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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4화

Author: 무가
last update Last Updated: 2025-01-01 19:00:00
“사모님!”

진서준은 급히 심해윤을 제지했다.

“서준아, 아직 안 갔어? 정말 다행이구나. 우리 서 시장을 좀 봐줄 수 없겠어? 아무리 봐도 상태가 이상해서 그래.”

심해윤은 진서준을 보고 마치 구세주를 만난 듯, 그의 팔을 꽉 붙잡으며 부탁했다.

“저도 차 안에서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어요. 사모님, 나머지는 시름 놓게 제게 맡기세요.”

진서준이 심해윤을 진정시켰다.

“그래도...”

서정훈을 전적으로 진서준에게 맡기자니 심해윤은 조금 불안해졌다.

“사모님, 저를 믿어 주세요. 아까 제가 아드님의 병도 치료했잖아요?”

진서준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알았어, 너만 믿을게.”

심해윤은 진서준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서준아, 서 시장 안전을 부탁할게.”

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뒤돌아 서정훈을 따라갔다.

서정훈은 혼이 빠져나간 듯한 모습이었지만 걷는 내내 지나가는 사람과 부딪히지 않았고 심지어 차에도 부딪히지 않았다.

진서준은 그렇게 서정훈을 따라가다가 결국 한 호텔에 도착했다.

그 후, 둘은 8층까지 계단을 올라갔고 서정훈은 한 호텔 방 앞에서 멈췄다.

서정훈이 문을 두드리자 방문이 벌컥 열렸다.

“서 시장님, 오셨군요.”

서정훈의 아무런 표정도 없는 얼굴을 보고 박운기는 교활한 미소를 지었다.

서정훈이 들어가자 문은 곧바로 닫혔다.

“병원에서 제대로 말씀드리려 했는데 제 말을 듣지 않더군요. 그럼 제가 이런 비상 수단을 사용할 수밖에 없죠.”

방 안에서 박운기는 이미 준비된 계약서를 꺼내며 서정훈 앞으로 걸어갔다.

“자, 계약서에 사인하고 손도장도 찍어주세요. 다 하시면 돌아가도 좋습니다.”

서정훈은 마치 로봇처럼 계약서와 펜을 받아 들고 계약서에 서명한 후 손도장까지 찍었다.

모든 것이 끝난 후, 박운기는 서정훈의 얼굴을 툭툭 치며 말했다.

“처음부터 이렇게 말을 들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오다 선생님, 이제 됐습니다.” 박운기가 웃으며 산양수염 노인에게 말했다.

쾅!

갑자기 누군가 발차기를 날려 꼭 닫혀 있던 방문을 열어젖혔다.

