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322화

작가: 무가
“진서준 씨, 정말 그렇게 무정하신 건가요?”

허순재는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어 진서준을 못마땅하게 바라보았다.

그 말을 들은 진서준은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무정하다고? 아까 호텔에서 내가 너희에게 기회를 안 줬어?”

진서준은 여전히 차가운 말투로 말을 이었다.

“기회를 놓친 건 너희잖아. 지금 와서 날 탓한다고? 웃기지 마. 너희 집안이 이렇게 망한 건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

진서준이 감옥에서 막 나왔을 때, 허성태는 진서준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모든 걸 진서준에게 걸었다.

허성태가 부유해진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진서준을 제대로 알아본 덕분이었다.

사람 보는 눈이 예리하지 않다면 결국 눈앞의 허씨 가문처럼 가난과 몰락의 길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허씨 가문 사람들을 밀쳐내고 진서준은 냉랭한 표정을 유지한 채로 조씨 가문 저택으로 걸어갔다.

“할아버지,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요?”

“뭘 어떻게 하겠어? 당연히 집에 돌아가야지.”

허순재가 이를 악물고 핀잔을 줬다.

“쳇, 자기가 뭐 대단한 인물이라고 저렇게 싸가지 없게 굴어? 저 녀석 없어도 우리 허씨 가문은 무조건 부자가 될 수 있을 거야.”

강정숙은 비굴하게 아첨하던 표정을 지우고 대신 경멸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비록 말은 그렇게 했지만 허씨 가문이 진짜 돈 많은 명문대가로 부상해 동북 지방 가문의 정점에 오르는 것은 거의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운 수준이었다.

“진서준 오빠, 오늘 바로 떠나려는 건가요?”

진서준이 오늘 오후에 떠난다는 말을 들은 조민영은 아쉬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사실 조민영만 아쉬운 게 아니라 조태희도 진서준이 떠나는 게 아쉬운 듯했다.

진서준이 여기에 있으면 조민영은 진서준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고 자연스레 조민영이 진서준과 감정을 발전시킬 기회가 생길 터였다.

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

“오늘 떠나야죠. 제가 동북에 있은 시간이 꽤 길었어요.”

“그렇군요, 그럼 다음엔 언제 또 오시나요?”

조민영이 또 질문을 던졌다.

“그건 저도 잘 모르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323화

    늦은 밤에 진서준 일행은 비행기를 타고 서울시에 도착했다.오랫동안 진서준을 보지 못한 조희선 일행은 진서준이 갑자기 돌아온 것에 놀라며 기뻐했다.“서준아, 오기 전에 미리 말이라도 해주지 그랬어?”조희선은 무척 기뻐하며 진서준의 손을 잡고 소파에 앉혔다.“어머님, 서준이 어머님을 깜짝 놀라게 하려고 일부러 말하지 않고 온 거예요.”허사연이 웃으며 대신 대답했다.“사연아, 그동안 우리 아들 서준이를 잘 돌봐주느라 수고했어.”조희선은 허사연을 보며 환하게 웃으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아니에요, 저는 전혀 힘들지 않았어요.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어요.”허사연은 미소를 지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자 진서라도 허사연을 거들었다.“엄마, 그렇게 말하면 사연 언니가 너무 부담스러울 거잖아요.”“맞아, 그 말이 맞아. 엄마가 선 그은 것 같구나.”조희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아참, 어머님, 이번에 동북에서 돌아오면서 작은 선물을 몇 개 준비했어요.”허윤진은 급히 가방에서 작은 상자 몇 개를 꺼냈다.상자 안에는 얼음 조각상이 들어 있었다.이 얼음 조각들은 조희선 일행의 모습을 본떠 만든 귀여운 캐릭터였다.얼음 조각은 고온에 노출되면 녹지만 진서준이 영기를 얼음 조각에 부여해 영기가 유지되는 한, 이 얼음 조각들이 녹을 일은 없었다.선물은 비싸고 싸고를 떠나 그 선물에 깃든 정성이 가장 중요한 법이다.이렇게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들을 보자 조희선 일행은 신나서 어쩔 바를 몰랐다.“어머님, 저랑 윤진은 먼저 집에 가볼게요. 내일 다시 뵐게요.”잠시 한담을 나눈 후, 허사연과 허윤진이 일어나 집에 돌아가려고 했다.“서준아, 사연 자매를 배웅해 줘야지.”조희선의 말에 진서준도 벌떡 일어났다.“알았어요.”진서준은 차를 몰고 허사연 자매를 허씨 가문 별장까지 데려다준 뒤, 다시 차를 돌려 집으로 돌아왔다.“서준아, 이번엔 집에 얼마나 있을 거야?”조심스레 묻는 조희선의 눈빛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조희선도 아들 진서준이 더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324화

