에서 다가와 그녀를 냉장고에 눌러 붙이고 곧바로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그의 키스는 매우 능숙했고 특히 일부러 유
이승연은 그를 밀어냈다. 성격이 강한 사람은 구속받는 것을 싫어했다. 하필이면 이혁재 역시 알파(Alpha)였으며 성격이 강한 두 사람은 ‘상호 배척’하고 있었다.그녀는 오븐 장갑을 끼고 전자레인지에서 면을 꺼내 거실로 돌아와 먹기 시작했다. 이혁재는 자신만의 정신 승리하는 법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이승연은 자신이 가져오는 음식을 먹기 싫어서 선을 긋는 것이 아니라 너무 배가 고파서 기다릴 수 없어서 눈앞에 있는 걸 먹는 거라고 자아 위로했다. 그리고는 턱을 긁적이며 냉장고를 열어 두리번거리다가 계란 두 개를 꺼냈다. 이승연은 그가 부엌에서 무엇을 하는지 신경 쓰지 않은 채 국수를 먹으면서 핸드폰으로 서류를 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혁재는 그녀의 국수 그릇에 반숙 계란 후라이 두 개를 올려놓았다.“핑크 솔트로 간을 했어. 맛있을 거야.”맛이 어떨지는 알 수 없었지만 계란은 잘 익었다. 흰자는 타지 않았고 노른자는 부드럽게 흐르고 있었다. 이승연이 포크로 살짝 찌르자 반숙된 노른자가 흘러내렸다. 그녀는 이혁재를 한 번 쳐다보았다.“너 요리도 할 줄 알아?”이혁재는 무심코 쿠션을 집어 들고 웃으며 말했다.“잊었어? 나 옛날에 아버지한테 쫓겨나서 당신 집에서 얹혀살았잖아. 당신이 집에 돌아와서 나에게 밥 해주는 걸 잊어버리면 나는 혼자 만들어 먹을 수밖에 없었다고. 그나마 집에 얼마 없던 식량도 내가 다 먹어버렸잖아.”이 말은 이승연의 거의 잊혀진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이혁재가 17, 18세였을 때 그는 한창 반항하고 있었다. 한 번은 어찌 된 일인지 아버지와 크게 다투고 가출해 그녀를 찾아왔다. 그때의 이혁재는 그녀에게 나중에 자신이 그녀를 보호하고 그녀가 소중히 여기는 모든 것을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연은 그를 받아주었고 그는 그녀 집에서 한 달 넘게 지냈다. 그 당시 그녀는 대학생이어서 학업이 바빠 그를 돌볼 시간이 많지 않았다. 기억이 나면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사다 주었고 기억이 나지 않으면 그냥 넘어갔다. 이혁재도 10대
그는 아주 부드럽지만 욕망이 담긴 키스를 했으며 입술에서 턱 그리고 목으로 내려갔다.이승연은 슬립 드레스와 얇은 시폰 가디건을 입고 있었고 이혁재는 입으로 그녀의 슬립 드레스의 끈을 물고 아래로 당겼다. 그 모습은 본 이승연은 그가 주인을 기쁘게 하려는 작은 강아지처럼 보였다.생각해 보면 그들은 거의 반년 동안 사랑을 나누지 않았다. 싸워서 그런 것도 있고 그녀가 임신 초기라 불편했던 이유도 있었다. 지금 두 사람 모두 감정이 격해져 벗을 옷은 벗었고 모든 준비를 다 마쳤다.그 순간, 초인종이 갑자기 울려댔다. 이혁재는 짜증 난 얼굴로 무시하고 아이처럼 그녀의 몸에서 입술을 떼지 않고 계속하려 했다. 이승연은 그에 비해 도저히 초인종 소리를 무시하고 계속할 수 없어 아마도 배달이 온 것 같다고 하면서 그를 밀어냈다.“네 배달이야.”이혁재는 그녀의 가슴에서 머리를 들고 욕망으로 달궈진 눈으로 그녀를 보면 말했다.“그럼 밥 먹고 나서 다시 할 거야?”“...”이승연은 더 이상 대꾸하기 싫어서 그를 밀어내고 옷을 정리하며 문을 열러 갔다. 이혁재는 그런 그녀의 손목을 잡아당겨서 앉히고 자신이 문 열러 갔다. 문을 여니 확실히 배달이었다. 그는 음식을 받고 방해받았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아 배달원에게 팁을 주었다.이혁재는 이승연이 뭘 싫어하는지 몰랐지만 그녀가 좋아하는 음식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식사를 마친 후 그는 자발적으로 식탁을 정리했고 이승연은 방으로 가서 양치하고 잠자리에 들 준비를 했다.이미 늦은 시간이었으며 10시가 넘었다. 그녀는 임신한 후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었으며 이혁재도 그걸 알고 늦게 들어와도 항상 게스트룸에서 잤다. 이승연은 그런 그의 모습을 그가 같은 침대에서 자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으며 그가 오늘 밤에도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며 불을 끄고 잠들었다.하지만 이혁재의 두 번의 키스와 ‘우리의 첫날밤’이라는 말이 영향을 미쳤는지, 이승연은 꿈에서 이혁재와의 첫 경험을 떠올렸다. 그날 그들은 혼인신고를 했고 바
