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52화

작가: 가하
강지찬과의 더 큰 충돌을 피하고자 강지현이 먼저 자리를 떴다.

병실에 정유진만 남아있는 것을 보고 지찬이 물었다.

“왜 아직도 안 갔어요?”

지아는 이미 깊은 잠에 빠졌고 유진은 그녀의 손을 이불 안으로 밀어 넣은 뒤 병실을 나오고 나서야 대답했다.

“바로 갈 거예요.”

강지찬은 병실 문을 닫으며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그의 뜻은 유진을 내쫓으려는 게 아니었는데 말투가 퉁명스럽다 보니 누가 들어도 사람을 내쫓는 것 같아 보였다.

유진이 가방을 가지려 하자 갑자기 손목이 턱 잡혀버렸고 지찬은 큰 힘으로 유진을 품에 끌어안았다.

강지찬은 유진을 꽉 끌어안으며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

“가지 말아요.”

“이거 놔요!” 정유진은 머리털이 쭈뼛 서는 느낌에 온몸으로 저항했다.

마치 뭍에 올라온 활어처럼 무의식적으로 미친 듯 발버둥 쳤다.

“손대지 말아요! 이거 놔!”

상당히 격한 유진의 반응에 강지찬도 무언가 잘못됐음을 느끼고 그녀를 놓아줬다.

유진은 바로 그에게서 멀리 떨어졌고 호흡이 거칠어지며 가슴팍이 끊임없이 오르락내리락 거렸다.

강지찬은 결국 한발 뒤로 물러났다.

“뭔 짓을 하려는 게 아니라, 가지 말라고 한 거였어요. 뭘 그렇게 흥분하고 그래요?”

정유진은 여전히 살기등등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며 기가 차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강지찬이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난 그냥 지아가 깨어나서 또 소란을 피울까 봐 걱정돼서 그랬어요. 유진 씨도 봤잖아요, 지아가 당신만 알아보는 거. 나도 못 알아보는 데 말이에요.”

경계심 가득한 유진의 모습을 보며 강지찬이 뒤로 한 발 물러났다.

“약속할게요, 손대지 않기로.”

말을 하면서도 강지찬은 화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안는 게 뭐 어때서 그래요”

정유진도 지아가 걱정되기는 했지만 강지찬과 단둘이 마주 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지찬과 말도 섞고 싶지 않아 차라리 병실에 들어가 있기로 했다.

강지찬은 늑대를 경계하듯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유진을 멀뚱멀뚱 쳐다보며 어이가 없었다.

지아만 당신이 필요한 게 아니라, 나 강지찬
이 책을 계속 무료로 읽어보세요.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잠긴 챕터

관련 챕터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53화

    고등학교 1학년 시절 정유진은 확실히 키도 작고 뚱뚱했으며 못생기기까지 했다.하지만 강지찬의 말은 얄밉기 그지없었다.“내가 예쁘든 못생기든 뚱뚱하든 날씬하든 강 대표님이랑 상관 없을 텐데요?”강지찬이 그녀의 얼굴을 흘겨보며 대답했다.“왜 상관이 없죠? 지금 나랑 마주 보고 밥을 먹고 있는데, 그래도 지금 얼굴이 밥 넘기기엔 더 좋네요.”“...” 정유진은 더는 밥이 넘어가지 않았다.하지만 강지찬은 대화가 흥미진진한 듯 계속 말을 이었다.“전에 지아가 언니를 찾아오라 소리칠 때 둘이 전에 만난 적 있지 않을까 의심했었어요.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어디서 만났는지 기억이 안 나더라고요.”정유진은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전 만난 적이 없는데요.”강지찬같은 남자를 유진이 만난 적 있었다면 반드시 생각이 났을 텐데 말이다.강지찬이 그런 유진을 쳐다보며 대답했다.“당신은 날 만난 적 없겠죠. 그때 잠들어 있었으니까. 지아를 진정시키고 감사를 전하려고 찾아가니 이미 떠나고 없더라고요.”당시 하도 다급하게 움직였던 터라 지아를 산에서 업어내려 온 후 바로 탈진해 잠이 들었던 것이다.깨고 나서는 경찰 조사에 기록을 남기고 다급히 친구들과 집으로 돌아왔었다.그땐 아직 어려서 좋은 일을 하고도 나서지 않는 미풍양속을 따라 사건을 더 알아보지 않고 그대로 떠났었다.근데 이렇게 만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정유진은 밥이 제대로 넘어가지 않아 반 공기에 국만 홀짝이고는 배가 불렀다.식사를 마친 지 얼마 되지 않아 지아가 잠에서 깼고 강지찬은 서둘러 의사를 불러왔다.지아는 눈을 뜨고 유진을 바라보더니 희미하던 시선이 차츰 초점이 잡히기 시작했다.“언니?”작은 얼굴이 순식간에 밝아지며 흥분한 듯 두 팔을 활짝 벌렸다.유진도 그런 지아의 두 팔을 안고는 크게 이상이 없는 모습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의사의 진찰이 끝났고 병세가 그나마 안정이 됐다는 결론을 내렸다.인간의 두뇌는 자기보호 기능이 있어 안 좋은 일들은 지아가 선택적으로 잊는다고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54화

