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제성은 깡이 있는 청년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한보영을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용혈과를 구하러 가지도 않았을 것이다.한제성은 황서진처럼 먹고 노는 것밖에 모르는 쓰레기를 두려워하지 않았다.게다가 진서준이 바로 그의 뒤에 서 있었다.진짜로 싸우게 된다면 진서준이 도와줄지도 몰랐다.“한제성, 너 정말 맞고 싶은가 보네!”황서진은 차갑게 웃더니 한보영에게 말했다.“한보영, 오늘 내가 한씨 집안을 대신해 한제성 이 자식을 혼내줄게.”말을 마친 뒤 황서진은 바로 한제성의 뺨을 때리려고 했다.갑작스럽게 날아드는 따귀 때문에 한제성의 안색이 달라졌다. 피하려고 했지만 이미 너무 늦은 상태였다.다짜고짜 뺨을 때리다니. 게다가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잘나가는 집안 자제들이었다.오늘 한제성이 황서진에게 따귀를 맞는다면 한제성은 앞으로 고양에서 얼굴을 다닐 수 없을 것이다.“안 돼!”한보영의 안색이 달라졌다.짝!누군가 더 빨리 움직여서 황서진의 뺨을 때렸고 황서진은 그 자리에서 몇 바퀴를 회전했다.황서진은 머리가 어지러웠고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었다.“서준 씨!”진서준이 나서자 한제성은 무척 기뻐했다.그는 진서준이 가만히 있지 않을 줄 알았다.“네 사람들 데리고 당장 꺼져!”진서준이 차갑게 말했다.황서진이 수많은 악행을 저지른 건 사실이지만 진서준은 법의 집행자가 아니었다. 그리고 유지수가 임무를 내렸다고 해서 일부러 황씨 집안에 시비를 걸 생각도 없었다.그렇게 하면 오히려 유지수의 음모가 실현되는 것을 도와주게 되기 때문이다.황서진이 가만히 있었다면 진서준도 나서지 않았을 것이다.“감히 내 뺨을 때려? 죽어!”황서진은 단단히 화가 난 얼굴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에서 불길이 뿜어져 나올 것 같았다.한보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진서준의 앞에 섰다. 그녀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황서진, 경고하는데 진서준 씨는 우리 집의 귀한 손님이야. 우리 집안과 너희 집안이 싸우는 걸 원한다면 어디 한 번 해봐!”황서진은 한보영의 말을
한제성의 조롱에 황서진은 더욱 화가 났다.“입 닥쳐. 그렇지 않으면 잠시 뒤에 강은우 형님이 사람들을 데리고 와서 너까지 해치울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황서진이 강은우를 부르겠다고 하자 한제성과 한보영은 안색이 확 달라졌다.강은우는 사람을 죽일 때 눈 한 번 깜빡하지 않는 고양시 음지의 왕이었다.한씨 일가도 강은우의 체면을 봐줘야 했다.한제성과 한보영은 강은우와 접촉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자주 여자를 끼고 술을 마시는 황서진은 강은우와 사이가 좋았다.잠시 뒤 강은우가 온다면 한씨 일가 따위 상관하지 않고 진서준을 죽이려 들 수 있었다.강은우를 부르겠다는 황서진의 말에 진서준은 재밌다는 듯 웃어 보였다.“괜찮아요. 부르라고 해요. 우리는 앉아서 밥이나 먹죠.”진서준은 한보영을 데리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진서준 씨, 강은우는 고양시 음지의 왕이에요. 부하들만 해도 수천 명이고 강은우 본인은 사람을 죽일 때 눈 한 번 깜빡이지 않는 무자비한 사람이에요.”한보영이 긴장한 얼굴로 말했다.허사연과 진서준은 시선을 주고받더니 미소를 지었다.“괜찮아요. 전 그런 사람들 상대하는데 탁월하거든요.”진서준은 웃으며 말했다.이때 황서진은 강은우에게 전화를 했다.그는 그곳에서 있은 일을 말했고 강은우는 가슴을 툭툭 치면서 장담했다.“서진아, 그곳에서 기다려. 지금 당장 부하 수백 명을 데리고 갈게. 그 자식 잘 싸워? 그 자식이 혼자서 삼백 명을 상대할 수 있을지 어디 한 번 봐야겠어!”전화를 끊은 뒤 황서진은 진서준을 노려보았다.“많이 먹어. 그게 네 마지막 식사가 될 테니까 말이야!”진서준은 그 말을 듣더니 말없이 덤덤한 눈길로 황서진을 힐끗 보았다.잠시 뒤 누가 죽게 될지는 아무도 몰랐다.진서준과 허사연은 아주 마음 편히 식사했지만 반대로 한보영과 한제성은 안절부절못했다.“진서준 씨, 허사연 씨랑 먼저 가볼래요? 저랑 제성이는 한씨 일가 사람이니까 강은우는 우리를 어쩌지 못할 거예요!”한보영이 말했다.“보영 씨, 걱정하지 마세요.
