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서준은 허씨 일가 별장으로 돌아갔고, 권해철과 황보식 등이 거실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진서준이 돌아오자 그들은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며 인사를 건넸다.“진서준 씨!”“다들 앉으세요. 우리 사이에 이럴 필요는 없죠.”사람들은 자리에 앉았고 권해철이 제일 처음 입을 열었다.“진 마스터님, 전 몇 년 전 강남에 가본 적이 있습니다. 강남 서씨 일가는 세력이 어마어마해요. 그리고 모든 업계에 종사하고 있어요. 더욱 무시무시한 건 서씨 일가 5명의 선천 대종사예요. 그중 세 명은 7품이고 한 명은 5품, 마지막 한 명은 소문에 따르면 서씨 일가의 선조인데 반보 지선, 10품 선천 대종사래요.”진서준은 처음 듣는 얘기였다. 선천 대종사에도 급이 나뉜다니.“선천 대종사는 총 몇 개 등급으로 나뉘죠?”진서준이 물었다.“총 10품이에요. 1품이 가장 약하고 10품이 가장 강해요. 그리고 10품 이상은 지선이죠.”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진서준이 수련한 것은 선법과 술법으로 무도와는 달랐다.진서준의 추측으로 지금 그의 실력은 아마 2품 선천 대종사, 또는 그것보다 더 강할 것이다.“선천부터는 매 등급 사이에 차이가 아주 커요.”권해철이 귀띔했다.“특히 6품 이후로는 그 차이가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할 수 있죠.”권해철의 말을 들은 허성태와 황복식 등은 표정이 아주 어두웠다.서씨 일가만 해도 선천 대종사가 무려 5명이었다.거기에 김씨 일가까지 더해진다면, 진서준 혼자가 아니라 남주성의 모든 가문을 더해도 상대할 수 없었다.“서준아, 이번에는 네가 너무 충동적이었어.”허성태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아빠, 이 일은 진서준 씨 탓이 아니에요. 김씨 일가의 그 여자가 먼저 시비를 걸었어요. 아빠는 그 자리에 없어서 그 여자가 얼마나 거만했는지 몰라서 그래요.”허사연이 화를 내며 말했다.“괜찮아요, 아버님. 제가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게요.”진서준은 덤덤히 웃었다.서씨 일가와 김씨 일가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진서준은 절대 굴복하지 않
“그 자식, 복수가 아주 하고 싶었나 봐요. 해외 킬러까지 고용한 걸 보면. 지금은 어디에 숨어있는지 아세요?”진서준이 물었다.“몰라요. 주식을 팔았을 때는 이미 서울을 떠난 상태였거든요. 구체적으로 어디 있는지는 우리도 모릅니다.”손지헌이 말했다.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알려줘서 고마워요.”“별말씀을요. 진서준 씨를 위해서 일할 수 있는 건 제 영광이죠.”손지헌은 서둘러 겸손하게 말했다.현지 손씨 일가가 진서준을 위해 많은 일들을 하는 이유는 손씨 일가를 향한 진서준의 악감정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였다.예전에 손승호가 했던 멍청한 짓들로 인해 손씨 일가 사람들은 진서준이 복수라도 할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었다.전화를 끊은 뒤 진서준의 눈빛이 차가워졌다.“손승호, 나한테 잡히지 마. 나한테 잡히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테니까.”진서준은 누렁이도 전라도로 데려갈 생각이었다.그러나 지금 보니 누렁이는 반드시 별장을 지켜야 했다.비록 허씨 일가에 경호원이 있기는 하지만 경호원들과 무인들은 킬러들과는 레벨이 달랐다....고양시의 한 호텔 룸 안에는 남자 세 명이 앉아 있었다.그중 한 명은 바로 사라진 지 오래된 손승호였다.그리고 그의 맞은편에 앉아 있는 험악한 표정의 두 사람은 서진의 킬러였다.그들은 쌍둥이로 서진의 유명한 킬러였다.그들은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실수한 적이 없었다.손승호는 그들을 고용하기 위해 적지 않은 돈을 썼다.이번에 손승호는 반드시 진서준을 죽이고 허사연 자매를 손에 넣을 생각이었다.“이 사람이 우리가 죽여야 할 사람인가요?”형 박주혁은 자료를 보더니 같잖다는 듯 웃었다.별 볼 일 없는 청년 때문에 그들을 고용하다니, 이건 그들의 명성에 먹칠을 하는 것과 다름없었다.두 사람은 40대 초반으로 내력 종사였다.일반적인 종사는 그들의 상대가 되지 않았기에 진서준 같은 젊은이는 말할 것도 없었다.“이 자식을 얕보지 마세요. 이 자식 실력이 만만치 않아요. 소문에 따르면 종사라고 해요!