    두 사람이 올라가자 김연아는 그제야 진서준을 애틋하게 바라보았다. 아무 말 없이 눈빛 하나로 천 마디 말을 대신하는 듯했다.진서준도 결정적인 순간에 주저하는 사람이 아니었다.진서준은 앞으로 다가가 김연아를 품에 안고 그녀의 몸에서 나는 향기를 탐욕스럽게 들이켰다.“요 며칠 다치거나 아픈 데는 없었어?”김연아는 눈을 반쯤 감고 진서준의 따뜻한 품에 몸을 맡긴 채 물었다.잠시 후, 진서준이 입을 열었다.“다치긴 했어.”“응? 어디 다쳤어?”김연아는 깜짝 놀라며 진서준을 쳐다보았다.“네가 직접 확인해 볼래?”진서준은 김연아가 자기 말에 속았다는 걸 눈치채고 교활한 미소를 지으며 장난스럽게 물었다.김연아는 말없이 진서준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윗옷을 벗기고 나서 온몸을 훑어봤지만 이상하게도 상처는 보이지 않았다.“위가 아니고 아래를 다친 거야?”김연아는 얼굴이 붉어졌다.“응, 아니면 방으로 가서 좀 더 자세히 확인해 볼래?”진서준의 숨결이 거칠어졌고 그의 손은 김연아의 부드러운 허리선 위를 가볍게 어루만지기 시작했다.그제야 김연아는 진서준의 의도를 파악했다.진서준은 사실 다치지 않았고 그저 김연아와 장난치려고 한 수작이었다.김연아가 고개를 숙이던 순간, 갑자기 그녀의 발밑에 하얀 작은 원숭이가 나타났다.“어머, 여기서 원숭이가 왜 나와?”김연아는 깜짝 놀라며 진서준의 품으로 뛰어들었다.“하얀아, 밖에 나가 누렁이랑 놀아.”진서준은 하얀이를 발로 가볍게 툭툭 쳤다.주인에게 발로 차인 하얀이는 화내지 않고 머리로 진서준의 바지를 비비더니 거실을 나갔다.“이제 괜찮지? 하얀이는 나갔어... 네가 걷기 불편하면 내가 안고 올라갈게.”진서준은 품속에 안긴 김연아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말했다.김연아의 하얀 목덜미는 이미 새빨갛게 달아올랐고, 그녀가 이 상황이 얼마나 쑥스러운지 고스란히 드러났다.“대답하지 않으면 인정한 걸로 할게.”진서준은 김연아를 안고 자기 방으로 갔다.방문을 잠그고 진서준은 재빨리 남은 옷을 벗어 던졌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325화

    이른 아침, 첫 번째 햇살이 얇은 커튼을 통과해 진서준의 얼굴에 비쳤다.새로 떠오른 태양의 온도를 느끼며 진서준이 천천히 눈을 떴다.“연아아...”눈을 뜬 첫 번째 일이 바로 김연아를 찾는 거였지만 그녀가 옆에 없다는 걸 진서준은 이내 깨달았다.진서준이 깨어나기 전에 김연아는 이미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비록 조희선과 진서라가 두 사람의 관계를 알고 있었지만 김연아는 다른 사람들이 자기가 진서준의 방에서 나오는 모습을 보는 걸 원치 않았다.진서준은 찬물로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은 후 1층으로 내려갔다.“엄마, 서라야, 벌써 일어났네?”엄마와 여동생이 벌써 일어나서 주방에서 요리하는 모습을 본 진서준은 깜짝 놀랐다.“일찍 일어나는 게 습관이 됐어. 누워 있으면 오히려 불편해지더라.”조희선은 웃으며 대답하더니 이내 진서준에게 눈짓을 보냈다.“연아는 일어났어?”다른 사람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진서준도 그 말에 얼굴이 붉어졌다.“이미 자기 방으로 갔어요.”진서준은 말을 끝내고 바로 거실을 허겁지겁 빠져나갔다.“어머, 서준이 쑥스러워할 줄은 몰랐네.”진서준의 뒷모습을 보며 조희선은 빙그레 웃었다.“엄마, 오빠가 저렇게 하면 사연 언니가 뭐라고 안 할까요?”진서라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그럴 리 없어, 사연은 똑똑한 아이야. 조금이라도 불만이 있었다면 연아가 집에 있을 수 없었을 거야. 대신 진서준이 이 여자애들에게 좀 미안한 게 많겠지.” 조희선은 한숨을 쉬며 자기 속내를 털어놨다.앞마당에 도착한 진서준은 그곳의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본래 거울처럼 깔끔하고 평평했던 잔디밭은 지금 구덩이들로 가득했고 흰색과 노란색 털이 여기저기 떨어져 있었다.그 털들을 보자 진서준은 곧바로 누가 이곳에서 소란을 피웠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누렁이야, 하얀이야! 너희 둘, 얼른 이리 와!”진서준은 화난 목소리로 소리쳤다.진서준의 목소리를 듣자 바닥에 엎드려 자던 둘은 즉시 일어나 벌벌 떨며 진서준에게 다가갔다.“이 구덩이들은 너희가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326화

