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줄 거니까 당장 그 시간 안에 진서준 그놈을 끌고 나와. 그렇지 않으면 우리 큰아버지가 전화 한 통 걸어 만여 명의 병력을 불러올 거야. 너희 조씨 가문도 그놈과 함께 완전히 소멸되고 싶어?”집사는 심국도의 어깨에 달린 군 계급장을 확인하고는 급히 말했다.“제가 바로 가주님께 전화드리겠습니다.”집사의 전화를 받은 조태희는 심국도 형제가 찾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조기강과 함께 서둘러 저택 입구로 나왔다.“심 가주, 진 마스터님이 지금 이곳에 없는 게 사실이야. 한 시간 전에 외출했거든.”조태희는 객관적인 사실을 설명했다.조태희가 거짓말하지 않는 사람이란 걸 심국강은 잘 알지만 그래도 진서준이 도망갔을까 봐 의심스러웠다.심국강은 굳은 표정을 유지한 채 따졌다.“그 자식 어디로 갔다는 거야? 혹시 도망친 거 아냐?”“그건 아니야. 내가 듣기로는 진 마스터님이 오늘 어떤 연회에 참석하신다고 했어.”조태희가 전해 들은 얘기를 설명했다.“그럼 당장 그놈에게 전화 걸어. 지금 어딨는지 당장 물어봐.”“알았어, 조금만 기다려 봐.”조태희는 휴대폰을 꺼내 진서준에게 전화를 걸었다.한편, 진서준은 호텔에서 한창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조태희의 전화를 확인한 진서준은 전화를 받으며 물었다.“무슨 일이죠?”“진 마스터님, 심씨 가문 사람들이 찾아왔습니다...”말이 끝나기도 전에 심국도는 와락 전화를 빼앗았다.“네놈이 지금 어디 있든지 상관없어. 당장 조씨 가문으로 기어와.”심국도는 오만한 명령조로 고함을 질렀다.진서준은 그 말을 듣고는 피식 웃더니 냅킨으로 입을 닦으며 말했다.“날 보고 싶으면 네가 직접 와.”진서준의 어리고 거만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심국도의 표정은 물기를 짤 정도로 어두워졌다.이런 건방진 젊은이는 태어나 처음이었다.“내가 직접 갈 수도 있어. 근데 내가 거기로 가면 네 목숨이 날아갈 각오해야 할 거야.”심국도는 살기를 담아 냉혹하게 말했다.“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오기나 해. 안 그러면 난 밥 다 먹고 갈 거니까
“방금 난 정말 장서안이 그놈을 보고 놀라서 기절한 줄 알았어...”“그건 오버야. 장서안은 설표 특전대 최고 천재야. 장서안을 기절시킬 수 있는 사람은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을 거야.”“젠장, 우리가 다 호텔을 떠났는데 이 틈을 타 허사연 일행이 도망가면 어쩌죠?”허준서는 진서준과 허사연이 몰래 도망칠까 봐 걱정스러워 우려가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장서안 상태가 괜찮아 보이니까 우린 이제 그만 돌아가자. 그 녀석들을 꼭 붙잡아둬야 해, 절대 도망가게 할 수 없어.”허순재가 먼저 입을 열었다.“너희 중 두 사람은 여기 남아서 장서안을 지켜봐. 이따가 장서안이 깨어나면 바로 호텔로 데려와.”허순재의 지시가 떨어지자 허씨 가문 사람들은 급히 다시 햇살 호텔로 향했다.허씨 가문 사람들이 호텔로 발걸음을 돌릴 때, 심국강 일행 세 명은 이미 호텔에 도착했다.쾅!심도준은 발차기를 날려 VIP룸의 문을 부수고는 거만하고 기세등등한 자태로 들어왔다.어제 두려움이 가득한 눈빛을 보였던 심도준과는 달리 오늘 그는 너무나도 여유로워 보였다.진서준의 시선은 심도준을 한 번 쓱 훑어본 후 군복을 입은 심국도에게로 향했다.심국도는 방에 들어오자마자 진서준과 눈을 맞추었고 그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심국도의 몸에서 풍기는 고압적인 위압감이 방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네가 진서준이야? 내 조카딸을 죽인 범인이 맞지?”“그래, 내가 죽였어.”진서준은 평온하게 사실을 인정했다.쿵!심국도의 몸에서 미친 듯이 강렬한 살기가 흘러나왔다.테이블 위의 유리컵이 미세하게 흔들리더니 갑자기 쟁쟁한 소리와 함께 부서져 바닥에 흩어졌다.진서준은 입꼬리에 옅은 미소를 지은 채 물었다.“왜? 나랑 싸우기라도 하려고?”심국도의 실력으로는 진서준과 싸워도 전혀 승산이 없었다.진서준은 고사하고 허사연 자매가 힘을 합치면 심국도가 여전히 당해낼 수 없었다.심국도가 갖춘 유일한 자산은 바로 부장급 군관 군직이었다.심국도는 방금 풍기던 위압감을 거두고 냉랭하게 진서준을
