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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0화

작가: 무가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2-31 19:00:00
“내가 모셔 온 의사가 병신이라고 큰소리치는데, 그럼 네 대단한 실력을 보여줘 봐.”

진서준은 박운기를 힐끗 보더니 바보를 상대하는 말투로 말했다.

“너희가 여기서 방해만 하지 않았다면 난 벌써 치료를 시작했어.”

박운기는 또다시 진서준의 말에 말문이 막혀 얼굴이 붉어지며 화를 참지 못하고 주먹을 꽉 쥐었다.

옆에 있던 염소수염을 기른 노인은 박운기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박운기는 그 모습을 보고 심호흡을 크게 내쉬고 마음속의 분노를 잠시 가라앉혔다.

“서 시장님, 정말 이 녀석에게 아드님 병 치료를 맡길 건가요? 충신이 두 황제를 섬기지 않듯, 환자도 마찬가지로 두 의사에게 맡길 순 없습니다. 시장님 아드님 병이 이렇게 심각한데 이 녀석이 치료하지 못하면 병이 더 악화할 겁니다. 그러면 우 의사님이 아무리 날고뛰는 능력이 있어도 속수무책일 겁니다.”

서정훈은 박운기의 말을 들으며 그럴듯하다고 생각했다.

만약 진서준이 서현욱의 병을 고치지 못하고 그 병을 다시 우도운에게 넘긴다면 우도운도 치료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서정훈은 아들을 진서준에게 맡길지 아니면 우도운에게 맡길지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때, 허사연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서 시장님, 그냥 진서준에게 치료를 맡기세요. 진서준 의술은 제가 보장할 수 있어요. 전에 우리 아빠가 병에 걸렸을 때 진서준이 책임지고 치료한 거예요. 지금 우리 아빠 건강 상태가 어떠신지 서 시장님도 지금 잘 아시지 않나요?”

박운기는 불쑥 대회에 끼어든 허사연을 노려보며 한마디 덧붙였다.

“서 시장님, 제 생각은 이러합니다. 서 시장님 스스로 잘 판단해 보세요.”

선택은 여전히 서정훈의 몫이었다.

서정훈은 한참을 고민한 후, 진서준을 향해 말했다.

“서준아, 네게 부탁할게.”

“맡겨만 주십시오.”

진서준은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지만 우도운과 박운기의 얼굴은 급격히 어두워졌다.

전문가인 자기를 믿는 대신 어디서 굴러온 청년을 믿는다니, 이는 우도운에 대한 모욕이었다.