    허사연 자매가 이렇게 화사하게 꾸민 이유는 바로 진서준을 위해서였다.“서준아, 왜 두 귀염둥이를 괴롭히고 있어?”누렁이와 하얀이가 일하는 모습을 보자 허사연이 웃으며 물었다.진서준은 그 질문에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난 지금 괴롭히는 게 아니야. 이 난장판은 이 두 녀석이 만들어낸 거야.”두 귀염둥이가 이 난장판을 만들었다는 소리를 듣자 허윤진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두 귀염둥이가 힘이 꽤 센가 보네.”허윤진의 지금 실력으로는 전력을 다하지 않으면 이렇게 엄청난 규모의 난장판을 만들 수 없을 것이다.“조기강도 하얀이 상대가 안 돼. 이 정도면 대충 얘네 실력이 짐작돼?”진서준이 웃으며 해명하자 이번에는 허사연도 깜짝 놀랐다.“뭐? 조기강도 하얀이 상대가 안 된다고?”조기강은 검존이라는 칭호를 얻은 인물로 그 실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그렇게 강력한 인물도 하얀이를 상대하지 못했는데 진서준은 도대체 어떻게 이 하얀이를 자기 애완동물로 길들인 걸까?그 순간, 허사연 자매가 진서준을 향한 경외심이 더 커졌다.“그냥 운이 좋았던 거야. 그때 이 녀석을 만났을 때 이 녀석도 다친 상태였어.”솔직하게 해명한 진서준이 화제를 돌렸다.“너희 둘은 왜 이렇게 일찍 왔어? 아버님이랑 더 있지 그래?”“좀 부탁할 일이 있어서 왔어.”허사연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어젯밤 집에 돌아가자마자 허성태는 딸들을 붙잡고 한참 근황을 얘기한 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진서준에게 도움을 청하라고 부탁했다.진서준은 그 말에 실실 웃으며 말했다.“한 집안 사람끼리 이렇게 격식 차리지 말고 편하게 말해.”그러자 허사연도 더는 숨기지 않고 본론으로 들어갔다.“부시장 서정훈을 기억해?”당시 진서준과 서정훈의 아들 서현욱 사이에 충돌이 일어났을 때, 그 시장은 의외로 자기 아들을 편들지 않았다.그 사람은 공적인 자리에서도 청렴하고 정직한 정치인으로 소문난 인물인지라 진서준이 진심으로 감탄하는 관료였다.“기억나, 그 사람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겼어?”진서준이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327화

    아침을 먹고 진서준과 허사연, 허윤진은 차를 타고 서정훈의 집으로 갔다.작년과 마찬가지로 집 앞에는 대문짝만한 설날 글귀 외에는 아무 장식도 없었다.“내가 문 두드릴게.”허사연이 바로 앞장서서 문을 두드렸다.똑똑...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집 안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누구세요?”“사모님, 저예요!”허사연이 이내 대답했다.심해윤은 허사연의 목소리를 듣자 얼른 문을 열었다.“사연아, 왜 또 왔어?”심해윤은 문을 열고 의아한 얼굴로 허사연을 바라보았다.조금 전에 허사연 자매가 왔었고 이제 겨우 한 시간도 되지 않아 또 왔다니, 혹시 허씨 가문에 무슨 일이 생겨서 자기와 서정훈에게 부탁하러 온 걸까?심해윤이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당연했다.심해윤은 인사처의 처장이었고 서정훈은 서울시의 시장이었다.이런 높은 신분을 갖춘 부부였기에 매일 그들 부부에게 뭔가를 부탁하려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서정훈이 공정하고 청렴한 인물이 아니었다면 벌써 수많은 사람들이 서씨 가문 문턱을 드나들며 닳았을 것이다.“사모님, 오늘 서현욱을 치료하려고 진서준을 데리고 왔어요.”허사연이 즉시 설명했다.“응? 진서준도 왔다고?”진서준을 발견하자 심해윤의 표정이 밝아졌지만 이내 눈빛에 걱정이 스쳤다.심해윤은 진서준의 의술 실력을 잘 알지만 진서준과 서현욱 사이에 갈등이 있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현재 서현욱의 상태는 매우 불안정했고 이따가 두 사람이 재회해 서현욱이 다시 진서준을 욕하며 흥분한다면 큰일이었다.“사모님, 오랜만이에요.”진서준이 웃으며 선뜻 인사했다.“정말 오랜만이네. 얼른 들어와.”심해윤은 세 사람을 친절하게 집 안으로 안내했다.집 안에 들어간 진서준이 거실을 둘러보자 작년보다 더 간소하게 꾸며져 있는 걸 발견했다.이런 인테리어는 시장이 일상생활을 보내고 있을 집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편하게 앉아. 내가 물 좀 갖다줄게.”“그렇게 번거롭게 안 해도 돼요. 진서준이 서현욱 치료하는 게 더 빠를 거예요.” 허사연은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328화

    심해윤의 설명을 들은 후, 진서준과 허사연은 즉시 상황을 파악했고 서정훈 부부에 대한 존경심이 더욱 커졌다!상대방이 이렇게 부모의 아픈 약점을 건드리는 비겁한 수단까지 사용하는데 이런 유혹도 버텨내는 걸 보니 이 부부는 정말 이 세상에 몇 안 되는 청렴한 관료였다.진서준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섰다.“사모님, 서현욱과 서 시장님은 지금 어느 병원에 있죠?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서울시 시립병원에 있어. 나도 너희와 함께 갈게.”망설일 시간이 없이 진서준과 심해윤은 바로 차를 몰고 시립병원으로 향했다....서울시 시립병원 고급 병실.서현욱 부자 외에도 세 명이 있었다.그중 한 명은 정장을 차려입고 뭔가 대단한 일을 해낸 듯한 중년 남성이었는데 그는 바로 명주에서 온 상인 박운기였다.박운기 외에도 하얀 가운을 입은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바로 박운기가 모신 명의였다.그리고 또 한 명은 염소수염을 기르고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이 신비로운 느낌이 물씬 풍기는 남자였다.“우 의사님, 서 도련님의 병은 언제쯤 치료될 수 있나요?”박운기의 질문에 서씨 부자의 마음도 덩달아 들떠 올랐다.그들 두 사람도 이 질문의 답을 정말 듣고 싶었다.하얀 가운을 입은 우도운은 그 질문에 미간을 찌푸렸다.“박 사장님, 방금 모든 기계를 이용해 검사해봤지만 아무런 문제도 없었어요. 제 생각엔 환자가 몸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심리적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서현욱은 뜻밖의 대답에 놀랐다.“내가 심리적 문제가 있다고요?”“맞아요.”우도운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설명했다.“어떤 남자들은 이런 일에 심리적 장애가 생겨서 제 노릇을 못 하는 경우가 있어요. 서 도련님님, 과거에 그런 심리적 장애가 있었던 적이 있나요?”우도운의 질문에 서현욱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심리적 장애를 유발할 만한 기억이 떠오르지 않았다.그동안 자기와 관계를 맺었던 여성들은 모두 자발적이었고 하나같이 훌륭한 서비스를 제공해 그런 심리적 장애는 있을 리가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329화

