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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Author: 가하
last update Last Updated: 2023-12-13 18:11:45
강지찬을 보자 한빈의 엄마와 소희 모두 입을 뗄 수가 없었다.

한빈 엄마는 전형적인 강약약강으로 눈앞의 강지찬을 보자 너무 놀라 종아리에 쥐가 나버렸다.

소희가 그녀를 부축하더니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

“강 대표님, 유진이 찾으러 오신 거죠? 대화 나누세요. 저희는 먼저 가볼게요.”

둘은 조금 전의 기세의 반도 못 편 채 강지찬의 눈도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다.

복도가 좁아 강지찬의 긴 다리로 반을 차지하자 한빈의 엄마와 소희는 벽에 바싹 붙은 채로 슬금슬금 밖으로 나가려 했다.

그러자 유진이 남은 반쪽 꽃병을 들고 따라왔다.

“거기서, 가지 마. 사과부터 해!”

그녀는 차가운 눈으로 한빈의 엄마를 바라보며 말했다.

“오늘 반드시 우리 엄마 아빠한테 사과해야 해, 그전엔 아무도 나갈 생각 하지 마!”

한빈의 회사가 규모를 넓히기 시작한 뒤로 그 집 어미는 유진이네 집안을 업신여겼다. 유진의 부모님에게 말할 때도 항상 고고한 태도로 뭐라도 되는 양 굴었었다.

전에는 유진이네 가족도 일일이 대꾸하기 싫어했다. 두 집안이 알게 된 지도 몇 년인데 서로 어떤 사람들인지는 뻔히 다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빈의 엄마가 그녀를 모욕하는 것도 모자라 집까지 찾아와 자신의 부모까지 모욕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 일은 절대로 용서할 수 없었다.

“너 이...” 당장이라도 욕을 뱉으려던 한빈의 엄마는 곁눈질로 강지찬을 힐끗 보고는 ‘천박한 년’이라는 뒷말을 그대로 삼켜버렸다.

반나절 만에 한빈의 파트너들 모두 연락이 닿지 않았고 투자비 회수는 물론 연락을 끊어버린 사람들도 있었다.

한빈이 힘들게 모아온 인맥과 자원들이 강지찬에게 척을 졌다는 이유만으로 물거품이 된 것이다.

그들 가족도 강지찬을 찾아가 난동을 부리지는 못하겠으니 어쩔 수 없이 모든 화를 유진이 가족에게 풀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강지찬의 등장은 예상도 못 했었다. 안 봐도 유진이 도와달라고 불렀을 게 뻔했다.

이 천박한 년, 역시 강지찬과 붙어먹은 게 확실했다.

강지찬은 재밌는 구경을 끝냈다는 듯 천천히 입을 열었다.

“못 들었어요?”

그 말에 두 여인은 화들짝 놀라 몸을 덜덜 떨었다.

이미 강지찬이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는 알고 있었기에 그 앞에서까지 함부로 하지는 못했다.

“유진아...” 소희가 황급히 사과했다. “미, 미안해, 나랑 이모가...”

정유진이 냉랭하게 말을 끊었다.

“나한테 사과하지 말고 우리 엄마 아빠한테 사과해!”

옆에서 강지찬도 고개를 끄덕였다.

유진은 손을 내리지 않은 채 꽃병을 든 작은 손에 힘이 들어가며 손가락 마디가 새하얗게 질렸다. 그 모습마저 살짝 야해 보였다.

소희와 한빈엄마가 멈춘 것을 보고는 강지찬이 헛기침을 했다.

“뭘 기다리는 거예요?”

목소리에는 짙은 불쾌함이 녹아있었다. 온 서울 사람들이 강지찬이 한 성깔 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을 것이다.

소희는 황급히 정명학과 이명자를 향해 허리를 숙이고 사과했다.

“아저씨, 아주머니 죄송해요. 제가 뭣도 모르고 헛소리만 해대서, 한 번만 용서해주세요.”