“흥, 두고 봐,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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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도운은 강한 자존심 때문에 자기 의술이 진서준보다 뒤처질 리 없다고 확신했다.우도운은 어려서부터 서양 의학을 배웠고 열일곱 살에 해외 유학을 떠나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대학에서 공부하며 남성 의학 분야에서 노벨상까지 받은 바 있었다.그런 자기와 진서준 같은 애송이가 비교되는 것 자체가 용납되지 않았다.우도운은 연신 고개를 저으며 갑자기 서현욱 앞으로 다가갔다.“뭐 하는 거야?”거의 정신이 나간 듯한 우도운의 돌발 행동에 서현욱은 깜짝 놀랐다.허사연 자매는 우도운이 무슨 짓을 할지 알아차린 듯 서둘러 고개를 돌려 몸을 피했다.찌지직...서현욱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도 전에 우도운은 그의 바지를 확 벗겨버렸다.평소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던 서현욱의 소중한 부위는 지금 깃발 대처럼 곧게 서 있었다.이 장면을 목격한 우도운은 벼락이라도 맞은 듯 멍하니 서 있었다.“당신 변태야? 내 바지를 왜 벗겨? 나 경찰에게 신고해 널 감옥에 처넣을 거야.”서현욱은 황급히 바지를 올리며 우도운을 분노에 찬 눈으로 노려보았다.“이... 이게 어떻게 된 거지?”우도운은 혼란에 빠져 중얼거리다가 진서준을 향해 몸을 돌리더니 날카로운 눈으로 노려보며 말했다.“너, 대체 뭘 한 거야?”진서준은 우도운을 흘깃 쳐다보며 덤덤하게 대답했다.“네가 알 필요 없어.”“분명 무슨 속임수를 쓴 거야. 네 의술이 나보다 뛰어나다고는 믿을 수 없어.”여전히 자기 의술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한 우도운의 태도에 진서준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믿든 말든 네 마음이지.”진서준은 자기 의술을 증명하기 위해 굳이 이방인의 인정 따위를 받을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한편 박운기는 우도운보다 더 분통이 터졌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강서구 절반 이상의 땅을 손에 넣을 계획이었지만 지금은 단 한 평도 얻지 못하게 될 상황이었다.박운기의 눈에는 살기가 어렸고 그는 이미 마음속으로 진서준을 없애버릴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서 시장님, 아드님의 병이 나으셨다니 축하합니다.”박운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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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운기가 염소수염 노인을 데리고 왔을 때, 그 노인에 대해 소개한 적이 없었다.“서준아, 너 1황과 2박에 대해 들어봤어?”서정훈이 갑자기 화제를 돌렸다.“물론 알죠. 1황은 우리나라 최고 부자고, 2박 중 한 명은 북쪽, 한 명은 남쪽에서 활동하는 국내에서 굉장히 유명한 기업가들 아니겠습니까?”진서준은 눈빛을 번쩍이며 물었다.“설마 저 박운기가 그 박씨 가문 사람인가요?”“맞아. 박운기는 명주시에 있는 애리 그룹 박씨 가문 출신이야.”“근데 이상하네요. 애리 그룹은 인터넷 관련 사업만 하지 않았나요? 왜 갑자기 공장을 세우려고 하죠?”진서준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애리 그룹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다시피 인터넷 업계의 선두 주자였다.공장을 세운다는 소문은 단 한 번도 떠돌아다닌 적이 없었다.“나도 처음엔 애리 그룹이 서울시에 첨단 산업을 들여오려는 줄 알았어. 근데 환경 오염을 유발하는 공장을 세우겠다고 해서 난 단칼에 거절했지.”서정훈이 덤덤하게 말했다.서울시는 인구가 적고 신규 산업도 별로 없는 작은 도시였다.박씨 가문의 거대 기업이 서울에 자리 잡으면 도시 발전이 비약적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았다.하지만 박운기가 원하는 건 경제적 이익을 위해 환경을 희생시키는 것이었다.서정훈은 그런 제안을 받아들일 생각이 전혀 없었다.서울시는 서정훈의 고향이었다.그러니 서정훈은 자연스레 고향이 외부인의 욕심으로 황폐해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다.이 공장 때문에 서울시가 진짜 발전한다고 해도 서정훈은 동의할 수 없었다.“경고하고 싶은 게 하나 있습니다.”진서준의 목소리가 무거워졌다.“설마 저 사람들이 내게 복수라도 하겠다는 건가?”서정훈은 헛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걱정 마. 난 이래 봬도 서울시 시장이야. 그렇게 대놓고 날 건드릴 순 없을 거야.”도시 시장을 상대로 복수를 한다는 건 국가를 상대로 대적하는 셈이었다.박씨 가문이 아무리 대단해도 그런 무모한 짓을 할 리가 없다고 서정훈은 믿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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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모님!”진서준은 급히 심해윤을 제지했다.“서준아, 아직 안 갔어? 정말 다행이구나. 우리 서 시장을 좀 봐줄 수 없겠어? 아무리 봐도 상태가 이상해서 그래.”심해윤은 진서준을 보고 마치 구세주를 만난 듯, 그의 팔을 꽉 붙잡으며 부탁했다.“저도 차 안에서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어요. 사모님, 나머지는 시름 놓게 제게 맡기세요.”진서준이 심해윤을 진정시켰다.“그래도...”서정훈을 전적으로 진서준에게 맡기자니 심해윤은 조금 불안해졌다.“사모님, 저를 믿어 주세요. 아까 제가 아드님의 병도 치료했잖아요?”진서준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알았어, 너만 믿을게.”심해윤은 진서준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서준아, 서 시장 안전을 부탁할게.”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뒤돌아 서정훈을 따라갔다.서정훈은 혼이 빠져나간 듯한 모습이었지만 걷는 내내 지나가는 사람과 부딪히지 않았고 심지어 차에도 부딪히지 않았다.진서준은 그렇게 서정훈을 따라가다가 결국 한 호텔에 도착했다.그 후, 둘은 8층까지 계단을 올라갔고 서정훈은 한 호텔 방 앞에서 멈췄다.서정훈이 문을 두드리자 방문이 벌컥 열렸다.“서 시장님, 오셨군요.”서정훈의 아무런 표정도 없는 얼굴을 보고 박운기는 교활한 미소를 지었다.서정훈이 들어가자 문은 곧바로 닫혔다.“병원에서 제대로 말씀드리려 했는데 제 말을 듣지 않더군요. 그럼 제가 이런 비상 수단을 사용할 수밖에 없죠.”방 안에서 박운기는 이미 준비된 계약서를 꺼내며 서정훈 앞으로 걸어갔다.“자, 계약서에 사인하고 손도장도 찍어주세요. 다 하시면 돌아가도 좋습니다.”서정훈은 마치 로봇처럼 계약서와 펜을 받아 들고 계약서에 서명한 후 손도장까지 찍었다.모든 것이 끝난 후, 박운기는 서정훈의 얼굴을 툭툭 치며 말했다.“처음부터 이렇게 말을 들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오다 선생님, 이제 됐습니다.” 박운기가 웃으며 산양수염 노인에게 말했다.쾅!갑자기 누군가 발차기를 날려 꼭 닫혀 있던 방문을 열어젖혔다.이 갑작스러운 상황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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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 사람은 필요할 수 있지만 진서준은 손원순 풍수사의 굿이 필요하지 않았다.진서준은 오늘 밤 동호에 가서 그 호수 안에 전설속의 물괴가 있는지 확인할 계획이었다.“우리는 필요 없어요.”진서준은 다시 한번 보안 팀장의 말을 끊었다.진서준이 자기 말을 믿지 않자 보안 팀장은 한숨을 내쉬며 더 이상 설득하지 않았다.“믿지 않으셔도 상관없습니다만, 나중에 불미스러운 일이라도 생기면 제가 미리 경고하지 않았다고 원망하지 마세요.”보안 팀장은 이 두 사람이 수백억짜리 별장도 통 크게 사면서 왜 돈을 조금만 들여 자기 생명을 보호하려 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동호의 괴담은 명주시 상류층 사람들 대다수가 알고 있었다.심지어 외지 사람들도 이곳에서 별장을 살 때 이 괴담에 관해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다.손원순은 오래전에 이미 동호에 와서 자세히 살펴본 적이 있었다. 유심히 살펴보고 난 손원순은 이 호수 안에 살기가 강하게 응집되어 있고 원혼들이 자주 나타나서 온갖 잡귀신이 이 호수에서 자라기 쉽다고 말했다.양기가 약한 사람이라면 호수 주변에 왔다가 쉽게 피해를 볼 수 있다고도 했었다.이곳 업주들 대다수가 처음에는 그 말을 믿지 않았지만 매일 거듭되는 악몽과 몽유병 같은 이상한 현상이 반복되자 손원순 풍수사에게 굿을 요청했다.보안 팀장의 말을 들은 진서준의 표정이 순간 차가워졌다.“혹시 지금 날 위협하는 건가요?”“아닙니다, 오해입니다.”보안 팀장은 재빨리 고개를 저으며 부인했다.“그냥 선의의 귀띔을 한 것뿐입니다. 오늘 밤을 여기서 보내면서 뭔가 이상한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괜찮고요, 뭔가 이상이 있으면 내일이라도 저한테 연락하세요. 제가 우리 회사 관리팀장에게 부탁해 손원순 풍수사를 연락할 수 있도록 할게요.”이 남자는 단지 보안 팀장일 뿐, 손원순 풍수사와 같은 최상층 유명 인사와 연락할 수단이 없었다.오직 별장 단지를 관리하는 회사 관리팀장만이 손원순 풍수사와 연락이 닿을 수 있었다.진서준도 더 이상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서지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341화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 택시 기사와 진서준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택시는 벌써 명주시 동호 별장 구역 입구에 도착했다.여기는 고급 주택 단지라 택시가 들어갈 수는 없었다.두 사람은 차에서 내렸다. 서지은은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진서준의 팔을 다시 한번 꼭 끼며 두려운 표정으로 물었다.“서준아, 아까 그 택시 기사 말이 사실일까? 동호 안에 물괴가 정말 있을까?”일반적으로 여자는 남자보다 귀신이나 괴물 같은 것을 더 두려워하는 성향이 있었다.아까 택시 기사가 물괴가 있다고 하자 서지은은 본능적으로 이사를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 별장을 사서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가고 싶었던 것이다.진서준이 서지은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면 아마 깜짝 놀랐을 것이다.고급 별장이란 사치품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을 것이다.대한민국 전체에서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너도 꽤 많은 일을 겪었잖아. 아직도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 감이 잡히지 않아?” 진서준이 웃으며 되물었다.서지은은 그 말을 듣고 이내 금운 운대산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순간 서지은은 섬뜩한 기운이 솟구치며 몸을 부르르 떨었고 진서준의 팔을 더욱 꽉 잡았다.이 순간 서지은은 진서준과 하나가 되어버리고 싶었다.서지은의 탱탱하고 풍만한 가슴이 진서준의 몸을 단단하게 누르자 진서준은 이내 몸에서 반응이 일어났다.“걱정 마, 물괴가 진짜 있다고 해도 내가 널 꼭 지켜줄게.”진서준은 다른 손으로 서지은의 어깨를 톡톡 치며 부드럽게 말했다.“그럼... 그럼 밤에 잘 때는 어쩌지? 아까 택시 기사가 밤에 사건 사고가 더 자주 일어난다고 했잖아.”서지은은 얼굴이 살짝 붉어지며 진서준을 마주 보기 부끄러워했다.“서지은은 지금 말을 빙빙 에둘러 하며 명확한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물괴에 대한 두려움도 진짜였고 진서준과 한방에서 밤을 보내고 싶은 마음도 진짜였다.서지은의 의도를 파악한 진서준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괜찮아, 밤에도 널 지켜줄 수 있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340화

