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들은 일제히 일어나 그를 배웅했다. 평소라면 이렇게 공손하지 않았겠지만 고든이 패배한 상황에서 당분간 누구도 경솔하게 나서지 못했다.현시우는 문 앞에 이르렀다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아, 잊을 뻔했군.”그는 셔츠 소매를 정리하며 차분하게 말했다. “SAM이 레온 그룹에 합병된 후 총괄하는 책임자가 필요합니다.”럭셔리 가죽 제품은 레온 그룹이 새로 진출한 분야로 회사가 성장하는 최우선 과제이며 주주들은 즉각적으로 이것이 실권을 가질 수 있는 중요한 직책임을 깨달았다. 만약 이 직책을 자신들이 차지한다면 승산이 더 커질 터였다.한 주주가 서둘러 말했다. “우리는 가죽 산업에 처음 진출하는 것이므로 이 직책의 인물이 매우 중요합니다. 반드시 능력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제 생각에는...”자신이 생각했던 추천 인물을 말하기도 전에 현시우가 못을 박았다.“이번 인수합병을 담당한 사람은 제 비서인 고민서입니다. 자신의 혼자 힘으로 SAM을 가져왔으니 능력은 의심할 필요가 없겠죠? 이후 고 비서가 총괄 담당자가 될 것입니다.”주주들은 당황했다. “고민서? 고민서가 누구죠?”“이전에 가주님 옆에 이런 비서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는데요.”현시우는 계속 느릿느릿 셔츠 소매를 정리하였다. 셔츠 소매가 정장 소매를 살짝 넘겨 그의 우아함을 드러냈지만 그의 차가운 시선은 사람들의 뼛속까지 파고들었다.“제 일에 대해 당신들은 언제부터 아는 게 그렇게 많으셨어요?”주주들은 자기들 모르게 몸을 떨었다. “가주님을 걱정하는 것도 저희 본분입니다.”그들이 아무리 현시우가 레온 가문을 계승한 것에 대해 마음에 들지 않아도, 그의 아우라는 가주의 자리에 어울린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그들은 차분하게 설명했다.“일반 직원도 입사 시 세 달간의 수습 기간을 거치는데 하물며 이렇게 중요한 직책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가주님, 다시 고려해 주세요. 신입에게 맡기는 것은 너무 위험합니다.”연회 부인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사무실로 걸어가던 현시우는 옆에 따라오는 연회 부인을 보며 말했다.“어머니는 레온 정원으로 돌아가야 하는 거 아닌가요?”연회 부인이 다급하게 말했다. “지금 네 사무실에 민서가 와 있다는 걸 알아. 그녀를 만나고 싶어.”현시우가 타일렀다.“서두르지 마세요. 제가 일단 민서와 이야기해 보고 그 후에 다시 만나는 게 좋을 것 같아요.”며칠 동안 외부 사람들은 현시우와 유월영 그리고 연회 부인이 모두 병원에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사실, 병원에 있는 사람은 연회 부인뿐이고 현시우와 유월영은 각자 바쁘게 보내고 있어 연회 부인은 아직 유월영을 만나지 못했다.연회 부인이 얼마나 민서를 만나고 싶어 했는지 현시우 외에 아무도 몰랐다. 하지만 현시우는 그래도 안 된다고 그녀를 설득했다.“어머니가 너무 호들갑 떨면 걔도 놀랄 거예요.”“이 불효자야, 그게 어미에게 할 소리야!” 