아직 자존심을 내려놓지 못한 한빈의 엄마에 소희가 바짝 붙어 말했다.

“한빈이를 생각해서라도...”

한빈의 엄마는 이를 꽉 깨물고 제 살점이 뜯겨나가듯 고통스러운 표정을 하고는 말했다. “오늘은 제가 너무 했네요...”

유진은 또 차갑게 말을 끊었다.

“그걸 듣고 싶은 게 아니에요. 똑바로 사과하세요.”

한빈엄마는 큰 결심을 한 듯 말을 내뱉었다.

“미안합니다! 이제 됐지?”

집안은 쥐죽은 듯 고요했고 한빈엄마가 씨익씨익 큰 숨을 몰아쉬는 소리만 울렸다.

한평생 제 잘난 멋에 살더니 오늘에야 비로소 큰코다친 것이었다.

“앞으로 한 번만 내 엄마 아빠를 찾아와서 괴롭히기라도 하면...”

유진은 한빈엄마와 유진을 노려보며 독기 가득하게 말했다.

“내 목숨을 걸고 가만 안 둘 거에요!”

두 여인은 머리털이 쭈뼛 섰다. 자신들이 알고 있던 아무 대꾸도 못 하던 정유진과 같은 사람이 맞는지 의심했다.

입구에서 구경하고 있던 사람들도 모두 놀랐는지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

정유진은 겨우 팔을 내렸고 이웃집 아주머니는 유진이가 다칠까 봐 얼른 꽃병을 낚아챘다.

강지찬은 눈썹을 찡긋거리더니 드디어 다리를 비켜주며 말했다.

“돌아가서 한빈 씨한테 얘기하세요...” 정유진을 보면서 말했지만, 소희와 한빈의 엄마를 향한 말이었다.

“... 아직 끝난 게 아니라고.”

둘은 이 말에 가슴이 철렁한 채 황급히 자리를 빠져나갔다.

“유진아 이분은...”

정명학은 의문스러웠지만, 마음속으로는 강지찬이 누군지 확신이 들었기에 표정이 저도 모르게 엄숙해졌다.

이명자는 감정을 추스르고 자신의 딸을 안쓰럽다는 듯 바라봤다.

아무도 강지찬에게 인사를 건네지 않은 채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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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st Updated : 2023-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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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록수 사업을 따내기 위해 정유진은 고객의 수요에 따가 세 가지 방안을 내놓았다.조예원은 방안을 확인한 뒤, 자신감에 차서 말했다.“네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너 없었으면 이렇게 큰 계약은 건드릴 엄두도 못내고 남들한테 넘어가는 걸 보고만 있었겠지. 상상만하는데도 끔찍해!”“너랑 수다 떨 시간 없어. 나 나가봐야 해.”정유진이 시간을 확인하며 말했다.“어디 가?”“반지 돌려주러.”조예원은 그녀의 팔목을 잡고 말했다.“나랑 같이 가.”싸우러 가는 것도 아닌데 정유진은 괜찮다고 말하려 했지만 이미 조예원은 외출 준비를 하고 있었다.“가자. 그 나쁜 자식 회사에 가는 거지? 키키도 데려갈까?”정유진은 못 말린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나 싸우러 가는 거 아니야.”스튜디오 사람들에게는 그들이 헤어진 자세한 내막을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한빈의 회사는 번화가의 가장 비싼 건물에 위치해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내린 정유진과 조예원은 당황함을 금치 못했다.깨끗하게 정리가 되어 있던 로비에 서류와 쓰레기가 쌓여 있고 안내데스크와 경비실 직원들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조예원은 정유진에게 안으로 들어가 보자고 눈짓했다.안으로 들어가는데 한빈과 소희가 다투는 소리가 들려왔다.“뭐야? 건물이 텅텅 비었잖아?”조예원은 목소리를 낮추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그 자식 완전히 망했나 본데? 그런데 어쩌다가 이렇게 빨리….”놀란 건 정유진도 마찬가지였다. 그 일이 있은 뒤로 며칠이나 지났다고.강지찬이 이 정도로 빨리 움직일 줄은 그녀의 예상밖이었다.직원을 몇백 명이나 두고 있던 회사가 하루아침에 폐허가 되다니.사무실은 텅 비어 있고 쓰레기만 잔뜩 쌓여 있었다.한빈은 도대체 뭘 한 거지?그가 예전에 했던 말은 신빙성이 없었다. 강지찬 같은 인물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한 회사를 멸망으로 몰아가지는 않았을 테고 그녀가 모르는 비밀이 있는 것 같았다.물론 정유진은 그 이유 따위는 궁금하지 않았다. 반지만 돌려주면 그와의 인연은 여기서 끝이었다