잠시 후, 상대가 전화를 받자 심국도는 엄숙하게 명령을 내렸다.“지금 바로 봉천시와 가장 가까운 군부 병력을 동원해. 이 햇살 호텔을 물 샐 틈 없이 완전히 포위해.”“알겠습니다!”군인은 명령에 복종하는 것이 의무였다.따라서 전화를 받은 병사는 이유를 묻지 않고 그냥 명령을 이행했다.그리고 어떤 결과를 초래하든 모든 책임은 심국도의 몫이었다.전화를 끊은 심국도는 격하게 거친 숨을 내쉬며 진서준을 뚫어지게 노려보았다.심국도가 진서준과 싸워 이길 수만 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목숨을 걸고 진서준과 이곳에서 한판 벌일 기세였다.“진서준, 소정태에게 전화 좀 해볼래?”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허사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이 정도 하찮은 일로 소정태를 귀찮게 하지 말자.”진서준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그래도...”“내가 있으면 아무 일도 없을 거야.”진서준의 자신감 넘치는 말에 허사연도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진서준 일행이 심국도가 부른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을 때, 방의 문이 다시 열렸다.“이게 무슨 냄새야? 왜 이렇게 비린내가 심해?”가장 먼저 들어온 사람은 강정숙이었고 뒤를 이어 허순재와 그 일행이 들어왔다.“이게 뭐야!”심도준의 시체를 본 강정숙은 기절초풍하며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강정숙도 생전 처음으로 이렇게 가까이에서 시체를 보게 되었다.허씨 가문의 다른 사람들도 이 상황에 놀라서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당신들은...”심국강을 유심히 살펴보던 허순재의 표정이 심각하게 변하더니 결국 아첨이 가득한 미소로 고정되었다.“심 가주님, 어떻게 여기 오신 겁니까?”“꺼져!”심국강은 지금 허순재와 한가하게 대화할 기분이 아니었다.어제 딸을 잃고 오늘 아들을 또 잃었으니 심국강의 분노는 지금 어디서 터뜨려야 할지 몰랐다.의도치 않게 불똥의 튄 허순재는 똥 씹은 표정을 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당신은 누구십니까?”심국도를 보고 허순재가 다시 물었다.하지만 심국도는 질문
허윤진의 말에 허순재 일행은 기겁하며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심국강은 일반 사람이 아닌 당당한 심씨 가문의 가주였다.그런데 진서준 일행이 심씨 가문 가주의 아들을 죽이다니, 이 사람들은 정말 무법천지로 날뛰는 무모한 사람들 같았다.이제 허순재는 더욱더 허사연 일행과 관계를 깔끔하게 정리해야겠다고 결심했다.“심 가주님, 우리 허씨 가문은 정말 이 사람들과 아무런 관계도 없습니다. 이 두 여자애는 제 동생의 손녀들이고 우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연을 끊었습니다. 게다가 제 손자의 다리는 진짜 이 사람들이 부러뜨린 겁니다. 그래서 제가 더욱 이 사람들을 증오하게 되었고요.”허순재의 시뻘겋게 충혈된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오해가 풀리지 않으면 오늘 허씨 가문은 정말 이대로 끝장날 것이다.진서준은 눈물 흘리며 하소연하는 허순재를 빤히 보더니 갑자기 입을 열었다.“사연 자매와 친척인 걸 고려해서 한 번만 기회를 줄게. 지금이라도 네가 내 편에 서면 난 너희를 도와줄 수 있어.”“꺼져! 네가 무슨 능력으로 우리를 도와줘? 주제 파악이나 좀 해!”허준서는 원망이 가득한 목소리로 쌍욕을 날렸다.“그만 입 닥쳐! 우리 더 이상 우리 허씨 가문에 엮이지 않는 게 우리를 진짜 도와주는 거야!”허순재도 옆에서 허준서를 거들었다.허씨 가문이 당연히 거절할 줄 알았던 진서준은 전혀 놀라지 않았고 여유로운 자태로 미소를 지었다.허씨 가문의 태도가 이렇게 나올 줄 알았던 진서준은 일부러 허씨 가문을 떠봤던 것이다.굳이 이렇게 한 이유는 잠시 후 허씨 가문 사람들의 후회막급의 표정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다들 조용히 해! 내 명령 없이는 누구도 입을 열지 마. 다들 조용히 여기서 내 군대를 기다리기나 해.”심국도가 차가운 목소리로 상황을 정리했다.부장급 장관의 명령이 떨어지자 허씨 가문 사람들은 바로 입을 닫고 우두커니 서서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병원에서 정신을 잃었던 장서안이 드디어 깨어났다.“서안아, 일어났어? 몸은 괜찮아?”병원에 남아서
