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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Author: 가하
last update Last Updated: 2023-12-13 18:11:45
정유진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의현은 눈길을 거두며 의문을 털어냈다.

“유진 씨한테 일이 생길 거라고 어떻게 알았어? 말도 마, 조금이라도 늦었더라면 아주 사람 하나 찢어 죽일 기세였다니까. 쯧쯧, 불쌍하기도 하지.”

강지찬은 무슨 생각에 잠겼는지 유진이 떠난 방향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의현은 운전 기사에게 출발하라고 명하고는 바로 말을 이었다.

“우리가 일부러 그 한빈이라는 사람을 도발하면 정말 큰 건 하나 잡을 수 있을까?”

한빈의 회사는 K그룹과 비교할 수가 없었지만 요 몇 년 간 공들여 운영한 덕에 어느 정도 이름은 있는 상태였다.

강 씨 가문에게 찍힌 걸로도 모자라 강지찬이 자신의 약혼녀까지 범해버렸으니, 낯이란 낯은 다 깎였을 것이다.

아마 강지찬이 죽도록 싫겠지.

“진 씨가 그래도 수월하게 불어준 덕분이야. 재무 총괄이 장부를 위조했단 것쯤은 놀랄 일이 아니지만, 뒤에서 봐주는 사람 없이 감히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조사해봤는데 작년에 와이프랑 아이를 다 해외에 내보냈대.”

의현은 또 한 가지 사실을 생각해냈다.

“셋째 삼촌이 얼마 전까지도 한빈이란 사람이랑 가깝게 지내던데. 에이프릴 홀에서 꼬박 이틀을 함께 있다가 나오는 걸 누군가가 봤대. 아무리 봐도 뭔가 있지 않아?”

“그냥 도발만 해서는 안 되지. 더는 발악하지 못하게 만들어주겠어.”

침묵을 지키던 지찬이 두 질문에 한꺼번에 대답했다.

“감히 내 눈앞에서 헛짓거리를 하려는 사람이 누군지, 나도 정말 궁금하네.”

최의현은 갑자기 딴소리를 시작했다.

“제일 불쌍한 건 유진 씨지. 그렇게 아름다운 분이 너랑 한빈 같은 쓰레기를 만나다니 말이야.”

강지찬은 자신과 한빈을 동급으로 비교하는 의현이 못마땅했다.

‘어딜 비교하는 거지? 그래도 쓰레기라는 단어는 꽤 흥미로운데.’

그리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차 돌려, 돌아갈 거야.”

집 문 앞에 도착한 유진은 문을 열고 들어갈 용기가 없었다.

몸이 안 좋으신 엄마가 이런 유진의 모습을 보면 크게 놀라실 것이 뻔했다.

정 씨 집안은 평범하기 그지없는 가정이었는데 아버지 정명학은 대학교수고 어머니 이명자 역시 교사였으나 2년 전 이른 은퇴 후 집에 계신 상황이었다.

부모님들은 지금 돌고 있는 어이없는 소문을 알 리가 없었다.

유진은 집에 들어가지 못한 채 택시를 타고 친구 집에 갈 계획이었다.

금방 아파트 단지를 나오자 눈에 띄는 긴 리무진이 보였고 뒤이어 차 문에 기대선 강지찬이 보였다.

몇 분 전까지만 해도 다시는 보지 말자 했는데!

유진은 몸을 돌려 들어가려 했다.

몇 걸음 내딛지 못했는데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오더니 지찬이 긴 다리를 휘적휘적하며 바로 따라잡고는 뒤에서 와락 껴안았다.

“뭐 하는 거예요, 이거 놔요!”

유진에게 손이 닿는 순간 거세게 저항했다.

강지찬은 말 한마디 없이 유진을 리무진에 집어넣고는 낮은 소리로 말했다.

“부경원으로 돌아가.”

차 안에는 의현의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고 차 문은 굳게 걸어 잠근 상태라 유진은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내보내 줘요!”

강지찬은 차가운 눈빛으로 난동을 부리는 유진을 보더니 이해가 안 간다는 듯 물었다.

“이미 하룻밤도 보낸 사이에, 뭐가 무서워요? 당신을 죽이려는 것도 아닌데.”

유진은 말문이 턱 막혔다.