    “넌 물론 자제할 수 있겠지. 근데 우리는 여우 같은 여자가 널 유혹할까 봐 걱정인 거야.”서지은이 서둘러 해명했다.“어느 여우가 나 같은 한 푼도 없는 거지를 유혹하겠어?”진서준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요즘 여자들은 다들 현실적이거든. 특히 이런 대도시에서는 더욱 그래.”명주시에 와서 분투하는 사람들 대다수는 젊고 예쁜 여성이었다.아마 막 졸업한 여대생들은 남자들 외모에 관심이 많을 수 있지만 이 대도시에서 혹독한 반년이라는 시간을 보내고 나면 돈이 최고라는 생각이 그들 뇌리에 깊이 박힐 것이다.서지은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 말에 동의했다.“네 말도 일리가 있어.”서지은의 아버지는 서지은에게 회사를 하나 맡겼었고 그 회사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서지은은 돈에 목매어 딴 데 신경 쓰지 않는 사람들을 꽤 많이 봤었다.“어차피 여기 온 이상 나도 널 막무가내로 돌려보낼 순 없지.”진서준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하자 서지은이 웃으며 답했다.“네가 날 쫓아내려고 해도 난 안 가.”“호텔은 예약했어?”진서준의 질문에 서지은이 뜻밖의 대답을 들려줬다.“아니야. 근데 우리 서씨 가문은 이전에 명주시에 별장을 하나 샀거든. 크지는 않지만 우리 둘이 살기엔 충분할 거야.”진서준은 그 말에 순간 움찔했다.역시 강남에서 가장 잘나가는 가문은 스케일이 달랐다. 자산이 많은 건 알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두 사람은 길가에서 택시를 잡았다.“명주 동호로 가 주세요.”택시 기사는 마흔 중반의 중년 남자였고 명주 지역 사투리로 물었다.“명주 동호요? 두 분은 잘사는 집 귀한 도련님과 아가씨인가 보군요.”택시 기사의 말에는 부러움이 가득 차 있었다.명주 동호의 별장이 명주 시내에서 가장 비싼 곳은 아니지만 가격이 결코 싸지 않았고 그 가격은 무려 최저 평당 1억 2천만 원이었다.인테리어 비용까지 포함해서 별장 한 채를 사려면 최소 100억은 들어가야 했다.물론 이건 이 구역에서 가장 낮은 가격이었고 보통 사람은 평생을 분투해도 화장실 하나 못 살 가격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339화