    내일 출근도 해야 하니 정유진은 일찍 잠자리에 들었지만, 새벽쯤 되었을까 새된 비명에 잠에서 깨고 말았다.“살려주세요!”“엄마!”유진은 황급히 일어나 불을 켰다.지아는 두 손을 허공에서 휘적거리며 두 눈을 크게 뜨고 겁에 질린 모습이었다.보아하니 아직 깨진 않은 채 악몽에 시달리고 있는 것 같았다.정유진은 다급히 지아를 안고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달랬다.“지아야 무서워하지 마. 언니가 있잖아, 그러니 괜찮을 거야...”지아는 한동안 깨지 못했고 얼굴에 땀을 뻘뻘 흘리며 엄마만을 외치고 있었다.정유진은 이런 환자는 본 적이 없었다. 아직 어리고 예쁜 아이가 악마의 구렁텅이에 빠진 듯 예쁜 두 눈에 소름 돋는 공포만을 담고 있었다.“지아야, 지아야 일어나 봐! 언니야, 언니가 있으니 괜찮을 거야. 괜찮아, 지아야.”“지아에게 무슨 일이 생겼어요?”강지찬이 뛰어 들어오더니 이불째로 정유진과 강지아를 함께 품에 껴안았다.“악몽을 꿨나 봐요. 깨울 수가 없어요.” 정유진은 조급한 채 눈물을 터뜨리기 일보 지전이었다.강지찬은 익숙한 듯 답했다.“정상이에요. 이 정도면 많이 상태가 양호한 편이에요, 예전엔...”과거를 회상할 새도 없이 강지찬이 말했다.“다시 시도해봐요, 깨우기만 하면 돼요. 안되면 내가 의사를 불러올게요.”의사가 온다 한들 진정제만 투여할 뿐이었고 강지찬은 지아가 진정제를 자주 사용하는 것이 탐탁지 않았다.정유진의 노력 끝에 지아가 드디어 잠에서 깨어났다.“내, 내가 또 놀라게 한 거야?”얼굴에 땀을 뻘뻘 흘리며 죄책감 가득한 모습이었다.“미안해, 고의가 아니었어.”지아는 자신이 또 발작했음을 눈치채고 기분이 좋지 않았다.이렇게 자주 아픈 모습을 보인다면 언니가 싫어하지 않을까?친척들처럼 미친년 취급하면서 영영 보러오지 않으면 어떡하지?오빠만이 날 싫어하지 않고 있어...지아는 와락 정유진을 껴안으며 말했다.“언니, 지아를 싫어하지 말아줘. 앞으로 최대한 발작도 안 하고 미친 짓도 않도록 노력할게. 날 싫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55화

    ”강 대표님, 지아가 잠들었어요. 당신도 얼른 돌아가서 쉬어요.”정유진은 그를 쳐다보지 않은 채 지아에게 이불을 덮어줬다.오늘 밤은 유진이 수고를 해줬기에 강지찬은 별로 힘들지 않았다.“아니면, 나도 여기서 잘게요.”“...” 정유진이 멈칫했다.강지찬은 나름대로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지아가 조금 이따 또 악몽을 꿀까 봐 걱정돼서 그래요.”정유진은 한 대 쥐어박고 싶은 심정이었다.“지아가 악몽을 꾸길 바란다는 거예요?”강지찬이 대답했다. “전에도 수많은 밤을 자지도 못하고 지아만 지킨 적이 많았어요.”오늘 밤은 유진이 있기에 그와 지아도 한결 마음이 놓였다.정유진은 가슴이 미묘하게 꿈틀거리는 게 느껴졌다.강지찬은 지아를 진심으로 아끼고 있는 게 보였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여기서 버티고 가지 않아도 된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았다.“당신이 안 가면 내가 갈게요.” 정유진은 말을 하며 침대에서 내려오려고 했다.온 밤 고생해줬는데 더는 유진을 건드릴 수 없었던 지찬이 한 발 물러났다.“그래요, 내가 갈게요. 얼른 쉬어요, 무슨 일 있으면 부르고요.”정유진은 대꾸하지도 않았고 지찬은 방 한가운데 선 채 불쾌한 표정이었다.“왜 날 보지 못하는 거예요?”잠든 지아까지 있으니 분위기는 상당히 어색했다.“강 대표님, 나가실 때 문 닫아주세요.” 유진이 말을 돌렸다.“처음 보는 것도 아닌데, 내 등에 마구잡이로 손자국 내던 거 잊었어요?” 강지찬이 짓궂게 받아쳤다.유진은 성이 난 채로 노기등등하게 지찬을 노려보며 말했다.“도대체 언제 나갈래요?”둘의 시선이 드디어 얽혔고 강지찬은 그제야 흡족한 마음으로 방을 나섰다.다행히 지아는 더는 깨지 않았고 유진은 해가 뜰 때까지 잠을 잘 수 있었다.얼른 출근길에 나서야 했기에 깨자마자 세수를 하고 옷부터 갈아입었다.지아는 아직도 자고 있었고 옆 방에 있는 강지찬에게 인사나 하고 가려던 참에 문이 갑자기 열리더니 많은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강지찬의 아버지, 고세연, 그리고 처음 보는 남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56화