    그 목소리를 듣고 박운기 일행은 눈살을 찌푸리며 불쾌한 표정으로 문 쪽을 바라보았다.곧이어 병실 문이 열리고 진서준 일행이 들어왔다.박운기 일행은 진서준과 초면이었다. 초면인 청년이 허사연 자매를 데리고 병실에 들어오는 것을 본 박운기 일행의 눈에는 분노가 번졌다.“방금 그 말, 네가 한 거야?”박운기가 이를 악물며 물었다.“그래, 내가 한 거야.”진서준은 박운기를 힐끗 본 뒤 바로 시선을 돌려 서정훈에게 인사했다.“서 시장님, 오랜만입니다.”진서준과 심해윤이 들어오는 것을 보자 서정훈은 처음에는 멈칫했지만 곧바로 흥분이 가득한 표정을 지은 채 반가워했다.“서준아, 드디어 왔구나. 요즘 내가 너 때문에 허성태를 여러 번 찾아갔댔어.”서정훈은 진서준의 의술을 알고 있었기에 허성태가 진서준에게 사정할 수 있도록 여러 번 부탁했었다.하지만 진서준이 서울시에 없었기 때문에 허성태도 마음뿐, 실질적인 도움은 줄 수 없었다.그런데 기다리던 진서준이 돌아왔다고 하자 허성태는 이내 딸들에게 진서준을 찾아가 도움을 청하라고 시켰던 것이다.“죄송합니다, 서 시장님. 요즘 제가 외지에서 이런저런 일들이 많았습니다.”진서준이 사과의 뜻을 표했다.“괜찮다, 괜찮아. 네가 돌아온 것만으로도 좋아.”서정훈은 곧바로 진서준의 손을 잡았다.“서준아, 우리 집 이 녀석이 너와 예전에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알지만 그래도 딱 하나뿐인 내 아들이야. 네가 한번 무슨 병인지 봐줄 수 없겠어? 날 돕는 셈 치고 병을 치료해 보렴? 내가 너한테 크게 빚지는 거야. 치료하지 못한다고 해도 너한테 아무런 불만도 없을 거야.”같은 시간, 침대에 누워 있는 서현욱의 마음은 복잡했다.예전에 자기와 진서준 사이에 있었던 충돌은 아직도 머릿속에 선명했다.그런데 이제 와서 자기 병을 그 원수에게 맡겨야 한다니, 이건 너무 굴욕적인 일이었다.“걱정 마세요, 서 시장님. 아드님 병은 제가 최선을 다해 치료할 겁니다.”진서준이 담담하게 말했다.“이 망할 놈아, 어서 일어나 서준에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330화

    “내가 모셔 온 의사가 병신이라고 큰소리치는데, 그럼 네 대단한 실력을 보여줘 봐.”진서준은 박운기를 힐끗 보더니 바보를 상대하는 말투로 말했다.“너희가 여기서 방해만 하지 않았다면 난 벌써 치료를 시작했어.”박운기는 또다시 진서준의 말에 말문이 막혀 얼굴이 붉어지며 화를 참지 못하고 주먹을 꽉 쥐었다.옆에 있던 염소수염을 기른 노인은 박운기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고개를 흔들었다.박운기는 그 모습을 보고 심호흡을 크게 내쉬고 마음속의 분노를 잠시 가라앉혔다.“서 시장님, 정말 이 녀석에게 아드님 병 치료를 맡길 건가요? 충신이 두 황제를 섬기지 않듯, 환자도 마찬가지로 두 의사에게 맡길 순 없습니다. 시장님 아드님 병이 이렇게 심각한데 이 녀석이 치료하지 못하면 병이 더 악화할 겁니다. 그러면 우 의사님이 아무리 날고뛰는 능력이 있어도 속수무책일 겁니다.”서정훈은 박운기의 말을 들으며 그럴듯하다고 생각했다.만약 진서준이 서현욱의 병을 고치지 못하고 그 병을 다시 우도운에게 넘긴다면 우도운도 치료하기 어려울 것이다.그래서 서정훈은 아들을 진서준에게 맡길지 아니면 우도운에게 맡길지 깊은 고민에 빠졌다.그때, 허사연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서 시장님, 그냥 진서준에게 치료를 맡기세요. 진서준 의술은 제가 보장할 수 있어요. 전에 우리 아빠가 병에 걸렸을 때 진서준이 책임지고 치료한 거예요. 지금 우리 아빠 건강 상태가 어떠신지 서 시장님도 지금 잘 아시지 않나요?”박운기는 불쑥 대회에 끼어든 허사연을 노려보며 한마디 덧붙였다.“서 시장님, 제 생각은 이러합니다. 서 시장님 스스로 잘 판단해 보세요.”선택은 여전히 서정훈의 몫이었다.서정훈은 한참을 고민한 후, 진서준을 향해 말했다.“서준아, 네게 부탁할게.”“맡겨만 주십시오.”진서준은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지만 우도운과 박운기의 얼굴은 급격히 어두워졌다.전문가인 자기를 믿는 대신 어디서 굴러온 청년을 믿는다니, 이는 우도운에 대한 모욕이었다.“흥, 두고 봐, 꼭