부경원은 강지찬이 강 씨 저택 이외에 따로 이용하는 공간이었다.

그는 유진을 집사인 방 아주머니에게 맡겨버렸다.

“방 하나 내줘서 쉴 수 있게 해주세요. 다섯 시에 메이크업해줄 분이 오실 거에요. 여섯 시에 제가 데리러 올게요.”

유진은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도대체 뭐 하려는 거에요?”

강지찬이 빤히 쳐다봤다.

“당신 약혼남이 오늘 밤 프라임 홀에서 손님 접대가 있다던데요. 가고 싶지 않은 거에요?”

정유진은 또 한 번 놀랐다.

한빈이 이런 날을 골라 손님을 접대한다는 건 이 기회를 빌려 정식으로 헤어졌음을 선포한 후 버림받은 남자라는 불명예를 벗어버리기 위험이겠지.

‘정말로 이렇게 하루빨리 벗어나려 한다고? 이렇게 냉정하게?’

이런 생각이 미치자 유진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갈 거예요!”

지찬은 예상 밖의 대답이었는지 눈가에 언뜻 잘했다는 뜻을 내비치고는 집을 나섰다.

강지찬이 여자를 데리고 온 건 처음인지라 방경숙은 놀라움을 애써 감춘 채 친절하게 이야기했다.

“유진 아가씨, 이쪽으로 오세요.”

정유진은 마음속으로 인제야 묵은 비밀을 알게 됐다고 생각했다.

부경원은 서울에서 가장 비싼 별장이었는데 유진이 전에 다니던 디자인 회사에서도 이곳으로 측량하러 나온 적이 있었다. 결국엔 집주인이 다른 해외파 유명 디자이너가 속해있는 인테리어 회사를 선택했지만 말이다.

이 큰 거래를 놓친 유진의 사장님은 화병이 나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었다.

유진은 집의 인테리어를 자세히 신경 쓸 틈도 없이 방 씨 아주머니를 따라 2층으로 올라갔다.

“아가씨, 이 방에서 지내세요. 여기가 대표님 안방과 가장 가깝거든요.”

유진은 딱 잘라 거절했다.

“다른 방으로 바꿔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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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st Updated : 2023-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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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지찬을 보자 한빈의 엄마와 소희 모두 입을 뗄 수가 없었다.한빈 엄마는 전형적인 강약약강으로 눈앞의 강지찬을 보자 너무 놀라 종아리에 쥐가 나버렸다.소희가 그녀를 부축하더니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강 대표님, 유진이 찾으러 오신 거죠? 대화 나누세요. 저희는 먼저 가볼게요.”둘은 조금 전의 기세의 반도 못 편 채 강지찬의 눈도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다.복도가 좁아 강지찬의 긴 다리로 반을 차지하자 한빈의 엄마와 소희는 벽에 바싹 붙은 채로 슬금슬금 밖으로 나가려 했다.그러자 유진이 남은 반쪽 꽃병을 들고 따라왔다.“거기서, 가지 마. 사과부터 해!”그녀는 차가운 눈으로 한빈의 엄마를 바라보며 말했다.“오늘 반드시 우리 엄마 아빠한테 사과해야 해, 그전엔 아무도 나갈 생각 하지 마!”한빈의 회사가 규모를 넓히기 시작한 뒤로 그 집 어미는 유진이네 집안을 업신여겼다. 유진의 부모님에게 말할 때도 항상 고고한 태도로 뭐라도 되는 양 굴었었다.전에는 유진이네 가족도 일일이 대꾸하기 싫어했다. 두 집안이 알게 된 지도 몇 년인데 서로 어떤 사람들인지는 뻔히 다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한빈의 엄마가 그녀를 모욕하는 것도 모자라 집까지 찾아와 자신의 부모까지 모욕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이 일은 절대로 용서할 수 없었다.“너 이...” 당장이라도 욕을 뱉으려던 한빈의 엄마는 곁눈질로 강지찬을 힐끗 보고는 ‘천박한 년’이라는 뒷말을 그대로 삼켜버렸다.반나절 만에 한빈의 파트너들 모두 연락이 닿지 않았고 투자비 회수는 물론 연락을 끊어버린 사람들도 있었다.한빈이 힘들게 모아온 인맥과 자원들이 강지찬에게 척을 졌다는 이유만으로 물거품이 된 것이다.그들 가족도 강지찬을 찾아가 난동을 부리지는 못하겠으니 어쩔 수 없이 모든 화를 유진이 가족에게 풀고 있는 것이었다.하지만 강지찬의 등장은 예상도 못 했었다. 안 봐도 유진이 도와달라고 불렀을 게 뻔했다.이 천박한 년, 역시 강지찬과 붙어먹은 게 확실했다.강지찬은 재밌는 구경을 끝냈다는 