강은우의 표정을 보지 못한 황서진은 진서준을 도발했다.“이 자식, 아까는 거만했잖아? 어디 지금도 한 번 거만 떨어보지 그래?”황서진은 험악한 표정으로 식탁 앞으로 걸어갔다.“이쪽은 네 여자 친구지? 네 여자 친구가 이렇게 예쁠 줄은 몰랐네! 걱정하지 마. 네 여자는 내가 챙겨줄 테니까.”진서준의 눈빛이 서늘하게 번뜩였다.강은우는 그 말을 듣고 기절할 뻔했다.황서진은 죽음을 자초하고 있었다.한보영은 곧바로 강은우의 앞으로 걸어가서 정중히 말했다.“강은우 씨, 진서준 씨는 저희 한씨 일가의 귀한 손님입니다. 저희 한씨 일가 체면을 봐서라도 그냥 넘어가 주시죠. 대신 저희 한씨 일가가 감사의 의미로 선물을 두둑이 챙겨드리겠습니다.”강은우는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고개를 저었다.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다. 오늘 황서진을 단단히 혼쭐내줘야 했다.황서진은 강은우가 진서준을 혼쭐내지 않을까 봐 조금 걱정되었는데, 강은우가 고개를 젓자 참지 못하고 크게 웃었다.“한보영, 한씨 일가도 강은우 형님 앞에서는 쪽도 못 쓰네.”한보영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그냥 넘어갈 수는 없죠.”진서준은 물을 한 모금 마시고 강은우를 바라보았다.“조금 전에 저 자식이 내 사지를 부러뜨리겠다고 했었는데 어떻게 하실 건가요?”진서준은 강은우에게 묻고 있었다.“이 자식, 버르장머리가 없네! 감히 은우 형님에게 그딴 식으로 얘기해? 죽고 싶어?”강은우가 있어서 황서진은 더욱 거만해졌다. 그는 손을 뻗어 진서준의 뺨을 때리려고 했다.이번에 진서준은 움직이지 않았다.대신 다른 사람이 움직였다.강은우는 황서진을 걷어차서 바닥에 쓰러뜨렸다.“은우 형님, 왜... 왜 저를 공격하는 거예요?”걷어차인 황서진은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한보영이 먼저 반응했다.진서준의 태연자약한 표정을 본 한보영은 곧바로 깨달았다.“입 다물어. 넌 잠시 뒤에 처리해 줄게.”강은우는 그렇게 말한 뒤 허리를 숙인 채로 진서준의 앞으로 걸어갔다.“진서준 씨, 전... 전 황서진이
“진서준 씨, 그냥 혼쭐만 내면 될 것 같은데요? 죽이지는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황서진은 황씨 일가 가주의 조카라 황서진을 죽인다면 황씨 일가 가주가 절대 가만있지 않을 거예요.”현재 진서준은 비교적 위험한 상황이었다.국안부와 황씨 일가가 모두 그를 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강은우 씨, 사지를 부러뜨리는 걸로 해요.”진서준이 말했다.사지를 부러뜨리는 건 그를 죽이는 것보다 더욱 잔인한 일이었다.“뭐라고요?”황서진은 곧바로 전화를 꺼냈다.“경고하는데 우리 황씨 일가는 정월문과 인연이 있어. 정월문의 대장로와 둘째 장로가 지금 고양시에 있다고!”정월문?진서준은 그 이름을 어디선가 들어본 듯했다.한보영은 정월문이라는 말에 안색이 살짝 달라졌다.그녀는 황씨 일가가 정월문과 연관이 있을 줄은 몰랐다.“진서준 씨, 정월문은 고양시 근처에 있는 문파예요. 종사가 적지 않고 실력이 아주 뛰어나요.”강은우도 정월문에 관해 들어본 적이 있었다. 정월문에 고수가 많다는 걸 알고 있는 그는 순간 난처해졌다.진서준도 그제야 누구 입에서 정월문을 들어봤었는지를 떠올렸다.정민식은 자기가 정월문 사람이라고 한 적이 있었다.정월문 사람이 밖으로 나온 건 아마도 진서준에게 복수하기 위해서일 것이다.황서진은 한보영 일행의 표정이 살짝 달라지자 음흉하게 웃어 보였다.“그러면 이제 나한테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해. 그렇지 않으면 지금 당장 두 장로를 이곳으로 부르겠어! 그 두 사람은 종사야. 그들이 도착하게 된다면 강은우의 부하가 아무리 많아도 소용없어!”황서진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일반인은 종사 앞에서 맥도 못 췄다.강은우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로 꼼짝하지 못했다. 그는 진서준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난 저 자식 사지를 부러뜨리라고 했어요.”진서준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내 여자를 농락했을 뿐만 아니라 지금도 저렇게 건방을 떨고 있잖아요. 죽이지 않은 것만으로도 많이 봐준 거예요.”“장난해?”황서진은 진서준이 농담하는 것 같지 않자 곧