    Last Updated : 2023-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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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857화

    강지아는 곧 국내 다른 지역으로 출장을 갔다.그녀의 인스타를 보고서야 비행기에 탔다는 것을 안 서원준은 입을 삐죽거리며 ‘양심 없는 녀석’이라고 욕을 했다.인스타를 끄려고 할 때 강지아가 올린 글을 보고 멍해졌다.[비행기에 타니까 그래도 마음이 편안해지네.]무슨 뜻이지?서원준은 그 문구에 눈을 가늘게 떴다.귀국 후 그는 강지아를 만난 적이 없다. 남자 친구가 있는 사람이고 또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서 매우 바빴다.그동안 강지아는 온유한과 함께 있었을 것이다.그런데 진짜로 그들 사이에 금이 갔단 말인가?강지아의 스토리를 본 온유한은 무의식적으로 강지아의 이 문구가 그와 함께 있었을 때의 답답함을 표현했을 거라고 생각했다.얼마 전까지는 주유정이었다가 이번에는 임유희, 강지아도 당연히 피곤했을 것이다.관자놀이를 만지작거린 온유한은 본인도 이런 상황이 힘들다고 생각했다.그 후 20일 동안, 강지아와 온유한이 페이스 톡한 횟수는 10번을 넘기지 않았다. 매일 페이스 톡을 하던 두 사람이었지만 요 며칠 타이밍이 맞지 않은 듯했다.가끔은 온유한이 받기 불편한 상황이었거나 또 어떤 때는 강지아가 바빠 받지 못한 적도 있었다.예전에 매일 하던 자기 전 통화도 채팅으로 바뀌었다.내용은 대부분 ‘오늘은 피곤해서 먼저 잘게’ 등이었다.그러면 온 유한도 ‘잘자’라고 단답형으로 대답했다.어느 날 한밤중에 강지아가 느닷없이 한마디 보냈다.[보고 싶어.]온유한이 막 답장하려 할 때 강지아가 보낸 메시지를 삭제했다.온미정의 결혼식은 남쪽 지방에서 성대하게 차려졌다.연우는 겨울방학을 맞아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와 같이 미리 이곳에 와서 지냈고 강지아는 이틀 전에 도착해 연우와 같이 놀았다.결혼식 날 강씨 가문 식구들이 모두 참석했고 정유진도 강지찬의 팔짱을 끼고 참석해 온미정의 체면을 세워줬다.온미정이 이렇게 행복해하는 모습을 정유진은 처음 봤다.이들은 로맨틱한 서양식으로 결혼식을 했다. 온미정은 한평생 웨딩드레스를 입을 거라고 생각도 못 했다.“예전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856화