이 갑작스러운 상황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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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다 하유가 당황해서 어쩔 바를 모르는 모습을 본 진서준은 유유하게 말을 이었다.“맞아, 내가 그놈을 죽였어.”잠시 충격에 빠졌던 오다 하유는 곧바로 고개를 흔들며 강력하게 부인했다.“아니야, 절대 그럴 리가 없어! 너 같은 애송이가 어떻게 우리 형을 죽일 수 있어? 우리 오다 가문에서도 그렇고, 섬나라에서라도 우리 형 검술 실력은 상위 20위 안에 드는 수준이야.”오다 하유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섬나라에서 오다 신유의 실력이 뛰어난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라서 설령 고필두가 그를 만났다고 해도 정면으로 대결하는 걸 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섬나라 사람들은 오다 신유가 국안부 사람에게 죽었다는 사실만 알고 있었고 구체적으로 누가 했는지는 잘 모르고 있었다.“이 자식 허풍에 속아 넘어갈 뻔했군.”오다 하유는 음침한 눈빛으로 살기를 내뿜으며 진서준을 노려봤다.옆에 있던 박운기가 눈살을 찌푸리며 끼어들었다.“오다 선생님, 이 애송이와 긴말할 필요 없습니다. 그냥 빨리 처단해 버리고 서정훈을 돌려보내죠. 서정훈이 여기 오래 있으면 저쪽에서 의심할 수도 있을 겁니다.”오다 하유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두 손으로 인결을 맺으며 주문을 중얼대기 시작했다.순식간에 오다 하유의 주위에 검은 안개 같은 기운이 피어올랐다.이 검은 안개는 빠른 속도로 모여지더니 거의 2미터에 달하는 검은 색의 무사 형태로 변했다.방이 충분히 높아서 다행이지 이 검은 무사가 손을 들면 천장이 뚫릴 뻔했다.갑자기 나타난 검은 무사를 보고 우도운은 깜짝 놀랐다.해외에서 한 가지 분야의 학문을 열심히 연구한 고학력자인 우도운은 신령이나 귀신 같은 건 믿지 않았다.그래서 자연스레 대한민국의 전통 의학을 조금 무시하기도 했다.하지만 지금 검은 안개가 무사로 변해 나타나는 걸 보고 우도운은 지금까지의 세계관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 들었다.박운기는 우도운을 흘끗 보며 평온한 표정으로 말했다.“오다 선생님은 섬나라의 음양술에 능한 분입니다. 지금 이 검은 무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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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운기는 기절하지는 않았지만 우도운보다 나을 것도 없었다. 두 다리는 부들부들 떨리며 말을 듣지 않았고 도망칠 용기도 없었다.진서준은 방금 박운기의 눈앞에서 대놓고 사람을 죽였다.평소 칼날 위에서 살아온 사람이 아니라면 갑자기 누군가가 자기 앞에서 죽는 걸 목격하면 두려움에 떠는 게 일반적인 반응이었다.서정훈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그의 정신력은 박운기보다 훨씬 강했기에 두려움에 벌벌 떨 정도는 아니었다.“서준아, 너 그렇게 대놓고 그 사람을 죽이는 건... 좀 너무한 게 아니야?”진서준이 서울시 시장 앞에서 사람을 죽인 건 빼도 박도 못하는 사실이었다.진서준은 서정훈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저 사람은 섬나라 사람입니다. 무단으로 우리나라에 침입했으니 제가 국안부 상경이라는 신분으로 사후 보고할 권리가 있습니다.”국안부 상경은 물론, 심지어 호국사도 오다 하유를 죽일 권리가 있었다.진서준이 본인 입으로 국안부 상경이라고 밝히는 순간, 서정훈의 눈은 휘둥그레졌다.“너, 너 국안부 사람이었어?”국안부는 시장처럼 높은 직위에 있는 사람들만 알 수 있는 기밀 사항이었다.서정훈은 국안부 사람이 얼마나 대단한 신분인지 잘 알고 있었다. 한낱 시장에 불과한 자기는 그 사람들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였다.그런데 마침 자기가 잘 아는 후배가 국안부 고위 인물이라는 소리를 들으니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맞아요.”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고 이내 박운기를 바라보았다.머릿속이 이미 엉망진창이 된 박운기는 진서준의 차가운 눈빛을 마주하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제발 절 죽이지 말아 주세요. 전 아무것도 몰라요. 진짜예요!”진서준은 박운기의 반응에 헛웃음이 나왔다.“내가 묻기도 전에 네가 먼저 모른다고 딱 잡아뗀다고? 내가 뭘 물어볼지 알기라도 해?”이전에 최해준이 말했던 간첩을 잡겠다는 이야기를 떠올리며 진서준의 머릿속에 한 가지 추측이 떠올랐다.명주시 박씨 가문이 외국 세력과 결탁했을 가능성이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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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 박운기의 협박은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그럼 박씨 가문 사람들이 서울시로 올 때까지 기다려보자.”서정훈은 쌀쌀하게 한마디 한 후, 휴대폰을 꺼내 시청에 전화를 걸었다.잠시 후, 정장을 입은 일행이 호텔에 도착했고 서정훈이 명령을 내리자마자 바로 박운기를 체포했다.돌아오는 길에 서정훈은 진서준의 손을 잡고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서준아, 오늘 정말 고마워. 우리 아들 병을 치료해 줘서 우리 서씨 가문에 후손이 없을 가능성은 사라졌어. 게다가 지금은 또 이렇게 악당을 잡아줘서 서울시를 구해줬잖아. 진짜 이 고마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어.”진심으로 고마워하는 서정훈를 보며 진서준은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서 시장님, 그렇게까지 고마워하실 건 없어요. 저는 단지 우리나라와 고향을 위해 힘을 쓴 것뿐이에요.”“사실 나중에 네가 서울에서 머리 아픈 일이라도 생기면 내가 배후에서 널 후원할 생각이었어...”서정훈은 이내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네가 벌써 날 훌쩍 뛰어넘어 국안부 사람이 된 건 생각지도 못했구나... 정말 먼저 난 머리보다 후에 난 뿔이 무섭다는 말이 하나도 틀린 것 같지 않구나.”서정훈의 점심 식사 초대를 거절한 후, 진서준은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드디어 돌아왔구나.”진서준이 나타나자 허사연은 즉시 일어나 반갑게 맞이하며 물었다.“다친 데는 없어?”“아무 일도 없어, 섬나라에서 온 벌레가 날 다치게 할 일은 없어.”진서준이 덤덤하게 말하자 허사연은 멈칫하며 물었다.“섬나라 사람이라고? 그 노인 말이야?”“응, 공교롭게도 전에 그 사람 형도 내가 죽였거든. 지금쯤 둘이 저승에서 재회했을 거야.”진서준이 웃으며 말하자 허사연은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넌 뭐 스스로 좋은 일 했다고 생각하는 거야?”“응, 당연히 좋은 일이지.”진서준은 호텔에서 일어난 일을 천천히 털어놨고 다 듣고 난 허윤진은 주먹을 꽉 쥐며 이를 악물었다.“내가 그때 거기 있었으면 그놈에게 주먹 두 방 날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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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일 있어, 서준아?”서지은이 진서준이 빙그레 웃는 모습을 보고 궁금해 물었다.“아니야, 그냥 즐거운 일이 생각 나 이러는 거야.”진서준은 여전히 웃으며 답하고는 시간을 확인하고 말했다.“벌써 이 시간이야. 얼른 밥 먹자.”“좋아, 내가 밥할게.”서지은이 벌떡 일어서자 진서준은 조금 놀랐다.“너 요리 할 줄도 아는 거야?”“당연하지.”서지은은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예전에 5성급 셰프한테 배운 적이 있어. 내 요리 맛보게 할 테니 기다려 봐.”“좋아, 기다릴게.”진서준은 기대에 찬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서지은이 주방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며 요리하는 동안, 진서준은 국안부 류재훈에게 박씨 가문과 황씨 가문의 정보를 요청했다.그러자 잠시 후 류재훈은 이내 두 가문에 관한 정보를 보내왔다.[최고 부자 황경영이 명주시에 없다고 하네요. 작년부터 황경영은 해외에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았고 황씨 가문의 일은 황현호의 누나 황예은이 전적으로 맡고 있답니다.]이 문자를 본 진서준은 충격을 받았다.황씨 가문의 사업은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있었고 전국 어디든지 황씨 가문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었다.게다가 황경영의 나이는 아직 그렇게 많지 않아 가문에서 은퇴할 시기가 아니었다.그런데 이런 시점에 황경영이 모든 걸 내팽개치고 황씨 가문의 모든 업무를 황예은에게 맡겼다니, 의외가 아닐 수 없었다.“황경영도 아마 돌아오고 싶겠지만 초아국에서 출국하지 못하게 막고 있을지도 몰라.”진서준은 속으로 대충 그럴싸한 가능성을 추측했다.황씨 가문의 기업이 갑자기 망하면 국내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다.다행히 황예은은 기업 운영에 능력이 있어 혼란에 빠뜨린 기업을 물려받아 제대로 수습했다.지난번 신농산의 선발 현장에 갔을 때 진서준은 황예은을 만난 적이 있었다.황예은은 예쁘기도 했고 일 처리 스타일도 아주 강단 있어 여장부 같은 느낌이 물씬 났다.황씨 가문의 대종사에 대한 기록도 있었다.“팔급 대종사가 한 명 있네.”진서준은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345화