이승연은 속으로 생각했다.‘이 결혼 내키지 않았던 거 아니야? 그런데 '여보'라는 말을 저렇게 쉽게 한다고? 진심이야? 아니면 나를 놀리는 건가?’한편으로 그녀는 자신이 그와 마주한 이 5분 동안 계속해서 그의 기세에 밀리고 있었으며 그 때문에 깜짝 놀란 자신이 체면이 구겨진 느낌이 들었다. 어찌 됐든 그녀는 그보다 몇 살 더 많았으니...오후에 구청에 가서 혼인신고를 할 때는 별로 느끼지 못했는데 이제 이 좁은 욕실에서 보니 왠지 모르게 이혁재의 존재감이 강하게 느껴졌다. ‘키가 커서 그런가?’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듯 숨을 내쉬며 평소의 여유로운 모습을 되찾았다.“그냥 몸 닦는 거야. 열이 좀 나는 것 같아.’“열이 난다고?” 이혁재는 바로 욕실로 들어왔다. 욕실이 작지는 않았지만 그가 들어오니 공기가 부족한 듯한 느낌에 이승연은 숨을 몰아쉬었다.“열이 나면 등도 닦아줘야 효과가 있어. 당신은 닿을 수 없으니까 내가 도와줄게.”그녀가 동의하든 말든 그는 그녀의 수건을 집어 다시 물에 적신 뒤, 짜서 그녀의 옷 속으로 넣었다. 뜨거운 수건이 그녀의 척추를 따라 아래로 닦아 내리자 이승연은 자기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두 사람은 앞뒤로 서 있었고 욕실 거울에 두 사람의 모습이 비쳤다.이승연은 거울 속의 이혁재를 바라보았다. 소년 시절의 얼굴과 겹쳐 보였지만 지금의 그는 더욱 성숙해졌고, 이목구비도 훨씬 또렷해졌다. 소년의 기운이 사라지고 이제는 남자가 되어있었다.그는 단지 한 남자일 뿐만 아니라 그녀의 합법적인 남편이기도 했다.그들은 비록 고모, 조카 사이이지만 사실은 매우 먼 친척으로 명절 때도 만날 일이 거의 없었으며 최근 몇 년 동안도 거의 만나지 않았다.이혁재는 시선을 내리깔며 그녀 목뒤의 솜털을 보면서 약간 잠긴 목소리로 속삭였다.“당신은 너무 말랐어. 뼈가 만져져.”“...”잠시 후, 그는 다시 말했다. ‘“몸을 닦은 게 알코올이야? 무슨 꽃향기로 만든 술 같아. 정말 향기롭네.”“...”이승연은 몇 초 후에야 천천
이승연은 그의 애무를 받으며 그제야 그의 말 의미를 이해했다.듣기로는 남자가 처음으로 관계를 가질 대 자극을 받아 사정이 빨리 되기 때문에 본격적인 행위 전에 한 번 방출하면 실제 행위가 더 오래 지속된다고 했다.그는 다시 한번 오늘 밤이 그의 첫 경험이라고 말하고 있었다.이혁재의 목젖이 꿈틀거렸다.“잘 모르겠어. 알려줘 봐. 여기가 맞아?”이승연은 원래 믿지 않았는데 그가 반복해서 강조하는 것이 오히려 더 수상했다.그 후 일은 자연스럽게 일어났다.그는 처음에는 조금 서툴렀지만, 두 번째 때는 능숙해졌고, 세 번째 때는 이승연은 알 것 같았다. 이승연은 남자들이 사귀었던 여자들을 서로 비교하는 행동을 경멸해 왔었다. 그리고 그녀도 이전의 남자 친구들을 서로 비교할 생각은 없어지만 사실로 볼 때 확실이 젊은 남자가 더 우세였다.·신혼 첫날 밤에 그들은 날이 밝을 때까지 계속했고 이후 며칠 동안도 멈추지 않았다. 꿈속에서 이승연은 목이 마른 느낌이 들었으며 심지어 가슴도 조금 가려운 느낌이 들어 눈을 떴다. ...‘이건 꿈이 아니야!’이 가려움은 꿈이 아닌 것 같아 이승연은 아래로 시선을 향했다. 이불 아래로 이혁재가 그녀를 애무하고 있었다.“...이혁재!”이승연은 놀라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해서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는 화끈거리는 얼굴로 이혁재를 노려봤다.이혁재는 두 손으로 그녀의 몸을 지탱하며 그윽한 눈빛으로 내려다보았다. “계속할까?”“...싫어. 내 몸에서 내려가!”“정말 싫은 거야? 아니면 싫은척하는 거야?” 이혁재는 눈웃음을 살짝 지으며 말했다. 이승연은 숨이 가빠져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이혁재는 그녀가 원하는 것으로 생각했다.곧, 이승연의 옷은 침대 아래로 벗겨졌고, 이혁재는 전에 임신 공부를 하면서 임신 중기에는 조심하면 적당한 성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 천천히 애무하고 있었다. 이혁재가 다음 단계로 넘어가려고 하는 순간 이승연은 갑자기 체기가 올라와 급히 그를 밀어내고 쓰레기통을 잡고 구역질했다
