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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0화

작가: 무가
김혜민의 얼굴에 빨간 손자국이 남았다. 환한 조명이 비추니 그 자국이 더욱 뚜렷했다.

진서준은 김혜민의 앞에 서서 손을 높이 들어 올리고 싸늘한 눈빛으로 김혜민을 쏘아보고 있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움직임이라서 사람들은 미처 반응하지도 못했다.

심지어 김혜민의 옆에 서 있던 종사마저도 경악한 얼굴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

속도가 너무도 빨랐다.

송휘운은 무척 놀랐다. 그는 이미 대성 종사인데도 불구하고 진서준의 움직임을 보지 못했다.

“감히 다시 한번 김연아 씨를 모욕한다면 평생 입을 놀리지 못할 줄 알아!”

진서준이 차가운 목소리에 김혜민은 덜컥 겁이 났다.

김연아의 눈동자에는 감격과 애정이 가득했다.

만약 진서준을 일찍 만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 자식, 감히 내 얼굴을 때려? 죽어!”

김혜민은 정신을 차린 뒤 꽥 소리를 질렀다. 그녀의 눈동자에서 분노의 불길이 뿜어질 것만 같았다.

김형섭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 김혜민은 그의 딸이었고 혼을 낸다고 해도 남남인 진서준이 혼낼 자격은 없었다.

“그만! 이건 우리 김씨 일가의 집안일이니 네가 누구든 끼어들 자격은 없어!”

김형섭이 차갑게 말했다.

진서준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돌려 김형섭을 바라보았다.

“연아 씨는 김씨 일가로 돌아가겠다는 말을 한 적이 없는데요. 김연아 씨는 제 친구입니다. 전 다른 사람이 김연아 씨를 모욕하는 걸 용납할 수 없어요.”

진서준이 자신에게 대들자 김형섭은 더욱 화가 났다.

“연아는 내 딸이야!”

김연아는 피식 웃었다. 그러나 그녀의 웃음에는 웃음기가 전혀 없어서 듣고 있으면 마으밍 아팠다.

“어머니가 죽임당했을 때는 신경도 안 쓰셨잖아요. 제가 서씨 일가 사람들에게 내쫓길 때도 당신은 차가운 눈빛으로 지켜보기만 했죠. 그런데 이제 와서 무슨 자격으로 절 딸이라고 하는 거죠?”

김연아는 복잡한 눈빛으로 김형섭을 바라보았다.

“난... 연아야, 당시 내게 힘이 없었어.”

김형섭은 어쩔 수 없었다는 듯이 말했다.