    중년 남자는 덤덤한 표정을 지은 채 최승준을 바라보며 말했다.“우리 스승님은 외출하셨어.”“곽 선생님!”최승준은 먼저 깍듯하게 인사하고 나서 물었다.“손 선생님은 어디 가셨습니까? 언제 돌아오시죠?”곽윤상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대답 대신 질문을 던졌다.“또 새 업주가 너희 별장 단지에 입주한 거야?”“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오늘 또 손 선생님에게 부탁하려고 온 겁니다.”최승준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쓸 필요는 없어.”곽윤상은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우리 스승님은 며칠 후에 돌아올 거야. 오늘은 내가 너와 함께 가 주지.”곽윤상이 손원순 대신 간다고 하자 최승준은 조금 걱정이 되었다.그동안은 항상 손원순 대가와 함께 다니며 굿을 치렀는데 갑자기 다른 사람이 대신하자 최승준은 마음속으로 확신이 서지 않았다.“왜? 내 실력을 믿지 못하겠어?”최승준의 걱정스러운 표정을 본 곽윤상은 날이 선 말투로 물었다.곽윤상은 손원순이 직접 가르친 문하생으로 이미 상당한 수준의 굿을 익혔고 이제는 시간과 능숙한 정도 문제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동호 별장 단지의 괴물 문제를 처리하는 건 곽윤상에게는 그저 간단한 일일 뿐이었다.“아니요, 그럴 리가요? 저는 곽 선생님을 굳게 믿습니다.”최승준은 급히 태도를 보이며 말을 이었다.“그럼 오늘 밤 곽 선생님과 함께 호수에 가겠습니다.”“뭐라고? 밤에 간다고? 지금 바로 갈 수는 없어?”곽윤상이 눈살을 찌푸리며 묻자 최승준은 이내 조금 전 진서준과 나눈 대화를 다시 털어놨다.최승준의 말을 들은 곽윤상은 콧방귀를 끼며 말했다.“어이없네. 그놈은 아마 어디서 주워들은 기술로 여자 앞에서 자기 실력을 과시하려고 하는 걸 거야. 그런 놈은 죽어도 싸!”최승준도 한숨을 쉬며 맞장구쳤다.“그렇죠, 죽어도 싸죠. 근데 그 사람 이름이 진서준입니다.”최승준은 진서준이 이름을 밝힐 때 뭔가 큰 일이 터질 것을 직감했다.대한민국 전역에서 진씨 성을 가진 가문은 연경의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344화