    온유한이 재활 운동을 할 때 강지아는 창문 너머로 디자인을 보고 있었다. 또 출장 준비를 해야 했고 아마 온미정과 백무영이 결혼할 때가 되어야 돌아올 예정이었다.몇 바퀴 걷자 다리에 힘이 빠진 온유한을 본 재활 선생님은 그더러 쉬라고 했다.물까지 다 마셨지만 강지아는 온유한이 쉬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강지아는 헤드셋을 끼고 스튜디오 디자이너와 영상 회의에 집중하고 있었다.휠체어에 앉아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던 온유한은 천진난만하던 소녀가 어느새 성숙하고 예뻐진 것을 발견했다.이렇게 눈부실 정도로 예쁘니까 외국의 재벌 귀족들의 관심을 끌었나 보다.하지만 온유한은 강지아가 본인의 여자임을 당연하게 여겼다.어느 정도 프로젝트 논의를 마친 뒤 옆에 있던 커피잔을 들고 한 모금 마시려던 강지아는 커피가 없는 것을 보고 영상 통화 중인 디자이너에게 한마디 했다.“두 사람 중 누가 나와 함께 갈지는 두 분이 결정하고 한 사람은 작업실에 남아 주세요.”이때 누군가 물 한 병을 건네주자 강지아는 무의식적으로 인사했다.“감사합니다.”그 말에 온유한은 가만히 있었다.강지아는 화상 카메라에 비친 온유한을 보고 나서야 물을 건넨 사람이 그임을 발견하고는 고개를 돌려 웃으며 물었다.“끝났어?”“아직. 잠깐 휴식 중이야.”“그래. 나도 마침 좀 더 할 게 남았으니까 끝나고 나서 같이 밥 먹자.”“그래.”강지아는 계속해서 부하직원들과 프로젝트를 논의했고 온유한은 그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기 위해 손을 뻗었지만 왠지 타이밍이 아닌 것 같아 손을 내렸다.점심에 강지아가 호텔 음식을 배달해 막 차려 놓았을 때 최신애가 온씨 가문 하인과 함께 점심 식사를 가져왔다.강지아가 주문한 요리는 여섯 가지로 아주 푸짐했다.최신애는 보온 통을 온유한 앞에 놓더니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다리가 아직 안 나아서 의사가 영양가 있는 음식을 위주로 먹으라고 했어. 기름진 음식은 피하고.”강지아가 고개를 숙인 채 밥을 먹으며 최신애에게 인사를 하지 않자 테이블 위의 음식을 훑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855화

    강지찬의 요청으로 최의현, 한규진, 온유한이 모여 서원준에게 식사를 대접했다.이 자리에서 강지찬은 서원준에게 보름 동안 강지아를 돌봐준 것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테이블에 앉은 사람 중, 서원준과 강지찬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어색해했다.특히 온유한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강지찬의 이런 행동은 일부러 온유한을 난처하게 하려는 것이었다.“강 대표님, 저와 지아는 친구예요. 지아에게 일이 생겼는데 당연히 가만히 있을 수 없죠.”이 말은 그야말로 온유한에게 하는 말이나 다름없었다.온유한이 전화를 받으러 나가자 최의현이 혀를 내둘렀다.“지찬아, 너 정말...”“내가 뭐? 이미 충분히 체면을 세워준 거야.”오랜 친구였기에 그나마 참은 것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강지찬은 진작 온유한에게 주먹을 날렸을 것이다.강지찬이 경은우와 잠깐 얘기하는 사이 서원준도 핑계를 대고 밖으로 나갔다.이때 온유한이 마침 전화를 끊고 들어오려 하고 있었다. 다리가 완전히 낫지 않아 지팡이를 짚고 있었지만 기질은 여전했다.“내가 지아를 발견했을 때 어떤 모습이었는지 알아요?”서원준이 담배에 불을 붙이며 묻자 온유한의 눈빛이 잔뜩 어두워졌다.그는 혹시라도 강지아가 다른 생각을 할까 봐 그날 일을 자세히 묻지 않았다.“얘기해 봐요.”서원준은 담배를 한 모금 빨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온몸은 침대에 꽉 묶여 있었고 입에는 테이프가 붙여져 있었어요. 눈만 부릅뜬 채 가만히 있는 모습은 진짜로 죽은 사람 같았고요. 절망적이고 고통스러운 표정은 지금도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그때 무슨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분명 온 선생님을 생각하고 있었을 거예요.”온유한은 누군가 바늘로 가슴을 찌르는 것 같았다.서원준은 고개를 돌려 그를 힐끗 보더니 코웃음을 쳤다.“지아의 휴대전화에서 무엇을 봤는지 알아요?”“뭔데요?”서원준은 비아냥거리며 말했다.“온 선생님과 임유희 씨의 사진이요. 두 사람이 바닥에 누워서 당장이라도 키스할 것처럼 가까이 있었어요. 어찌나 애틋하던지.”온유한은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854화