    ”저번에도 말했지만, 당신 아드님이랑은 아무런 관계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거예요.”정유진은 누군가와 크게 싸울만한 일은 벌이지 않는 사람이었다.하지만 그의 존엄성을 짓밟는 일은 참을 수가 없었다.그녀는 허리를 곧게 펴고 당당한 눈빛으로 쳐다봤다.“여기에 온 건 지아 때문이에요. 저도 얼른 출근해봐야 하니, 길 좀 비켜주세요.”그녀의 모습은 류선과 고세연 같은 사람들 눈에는 억지로 고고한 척하는 것 같아 보였다.수많은 여자들은 강 씨네 남자들을 보고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강지찬과 강지현 같은 젊고 멋진 청년들은 둘째치고 강홍식과 강홍택은 인생의 반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질척거리는 사람들이 있었다.그런데도 강지찬과 아무런 사이도 아니라고?그걸 믿을 사람이 있을까?고세연은 속으로 증오심을 불태우며 입을 열었다.“아버님, 전에는 멀쩡하던 지아가 갑자기 발작한 건 이 여자와 관계된 게 분명해요.”강홍식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지아한테 뭔 짓을 한 거야?”류선도 거들었다. “지아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곱게 보내주진 않을 거야!”정유진은 이 사람들과 더는 입씨름 하고 싶지 않아 말했다.“제가 뭘 했는지는 강지찬한테 물어보세요.”그러고는 류선에게 몸을 돌려 말했다. “당신 아들한테 물어봐도 되고요. 자리에 있었으니.”류선은 움찔했다.“지현이가 왜 있었던거지? 너 세 형제한테 뭔 짓을 한 거야?”그 말에 정유진은 어이가 없었다. 자기 자신도 언제부터 이렇게 매력 있는 사람이 돼 있는 지 알 수가 없었다.류선은 강홍식보다 더한 사람임이 틀림없었다.거기다 대부분 여자의 적은 여자라고 하지 않던가.“이 천박한 년 내가 경고하는데, 지현이한테 뭔 짓이라도 했다간 서울에서 발붙일 수도 없게 해줄 거야!”정유진은 가슴이 찌릿찌릿했다.강지찬이 한빈을 대하는 수단을 직접 겪어봤으니 강 씨 집안의 능력은 충분히 알고 있었다.자신은 상관없었지만 아빠는 아직 대학교에서 교수직을 맡고 있고 예원과의 스튜디오도 이제 막 정상궤도에 진입한 상태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57화

    강지찬이 말을 마치자 자리에 있는 모두가 깜짝 놀랐다. 정유진도 예외가 아니었다.그녀는 두 귀를 의심했다.저 남자가 지금 뭐라는 거야?강지찬은 아침밥을 그녀의 손에 쥐여주며 어깨를 토닥거렸다.“여기선 먹지 못할 테니 회사로 가서 먹어요. 운전 조심하고요.”그는 기쁨과 흥분의 감정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몸에 있던 스위치가 갑자기 켜진 듯 어찌할 바를 모르면서도 상당한 흥분감에 휩싸였다.지찬은 유진의 경악한 얼굴을 쳐다보며 그저 거칠게 입술부터 갖다 대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그는 몇 배나 부드러운 말투로 물었다.“데려다줄까요?” 정유진은 완전히 어안이 벙벙해졌고 강지찬은 마른기침을 하더니 말했다.“저, 나중에 다시 얘기해요.”그러더니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고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운전 조심해요. 지아는 내가 보고 있으니 안심하고요.”병실에 아직 사람이 가득 있어 데려다줄 수 없었기에 그녀가 보는 앞에서 쿨하게 문을 닫았다.그제야 한숨이 터져 나왔다. 강지찬의 심장은 쿵쾅거리다 못해 터져 나올 것 같았다.방금 그가 내뱉은 폭탄 발언은 위력이 상당했다. 정유진뿐만 아니라 강씨 집안 사람들 모두를 멍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심지어 그 자신조차 머리털이 쭈뼛 서는 기분이었다.살면서 처음 겪는 일에 강지찬은 문 앞에서 몇 초간 정신을 가다듬었고 문밖에 있던 유진도 잠시 멍해 있더니 아침을 들고 떠났다.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것은 강홍식이었다.“저런 후레자식, 저번에 내가 했던 말을 귓등으로 들은 게냐? 내가 말했었지, 내가 죽는 한이 있어도 저 어중이떠중이 같은 여자는 우리 가문에 들어올 생각도 하지 말라고!”강지찬이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그럼 절 집에서 쫓아내시죠.”쭉 말이 없던 강홍택이 입을 열며 훈계했다.“그게 아빠랑 말하는 태도냐? 지찬아, 작은 아빠가 널 뭐라 하는 게 아니라, 너도 나이가 적지 않으니 철들 때도 됐잖니. 우리 가족들 모두 널 위해 하는 말이야, 원수처럼 생각하지 말고.”강홍식은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58화

    강홍택과 류선은 떠났지만, 강홍식과 고세연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지아도 강홍식의 딸이었기 때문에 없는 사람 취급할 수는 없었다.그가 들어가서 보겠다고 하자 강지찬도 막지 않았다.지찬이 사 온 아침은 정유진이 모두 가져갔기에 형준을 시켜 다시 2인분을 사 오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강홍식이 지아를 보러 들어가자 고세연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지찬 오빠, 회사 일로 바쁜 데, 제가 남아서 지아를 볼게요.”강지찬이 고세연을 한 눈 훑더니 답했다.“필요 없어, 지아를 돌봐줄 사람은 있거든. 지아도 널 싫어하니 앞으로는 다시 오지 마.”정유진이 앞으로 지아를 보러 자주 올 수도 있었으니 둘을 마주치게 하고 싶지 않았다.고세연은 그 자리에서 무너져 버렸다.“지찬 오빠, 그렇게 제가 싫은 거에요? 제가 뭘 잘못했길래 절 이렇게 싫어하세요?”강지찬은 눈앞의 여자와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았다.“네가 잘했든 못했든 나랑은 상관없어. 아까 한 말 못 들었니? 좋아하는 사람 있다고. 그러니 너도 앞으로 본가에 가지 말았으면 좋겠다. 강 씨 예비 며느리라고 생각하지도 말고. 전에는 일일이 신경 쓰기 싫었는데 앞으로는 알아서 잘 처신해.”강지찬이 낮은 목소리로 호통쳤다. “꺼져!”고세연은 깜짝 놀라 몸을 부르르 떨며 불쾌함을 온 얼굴로 티 내고 있었다.“아버님이 그렇게 두지 않을 거예요. 정유진을 갖고 노는 거라면 뭐라 할 순 없지만, 강 씨 가문에 들어올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에요.”재벌 집 남자 중에 일편단심인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정유진 한 명 정도는 이해하려고 했다.강지찬이 지금은 좋아한다지만 남자의 호감은 유통기한이 냉장고 속 남은 잔반들보다도 짧았다.고세연은 한발 물러선 자신이 충분히 사려 깊고 마음이 넓어 보였고 이런 자신이 재벌 집 맏며느리에 어울린다고 생각했다.강지찬은 화를 누르며 말했다.“꺼지지 못해?”고세연은 화를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도망쳐 버렸다.정유진은 그녀가 떠난 후 강지찬이 어떤 장면들을 마주했는지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59화