    하지만 뜻밖에도 진서준은 이미 이곳에 뭔가 이상한 게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선생님, 전 선생님을 절대 속이지 않았다고 보장할 수 있습니다. 손원순 풍수사의 굿은 효과가 뚜렷합니다. 그 풍수사가 굿을 하고 나면 귀신이나 괴물 같은 불미스러운 것들은 절대로 선생님 앞에 나타나지 않으실 겁니다.”최승준은 마지막까지 설득하려고 애썼다.이 청년이 아직도 요청하지 않으려는 이유는 아마도 손원순 풍수사의 실력을 믿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히지만 진서준은 여전히 고개를 흔들며 거절했다.“그런 사람이 와서 굿을 할 필요는 없어. 난 충분히 내 힘으로 이걸 처리할 수 있어.”“네? 선생님 스스로 해결한다고요?”최승준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진서준을 놀라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왜? 믿지 않아?”진서준은 빙그레 웃으며 되물었다.최승준은 불신이라는 두 글자를 얼굴에 적어 놓은 것만 같았다.아무래도 진서준은 일부러 허세를 부리며 최승준을 놀리는 것 같았다.손원순 풍수사는 거의 백 년 동안 굿을 연구해 왔던 터라 지금처럼 강력한 실력을 갖출 수 있었다.그런데 겨우 스무 살 남짓 되어 보이는 애송이 진서준은 감히 손원순 풍수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자격이 있을 리 없었다.“선생님, 존함이 어떻게 되세요?”최승준이 뒤늦게 진서준의 이름을 물었다.“진서준.”그 이름을 들은 최승준은 살짝 놀랐고 목소리도 한층 더 진지해졌다.“진 선생님, 저는 절대 농담하는 게 아닙니다...”“됐어, 알았으니까 얼른 가 봐.”진서준은 손을 내저으며 대화를 끊으려 했다.“내 말이 믿기지 않으면 오늘 밤 8시에 동호 호숫가로 와서 직접 확인해.”최승준은 그 말에 답답해 울분이 터질 것 같았다.이건 그냥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 뿐이었다.굿을 하지 않았는데 감히 밤에 동호에 간다니, 도무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좋아요, 진 선생님. 오늘 밤 동호에 꼭 가겠습니다.”설득할 수 없다면 어쩔 수 없이 오늘 밤 손원순 대가를 직접 모셔야 할 것 같았다.최승준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343화