    Last Updated : 2023-12-13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14화

    유진은 아버지의 말에 입을 꾹 닫은 채 베란다에서 빗자루를 들고 와 깨진 도자기를 깨끗이 청소하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엄마 아빠, 먼저 데려다주고 와서 다시 설명해드릴게요.”정명학은 강지찬을 힐끗 쳐다봤고 지찬은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시 찾아뵙죠.”문이 닫히고 나서야 유진은 길게 숨을 토해냈다.강지찬은 그런 유진을 빤히 지켜보면서 알면 알수록 더 흥미로운 여자라고 생각했다.잠깐 전의 독기 가득한 모습은 만약 한빈엄마가 끝까지 사과하지 않았다면 진짜로 꽃병으로 찔러버릴 기세였다.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고 한없이 약해 보이는 사람이라도 선을 넘는다면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었다.“뭘 봐요?”유진이 퉁명스럽게 물었다. 오늘 화장을 하지 않아 희고 깨끗한 얼굴에 약간의 위태로움마저 비쳤지만, 표정만은 여전히 단호했다.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강지찬이 먼저 들어갔고 도발하듯 유진을 쳐다보며 물었다.“들어오기 겁나요?”유진은 이렇게 된 마당에 뭐가 겁나냐고 생각했다. 전에 일들은 둘째치고 오늘 그의 등장은 참으로 시기적절했다. 그가 오지 않았다면 얼마나 더 한빈엄마에게 시달려야 했을지 몰랐다.그녀가 엘리베이터로 들어가자마자 강지찬이 확 그녀를 덮쳐 엘리베이터 벽으로 밀었다.유진의 턱을 살짝 잡은 채 흥미롭게 물어오는 지찬이였다.“아깐 좋았죠?”유진은 하마터면 자리에서 폭발할 뻔했다.“이거 놔요, 뭐 하는 거예요?”손가락으로 전해지는 부드럽고도 매끈한 촉감에 지찬은 그날 밤을 떠올리며 저도 모르게 손가락을 부드럽게 쓸었다. 목소리도 알게 모르게 살짝 갈라져 있었다.“아까 좋았냐고요, 대답해요.”“미쳤어요?” 한빈엄마가 사과한 일을 말하는 것인데 말투는 왜 둘 사이의 말 못 할 일을 얘기하는 듯 야릇하게 깔고 있는지 몰랐다.강지찬은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나만 따라오면, 계속 좋게 해줄게요.”“...” 유진은 뭐라 답하면 좋을지 몰랐다. 미친 것이 분명했다. 여색을 즐

    Last Updated : 2023-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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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853화