진서준 일행이 고양시로 향하고 있을 때 손승호와 박주혁 형제도 출발했다.오랫동안 떠나 있었던 서울로 돌아온 손승호는 매우 흥분했다.오늘 진서준이 죽는다면 그는 허씨 일가를 손에 넣고 다시 호화로운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안으로 들어가요. 난 여기서 기다릴게요.”손승호는 시간을 보았다.“10분이면 충분하죠?”“지금 우리를 모욕하는 거예요? 그 자식을 죽이는 건 1분이면 충분해요.”박주신이 차갑게 말했다.두 형제는 차에서 내린 뒤 별장 안으로 향했다.문 앞의 순찰을 하던 경호원은 갑자기 센 바람을 느꼈다.“조금 전에 뭐 보지 못했어?”한 경호원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아니, 너 잠이 덜 깬 거 아냐? 네가 잘못 본 거겠지!”누군가 반박했다.“그럴 리가. 조금 전에 누군가 안으로 들어간 것 같았는데.”그 경호원이 말했다.“귀신이라도 봤나 봐. 얼른 무당 찾아가서 굿이라도 해.”“지금 같은 시대에도 미신을 믿는 거야?”경호원들은 웃음을 터뜨렸다.사실 그 경호원은 잘못 보지 않았다.박주혁과 박주신의 속도가 너무 빨라서 일반인은 잔영만 볼 수 있었다.게다가 그 경호원들은 조금 전에 고개를 숙이고 휴대전화를 보느라 당연히 두 사람을 보지 못했다.별장 구역으로 들어선 뒤 두 사람은 곧바로 허씨 별장으로 향했다.이때 허윤진은 별장 앞 마당에서 누렁이와 놀고 있었다. 그녀는 뼈다귀 하나를 던져서 누렁이가 주워 오게 했다.강아지랑 노는 것과 다름없었다.하지만 누렁이는 꽤 재밌게 놀았다. 보운산에 있을 때는 누렁이와 이렇게 놀아주는 사람이 전혀 없었다.조희선은 진서준이 사준 작은 별장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혹시라도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걱정되어 진서준이 당분간은 계속 이곳에서 지내라고 했기 때문이다.허윤진의 천진난만한 미소를 본 조희선은 저도 모르게 진서라가 떠올랐다.‘서라야, 꼭 무사해야 해...’조희선은 속으로 기도했다.이때 두 사람이 별장 문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누렁이가 물고 있던 뼈다귀를 받은 허윤진
“이게 뭐지?”박주혁은 걸음을 멈추고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골든 리트리버처럼 생긴 누렁이를 바라보았다.“강아지?”자신이 강아지에게 겁을 먹어 감히 움직이지 못했다는 걸 떠올린 박주혁은 무척 화가 났다.다행히 이곳에는 그의 형제만 있었다. 다른 사람이 봤더라면 체면을 심하게 구겼을 것이다.“우선 이 멍청한 개XX부터 죽여야겠어!”박주혁은 우선 누렁이를 죽여서 체면을 되살리기로 했다.“누렁아!”조희선은 겁을 먹고 소리를 질렀다.“아줌마, 걱정하지 마세요. 누렁이는 강아지가 아니에요. 사실은 사자거든요. 실력이 아주 강해요!”허윤진은 냉정을 되찾은 뒤로 누렁이가 평범한 개가 아니라는 걸 떠올렸다.당시 보운산에서 한시 일가의 적지 않은 무인들이 누렁이의 손에 죽었다.허윤진은 누렁이와 이틀 동안 지내다 보니 누렁이의 흉악한 모습을 잠깐 잊었다.“누렁이가 사자라고?”조희선은 믿기지 않았다.그녀는 이렇게 온순한 사자를 본 적이 없었다.“맞아요, 사자예요. 사실은 키도 2m가 넘는데 진서준 씨가 이렇게 작게 만들어줬어요.”허윤진이 설명했다.이때 박주혁은 이미 누렁이의 앞에 섰다.박주혁은 칼을 높이 들고 누렁이의 머리를 베려 했다.그는 이 멍청한 개를 죽일 생각이었다.누렁이는 상황을 보더니 같잖다는 눈빛을 해 보이며 발톱으로 그의 칼을 튕겨냈다.팅...금속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박주혁이 들고 있던 칼이 부러졌다. 곧 찌르는 듯한 고통이 박주혁의 팔에서 느껴졌다.박주혁의 동공이 떨렸다. 그는 눈앞의 광경을 믿기가 어려웠다.개가 맞을까?“형, 어떻게 된 일이야? 왜 개 한 마리도 처리하지 못하는 거야?”박주신이 참지 못하고 말했다.“이 개에게 문제가 있어!”박주혁이 말했다.“문제? 무슨 문제가 있다는 거야? 내가 보기엔 형 실력이 퇴보한 거야. 내가 할게.”박주신은 그렇게 말하면서 빠르게 누렁이의 앞으로 달려갔다.그는 주먹에 옅은 강기를 두른 뒤 누렁이의 머리를 때리려 했다.누렁이는 피하지 않았다. 누렁이는