    “이 자식들 정말 손이 많이 가네.”동호 별장 단지의 관리팀장 최승준이 한숨을 쉬며 중얼댔다.최승준의 이 일은 사실 괜찮은 보수를 받고 있어 매달 수입은 거의 2천만 원에 달했다.다른 별장 단지보다 훨씬 많은 월급을 받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동호에서 귀신과 괴물이 떠돌고 있기 때문이었다.이곳에서 사람이 괴물 때문에 목숨을 잃었을 때 유가족들이 와서 크게 소란을 피우곤 했다.이곳 별장을 살 수 있는 사람은 누구나 다 지위나 신분이 높은 사람이었다.그래서 매번 소란이 일어날 때마다 최승준은 머리가 아파 터질 지경이었다.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최승준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어서 그는 유가족들의 욕받이 역할이나 하고 억지로 웃으며 목숨을 잃은 업주의 별장을 대신 팔아주곤 했다.진서준과 서지은 같은 젊은 청년은 최승준이 가장 두려워하는 부류의 사람이었다.진서준이 어느 명문대가의 외동자식인데 여기서 재수 없게 죽게 된다면 유가족들이 찾아와 최승준을 때리고 욕하는 걸로 쉽게 끝날 일이 아니었다.진짜 세력이 어마어마한 가문이라면 분노를 참지 못하고 최승준도 목숨을 잃은 청년과 함께 생매장할 수도 있었다.그러니 보안 팀장의 전화를 받은 최승준이 이곳으로 급히 달려오지 않을 수 없었다.별장 단지 입구에 도착하자 보안 팀장이 최승준을 기다리고 있었다.“팀장님, 그 젊은 커플은 13번 별장에 있습니다.”“알았어요.”“근데 팀장님, 그 남자는 말이 잘 안 통하네요. 아까 제가 좋게 좋게 설득하니 이내 화를 버럭 내더라고요.”보안 팀장이 진서준에 대해 불평했다.보안 팀장은 분명 그 청년을 생각해 주는 차원에서 한 말이었지만 뜻밖에도 청년은 말을 듣기는커녕 보안 팀장에게 찬물을 끼얹어 버렸다.“요즘 청년은 본래 다들 다혈질이에요.”최승준은 이내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아참, 방금 그 두 사람과 말다툼한 건 아니죠?”“물론 싸우진 않았죠. 여기 사는 사람들과 제가 어떻게 감히 시비를 걸겠습니까?” 다른 건 몰라도 인간관계를 잘 다루는 편인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342화