    정유진은 강지찬의 전화를 받고 싶지 않았다.이제 진짜로 그가 두려워졌다.하지만 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포기하지 않았는지 끊임없이 전화를 계속했고 받지 않을 수가 없었다.“도대체 무슨 생각이에요?” 정유진은 밥도 넘어가지 않았지만 강지찬은 기분이 꽤 좋아 보였다.“그냥 알려주고 싶었어요, 아까 했던 말 진심이라고. 먼저 밥 먹어요, 저녁에 다시 잘 얘기해봐요.”“...”밥은 먹지 못할 게 분명했고 그와 더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강 대표님이 무슨 생각이든 상관없어요. 전 우리의 관계가 협력관계 그 이상은 아니었으면 좋겠어요.”“그럴 리는 없을 텐데요.”강지찬은 거리를 두는 유진의 태도에 화가 났다.“나 강지찬이 당신한테 자격 미달일 리는 없을 텐데요?”“제가 자격 미달이에요.”“당신이 자격 미달인지 아닌지는 내가 판단해요.”“...” 유진은 할 말을 일었다.젠장, 왜 이 남자는 왜 날 끝까지 놓아주지 않는 거지?고세연도 있으면서?아니, 그와 고세연이 어떤 관계든 상관없이 엮이고 싶지 않았다.“강 대표님, 감정은 둘 사이의 일인데 억지로 요구할 수 없겠죠? 외로워서 갖고 놀만 한 사람을 찾는 거라면 죄송한데 사람 잘못 찾으셨어요.”정유진이 차분한 태도로 말을 이었다.“계속 이렇게 귀찮게 구신다면 앞으로 지아를 보러 갈 수는 없을 것 같네요.”“날 위협하는 거예요?” 강지찬이 푸흡하고 옅게 비웃었다.“그럼 지켜보죠.”말을 마치고는 전화를 끊었고 정유진은 실로 어이가 없었다.그가 사준 아침밥을 그대로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는 커피를 내리고 비스킷을 조금 먹었다.요 며칠 신안의 착공 업무에 열중하느라 손에 쌓인 일감이 점점 많아졌다.특히 상록수 별장의 설계도는 제때 완성해야 했다.오후 세 시, 눈 코 뜰 새 없이 돌아치고 있는데 키키가 노크하고 들어왔다.“누나, 밖에서 누가 찾는데요.”뒤이어 강홍식과 고세연이 사무실로 들어왔다.키키는 고객인 줄 알고 열성적으로 어떤 음료를 마실지 물어봤고 정유진이 담담하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60화

    공사현장에서 돌아온 예원은 문밖에 주차된 고급 승용차와 경호원들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랐다.키키를 포함한 사람들도 일에 집중할 수 없어 밖에 숨어 대기하고 있었다.“뭐 하는 거야 저 사람들, 안에 누가 있는데?”예원이 채 마시지도 못한 어시스트의 밀크티를 빼앗아 꿀떡꿀떡 목구멍으로 털어 넣었다.“목말라 죽는 줄 알았어. 오늘 너무 덥네.”키키가 답했다.“안에 웬 아저씨랑 미녀 한 분 계시던데요. 누나가 기분이 썩 좋아 보이지 않는 거로 봐선 소란을 피우러 온 것 같아요.”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안쪽에서 호통 소리가 들렸다.“내가 걔 아비다, 내가 누구랑 결혼할지 정하면 그대로 결혼하는 거야!”모두 말문이 막혔다.예원이 밀크티를 어시스트에게 돌려주고는 소매를 걷어붙이고 안으로 쳐들어갔다.사무실에 있던 유진은 평온한 얼굴로 예원을 보고는 한마디 묻기까지 했다.“돌아왔어? 현장은 별일 없지?”현장이고 나발이고 지금 그것을 신경 쓸 겨를이 어디 있다고, 예원이 둘을 쳐다보며 물었다.“누구야?”정유진이 대답했다. “강 대표님 아버지와...”그녀도 고세연이 도대체 무슨 존재인지 답할 수 없었다.하지만 예원은 테이블에 놓은 카드를 보고는 순식간에 알아챌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카드를 주어 들고는 고세연에게 쑤셔 넣으며 그들을 문밖으로 밀어냈다.“가세요, 어르신. 무슨 일이 있으시면 집에 가서 아들이랑 잘 얘기해보세요. 여기서 이렇게 깽판 부리시면서 화내시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저흰 책임 못 져요.”정유진이 그제야 입을 열었다.“어르신 오해하지 마세요. 이 거래를 싫다고 한 건 제가 가진 품격이 이 카드보다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해서예요. 당신 아드님이랑은 상관없고요.”둘이 못 알아들을까 봐 한 마디 덧붙였다.“말했잖아요, 저랑 강지찬은 아무 관계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거라고요!”고세연은 당연히 믿지 못하는 모습이었다.“정유진, 내 인내심도 한계가 있어. 다시 한번 지찬 오빠한테 꼬리치면 그땐... 흥!”그렇게 둘은 자리를 떴다.