두 사람의 한담이 오가던 그때, 진서준의 휴대폰이 울렸다.진서준이 휴대폰을 꺼내 보니 소정태가 걸어온 전화인 걸 확인했다.“진 교관님, 신청이 통과했습니다. 이제 진 교관님은 우리 설표 특전대 전속 교관으고요, 소장 계급도 정식으로 부여되었습니다.”소정태가 들뜬 마음으로 희소식을 전했다.“아직 봉천시에 계시죠? 저는 지금 봉천시로 가는 중인데, 마침 그쪽으로 가서 진 교관님께 증서랑 군복을 전해드리겠습니다.”진서준은 그 말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저는 햇살 호텔에 있습니다. 여기 오세요, 마침 사령관님 식구도 여기 있습니다.”“그런가요? 알겠습니다, 30분 내로 도착하겠습니다.”진서준이 전화를 끊자 심국도는 진서준을 빤히 노려보았다.“당장 죽게 될 사람이 아직도 이렇게 방자하게 굴어?”심국도의 말에는 분노한 담겨 있었다.심국도 앞에서 전화를 마음대로 받는 건 자기를 아예 무시하는 태도였다.심국도의 말에 장서안은 멈칫하며 물었다.“장관님, 무슨 일이 일어난 겁니까?”“이 녀석이 어제 내 조카딸을 죽였고 오늘은 내 앞에서 우리 조카를 당당하게 죽였어. 난 이미 군구에 부대를 파견하라고 지시했어.”심국도는 차가운 목소리로 상황을 설명했다.“네?”장서안은 눈이 휘둥그레졌다.진 교관이 왜 이렇게 무자비하게 사람을 죽였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허준서 일행은 심국도의 말을 듣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고 이내 진서준을 보며 빈정댔다.“심씨 가문을 건드린 것도 모자라 심 장관까지 건드려? 살아서 여길 나가지 못하겠네.”“부대 하나가 와서 네 장례를 치러준다면, 그 정도로 죽는 것도 폼나긴 하겠어.”장서안은 멍하니 있다가 한참 뒤에야 정신을 차리고 목소리를 높여 외쳤다.“장관님, 이분이 바로 우리 설표 특전대의 그 신비한 교관, 진 교관입니다.”순식간에 방 안은 숨 막히는 정적에 휩싸였다.모두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장서안을 바라봤고 눈이 튀어나올 듯한 충격에 휩싸여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심씨 가문과 허씨 가문 두 가문과 원한이 있
허순재 일행은 그 말을 듣고 다들 어안이 벙벙해졌다.왜냐하면 다들 아직 허준서가 성약당에서 제명당한 사실을 몰랐기 때문이다.다들 허준서를 허씨 가문의 자랑으로 여겼지만 이제 허씨 가문에 남은 자랑마저 사라졌다.우르릉!이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허순재와 강정숙 일가가 모두 바닥에 주저앉아 넋을 놓았다.“그렇구나, 설표 특전대 새 교관이니까 이렇게 대담하게 행동할 수 있었던 거구나.”심국도의 얼굴에는 분노와 억울함이 가득했다.진서준의 국안부 상경이라는 신분 하나만으로도 심국도를 짓눌러 숨쉬기 어려울 정도였다.그런데 이제 특별한 신분이 하나 더 늘었으니 진서준을 잡는 건 거의 불가능해졌다.“이제 알아도 늦지 않았어.”진서준의 차분한 말에 심국도는 더욱 분노했지만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자기가 너무나도 한심했다.“형님, 저 녀석이 누구든 오늘은 반드시 우리 도준과 민경이 복수를 제대로 해야 합니다.”분노에 찬 얼굴을 한 심국강이 일어서며 일침을 날렸다.심국강의 당장 튀어나올 듯한 눈에서 분노의 불길이 활활 타올랐다.“너 설마...”심국도의 얼굴에 의아한 표정이 떠올랐다.“맞아요. 죽더라도 저 녀석을 끌고 지옥에 갈 겁니다!”심국강이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며 이를 갈았다.심국강은 진서준이 어떤 신분이든 개의치 않았다. 이따가 군부 병사들이 도착하는 대로 즉시 진서준을 노려 총을 쏴서 그를 여지없이 처치할 작정이었다.군부 하나에는 최소 수천 명 병사가 있고 최신형 무기로 장비되어 있었다.군부 앞에서는 팔급 대종사라고 해도 정면으로 맞서지 않고 물러설 수밖에 없다.미쳐 발광하는 심국강을 본 심국도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좋아, 이따가 병사들이 오면 우리 형제 함께 목숨을 걸고 저 녀석을 해치우자.”자식이 없는 심국도에게 있어서 심도준과 심민경은 친아들, 친딸과 다름없었다.이제 진서준이 그 금쪽같은 자식들을 죽였으니 심국도도 굳이 살아있을 이유가 없었다.심국도 형제가 죽음을 각오하고 나서자 허사연과 허윤진 자매는 순간 얼굴이 창백해졌
하지만 변씨 가문의 다른 사람들은 하나도 건드리지 않았다.진서준이 정말 눈 깜빡하지 않고 거리낌 없이 사람을 죽이는 살인마라면 국안부가 진서준을 살려둘 리가 없었을 것이다.장서안은 진서준의 해명을 듣고 즉시 심국도를 말렸다.“장관님, 진 교관님 말을 들으셨죠? 이 모든 일은 장관님 조카와 조카딸이 자초한 일입니다. 너무 고집부리지 마세요.”“너도 적당히 해. 오늘 네가 뭐라고 떠들어도 난 절대 저 녀석을 살아서 이곳에서 내보내지 않을 거야.”심국도는 잔인무도한 표정을 지으며 위협했다.그때, 호텔 아래에서 빠르게 돌아가는 요란한 바퀴 소리가 들려왔다.심국도는 허순재를 끌고 창문 앞으로 가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검은 차들이 호텔 앞에 빽빽하게 늘어서 있었고 수천 명의 병사들이 호텔을 완전히 둘러싸며 출입을 막고 있었다.본래 이곳에서 식사하려던 돈 많은 사람들은 이 장면을 보고 기겁하며 어쩔 바를 몰랐다.“이건... 이건 무슨 상황이야? 혹시 간첩 잡으러 온 거 아니야?”“얼른 도망쳐. 군대가 나왔다는 건 이 호텔에 뭐가 큰일 났다는 거야.”