연회 부인은 그를 노려보았지만 현시우는 아랑곳하지 않았다.“모셔다드려.”그리고는 발걸음을 돌려 사무실로 걸어갔다. 한세인은 웃으며 길을 안내했다. “연회 부인, 이쪽으로 가시죠.”연회 부인은 화가 나서 발을 구르다 분노에 차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그리고는 그녀의 페라리 부대를 거느리고 멀리 떠났다....사무실에 들어선 현시우는 소파에 누운 채 잠들어 있는 유월영을 발견했다.그녀는 지난 며칠 동안 여러 곳을 다니느라 제대로 쉬지 못했기 때문에 아마 무척 피곤한듯했다.현시우는 유월영을 깨우지 않고 외투를 벗어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덮어주었다. 그리고 책상에 앉아 주식 양도와 임명에 관한 일을 처리하기 시작했다.유월영은 깊은 잠에 빠진 채 꿈을 꾸고 있었다. 꿈속에서 짙은 안개가 들판을 뒤덮고 그녀는 혼자 있었다. 그녀는 무언가를 찾으려고 헤매였지만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갑자기, 등 뒤가 서늘해지면서 무언가가 그녀를 노려보고 있는 것 같았고 그녀는 깜짝 놀라 돌아섰다!그다음 순간 화살이 그녀를 향해 겨누고 있었다.유월영은 갑자기 놀라 꿈에서 깨어나 앉았다. 그리고
마르세유 대성당은 규모가 크고 역사적으로도 5세기에 지어졌다고 하지만 지금까지 수많은 수리와 재건을 거쳤다. 그래도 현재까지 변함이 없는 것은 아마도 그 신앙일 것이다.연재준과 제임스는 성당 안에서 산책하고 있었다. 5월의 날씨에 기온은 이미 따뜻해졌고 화단의 작은 꽃과 풀들은 햇빛을 받고 활기차게 피어나고 있다. 이에 비해, 고령의 제임스와 병중에 있는 연재준은 다소 생기가 부족해 보였다.그들은 서로 알고 지냈지만 자주 왕래하지는 않았으며 다만 그래도 서로 나이 차이를 넘은 친구라고 할 수 있었다.제임스는 옆에 있는 이 남자를 보며 말했다.“오랜만에 보네. 기운이 더 없어진 것 같군. 3년 전,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보다 행복해 보이지 않아. 그동안 많은 일을 겪은 것 같네. 여전히 검은 옷을 좋아하는 건 변함이 없고.”연재준은 담담하게 말했다. “사람은 변하기 마련이니까요.”“내가 SAM을 당신에게 팔지 않았다고 해서 직접 한국에서 여기까지 날 찾아온 거야? 정말 많이 변했구나. 예전보다 속이 많이 좁아진 것 같은데.”연재준은 그의 농담에 반응하지 않고 대신 물었다.“당신은 죽어도 회사를 팔지 않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무슨 이유로 자발적으로 레온 그룹에 합류한 건가요?”“처음에는 나도 내놓기 싫었어. 너희 두 강도와 '같이 죽을' 각오까지 했었거든.”연재준은 씁쓸하게 웃었고 제임스는 갑자기 화가 난 일이라도 생각 난 듯 씩씩거렸다.“믿지 않겠지만, 주말에 난 특별히 낭트에 가서 부모님의 묘지에 가서 빌었어. 내 행동을 용서해달라고 말이야. 근데 그 레온 가문의 여자애가 나를 따라와서는...”그 여자애를 언급하면서 제임스는 주제를 잠시 바꾸며 말했다.“넌 모르겠지만 그 한국 여자애가 정말 무례하더군. 내가 할아버지 나이인데 처음 만나자마자 나를 멍청하고 어리석다고 욕하더군. 정말 화가 치밀어 올랐지!”연재준은 시선을 아래로 향하고 그 여자에 대해 묻지 않고 그냥 그의 말을 듣고 있었다.“그렇게 버릇없는 여자애를 본 적이 없었어...