전화를 받은 진서준은 킬러가 그를 찾으러 서울로 왔다는 걸 알고 깜짝 놀랐다.“윤진 씨랑 우리 엄마 괜찮은 거 맞죠?”진서준이 서둘러 물었다.“저랑 아줌마 다 괜찮아요. 그런데 누렁이가 두 사람을 바로 죽여버려서 정체를 묻지 못했어요.”허윤진은 조금 실망한 듯 말했다.만약 상대의 정체를 알아냈더라면 진서준이 더욱 쉽게 상대했을 것이다.진서준은 잠깐 고민한 뒤 물었다.“화진 사람 맞았나요?”“아닌 것 같았어요. 화진 말을 부자연스럽게 했거든요. 그리고 외모도 우리 화진 사람이랑은 살짝 달랐어요.”허윤진은 조금 전 두 사람의 모습을 떠올리며 말했다.“알겠어요. 아마도 손승호가 보낸 사람들일 거예요.”진서준의 눈빛이 차가워졌다.“윤진 시랑 어머니는 별장에서 나가지 말아요. 누렁이가 두 사람을 지켜줄 거예요.”“네, 알겠어요.”전화를 끊은 뒤 진서준은 곧바로 강성철에게 연락했다.“진서준 씨!”“지금 당장 사람들을 동원해 서울에서 손승호의 행방을 찾으세요. 그 자식을 찾게 된다면 일단은 죽이지 말아요.”진서준의 목소리에서 미처 감추지 못한 살기가 느껴졌다.“네!”강성철은 곧바로 자신의 부하들을 동원해 서울 곳곳을 뒤져 손승호를 찾기 시작했다.이때 손승호는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 박주혁 형제는 이미 들어간 지 십 분이 지났으나 아무런 기척도 없었다. “설마 둘 다 죽은 건가?”손승호는 불안한 마음이 커졌다.그는 곧바로 운전해서 서울을 떠날 생각이었다. 이곳에서 계속 기다리다가는 자신도 떠나지 못할 것 같았다.액셀을 힘껏 밟아서 서울을 떠난 뒤 손승호는 그제야 박주혁 형제에게 연락했다.그러나 전화를 받는 사람은 없었다. 그들의 휴대전화는 누렁이 때문에 전부 망가진 상태였기 때문이다.“역시 문제가 생긴 거야!”손승호는 미간을 찡그렸다.“차라리 잘 됐어. 이렇게 되면 그들의 사부님이 나설 테니 말이야!”손승호의 얼굴에 미소가 걸렸다.박씨 일가는 서진의 킬러 가문으로 그 가문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킬러로 양성된다.박주혁
한제성은 대문 앞에서 오랫동안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진서준 씨, 드디어 오셨군요!”진서준을 본 한제성은 무척 기뻐했다. 누나의 병을 드디어 치료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한제성은 다른 사람들을 쭉 둘러보았고 허사연을 보는 순간 그녀의 외모에 깜짝 놀랐다.“이분이 형수님이신가요?”“허사연 씨라고 제 여자 친구예요.”진서준이 말했다.“형수님, 안녕하세요. 전 한제성이라고 합니다.”한제성은 서둘러 인사했다.허사연은 기쁜 마음으로 활짝 웃었다.“안녕하세요.”허사연은 고개를 끄덕였다.“우리 누나는 지금도 병상 위에 누워있어요. 진서준 씨, 얼른 절 따라오세요.”한제성의 안내에 따라 그들은 한씨 일가 별장 뒷마당에 있는 작은 독립 건물로 향했다.그 건물은 총 4층이었는데 한씨 일가의 개인 병원으로 안의 장비들이 큰 병원과 엇비슷한 수준이었다.그곳에 도착한 진서준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그는 주변 영기가 4층의 한 방으로 모여드는 것을 느꼈다.설마 이곳에 수련자가 있는 걸까? 진서준은 내심 놀랐다.한시 일가의 별장 주위는 환경이 좋았고 영기도 수련하기에는 그럭저럭 충분했다.그러나 주변 영기가 모두 한 방으로 모여드는 걸 보면, 수련자가 그곳에 취영진을 만든 것이 틀림없었다.마음속 의문을 억누르며 진서준 일행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영기가 모여들고 있는 4층의 그 방으로 들어갔다.“누나, 내가 의사 선생님을 데려왔어!”방 안으로 들어서자 사람들은 방 안의 공기가 밖의 공기보다 더 좋은 걸 발견했다.진서준은 병상 위 여자를 바라보았다.여자는 이목구비가 뚜렷했지만 안색이 창백했다.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은 얼굴이었다.그리고 방 안에는 사람 여럿이 서 있었다.그중 중년 남자는 여자의 침대 옆에 앉아서 그녀의 맥을 짚고 있었다.한제성이 사람들을 데리고 오자 한서강은 서둘러 조용히 하라는 듯 제스처를 취했다.“아버지, 이 사람들은 누구예요?”한제성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황경두가 경성에서 모셔 오신 선생님이셔.”한서강이 설명했
중년 남자는 그 말을 듣더니 싸늘해진 눈빛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그에게 이런 말투로 말하는 사람은 지금껏 없었다.“한 가주님, 따님 병을 고칠 수는 있지만 제가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큽니다. 그러니 백 년 된 설련을 두 개 더 주셔야겠습니다.”중년 남자는 한서강을 바라보며 말했다.한서강은 창백한 얼굴의 한보영을 바라보다가 이를 악물었다.“네, 제 딸의 병을 치료해 준다면 우리 한씨 일가의 백 년 된 설련 세 개를 모두 드리겠습니다!”백 년 된 설련 세 개라면 내력 절정의 무인이 종사 경지에 다다를 수 있었다.그건 한씨 일가에 있어서 아주 큰 손해였다.하지만 한서강은 딸이 이렇게 죽는 걸 지켜볼 수 없었다.진서준은 백 년 된 설련 세 개라는 말에 눈을 빛냈다.그는 마침 상품 약재가 필요했다.만약 그가 백 년 된 설련을 얻을 수 있다면 실력이 또 증진할 것이다.진승철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곧 품속에서 구리거울을 하나 꺼냈다.구리거울의 변두리에는 아름다운 꽃무늬가 새겨져 있었고 거울은 반짝였다.자세히 쳐다보고 있으면 깊이 빠져들 듯했다.그 구리거울은 진승철이 한보영의 체질을 바꾸기 위해 특별히 가져온 보물이었다.