“국내에서 군대가 사람 잡으러 출동하는 건 정말 오랜만에 보는걸...”주변 사람들이 하나둘씩 100미터 이상 떨어져서 휴대폰을 꺼내 몰래 촬영하고 있었다.“우리 사람들 드디어 왔네.”심국도는 흥분된 표정으로 말했다.“진 교관, 먼저 가세요. 제가 저 병사들을 막아두겠습니다.”장서안이 급히 진서준에게 제안했다.“가긴 뭐 가?”진서준은 태연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넌 여기서 네 사모님을 잘 돌보고 있어. 난 잠깐 내려가 볼게.”진서준이 스스로 내려가겠다고 하자 심국도는 움찔하더니 이내 비아냥거렸다.“진서준, 네 실력이 대단하다는 걸 나도 알아. 하지만 네가 아무리 하늘을 나는 실력이 있다고 해도 군대 앞에서는 아무런 소용도 없을 거야.”“너 참 조잘대기 좋아하는구나. 성격이 원래 그래?”진서준은 심국도를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심국도는 코웃음을 치며 조카 심도준의 시신을 들고 먼저
이 소동은 결국 심국도 형제가 군사 기지로 이송되며 끝을 맺었다.심씨 가문의 다른 직계들도 자연스레 전부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수년 동안 동북에서 위세를 떨쳤던 심씨 가문은 이렇게 단 몇 시간 만에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일부 사정을 아는 사람들은 더욱 두려움과 공포에 휩싸였다.군대의 부장급 고위 인사도 상대할 수 없다니, 용존의 실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정도였다.진서준은 허사연 자매를 먼저 조씨 가문에 보내고 동북 군구의 일인자와 또 다른 조용한 곳으로 가서 대화를 나누었다.“아직 이렇게 새파란 나이에 벌써 영웅급 실력이구먼.”최해준이 진서준을 보는 눈빛에는 칭찬과 감탄이 가득했다.스무 살 남짓한 아이에 벌써 이렇게 대단한 성과를 올리다니, 대한민국 전역에서도 이런 인물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최 수장님, 과찬입니다.”진서준은 미소를 지으며 겸손하게 말했다.탁자 위에 반짝이는 소장 계급 훈장이 햇빛에 반사되어 눈부시게 빛났다.진서준은 그 훈장을 흘끗 보고 나서 물었다.“최 수장님이 직접 오신 걸 보니 제게 단지 군대 계급 증서를 전해주시려는 것만은 아니죠?”“똑똑한 사람은 눈치가 빨라 참 좋아.”최해준은 웃으며 진서준을 칭찬했고 이어서 진지하게 말했다.“이번에 널 찾은 건 사실 네게 부탁할 일이 있어서야.”“설표 특전대 훈련을 맡으라는 겁니까?”“그것도 부탁 중의 하나긴 해. 네가 참 잘 훈련했던 것 같아. 설표 특전대 그 애들이 정말 눈에 띌 정도로 엄청난 변화가 생겼어.”설표 특전대의 변화는 최해준도 유심히 눈여겨보았기에 진서준에게 소장 계급 훈장이 내려진 것이다.“최 수장님, 이전에 소 사령관과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전 요즘 급히 해야 할 일이 었어서...”“네가 바쁜 건 나도 알아. 근데 이 일은 대한민국 전역에서도 너만이 할 수 있는 일이야.”최해준은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우리는 최근에 정보를 하나 받았어. 며칠 후, 우리 내부에 숨어 있는 간첩이 명주시에서 유람선을 타는데 그 배에서 초아국 사람
“내가 가면 안 돼?”사실 진서준은 거절하려 했었다.르벨은 안개가 짙게 깔린 늪지대 같은 곳이라 진서준조차도 어디에 함정이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웠다.그러니 허사연이 온다면 다칠 가능성이 컸다.하지만 거절하면 허사연이 상처받을 게 뻔했다.“당연히 되지. 지금 위치 보낼게.”진서준은 단호하게 말하며 위치를 보냈다.자기 여자를 지킬 자신도 없으면서 강자들을 상대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자기야, 잘 자.”허사연이 애정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너도 일찍 자.”진서준이 다정하게 답했다.전화를 끊고 나니 진서준의 졸음이 싹 가셨다.진서준은 창가로 다가가 이 화려한 도시를 내려다봤다.“오씨 가문, 안씨 가문, 하씨 가문... 너희가 무슨 꿍꿍이를 꾸미든 난 전부 박살 낼 거야. 이번엔 반드시 나와 아버지의 정체를 밝혀내고 말겠어.”진서준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그렇게 별다른 사건 없이 밤이 지나갔다.다음 날 아침.진서준이 막 눈을 뜨자마자 도지아의 흥분한 외침이 들려왔다.“진서준, 됐어. 나 생겼어!”도지아는 눈 밑이 시커멓게 변해 있었는데 밤새 잠을 자지 않은 게 분명했다.진서준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물었다.“너 아직 처녀 아니었어? 대체 어떻게 임신한 거야?”“미친놈아, 임신은 개뿔, 무슨 헛소리야?”도지아는 얼굴이 빨개지며 진서준을 노려봤다.“그럼 왜 아침부터 난리야?”진서준이 되물었다.보통 사람이라면 이렇게 아침부터 흥분해 날뛰지 않을 것이다.“어제 네가 준 수련법 기억나지? 나 벌써 원기를 형성할 수 있게 됐어.”자기가 대단하다고 여긴 도지아는 자랑스럽게 선언했다.고작 하룻밤 만에 원기를 형성한 건 확실히 대단한 일이었다.“뭐? 그렇게 빠르다고? 너 타고난 천재 맞네?”진서준이 다소 의아한 표정을 보였다.보통 무인은 원기를 익히는 데만 최소 1년이 걸리는데 그것도 매일 꾸준히 수련할 경우에만 발생하는 일이었다.심지어 재능 있는 자들도 한두 달은 족히 걸린다.그런데 도지아는 단 하룻밤에 이 어려