제임스는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 “어떻게 이용했다는 거지?”연재준은 창백한 입술로 살짝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그녀가 왜 교회에서 당신을 공개적으로 욕했는지 이제 알겠네요.”제임스가 반사적으로 물었다. “왜지?”“그녀가 당신을 공개적으로 욕해야 소문이 퍼질 테니까요. 그녀는 사람들이 레온 그룹과 SAM이 갈등을 겪고 있다고 알기를 원했던 거예요.”장사판에서는 모두 능구렁이였으며 조그만 움직임도 놓쳐서는 안 되었다. ‘레온 그룹이 SAM을 인수하려고 했는데 왜 갑자기 사이가 틀어졌을까?’연재준은 의문이 생기자 바로 사람을 보내 조사했고 결국 레온 그룹에서 투자 은행과 비밀리에 맺은 선물 계약과 SAM 주식을 비밀리에 인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그것이 그녀의 전략이라고 생각했고 따라서 해운 그룹도 이 경쟁에 참여하게 되었다.사실, 그녀는 연재준이 자신이 한 일을 알기를 원했고 해운 그룹을 끌어들이려고 했던 것이다. 해운 그룹이 이길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SAM은 레온 그룹으로 향하게 되는 것이다.한마디로, 선물 계약, 비밀리 인수, 법정 소송, 두 회사의 주식 구매 경쟁은 모두 계획된 것이었으며 그녀는 해운 그룹을 이용해 원래는 팔 생각이 없었던 SAM을 자발적으로 레온 그룹의 품에 들어오게 했다.제임스는 연재준의 말을 듣고 한참 동안 멍하니 있다가 화내지 않고 도리어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그 여자애는 나이가 어리지만 수단은 대단하군!”그녀는 만약 인수될 운명이라면 외국 회사보다 본토 회사인 레온 그룹을 더 선호할 것이라는 제임스의 마음을 간파한 것이었다. 그래서 이 전략을 사용한 것이었고 결국 해운 그룹이 시장에 남아 있는 6%의 주식 중 5%를 확보한 것도 그녀가 해운에게 일부러 양보한 것이었다.이 경쟁을 통해 SAM의 주가를 올렸고 레온 그룹이 SAM을 인수한 후 더 큰 이익을 누릴 수 있게 만들었으며 동시에 투자 은행과의 선물 계약도 이겼다. 그녀는 그야말로 일석삼조를 해냈고 정말로 청출어람이었다.제임스
유월영은 레스토랑 안에 있는 단독 룸을 예약했으며 제임스가 자리에 앉자마자 종업원이 요리를 내오기 시작했다.어제 연재준과의 대화에서 그는 분명히 그녀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존중했지만 어쨌든 자신의 회사가 그녀에게 ‘빼앗긴’ 상황에서 제임스는 약간 그녀에게 꼬투리를 잡고 싶었다. 그가 자신에게 무엇을 먹고 싶은지 묻지도 않고 자의적으로 요리를 주문한 것을 보고 유월영에게 무례하다고 한마디 하려던 찰나, 제임스는 종업원이 가져오는 요리가 모두 자신의 취향에 맞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심지어 그가 이 레스토랑에 올 때마다 주문하는 것들이었다.제임스는 그녀가 그의 취향을 철저히 조사하고 완벽하게 준비했다는 것을 알아채고 말문이 막혔다. 요리가 모두 나오자 양복 조끼를 입은 종업원이 제임스의 와인 잔에 화이트 와인을 우아하게 따랐다.유월영은 제임스에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제임스 씨가 식사 전에 화이트 와인 반 잔 마시는 것을 좋아하신다고 들었어요. 제가 준비한 이 와인이 취향에 맞을지 모르겠네요.”제임스는 용의주도한 그녀의 매력에 감탄했다“수고했네. 내 이런 작은 습관까지 알아냈다니.”유월영은 이전에도 매우 뛰어난 비서였기에 고객에 대해 미리 파악하는 것은 기본적인 소양이였다. 