큰 가문에서는 실력이 모든 걸 결정했다. 당시 김형섭은 김씨 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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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서준이 발을 구르자 장원 전체가 뒤흔들렸다.그의 발밑으로 50cm 가까이 되는 깊은 구덩이가 생겼다.그리고 십여m 뻗어져 나간 균열까지, 송휘운과 김형섭은 순간 헛숨을 들이켰다.그는 무려 선천 대종사였다.이럴 수가!눈앞의 20대로 보이는 청년이 무려 선천 대종사라니, 인간은 맞을까?괴물이나 다름없었다!아마 경성 가문들의 천재들도 진서준보다는 못할 것이다.김씨 일가가 안중에도 없는 이유가 있었다.김형섭은 차갑게 말했다.“네 실력이 강한 건 사실이지만 이렇게 되면 우리 강남의 두 가문을 동시에 건드리게 되는 거란 걸 잊지 마. 경성의 최고 가문도 감히 그러지는 못해!”진서준은 그 말을 듣더니 평온하게 말했다.“그들이 감히 그러지 못한다고 해서 내가 그러지 못할 이유는 없죠.”“마지막으로 한 번 더 말할게. 사과해!”김혜민은 겁을 먹고 몸을 떨었다. 진서준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동자에는 끝없는 두려움과 증오가 가득했다.진서준의 살기를 느낀 건지 거만하던 김혜민은 결국 고개를 숙였다.“미안해요...”아주 작은 목소리라서 진서준을 제외하고 다른 사람들은 전혀 듣지 못했다.그러나 고개를 숙인 모습을 보아하니 사과하고 있는 것 같았다.“목소리가 너무 작아!”진서준이 차갑게 호통을 쳤다.“조금 전에 욕할 때는 목소리가 컸잖아! 그런데 사과하라고 하니까 갑자기 목청이 작은 척하는 거야?”김혜민은 손이 하얘질 정도로 주먹을 꽉 쥐고 이를 악물며 말했다.“미안해요!”그녀는 소리를 지르다시피 했다.곧이어 그녀는 울면서 장원을 뛰쳐나갔다.서경재는 진서준을 노려보며 말했다.“우리 이대로 끝나지 않을 줄 알아!”말을 마친 뒤 서경재는 서둘러 김혜민을 뒤따라갔다. 그녀가 위험해질까 봐서 말이다.김형섭은 아주 어두운 얼굴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자식, 용기는 있네. 아주 마음에 들어. 하지만 너무 현명하지 못했어. 우리 김씨 일가가 가만히 있는다고 해도 서씨 일가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네가 선천 대종사라고 해서 마음대로 굴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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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저녁 진서준이 자리에 없었더라면 김연아는 김혜민에게 실컷 모욕당했을 것이다.“고마워할 필요 없어요. 우린 친한 친구잖아요.”진서준은 웃으며 말했다.“전 다른 사람이 제 친구를 모욕하는 걸 용납할 수 없어요.”허사연은 김연아의 처지를 알게 되자 적개심은 완전히 사라지고 연민만 남았다.친아버지가 친어머니의 죽음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니, 허사연이 그런 일을 겪었더라면 아마 몇 번이고 자살 시도를 했을 것이다.“연아 씨, 앞으로 우리 도움이 필요하다면 저와 서준 씨에게 언제든 얘기해요. 우리가 최선을 다해 도와줄게요!”허사연은 김연아의 손을 잡고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네.”김연아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시간도 늦었으니 이만 돌아가서 쉬죠.”허사연은 말을 마친 뒤 고개를 돌려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서준 씨, 연아 씨를 집까지 바래다줘요. 꼭 안전히 바래다줘야 해요!”진서준은 잠깐 멈칫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김혜민 같은 사람은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었다.어쩌면 돌아가는 길에 사람을 시켜 김연아에게 해코지할지도 몰랐다.“그래요. 윤진 씨랑 먼저 돌아가요. 전 연아 씨를 데려다주고 바로 돌아갈게요.”허사연과 허윤진이 차를 타고 떠난 뒤 진서준은 김연아를 바라보며 말했다.“우리도 가요.”“네.”김연아는 고개를 끄덕였다.김연아는 운전기사 없이 혼자 운전해서 온 것이었다.그래서 지금은 진서준이 운전하고 있고 김연아는 조수석에 앉아 있었다.돌아가는 길 내내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진서준은 어떤 말을 해야 김연아를 위로할 수 있을지 몰랐다.그런 일은 김연아 본인이 아니면 이해하기가 어려운 감정이었기 때문이다.이 세상에 진정한 공감은 없었다.차는 김연아의 집 문 앞에 멈췄고 진서준이 말했다.“일찍 쉬어요. 난 이만 돌아갈게요.”김연아가 물었다.“당연히 걸어서 가야죠.”진서준이 웃으며 말했다.진서준이 전속력을 낸다면 이 세상의 모든 슈퍼카보다도 빨랐다.게다가 아직 이른 시각이라 느긋하게 돌아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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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서준은 허씨 일가 별장으로 돌아갔고, 권해철과 황보식 등이 거실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진서준이 돌아오자 그들은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며 인사를 건넸다.“진서준 씨!”“다들 앉으세요. 우리 사이에 이럴 필요는 없죠.”사람들은 자리에 앉았고 권해철이 제일 처음 입을 열었다.“진 마스터님, 전 몇 년 전 강남에 가본 적이 있습니다. 강남 서씨 일가는 세력이 어마어마해요. 그리고 모든 업계에 종사하고 있어요. 더욱 무시무시한 건 서씨 일가 5명의 선천 대종사예요. 그중 세 명은 7품이고 한 명은 5품, 마지막 한 명은 소문에 따르면 서씨 일가의 선조인데 반보 지선, 10품 선천 대종사래요.”진서준은 처음 듣는 얘기였다. 선천 대종사에도 급이 나뉜다니.“선천 대종사는 총 몇 개 등급으로 나뉘죠?”진서준이 물었다.“총 10품이에요. 1품이 가장 약하고 10품이 가장 강해요. 그리고 10품 이상은 지선이죠.”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진서준이 수련한 것은 선법과 술법으로 무도와는 달랐다.진서준의 추측으로 지금 그의 실력은 아마 2품 선천 대종사, 또는 그것보다 더 강할 것이다.“선천부터는 매 등급 사이에 차이가 아주 커요.”권해철이 귀띔했다.“특히 6품 이후로는 그 차이가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할 수 있죠.”권해철의 말을 들은 허성태와 황복식 등은 표정이 아주 어두웠다.서씨 일가만 해도 선천 대종사가 무려 5명이었다.거기에 김씨 일가까지 더해진다면, 진서준 혼자가 아니라 남주성의 모든 가문을 더해도 상대할 수 없었다.“서준아, 이번에는 네가 너무 충동적이었어.”허성태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아빠, 이 일은 진서준 씨 탓이 아니에요. 김씨 일가의 그 여자가 먼저 시비를 걸었어요. 아빠는 그 자리에 없어서 그 여자가 얼마나 거만했는지 몰라서 그래요.”허사연이 화를 내며 말했다.“괜찮아요, 아버님. 제가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게요.”진서준은 덤덤히 웃었다.서씨 일가와 김씨 일가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진서준은 절대 굴복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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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자식, 복수가 아주 하고 싶었나 봐요. 해외 킬러까지 고용한 걸 보면. 지금은 어디에 숨어있는지 아세요?”진서준이 물었다.“몰라요. 주식을 팔았을 때는 이미 서울을 떠난 상태였거든요. 구체적으로 어디 있는지는 우리도 모릅니다.”손지헌이 말했다.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알려줘서 고마워요.”“별말씀을요. 진서준 씨를 위해서 일할 수 있는 건 제 영광이죠.”손지헌은 서둘러 겸손하게 말했다.현지 손씨 일가가 진서준을 위해 많은 일들을 하는 이유는 손씨 일가를 향한 진서준의 악감정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였다.예전에 손승호가 했던 멍청한 짓들로 인해 손씨 일가 사람들은 진서준이 복수라도 할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었다.전화를 끊은 뒤 진서준의 눈빛이 차가워졌다.“손승호, 나한테 잡히지 마. 나한테 잡히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테니까.”진서준은 누렁이도 전라도로 데려갈 생각이었다.그러나 지금 보니 누렁이는 반드시 별장을 지켜야 했다.비록 허씨 일가에 경호원이 있기는 하지만 경호원들과 무인들은 킬러들과는 레벨이 달랐다....고양시의 한 호텔 룸 안에는 남자 세 명이 앉아 있었다.그중 한 명은 바로 사라진 지 오래된 손승호였다.그리고 그의 맞은편에 앉아 있는 험악한 표정의 두 사람은 서진의 킬러였다.그들은 쌍둥이로 서진의 유명한 킬러였다.그들은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실수한 적이 없었다.손승호는 그들을 고용하기 위해 적지 않은 돈을 썼다.이번에 손승호는 반드시 진서준을 죽이고 허사연 자매를 손에 넣을 생각이었다.“이 사람이 우리가 죽여야 할 사람인가요?”형 박주혁은 자료를 보더니 같잖다는 듯 웃었다.별 볼 일 없는 청년 때문에 그들을 고용하다니, 이건 그들의 명성에 먹칠을 하는 것과 다름없었다.두 사람은 40대 초반으로 내력 종사였다.일반적인 종사는 그들의 상대가 되지 않았기에 진서준 같은 젊은이는 말할 것도 없었다.“이 자식을 얕보지 마세요. 이 자식 실력이 만만치 않아요. 소문에 따르면 종사라고 해요!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515화