    정유진의 말을 들은 서원준은 의사더러 강지아에게 외부에 긁힌 상처만 치료해 달라고 한 후, 다른 의사를 보이지 않았다.낯선 해외 환경이라 의사 치료 방법이 강지아에게 적합하지 않을 수 있었다.집에 돌아온 후 강지아는 이내 잠이 들었지만 깊이 잠들지 못했는지 계속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그 모습을 본 서원준은 다시 차르에게 주먹을 날렸다.한편 차르는 풀이 죽은 채 맞아도 욕을 하지 않았고 미친 사람처럼 웃지도 않았다.그러다가 한참 후에야 서원준을 쳐다보더니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얼굴로 물었다.“내가 설마 우리 천사를 해쳤어?”그 말에 서원준은 또 한 번 그를 걷어찼다.“모른 척하지 마. 조금 전까지 미친놈처럼 날뛰더니 지금은 왜 갑자기 억울한 척하는 거야?”그러자 ‘차르’가 천천히 말했다.“진짜 내가 아니야. 난 지아를 해치지 않아.”“네가 아니면 누구야? 지아를 침대에 묶는 걸 내가 직접 봤어. 하마터면 지아에게 나쁜 짓을 할 뻔했다고! 이 짐승아!”서원준은 옷이 찢긴 채 절망적인 표정을 짓던 강지아를 떠올리면 이 자식을 한 손에 때려죽이고 싶었다.“나는...”지금 깊은 고민에 빠진 남자는 차르가 아니라 펀이다.펀은 자책하면서도 해명할 길이 없었다.펀이 누구를 좋아하기만 하면 차르가 와서 감정을 파괴했고 잔인한 수단으로 그의 애인과 친구를 갈라놓는 일이 여러 번 있었다.“믿지 않아도 상관없는데 진짜 내가 아니야.”죄책감을 느낀 펀도 서원준에게 용서를 빌며 애원하지 않았다.강지찬이 의사를 데리고 왔을 때 강지아는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주위 사람들도 그제야 펀에게 조현병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서원준은 펀을 풀어주기 전에 여러 번 물었다.“너 진짜 그 얼간이 펀 맞아? 짐승 같은 차르가 아니라?”“맹세할게. 나 진짜 펀이야.”서원준은 그제야 펀을 놓아줬다.풀이 죽은 펀은 잘생긴 얼굴마저 서원준에게 맞아 돼지머리처럼 퉁퉁 부었지만 화를 내지 않고 머리카락을 정리하더니 미안한 얼굴로 강지아를 바라보았다.“배고픈데 밥 있어?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852화

    강지아에게 일이 생긴 것을 온유한이 모르고 있자 최의현은 화가 치밀었다.“지찬이는 다섯 시간 전에 비행기를 타고 갔는데 넌 무슨 일이 있는지도 몰라? 서원준이 얘기하지 않았어? 그리고 아까 형수도 너에게 전화했는데 안 받는다고 하던데 혹시 문자한 건 못 봤어?”온유한이 핸드폰을 뒤적였다. 정유진과 카톡 친구가 되어있긴 하지만 여태껏 대화를 나눈 적이 없었다.“형수님, 문자 온 거 없는데...”여기까지 말한 그는 다시 통화기록을 뒤적였지만 정유진에게서 전화 온 기록이 없었다.서원준과 정유진의 전화 부재중 전화 모두 없었다.정유진이 거짓말을 했을 리는 없고… 그렇다면 가능성은 단 한 가지...온유한은 의심을 거두고 일단 전화기에 대고 물었다.“오후 내내 회의하느라 형수님 전화를 못 받았어. 지아는 지금 어때?”“방금 서원준에게 전화했더니 지아가 그냥 긁힌 것뿐이라는데 문제는 너무 놀라서 아직 정신을 못 차렸대.”최의현이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너도 알잖아. 어릴 때 어땠는지. 서원준의 말을 들어보니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아. 그러니까 너도 너무 걱정하지 마. 어차피 지찬이가 갔으니까 너는 다리가 불편하니 집에서 소식이나 기다려. 지찬이가 지아를 데려올 거야. 네가 지금 가도 어차피 늦었어.”온유한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알았어.”통화를 마칠 때까지 임유희는 가지 않았다.“강지아 씨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요?”온유한은 아무런 대답 없이 혼자 휠체어를 돌려 밖으로 나갔다.그의 싸늘한 얼굴에 임유희는 순간 멍해졌다.“온 선생님, 어디 가세요. 제가 밀어드릴게요.”온유한은 여전히 말을 하지 않았다.임유희는 그의 휠체어를 밀어 온혁진의 병실로 갔다.“온 선생님, 여긴... 어머니를 찾으러 가는 거예요? 어머니가 온 선생님의 휴대전화를 건드렸다고 의심하는 건가요?”온유한이 여전히 아무 말을 하지 않자 임유희도 온씨 가문 식구가 아니었기에 그저 한숨만 내쉬며 가만히 있었다.온혁진과 밥을 먹고 있던 최신애는 임유희가 온유한의 휠체어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851화