    보통 사람은 필요할 수 있지만 진서준은 손원순 풍수사의 굿이 필요하지 않았다.진서준은 오늘 밤 동호에 가서 그 호수 안에 전설속의 물괴가 있는지 확인할 계획이었다.“우리는 필요 없어요.”진서준은 다시 한번 보안 팀장의 말을 끊었다.진서준이 자기 말을 믿지 않자 보안 팀장은 한숨을 내쉬며 더 이상 설득하지 않았다.“믿지 않으셔도 상관없습니다만, 나중에 불미스러운 일이라도 생기면 제가 미리 경고하지 않았다고 원망하지 마세요.”보안 팀장은 이 두 사람이 수백억짜리 별장도 통 크게 사면서 왜 돈을 조금만 들여 자기 생명을 보호하려 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동호의 괴담은 명주시 상류층 사람들 대다수가 알고 있었다.심지어 외지 사람들도 이곳에서 별장을 살 때 이 괴담에 관해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다.손원순은 오래전에 이미 동호에 와서 자세히 살펴본 적이 있었다. 유심히 살펴보고 난 손원순은 이 호수 안에 살기가 강하게 응집되어 있고 원혼들이 자주 나타나서 온갖 잡귀신이 이 호수에서 자라기 쉽다고 말했다.양기가 약한 사람이라면 호수 주변에 왔다가 쉽게 피해를 볼 수 있다고도 했었다.이곳 업주들 대다수가 처음에는 그 말을 믿지 않았지만 매일 거듭되는 악몽과 몽유병 같은 이상한 현상이 반복되자 손원순 풍수사에게 굿을 요청했다.보안 팀장의 말을 들은 진서준의 표정이 순간 차가워졌다.“혹시 지금 날 위협하는 건가요?”“아닙니다, 오해입니다.”보안 팀장은 재빨리 고개를 저으며 부인했다.“그냥 선의의 귀띔을 한 것뿐입니다. 오늘 밤을 여기서 보내면서 뭔가 이상한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괜찮고요, 뭔가 이상이 있으면 내일이라도 저한테 연락하세요. 제가 우리 회사 관리팀장에게 부탁해 손원순 풍수사를 연락할 수 있도록 할게요.”이 남자는 단지 보안 팀장일 뿐, 손원순 풍수사와 같은 최상층 유명 인사와 연락할 수단이 없었다.오직 별장 단지를 관리하는 회사 관리팀장만이 손원순 풍수사와 연락이 닿을 수 있었다.진서준도 더 이상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서지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341화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 택시 기사와 진서준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택시는 벌써 명주시 동호 별장 구역 입구에 도착했다.여기는 고급 주택 단지라 택시가 들어갈 수는 없었다.두 사람은 차에서 내렸다. 서지은은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진서준의 팔을 다시 한번 꼭 끼며 두려운 표정으로 물었다.“서준아, 아까 그 택시 기사 말이 사실일까? 동호 안에 물괴가 정말 있을까?”일반적으로 여자는 남자보다 귀신이나 괴물 같은 것을 더 두려워하는 성향이 있었다.아까 택시 기사가 물괴가 있다고 하자 서지은은 본능적으로 이사를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 별장을 사서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가고 싶었던 것이다.진서준이 서지은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면 아마 깜짝 놀랐을 것이다.고급 별장이란 사치품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을 것이다.대한민국 전체에서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너도 꽤 많은 일을 겪었잖아. 아직도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 감이 잡히지 않아?” 진서준이 웃으며 되물었다.서지은은 그 말을 듣고 이내 금운 운대산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순간 서지은은 섬뜩한 기운이 솟구치며 몸을 부르르 떨었고 진서준의 팔을 더욱 꽉 잡았다.이 순간 서지은은 진서준과 하나가 되어버리고 싶었다.서지은의 탱탱하고 풍만한 가슴이 진서준의 몸을 단단하게 누르자 진서준은 이내 몸에서 반응이 일어났다.“걱정 마, 물괴가 진짜 있다고 해도 내가 널 꼭 지켜줄게.”진서준은 다른 손으로 서지은의 어깨를 톡톡 치며 부드럽게 말했다.“그럼... 그럼 밤에 잘 때는 어쩌지? 아까 택시 기사가 밤에 사건 사고가 더 자주 일어난다고 했잖아.”서지은은 얼굴이 살짝 붉어지며 진서준을 마주 보기 부끄러워했다.“서지은은 지금 말을 빙빙 에둘러 하며 명확한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물괴에 대한 두려움도 진짜였고 진서준과 한방에서 밤을 보내고 싶은 마음도 진짜였다.서지은의 의도를 파악한 진서준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괜찮아, 밤에도 널 지켜줄 수 있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340화