    진서준 일행이 고양시로 향하고 있을 때 손승호와 박주혁 형제도 출발했다.오랫동안 떠나 있었던 서울로 돌아온 손승호는 매우 흥분했다.오늘 진서준이 죽는다면 그는 허씨 일가를 손에 넣고 다시 호화로운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안으로 들어가요. 난 여기서 기다릴게요.”손승호는 시간을 보았다.“10분이면 충분하죠?”“지금 우리를 모욕하는 거예요? 그 자식을 죽이는 건 1분이면 충분해요.”박주신이 차갑게 말했다.두 형제는 차에서 내린 뒤 별장 안으로 향했다.문 앞의 순찰을 하던 경호원은 갑자기 센 바람을 느꼈다.“조금 전에 뭐 보지 못했어?”한 경호원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아니, 너 잠이 덜 깬 거 아냐? 네가 잘못 본 거겠지!”누군가 반박했다.“그럴 리가. 조금 전에 누군가 안으로 들어간 것 같았는데.”그 경호원이 말했다.“귀신이라도 봤나 봐. 얼른 무당 찾아가서 굿이라도 해.”“지금 같은 시대에도 미신을 믿는 거야?”경호원들은 웃음을 터뜨렸다.사실 그 경호원은 잘못 보지 않았다.박주혁과 박주신의 속도가 너무 빨라서 일반인은 잔영만 볼 수 있었다.게다가 그 경호원들은 조금 전에 고개를 숙이고 휴대전화를 보느라 당연히 두 사람을 보지 못했다.별장 구역으로 들어선 뒤 두 사람은 곧바로 허씨 별장으로 향했다.이때 허윤진은 별장 앞 마당에서 누렁이와 놀고 있었다. 그녀는 뼈다귀 하나를 던져서 누렁이가 주워 오게 했다.강아지랑 노는 것과 다름없었다.하지만 누렁이는 꽤 재밌게 놀았다. 보운산에 있을 때는 누렁이와 이렇게 놀아주는 사람이 전혀 없었다.조희선은 진서준이 사준 작은 별장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혹시라도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걱정되어 진서준이 당분간은 계속 이곳에서 지내라고 했기 때문이다.허윤진의 천진난만한 미소를 본 조희선은 저도 모르게 진서라가 떠올랐다.‘서라야, 꼭 무사해야 해...’조희선은 속으로 기도했다.이때 두 사람이 별장 문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누렁이가 물고 있던 뼈다귀를 받은 허윤진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516화