    이때 누군가가 방문을 세게 부딪쳐 열었지만 강지아는 그저 멍한 상태였다.이내 차르를 끌고나가더니 밖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불이 켜졌고 누군가 그녀의 몸에 이불을 덮어준 후 입에 붙은 테이프를 뜯었다.손발을 묶었던 끈도 풀렸다.귓가에서 누군가의 말소리가 들렸고 또 누군가는 그녀를 흔들고 있었지만 강지아는 그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들리지 않았다.동하민이 울며 외쳤다.“서 대표님, 우리 대표님, 왜 이래요?”서원준은 주먹으로 차르를 때려눕힌 뒤 차르의 몸에 올라타 죽을힘을 다해 때렸다.동하민의 말을 들은 서원준은 더 이상 차르에 신경을 쓰지 않고 달려와 강지아의 이마를 짚었다.“서 대표님, 대표님이 열이 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이마를 만지면 뭐라도 알 수 있나요?”“나도 의사가 아니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피가 줄줄 흐르는 강지아의 발목을 본 서원준은 화가 나 다시 차르를 발로 걷어찼다.“옷을 갈아입혀 주고 병원에 가보자.”서원준은 한마디만 한 뒤 차르를 끌고 밖으로 나가 계속 때렸다.차르는 아픈 느낌도 없는 듯 맞으면서도 계속 웃었다.“이 짐승 같은 자식, 지아가 너를 친구로 여기다니!”서원준은 이 자식을 죽이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웠다.그러자 차르가 웃으며 말했다.“하하, 이 자식에게 친구가 있었어. 이런 바보 멍청이에게 친구가 있다니.”“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서원준은 펀이 미친 척 바보인 척하고 있다고 생각했다.서원준은 로버트 가문이 현지에서 얼마나 대단한 가문인지 알고 있었기에 경찰에 신고해도 소용이 없는 것을 알고 신고하지 않았다.낮에 강지아가 펀에게 납치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경찰에 말했지만 이곳 경찰은 그저 그를 비웃기만 하고 가버렸다.서원준은 경호원더러 줄을 구해오라고 해서 펀을 묶어놓고는 동하민더러 일단 강지아를 데리고 병원에 가라고 했다.태안 병원.회의가 끝난 후 사무실로 간 온유한은 휴대전화를 봤지만 강지아에게서 부재중 전화도, 메시지도 오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그가 보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850화

    차르가 드디어 미쳤다.강지아를 죽일 목적으로 그녀의 목을 있는 힘껏 졸랐다.숨이 턱턱 막히는 것이 느껴진 강지아는 목이 따갑고 너무 아파 눈을 휘둥그레 뜬 채 눈물만 줄줄 흘렸다.파묻혔던 기억들이 다시 되살아났지만 지금 그녀는 소리조차 지를 수 없었다.이제 곧 죽는다고 생각했을 때 그녀의 목을 잡고 있던 손이 풀렸다.강지아는 다시 물고기가 다시 물속으로 돌아와 살아난 것처럼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하지만 차르는 그녀를 이대로 내버려 둘 생각이 없었다.스스로를 때리며 강지아 앞에서 기괴한 모습을 보였다.그의 왼손이 강지아에게 닿지 못하도록 오른손을 잡고 있었고 얼굴 표정도 변덕스러웠다.“차르, 건드리지 마!”“어머, 이 여자는 역시 네게 특별하네.”“차르, 제발 이러지 말고 돌아가.”“왜 내가 돌아가야 하는데? 사라져야 할 사람은 너야! 이 바보야, 네 연약함과 무능함이 나를 만든 거잖아. 그런데 나더러 돌아가라고? 펀, 순진한 생각은 집어치워.”“넌 존재하지 말았어야 했어. 차르, 이 세상에 네가 머물 곳은 없어.”“닥쳐! 너야말로 죽어야 해! 너는 쓸모없는 인간이고 너의 존재는 로버트 가문의 수치야!”...강지아는 놀란 얼굴로 눈앞의 사람이 차르와 펀으로 변하는 모습을 지켜봤다.집안의 빛이 어두워 잘 보이지 않아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너무 놀라 기절했을 것이다.펀과 차르가 이 몸에 대한 통제권을 놓고 다투고 있었고 결국 착한 펀이 졌다.차르가 강지아의 치마를 낚아채자 ‘슥’하는 소리와 함께 강지아는 배가 시린 것 같았다. 하지만 이내 차르가 다시 그녀의 치맛자락을 잡았다.겁에 질린 강지아는 아래층에 귀를 기울일 틈도 없이 그저 서원준이 자신을 발견해주길 빌었다.또다시 ‘슥’하는 소리와 함께 치맛자락이 또 뜯겨 나갔다.이 순간 차르가 그녀를 꽁꽁 묶은 것이 어쩌면 다행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옷이 전부 찢겼을 것이다.“봤어?”차르가 또 다가와서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 바보 멍청이가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849화