이곳에서 식사하는 사람들은 모두 대단한 집안의 사람들이었다.레스토랑 사장이 손님들을 내보내자 다들 두고 보자면서 소란을 일으켰다.그러나 강은우와 그의 수많은 부하를 본 순간, 그들은 조용히 레스토랑을 떠났다.곧 레스토랑에 있던 손님들이 전부 내쫓겼고, 진서준은 로비 안에 앉아서 덤덤히 차를 마셨다.황서진은 강은우가 데려온 사람들로 인해 사지가 부러진 채 로비에 던져져서 바닥에 엎어져 있었다.이때 황서진에게서는 조금 전의 거만함과 분노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진서준을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에는 두려움과 원망이 가득했다.황서진은 속으로 정월문의 둘째 장로가 온다면 진서준에게로 그대로 갚아줄 거로 생각했다.그는 진서준의 사지를 부러뜨려서 그를 죽을 만큼 괴롭게 만들 생각이었다.곧 노인 한 명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도착했다.노인은 백발이 성성했고 수염도 아주 길어서 바람에 따라 흔들렸다. 그는 선인 같아 보였다.그 노인은 정월문의 둘째 장로 경두진이었다.그는 정민식의 사형이었다.경두진은 바닥에 엎드려 있는 황서진과 의자에 앉아 있는 진서준을 보자 눈빛이 살짝 변했다.“당신이 바로 정월문의 둘째 장로야?”진서준은 덤덤히 말했다.“그래. 넌 누구야? 왜 이렇게 잔인하지? 사람의 사지를 부러뜨리다니!”경두진은 미간을 찡그렸다. 그는 진서준의 실력을 짐작할 수가 없었고 그로 인해 꽤 놀랐다.“장로님, 절 구해주세요!”황서진은 엉엉 울면서 말했다.“오늘 장로님이 절 구하지 못하면 절 죽이겠다고 이 자식이 그랬어요.”진서준은 웃었다.“내가 잔인하다고? 내 실력이 뛰어나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바닥에 누워있는 건 내가 됐을 텐데? 그리고 내 여자 친구는 이 쓰레기 같은 놈에게 농락당했겠지. 이 자식이 먼저 시비를 걸고 우리를 공격하려고 했으니 우리도 참고 있을 이유가 없지.”경두진의 안색이 어두워졌다.“그래도 이렇게 무자비할 것 까진 없지!”“그건 다른 사람일 때고.”진서준은 차갑게 말했다.“난 다른 사람과 달라. 상대가 날 공격하려 한다면
그 뒤 강씨 일가에서는 사람을 시켜 정민식을 정월문으로 돌려보냈다.경두진과 대장로 두 사람은 정민식의 복수를 하기 위해 곧바로 산에서 내려왔다.그런데 이곳에서 진서준을 마주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맞아. 내가 그랬어.”진서준은 덤덤히 말했다.“난 인자한 편이라 기회를 한 번 주겠어. 지금 당장 꺼진다면 그냥 보내줄게. 하지만 그러지 않는다면 정민식처럼 폐인이 될 거야!”진서준의 목소리는 아주 평온했다. 그는 별거 아니라는 듯 말했다.“건방진 놈!”경두진은 울컥 화가 치밀어올랐다.그러나 그는 충동적으로 굴지 않았다. 진서준이 정민식의 단전을 망가뜨렸다면 그도 종사일 것이다.결국 경두진은 대장로에게 전화를 했다.“사형, 정민식의 단전을 망가뜨린 놈을 찾았습니다. 지금 바로 오세요!”경두진은 대장로 문희수에게 연락했다.문희수는 그 말을 듣고 부랴부랴 달려왔다.“저 자식이 바로 정민식의 단전을 망가뜨린 청년이야?”진서준이 젊은 청년인 걸 본 문희수는 당황했다.“맞아요. 저 자식이 인정했습니다.”경두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게다가 이 자식은 황씨 일가 아들의 사지를 부러뜨렸습니다.”문희수는 그 말을 듣자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이 자식, 죽음을 자초하는구나. 우리를 탓하지 마!”문희수와 경두진 두 사람은 종사가 된 지 오래였고, 이제 곧 선천 대종사가 될 수 있었다.실력만 따지자면 그들은 혈운 조직의 종사들보다 더 강했다.두 사람이 종사의 위엄을 내뿜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숨이 턱 막혔다. 문희수와 경두진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에 두려움이 가득했다.로비에 있던 테이블과 의자들이 그들의 위엄 때문에 부서졌다.“공격하자!”문희수와 경두진은 동시에 발을 구르면서 뛰어나갔다.내공을 동원하자 그들은 10m 넘는 거리를 훌쩍 뛰어넘었다. 그들은 마치 흉맹한 호랑이처럼 진서준을 향해 돌진했다.자줏빛의 강기가 두 주먹에 모였다. 문희수의 주먹에서는 불꽃이 타오르는 것 같았고 엄청난 온도 때문에 공기가 일그러졌다.경두진의
정월문의 두 대성 종사가 청년의 일격조차 견디지 못하다니.대체 진서준은 정체가 뭘까?황서진은 머리가 울렸다. 그는 저도 모르게 오줌을 지렸다.황씨 일가의 종사라고 해도 정월문의 두 장로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남주성에서 정월문은 아주 뛰어난 문파였다.정월문에는 사람도 많았고 종사만 해도 6명이 있었으며 대장로 문희수와 둘째 장로 경두진는 실력이 아주 막강했다.그런데 두 사람은 오늘 진서준 앞에서 맥도 못 췄다.바닥에 쓰러진 문희수의 두 눈에는 놀라움이 가득했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그의 두 주먹은 파워가 엄청났고 그 온도는 철도 녹일 수 있을 정도였다.