“스위트룸은 따로 갈라져 있으니까 오해하지 마.”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며 도지아가 설명했다.“오해 안 해. 네가 그런 사람 아니라는 거 알아.”진서준이 무심하게 답했다.사실 둘은 황예은의 소개로 알게 되었을 뿐, 알고 지낸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진서준은 본인이 그 정도로 매력적인 남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스위트룸에 들어가자 도지아는 안쪽 방을 골랐다.“네 다리에 바른 연고에 아직 물 닿으면 안 돼. 되도록 샤워는 참아.”진서준이 슬쩍 주의를 줬다.“알았어.”도지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건을 적셔 상반신만 가볍게 닦았다.그리고 거울에 비친 자기 몸매를 보자 진서준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내 몸매가 별론가? 아니면 내 얼굴이 부족한 건가? 예은과 비교하면 차이가 없다고 할 순 없네.’솔직히 외모만 놓고 보면 황예은을 이길 여자는 없었고 심지어 허사연조차도 약간 밀릴 정도였다.10분 후, 도지아는 가운을 입고 방에서 나왔다.진서준도 샤워를 마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상태였다.“아까 얘기했던 거 계속할게. 내공 수련을 하려면 타고난 재능이 엄청 중요해.”진서준이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재능 앞에서는 노력은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만약 네가 타고난 천재라면 빠르게 입문할 거고 아니라면 그냥 시간 낭비야.”감옥에 있을 때, 창욱 어르신이 진서준을 슬쩍 만져보더니 바로 천재라고 단언하며 무조건 제자로 삼겠다고 했었다.지금 돌이켜보면 그 말이 맞긴 했다.진서준이 연마하는 선법을 다른 사람이 똑같이 배운다고 해도 그 사람이 이 속도로 성장하는 건 불가능할 터였다.“알겠어.”도지아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내 재능부터 한번 확인해 줘.”“손 내밀어.”도지아는 조용히 손을 내밀었다.“잠시 후, 내가 너한테 원기 조금 밀어 넣을 거야. 그걸 느낄 수 있다면 넌 무도계에 발을 들일 자격이 있는 거고 못 느끼면 그냥 포기하는 게 나아.”진서준은 그렇게 말하며 도지아의 손목을 잡고 천천히 경락을 따라 원기를
“이게 무슨 천벌 받을 일이야, 기가 막히는구나.”아버지는 가슴을 쥐어뜯으며 한탄했다.“그래도 그렇지. 마약에 손댔다고 해서 어떻게 너를 팔아넘길 생각을 해? 그게 사람이야? 넌 민수 친누나잖아.”이게 바로 도지아 아버지가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었다.마약을 한 건 차라리 괜찮았다.그냥 도민수를 끌고 가서 반년 동안 재활센터에 처박아 두면 된다.하지만 도민수는 마약 때문에 도지아를 팔아넘겼다.이건 이미 인간이 할 짓이 아니라 짐승만도 못한 놈이었다.“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도지아는 부모님을 바라보며 물었다.“경찰에 신고해야지. 이 자식이 저지른 짓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해.”도지아 아버지는 분노로 얼굴이 새빨개졌다.“당신 미쳤어요? 쟤 우리 친아들이라고요. 아들 인생 망칠 일이 있어요?”도지아 어머니는 깜짝 놀라며 황급히 휴대폰을 빼앗았다.“이놈은 더 이상 내 아들이 아니야. 그냥 짐승이야.”도지아 아버지는 분노의 고함을 질렀다.“우리 딸이 이놈 때문에 잘못될 뻔했잖아.”“지아가 없었으면 우리가 납치당했겠어요? 우리가 납치 안 당했으면 민수가 강제로 마약을 했겠어요? 그럼 이후의 일들이 벌어졌겠냐고요?”도지아 어머니는 여전히 아들을 감싸며 말했다.“당신 진짜 노망났어? 그러니까 지아를 그 개자식한테 넘기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도지아 아버지는 아내를 믿을 수 없다는 듯 쳐다봤다.“둘 다 제 자식이에요. 아무튼 경찰 신고는 절대 안 돼요.”도지아 어머니는 도지아에게 애원했다.“지아야, 엄마가 부탁할게. 제발 신고하지 마, 응? 엄마가 약속할게. 다시는 민수가 이런 짓 못 하게 말이야.”솔직히 도지아는 어머니가 이런 반응을 보일 거라고 예상했기에 미리 결론을 내려두었다.“그럼 재활센터로 보내요. 난 집에서 나가서 살 거예요. 민수랑 다시는 마주치지 않을 거예요.”“안 돼, 지아야. 나가야 할 놈은 저 개자식이야. 넌 우리와 함께 있어야 해.”도지아 아버지가 간절하게 설득했다.“아빠, 엄마, 지금까지 키