    명주시는 지난 세기 외국에 개방된 주요 도시 중 하나로, 바다와 가까운 위치 덕분에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른 도시였다.불과 30년도 채 되지 않아 명주시는 대한민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주목받는 도시로 성장했다.수많은 국내 기업 순위 500위 내의 대기업이 명주시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심지어 경성도 명주시 앞에서는 다소 뒤처지는 느낌이었다.허성태의 재산은 서울시에서 으뜸으로 손꼽혔지만 명주시에 오면 아예 언급할 가치도 없었다.명주시에는 허성태보다 더 부유한 사람들이 수도 없이 많다고 해도 전혀 과장이 아니었다.명주시 무도계 무인들도 실력이나 수량이 절대 경성에 뒤지지 않았다.그리고 가문들의 관계도 매우 복잡해서 경성처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명확하지 않았다.얼핏 보기에는 박씨 가문과 황씨 가문이 명주시 명문대가의 정점에 서 있지만 사실 그 뒤에는 음모와 갈등이 얽혀 있어 수많은 가문이 이 두 가문을 넘어설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진서준은 국안부가 명주시의 질서와 사회 안정을 위해 특별히 구급 대종사를 파견해 이곳을 지키고 있다고 예전에 진서훈한테서 들은 적이 있었다.그 목적은 명주시 악당들의 폭동을 방지하고 해외의 강자들 공격을 막기 위해서였다.비행기는 공중에서 두 시간을 돌고 난 뒤, 명주시 북쪽 외곽 공항에 착륙했다.진서준은 비행기 창문을 통해 도시 외곽에 우뚝 솟은 고층 빌딩들을 주시했다.이 화려한 도시를 보며 진서준은 본인이 시골에서 막 도시로 온 촌뜨기 같은 느낌을 받았다.진서준이 이런 느낌이 드는 것도 당연했다. 서울시와 명주시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차이가 있었다.비행기에서 내린 후, 공항 홀은 사람들로 북적였고 그중에는 형광봉을 든 연예인 팬들도 있었다.진서준은 혼자 군중 속을 걸어갔다. 진서준이 오가는 모습은 다른 사람들과 별 다를 바 없었지만 자세히 보면 진서준에게는 세상과 동떨어진 느낌이 물씬 났다.이번에 명주시에 온 진서준은 인피면구를 쓰지 않고 자기 진짜 얼굴을 그대로 드러냈다.김평안이라는 가명은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338화