제임스는 기분이 좋아진 듯 눈앞의 나이 어린 한국 여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직 자기소개를 하지 않았군. 나는 아직도 자네 이름을 모르겠네.”“죄송합니다. 제가 실수했네요.”유월영은 가방에서 명함을 꺼내 두 손으로 건넸다.크림색 명함은 은은한 향기를 풍겼고, 그 위에는 한영불 삼국어로 이름이 적혀 있었다. “고민서.” 제임스는 이 이름을 처음 듣는듯해서 명함을 받아 들고 그녀 뒤에 있는 한세인을 힐끗 보며 물었다. “저 여자분은 크로노스네 사람 아닌가? 지금은 왜 당신과 함께 있는 거지? 당신은 크로노스와 어떤 관계이길래?”한세인은 유월영을 한 번 보고 대답했다. “제임스 선생님, 기억력이 좋으시네요. 저는 저희 가주의 경호원입니다. 고민서 씨는 저희 가주의
제임스가 잠시 멈칫했다.“그녀는 크로노스의 약혼자이자 레온 가문의 미래 안주인이지.”“그 여자가 직접 그렇게 말했어요?”“아니...”“그럼 무슨 근거로 그렇게 말하는 거예요!”일흔이 넘은 제임스는 그의 갑작스러운 분노에 깜짝 놀라며 왜 갑자기 화를 내는지 몰라 이어 말했다.“그 여자의 비서가 그렇게 말했어. 그녀도 부정하지 않았고. 게다가 이 식사가 끝나면 그녀는 크로노스와 함께 파리로 갈 거야. 이게 거짓말일 리가 있나?” 태블릿을 쥐고 있던 연재준의 손가락 관절이 점점 더 굳어지며 얼굴도 순식간에 차갑게 변했다. 원래도 약간 창백했지만, 지금은 마치 눈사람처럼 하얗게 보였다.제임스는 그에게 왜 그러는지 묻고 싶었다. “당신...”하지만 연재준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바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의 상태는 분명 이상했다. 제임스는 급히 물었다. “어디 가는 거야?”“한국에.”“지금? 내일 돌아가기로 하지 않았어?”하지만 연재준은 대답 대신 문을 쾅 닫고 나갔고, 제임스는 영문을 모른 채 우두커니 서 있었다.“왜 저러지? 화난 걸까? 뭐가 저렇게 급해서?”그는 마치 아내를 잃어버리고 찾으러 가는 것 같았다....연재준은 호텔을 나와 바로 차에 올랐다.그의 갑작스러운 결정에 하정은도 당황하여 한 손으로는 조수석 문을 열고 다른 손으로는 핸드폰으로 신주시로 가는 항공편을 빠르게 검색했다.하지만 비즈니스석은 이미 다 팔렸고 급하게 예약하니 이코노미석밖에 남지 않았다.그녀는 머리가 멍해지며 지금이 직업 생애 최대의 도전임을 느끼고 급히 말했다.“대표님, 오늘 신주시로 가는 항공편에는 비즈니스석은 없고 이코노미석만 남아 있습니다...내일 다시 출국하는 게 어떨까요?”내일 떠난다면 오늘 밤까지 비즈니스석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하지만 연재준은 단 한마디만 했다. “예약해.”이코노미석을 예약하라는 건가? 하지만 마르세유에서 신주시까지는 최소 16시간이 걸리고, 중간에 한 번 환승해야 하는데. 좌석도 그렇게 좁고 다리를
두 사람은 나란히 서 있었다. 한 명은 키가 크고 한 명은 작아서 키 차이가 딱 맞았고 비슷한 스타일의 하늘색 외투를 입고 있었다. 여자는 베레모와 마스크를 쓰고 있어 모자챙이 눈만 보일 정도로 낮게 눌러져 있었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남자를 바라보며 무언가를 말하는 듯했다. 남자는 몸을 숙여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아주 자연스럽게 그녀의 외투에 눌린 머리카락을 옷깃에서 꺼냈다. 검은 머리카락이 그의 하얀 손가락에 감겨 있었고 여자는 그의 행동에 전혀 거부감이 없어 보였고 마치 당연한 듯 보였다.연재준은 순간 작년 신정 때가 떠올랐다. 지성에서 그는 그녀와 손을 잡고 거리에서 산책했다. 