조호는 동부 구역 귀도파의 두목이었다.그 지위는 노랑머리 청년의 상급 보스와 맞먹었다.그런 조호가 지금 한 청년 앞에서 이렇게 공손하게 행동하고 있었다.이것만 봐도 상대의 정체가 평범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노랑머리 청년은 완전히 얼이 빠졌다.“진서준 씨, 이놈 어떻게 처리할까요?”조호가 고개를 숙이며 공손하게 물었다.“그냥 죽여. 이런 쓰레기는 살아 있어 봤자 사람들에게 해만 끼쳐.”진서준이 무심하게 대답했다.“뭐라고요? 호랑이님, 제발 살려주십시오. 이분도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노랑머리 청년은 그 말을 듣자마자 기겁하며 무릎을 꿇고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하지만 진서준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도지아 쪽으로 걸어갔다.“호랑이님. 저 삼생파 소속입니다. 우리 두목의 체면 봐서라도 한 번만 살려주세요.”노랑머리 청년은 무릎으로 기어가 조호 앞에 매달렸다.“나도 널 살려주고 싶어. 하지만 이건 진서준 씨 명령이야. 따를 수밖에 없어.”조호가 부하들에게 손짓하자 부하 두 명이 즉시 다가왔다.한 명은 검은 두건을 꺼내 노랑머리 청년의 얼굴을 뒤집어씌웠고 다른 한 명은 단단히 밧줄을 감아 그의 목을 조였다.노랑머리 청년은 공중에서 팔다리를 마구 휘저으며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30초 후 완전히 조용해졌다.“네 동생을 어떻게 할 생각이야?”진서준이 질문을 던졌다.“나도 몰라.”도지아는 초점 없는 눈으로 대답했다.친동생이 그깟 마약 한 봉지를 위해서 자기를 배신할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도지아는 이제야 도민수의 눈에 자기가 마약 한 봉지보다도 가치 없는 존재였다는 걸 깨달았다.“이런 일이 없었던 걸로 하고 계속 모르는 척하는 것도 여러 방법의 하나야.”진서준이 제안했다.“하지만 한 번이 있으면 두 번도 있는 법이야.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길 때, 난 아마 이곳에 없을 거야. 그때는 네가 스스로 보호할 줄 알아야 해.”진서준이 솔직하게 말했다.어떤 일이든 한 번 일어나면 두 번도 일어나기 마련이다.도민수는
다음 순간, 도민수의 시선은 흐릿해지고 완전히 환각의 세계로 빠져들었다.“자, 그럼 내가 먼저 할게. 이따가 너희도 실컷 즐겨.”노랑머리 청년은 눈에 불을 켜고 도지아에게 달려들 준비를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요란한 소리와 함께 누군가 별장 대문을 거칠게 걷어찼다.그와 동시에 천장의 전등이 박살 나며 순식간에 실내가 암흑으로 뒤덮였다.그리고 문 쪽에서 서늘한 한기가 흘러들어왔다.“누구야?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감히 여길 쳐들어와? 죽고 싶어?”노랑머리 청년은 분노에 이를 갈았다.딱 한 걸음만 더 가면 이 여자를 즐길 수 있었는데 누군가가 이 좋은 노릇을 방해한 것이다.그때, 별장 대문에서 어떤 남자의 실루엣이 나타났다.어둠 속에서 달빛을 받아 노랑머리 청년 일행은 그의 모습을 똑똑히 확인했다.“야, 너 뭐야? 여긴 네가 끼어들 자리가 아니야. 당장 꺼져.”노랑머리 청년은 버럭 화를 내며 소리쳤다.하지만 진서준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조용히 안으로 걸어왔다.그리고 바닥에 널브러져 환상에 빠진 도민수를 내려다보며 씁쓸하고 실망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도박꾼, 술주정뱅이, 약쟁이... 이 세 부류의 말은 절대 믿어선 안 돼.”진서준이 나지막한 소리로 중얼거렸다.다행히 진서준은 이런 상황을 대비해 도지아에게 위치추적기를 달아두었다.“야, 내 말 들리지 않아? 뭘 멍때리고 있어?”노랑머리 청년은 씩씩거리며 다가오더니 진서준의 뺨을 갈기려 손을 치켜들었다.철썩!따귀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노랑머리 청년의 몸이 팽이처럼 제자리에서 열 바퀴 가까이 빙글빙글 돌았고 진서준이 힘껏 걷어차자 새우처럼 접힌 채 바닥에 처박혔다.“웩!”노랑머리 청년은 쓰러진 채 입을 벌리더니 그 자리에서 어제 먹은 밥까지 모두 토해냈다.“형님, 괜찮으세요?”건달 하나가 달려와 노랑머리 청년을 부축했다.“저 개자식이... 다들 저놈 죽여버려!”노랑머리 청년은 분노에 차 똘마니들에게 명령했다.삼생파 두목인 노랑머리 청년은 정말 오랜만에 누군가에