    온유한은 강지아가 본인에 대한 감정이 옅어진 것을 발견했다.유한 오빠는커녕 온 선생님이라고도 잘 안 부르고 있다.“오늘 뭐 해?”온유한은 흰 가운을 입고 있었지만 다리가 낫지 않아 수술실에 들어가지 못하고 진료만 했다.“다친 데는 아직도 아파?”“괜찮아.”강지아가 단답형으로 대답했다.환자가 별로 없었기에 온유한도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한편 그의 진료실 문 앞에 있던 임유희는 그가 전화하는 것을 보고 진료실로 들어오지 않았다.온유한이 사무실 문 앞을 힐끗 보자 강지아는 바로 알아챘다.“일 봐. 이만 끊을게.”온유한이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강지아가 전화를 끊었다.옆에서 가만히 있던 서원준은 그제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두 사람 사이 곧 끝장 날 것 같은데 그럼 나에게 기회가 생기는 거 아니야?”핸드폰을 옆으로 내려놓은 강지아는 소파에 앉더니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다.요 며칠 펀은 강지아의 앞에 나타나지 않았고 대신 희귀한 사파이어 보석 하나만 보내왔다.그렇게 두 사람은 더 이상 연락하지 않았다.강지아도 별 반응이 없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른다.매일 그녀의 곁을 따라다니며 일을 하고 생활하는 것을 지켜본 서원준은 왠지 뭔가 이상한 것 같았다.얼마 후, 강지아와 서원준은 마침내 서울로 돌아왔다.주변 모든 사람들에게 선물을 주었고 온유한 것도 당연히 있었으며 심지어 정유진의 뱃속에 있는 아기 선물도 있었다.서울로 돌아온 강지아는 다시 예전의 그녀로 돌아온 것 같았다.“온 선생님?”재활 운동 중이던 온유한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이내 문에 기대 빙그레 웃는 강지아를 발견했다.“왔어?”온유한의 눈빛이 반짝반짝 빛났다.달려간 강지아는 옆에 재활 선생님이 있는 것도 상관하지 않고 온유한의 목을 껴안으며 키스를 했다.두 사람의 입술이 떨어졌을 때 재활 선생님은 이미 옆에 없었다.“돌아온다고 미리 말하지 그래? 그럼 공항으로 마중 나갔을 텐데.”이제 설 수 있는 온유한은 강지아의 목에 얼굴을 파묻고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853화