진서준은 그것을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왜 그래요, 서준 씨? 저 사람은 치료할 수 없는 건가요?”허사연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네, 저 구리거울은 보물이긴 하지만 인체에 너무 많은 잡다한 영기들이 쌓여 있어서 저 구리거울은 버틸 수 없어요.”진서준이 설명했다.그가 한보영의 병을 고칠 수 없다고 하자 진승철은 살짝 화가 났다.“조금 실력이 있다고 해서 자기가 아주 뛰어나다고 착각하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이 유광 거울은 저의 아주 소중한 보물이에요. 병을 치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구마도 할 수 있죠.”한서강은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진승철 선생님이 치료하고 계시는데 당신은 끼어들 자격이 없어요! 한마디라도 더 할 생각이라면 이곳에서 나가주세요!”진서준은 차갑게 웃은 뒤 말을 아꼈다. 어차피 곧 그의
그러나 한보영 체내의 영기가 너무 많았던 탓에 진승철의 강기로 잠재우기는 역부족이었다.“풉!”진승철은 피를 왈칵 토했다. 오히려 그가 상처를 입었다.만약 제때 멈추지 않는다면 크게 다치게 될 것이다.동시에 진승철이 들고 있던 유광 거울에 균열이 생겼다.다음 순간, 거울의 파열음이 방 안에 울려 퍼졌다.유광 거울의 거울 조각이 바닥에 후드득 떨어졌다. 그렇게 유광 거울은 망가졌다.진승철은 마음이 아팠다. 그 유광 거울은 그가 아주 오랜 시간을 들여 겨우 찾은 보물이었다.“진 선생님, 어서 제 딸을 구하셔야죠!”한서강이 서둘러 말했다.“못 구합니다!”진승철은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당신 딸의 병은 제 생각보다 훨씬 심각해요. 전 치료할 수 없어요.”“뭐라고요?”한서강은 비틀거리다가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이때 진서준이 입을 열었다.“제가 치료할게요. 전 따님을 구할 수 있어요.”“당신이요?”한서강은 진서준을 아래위로 훑어보았다.“말도 안 돼요. 진승철 선생님도 보영이를 치료하지 못했는데 당신이 어떻게 구한단 말이죠?”황경두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진승철은 그가 데려온 사람이었다. 진승철이 한보영을 구하지 못했으니 그도 체면을 구긴 셈이었다.“저 사람이 치료하지 못했다고 해서 저도 치료하지 못한다는 법은 없죠.”진서준은 차갑게 말했다.“진승철 선생님이 누군지 알아요? 이분은 경성 진씨 일가의 사람이라고요!”황경두는 차갑게 웃었다.한제성은 그 말을 듣더니 헛숨을 들이켰고 권해철도 놀란 얼굴로 진승철을 바라보았다.“진씨 일가?”진서준은 경성의 가문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그는 출소하고 난 뒤에야 이 세상을 조금씩 알게 되었다.“진서준 씨, 경성 진씨 일가는 화진의 모든 가문 중 최고입니다!”권해철이 설명했다.“진씨 일가에는 인재들이 아주 많고 천 년 넘게 화진의 최고 가문이라는 역사를 이어가고 있죠.”당시 권해철은 진서준이 진씨 일가의 자제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진서준의 신분을 알게 된 뒤로는 그런 생각을
“내가 가면 안 돼?”사실 진서준은 거절하려 했었다.르벨은 안개가 짙게 깔린 늪지대 같은 곳이라 진서준조차도 어디에 함정이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웠다.그러니 허사연이 온다면 다칠 가능성이 컸다.하지만 거절하면 허사연이 상처받을 게 뻔했다.“당연히 되지. 지금 위치 보낼게.”진서준은 단호하게 말하며 위치를 보냈다.자기 여자를 지킬 자신도 없으면서 강자들을 상대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자기야, 잘 자.”허사연이 애정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너도 일찍 자.”진서준이 다정하게 답했다.전화를 끊고 나니 진서준의 졸음이 싹 가셨다.진서준은 창가로 다가가 이 화려한 도시를 내려다봤다.“오씨 가문, 안씨 가문, 하씨 가문... 너희가 무슨 꿍꿍이를 꾸미든 난 전부 박살 낼 거야. 이번엔 반드시 나와 아버지의 정체를 밝혀내고 말겠어.”진서준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그렇게 별다른 사건 없이 밤이 지나갔다.다음 날 아침.진서준이 막 눈을 뜨자마자 도지아의 흥분한 외침이 들려왔다.“진서준, 됐어. 나 생겼어!”도지아는 눈 밑이 시커멓게 변해 있었는데 밤새 잠을 자지 않은 게 분명했다.진서준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물었다.“너 아직 처녀 아니었어? 대체 어떻게 임신한 거야?”“미친놈아, 임신은 개뿔, 무슨 헛소리야?”도지아는 얼굴이 빨개지며 진서준을 노려봤다.“그럼 왜 아침부터 난리야?”진서준이 되물었다.보통 사람이라면 이렇게 아침부터 흥분해 날뛰지 않을 것이다.“어제 네가 준 수련법 기억나지? 나 벌써 원기를 형성할 수 있게 됐어.”자기가 대단하다고 여긴 도지아는 자랑스럽게 선언했다.고작 하룻밤 만에 원기를 형성한 건 확실히 대단한 일이었다.“뭐? 그렇게 빠르다고? 너 타고난 천재 맞네?”진서준이 다소 의아한 표정을 보였다.보통 무인은 원기를 익히는 데만 최소 1년이 걸리는데 그것도 매일 꾸준히 수련할 경우에만 발생하는 일이었다.심지어 재능 있는 자들도 한두 달은 족히 걸린다.그런데 도지아는 단 하룻밤에 이 어려