최신 챕터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986화

    식탁 위의 분위기는 상당히 어색했다.최신애는 강지아에게 많이 먹으라고 말하며 계속 반찬을 얹어 주었다.앞에 있는 접시는 가득 찼지만 강지아는 최신애가 짚어 준 반찬을 한 입도 먹지 않은 채 먹고 싶은 것은 스스로 집어 먹었다.최신애의 얼굴은 잔뜩 어두워졌다.온혁진이 기침을 하며 강지찬과 강씨 가문으로 말머리를 돌렸다.“오빠 회사 일은 잘 몰라요. 제가 관여할 일도 없고요.”강지아는 온혁진의 물음에 부드러운 목소리로 거절했다.“궁금한 게 있으면 직접 오빠한테 물어보세요.”식사를 마친 뒤 강지아는 전화를 받고 나갔다.그녀는 온유한에게 데려다 달라고 하지 않고 직접 운전해서 갔다.밖에서 차 떠나는 소리가 들리자 최신애는 그제야 한숨을 내쉬었다.“아들아, 지아는 대체 무슨 뜻이야?”핸드폰을 들고 흉부외과 팀의 온라인 수술 토론을 보고 있던 온유한은 최신애의 물음에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지아가 뭘 하든, 신경 쓰지 말고 묻지도 마세요. 아무 말도 하지 마시고요.”강지아는 화령과 술을 마시러 나갔다.화령의 기분이 좋지 않아 두 사람은 오늘 에이프릴 홀에서 방 하나를 빌려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다.“미안해, 온씨 저택으로 들어간 첫날 밤인데 내가 불러냈네. 온 대표님이 화내겠다?”“그 사람 기분 따위 상관 안 해.”강지아가 소파에 편안히 누우며 말했다.“무슨 일인데? 최금성이 왜 또?”“별거 아니야.”화령이 술을 한 모금 마신 뒤 말했다.“최금성의 소울메이트가 돌아왔어. 지금 밖에서 열심히 이야기하고 있을 거야.”“소울메이트?”강지아는 깜짝 놀랐다.“유주?”화령이 물었다.“너도 알아?”강지아가 일어나 앉으며 혀를 찼다.“골치 아프게 됐네.”그 말에 화령의 마음이 더 복잡해졌다.“왜 골치 아픈데, 정확히 얘기해봐.”술을 마실 마음이 싹 사라진 강지아는 화령보다 더 초조해 보였다.“왜 돌아왔대? 오랫동안 밖에 있다가 갑자기 돌아온 이유가 뭐야?”화령은 더욱 초조해졌다.“대체 왜 그러는 건데? 유주라는 여자, 대체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985화

    온혁진과 최신애는 마당에 서서 강지아를 기다리고 있었다.강지아에게 최고의 대접을 해주는 것이었다.최신애의 미소는 눈으로 보기에도 어색했다.가장인 온혁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제부터 우리는 한 가족이야. 지아야, 필요한 게 있으면 네 아주... 네 어머니에게 말해.”최신애도 말했다.“그래, 그래. 얼른 방에 가서 마음에 드는지 봐봐. 마음에 안 들면 다시 바꿔줄게.”고개를 끄덕인 강지아는 열려 있는 문을 바라보며 몰래 주먹을 꽉 쥐었다.최신애가 유난히 열정적으로 말했다.“지아야, 먼저 방에 가서 옷을 갈아입어. 조금 이따가 저녁 식사 준비할게. 오늘 저녁은 네가 좋아하는 음식만 준비하라고 했어.”강지아는 깜짝 놀랐다.“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기억하세요?”“당연히 기억하지.”최신애가 약간 주눅 든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키웠는데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모를 리가 있겠니? 너는 매운 걸 싫어했어, 어릴 때 실수로 고추를 먹으면 한참을 울었어. 네 엄마가 아무리 달래도 소용없었지, 그 매운맛이 가실 때까지 기다려야 했어.”“그걸 기억하시네요.”강지아가 말했다.간단한 몇 마디였고 특별히 뭐라고 하지 않았지만 최신애는 왠지 얼굴이 화끈거렸다.문을 들어서자 강지아는 긴장을 풀었다.이곳에 결국 들어오게 되다니... 평생 다시는 들어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하지만 옛말대로 매듭은 매듭을 묶은 사람이 풀어야 한다.“나는 게스트 룸에 있을게요.”강지아의 말에 최신애와 온혁진은 깜짝 놀랐다.“아, 아니. 네가 게스트 룸에 있으면 안 되지...”온유한이 말했다.“2층 방 좀 정리해 주세요.”게스트 룸이 2층에 있었기에 온유한은 당연히 그녀와 한 층에 있고 싶었다.강지아도 별말은 하지 않았다.최신애는 즉시 사람들을 시켜 2층에 있던 온유한 방 옆의 방을 강지아의 취향에 맞게 정리했다. 창고에 물건이 많았지만 하인들이 함께 움직여 30분 만에 강지아에게 아름답고 아늑한 방을 만들어줬다.강지아가 세수를 하기 위해 위층으로 올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984화