노랑머리 청년의 말에 도민수는 속에서 분노의 불길이 치솟았다.“너 너무한 거 아니야?”도민수가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너무해? 그게 네가 할 소리야?”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를 비웃으며 코웃음을 쳤다.“고작 마약 좀 얻겠다고 친누나를 바친 건 누구야? 대체 누가 더 개같은 짓을 한 거야?”노랑머리 청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혀를 찼다.“솔직히 말해서 나도 너 같은 쓰레기 동생은 처음 봐.”주변에 있던 똘마니들도 박장대소했다.모두가 도민수를 한심한 광대 보듯이 쳐다봤다.“좋아. 영상 찍을게.”도민수는 이를 갈며 결국 받아들였다.“쯧쯧... 옛날에 많은 장군들이 여러 가지 수모를 견뎠다지만 넌 그 장군들보다 더 대단하네?”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가 이런 정도의 수모도 참을 수 있다고 하자 놀란 표정을 지었다.이건 거의 전대미문의 인내력이라고 볼 수 있었다.“저 여자 데리고 들어가.”노랑머리 청년이 도지아를 가리키며 말했다.“내 누나 건들지 마. 내가 직접 업고 갈 거야.”도민수는 치근덕거리는 건달들을 밀쳐내고 직접 도지아를 업었다.그렇게 도지아를 별장으로 데려오자 노랑머리 청년은 문을 잠그라고 지시했다.“잠깐, 너희 하 도련님은 안 오는 거야?”도민수가 서둘러 물었다.“그 녀석이 오면 우리가 이 짓을 할 수 있겠어?”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너 설마 아직도 우리가 하 도련님을 위해서 일하는 거라고 착각하는 건 아니겠지? 틀려도 한참 틀렸어. 우린 그냥 이 여자를 신나게 맛보고 싶을 뿐이야.”도민수는 순간 멍해졌다.“그럼 나한테 마약을 먹인 것도 너희 결정이었어?”“그래, 그게 아니면 뭐겠어?”노랑머리 청년은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너희 같은 평범한 집안 놈들은 우리 하 도련님 기억 속에 남을 가치도 없어.”“이 벼락 맞아 뒈질 개자식들아!”도민수가 꽉 쥔 주먹에서 우두둑하는 소리가 났다.“이 개자식이 누굴 욕하는 거야?”노랑머리 청년은 곧바로 발차기를 날려 도민수를 바닥에 나뒹굴게
“단순히 하경범의 동선을 조사하라는 것뿐이야. 너더러 그놈이랑 목숨을 걸고 싸우라는 게 아니야.”진서준이 조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사실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야. 나 혼자 여러 일을 대응하기 어려워 그런 거야. 다른 일이 없으면 내가 직접 그놈을 찾아갔을 거야.”조상규가 처참하게 죽는 모습을 떠올리며 조호는 이를 악물고 임무를 받았다.“알겠습니다, 진서준 씨. 사흘 내로 하경범의 일정을 조사해 보고하겠습니다.”“좋아, 그럼 일단 밥부터 먹자.”진서준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식사가 끝난 후, 조호 부자는 먼저 자리를 떠났다.그들이 나간 후, 오영수는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였다.“저 자식 믿을 수 있는 겁니까? 하경범에게 달려가 밀고하면 어쩌려고 그러는 겁니까?”“그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러 저 녀석 앞에서 조상규를 죽인 겁니다.”진서준이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마음만 먹으면 사람을 죽인다는 걸 알게 됐으니 감히 딴생각은 못 할 겁니다.”오영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오영수도 인간 심리에 관한 책을 많이 읽어왔기에 진서준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하세요.”오영수가 입을 열었다.“저는 단 하나만 궁금합니다. 대장님 삼촌은 도대체 언제 돌아오는 겁니까?”진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궁금한 걸 말했다.진서준의 목표는 오영수의 삼촌에게서 자기 가문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이었다.그것이 아버지의 행방을 찾는 단서가 될 수도 있었다.“늦어도 모레면 돌아올 겁니다.”오영수가 대답했다.“셋째 삼촌이 돌아오면 바로 연락할게요.”“부탁할게요.”진서준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저녁 무렵.한 식당에서 둘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민수야, 오늘은 웬일이야? 왜 갑자기 밥을 사주려는 거야?”도지아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이건 도민수의 스타일이 아니었다.최근 도민수는 화약고처럼 사소한 일에도 폭발하기 일쑤였다.그런데 갑자기 자기를 불러 밥을 사준다고 하니 너무나도 이상했다.“