    그러니 박운기의 협박은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그럼 박씨 가문 사람들이 서울시로 올 때까지 기다려보자.”서정훈은 쌀쌀하게 한마디 한 후, 휴대폰을 꺼내 시청에 전화를 걸었다.잠시 후, 정장을 입은 일행이 호텔에 도착했고 서정훈이 명령을 내리자마자 바로 박운기를 체포했다.돌아오는 길에 서정훈은 진서준의 손을 잡고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서준아, 오늘 정말 고마워. 우리 아들 병을 치료해 줘서 우리 서씨 가문에 후손이 없을 가능성은 사라졌어. 게다가 지금은 또 이렇게 악당을 잡아줘서 서울시를 구해줬잖아. 진짜 이 고마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어.”진심으로 고마워하는 서정훈를 보며 진서준은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서 시장님, 그렇게까지 고마워하실 건 없어요. 저는 단지 우리나라와 고향을 위해 힘을 쓴 것뿐이에요.”“사실 나중에 네가 서울에서 머리 아픈 일이라도 생기면 내가 배후에서 널 후원할 생각이었어...”서정훈은 이내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네가 벌써 날 훌쩍 뛰어넘어 국안부 사람이 된 건 생각지도 못했구나... 정말 먼저 난 머리보다 후에 난 뿔이 무섭다는 말이 하나도 틀린 것 같지 않구나.”서정훈의 점심 식사 초대를 거절한 후, 진서준은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드디어 돌아왔구나.”진서준이 나타나자 허사연은 즉시 일어나 반갑게 맞이하며 물었다.“다친 데는 없어?”“아무 일도 없어, 섬나라에서 온 벌레가 날 다치게 할 일은 없어.”진서준이 덤덤하게 말하자 허사연은 멈칫하며 물었다.“섬나라 사람이라고? 그 노인 말이야?”“응, 공교롭게도 전에 그 사람 형도 내가 죽였거든. 지금쯤 둘이 저승에서 재회했을 거야.”진서준이 웃으며 말하자 허사연은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넌 뭐 스스로 좋은 일 했다고 생각하는 거야?”“응, 당연히 좋은 일이지.”진서준은 호텔에서 일어난 일을 천천히 털어놨고 다 듣고 난 허윤진은 주먹을 꽉 쥐며 이를 악물었다.“내가 그때 거기 있었으면 그놈에게 주먹 두 방 날렸을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337화