    연우의 생일 파티에는 강씨 가문의 친지들이 많이 참석했기에 강지아는 낯이 익지 않은 사람들까지도 한동안 응대를 해야 했다.화장실에 가서 화장을 고친 뒤 손을 씻고 있을 때, 갑자기 누군가 그녀의 허리를 꽉 잡았다.“누구야, 놔!”깜짝 놀란 강지아가 발로 그 사람을 밟으려 했다.이것은 장형준에게 배운 호신술이었다. 하이힐로 상대방의 발을 밟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호신술이었다.하지만 하이힐로 밟기 전에 강지아를 안고 있는 사람이 그녀의 귀에 대고 말했다.“나야.”온유한이였다.강지아는 움직이지 않았고 소리도 내지 않았다.온유한의 품과 몸에서 나는 냄새가 너무나 익숙했다.그에게 꽉 안겨 귀에서 들리는 그의 숨소리는 한 번 또 한 번 그녀의 심장을 강타했다.이제는 그가 두렵지 않다.하지만 완전히 두렵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심장은 여전히 두근거렸으며 몸은 본능적으로 저항하려 했지만 예전처럼 그를 보자마자 떨리는 것은 아니었다.“내 생각 안 했어? 지아야?”온유한의 물음에 강지아는 매우 평온하게 말했다.“생각했어.”그 대답에 온유한이 오히려 놀랐다.강지아가 놓아달라는 듯 온유한을 밀어내자 온유한도 그녀의 뜻대로 그녀를 놓아주었다.강지아가 말했다.“오늘 저녁에는 강씨 본가로 돌아갈 거야, 내일 오후에 데리러 와. 같이 온씨 저택으로 가자.”온유한은 또 한 번 놀랐다.“지아야,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니?”“알아, 우리 결혼했잖아. 같이 온씨 저택에 돌아가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쉽게 한 말 같지만 당연하지 않다...온유한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너는 온씨 저택에 갈 필요 없어. 우리 그냥 서울 캐슬에 살자. 그 집은 너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거야. 거기서 살면 편할 거야.”“아니, 온씨 저택으로 들어갈 거야.”강지아가 단호하게 말했다.강지아가 집에 들어와 살 거라는 소식을 들은 최신애는 마음속으로 거부감을 느꼈다.이제 강지아와 그녀의 입장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시어머니가 며느리 눈치를 보며 살아야 한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983화

    “온씨 가문이 정말 예전 같지 않아, 작년에 많은 일이 일어나면서 태안 그룹의 평판도 영향을 받았지.”“그건 다 최신애가 자초한 일이야, 이제는 강씨 가문의 아가씨에게 아부하려고 하지만 강지아가 어디 쳐다보기라도 해?”“강 대표가 냉정하다고들 하지만 온씨 가문에게는 정말 잘해주네. 최신애가 예전에 강지아에게 어떻게 했는지 다들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데.”...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끔 귀에 들려오자 얼굴이 빨개진 최신애는 화가 나면서도 당황스러웠다.강지아도 몇 마디 들었지만 그냥 무시해 버렸다.“조카딸 생일 때문에 잠깐 돌아온 거야? 아니면 더는 안 나가는 거야?”화령의 물음에 강지아가 미소를 지었다.“내가 마치 돌아다니기를 좋아하는 것처럼 말하네.”“그래, 넌 돌아다니기를 좋아하지 않아. 그냥 피하러 다니는 거지.”서원준이 다가오자 화령이 웃으며 말했다.“한 번 나가면 두 명 다 피할 수 있구나.”서원준은 여전히 건들거리는 모습이었다.“돌아왔어?”“응, 돌아왔어.”강지아가 동하민을 향해 손을 내젓자 동하민이 그녀의 가방을 가져왔다.화령이 농담으로 한마디 던졌다.“우리 강씨 가문의 아가씨가 선물 주는 버릇은 고치지 못했나 봐.”서원준도 웃었다.“나한테도 줄 선물이 있나 보네.”말투에는 비꼬는 기색이 없었다. 이미 마음을 놓은 건지 아니면 일부러 가볍게 보이려는 건지 알 수 없었다.강지아는 이번에 브로치 선물을 준비했다. 남자 것과 여자 것은 당연히 달랐지만 모두 예뻤고 값비싼 것들이었다.“또 도매한 거야? 정성이 없네.”화령은 겉으로는 비난했지만 이미 브로치를 들고 가슴에 대어 보고 있었다. 입과 몸이 따로 노는 게 특징인가 보다.강지아가 말했다.“나에게 뭐라고 하지 마, 그동안 내가 얼마나 바빴는지 너도 알잖아.”화령이 콧방귀를 뀌었다.“바쁘겠지, 펀과 함께 전 세계를 돌아다니느라 얼마나 바빴겠어. 그래도 브로치가 내 미모와 잘 어울리니까 마음에 드네, 고마워.”말을 마친 화령은 선물과 잔을 들고 알아서 자리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982화