    “넌 물론 자제할 수 있겠지. 근데 우리는 여우 같은 여자가 널 유혹할까 봐 걱정인 거야.”서지은이 서둘러 해명했다.“어느 여우가 나 같은 한 푼도 없는 거지를 유혹하겠어?”진서준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요즘 여자들은 다들 현실적이거든. 특히 이런 대도시에서는 더욱 그래.”명주시에 와서 분투하는 사람들 대다수는 젊고 예쁜 여성이었다.아마 막 졸업한 여대생들은 남자들 외모에 관심이 많을 수 있지만 이 대도시에서 혹독한 반년이라는 시간을 보내고 나면 돈이 최고라는 생각이 그들 뇌리에 깊이 박힐 것이다.서지은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 말에 동의했다.“네 말도 일리가 있어.”서지은의 아버지는 서지은에게 회사를 하나 맡겼었고 그 회사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서지은은 돈에 목매어 딴 데 신경 쓰지 않는 사람들을 꽤 많이 봤었다.“어차피 여기 온 이상 나도 널 막무가내로 돌려보낼 순 없지.”진서준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하자 서지은이 웃으며 답했다.“네가 날 쫓아내려고 해도 난 안 가.”“호텔은 예약했어?”진서준의 질문에 서지은이 뜻밖의 대답을 들려줬다.“아니야. 근데 우리 서씨 가문은 이전에 명주시에 별장을 하나 샀거든. 크지는 않지만 우리 둘이 살기엔 충분할 거야.”진서준은 그 말에 순간 움찔했다.역시 강남에서 가장 잘나가는 가문은 스케일이 달랐다. 자산이 많은 건 알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두 사람은 길가에서 택시를 잡았다.“명주 동호로 가 주세요.”택시 기사는 마흔 중반의 중년 남자였고 명주 지역 사투리로 물었다.“명주 동호요? 두 분은 잘사는 집 귀한 도련님과 아가씨인가 보군요.”택시 기사의 말에는 부러움이 가득 차 있었다.명주 동호의 별장이 명주 시내에서 가장 비싼 곳은 아니지만 가격이 결코 싸지 않았고 그 가격은 무려 최저 평당 1억 2천만 원이었다.인테리어 비용까지 포함해서 별장 한 채를 사려면 최소 100억은 들어가야 했다.물론 이건 이 구역에서 가장 낮은 가격이었고 보통 사람은 평생을 분투해도 화장실 하나 못 살 가격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339화