    “이게 뭐지?”박주혁은 걸음을 멈추고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골든 리트리버처럼 생긴 누렁이를 바라보았다.“강아지?”자신이 강아지에게 겁을 먹어 감히 움직이지 못했다는 걸 떠올린 박주혁은 무척 화가 났다.다행히 이곳에는 그의 형제만 있었다. 다른 사람이 봤더라면 체면을 심하게 구겼을 것이다.“우선 이 멍청한 개XX부터 죽여야겠어!”박주혁은 우선 누렁이를 죽여서 체면을 되살리기로 했다.“누렁아!”조희선은 겁을 먹고 소리를 질렀다.“아줌마, 걱정하지 마세요. 누렁이는 강아지가 아니에요. 사실은 사자거든요. 실력이 아주 강해요!”허윤진은 냉정을 되찾은 뒤로 누렁이가 평범한 개가 아니라는 걸 떠올렸다.당시 보운산에서 한시 일가의 적지 않은 무인들이 누렁이의 손에 죽었다.허윤진은 누렁이와 이틀 동안 지내다 보니 누렁이의 흉악한 모습을 잠깐 잊었다.“누렁이가 사자라고?”조희선은 믿기지 않았다.그녀는 이렇게 온순한 사자를 본 적이 없었다.“맞아요, 사자예요. 사실은 키도 2m가 넘는데 진서준 씨가 이렇게 작게 만들어줬어요.”허윤진이 설명했다.이때 박주혁은 이미 누렁이의 앞에 섰다.박주혁은 칼을 높이 들고 누렁이의 머리를 베려 했다.그는 이 멍청한 개를 죽일 생각이었다.누렁이는 상황을 보더니 같잖다는 눈빛을 해 보이며 발톱으로 그의 칼을 튕겨냈다.팅...금속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박주혁이 들고 있던 칼이 부러졌다. 곧 찌르는 듯한 고통이 박주혁의 팔에서 느껴졌다.박주혁의 동공이 떨렸다. 그는 눈앞의 광경을 믿기가 어려웠다.개가 맞을까?“형, 어떻게 된 일이야? 왜 개 한 마리도 처리하지 못하는 거야?”박주신이 참지 못하고 말했다.“이 개에게 문제가 있어!”박주혁이 말했다.“문제? 무슨 문제가 있다는 거야? 내가 보기엔 형 실력이 퇴보한 거야. 내가 할게.”박주신은 그렇게 말하면서 빠르게 누렁이의 앞으로 달려갔다.그는 주먹에 옅은 강기를 두른 뒤 누렁이의 머리를 때리려 했다.누렁이는 피하지 않았다. 누렁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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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화를 받은 진서준은 킬러가 그를 찾으러 서울로 왔다는 걸 알고 깜짝 놀랐다.“윤진 씨랑 우리 엄마 괜찮은 거 맞죠?”진서준이 서둘러 물었다.“저랑 아줌마 다 괜찮아요. 그런데 누렁이가 두 사람을 바로 죽여버려서 정체를 묻지 못했어요.”허윤진은 조금 실망한 듯 말했다.만약 상대의 정체를 알아냈더라면 진서준이 더욱 쉽게 상대했을 것이다.진서준은 잠깐 고민한 뒤 물었다.“화진 사람 맞았나요?”“아닌 것 같았어요. 화진 말을 부자연스럽게 했거든요. 그리고 외모도 우리 화진 사람이랑은 살짝 달랐어요.”허윤진은 조금 전 두 사람의 모습을 떠올리며 말했다.“알겠어요. 아마도 손승호가 보낸 사람들일 거예요.”진서준의 눈빛이 차가워졌다.“윤진 시랑 어머니는 별장에서 나가지 말아요. 누렁이가 두 사람을 지켜줄 거예요.”“네, 알겠어요.”전화를 끊은 뒤 진서준은 곧바로 강성철에게 연락했다.“진서준 씨!”“지금 당장 사람들을 동원해 서울에서 손승호의 행방을 찾으세요. 그 자식을 찾게 된다면 일단은 죽이지 말아요.”진서준의 목소리에서 미처 감추지 못한 살기가 느껴졌다.“네!”강성철은 곧바로 자신의 부하들을 동원해 서울 곳곳을 뒤져 손승호를 찾기 시작했다.이때 손승호는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 박주혁 형제는 이미 들어간 지 십 분이 지났으나 아무런 기척도 없었다. “설마 둘 다 죽은 건가?”손승호는 불안한 마음이 커졌다.그는 곧바로 운전해서 서울을 떠날 생각이었다. 이곳에서 계속 기다리다가는 자신도 떠나지 못할 것 같았다.액셀을 힘껏 밟아서 서울을 떠난 뒤 손승호는 그제야 박주혁 형제에게 연락했다.그러나 전화를 받는 사람은 없었다. 그들의 휴대전화는 누렁이 때문에 전부 망가진 상태였기 때문이다.“역시 문제가 생긴 거야!”손승호는 미간을 찡그렸다.“차라리 잘 됐어. 이렇게 되면 그들의 사부님이 나설 테니 말이야!”손승호의 얼굴에 미소가 걸렸다.박씨 일가는 서진의 킬러 가문으로 그 가문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킬러로 양성된다.박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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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제성은 대문 앞에서 오랫동안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진서준 씨, 드디어 오셨군요!”진서준을 본 한제성은 무척 기뻐했다. 누나의 병을 드디어 치료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한제성은 다른 사람들을 쭉 둘러보았고 허사연을 보는 순간 그녀의 외모에 깜짝 놀랐다.“이분이 형수님이신가요?”“허사연 씨라고 제 여자 친구예요.”진서준이 말했다.“형수님, 안녕하세요. 전 한제성이라고 합니다.”한제성은 서둘러 인사했다.허사연은 기쁜 마음으로 활짝 웃었다.“안녕하세요.”허사연은 고개를 끄덕였다.“우리 누나는 지금도 병상 위에 누워있어요. 진서준 씨, 얼른 절 따라오세요.”한제성의 안내에 따라 그들은 한씨 일가 별장 뒷마당에 있는 작은 독립 건물로 향했다.그 건물은 총 4층이었는데 한씨 일가의 개인 병원으로 안의 장비들이 큰 병원과 엇비슷한 수준이었다.그곳에 도착한 진서준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그는 주변 영기가 4층의 한 방으로 모여드는 것을 느꼈다.설마 이곳에 수련자가 있는 걸까? 진서준은 내심 놀랐다.한시 일가의 별장 주위는 환경이 좋았고 영기도 수련하기에는 그럭저럭 충분했다.그러나 주변 영기가 모두 한 방으로 모여드는 걸 보면, 수련자가 그곳에 취영진을 만든 것이 틀림없었다.마음속 의문을 억누르며 진서준 일행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영기가 모여들고 있는 4층의 그 방으로 들어갔다.“누나, 내가 의사 선생님을 데려왔어!”방 안으로 들어서자 사람들은 방 안의 공기가 밖의 공기보다 더 좋은 걸 발견했다.진서준은 병상 위 여자를 바라보았다.여자는 이목구비가 뚜렷했지만 안색이 창백했다.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은 얼굴이었다.그리고 방 안에는 사람 여럿이 서 있었다.그중 중년 남자는 여자의 침대 옆에 앉아서 그녀의 맥을 짚고 있었다.한제성이 사람들을 데리고 오자 한서강은 서둘러 조용히 하라는 듯 제스처를 취했다.“아버지, 이 사람들은 누구예요?”한제성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황경두가 경성에서 모셔 오신 선생님이셔.”한서강이 설명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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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94화