최신 챕터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78화

    결연한 표정을 지은 조슬기를 본 장강훈은 순간 당황했다.“뭐든 다 협상할 수 있어. 제발 흥분하지 말자.”장강훈이 받은 임무는 조슬기를 데려가는 것이었고 그녀를 절대 다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다.만약 조슬기가 다친다면 그야말로 큰일 날 상황이었다.“다시 물을게, 내 조건 받아들일 거야, 말 거야?”조슬기가 단호하게 묻자 결국 선택지가 없었던 장강훈은 마지못해 동의했다.“좋아, 저 여자는 보내주겠어.”“안 돼요, 아가씨. 절대 저 녀석들과 함께 가면 안 돼요.”신수란은 간신히 몸을 일으키며 만류했다.“란 언니, 걱정 마세요. 이 사람들은 절대 저를 함부로 다치진 않을 거예요. 언니는 먼저 몸부터 챙기세요.”조슬기는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도대체 누가 자기를 잡으려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상대가 이토록 신중히 행동하는 걸 보니 이 사람들이 자기를 함부로 대할 수 없다는 건 확신했다.“조 아가씨, 시간이 얼마 없어. 서둘러 나가자.”장강훈이 손짓하며 재촉하자 조슬기는 말없이 단검을 쥐고 천천히 문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방 안에 있던 킬러들은 신수란을 힐끔힐끔 주시하고 있었다.하지만 조슬기가 문턱에 거의 다다른 순간, 장강훈이 갑자기 신속하게 움직였다.쨍그랑!단검이 바닥에 떨어지며 날카로운 소리가 울렸다.“얼른 이 여자를 잡아!”장강훈이 명령하자마자 양쪽에 대기하던 킬러들이 조슬기를 단단히 제압했다.“왜 이렇게 비겁해? 약속을 지켜야지!”조슬기는 분노로 몸을 떨었다.“조 아가씨, 내가 아까 한 자기소개를 잊었나 보네?”장강훈은 가볍게 웃으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여자는 생포해. 저 남자는 어디 보자, 그냥 죽여버려.”장강훈은 진서준을 제대로 보지도 않은 채 명령을 내렸다.“오빠, 미안해요. 우리 때문에 이런 일이...”조슬기는 눈물을 글썽이며 사과했다.“이봐, 당장 창문으로 뛰어내려. 내가 시간을 끌게.”신수란이 이를 악물며 지시했다.지금의 신수란이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시간을 끄는 일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77화

    “너희 둘 다 도망갈 생각 말고 얌전하게 따라오기나 해!”말을 마친 남자가 얼굴을 가리지 않은 채 방으로 들어왔다.강한 기운을 뿜어내는 남자는 한눈에 봐도 보통 사람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남자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신수란의 동공에서 지진이 일어났다.“장강훈!”최근 서남 지역에서 악명을 떨치고 있는 악당인 장강훈은 살인과 약탈은 물론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자였다.게다가 그 실력은 상당히 강력해서 범행은 그야말로 대담하기 그지없었다.국안부에서도 장강훈을 체포하려고 사람을 보냈지만 장강훈은 유령처럼 자취를 감췄고 한 달간 수색했음에도 잡히지 않았다.신수란은 설마 자신들을 습격한 자가 바로 악당 장강훈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국안부의 분석에 따르면 장강훈의 실력은 지의방에 오를 정도로 강력했다.“오호라? 너희 곤륜산 애송이들이 내 이름을 알고 있다니, 이거 참 영광스러운 일이군.”장강훈은 입꼬리를 올리며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었다.“란 언니, 장강훈이 누구죠?”조슬기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묻자 신수란이 이를 갈며 대답했다.“사람을 죽이고도 눈 하나 깜짝 안 하는 짐승 같은 놈이에요.”장강훈의 말을 듣자 진서준의 눈에도 흥미로운 기색이 스쳤다.이 두 여자가 곤륜 종문의 사람이란 건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곤륜은 대한민국 4대 최정상 은세 종문 하나인데 그 제자들은 대체로 산에서 내려오지 않았다.이번에 내려온 건 아마 한 달 후에 있을 숭산 대회 때문일 것이다.“이봐, 아가씨. 말은 가려서 하는 게 좋을걸?”장강훈이 차갑게 경고했다.“우리가 잡으려는 건 이 여자야. 넌 그냥 덤으로 딸려 온 상품일 뿐이고. 내 심기를 건드리기라도 하면 너 따위는 내 노예로 삼아도 된다 이거야.”장강훈이 쌀쌀하게 비웃으며 말했다.최근에 장강훈은 살인과 약탈 중에 수많은 여자를 노예로 붙잡아 둔 상태였다.신수란처럼 보기 드문 미인은 장강훈이 탐나지 않을 수 없었다.“더 개소리를 지껄여봐. 내가 네 입을 찢어버릴 테니까.”신수란의 얼굴이 분노로 시퍼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76화