“스위트룸은 따로 갈라져 있으니까 오해하지 마.”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며 도지아가 설명했다.“오해 안 해. 네가 그런 사람 아니라는 거 알아.”진서준이 무심하게 답했다.사실 둘은 황예은의 소개로 알게 되었을 뿐, 알고 지낸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진서준은 본인이 그 정도로 매력적인 남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스위트룸에 들어가자 도지아는 안쪽 방을 골랐다.“네 다리에 바른 연고에 아직 물 닿으면 안 돼. 되도록 샤워는 참아.”진서준이 슬쩍 주의를 줬다.“알았어.”도지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건을 적셔 상반신만 가볍게 닦았다.그리고 거울에 비친 자기 몸매를 보자 진서준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내 몸매가 별론가? 아니면 내 얼굴이 부족한 건가? 예은과 비교하면 차이가 없다고 할 순 없네.’솔직히 외모만 놓고 보면 황예은을 이길 여자는 없었고 심지어 허사연조차도 약간 밀릴 정도였다.10분 후, 도지아는 가운을 입고 방에서 나왔다.진서준도 샤워를 마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상태였다.“아까 얘기했던 거 계속할게. 내공 수련을 하려면 타고난 재능이 엄청 중요해.”진서준이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재능 앞에서는 노력은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만약 네가 타고난 천재라면 빠르게 입문할 거고 아니라면 그냥 시간 낭비야.”감옥에 있을 때, 창욱 어르신이 진서준을 슬쩍 만져보더니 바로 천재라고 단언하며 무조건 제자로 삼겠다고 했었다.지금 돌이켜보면 그 말이 맞긴 했다.진서준이 연마하는 선법을 다른 사람이 똑같이 배운다고 해도 그 사람이 이 속도로 성장하는 건 불가능할 터였다.“알겠어.”도지아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내 재능부터 한번 확인해 줘.”“손 내밀어.”도지아는 조용히 손을 내밀었다.“잠시 후, 내가 너한테 원기 조금 밀어 넣을 거야. 그걸 느낄 수 있다면 넌 무도계에 발을 들일 자격이 있는 거고 못 느끼면 그냥 포기하는 게 나아.”진서준은 그렇게 말하며 도지아의 손목을 잡고 천천히 경락을 따라 원기를
“이게 무슨 천벌 받을 일이야, 기가 막히는구나.”아버지는 가슴을 쥐어뜯으며 한탄했다.“그래도 그렇지. 마약에 손댔다고 해서 어떻게 너를 팔아넘길 생각을 해? 그게 사람이야? 넌 민수 친누나잖아.”이게 바로 도지아 아버지가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었다.마약을 한 건 차라리 괜찮았다.그냥 도민수를 끌고 가서 반년 동안 재활센터에 처박아 두면 된다.하지만 도민수는 마약 때문에 도지아를 팔아넘겼다.이건 이미 인간이 할 짓이 아니라 짐승만도 못한 놈이었다.“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도지아는 부모님을 바라보며 물었다.“경찰에 신고해야지. 이 자식이 저지른 짓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해.”도지아 아버지는 분노로 얼굴이 새빨개졌다.“당신 미쳤어요? 쟤 우리 친아들이라고요. 아들 인생 망칠 일이 있어요?”도지아 어머니는 깜짝 놀라며 황급히 휴대폰을 빼앗았다.“이놈은 더 이상 내 아들이 아니야. 그냥 짐승이야.”도지아 아버지는 분노의 고함을 질렀다.“우리 딸이 이놈 때문에 잘못될 뻔했잖아.”“지아가 없었으면 우리가 납치당했겠어요? 우리가 납치 안 당했으면 민수가 강제로 마약을 했겠어요? 그럼 이후의 일들이 벌어졌겠냐고요?”도지아 어머니는 여전히 아들을 감싸며 말했다.“당신 진짜 노망났어? 그러니까 지아를 그 개자식한테 넘기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도지아 아버지는 아내를 믿을 수 없다는 듯 쳐다봤다.“둘 다 제 자식이에요. 아무튼 경찰 신고는 절대 안 돼요.”도지아 어머니는 도지아에게 애원했다.“지아야, 엄마가 부탁할게. 제발 신고하지 마, 응? 엄마가 약속할게. 다시는 민수가 이런 짓 못 하게 말이야.”솔직히 도지아는 어머니가 이런 반응을 보일 거라고 예상했기에 미리 결론을 내려두었다.“그럼 재활센터로 보내요. 난 집에서 나가서 살 거예요. 민수랑 다시는 마주치지 않을 거예요.”“안 돼, 지아야. 나가야 할 놈은 저 개자식이야. 넌 우리와 함께 있어야 해.”도지아 아버지가 간절하게 설득했다.“아빠, 엄마, 지금까지 키