    “이장로님, 부탁은 했지만 이놈이 가지 않겠다고 합니다. 방금 내가 이놈을 존중하지 않았다며 트집을 잡더군요.”은청준은 여전히 진서준에게 책임을 떠넘겼다.하지만 이장로는 은청준을 잘 알고 있었다.이장로는 은청준이 거만한 태도로 행패를 부려서 진서준이 대답하지 않은 거라고 추측했다.“은청준, 마지막으로 기회를 줄게. 끝까지 진실을 말하지 않으면 나도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이장로는 살기가 섞인 표정으로 최종 통보를 내렸다.그 말을 듣자 은청준은 순간 멈칫하며 마음속에서 불만이 피어올랐다.“제가 방금 말투가 좀 거칠긴 했지만 이놈의 태도도 별로였습니다. 심지어 주동적으로 나가서 나랑 한 판 붙자고 하더군요.”은청준은 여전히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일부 책임을 진서준에게 떠넘기고 있었다.“은청준, 이젠 하다 하다 장로인 나까지 속일 거야?”이장로는 분노를 터뜨렸다.“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내가 모를 것 같아? 지금 당장 김평안 씨에게 사과해!”은청준은 얼굴이 굳어졌고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사과는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람이 우리 후배를 치료할 수 없다면 어떡하죠? 그럼 내가 당한 망신을 이 사람에게 그대로 돌려줘도 됩니까?”잠자코 지켜보던 진서준이 손을 들어 올리며 끼어들었다.“부탁이고 나발이고 그냥 없던 일로 해. 내가 뭐 하늘의 신이라도 돼? 난 죽은 자를 살릴 수 있는 능력도 없고 만병을 고치는 능력도 없어.”이장로는 진서준이 은청준을 일부러 괴롭히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은청준이 무슨 말을 하던 진서준은 반대로 대답하며 그를 괴롭히는 중이었다.물론 은청준을 괴롭히는 건 조금 전에 당했던 말도 안 되는 행패에 대한 복수였다.“김평안 씨, 걱정 마세요. 설령 슬기의 병을 치료하지 못하더라도 이 자식이 김평안 씨와 따지지 않도록 약속하겠습니다.”이장로가 진심을 담아 진서준과 약속하자 진서준은 이장로를 흘끗 보고는 더 이상 고집을 부리지 않기로 했다.“말한 대로 하길 바랍니다.”“얼른 사과 안 해?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93화

    “그럼 그 여자를 구하고 싶은 사람에게 맡겨.”진서준은 이 말을 끝으로 바로 문을 닫았다.그 행동에 은청준 일행은 분노가 치솟았다.“당장 문 열어! 안 열면 후회할 줄 알아!”은청준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은청준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문이 다시 열렸다.진서준은 팔짱을 끼고 차가운 눈빛으로 은청준을 바라봤다.“너희가 어떤 불손한 짓을 하는지 한번 보자. 여기는 유씨 가문이지 너희 곤륜이 아니야. 너희가 멋대로 막 날뛸 수 있을 것 같아?”“유씨 가문이 뭐 어때? 사람 구하라고 하면 고분고분 구하기나 해. 이제 우리 종주님이 책임을 묻는다면 유씨 가문 가주라도 감당 못 할 거야.”은청준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으며 진서준과 눈을 맞추었다.은청준의 배후에는 곤륜이 있었기에 하찮은 서남 유씨 가문을 은청준이 공손한 태도로 대할 수 없었다.게다가 은청준은 경성 은씨 가문의 사람이기도 했다.어느 쪽 신분이든 모두 유씨 가문보다는 훨씬 더 고귀했기에 당연히 유씨 가문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었다.반면, 진서준의 신분은 단지 유씨 가문의 하찮은 경호원일 뿐이었다.은청준의 고함에 유기명이 놀라 달려왔다.“무슨 일이죠? 무슨 일이 일어난 겁니까?”유기명이 급하게 소리 지르며 다가왔다.유기명은 진서준과 곤륜 사람들이 싸우는 걸 보고 싶지 않았다.왜냐하면 두 쪽 다 유기명이 쉽게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가주님, 저는 이 집의 경호원에게 후배의 병을 부탁하려고 왔는데 이놈이 자존심을 세우며 안 가겠다고 고집을 부리네요.”방귀 낀 놈이 화낸다고 은청준은 먼저 이번 소란의 모든 책임을 진서준에게 떠넘겼다.그 말에 진서준은 어이없어 헛웃음이 나왔다.“곤륜에서 누군가에게 부탁할 때는 이렇게 고함을 지르라고 배웠어?”은청준은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다.“처음에는 좋게 좋게 말했잖아? 네가 괜한 자존심을 세우며 자초한 일이지.”“됐어요, 다들 그만합시다.”유기명이 끼어들며 중재했다.“은청준 씨가 직접 와서 모시는 걸 보면 조 아가씨가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92화