    “고마워요, 오빠.”조슬기는 머리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별말씀을요. 얼른 옷 입혀주세요. 깨어나면 괜히 또 뭐라고 할 테니까.”진서준은 창가로 걸어가 바깥을 내다보았다.그림자 몇 개가 하나둘 진서준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 모텔로 들어섰다.“귀찮게 됐군.”진서준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겨우 잠깐 눈 붙였더니 이런 귀찮은 일이 들이닥칠 줄은 몰랐다.곧이어 조슬기는 신수란의 옷을 전부 갈아입혔다.“고마워요, 오빠.”조슬기는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괜찮으니까 얼른 떠나세요.”진서준은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이건 그냥 지나가던 인연일 뿐, 두 사람을 구해준 것만으로도 이미 할 만큼 했다는 생각이었다.진서준은 낯선 사람들 때문에 더 이상 골치 아픈 일을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지금 짊어진 문제만으로도 진서준은 이미 숨쉬기 어려울 정도로 벅찼다.“알겠어요.”조슬기도 쫓아오는 자들이 무서워 서둘러 신수란을 데리고 떠날 준비를 했다.바로 그때, 신수란이 눈을 떴다.“어라? 아가씨, 여기가 어디예요?”눈을 막 뜬 신수란은 아직 정신이 멍한 상태였기에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도 까맣게 잊었다.“란 언니, 깨어나셨군요. 몸 상태는 좀 어떠세요?”조슬기는 기뻐하며 급히 물었다.“전보다 훨씬 나아졌어요.”신수란은 자기 상처를 만지며 말했다.놀랍게도 상처에서 더는 피가 흐르지 않았다.이건 정말 기적 같은 일이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어떻게 처치해도 피가 멈추지 않았었다.“오빠, 그럼 저희는 이제 가볼게요.”조슬기가 진서준에게 작별 인사하자 그제야 신수란도 진서준에게 시선을 돌렸다.신수란은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이 떠오르자 표정이 살짝 변했다.“네가 날 구해준 거야?”“맞아.”진서준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흥!”신수란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내 몸을 본 거, 네가 날 구해준 걸로 눈감아 줄게.”“란 언니,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안 되죠. 오빠가 아니었으면 언니는 아마 지금쯤 사경을 헤맸을 거예요.”조슬기는 불쾌하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75화

    “란 언니!”신수란이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지자 조슬기는 깜짝 놀라 황급히 신수란을 침대에 눕혔다.하지만 그다음에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아 조슬기는 결국 간절한 눈빛으로 진서준에게 도움을 청했다.“오빠, 제발 우리 란 언니를 좀 도와주세요. 얼마를 드리든 상관없으니 제발 란 언니를 살려주세요.”눈물범벅이 된 조슬기의 얼굴은 누가 봐도 마음이 아려올 정도였다.진서준은 여자 눈물에 약했지만 한 가지는 짚고 넘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하나만 묻죠, 왜 내 방에 온 거죠?”조슬기는 말문이 막혀 말을 더듬거리며 대답했다.“우리는 지금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어요. 아까 여기 들어올 때, 프런트에서 이 방이 비어 있는 것 같아서 잠시 숨어 있으려고 했어요.”진서준은 바닥의 핏자국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숨어 있으려면 최소한 자국은 남기지 말아야죠. 이렇게 허술하게 움직이면 쫓아오는 사람들에게 초대장이라도 준 격인데요?”조슬기가 뒤를 돌아보니 바닥에는 피가 흥건했다.그녀는 금세 얼굴이 창백해지며 다급하게 외쳤다.“큰일이에요. 그럼 그 사람들이 곧 여길 찾아오겠네요.”어리바리한 조슬기의 모습을 보고 진서준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일단 이 사람부터 치료할게요. 상처가 낫는 대로 빨리 떠나세요.”“고마워요, 오빠.”조슬기는 감격에 겨워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진서준은 은침을 알코올로 소독한 후, 호주머니에서 작은 약병 하나를 꺼냈다.병 안에는 하얀 가루가 들어 있었다.“이 여자 옷 좀 벗겨주세요.”“아, 네.”조슬기는 진서준의 말을 따르며 재빠르게 신수란의 옷을 전부 벗겼다.단숨에 신수란의 옷을 전부 벗겨내자 그녀의 아름다운 몸매가 다시금 드러났다.물론 비밀의 숲을 포함한 그 신비로운 부분까지도 고스란히 드러났다.진서준은 갑자기 밀려온 충격에 눈꺼풀을 파르르 떨었다.‘이 여자는 진짜 멍청한 걸까, 아니면 일부러 저러는 걸까? 상처는 복부에 있는데 왜 바지를 벗기는 거지?’“바지는 벗길 필요 없어요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74화

    “누가 이기고 질지는 아직 모르는 거잖습니까.”고인권이 끼어들었다.“맞아, 우리 8대 특전대도 호락호락한 부대가 아니야.”“전신전 놈들에게 우리 8대 특전대의 실력을 똑똑히 보여주자.”나머지 사령관들도 여기저기서 목소리를 높였다.갑작스레 열정이 불타오르는 이들을 보며 상부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좋아, 한 달 후에 자세한 일정을 알려주마.”영상 통화가 끊기자 8대 특전대 사령관들은 즉시 각자의 기지로 돌아가 장병들에게 이 소식을 알렸다.소식을 들은 모든 장병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전신전을 반드시 이겨야 해. 절대 진 교관님을 실망하게 하지 말자.”모두가 열기를 띠며 훈련에 더욱 몰두하기 시작했다.한편,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서남 국경.진서준은 올기를 타고 국경에 위치한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마을은 크지 않았고 진서준은 대충 모텔을 한 군데 찾아 방을 얻었다.방에 들어서자마자 진서준은 침대에 몸을 던지고 곯아떨어졌다.진서준은 너무 피곤했다.어젯밤의 전투로 지금의 진서준은 모든 힘을 소진한 상태였다.올기가 진서준을 등에 태우지 않았더라면 진서준은 아마 울창한 숲속 어딘가에서 쓰러졌을 것이다.진서준이 잠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방문이 느닷없이 열렸고 이어 아름다운 두 여자가 방으로 들어왔다.그중 청순한 외모의 여자는 나이가 스무 살 조금 넘어 보였다.다른 여자는 타이트한 검은색 옷차림에 글래머와 세련된 얼굴을 지닌 성숙한 분위기를 풍기는 여인이었다.하지만 지금 그 여자의 얼굴은 창백했고 배 부분에선 피가 잔뜩 흘러내리고 있었다.딱 봐도 심하게 다친 상태였다.“사람이 있네요.”두 여자가 곤히 자는 진서준을 보자 살짝 놀란 듯한 반응을 보였다.아래층 투숙 기록을 확인했을 땐 이 방에 투숙객이 없다고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저 사람 자고 있으니 조용히 움직이죠. 깨우지만 않으면 될 거예요.”젊은 여자가 말했다.“근데 자칫 중간에 깨어나면 어쩌죠...”성숙한 여자는 이를 악물었다.“란 언니, 지금 그런 걸 신경 쓸 때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73화