그러나 진서준의 앞에서는 나약하기 그지없었다.“사형, 저 자식 인간이 아니에요!”경두진의 말투에서 두려움이 느껴졌다. 진서준을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가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그는 이렇게 무시무시한 젊은이를 처음 보았다.두 사람은 진서준에게 전혀 상대가 되지 않았다.문희수는 이제야 진서준이 정민식의 단전을 파괴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있었다.“계속 싸울 거야?”진서준은 평온한 얼굴로 문희수와 경두진을 바라보았다.문희수는 침을 꿀꺽 삼켰다.“당신은 대체 누구야? 이렇게 막강한 실력이라면 절대 예사 인물이 아닐 텐데. 천의방? 지의방? 아니면 인의방이야?”문희수는 미간을 찡그렸다.“난 그런 거 들어본 적 없어.”진서준이 말했다.“말도 안 돼!”문희수가 화를 내며 반박했다.천의방, 지의방, 인의방은 전 세계의 강자를 기록하는 리스트였다.그중에서 천의방이 가장 강했고 인의방이 가장 약했다.하지만 가장 약한 인의방이라고 해도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사람은 모두 엄청난 강자였다.문희수는 과거 인의방의 꼴찌인 대성 종사에게 도전한 적이 있었지만 상대의 공격을 겨우 세 번만 막았다.그런데 진서준은 단 한 번의 공격으로 그를 쓰러뜨렸다. 그러니 진서준의 실력이라면 인의방에서도 50위 안에 들 수 있을지도 몰랐다.문희수는 깊이 숨을 들이마신 뒤 말했다.“조
“적당히 해. 네가 인의방의 강자라고 해도 우리를 이렇게 모욕하고 괴롭힐 수는 없어! 미리 말해두는데 우리 사부님은 인의방 39위였던 강자야.”인의방 50위 안에 들 수 있다면 같은 경지의 사람 중 상위 5%라고 할 수 있었다.게다가 그건 몇 년 전이었기에 현재 문희수의 사부님은 더욱 강해졌다.같은 경지 사람 중 그의 상대가 될 만한 사람은 없었다.“당신 사부님이 인의방이든 뭐든 상관없어. 당신들은 오늘 내 심기를 건드렸고 난 내 규칙에 따라 당신들을 처리할 거야.”진서준은 차가운 표정으로 카리스마 넘치게 말했다.“우리 정월문과 척지겠다는 뜻이야?”문희수의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진서준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나와 척지려고 한 건 당신들이야. 내가 아니라! 난 아까 분명 기회를 줬어. 그 기회를 소중히 여기지 않은 건 당신들이야. 이젠 내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아서 도망치려고? 세상에 그렇게 좋은 일이 어디 있어?”문희수와 경두진은 더욱 난감해졌다.진서준이 말한 대로 하지 않는다면 진서준은 정말로 두 사람을 죽일지도 몰랐다.하지만 단전을 파괴한다면 죽는 것보다 더 괴로울 것이다.문희수와 경두진의 표정은 계속해 변화했고 로비는 다시 적막에 휩싸였다.진서준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내 인내심에는 한계가 있어. 당장 선택하지 않는다면 손 쓸 줄 알아.”오늘 진서준은 절대 두 사람을 가만두지 않을 생각이었다.두 사람은 정민식의 복수를 하려고 온 것이었기에 이렇게 두 사람을 돌려보낸다면 분명 더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그를 찾아올 것이다.수가 더 많아진다면 그들을 상대하기가 더욱 어려울 것이다.“상의할 여지가 없는 거야?”문희수는 갑자기 자신의 품 안에 손을 넣었다.“나한테 귀한 옥이 하나 있어. 이걸로 내 목숨을 맞바꿀 수는 없을까?!”진서준은 문희수가 꺼낸 옥을 자세히 살펴보더니 눈을 빛냈다.그것은 확실히 아주 귀한 옥이었다. 그 옥에는 방어 진법을 설치할 수 있었다.진서준이 고민하는 것 같자 경두진도 서둘러 자신의
진서준은 감옥에서 출소한 이후, 선량한 사람과 심보가 고약한 사람을 수없이 많이 봤다.하지만 손원순처럼 자선 활동을 위해 생사가 걸린 경기에 뛰어드는 사람은 이번이 처음이었다.손원순의 상대는 기세만 봐도 손원순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부족했다.진서준은 모니터에 나온 정보를 훑어봤다.“상대는 육급 대종사네. 승패는 이미 결정 났어.”이전에 곽윤상은 스승 손원순이 칠급 영선 술사라고 말했던 적이 있었다.손원순을 이길 수 있는 무인은 적어도 칠급 절정 대종사 실력을 갖춰야 한다.진서준은 천용 반지를 쓰지 않고는 손원순을 상대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손원순은 백 년을 살아온 인물이라 그 깊은 내공은 일반인이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링 위에서 손원순은 차분한 눈빛으로 상대를 바라봤다.“너 스스로 경맥을 끊고 내려가.”