    위층에 있는 강지아는 그저 희미한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아래층에서 나는 소리가 서원준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았지만 서원준은 위층으로 올라오지 않았다.강지아가 아무리 소리쳐도 입 밖으로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날이 점점 어두워졌고 방안에 불을 켜지 않아 차르의 얼굴이 흐릿하게 보였다.눈앞이 어두워 다른 감각들이 더욱 예민해졌다.차르가 쓰는 향수는 펀과 달리 좀 더 차갑고 음산한 느낌을 줬다. 왠지 차르의 성격과 잘 어울린다는 것 같았다.어둠 속에서 강지아를 노려보고 있는 차르는 마치 숨어서 기회를 노리는 악마 같았다.강지아는 필사적으로 눈을 부릅떴지만 호흡이 점점 가빠지고 거칠어지기 시작했다.사실 강지아는 꽤 오랫동안 어둠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물론 집에 있는 바닥 등이나 벽 등은 날이 어두워지면 바로 켜졌기에 어둠을 두려워할 틈이 없었다.잊혀진 낯선 공포가 엄습해 오자 강지아는 필사적으로 발버둥을 치기 시작했다.끈에 묶인 손목과 발목이 아픈 줄도 모른 채 미친 듯이 벗어나려 했다.차르는 마치 한 편의 연극을 보듯 그녀의 몸부림 치는 모습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강지아가 조금 전과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마음이 약해진 기색이라곤 전혀 없었다.“너도 정상은 아니었네.”차르가 몸을 굽혀 강지아의 귀에 대고 유혹하듯 말했다.“우리는 모두 미치광이여서 사람들의 눈에는 비정상적인 존재로 보여. 우리야말로 같은 사람들이네.”강지아는 미친 듯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두려움에 떨었다.그녀는 미치광이도 아니고 바보도 아니다!그녀는 강지아이다!이 사람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일까?이내 강지아는 차르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 수 있었다.차르는 차가운 손으로 그녀의 발을 만지더니 천천히 위로 올라갔다.“그 멍청이가 너를 좋아해. 그런데 내가 그 자식보다 먼저 너를 얻으면 어떻게 될까?”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강지아는 더 심하게 몸부림을 쳤다.공기 속에서 피비린내가 났고 이내 그녀의 발목에서 피가 났다.하지만 이 피 냄새는 차르를 더욱 자극했다.발목이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848화

    강지아는 이내 깨어났지만 밖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깨어나 보니 서원준이 살던 방 침대에 묶여 있었다.사람을 부르고 싶었지만 입에 테이프가 붙여져 있어 꼼짝도 할 수 없었다.아래층에서 인기척이 들리는 것을 보니 동하민이 그녀를 미친 듯이 찾고 있는 것 같았다.두어 번 끙끙 소리를 냈을 때 위쪽에 한 얼굴이 나타났다.펀!펀이다!펀을 노려보던 강지아는 눈앞의 펀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녀를 보는 펀의 눈빛은 한없이 낯설었고 광기와 잔인함이 배어 있었다.어제 식사를 할 때까지도 열정적이고 쾌활하던 펀은 영락없는 중2의 사춘기 학생 같은 모습이었다.분명 같은 사람인데 갑자기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펀에게 여동생만 있다는 것을 몰랐다면 강지아는 눈앞에 있는 사람이 펀의 쌍둥이 형제일지도 모른다고 의심했을 것이다.펀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무슨 일이냐고 눈짓을 하자 펀이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졌다.온도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펀의 손은 얼음장같이 차가워 강지아는 두피가 저릴 것 같았다.“이상하지 않아?”펀이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내가 아닌 것 같아?”강지아는 어리둥절했다.무슨 뜻이지, 설마 이 사람이 펀이 아니란 말인가?“당연히 아니지. 내가 그런 바보 멍청이일 수 없잖아!”강지아의 부드러운 뺨을 가볍게 어루만지는 펀은 눈빛이 점점 더 미쳐가고 있었다.“겨우 그 자식을 물리쳤더니 나에게 이런 서프라이즈까지 남겼네.”강지아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 사람이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지?펀을 물리쳤다는 게 무슨 뜻이지?이 사람은 분명 펀이다. 세상에 아무리 똑같이 생긴 사람이 있다고 해서 얼굴과 손에 있는 점의 위치까지 똑같을 수는 없지 않은가?“못 알아들었어?”펀은 강지아를 어루만지던 손을 거두더니 어깨를 으쓱했다.“나는 그 바보 멍청이의 두 번째 인격이야. 이렇게 말하면 알아듣겠어?”강지아는 어이가 없었다.“내 이름은 차르 로버트야.”강지아는 기가 막힌 눈으로 펀을, 아니 지금 이 사람 차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847화