    이장로의 표정이 급변하더니 참지 못하고 욕을 날렸다.“젠장!”가장 일어나지 않기를 바랐던 상황이 결국 발생했다.“이장로님, 이제 어떻게 할까요?”신수란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내공을 써서 슬기 체내 차가운 기운을 빨아낼 수밖에 없어.”이장로가 진지한 태도를 보였다.이 방법은 전에 곤륜산에서도 사용한 적이 있었지만 내공을 많이 소모하는 방식이었다.다행히도 그들 곤륜의 장로들과 종주는 내공이 꽤 깊었다.그렇지 않으면 슬기 목에 걸린 그 옥패 하나만으로는 이렇게 오래 버틸 수 없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저택에 이장로 하나만 있는지라 이 방법을 쓰는 게 별로 자신이 없었다.“이제 운에 맡길 수밖에 없어.”이장로는 이를 악물고 바닥에 앉아 두 손을 펼쳐 선천강기를 모은 후, 조슬기의 옆에 놓고 조슬기 체내 한독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그러나 막 시작하자마자 이장로의 얼굴은 빨려 나온 한독에 얼어붙어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이 차가운 기운은 곤륜산이 내뿜는 기운보다 몇 배나 더 차가워 깊은 내공을 자랑하는 이장로조차 견디기 힘들어했다.그러니 지금 조슬기 같은 연약한 여자가 겪는 고통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1분이 지나자마자 이장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즉시 한독 제거를 포기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안 되겠어.”이장로는 바로 일어나서 강기로 흡입된 한독을 체외로 밀어냈고 작은 얼음 조각 몇 개가 이내 그의 몸에서 떨어져 나왔다.차가운 기운이 얼음처럼 결빙된 것이다.조슬기의 상태는 이제 조금도 지체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한 상태였다.“이장로님, 그 건방진 경호원을 한번 써보는 건 어떨까요?”은청준의 제안에 신수란은 순간 당황했다.“너 그 경호원이 치료하는 걸 결사코 반대하지 않았어? 그런데 왜 이제 와서 갑자기 마음이 바뀐 거냐?”그러자 은청준은 천천히 자기 계획을 밝혔다.“우리 후배가 지금 위독한 상태인데 이제는 그놈에게 맡길 수밖에 없잖아. 그놈이 우리 후배를 기적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면 우리 모두 아무 문제 없이 이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91화

    은청준은 조금 짜증이 났다.유기명 딸이 이해 못 한다고 쳐도 유씨 가문 가주인 사람이 상황을 파악할 줄 모르다니, 너무나 어이없었다.경호원이 사람을 치료하게 허락하는 건 금시초문이었다.“가주님, 지금 하신 말, 설마 진심입니까?”은청준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이장로도 미간을 찌푸리며 심기가 불편한 티를 냈다.“제 목숨은 바로 김평안 씨가 구해준 겁니다. 그러니 김평안 씨 의술을 믿지 않을 수 없죠.”유기명은 곤륜 사람들의 표정에 신경 쓰지 않고 당당하게 말했다.“가주님이 믿지만 우리는 전혀 믿을 수 없습니다.”은청준의 태도는 단호했다.그들은 절대 진서준이 나서서 치료하게 놔둘 수 없었다.조슬기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이장로도 엄중한 처벌을 받을 터였다.현재로서는 성약당 장로가 오기를 기다리는 것만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었다.“정 못 믿겠다면 저도 방법이 없네요. 조 아가씨가 진짜 잘못되기라도 하면 그건 다 당신들 책임일 겁니다.”유기명은 말을 끝내고 손을 휘저으며 나갔다.이장로의 표정도 급격히 어두워졌다.“너희는 여기서 슬기를 지켜. 무슨 일이 생기면 즉시 나에게 알려.”이장로도 말을 마친 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갔다.은청준은 유기명의 말에 냉소를 지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하룻밤뿐인데, 하룻밤 동안 무슨 일이 생길 리가 있나?”“너희 남자들 여기서 뭐 하는 거냐? 얼른 다 나가!”신수란은 모두를 밖으로 내쫓았고 혼자서 조슬기 곁을 지켰다.진서준이 나오자 유기명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두 사람은 아무도 없는 곳으로 이동했고 유기명이 이내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진서준, 조 아가씨 병을 치료할 방법이 있어?”“저 여자 생명을 유지할 수 있을 뿐, 체내에 찬 한독이 너무 많아서 짧은 시간 내에 해결하려면 하늘의 신이 내려와야 할 겁니다.”진서준이 단도직입적으로 대답했다.“그럼 넌 어떻게 생각해? 오늘 밤 조 아가씨 병이 악화할 확률이 높을 것 같아?”유기명이 다시 물었다.유기명은 조슬기에게 자기 집에서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90화

    그 말을 듣자 방 안의 모든 사람이 경악했다.곤륜 문주의 딸을 감히 죽이려고 하다니, 대체 어느 미친놈이 목숨을 걸고 이런 일을 꾸민 거지?“두목은 장강훈이라는 놈인데 서남 지역에서 악명 높은 악당이에요.”신수란이 한마디 더 보탰다.“뭐라고요? 그놈을 만났다고요?”유기명이 깜짝 놀랐다.“아는 사람이에요?”신수란이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유기명을 쳐다봤다.“들어본 적은 있죠. 얼마 전 내 동생 유기태가 국안부에서 그놈을 추적하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근데 이놈이 워낙 종잡을 수 없는 움직임을 보이고 행방이 오리무중이라 찾기가 어려웠죠.”유기명은 신수란을 보며 물었다.“그래서 아가씨들은 어떻게 그놈 손에서 빠져나온 거죠?”신수란은 순간 머뭇거리며 다소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누군가 우리를 구해줬어요.”“네? 누가 아가씨를 구한 거죠? 내가 알기로 장강훈은 절대 만만한 놈이 아닙니다. 서남에서 그놈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거든요.”유기명이 흥미를 보였다.서남 무도계의 강자들은 유기명의 손바닥 안에 있었다.대다수가 유씨 가문에 초빙되어 가문의 귀빈으로 섬기고 있고 거절한 이들은 전부 세상과 연을 끊은 은둔 고수뿐이었다.설마 유기명이 모르는 강자가 더 있다는 건가?신수란이 곧 이름을 밝히려 하자 진서준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누가 됐든 간에 그 강도가 죽었다면 된 거죠.”갑작스러운 개입에 신수란은 기분이 언짢아졌다.유기명은 눈을 가늘게 뜨고 진서준을 흘끗 쳐다보고는 진서준의 말투를 곱씹으며 속으로 추측했다.이 여자들을 구한 건 진서준이 틀림없을 것이다.“이장로님, 그놈들은 단순히 아가씨를 납치하려 했을 뿐, 죽이려고 하지는 않았어요.”신수란이 상황을 더 자세하게 설명했다.“그렇다면 그놈들 뒤에 배후 세력이 있다는 거겠군.”이장로의 얼굴이 어두워졌다.“설상가상으로 슬기가 이번에 우리랑 함께 하산한 걸 아는 사람은 종문 내부 제자들뿐이야. 그런데 곤륜에서 내려오자마자 그 소식이 그놈들 귀에 들어갔다고? 그렇다면..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89화