조호는 진서준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사람을 죽이는 걸 보고 앞으로 감히 다른 마음을 품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조상규 같은 대종사조차 가볍게 정리되었는데 하물며 조호 같은 평범한 인간은 말할 것도 없었다.일행은 다른 방으로 자리를 옮겨 다시 식사를 시작했다.“진서준 씨... 잠시 후, 제가 모셔도 될까요?”치파오 여자는 일부러 허리를 숙이며 가슴골을 드러냈다.조상규가 죽으면서 여자는 기댈 곳을 잃었으니 이제는 새로운 든든한 버팀목이 필요했다.조호의 아들은 자기 밥만 쳐다보며 눈길을 감히 다른 데다 돌리지 못했다.괜히 이상한 시선을 줬다간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조금 전엔 일부러 조상규를 자극하려고 연기한 거야. 넌 가봐도 좋아.”진서준이 손을 휘저었다.치파오 여자는 매력적이었지만 진서준은 전혀 관심이 없었다.진서준에게는 이미 여자친구가 있었고 그것도 한 명이 아니었다.이 말을 듣자, 치파오 여자는 눈에 띄게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그럼 저는 문 앞에서 대기하겠습니다. 필요하신 게 있으면 언제든 말씀 주세요.”여자가 나간 후, 진서준이 입을 열었다.“대장님, 하씨 가문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죠?”“하씨 가문이요?”오영수는 멈칫하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그다지 잘 알진 못합니다. 저는 군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서 집에 잘 안 들릅니다.”“그럼 너는?”진서준은 조호를 바라봤다.조호는 급히 젓가락을 내려놓고 입을 닦으며 대답했다.“저도 하씨 가문의 사업에 대해 조금 아는 정도입니다. 현재 르벨의 모든 카지노는 하씨 가문이 장악하고 있고 그 외의 누구도 끼어들 수 없습니다.”다른 지역에서는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의식주가 가장 중요했지만 르벨에서는 도박이 가장 중요했다.80세 노인부터 3살짜리 아이까지 누구나 도박을 했다.르벨 경제의 중심은 도박이었다.덕분에 하씨 가문은 지역 내 절대적인 권력을 쥐고 있었다.오씨 가문, 안씨 가문 같은 명문대가도 하씨 가문 앞에서는 고개를 숙여야 했다.“하경범이라는 인물을
“뭐가 무리야? 네 여자가 따라준 차를 마시면 앞으로 너희 둘의 관계가 완전히 끝난다는 뜻에서 절교차라고 생각하면 되겠네.”진서준이 웃으며 말했다.“진서준 씨가 큰형님이잖아요. 첫 잔은 큰형님이 먼저 드셔야죠.”“얼른 마셔. 마시지 않으면 널 죽일 거야.”진서준의 얼굴이 순간 냉랭하게 변했고 순식간에 분위기가 살벌해졌다.“진서준 씨, 농담이 심하시네요. 설마 차 한 잔 때문에 절 죽이겠습니까?”조상규가 여전히 억지로 웃었다.하지만 다음 순간, 조상규의 웃음은 영원히 얼굴에 굳어버렸다.진서준이 갑자기 손을 뻗어 아무런 예고 없이 젓가락을 던졌다.그 젓가락은 공기를 가르며 날아가 조상규의 가슴을 관통했다.펑!심장이 터지는 끔찍한 소리가 방에 울려 퍼졌다.조상규는 고개를 푹 떨구고 그대로 식탁 위에 쓰러졌다.조호 부자는 겁에 질려 다리가 풀렸고 슬금슬금 진서준과 거리를 벌렸다.‘이건 분명 미친놈이야. 자기 심기를 건드렸다고 사람을 마음대로 죽여?’처음부터 이런 놈인 줄 알았다면 차라리 아까 목숨을 내걸고 싸웠을 것이다.치파오 여자는 더욱 기겁하며 벌벌 떨면서 진서준을 쳐다봤다.“아가씨, 이제 네 남편은 죽었어. 그러니 이 차는 네가 대신 마시도록 해.”진서준이 치파오 여자를 바라봤다.“저, 저요?”치파오 여자의 얼굴이 순간 얼어붙었다.조상규는 차 한 잔을 마시지 않으려다 그대로 목숨을 잃었다.그럼 자기도 거부하면 그대로 죽을 게 아닌가?“왜? 설마 차 한 잔도 못 마시는 건 아니겠지?”진서준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제발... 목숨만 살려주세요.”치파오 여자는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차에 독이 들어 있어요. 조상규가 저를 협박해서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 전 정말 아무 죄도 없어요.”“뭐? 차에 독이 있다고?”조호 부자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방 하나 더 잡아.”진서준이 무심하게 말했다.“네. 지금 당장 준비하겠습니다.”치파오 여자는 공포에 질린 채 황급히 방을 빠져나갔다.치파오 여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