    명주시는 지난 세기 외국에 개방된 주요 도시 중 하나로, 바다와 가까운 위치 덕분에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른 도시였다.불과 30년도 채 되지 않아 명주시는 대한민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주목받는 도시로 성장했다.수많은 국내 기업 순위 500위 내의 대기업이 명주시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심지어 경성도 명주시 앞에서는 다소 뒤처지는 느낌이었다.허성태의 재산은 서울시에서 으뜸으로 손꼽혔지만 명주시에 오면 아예 언급할 가치도 없었다.명주시에는 허성태보다 더 부유한 사람들이 수도 없이 많다고 해도 전혀 과장이 아니었다.명주시 무도계 무인들도 실력이나 수량이 절대 경성에 뒤지지 않았다.그리고 가문들의 관계도 매우 복잡해서 경성처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명확하지 않았다.얼핏 보기에는 박씨 가문과 황씨 가문이 명주시 명문대가의 정점에 서 있지만 사실 그 뒤에는 음모와 갈등이 얽혀 있어 수많은 가문이 이 두 가문을 넘어설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진서준은 국안부가 명주시의 질서와 사회 안정을 위해 특별히 구급 대종사를 파견해 이곳을 지키고 있다고 예전에 진서훈한테서 들은 적이 있었다.그 목적은 명주시 악당들의 폭동을 방지하고 해외의 강자들 공격을 막기 위해서였다.비행기는 공중에서 두 시간을 돌고 난 뒤, 명주시 북쪽 외곽 공항에 착륙했다.진서준은 비행기 창문을 통해 도시 외곽에 우뚝 솟은 고층 빌딩들을 주시했다.이 화려한 도시를 보며 진서준은 본인이 시골에서 막 도시로 온 촌뜨기 같은 느낌을 받았다.진서준이 이런 느낌이 드는 것도 당연했다. 서울시와 명주시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차이가 있었다.비행기에서 내린 후, 공항 홀은 사람들로 북적였고 그중에는 형광봉을 든 연예인 팬들도 있었다.진서준은 혼자 군중 속을 걸어갔다. 진서준이 오가는 모습은 다른 사람들과 별 다를 바 없었지만 자세히 보면 진서준에게는 세상과 동떨어진 느낌이 물씬 났다.이번에 명주시에 온 진서준은 인피면구를 쓰지 않고 자기 진짜 얼굴을 그대로 드러냈다.김평안이라는 가명은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338화

    그러니 박운기의 협박은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그럼 박씨 가문 사람들이 서울시로 올 때까지 기다려보자.”서정훈은 쌀쌀하게 한마디 한 후, 휴대폰을 꺼내 시청에 전화를 걸었다.잠시 후, 정장을 입은 일행이 호텔에 도착했고 서정훈이 명령을 내리자마자 바로 박운기를 체포했다.돌아오는 길에 서정훈은 진서준의 손을 잡고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서준아, 오늘 정말 고마워. 우리 아들 병을 치료해 줘서 우리 서씨 가문에 후손이 없을 가능성은 사라졌어. 게다가 지금은 또 이렇게 악당을 잡아줘서 서울시를 구해줬잖아. 진짜 이 고마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어.”진심으로 고마워하는 서정훈를 보며 진서준은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서 시장님, 그렇게까지 고마워하실 건 없어요. 저는 단지 우리나라와 고향을 위해 힘을 쓴 것뿐이에요.”“사실 나중에 네가 서울에서 머리 아픈 일이라도 생기면 내가 배후에서 널 후원할 생각이었어...”서정훈은 이내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네가 벌써 날 훌쩍 뛰어넘어 국안부 사람이 된 건 생각지도 못했구나... 정말 먼저 난 머리보다 후에 난 뿔이 무섭다는 말이 하나도 틀린 것 같지 않구나.”서정훈의 점심 식사 초대를 거절한 후, 진서준은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드디어 돌아왔구나.”진서준이 나타나자 허사연은 즉시 일어나 반갑게 맞이하며 물었다.“다친 데는 없어?”“아무 일도 없어, 섬나라에서 온 벌레가 날 다치게 할 일은 없어.”진서준이 덤덤하게 말하자 허사연은 멈칫하며 물었다.“섬나라 사람이라고? 그 노인 말이야?”“응, 공교롭게도 전에 그 사람 형도 내가 죽였거든. 지금쯤 둘이 저승에서 재회했을 거야.”진서준이 웃으며 말하자 허사연은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넌 뭐 스스로 좋은 일 했다고 생각하는 거야?”“응, 당연히 좋은 일이지.”진서준은 호텔에서 일어난 일을 천천히 털어놨고 다 듣고 난 허윤진은 주먹을 꽉 쥐며 이를 악물었다.“내가 그때 거기 있었으면 그놈에게 주먹 두 방 날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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