조호는 동부 구역 귀도파의 두목이었다.그 지위는 노랑머리 청년의 상급 보스와 맞먹었다.그런 조호가 지금 한 청년 앞에서 이렇게 공손하게 행동하고 있었다.이것만 봐도 상대의 정체가 평범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노랑머리 청년은 완전히 얼이 빠졌다.“진서준 씨, 이놈 어떻게 처리할까요?”조호가 고개를 숙이며 공손하게 물었다.“그냥 죽여. 이런 쓰레기는 살아 있어 봤자 사람들에게 해만 끼쳐.”진서준이 무심하게 대답했다.“뭐라고요? 호랑이님, 제발 살려주십시오. 이분도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노랑머리 청년은 그 말을 듣자마자 기겁하며 무릎을 꿇고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하지만 진서준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도지아 쪽으로 걸어갔다.“호랑이님. 저 삼생파 소속입니다. 우리 두목의 체면 봐서라도 한 번만 살려주세요.”노랑머리 청년은 무릎으로 기어가 조호 앞에 매달렸다.“나도 널 살려주고 싶어. 하지만 이건 진서준 씨 명령이야. 따를 수밖에 없어.”조호가 부하들에게 손짓하자 부하 두 명이 즉시 다가왔다.한 명은 검은 두건을 꺼내 노랑머리 청년의 얼굴을 뒤집어씌웠고 다른 한 명은 단단히 밧줄을 감아 그의 목을 조였다.노랑머리 청년은 공중에서 팔다리를 마구 휘저으며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30초 후 완전히 조용해졌다.“네 동생을 어떻게 할 생각이야?”진서준이 질문을 던졌다.“나도 몰라.”도지아는 초점 없는 눈으로 대답했다.친동생이 그깟 마약 한 봉지를 위해서 자기를 배신할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도지아는 이제야 도민수의 눈에 자기가 마약 한 봉지보다도 가치 없는 존재였다는 걸 깨달았다.“이런 일이 없었던 걸로 하고 계속 모르는 척하는 것도 여러 방법의 하나야.”진서준이 제안했다.“하지만 한 번이 있으면 두 번도 있는 법이야.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길 때, 난 아마 이곳에 없을 거야. 그때는 네가 스스로 보호할 줄 알아야 해.”진서준이 솔직하게 말했다.어떤 일이든 한 번 일어나면 두 번도 일어나기 마련이다.도민수는
다음 순간, 도민수의 시선은 흐릿해지고 완전히 환각의 세계로 빠져들었다.“자, 그럼 내가 먼저 할게. 이따가 너희도 실컷 즐겨.”노랑머리 청년은 눈에 불을 켜고 도지아에게 달려들 준비를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요란한 소리와 함께 누군가 별장 대문을 거칠게 걷어찼다.그와 동시에 천장의 전등이 박살 나며 순식간에 실내가 암흑으로 뒤덮였다.그리고 문 쪽에서 서늘한 한기가 흘러들어왔다.“누구야?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감히 여길 쳐들어와? 죽고 싶어?”노랑머리 청년은 분노에 이를 갈았다.딱 한 걸음만 더 가면 이 여자를 즐길 수 있었는데 누군가가 이 좋은 노릇을 방해한 것이다.그때, 별장 대문에서 어떤 남자의 실루엣이 나타났다.어둠 속에서 달빛을 받아 노랑머리 청년 일행은 그의 모습을 똑똑히 확인했다.“야, 너 뭐야? 여긴 네가 끼어들 자리가 아니야. 당장 꺼져.”노랑머리 청년은 버럭 화를 내며 소리쳤다.하지만 진서준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조용히 안으로 걸어왔다.그리고 바닥에 널브러져 환상에 빠진 도민수를 내려다보며 씁쓸하고 실망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도박꾼, 술주정뱅이, 약쟁이... 이 세 부류의 말은 절대 믿어선 안 돼.”진서준이 나지막한 소리로 중얼거렸다.다행히 진서준은 이런 상황을 대비해 도지아에게 위치추적기를 달아두었다.“야, 내 말 들리지 않아? 뭘 멍때리고 있어?”노랑머리 청년은 씩씩거리며 다가오더니 진서준의 뺨을 갈기려 손을 치켜들었다.철썩!따귀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노랑머리 청년의 몸이 팽이처럼 제자리에서 열 바퀴 가까이 빙글빙글 돌았고 진서준이 힘껏 걷어차자 새우처럼 접힌 채 바닥에 처박혔다.“웩!”노랑머리 청년은 쓰러진 채 입을 벌리더니 그 자리에서 어제 먹은 밥까지 모두 토해냈다.“형님, 괜찮으세요?”건달 하나가 달려와 노랑머리 청년을 부축했다.“저 개자식이... 다들 저놈 죽여버려!”노랑머리 청년은 분노에 차 똘마니들에게 명령했다.삼생파 두목인 노랑머리 청년은 정말 오랜만에 누군가에