그때는 한겨울이었고 찬 바람이 불어오자 그는 그녀의 스카프를 정리해 주면서 머리카락을 자연스럽게 꺼내주었다.그녀는 그때 고개를 들어 그에게 눈웃음을 지었다.연재준은 목이 메여 그들을 향해 한 걸음 앞으로 걸어갔지만 곧바로 멈추었다.‘안 돼, 안 돼.’‘지금은 때가 아니야.’곧 그 사람들은 비행기에 탑승했고 연재준은 더 이상 앞으로 걸음을 떼지 않았다.하정은 뒤따라와서 물었다. “대표님, 누구를 찾으시는 건가요? 제가 도와드릴게요.”연재준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하정은 그의 시선을 따라가다, 그 사람들의 옷에 달린 가문의 베지를 알아보았다. “저건 레온 가문입니다.”그녀는 그 남자와 여자를 보고, 남자를 알아보았다.“현 대표님...아니, 그는 여기서는 레온 가문의 가주로 불리는데 그 옆에 있는 여자가 그의 약혼자인가요?”연재준의 얼굴은 더 하얗게 질렸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비행기 문이 닫히는 걸 보자 그는 눈을 감고 뒤돌아 걸어갔다.하지만 몇 걸음 가지 못해 그는 벽을 짚고 몸을 약간 굽힌 채 다른 손으로 입을 가렸다. 폐가 타는 듯한 고통이 밀려오며 그는 격렬하게 기침했다.그가 기침하자 하정은은 급히 약을 꺼내 주었다. “대표님, 우리 내일 다시 돌아가요. 비즈니스석을 구할 수 없을 것 같은데 전세기를 부를까요?”연재준이 입을 열었다.
연재준이 깨어났을 때는 이미 늦은 밤이었고 달빛은 두꺼운 구름에 가려져 한 줄기 빛도 새어 나오지 않았다.깨어나면서 몸의 감각도 서서히 돌아오자 연재준은 본능적으로 손을 들어 살짝 아픈 복부를 감싸려다 손등에 꽂힌 수액 병을 실수로 건드렸다.병상 가까이에 있던 서지욱이 먼저 그의 움직임을 눈치챘다. “드디어 깨어났구나.”소파에 앉아 있던 다른 사람들도 모두 병상으로 다가왔다.그들 중에는 하정은, 이혁재, 그리고 윤영훈과 신현우도 있었다.서지욱이 물었다. “괜찮아? 의사를 부를까?”연재준은 고개를 저으며 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괜찮아.”“너 큰일 날 뻔했어.”서지욱은 참지 못하고 그를 나무랐다.“너도 참, 자기 몸을 너무 소홀히 하는 거 아니야? 하 비서가 말하길 마르세유에서도 기침했, 신주시로 돌아오는 10여 시간 동안 이코노미석에 앉아 있었다며, 왜 그렇게 자기 자신을 괴롭혀?”연재준이 시선을 아래로 향하자 속눈썹 그림자가 창백한 뺨 위로 드리웠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손바닥으로 침대 매트리스를 짚으며 일어나려 했다. 침대 끝에 있던 윤영훈이 침대 높이 조절 버튼을 눌러 침대를 세워 기댈 수 있게 했다.“고마워요.”“별말씀을.”윤영훈은 궁금한 듯 물었다.“의사 말로는 연 대표님의 혈압이 높아졌다 낮아졌다 하는 게 감정의 급격한 변화 때문이라던데,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요? 혹시 마르세유에서 무슨 일이 있었거나 누구를 만난 건가요?”이 말에는 탐색의 의미가 있었다.이혁재는 그 말에 불쾌해하며 그를 바라보았다.“그건 또 무슨 소리예요.” 윤영훈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손을 내밀며 말했다. “별 뜻 없어요. 그저 연 대표님이 걱정해서 그런 겁니다.”“아르사 그룹과의 협상이 잘 안되어서 그래요.” 연재준이 목소리를 낮추며 약간 기침을 했다.하정은이 즉시 말을 이어받았다. “네, 그들이 해성을 신생 회사로 보고 압박을 가해서 조건을 매우 까다롭게 제시했어요. 하지만 아르사와의 협력이 해성에게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