    이때의 조슬기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렸고 입술은 보랏빛으로 변해 있었다.조금만 가까이 가도 조슬기의 몸에서 퍼져 나오는 서늘한 기운이 느껴질 정도였다.신수란은 조슬기를 침대 위에 내려놓고는 바로 옆방으로 달려가 따뜻한 물로 자기 체온을 되찾으려 했다.조슬기를 업고 오는 내내 신수란 또한 엄청난 고통을 겪어야 했다.조슬기의 체온은 거의 0도에 가까웠고 온몸이 얼음장처럼 차가웠다.고통에 신음하는 조슬기를 보며 진서준이 앞으로 나섰다.“내가 일단 치료할게. 성약당 장로가 도착하려면 최소 내일 아침은 되어야 해.”“네가 치료한다고? 경호원 주제에 뭘 안다고 사람을 살린다고 지껄여? 여기서 방해하지 말고 썩 꺼져. 네가 뭔데 이렇게 나대?”은청준이 버럭 화를 내며 소리쳤다.“누가 경호원이라고 해서 사람을 못 구한다고 했죠?”유정이 즉각 반박했다.은청준이 지속적으로 진서준을 물고 늘어지는 모습이 영 거슬렸는데 이제는 대놓고 모욕까지 하니 유정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유 아가씨, 경호원이 사람을 못 구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전 그냥 저 사람이 자격이 없다고 했을 뿐입니다.”은청준은 속에서 끓어오르는 화를 겨우 억누르며 말했다.유정이 유 가주의 딸만 아니었다면 유정에게 욕설을 퍼부었을지도 모른다.아까 진서준과 대련하려고 할 때에도 유정 때문에 망신당했는데 지금은 또 저 하찮은 경호원 따위를 위해 유정과 말다툼을 벌이고 있다니, 이러다간 정말 곤륜 차세대 천재 일인자인 자기 체면이 바닥에 떨어질 것 같았다.유씨 가문의 경호원이 자기보다 더 중요한 사람이라도 되는 것처럼 보일 정도라니 기막힌 일이었다.“김평안 오빠는 우리 유씨 가문을 여러 번 구한 의술이 뛰어난 분입니다. 우리 아버지 목숨도 이분이 살리셨죠. 그런 분이 왜 자격이 없다는 거죠?”유정은 전혀 기죽지 않고 은청준과 눈을 맞추며 쏘아붙였다.은청준의 표정이 어두워지며 목소리가 더욱 거칠어졌다.“유 아가씨, 아가씨는 제 후배 신분을 아나요? 제 후배는 우리 종문 문주의 따님입니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88화

    하지만 두 검의 차이는 누가 봐도 너무나도 컸고 이건 진서준에게 손해 보는 장사였다.“이봐요, 은청준 씨, 곤륜 제자로서 이런 요구를 하는 건 곤륜 얼굴에 먹칠하는 게 아닌가요?”유정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대놓고 면박을 줬다.은청준도 유정이 이렇게까지 직설적으로 말할 줄은 몰랐는지 순간 얼굴이 굳어졌다.“유 아가씨, 그 말은 좀 심한 거 아닌가요? 제 검도 희귀한 명검 중 하나입니다.”은청준은 굳은 얼굴로 즉시 반박했다.“상관없어, 네가 원하는 대로 하지.”진서준이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좋아. 네가 그렇게 나온다면 바로 시작하자.”은청준은 진서준의 말에 바로 반응하며 유정이 더 이상 끼어들 틈을 주지 않았다.이 참선검은 반드시 자기 손에 넣겠다는 의지가 불타오르고 있었다.“규칙은 간단해. 검이 먼저 상대의 몸에 닿는 쪽이 승리야, 어때?”단순하고 직관적이며 오직 실력으로 승부를 가리는 대련이었다.“문제 없어.”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막 대련이 시작되려던 그 순간, 갑자기 집사가 허겁지겁 뛰어왔다.“가주님! 조슬기 아가씨의 소식을 받았습니다!”“뭐라고? 아가씨가 어디 있어?”유기명이 즉시 반응하자 이장로가 손을 내저었다.“이 대련은 일단 여기까지 하고 먼저 슬기부터 찾자.”그 말을 듣자 은청준의 얼굴이 아쉬움으로 일그러졌지만 이장로의 명령을 어길 수도 없었다.“김평안, 그 검 잘 보관해 둬라. 내가 반드시 가져갈 거니까.”은청준은 검을 아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자리를 떠났다.“조슬기 아가씨가 이미 금도에 도착해서 우리 사람들이 그 뒤를 따르고 있습니다.”“즉시 날 거기로 데려가 주세요.”이장로가 급히 말하자 유기명이 서둘러 제안했다.“이장로님, 제가 사람을 보내 아가씨를 모셔 오겠습니다. 여기서 쉬시는 게 어떠신지요?”“아닙니다, 제가 직접 가서 확인하겠습니다.”이장로는 진지한 표정으로 거절했다.조슬기가 과연 무사한지 이장로는 직접 확인해야만 했다.“알겠습니다. 이봐, 즉시 이장로님을 모시고 출발해.”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87화