육급 무도 대종사는 칠급 영선 술사인 손원순을 상대로 맞붙으면 승산이 전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대로 경맥을 끊고 내려가려고 하는 것도 사실 쉽지 않았다.70년 넘게 수련한 노인이 아무런 공격도 선보이지 않고 바로 항복하는 것은 자존심에 큰 상처가 될 것이다.“손 천사님, 여기까지 온 이상 전 천사님 필살기라도 보고 싶습니다.”노인이 순순히 항복하지 않았다.“고통은 네가 자초한 거야.”말을 마친 손원순은 손을 약간 떨자 손바닥에 보랏빛 번개가 모이기 시작했다.그 번개가 손을 떠나면서 순식간에 하나로 합쳐져 반 미터 크기의 사자 형체를 이뤘다.이건 손바닥을 뒤집어 번개를 만든 술법이었다.”손원순의 실력을 여러 번 구경한 경험한 있는 권력자들도 이 장면을 보고 경악을 감출 수 없었다.비록 실제 번개는 아니지만 그 위력은 절대 가볍지 않았다.지하 경기장 전체에서 번개가 요란하게 터지는 소리가 울렸다.진서준도 감탄이 가득한 눈빛으로 그 광경을 쳐다봤다.이 정도의 진기를 쓸 수 있다는 것은 손원순의 재능과 실력이 상당히 뛰어나다는 걸 설명할 수 있었다.만약 진서준도 수선공법을 수련했다면 그의 실력은 상상
진서준 일행은 계속 내려가서 유람선의 가장 아래층으로 향했다.“진서준, 너 생사가 걸린 도박에 관심 없다고 하지 않았어?”이세아의 질문에 진서준은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응? 이게 생사가 걸린 도박장으로 가는 길이야?”“당연하지, 남자들은 항상 그러더라. 입으로는 안 한다고 하면서 몸은 누구보다 더 정직하지...”이세아는 진서준의 하반신을 음흉한 시선으로 쳐다보았다.이 여자는 정상적인 대화도 그쪽 화제로 돌리는 재간이 있는 것 같았다.진서준은 손으로 자기 중요한 부위를 가렸다.“농담이야, 날 따라와.”이세아는 웃으며 앞서서 두 사람에게 길을 안내했다.지하 1층에 도착한 진서준은 이곳이 또 다른 세상임을 발견했다.그 층의 한가운데에는 눈 부신 빛이 반짝이는 거대한 링이 있었다.주변에는 부자들이 앉아서 구경할 수 있도록 의자가 일렬로 놓여 있었다.그리고 링 위쪽에는 단면 유리로 된 방이 몇 개 있었다.이세아의 안내로 진서준과 황예은은 VIP 룸 중 하나를 선택해서 들어갔다.방은 크지 않았지만 유리창을 통해 링에서 벌어지는 전투를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여기가 바로 생사가 달린 도박이 열리는 곳이야. 매번 내기 금액은 최소 200억이야.”이세아가 자세하게 설명을 이어갔다.“링 위에는 빨강과 검정 두 팀으로 나뉘어 있고 20분마다 파이터 두 명이 링에 올라. 경기를 통해 승패도 가리고 생사도 결정해.”짝짝!이세아가 손뼉을 치자 서비스 직원 두 명이 들어왔고 각자 모니터를 들고 있었다.“여기에는 참가자들의 자료가 있어. 너도 관심이 있다면 직접 올라갈 수도 있어. 한 판 이길 때마다 200억의 보상이 있어. 세 번 연속으로 이기면 추가로 200억이 더 주어져.”한 판 이길 때마다 200억이라고?진서준은 눈꺼풀이 살짝 뛰었다.이곳에서 돈을 버는 게 참 쉬운 일인 것 같았다.한 판만 이기면 평생 먹고 살 걱정 없이 지낼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참가자는 전부 대종사급 고수였고 그들의 실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진
“서준아, 내가 윤진을 데리고 올게.”서지은은 허윤진이 충동적으로 과격한 행동이라도 할까 봐 걱정되어 급히 뛰어갔다.“남자는 여자 비위를 맞춰야 해. 그렇게 거칠게 대하면 나중에 두고두고 널 원망할 거야.”이세아의 목소리가 귀에 들려왔다.“허윤진이 도박만 멀리하게 할 수만 있다면 원망받는 건 상관없어.”진서준이 차분하게 말했다.여색, 도박, 마약, 이 세 가지는 절대로 손대지 말아야 했고 특히 도박과 마약은 더욱 위험했다.이 위험한 것에 발을 들이면 가벼운 경우에는 재산을 다 잃고 심각한 경우에는 가정이 파탄 날 수 있었다.허윤진은 이제 진서준의 가족이다.진서준은 절대로 이런 비극이 가족에게 일어나는 걸 허락할 수 없었다.“정말 고집 센 사람 같구나.”이세아가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가끔씩 이런 카지노에 놀러 와서 기분 전환하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진서준은 그 말에 쌀쌀하게 웃으며 말했다.“여기는 너희 그룹 산하 카지노잖아.”이세아는 멈칫하더니 이내 가볍게 웃어넘겼다.“난 이곳이 우리 가문 카지노라서 그렇게 말한 게 아니야. 그렇게 생각한다면 날 너무 가볍게 보는 거야. 모든 사람은 짜증 나고 심기가 불편할 때가 있잖아. 스트레스와 불안이 쌓이면 그걸 풀어야 하는데, 이때 도박은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어. 그리고 넌 황예은이란 든든한 배경이 있어 돈을 다 잃을 걱정은 안 해도 되잖아.”