    박운기는 기절하지는 않았지만 우도운보다 나을 것도 없었다. 두 다리는 부들부들 떨리며 말을 듣지 않았고 도망칠 용기도 없었다.진서준은 방금 박운기의 눈앞에서 대놓고 사람을 죽였다.평소 칼날 위에서 살아온 사람이 아니라면 갑자기 누군가가 자기 앞에서 죽는 걸 목격하면 두려움에 떠는 게 일반적인 반응이었다.서정훈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그의 정신력은 박운기보다 훨씬 강했기에 두려움에 벌벌 떨 정도는 아니었다.“서준아, 너 그렇게 대놓고 그 사람을 죽이는 건... 좀 너무한 게 아니야?”진서준이 서울시 시장 앞에서 사람을 죽인 건 빼도 박도 못하는 사실이었다.진서준은 서정훈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저 사람은 섬나라 사람입니다. 무단으로 우리나라에 침입했으니 제가 국안부 상경이라는 신분으로 사후 보고할 권리가 있습니다.”국안부 상경은 물론, 심지어 호국사도 오다 하유를 죽일 권리가 있었다.진서준이 본인 입으로 국안부 상경이라고 밝히는 순간, 서정훈의 눈은 휘둥그레졌다.“너, 너 국안부 사람이었어?”국안부는 시장처럼 높은 직위에 있는 사람들만 알 수 있는 기밀 사항이었다.서정훈은 국안부 사람이 얼마나 대단한 신분인지 잘 알고 있었다. 한낱 시장에 불과한 자기는 그 사람들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였다.그런데 마침 자기가 잘 아는 후배가 국안부 고위 인물이라는 소리를 들으니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맞아요.”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고 이내 박운기를 바라보았다.머릿속이 이미 엉망진창이 된 박운기는 진서준의 차가운 눈빛을 마주하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제발 절 죽이지 말아 주세요. 전 아무것도 몰라요. 진짜예요!”진서준은 박운기의 반응에 헛웃음이 나왔다.“내가 묻기도 전에 네가 먼저 모른다고 딱 잡아뗀다고? 내가 뭘 물어볼지 알기라도 해?”이전에 최해준이 말했던 간첩을 잡겠다는 이야기를 떠올리며 진서준의 머릿속에 한 가지 추측이 떠올랐다.명주시 박씨 가문이 외국 세력과 결탁했을 가능성이 높아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336화