    정유진의 말을 들은 서원준은 의사더러 강지아에게 외부에 긁힌 상처만 치료해 달라고 한 후, 다른 의사를 보이지 않았다.낯선 해외 환경이라 의사 치료 방법이 강지아에게 적합하지 않을 수 있었다.집에 돌아온 후 강지아는 이내 잠이 들었지만 깊이 잠들지 못했는지 계속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그 모습을 본 서원준은 다시 차르에게 주먹을 날렸다.한편 차르는 풀이 죽은 채 맞아도 욕을 하지 않았고 미친 사람처럼 웃지도 않았다.그러다가 한참 후에야 서원준을 쳐다보더니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얼굴로 물었다.“내가 설마 우리 천사를 해쳤어?”그 말에 서원준은 또 한 번 그를 걷어찼다.“모른 척하지 마. 조금 전까지 미친놈처럼 날뛰더니 지금은 왜 갑자기 억울한 척하는 거야?”그러자 ‘차르’가 천천히 말했다.“진짜 내가 아니야. 난 지아를 해치지 않아.”“네가 아니면 누구야? 지아를 침대에 묶는 걸 내가 직접 봤어. 하마터면 지아에게 나쁜 짓을 할 뻔했다고! 이 짐승아!”서원준은 옷이 찢긴 채 절망적인 표정을 짓던 강지아를 떠올리면 이 자식을 한 손에 때려죽이고 싶었다.“나는...”지금 깊은 고민에 빠진 남자는 차르가 아니라 펀이다.펀은 자책하면서도 해명할 길이 없었다.펀이 누구를 좋아하기만 하면 차르가 와서 감정을 파괴했고 잔인한 수단으로 그의 애인과 친구를 갈라놓는 일이 여러 번 있었다.“믿지 않아도 상관없는데 진짜 내가 아니야.”죄책감을 느낀 펀도 서원준에게 용서를 빌며 애원하지 않았다.강지찬이 의사를 데리고 왔을 때 강지아는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주위 사람들도 그제야 펀에게 조현병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서원준은 펀을 풀어주기 전에 여러 번 물었다.“너 진짜 그 얼간이 펀 맞아? 짐승 같은 차르가 아니라?”“맹세할게. 나 진짜 펀이야.”서원준은 그제야 펀을 놓아줬다.풀이 죽은 펀은 잘생긴 얼굴마저 서원준에게 맞아 돼지머리처럼 퉁퉁 부었지만 화를 내지 않고 머리카락을 정리하더니 미안한 얼굴로 강지아를 바라보았다.“배고픈데 밥 있어?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852화

    강지아에게 일이 생긴 것을 온유한이 모르고 있자 최의현은 화가 치밀었다.“지찬이는 다섯 시간 전에 비행기를 타고 갔는데 넌 무슨 일이 있는지도 몰라? 서원준이 얘기하지 않았어? 그리고 아까 형수도 너에게 전화했는데 안 받는다고 하던데 혹시 문자한 건 못 봤어?”온유한이 핸드폰을 뒤적였다. 정유진과 카톡 친구가 되어있긴 하지만 여태껏 대화를 나눈 적이 없었다.“형수님, 문자 온 거 없는데...”여기까지 말한 그는 다시 통화기록을 뒤적였지만 정유진에게서 전화 온 기록이 없었다.서원준과 정유진의 전화 부재중 전화 모두 없었다.정유진이 거짓말을 했을 리는 없고… 그렇다면 가능성은 단 한 가지...온유한은 의심을 거두고 일단 전화기에 대고 물었다.“오후 내내 회의하느라 형수님 전화를 못 받았어. 지아는 지금 어때?”“방금 서원준에게 전화했더니 지아가 그냥 긁힌 것뿐이라는데 문제는 너무 놀라서 아직 정신을 못 차렸대.”최의현이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너도 알잖아. 어릴 때 어땠는지. 서원준의 말을 들어보니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아. 그러니까 너도 너무 걱정하지 마. 어차피 지찬이가 갔으니까 너는 다리가 불편하니 집에서 소식이나 기다려. 지찬이가 지아를 데려올 거야. 네가 지금 가도 어차피 늦었어.”온유한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알았어.”통화를 마칠 때까지 임유희는 가지 않았다.“강지아 씨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요?”온유한은 아무런 대답 없이 혼자 휠체어를 돌려 밖으로 나갔다.그의 싸늘한 얼굴에 임유희는 순간 멍해졌다.“온 선생님, 어디 가세요. 제가 밀어드릴게요.”온유한은 여전히 말을 하지 않았다.임유희는 그의 휠체어를 밀어 온혁진의 병실로 갔다.“온 선생님, 여긴... 어머니를 찾으러 가는 거예요? 어머니가 온 선생님의 휴대전화를 건드렸다고 의심하는 건가요?”온유한이 여전히 아무 말을 하지 않자 임유희도 온씨 가문 식구가 아니었기에 그저 한숨만 내쉬며 가만히 있었다.온혁진과 밥을 먹고 있던 최신애는 임유희가 온유한의 휠체어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851화