진서준은 이세아의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스트레스는 확실히 풀어야 하지만 절대로 도박이나 마약을 선택해서는 안 된다.이 두 가지 방법은 가장 극단적인 방법이었고 사람을 다시는 기어 나올 수 없는 깊은 심연으로 몰아넣을 수 있었다.“이 도박이 네게는 별로일지 모르지만 내가 말하는 도박은 네가 관심이 있을지도 몰라.”이세아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관심 없어.”진서준은 고개를 저으며 떠날 준비를 했다.“왜 그렇게 서둘러 떠나려고 해? 너희 남자들은 뭐나 다 그렇게 서둘러 하길 좋아하더라.”이세아는 눈을 굴리며 진서준에게 일부러 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서준은 여전히 일괄된 차가운 표정으로 이세아를 대했다.두 사람이 카지노에 도착해서야 이세아는 매력 발산을 그만두었다.카지노 안은 사람들로 가득했다.많은 부자가 이곳에서 천금을 한순간에 쏟아내는 쾌감을 경험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진서준, 오늘은 조금 놀아보려고 여기 온 거야?”이세아는 어느새 친숙하게 진서준에게 말을 놓으며 이름을 대놓고 불렀다.“아니야. 사람 찾으러 왔어.”진서준도 말을 놓았다.이세아는 진서준이 찾는 사람이 누구인지 굳이 묻지 않았다.어차피 물어봐도 진서준은 말하지 않을 게 뻔했다.어차피 진서준을 따라가면 누구를 찾고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진서준은 섹시한 유니폼을 입은 여자 직원에게 다가갔다.“실례합니다, 21점 놀이는 어디에 있나요?”21점 놀이는 일종의 도박 게임이다.여기에는 고급 도박부터 일반적인 크기 비교 게임까지 모두 있었다.직원은 손으로 위치를 가리키며 알려주었다.진서준은 그 정보를 받은 후, 곧바로 그쪽으로 향했다.“또 터졌어!”진서준이 도착하기도 전에 허윤진의 절규 소리가 들려왔다.그 소리는 아무리 봐도 돈을 전부 잃은 도박꾼처럼 들렸다.옆에 있던 서지은이 허윤진을 말리며 말했다.“윤진아, 그만해, 서준이 곧 올 거야.”“안 돼, 이번 한 번만 할 거야. 내가 잃은 돈 전부 되찾을 거야!”허윤진은 눈이 충혈된 채 미친 사람처럼 외쳤다.너무나 당황하고 초조한 서지은이 진서준에게 전화하려는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얼마나 졌어? 멀리서도 네 목소리가 들리네.”“서준아!”진서준이 오자 서지은는 처음에 기뻐했지만 황예은과 이세아 두 여자가 함께 있는 걸 보고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졌다.“서준아, 빨리 와서 도와줘. 내가 잃은 돈을 전부 되찾아 줘.”허윤진은 진서준의 손을 잡고 그를 카드 테이블로 끌고 갔다.허윤진의 상태를 본 진서준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중독됐어?”“아니야, 그냥 잃은 돈을 다 되찾고 싶을 뿐이야.”허윤진이 변명했지만
치파오 같은 의상은 입는 사람의 몸매에 대한 요구가 매우 높다.너무 말랐다면 옷이 제대로 맞지 않고 너무 뚱뚱하면 몸에 있는 군살이 다 드러나 버린다.그래서 지금 거리에 치파오를 입은 여성은 보기 드물었다.어떤 여자도 굳이 치파오를 입고 완벽하지 않은 몸매를 드러내 자존심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다.이세아가 입고 있는 치파오는 그녀를 위해 맞춤 제작된 것처럼 보였다.가슴은 우뚝 솟고 풍만한 엉덩이와 잘록한 허리까지, 몸에 군살 하나 없이 매끈했다.그리고 검은색 스타킹을 입은 가느다란 다리까지 함께 보면 이세아는 너무나 섹시해 보였다.지나가는 남자들, 심지어 여자와 함께 있는 남자까지도 이세아에게 눈길을 돌리며 뒤를 돌아봤다.황예은이 이세아를 바라보는 눈에는 적대감이 가득했다.“명양사해 업무는 다 끝났나요?”“보잘것없는 일들은 다른 직원들이 하면 되죠. 난 굳이 모든 업무를 다 지휘할 생각은 없어요.”이세아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난 로봇이 아니라 사람이니까요. 무슨 일이나 다 직접 하려고 한다면 제 몸이 감당할 수 없어 결국 일찍 죽게 되겠죠.”이세아는 황예은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그 말은 모두 황예은을 빗대어서 하는 말이었다.황예은은 모든 일을 자기가 직접 해야만 시름을 놓는 성격이었다.황예은이 황씨 가문을 이끌면서 황씨 그룹의 수익은 3분의 1이나 증가했다.진서준은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을 잘 알지 못했지만 두 여성 사이에 짙은 긴장감이 감도는 걸 느낄 수 있었다.두 여자가 지금 또 보이지 않는 대결을 하고 있었다.“이씨 가문은 전국을 누비고 다니잖아요. 그런데도 죽을까 봐 두려운 건가요?”황예은이 냉랭하게 말을 이어갔다.“우리 가문 내 다른 사람들이 두려워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나는 두려워요.”이세아가 진서준 앞에 서서 유혹적인 눈빛을 보냈다.“어쨌든 나는 아직 남자친구를 사귀어 본 적이 없으니까요. 그런데 갑자기 덜컥 죽기라도 하면 평생 후회할 거예요. 진 선생님, 황예은 씨와 연인 관계는 아니