    식사도 아직 하지 않았는데 분위기는 이미 화약 냄새가 진동했다.유정은 이미 마음이 콩밭에 가 있었고 그녀의 시선은 쭉 진서준에게 머물렀다.진서준이 이따가 대련 중에 다칠까 봐 걱정되었기 때문이다.유씨 가문에 머무르는 동안, 유정은 이전에는 몰랐던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다.예를 들면 곤륜을 비롯한 4대 은세 종문에 관해서 제대로 알게 되었다.이들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고 있고 가장 오래 유지되어 온 은세 세력이었다.심지어 경성의 4대 가문조차도 이 4대 종문 앞에서는 고개를 숙여야 했다.게다가 종문의 제자들은 하나같이 괴물 같은 천재였다.은청준이 곤륜의 차세대 중에서도 뛰어난 인재로 손꼽힌다면 그건 단순한 허풍이 아니라 대단한 실력을 갖췄을 가능성이 컸다.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만약이 가장 무서운 법이다.반면 진서준은 평소처럼 자연스럽게 행동했고 전혀 긴장하는 기색도 없이 태연한 모습이었다.진서준의 여유로운 태도에 은청준은 괜히 기분이 나빠졌다.‘흥, 대련이 시작되면 네놈이 나와의 실력 차이를 뼈저리게 깨닫게 될 거야.’은청준은 속으로 이를 갈았다.저녁 식사 내내 유기명과 이장로만 가끔 대화를 나눴다.곧 식사가 끝나자 곤륜의 다른 제자들도 소식을 듣고 하나둘씩 몰려왔다.다들 유씨 가문 저택 뒤편의 넓은 공터에 모여 구경하기 시작했다.“저 녀석 미친 거 아냐? 감히 은 선배와 대련하겠다고? 살고 싶지 않은 건가?”“은 선배는 이미 사급 대종사야. 선배의 실력은 끔찍할 정도로 강해. 웬만한 사람은 상대도 안 되지.”“내기나 해볼까? 저 자식이 선배의 검을 몇 번이나 막아낼 수 있을지?”“난 한 방도 못 버틴다고 봐. 선배는 이미 검의를 깨우쳤잖아.”곤륜의 제자들은 하나같이 진서준을 과소평가했다.다들 은청준의 실력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또래 중에서 아무도 은청준을 이길 수 있는 자는 없었다.반면, 진서준은 겉보기에는 40대로 보였지만 전혀 강자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이런 사람이 실력자라고 한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86화

    “김평안 씨는 내가 엄청난 공을 들여서 모셔 온 분입니다.”유기명이 급히 분위기를 수습하며 진서준을 자랑하기 시작했다.“겉보기엔 40대 초반처럼 보이지만, 그 실력은 정말 어마어마합니다.”“어마어마하다고? 그럼 나랑 한번 붙어볼래?”은청준이 비웃으며 말했다.은청준은 스물여섯 살에 이미 사급 대종사가 되었는데 반면 이 경호원은 체내에 강기가 거의 없었다.아무래도 겨우 종사의 문턱을 밟은 무인인 것 같은데 이런 쓰레기가 세속에서는 강자로 불리는 건가?유기명은 난처한 미소를 지었다.“당연히 은청준 씨와는 비교할 수 없죠. 하지만 김평안 씨 검술은 누구나 다 알아주는 실력입니다.”“마침 나도 검술이 특기인데, 한 번 겨뤄볼까?”은청준이 도발적인 눈빛을 보냈다.“청준아, 내가 몇 번을 말했어? 무도는 남과 다투라고 배우는 것이 아니라고.”이장로가 차분하게 말하자 은청준은 곧바로 태도를 고쳐잡고 공손하게 말했다.“이장로님, 저는 그냥 세속 무인과 가볍게 한 수 겨뤄볼 생각이었습니다.”이장로는 은청준을 흘긋 보았으나 그의 속마음을 굳이 들춰내지는 않았다.은청준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야 뻔히 보였지만 그래도 같은 종문 사람이니 체면은 세워줘야 했다.“아직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어.”진서준이 다시 강조하자 은청준은 눈살을 찌푸리며 바보를 보는 듯한 눈빛으로 진서준을 쏘아봤다.이 녀석 왜 이렇게 말이 많지? 혹시 정신 상태가 이상한 건가?“은범은 내 사촌 동생이야. 네가 그 못난 동생을 알고 있는 건 아니겠지?”은청준은 귀찮다는 듯 대답했다.“신농산에서 만난 적이 있어.”“뭐라고? 걔가 신농산에 갔다고?”이 말에 은청준은 흥미가 동했다.“그 녀석 실력으로는 신농산 테스트를 통과하기 힘들 텐데?”은청준은 턱을 쓰다듬으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은범이 어떤 인물인지 은청준은 잘 알고 있었다.애매한 실력과 어중간한 재능을 갖고 있는 은범이 은씨 가문에서 빛을 볼 일은 없었다.은청준과 은범의 격차는 눈에 보일 정도로 컸다.“그 녀석은 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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