    이때 누군가가 방문을 세게 부딪쳐 열었지만 강지아는 그저 멍한 상태였다.이내 차르를 끌고나가더니 밖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불이 켜졌고 누군가 그녀의 몸에 이불을 덮어준 후 입에 붙은 테이프를 뜯었다.손발을 묶었던 끈도 풀렸다.귓가에서 누군가의 말소리가 들렸고 또 누군가는 그녀를 흔들고 있었지만 강지아는 그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들리지 않았다.동하민이 울며 외쳤다.“서 대표님, 우리 대표님, 왜 이래요?”서원준은 주먹으로 차르를 때려눕힌 뒤 차르의 몸에 올라타 죽을힘을 다해 때렸다.동하민의 말을 들은 서원준은 더 이상 차르에 신경을 쓰지 않고 달려와 강지아의 이마를 짚었다.“서 대표님, 대표님이 열이 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이마를 만지면 뭐라도 알 수 있나요?”“나도 의사가 아니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피가 줄줄 흐르는 강지아의 발목을 본 서원준은 화가 나 다시 차르를 발로 걷어찼다.“옷을 갈아입혀 주고 병원에 가보자.”서원준은 한마디만 한 뒤 차르를 끌고 밖으로 나가 계속 때렸다.차르는 아픈 느낌도 없는 듯 맞으면서도 계속 웃었다.“이 짐승 같은 자식, 지아가 너를 친구로 여기다니!”서원준은 이 자식을 죽이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웠다.그러자 차르가 웃으며 말했다.“하하, 이 자식에게 친구가 있었어. 이런 바보 멍청이에게 친구가 있다니.”“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서원준은 펀이 미친 척 바보인 척하고 있다고 생각했다.서원준은 로버트 가문이 현지에서 얼마나 대단한 가문인지 알고 있었기에 경찰에 신고해도 소용이 없는 것을 알고 신고하지 않았다.낮에 강지아가 펀에게 납치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경찰에 말했지만 이곳 경찰은 그저 그를 비웃기만 하고 가버렸다.서원준은 경호원더러 줄을 구해오라고 해서 펀을 묶어놓고는 동하민더러 일단 강지아를 데리고 병원에 가라고 했다.태안 병원.회의가 끝난 후 사무실로 간 온유한은 휴대전화를 봤지만 강지아에게서 부재중 전화도, 메시지도 오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그가 보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850화