    며칠을 지내면서 서원준은 펀이 그의 경쟁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어리바리한 펀을 경계하기보다 온유한의 동향을 살피는 게 낫다고 생각해 안심하고 귀국하려고 했다.강지아에게 데려다 달라고 하지 않고 직접 택시를 불렀다.“귀국 날짜가 정해지면 알려줘. 그때 이 오빠가 데리러 갈게.”습관적으로 강지아의 얼굴을 살짝 주무른 다음 쿨하게 나가던 서원준은 밖에 나가자마자 펀과 만났다.펀은 오늘 드디어 식상한 꽃다발을 들지 않고 빈손으로 왔다.“요리사는 내가 귀국해서 찾아볼게. 돈만 충분하면 얼마든지 만족할만한 요리사를 찾을 수 있을 거야.”서원준이 펀의 어깨를 툭 치자 굳은 얼굴로 그를 바라보는 펀은 눈동자가 왠지 음산해 보였다.“왜 그래. 친구? 무슨 일 있어?”서원준은 수다를 떨 시간이 없었기에 손목시계를 한 번 들여다본 뒤 펀의 어깨를 툭툭 치며 한마디 했다.“비행기 시간이 다 되어서 쓸데없는 말은 하지 않을게. 하지만 명심해. 지아 괴롭히지 마. 너희 둘은 안 돼. 그러니 괜히 고생을 사서 하지 마. 난 이만 갈게.”말을 마친 서원준은 캐리어를 끌고 차에 올랐다.조금 전 서원준이 손으로 건드렸던 자신의 어깨를 힐끗 쳐다본 펀의 눈동자에 차가운 기운이 스쳤다.서원준의 핸드폰을 들고 쫓아 나온 동하민이 펀을 보고 인사를 건넸다.“로버트, 또 왔어요? 그런데 오늘은 벌써 식사시간이 지났는데.”펀은 동하민의 말을 아랑곳하지 않고 안으로 들어갔다.동하민은 어깨를 한 번 으쓱한 후 얼른 서원준을 쫓아갔지만 서원준이 탄 차는 이미 저 멀리 가버려 차 꽁무니만 희미하게 보였다. 동하민은 쏜살같이 뒤쫓아갔다.최신애가 보낸 사진을 본 강지아는 한마디 답장을 했다.[사진 잘 찍었네요.]이제 아주머니라고 부르기도 귀찮았다.[그동안 유한이와 유한이 아버지가 동시에 입원해서 내가 전혀 돌볼 겨를이 없었어. 그러니 누가 유한이를 돌봤겠어?]강지아는 참지 못하고 또 한 장의 사진을 클릭했다.사진 속 두 사람은 시선을 마주 보고 있었고 입술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846화