하지만 진서준은 이 칠색정화를 쉽게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진서준 씨가 치료한다고요?”소하비가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실례지만, 진서준 씨가 황예은 씨와 친구가 아니었다면 진서준 씨는 나와 대화할 자격도 없을 겁니다.”상당히 상처가 되는 말이었지만 냉혹한 사실이기도 했다.샛터의 국제적 위치는 매우 높아서 심지어 용란 같은 상임이사국보다도 우위에 있었다.그러니 소하비의 지위는 여태껏 진서준이 만났던 어떤 인물보다도 높았다.진서준은 지금 실력도 대단하고 지위나 신분이 높은 사람이긴 했지만 소하비 앞에서는 머리를 숙여야 했다.“네가 원한다면 내가 사줄 수 있어.”황예은이 갑자기 대화에 끼어들었다.그 말에 소하비의 눈에 질투가 스쳤다.소하비는 여태껏 황예은이 이렇게 남자에게 잘해주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그만둬, 돈 낭비하지 마.”진서준이 고개를 저었다.이 왕자도 자기 가족을 구하기 위해 거액의 돈을 쓰는 것인데 굳이 가격을 200조 단위까지 끌어올릴 필요는 없었다.정말 그 정도로 가격을 올린다면 오히려 명양사해 경매장만 이득을 볼 뿐이었다.“황예은 씨, 더 이상 경매하지 않으실 건가요?”이세아의 질문에 황예은이 되물었다.“이 정도면 명양사해가 수익을 충분히 올리지 않았나요?”진서준은 살짝 의아한 눈빛으로 황예은을 바라보았다.황예은의 성격이 항상 차갑고 도도한 건 알지만 누군가가 정상적으로 말을 건넸을 때 이렇게 거칠게 반격하지는 않았다.혹시 이 두 여자 사이에 갈등이라도 있었던 걸까?황예은의 날카로운 반응에 이세아는 가볍게 웃으며 대응했다.“세상에 돈 많이 버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 있겠어요? 황씨 가문이 이렇게 오래 대한민국 갑부 일인자 자리에 있었는데도 여전히 은퇴하지 않고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잖아요.”그 후 이세아는 소하비를 보며 말했다.“소하비 왕자님, 이제 이 칠색정화는 왕자님 거예요.”200조라는 거액으로 약초 한 송이를 사다니, 이 장면을 본 사람들의 표정은 복잡해 보였다.“너 저 여자와 갈등이라도
변지산이 웃으며 말했다.“진서준, 이 약초는 사실 널 위해서 내가 사려고 했던 거야.”사실 예전에 진서준은 변지산에게 전화를 걸어 칠색정화를 포함한 여러 약재를 요구했었다.하지만 성약당 안에는 진서준이 필요로 하는 약재가 없었다.그래서 변지산은 이 약재들을 기억해 두고 나중에 기회가 생기면 진서준의 빚을 갚기 위해 주기로 했다.이번에 이씨 가문 사람이 변지산을 귀빈으로 초청했을 때, 변지산은 처음에 단호하게 거절했었다.하지만 이 약초가 바로 진서준이 필요로 하는 약초라는 소식을 듣고 변지산은 바로 초청에 응했다.변지산이 이곳에 나타난 이유도 바로 이 약초 때문이었다.“감사합니다, 변 어르신.”진서준이 고마워하며 말했다.모두가 이번 경매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줄 알았을 때, 소하비가 갑자기 말을 꺼냈다.“참 공교롭네요. 이 약초는 저도 필요하거든요.”소하비가 이 약초를 놓고 경쟁하려는 모습을 보자 다들 진서준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보기 시작했다.조금 전에도 이 왕자는 1조 7600억이라는 거액을 불쑥 제시했으니 이 약초에도 어마어마한 가격을 제시할 게 분명했다.“진서준 씨, 제가 일부러 엿 먹이려고 하는 게 아니라 이 약초가 정말 필요해서 그래요.”소하비가 적극적으로 해명하자 진서준이 물었다.“사람을 구하는 데 필요한 건가요?”“맞아요.”소하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제 여동생이 불치병에 걸려 있는데 교회 의사도 이 칠색정화라는 약초가 있어야만 치료가 가능하다고 했어요.”소하비의 진지한 표정을 보자 진서준은 그가 말하는 게 진실인지 아닌지 확신할 수 없었다.만약 소하비가 진심이라면 상황은 꽤나 복잡해질 것이다.칠색정화를 사용해야 하는 병이라면 진서준도 무조건 치료할 자신이 없었다.“그럼 공정하게 경매를 진행합시다.”진서준이 제안하자 소하비는 바로 가격을 올리기 시작했다.“2조!”모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시작 가격이 1조에 불과한데 소하비는 그 가격을 단숨에 두 배로 올렸다.옆에서 잠자코 지켜보던 박서명은