    호흡을 한 번 하는 사이에 2미터 높이의 검은 무사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지르며 몸이 서서히 붕괴하기 시작했다.자줏빛 번개가 칼날처럼 검은 무사의 몸에 스쳐 지나가며 온몸을 순식간에 뒤덮었다.날카로운 외마디 비명을 끝으로 검은 무사는 온몸이 공기 중의 검은 안개로 변했고 창문을 통해 불어오는 바람에 휩쓸려 사라져 버렸다.검은 무사가 사라지자 오다 하유는 비명을 지르며 시뻘건 피를 왈칵 토했고 옷은 순식간에 섬뜩한 붉은색으로 물들었다.옆에서 진서준이 어떻게 갈기갈기 찢질지 지켜보려던 박운기와 우도운은 차가운 숨을 들이마시며 얼굴이 창백해졌다.“이... 이 자식이 이겼다고?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도대체 이 자식은 인간이야? 귀신이야?”두 사람은 마주 보며 서로의 눈에서 공포를 읽어냈다.음양술이 깨지자 서정훈에 체내에 심어놨던 표식도 자연스레 함께 사라졌다.방에 들어온 순간부터 멍하니 있던 서정훈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 주변의 낯선 광경을 보고는 무척 혼란스러워했다.“여기는 어디지?”서정훈이 정신을 차리자 박운기와 우도운의 이마에서 콩알만 한 식은땀이 맺히기 시작했다.서울시는 작은 도시긴 하지만 대한민국의 수많은 도시 중 하나였다.그런데 박운기 일당이 서울시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인 서정훈 시장에게 이런 몹쓸 짓을 한 것이었다.서정훈이 이들이 저지른 일에 죄명을 씌우고 세 사람을 체포한다면 사형일 가능성이 엄청나게 높을 것이다.서정훈은 진서준과 박운기 일행을 보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서준아, 내가 왜 여기 있지?”“서 시장님, 제가 아까 병원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시장님 몸에 저놈이 심어 놓은 표식이 있었습니다. 저놈이 그 표식을 이용해 시장님을 조종해 여기로 데려와 계약서에 사인하고 손도장을 찍게 했습니다.”진서준이 자세하게 상황을 설명했다.“뭐라고?”서정훈은 진서준의 말이 믿기지 않았지만 지금 눈앞의 상황이 그 무엇보다도 확실하게 진서준의 말이 사실이란 걸 증명해 주고 있었다.“너희들 간탱이가 부어도 단단히 부었구나.”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335화