이혁재는 진주만을 떠난 후 연재준 보러 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의사는 연재준의 폐에 있는 작은 종양이 약간 확산되였지만 아직 수술할 정도는 아니어서 약물 치료를 하고 천천히 지켜본 후 다음 단계를 진행하면 된다고 했다.오늘 그의 얼굴색은 많이 좋아 보였고 이혁재도 별다른 일이 없어 그와 잠시 몇 마디하고 떠날 준비를 했다.“노현재가 신주시를 떠난 후 어디로 갔어?”연재준이 갑자기 물어왔다.이혁재는 뜬금없다는 표정 지으며 대답했다.“내가 어떻게 알겠어?”“또 모르는 척하네.”이혁재가 웃으며 말했다.“며칠 전에 카톡 했는데 지성에서 가서 동생들을 보고 그다음에는 해외로 가겠다고 하더라고. 해외에서 좀 지내다가 나중에 어떻게 할지 생각해 보겠다고 했어.”연재준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이혁재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왜? 마음 약해졌어? 내가 현재에게 충분히 돌아다녔으면 신주시로 돌아오라고 할게.”연재준이 차갑게 웃었다.“내가 언제 배신자를 용서하는 거 봤어?”이혁재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알았어. 그럼 우선 몸조리 잘해. 나는 이제 본가에 다녀올게.”연재준은 고개를 끄덕였다.이혁재가 떠난 후, 연재준은 핸드폰을 들어 프링스 신문을 클릭했다.지금 프링스에서 가장 주목받는 것은 단연 레온 그룹과 SAM이었다.SAM은 인수 발표 후 열기가 떨어지기 전에 신제품을 빠르게 출시하여 인기를 끌었고 신제품 매출도 아주 좋았다. 게다가 주가도 75달러를 유지하고 있어 원래 25달러였던 것에 비해 몇 배나 올랐다.이번 인수 건은 레온 그룹과 SAM에 모두 윈윈이었으며 금융계의 또 다른 전설적인 사례로 불렸다. 많은 언론과 매체들은 저마다 SAM의 총괄 책임자를 인터뷰하고 싶다고 요청해 왔다.하지만 그럴 때마다 레온 그룹의 대답은 항상 똑같았다.“저희 아가씨는 현재 학업에 전념하고 있으니 여러분의 사랑에 감사하지만 인터뷰는 사양하겠습니다.”이 짧은 한마디는 예민한 언론인들에게 많은 정보를 제공했다.아가씨라고 지칭하니 여자임을
“그건 또 무슨 이상한 규정이야?”현시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켰다.그는 조금 기분이 상해 보였으며 커피가 조금 식은듯해서 가정부를 한 번 쳐다봤고 가정부는 즉시 새 커피를 준비했다.유월영은 다시 신문을 한 번 흘끗 보고는 불쑥 말했다.“재준 씨도 지금쯤 프링스 신문을 보고 있겠지.”현시우는 바로 유월영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침 햇살 아래 그의 눈은 연한 호박색이었지만 깊이를 알 수 없었고 얇은 입술은 굳게 닫혀 있었다. 그녀는 그 이름을 아주 오랜만에 꺼냈다.유월영은 평소와 다름없는 말투와 표정으로 말했다.“내가 밝히지 않으면 정말로 나에게 답을 알려주지 않을 생각이었어? 나와 SAM의 인수 건을 겨루던 한국 회사가 바로 해운 그룹이지?”현시우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유월영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놀라지 않아도 돼. 이미 알고 있었어...두 번째 상대할 때 바로 그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지.”너무 익숙했다.연재준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존재감이 강한 사람이었다. 그의 사업 수단도 그만의 특징이 있어 그와 아주 가까운 사람이라면 한눈에 알아챌 수 있었다.그랬다.바로 그 ‘아주 가까운 사람’이란 이유로 유월영은 그 사람이 연재준이라는 걸 깨달았을 때 처음으로 든 감정은 혐오였다.그녀는 자신에게 혐오를 느끼고 있었다. 그와 함께 지낸 3년 동안, 그의 모든 행동이 그녀의 뼛속까지 새겨졌고 그녀는 언제나 많은 사람들 속에서 그를 알아챌 수 있었다. 그건 마치 숨을 쉬는 것처럼 익숙했다.마치 동물 세계에서 야수들이 동료가 남긴 냄새를 통해 그 위치를 찾는 것처럼.연재준도 전부 유월영이 자신을 알아볼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전에 그녀를 속이거나 이용할 때 노현재를 대신 시키거나 하정은에게 맡겼었다.하지만 이번에는 그가 직접 나섰고 그래서 그녀는 단번에 그를 알아보았다.유월영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어떻게 나를 연재준과 싸우게 할 수 있어? 그가 내가 죽지 않았다는 걸 알아챌까 두렵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