노랑머리 청년의 말에 도민수는 속에서 분노의 불길이 치솟았다.“너 너무한 거 아니야?”도민수가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너무해? 그게 네가 할 소리야?”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를 비웃으며 코웃음을 쳤다.“고작 마약 좀 얻겠다고 친누나를 바친 건 누구야? 대체 누가 더 개같은 짓을 한 거야?”노랑머리 청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혀를 찼다.“솔직히 말해서 나도 너 같은 쓰레기 동생은 처음 봐.”주변에 있던 똘마니들도 박장대소했다.모두가 도민수를 한심한 광대 보듯이 쳐다봤다.“좋아. 영상 찍을게.”도민수는 이를 갈며 결국 받아들였다.“쯧쯧... 옛날에 많은 장군들이 여러 가지 수모를 견뎠다지만 넌 그 장군들보다 더 대단하네?”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가 이런 정도의 수모도 참을 수 있다고 하자 놀란 표정을 지었다.이건 거의 전대미문의 인내력이라고 볼 수 있었다.“저 여자 데리고 들어가.”노랑머리 청년이 도지아를 가리키며 말했다.“내 누나 건들지 마. 내가 직접 업고 갈 거야.”도민수는 치근덕거리는 건달들을 밀쳐내고 직접 도지아를 업었다.그렇게 도지아를 별장으로 데려오자 노랑머리 청년은 문을 잠그라고 지시했다.“잠깐, 너희 하 도련님은 안 오는 거야?”도민수가 서둘러 물었다.“그 녀석이 오면 우리가 이 짓을 할 수 있겠어?”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너 설마 아직도 우리가 하 도련님을 위해서 일하는 거라고 착각하는 건 아니겠지? 틀려도 한참 틀렸어. 우린 그냥 이 여자를 신나게 맛보고 싶을 뿐이야.”도민수는 순간 멍해졌다.“그럼 나한테 마약을 먹인 것도 너희 결정이었어?”“그래, 그게 아니면 뭐겠어?”노랑머리 청년은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너희 같은 평범한 집안 놈들은 우리 하 도련님 기억 속에 남을 가치도 없어.”“이 벼락 맞아 뒈질 개자식들아!”도민수가 꽉 쥔 주먹에서 우두둑하는 소리가 났다.“이 개자식이 누굴 욕하는 거야?”노랑머리 청년은 곧바로 발차기를 날려 도민수를 바닥에 나뒹굴게
“단순히 하경범의 동선을 조사하라는 것뿐이야. 너더러 그놈이랑 목숨을 걸고 싸우라는 게 아니야.”진서준이 조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사실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야. 나 혼자 여러 일을 대응하기 어려워 그런 거야. 다른 일이 없으면 내가 직접 그놈을 찾아갔을 거야.”조상규가 처참하게 죽는 모습을 떠올리며 조호는 이를 악물고 임무를 받았다.“알겠습니다, 진서준 씨. 사흘 내로 하경범의 일정을 조사해 보고하겠습니다.”“좋아, 그럼 일단 밥부터 먹자.”진서준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식사가 끝난 후, 조호 부자는 먼저 자리를 떠났다.그들이 나간 후, 오영수는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였다.“저 자식 믿을 수 있는 겁니까? 하경범에게 달려가 밀고하면 어쩌려고 그러는 겁니까?”“그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러 저 녀석 앞에서 조상규를 죽인 겁니다.”진서준이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마음만 먹으면 사람을 죽인다는 걸 알게 됐으니 감히 딴생각은 못 할 겁니다.”오영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오영수도 인간 심리에 관한 책을 많이 읽어왔기에 진서준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하세요.”오영수가 입을 열었다.“저는 단 하나만 궁금합니다. 대장님 삼촌은 도대체 언제 돌아오는 겁니까?”진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궁금한 걸 말했다.진서준의 목표는 오영수의 삼촌에게서 자기 가문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이었다.그것이 아버지의 행방을 찾는 단서가 될 수도 있었다.“늦어도 모레면 돌아올 겁니다.”오영수가 대답했다.“셋째 삼촌이 돌아오면 바로 연락할게요.”“부탁할게요.”진서준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저녁 무렵.한 식당에서 둘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민수야, 오늘은 웬일이야? 왜 갑자기 밥을 사주려는 거야?”도지아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이건 도민수의 스타일이 아니었다.최근 도민수는 화약고처럼 사소한 일에도 폭발하기 일쑤였다.그런데 갑자기 자기를 불러 밥을 사준다고 하니 너무나도 이상했다.“