    차르가 드디어 미쳤다.강지아를 죽일 목적으로 그녀의 목을 있는 힘껏 졸랐다.숨이 턱턱 막히는 것이 느껴진 강지아는 목이 따갑고 너무 아파 눈을 휘둥그레 뜬 채 눈물만 줄줄 흘렸다.파묻혔던 기억들이 다시 되살아났지만 지금 그녀는 소리조차 지를 수 없었다.이제 곧 죽는다고 생각했을 때 그녀의 목을 잡고 있던 손이 풀렸다.강지아는 다시 물고기가 다시 물속으로 돌아와 살아난 것처럼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하지만 차르는 그녀를 이대로 내버려 둘 생각이 없었다.스스로를 때리며 강지아 앞에서 기괴한 모습을 보였다.그의 왼손이 강지아에게 닿지 못하도록 오른손을 잡고 있었고 얼굴 표정도 변덕스러웠다.“차르, 건드리지 마!”“어머, 이 여자는 역시 네게 특별하네.”“차르, 제발 이러지 말고 돌아가.”“왜 내가 돌아가야 하는데? 사라져야 할 사람은 너야! 이 바보야, 네 연약함과 무능함이 나를 만든 거잖아. 그런데 나더러 돌아가라고? 펀, 순진한 생각은 집어치워.”“넌 존재하지 말았어야 했어. 차르, 이 세상에 네가 머물 곳은 없어.”“닥쳐! 너야말로 죽어야 해! 너는 쓸모없는 인간이고 너의 존재는 로버트 가문의 수치야!”...강지아는 놀란 얼굴로 눈앞의 사람이 차르와 펀으로 변하는 모습을 지켜봤다.집안의 빛이 어두워 잘 보이지 않아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너무 놀라 기절했을 것이다.펀과 차르가 이 몸에 대한 통제권을 놓고 다투고 있었고 결국 착한 펀이 졌다.차르가 강지아의 치마를 낚아채자 ‘슥’하는 소리와 함께 강지아는 배가 시린 것 같았다. 하지만 이내 차르가 다시 그녀의 치맛자락을 잡았다.겁에 질린 강지아는 아래층에 귀를 기울일 틈도 없이 그저 서원준이 자신을 발견해주길 빌었다.또다시 ‘슥’하는 소리와 함께 치맛자락이 또 뜯겨 나갔다.이 순간 차르가 그녀를 꽁꽁 묶은 것이 어쩌면 다행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옷이 전부 찢겼을 것이다.“봤어?”차르가 또 다가와서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 바보 멍청이가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849화

    위층에 있는 강지아는 그저 희미한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아래층에서 나는 소리가 서원준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았지만 서원준은 위층으로 올라오지 않았다.강지아가 아무리 소리쳐도 입 밖으로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날이 점점 어두워졌고 방안에 불을 켜지 않아 차르의 얼굴이 흐릿하게 보였다.눈앞이 어두워 다른 감각들이 더욱 예민해졌다.차르가 쓰는 향수는 펀과 달리 좀 더 차갑고 음산한 느낌을 줬다. 왠지 차르의 성격과 잘 어울린다는 것 같았다.어둠 속에서 강지아를 노려보고 있는 차르는 마치 숨어서 기회를 노리는 악마 같았다.강지아는 필사적으로 눈을 부릅떴지만 호흡이 점점 가빠지고 거칠어지기 시작했다.사실 강지아는 꽤 오랫동안 어둠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물론 집에 있는 바닥 등이나 벽 등은 날이 어두워지면 바로 켜졌기에 어둠을 두려워할 틈이 없었다.잊혀진 낯선 공포가 엄습해 오자 강지아는 필사적으로 발버둥을 치기 시작했다.끈에 묶인 손목과 발목이 아픈 줄도 모른 채 미친 듯이 벗어나려 했다.차르는 마치 한 편의 연극을 보듯 그녀의 몸부림 치는 모습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강지아가 조금 전과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마음이 약해진 기색이라곤 전혀 없었다.“너도 정상은 아니었네.”차르가 몸을 굽혀 강지아의 귀에 대고 유혹하듯 말했다.“우리는 모두 미치광이여서 사람들의 눈에는 비정상적인 존재로 보여. 우리야말로 같은 사람들이네.”강지아는 미친 듯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두려움에 떨었다.그녀는 미치광이도 아니고 바보도 아니다!그녀는 강지아이다!이 사람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일까?이내 강지아는 차르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 수 있었다.차르는 차가운 손으로 그녀의 발을 만지더니 천천히 위로 올라갔다.“그 멍청이가 너를 좋아해. 그런데 내가 그 자식보다 먼저 너를 얻으면 어떻게 될까?”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강지아는 더 심하게 몸부림을 쳤다.공기 속에서 피비린내가 났고 이내 그녀의 발목에서 피가 났다.하지만 이 피 냄새는 차르를 더욱 자극했다.발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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