    오다 하유가 당황해서 어쩔 바를 모르는 모습을 본 진서준은 유유하게 말을 이었다.“맞아, 내가 그놈을 죽였어.”잠시 충격에 빠졌던 오다 하유는 곧바로 고개를 흔들며 강력하게 부인했다.“아니야, 절대 그럴 리가 없어! 너 같은 애송이가 어떻게 우리 형을 죽일 수 있어? 우리 오다 가문에서도 그렇고, 섬나라에서라도 우리 형 검술 실력은 상위 20위 안에 드는 수준이야.”오다 하유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섬나라에서 오다 신유의 실력이 뛰어난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라서 설령 고필두가 그를 만났다고 해도 정면으로 대결하는 걸 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섬나라 사람들은 오다 신유가 국안부 사람에게 죽었다는 사실만 알고 있었고 구체적으로 누가 했는지는 잘 모르고 있었다.“이 자식 허풍에 속아 넘어갈 뻔했군.”오다 하유는 음침한 눈빛으로 살기를 내뿜으며 진서준을 노려봤다.옆에 있던 박운기가 눈살을 찌푸리며 끼어들었다.“오다 선생님, 이 애송이와 긴말할 필요 없습니다. 그냥 빨리 처단해 버리고 서정훈을 돌려보내죠. 서정훈이 여기 오래 있으면 저쪽에서 의심할 수도 있을 겁니다.”오다 하유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두 손으로 인결을 맺으며 주문을 중얼대기 시작했다.순식간에 오다 하유의 주위에 검은 안개 같은 기운이 피어올랐다.이 검은 안개는 빠른 속도로 모여지더니 거의 2미터에 달하는 검은 색의 무사 형태로 변했다.방이 충분히 높아서 다행이지 이 검은 무사가 손을 들면 천장이 뚫릴 뻔했다.갑자기 나타난 검은 무사를 보고 우도운은 깜짝 놀랐다.해외에서 한 가지 분야의 학문을 열심히 연구한 고학력자인 우도운은 신령이나 귀신 같은 건 믿지 않았다.그래서 자연스레 대한민국의 전통 의학을 조금 무시하기도 했다.하지만 지금 검은 안개가 무사로 변해 나타나는 걸 보고 우도운은 지금까지의 세계관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 들었다.박운기는 우도운을 흘끗 보며 평온한 표정으로 말했다.“오다 선생님은 섬나라의 음양술에 능한 분입니다. 지금 이 검은 무사는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334화

    “사모님!”진서준은 급히 심해윤을 제지했다.“서준아, 아직 안 갔어? 정말 다행이구나. 우리 서 시장을 좀 봐줄 수 없겠어? 아무리 봐도 상태가 이상해서 그래.”심해윤은 진서준을 보고 마치 구세주를 만난 듯, 그의 팔을 꽉 붙잡으며 부탁했다.“저도 차 안에서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어요. 사모님, 나머지는 시름 놓게 제게 맡기세요.”진서준이 심해윤을 진정시켰다.“그래도...”서정훈을 전적으로 진서준에게 맡기자니 심해윤은 조금 불안해졌다.“사모님, 저를 믿어 주세요. 아까 제가 아드님의 병도 치료했잖아요?”진서준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알았어, 너만 믿을게.”심해윤은 진서준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서준아, 서 시장 안전을 부탁할게.”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뒤돌아 서정훈을 따라갔다.서정훈은 혼이 빠져나간 듯한 모습이었지만 걷는 내내 지나가는 사람과 부딪히지 않았고 심지어 차에도 부딪히지 않았다.진서준은 그렇게 서정훈을 따라가다가 결국 한 호텔에 도착했다.그 후, 둘은 8층까지 계단을 올라갔고 서정훈은 한 호텔 방 앞에서 멈췄다.서정훈이 문을 두드리자 방문이 벌컥 열렸다.“서 시장님, 오셨군요.”서정훈의 아무런 표정도 없는 얼굴을 보고 박운기는 교활한 미소를 지었다.서정훈이 들어가자 문은 곧바로 닫혔다.“병원에서 제대로 말씀드리려 했는데 제 말을 듣지 않더군요. 그럼 제가 이런 비상 수단을 사용할 수밖에 없죠.”방 안에서 박운기는 이미 준비된 계약서를 꺼내며 서정훈 앞으로 걸어갔다.“자, 계약서에 사인하고 손도장도 찍어주세요. 다 하시면 돌아가도 좋습니다.”서정훈은 마치 로봇처럼 계약서와 펜을 받아 들고 계약서에 서명한 후 손도장까지 찍었다.모든 것이 끝난 후, 박운기는 서정훈의 얼굴을 툭툭 치며 말했다.“처음부터 이렇게 말을 들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오다 선생님, 이제 됐습니다.” 박운기가 웃으며 산양수염 노인에게 말했다.쾅!갑자기 누군가 발차기를 날려 꼭 닫혀 있던 방문을 열어젖혔다.이 갑작스러운 상황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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