    강씨 가문과 온씨 가문의 가족 모임에 강홍식과 고세연은 초대받지 못했기에 참석하지 않았다.본가로 돌아오자 강홍식이 마당에 서서 강지찬과 강지아를 불효자식이라고 욕했지만 둘 다 아버지를 무시했다.강지아는 바로 자기 집 마당으로 돌아갔다.정유진은 강지아가 결혼식 날 왜 모른 척했는지 물어볼 줄 알았는데 돌아오는 내내 강지아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지아가 걱정돼.”강지찬은 아내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말했다.“걱정할 필요 없어. 본인도 속으로 알고 있을 거야. 서원준과 결혼하는 것보다 온유한과 결혼하는 게 낫다는 걸.”사실 강지아는 지금 서원준과 결혼하지 않은 것을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무고한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그날 밤, 강지아는 화령과 동하민을 데리고 해외로 패션쇼를 보러 떠났다.에이프릴 홀.술을 좀 많이 마신 최의현은 옆에 있는 온유한의 어깨를 탁탁 치며 말했다.“친구야, 우리랑 술 마신 지 얼마나 됐지? 너 벌 받아야 하는 거 아니야?”온유한이 미소를 지으며 앞에 있는 술을 한 모금 마신 뒤 한 잔을 따라 강지찬을 향해 들었다.“지찬아, 내 잔도 받아줘.”강지찬은 온유한을 한참 동안 바라보고 나서야 잔을 들고 멀리서 살짝 부딪혔다.강씨 가문과 온씨 가문은 이렇게 화해했다.온씨 집안.최신애가 매우 불쾌해하며 거실에 앉아 한숨을 쉬자 신문을 보던 온혁진이 그녀를 바라보았다.“졸리면 자러 들어가, 아들이 오늘 늦게 들어올 거야. 기다릴 필요 없어.”최신애는 또 한숨을 쉰 후 말했다.“이게 대체 무슨 일이에요. 남들은 며느리를 들이면 기뻐서 날뛰는데 우리 집은 왜 이럴까요? 며느리에게 차 한 잔도 못 얻어 마시고 조상님보다 더 조상님 대접을 해줘야 하잖아요.”온혁진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누구를 탓하겠어? 당신이 불평할 자격이 있어? 경고하는데 이런 말 아들 앞에서 하지 마. 지아가 온씨 가문의 문턱도 안 들어오겠다고 해도, 평생 우리를 부모라고 부르지 않는다고 해도, 당신은 아무 말도 할 자격이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981화

    강지아는 그 자리에 멈춰 서 있었다.온유한을 잔뜩 경계하는 눈빛은 싸늘하기만 했다.온유한은 쟁반을 둥근 테이블 위에 놓으며 미소를 지었다.“지금 먹기 딱 좋으니까 얼른 와서 먹어.”온유한의 모습은 마치 두 사람 사이에 떨어져 있던 3년의 시간이 없었던 것처럼, 모든 것이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는 듯했다.강지아는 배가 고팠지만 가까이 가지 않았다.“알았어.”온유한은 항복하는 듯 말했다.“와서 밥 먹어, 나는 잘게.”말을 마친 온유한은 옆방 침실로 들어갔다.강지아는 여전히 핸드폰을 손에 쥐고 있었다. 이 집이 완전히 그녀의 취향에 맞게 꾸며져 있다면 충전기도 그녀가 평소에 두던 곳에 있을 것이다.테이블 아래 서랍을 열자 아니나 다를까 충전기가 그 안에 있었다.밥을 먹은 뒤 방으로 돌아가 샤워를 한 강지아는 옷장을 열자마자 깜짝 놀랐다.옷장 안의 옷마저 그녀의 옷장에 있는 것들과 거의 똑같았기 때문이었다.잠옷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누운 강지아는 잠들지 못할 줄 알았으나 새벽까지 깊이 잠들었다.천장을 바라본 강지아는 무력감이 들면서도 이런 자신이 믿기지 않았다.아래층 거실 소파에 앉아 신문을 보는 온유한은 여전히 여유로운 모습이었다.조금이나마 덜 위험한 모습을 보이면 강지아의 경계심도 조금은 풀어지게 될 것이다.발걸음 소리를 들은 온유한은 신문을 가지런히 접어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아침 식사 준비됐어, 어서 와서 먹자.”말을 마친 뒤 주방으로 가서 밥과 반찬을 차렸다.집안일을 하는 온유한은 왠지 모르게 그녀의 눈길을 끌었다.아마도 잘생긴 남자는 무슨 일을 해도 멋져 보이는 법인가 보다.“얼른 와, 맛이 괜찮을 거야.”온유한이 기대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강지아는 순간 깨달았다. 이 집에 하인의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데... 그렇다면 어제 저녁 식사와 오늘 아침 식사도 온유한이 준비한 것일까?마음이 너무 닫힌 탓인지 이에 대해서도 전혀 감동을 하지 못했다.감동은커녕 마음이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안 먹을 거야, 좀 이따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980화

    결혼식 연회는 계속되었지만 결혼식이 아니라 친지 친구들 간의 대형 모임으로 변했다.강지찬은 받은 축의금은 모두 돌려줄 것이며 오늘 이 자리에 온 하객들은 맘 편히 먹고 마시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강지찬이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을 때 장형준이 와서 보고했다.“대표님, 서원준 씨가 돌아왔습니다.”밖에 있는 서원준은 손에 있던 외투도 어디로 갔는지 없어졌고 넥타이도 매지 않았다. 입고 있던 셔츠도 헐렁해졌다.입구의 테이블에서 술병을 하나 집어 들고는 바닥에 쏟으며 안으로 걸어 들어온 그는 강지찬 앞에 다가와 술병을 위로 집어 들었다.장형준은 서원준이 혹시라도 폭력을 쓸까 봐 재빨리 강지찬 앞을 가로막았다.강지찬은 장형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비키라고 했다.“왜?”강지찬이 술병을 바라보며 묻자 서원준이 싸늘한 눈빛으로 말했다.“진작 이렇게 될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던 거예요? 이날만 기다린 거예요?”강지찬은 솔직하게 말했다.“응, 예상했어.”“그래요, 그렇군요.”서원준은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들어 술을 한 모금 마셨다.하지만 강지찬에게 폭력을 쓰지 않았다.술병의 술을 다 마신 후, 그는 서연희를 데리고 호텔을 떠났다.성대한 결혼식이었지만 남자 측의 친지와 회사 동료들을 합쳐도 두 테이블밖에 되지 않았다.돌아가는 길, 두 모자는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서원준은 서연희를 집까지 바래다주었다.마당은 강지아가 전에 개조해 조금 변화가 있었다. 풀들이 제각각 자라던 마당이 강지아 덕분에 많이 질서정연해졌다.가을이 되었음에도 꽃들이 여전히 만발해 있었다.“지아가... 이제는 오지 않겠지?”서원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자기 어머니에게 물 한 잔을 가져다 주었다.서연희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아들아, 지아의 오빠를 원망하지 마라. 오늘 이런 상황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야. 네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어. 지아의 마음속에 네가 없다는 것을.”한참 후, 서원준이 말했다.“알아.”주위 인테리어가 너무 익숙했던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979화