    아침, 설표 특전대 기지.단잠에 빠져 있던 소정태와 고인권 등 사령관은 갑작스러운 군부의 전화 소리에 깨어났다.8대 특전대 사령관들은 즉시 회의실에 집합했다.“어젯밤, 묘강에서 폭동이 발생했어. 그러나 배논국 군부가 폭동을 단숨에 진압하며 묘강은 다시 배논국의 영토로 돌아갔어.”상부의 이 한마디에 현장에 있던 여덟 명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소정태 일행은 서남 국경에서 묘강의 사수들과 적지 않게 맞닥뜨린 경험이 있었다.다들 묘강의 사람들은 전부 목숨을 걸고 움직이는 미친놈일 뿐만 아니라 주술과 독충술까지 능숙히 다루는 존재라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게다가 그들은 자기들만의 군대와 탱크와 같은 대형 무기를 갖추고 있었다.배논국 군부가 강제로 공격했다간 양측 모두 피바다가 될 게 뻔했다.그런데, 단 하룻밤 만에 묘강이 평정되다니 너무나 기묘한 일이었다.“혹시... 진 교관이 한 일이 아닐까?”고인권이 불쑥 입을 열었다.어제까지만 해도 여덟 사령관은 진서준이 묘강으로 갈 가능성을 두고 논쟁을 벌였었다.그런데 다음 날 아침, 이렇게 어마어마한 소식이 터진 것이다.“설, 설마 그랬겠어? 진 교관님이 아무리 강해도 혼자서 묘강 전황을 뒤집을 수는 없잖아?”누군가 믿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말했다.“맞아. 그건 너무 황당한 얘기야. 게다가 진 교관이 대체 어떻게 묘강에 갔단 말이야? 그곳은 철통같이 방어되어 있어서 전신전 병사들조차 함부로 발을 들이지 못하는 곳이야.”“난 오히려 가능성이 있다고 봐.”소정태가 갑자기 말했다.“너희들 기억하지? 예전에 너희가 설표 특전대가 최고 특전대로 올라설 거라는 내 말을 믿지 않았지? 근데 진 교관님 덕분에 우리는 그 어려운 걸 해냈어, 그것도 한 달도 안 걸려서 말이야. 지금도 난 똑같이 믿어. 진 교관님은 묘강을 송두리째 무너뜨릴 힘을 가지고 있다고 말이야.”소정태는 진서준에 대해 백 퍼센트 신뢰하고 있었다.소정태는 그야말로 진서준의 열렬한 팬이었다.“그럼, 진 교관님께 전화라도 걸어볼까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72화

    레이더 화면에 수많은 적기가 포착됐고 곧이어 포탄이 몇 발 날아왔다.조종사들은 반응할 틈도 없이 폭격을 정면으로 맞았다.쾅!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칠흑 같은 밤하늘에 거대한 불꽃이 튕기며 대낮처럼 환해졌다.지상에 있던 사람들은 일제히 하늘을 올려다봤다.오스프리 전투기 두 대는 완전히 파괴되어 잔해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유문기는 도망치는 걸 멈추지 않았다.유문기가 두려워하는 건 오스프리 전투기가 아니라 바로 그 괴물 같은 존재, 진서준이었다.묘왕은 자기 비장 카드인 오스프리 전투기가 파괴된 것을 보며 분노로 눈이 뒤집혔다.“누가 한 짓이야? 어떤 미친놈이 감히 내 전투기를 부쉈어?”그 순간, 배논국 군대 로고가 새겨진 전투기 수십 대가 시야에 들어왔다.이 광경에 묘왕은 땅을 치며 후회했다.‘아까 상황 좀 더 제대로 파악하고 행동할 걸...’전투기 편대가 먼저 도착하고 이어 대규모 부대가 들이닥쳤다.지도자를 잃은 묘강은 머리를 잃은 파리 떼처럼 혼란에 빠졌다.잠자코 상황을 지켜보던 진서준은 더 이상 이들과 놀아줄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진서준은 참선검을 손에 잡고 단 일격으로 묘왕의 허리를 두 동강 냈다.눈을 뜬 채 죽은 묘왕의 눈에는 끝없는 분노가 서려 있었다.억울한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게 분명했다.그러나 아무리 억울해도 묘왕에게 다시 시작할 기회는 있을 수 없었다.“날 죽여.”이때의 유기철은 오히려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그 모습은 마치 생사를 초월한 경지에 이른 것 같았지만 사실은 유기철이 본인이 아무리 애원해도 진서준이 살려주지 않을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넌 네 친조카까지 해쳤어. 널 만 번 죽여도 내 분노가 풀리지 않을 거야.”진서준의 얼굴은 여전히 냉랭했다.“난 널 죽이지 않겠어. 대신 널 평생 끝나지 않는 고통 속에 살게 해주지.”그 말과 함께 진서준은 손바닥으로 유기철의 가슴을 내리쳤다.유기철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유기철은 진서준이 자기를 죽이는 건 두렵지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71화