    온혁진은 거의 회복되었지만 의사는 계속 입원해서 관찰하라고 했다.“요즘 유한이가 고생을 많이 해. 공장에도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내가 어떻게 쉴 수만 있겠어?”온혁진은 최신애에게 옷을 가져다 달라고 하며 계속 말했다.“K그룹에서 송금을 했는데 공장 쪽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다 보니 요즘 다들 뒤에서 쉬쉬하고 있어.”최신애가 코웃음을 쳤다.“왜 송금했대요? 강지찬이 우리와 인연을 끊으려는 줄 알았는데.”온혁진은 그 말이 탐탁지 않았다.“그 입 좀 다물어. 그런 말, 유한이 앞에서 하지 마. 마음이 편치 않을 거야.”이때 보온 통을 들고 병실 문 앞에 서 있던 임유희가 병실 문을 두드리더니 웃으며 말했다.“아버님, 퇴원하시는 건가요?”“어머, 유희 왔니? 얼른 들어와서 이 늙은이 좀 말려봐. 의사 말 안 듣고 계속 퇴원하겠다고 하잖아.”임유희가 웃으며 말했다.“아버님, 당분간은 그냥 푹 쉬세요. 건강이 제일 중요해요.”“맞아. 맞아. 유희 말이 맞아.”최신애는 이렇게 말하며 꺼낸 양복을 다시 옷장에 걸어놓고는 임유희의 손을 잡아당기며 한마디 했다.“오늘 또 요리를 한 거야? 너도 참, 이렇게 추운 날 매일 병원에 왔다 갔다 하느라 고생이 많아.”임유희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고생은요.”보온 통을 가져가려던 최신애는 다시 임유희의 손에 보온 통을 쥐여주며 말했다“유한이에게 갖다 줘, 오늘 집에서도 국을 끓였으니까 너는 거기 가서 유한이와 같이 먹어.”최신애를 힐끗 쳐다본 온혁진은 무슨 말을 하려 했지만 결국에는 입을 열지 않았다.“그런데...”임유희는 조금 망설였다.“온 선생님이 저를 보고 싶어 하지 않아요. 그리고 이 국은 아버님께 드리려고 끓인 겁니다.”“누구에게 주기 위해 끓였든 다 똑같아.”최신애는 임유희를 한쪽으로 끌어당기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유한이에게 마음이 있는 거 알아. 그러니 열심히 노력해 봐. 내가 응원할게.”한편 온유한은 재활실에서 혼자 재활 운동을 하고 있었다. 재활 운동을 돕는 의사는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845화

    “법원의 심판을 기다리라니, 그냥 돈을 물어내고 해고할 줄 알았는데... 유 사장도 이제 끝이네요.”“젊은 사람이 점잖아 보였는데 수단은 온 원장보다 훨씬 더 독하네요.”“요 며칠 사이 새로운 규정이 꽤 많이 나왔어요. 리베이트를 받는 사람들이 좀 잠잠해질 것 같네요. 진작 이랬어야 했는데.”큰 정리정돈을 마친 후, 온유한은 한껏 진지해진 얼굴로 병원에 돌아갔다.요 며칠 움직이지 않은 덕분에 다리가 많이 좋아져 재활 운동을 계속해도 되었다.병원의 재활 운동실에서 전문 의사가 기다리고 있었다.재활 운동을 마친 온유한은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오늘 식사는 온씨 가문의 하인이 배달해 왔고 샤워를 마친 온유한은 온혁진의 병실로 갔다.병실에서 임유희와 최신애가 온혁진과 함께 식사를 하며 웃고 떠드는 모습은 아주 화기애애해 보였다.“공장 일은 해결했어요. 유 사장은 경찰에서 데려갔고요.”온유한의 말에 온혁진이 한숨을 내쉬었다.“이렇게 오랫동안 우리와 협력해온 사람이 왜 마지막 한 번을 참지 못하고...”최신애가 말했다.“유한이에게 맡겨서 그나마 다행이에요. 당신이었다면 절대 이렇게 손을 대지 못했겠죠. 아마 옛정을 봐서 가만히 있었을 거예요. 그 사람들이 나쁜 짓을 할 때, 당신을 생각했더라면 절대 이렇게까지 하지 못했어요. 그러니 자업자득인 거예요.”온유한의 결혼과 관련된 일만 아니면 최신애는 그나마 사리 분별을 잘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고개를 돌려 임유희를 본 최신애는 또다시 본인 욕심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밥 먹었어? 오늘 국이 괜찮은 것 같으니 와서 더 먹어.”말을 마친 최신애는 임유희에게 한마디 더 했다.“유희야, 유한이 국 한 그릇만 부탁할게.”온유한은 바로 거절했다.“배불러서 안 먹을래요.”최신애가 물었다.“국물 마셨어?”“마셨어요.”“맛있지?”“맛있어요.”“이거 유희가 직접 끓인 국이야.”온유한이 아무 말을 하지 않자 최신애가 웃으며 말했다.“유희가 예전에는 음식에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았는데 요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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