    온유한이 강지아를 거실 한가운데에 앉히자 강지아는 순간 멍해졌다.이 집은 온유한이 현채영에게 사 준 집이 아니었던가? 왜...“강지아 씨가 이 환경에서 안정감을 느낄 거라고 유한 씨가 그랬어요. 여기 있는 모든 물건들도 유한 씨가 직접 하나하나 주문 제작한 거고요. 어떤 물건들은 해외에서 들여온 거예요. 강지아 씨가 산 것과 같은 제품이에요. 온유한 씨가 겨우 찾아낸 거예요.”현채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강지아 씨가 이 집의 주인이에요. 나는 그냥 온유한 씨가 고용한 연기자일 뿐이에요. 오늘이 내 마지막 출연이 될 거예요.”강지아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두 사람, 그런 사이 아니었어요...?”“아니에요.”현채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온유한 씨의 마음속에 여자는 항상 강지아 씨뿐이에요. 이건 의심할 필요 없어요.”현채영은 프로페셔널하게 자신의 임무를 완수하고 조용히 물러났다.집이 아주 넓었지만 강지아는 숨을 쉴 수 없을 것 같았다.“지아야, 마음에 들어?”온유한이 다시 그녀의 손을 잡으려 했지만 강지아는 그 손을 뿌리쳤다.“내가 감동할 거라고 생각해? 감동하고 그다음에 같이 잘 살 거라고 생각해? 온유한, 인생이 장난이야? 책장을 넘기는 것처럼 모든 일이 쉽게 넘어갈 것 같아?”강지아는 돌아서서 걸어 나갔다.자리에 서 있는 온유한은 그녀를 바라보다가 리모컨을 눌렀다. 이내 열려 있던 대문이 서서히 닫혔다.“뭐 하는 거야? 나를 가두려고? 이것도 우리 오빠에게서 배운 거야?”강지아가 비웃으며 말하자 온유한은 다시 문을 열더니 그녀가 입고 있는 웨딩드레스를 가리켰다.“정말 그런 차림으로 강씨 본가에 돌아갈 거야? 그리고 지찬이와 형수님은 아직 호텔에 있어. 지아야, 일단 위층에 가서 옷을 갈아입고 샤워를 한 다음 우리 다시 이야기하자.”강지아는 그와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지만 지금 당장 오빠와 형수를 만나도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기에 그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여기 위층이라고 해도 저택의 집과 똑같았기에 강지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978화

    “알았어! 그래! 내가 꺼질게! 강지아, 분명 나를 찾아와서 울 날이 있을 거야.”분노에 가득 찬 서원준은 외투를 벗고 흐트러진 머리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초라한 얼굴로 옷을 들고 사라졌다.강지아가 이제 막 숨을 돌리려는 순간, 누군가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나를 방어하는 건 내가 혹시라도 서원준에게 해를 끼칠까 봐서야?”온유한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지만 강지아는 더 이상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다.“지아야, 네 마음속에 내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 되어 있었네.”강지아는 냉정한 얼굴로 온유한을 바라보았다.“그렇지 않아?”그러고는 온유한의 손을 뿌리치고 웨딩드레스를 들고 걸어 나갔다.하지만 몇 걸음 걷기도 전에 누군가가 그녀를 안아 들었다.“온유한, 뭐 하는 거야?”온유한은 그녀를 차 안에 앉혔다.차는 다시 출발했고 이번만큼은 온유한도 신호위반을 하지 않고 조용히 운전했다.하지만 차는 명도 빌딩이나 강씨 혹은 온씨 저택으로 향하지 않았다.“어디로 가는 거야?”“우리의 새집으로.”새집.만약 두 사람이 정말로 사랑하는 신혼부부였다면 이 말을 들은 그녀는 분명히 기대에 부풀었을 것이다.하지만 강지아는 그저 눈을 감았다.“강씨 본가로 돌아갈 거야.”온유한이 아무 말 없이 계속 운전하자 강지아도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말해도 소용없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차는 마침내 고급 빌라 단지로 들어섰다.강지아는 이곳을 잘 알고 있었다. 온유한이 여기에 수십억 원짜리 집을 현채영에게 사줬다. 당시 이 소식을 들은 화령은 너무 부러워했다.“여기로 와서 뭐 하려고?”“도착하면 알게 될 거야.”차는 한 대형 빌라로 들어섰다.차에서 내리기도 전에 마당에 현채영이 서 있는 것을 본 강지아는 말문이 막혔다.온유한은 대체 뭘 하려는 걸까?옛 애인과 새 애인을 양손에 끼고 노는 걸 보여주려는 건가?“지아야, 내려.”온유한이 차 문을 열더니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강지아는 그저 황당하다는 생각뿐이었다.“내려가서 뭐 하

좋은 소설을 무료로 찾아 읽어보세요
GoodNovel 앱에서 수많은 인기 소설을 무료로 즐기세요! 마음에 드는 책을 다운로드하고,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앱에서 책을 무료로 읽어보세요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