    유령처럼 갑자기 나타난 진서준을 보자 유문기 일행은 순간 얼어붙었다.유문기와 묘왕은 내부 싸움을 벌이고 있었지만 진서준은 그들의 공동의 적이었다.진서준이 살아있다면 그들 모두 죽을 운명이었다.유문기와 묘왕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조금 전, 묘왕과 유기철은 모든 걸 쏟아부었다.두 사람의 몸은 거의 한계에 다다랐고 더는 버틸 수 없을 정도였다.“너 폭탄에 맞아 죽은 줄 알았는데 왜 아직 살아 있는 거야?”유문기의 얼굴은 흉측하게 일그러졌다.방금 폭탄이 터진 후, 묘왕 혼자만 폭발의 중심에서 걸어 나오는 걸 본 유문기는 진서준이 틀림없이 죽었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현실은 유문기의 예상과 전혀 달랐다.유문기의 예측은 현실을 완전히 빗나갔다.“네 생각에 그 포탄 따위가 날 죽일 수 있을 것 같아?”진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네 눈엔 내가 저 늙은 영감탱이만도 못해 보이나?”영감탱이는 당연히 묘왕을 가리키는 말이었다.“진서준, 네가 묘왕을 죽여준다면 내가 묘강의 재산 절반을 네게 주마. 어때?”진서준과 맞설 수 없음을 깨달은 유문기는 새로운 방식을 선택했다.바로 진서준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는 속셈이었다.진서준을 자기편으로 영입하면 진서준이 자기를 건드릴 이유가 사라지게 될 것이다.묘강의 재산은 거의 배논국의 절반과 맞먹는 수준이었다.배논국은 작은 나라이긴 하지만 그래도 하나의 국가였기에 그 재산은 실로 천문학적인 숫자였다.하지만 진서준에게 이 돈은 전혀 필요 없었다.진서준이 이번에 온 이유는 단 두 개, 유문기를 죽이고 묘왕을 없애기 위해서였다.돈을 아무리 많이 준다 해도 진서준의 마음은 흔들리지 않았다.더군다나 묘강의 돈은 대부분 불법적인 경로에서 온 더러운 돈이었다.그런 돈은 진서준이 원하지 않았다.유문기가 진서준을 설득하려는 걸 본 묘왕은 즉시 눈을 굴리며 외쳤다.“이봐 청년, 네가 저놈을 죽인다면 내가 묘왕의 자리를 네게 물려주겠어. 사실 너와 나 사이엔 그렇게 큰 원한도 없어. 유씨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70화

    묘왕의 온몸은 피로 물들어 있었고 옷은 다 찢어졌으며 고약한 타는 냄새가 났다.그 냄새는 묘왕의 옷 속에 숨어 있던 독충들이 조금 전의 고온에 의해 증발한 냄새였다.지금의 묘왕은 바람에 꺼져가는 촛불 같았고 누구든지 쉽게 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이 절호의 찬스를 놓치지 않으려는 유문기는 유기철에게 소리쳤다.“아버지, 저놈을 죽여요! 저놈을 죽이면 우리는 묘강을 손에 넣을 수 있어요!”유기철은 그 말에 순간 멈칫했다.“내가 묘왕을 공격하라고?”유기철의 단전도 파괴되어 공격할 능력이 전혀 없었다.“제 단전도 저 진서준이란 자에게 쥐어박혀서 망가졌어요. 제가 공격할 수 있다면 왜 굳이 아버지를 시키겠어요?”유문기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유문기도 직접 전장에 나서서 묘왕을 죽이고 싶었다.그동안 유문기는 묘왕에게 개처럼 부려지며 살아왔다.때때로 독을 시험하는 일도 겪었는데 그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몇 년째 묘왕을 죽이고 싶었던 유문기는 드디어 적절한 기회를 잡았지만 아쉽게도 방금 진서준에게 단전이 파괴되어 완전히 폐인이 되어버렸다.“내 단전도 파괴된 거 잊었어?”유기철의 말에 유문기는 주머니에서 약을 꺼냈다.“이걸 드시면 일시적으로 예전의 힘을 조금 되찾을 수 있습니다.”유기철은 약을 받아 들고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이거 부작용 없겠지?”부작용이 없다면 유문기는 자기가 먼저 먹었을 것이다.“부작용 있습니다. 먹으면 온몸의 뼈가 부서지고 폐인이 됩니다.”유문기는 솔직하게 부작용을 실토했다.“아버지. 지금 이게 우리 유일한 기회예요. 저놈을 죽이고 제가 묘왕이 되면 뼈가 다 부서져도 제가 아버지를 먹여 살릴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둘 다 저놈 손에 죽을 겁니다.”유문기의 분석을 듣자 유미철은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묘왕의 손에 죽거나 이 기회에 한 번 싸워보고 나중에라도 누군가 그를 돌봐 줄 수 있는 것,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유기철은 더 이상 망설이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