조호는 진서준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사람을 죽이는 걸 보고 앞으로 감히 다른 마음을 품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조상규 같은 대종사조차 가볍게 정리되었는데 하물며 조호 같은 평범한 인간은 말할 것도 없었다.일행은 다른 방으로 자리를 옮겨 다시 식사를 시작했다.“진서준 씨... 잠시 후, 제가 모셔도 될까요?”치파오 여자는 일부러 허리를 숙이며 가슴골을 드러냈다.조상규가 죽으면서 여자는 기댈 곳을 잃었으니 이제는 새로운 든든한 버팀목이 필요했다.조호의 아들은 자기 밥만 쳐다보며 눈길을 감히 다른 데다 돌리지 못했다.괜히 이상한 시선을 줬다간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조금 전엔 일부러 조상규를 자극하려고 연기한 거야. 넌 가봐도 좋아.”진서준이 손을 휘저었다.치파오 여자는 매력적이었지만 진서준은 전혀 관심이 없었다.진서준에게는 이미 여자친구가 있었고 그것도 한 명이 아니었다.이 말을 듣자, 치파오 여자는 눈에 띄게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그럼 저는 문 앞에서 대기하겠습니다. 필요하신 게 있으면 언제든 말씀 주세요.”여자가 나간 후, 진서준이 입을 열었다.“대장님, 하씨 가문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죠?”“하씨 가문이요?”오영수는 멈칫하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그다지 잘 알진 못합니다. 저는 군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서 집에 잘 안 들릅니다.”“그럼 너는?”진서준은 조호를 바라봤다.조호는 급히 젓가락을 내려놓고 입을 닦으며 대답했다.“저도 하씨 가문의 사업에 대해 조금 아는 정도입니다. 현재 르벨의 모든 카지노는 하씨 가문이 장악하고 있고 그 외의 누구도 끼어들 수 없습니다.”다른 지역에서는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의식주가 가장 중요했지만 르벨에서는 도박이 가장 중요했다.80세 노인부터 3살짜리 아이까지 누구나 도박을 했다.르벨 경제의 중심은 도박이었다.덕분에 하씨 가문은 지역 내 절대적인 권력을 쥐고 있었다.오씨 가문, 안씨 가문 같은 명문대가도 하씨 가문 앞에서는 고개를 숙여야 했다.“하경범이라는 인물을
“뭐가 무리야? 네 여자가 따라준 차를 마시면 앞으로 너희 둘의 관계가 완전히 끝난다는 뜻에서 절교차라고 생각하면 되겠네.”진서준이 웃으며 말했다.“진서준 씨가 큰형님이잖아요. 첫 잔은 큰형님이 먼저 드셔야죠.”“얼른 마셔. 마시지 않으면 널 죽일 거야.”진서준의 얼굴이 순간 냉랭하게 변했고 순식간에 분위기가 살벌해졌다.“진서준 씨, 농담이 심하시네요. 설마 차 한 잔 때문에 절 죽이겠습니까?”조상규가 여전히 억지로 웃었다.하지만 다음 순간, 조상규의 웃음은 영원히 얼굴에 굳어버렸다.진서준이 갑자기 손을 뻗어 아무런 예고 없이 젓가락을 던졌다.그 젓가락은 공기를 가르며 날아가 조상규의 가슴을 관통했다.펑!심장이 터지는 끔찍한 소리가 방에 울려 퍼졌다.조상규는 고개를 푹 떨구고 그대로 식탁 위에 쓰러졌다.조호 부자는 겁에 질려 다리가 풀렸고 슬금슬금 진서준과 거리를 벌렸다.‘이건 분명 미친놈이야. 자기 심기를 건드렸다고 사람을 마음대로 죽여?’처음부터 이런 놈인 줄 알았다면 차라리 아까 목숨을 내걸고 싸웠을 것이다.치파오 여자는 더욱 기겁하며 벌벌 떨면서 진서준을 쳐다봤다.“아가씨, 이제 네 남편은 죽었어. 그러니 이 차는 네가 대신 마시도록 해.”진서준이 치파오 여자를 바라봤다.“저, 저요?”치파오 여자의 얼굴이 순간 얼어붙었다.조상규는 차 한 잔을 마시지 않으려다 그대로 목숨을 잃었다.그럼 자기도 거부하면 그대로 죽을 게 아닌가?“왜? 설마 차 한 잔도 못 마시는 건 아니겠지?”진서준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제발... 목숨만 살려주세요.”치파오 여자는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차에 독이 들어 있어요. 조상규가 저를 협박해서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 전 정말 아무 죄도 없어요.”“뭐? 차에 독이 있다고?”조호 부자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방 하나 더 잡아.”진서준이 무심하게 말했다.“네. 지금 당장 준비하겠습니다.”치파오 여자는 공포에 질린 채 황급히 방을 빠져나갔다.치파오 여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