이렇게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적지 않은 사람들이 경쟁을 벌였다.황예은은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었고 그 목걸이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1조 7600억.”경매가 열린 후 줄곧 침묵을 지키던 소하비가 한 마디를 내뱉었다.순간, 경매장 전체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방금 최고가는 6000억이었는데 소하비는 바로 1조가 넘는 돈을 더 올렸다.돈이 많다고 해서 이렇게 함부로 쓸 수 있는 건가?경쟁을 벌이던 부자들은 속으로 소하비를 무식하고 무모한 부자라고 욕설을 날렸다.“소하비 왕자님, 이렇게 거액을 들였는데 분명 왕자님이 원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으실 겁니다.”자주색 복장의 여성은 바로 축하하는 멘트를 날렸다.“그랬으면 좋겠습니다.”소하비가 덤덤하게 웃어넘겼다.소하비의 자신감 없어 보이는 모습을 본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했다.이렇게 엄청나게 비싼 목걸이로도 여자의 마음을 열지 못한다면 그 돈은 사실 불로 태워버린 거나 마찬가지였다.이건 1만도 아니고 1억도 아닌 1조라는 천문학적인 숫자였다.잠시 후, 한 직원이 해양의 심장을 소하비에게 전달했다.하지만 소하비는 서둘러 황예은에게 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이렇게 많은 사람의 시선 속에서 구애하는 데 실패하기라도 하면 소하비 왕자는 너무나 창피해 경매장에 남아 있을 수 있을지 미지수였기 때문이다.사치품이 여러 개 판매된 후, 자주색 복장의 여성이 격앙된 어조로 말했다.“여러분, 이제 이번 경매의 하이라이트가 시작됩니다. 우선, 칠색정화를 보여 드리겠습니다.”길이 약 30cm에 달하고 일곱 가지 색깔의 꽃이 핀 약초가 등장했다.“진 신의님, 이 약초가 맞죠?”이용진의 질문에 진서준은 흥분한 말투로 대답했다.“맞습니다.”오늘 진서준이 이곳에 온 목적은 바로 이 칠색정화였다.“이 약초가 바로 칠색정화입니다. 이 약초는 죽어가는 사람도 살릴 수 있는 약효가 있고 이 약초를 먹으면 10년은 더 살 수 있습니다.”자주색 복장의 여성이 칠색정화의 신기한 약효에 관해 간단하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란 말이 있다.이건 소하비가 대한민국의 병법에 관련된 책에서 배운 말이다.지금 소하비는 이미 진서준을 잠재적인 위험인물 목록에 올려두었다.자기 정체를 몹시 궁금해하는 소하비에게 진서준은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고 그저 담담하게 대답했다.“내 목표는 당신과 분명 다를 테니 내게 너무 신경 쓸 필요는 없어요.”소하비는 그 말에 멈칫하더니 이내 진서준의 뜻을 알아챘다.“그 말을 믿어도 되는 거죠?”“난 거짓말할 줄 모르는 사람입니다.”진서준이 평온하게 대답하자 소하비는 내심 기뻤다.“좋아요. 당신은 이제부터 내 친구입니다.”하지만 옆에서 대화를 듣던 황예은의 얼굴은 창백해졌다.자기가 진서준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움직일 자격조차 없을 정도로 매력이 없단 말인가?황예은의 표정 변화를 눈치챈 소하비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황예은 씨, 무슨 일 있나요? 몸이 불편한 건가요?”“괜찮아요.”황예은이 더욱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그동안 익숙했던 황예은의 태도와는 거리가 먼 태도에 소하비는 저도 몰래 움찔했다.여자의 마음은 바다 밑의 바늘과도 같았다.조금 전까지 별다른 문제가 없었는데 왜 눈앞의 여자가 갑자기 이런 태도로 변한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두 번째 줄에 앉아 있던 박서명은 진서준과 소하비 왕자가 즐겁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박서명의 에리 그룹은 실력이 강력해 황씨 가문과 충분히 겨룰 수 있었지만 샛터 왕실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했고 약했다.그런데 진서준이 샛터 왕자의 도움을 받게 된다면 박서명은 더 이상 악의를 품고 진서준과 경쟁할 기회조차 없을 것이다.반 시간 후, 경매장 홀의 불이 갑자기 어두워졌고 밝은 빛 한 줄기가 무대 위로 비춰졌다.그리고 몸에 딱 맞는 자주색 전통 복장을 입은 여성이 무대 뒤에서 나왔다.“바쁘신 중에도 시간을 내어 저희 명양사해 경매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이렇게 많은 권력자와 부자 앞에서 여성은 전혀 기죽지 않아 보였고 대신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