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거였군!”“내가 진작에 말했잖아. 진정한 거물들은 예의범절에 확실히 지키는 분들이라고!”“김연철은 김씨 가문의 회장이야. 듣자 하니 어젯밤에 다시 권력을 잡았다고 하던데!”“그런 인물이라면 아마 철저히 원칙을 따르는 분이겠지!”“아들이 잘못한 게 있으면 반드시 사과하라고 시키실 분이야!”지금 이 순간, 정군은 연철의 넓은 아량에 탄복하며 감탄의 표정을 지었다. 정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렇게 올바른 가정 교육이 있으니 김만철은 앞으로 크게 성공할 거야!”“그래 말이야! 저런 사람이 우리 집 사위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정군과 임은숙 두 사람은 연신 감탄했다. 돈에 눈이 먼 두 사람은 김만철같이 신분이 있는 사람을 엄청 좋아했다. 비록 김만철이 예전에 나쁜 짓을 했어도 그들은 김만철과 인연을 맺고 싶어 했다. 정민아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는 이번 일이 이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으로써는 뭐가 문제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경기도 최고인 김씨 가문을 김예훈이 해결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됐어요. 일이 잘 해결되었으면 그만이에요! 계속 입에 담고 있다가 김씨 가문의 사람들 귀에 들어가면 좋을 게 없잖아요!”“아빠, 엄마.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마세요, 이제부터 김씨 가문이랑 선 긋고 살면 돼요!”이때, 정소현을 입을 열었다. 어젯밤, 김예훈이 도대체 무슨 일을 했는지는 몰라도 김씨 가문은 이제 끝장이라는 걸 그녀는 대충 눈치챘다. 그렇지 않다면 김만철 같은 사람이 어떻게 직접 찾아올 수 있겠는가?그러나 형부와의 비밀에 대해 그녀는 절대 말하지 않을 것이다.정소현의 말을 듣고 정군과 임은숙은 서로 마 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우리 소현이는 똑똑해. 지금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절대 다시 김씨 가문을 건드리지 않을 거야.”“그래, 맞아. 임씨 가문의 연회에 무슨 선물을 할 지 그거나 고민해 보자고.”두 사람은 이내 말을 돌렸고 얼마 후, 결정을 내린 듯
임은숙은 김예훈을 삿대질하며 언성을 높였다.“너, 이게 무슨 뜻을 의미하는지 알기나 해?”“데릴 사위 주제에 뭘 안다고 지껄여!”“경고하는데, 임 씨 가문에 가서도 입을 함부로 놀리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임은숙의 빨갛게 달아 오른 얼굴을 쳐다보며 김예훈은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었다.성남시에서 제일 권력이 큰 사람 앞에서도 김예훈은 자신의 페이스를 잃지 않았다. 하물며 성남시의 부시장도 자신의 앞에서 체면을 차리는데 임원이면 어떠할까?그때, 정소현이 얼어붙은 분위기를 깨뜨렸다.“아빠, 엄마. 형부가 실수로 그런 말을 입에 담았어요. 사실 임 씨 가문을 많이 존경하고 있어요. 맞죠 형부?”“맞아.”“그래! 그러면 됐어!”임은숙은 그제야 화가 조금 풀렸다.“선물도 제일 좋은 걸 골라. 만약 무슨 문제가 생기면 모두 네 책임이야!”김예훈은 고개를 끄덕거리고 정민아를 힐끗 쳐다보며 말을 하려고 했으나 정민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선물은 소현이랑 함께 가서 사. 난 아직 다른 일이 남았어.”김예훈은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거렸다.하지만 자신도 오늘 다른 일정이 있다는 것을 알고 정소현이 먼저 선물을 사러 가면 일을 마치고 합류하기로 했다. 오늘 박인철이 그에게 전화가 걸려와 당도 부대에 와달라고 했다.박인철은 그에게 서류를 건네며 말했다. “보스, 이번 년 당도 부대에서 새로 모집한 군사들입니다. 훑어봐 주세요!”김예훈은 서류를 힐끗 쳐다보더니 고개를 끄덕거렸다.“장군, 저는 더 이상 보스가 아니에요. 당도 부대가 장군의 관리하에 있으니 이런 결정은 이제 혼자 처리하도록 하세요.”“저는 당도 부대에 아무런 힘도 자격도 없는 사람이에요. 자꾸 이런 일에 간섭하면 다른 사람들의 쓴소리를 들을 게 분명해요.”박인철은 공손하게 인사를 건넸다.“보스, 사실 얼마 전 서울 본부에서 소식이 왔습니다. 사령님께서 보스를 서울에 모셔 삼군 총 보스로 모시겠답니다!”유라시아 전장에서 김예훈의 전공은 너무 이름을 떨쳐 1인 1군이 될 정도
그 시각.정소현은 성남시에서 유명한 쇼핑몰에 도착해 임 씨 가문의 노부인에게 선물할 물건을 둘러보고 있었다. 절대 아무 물건이나 선물하면 안 되기 때문에 성심성의껏 선물을 고르고 있었다.곧 그녀는 카운터에서 청화자기 그릇 한 쌍을 발견하고 종업원에게 구매의사를 밝혔다.이때 갑자기 두 사람이 다가와 청화자기 그릇을 보고 바로 종업원에게 말했다.“청화자기 그릇은 저희가 사겠습니다.”“저기요. 제가 먼저 찜해뒀어요. 그러니까 순서를 지키세요.”정소현은 바로 반박하며 말했다.그녀의 말을 들은 두 사람은 바로 고개를 돌려 정소현은 쳐다보았다. 다부진 체격에 큰 키, 하얀 얼굴과 곱슬한 노란 머리.두 사람 중 한 명이 정소현을 훑어보며 말했다. “아가씨, 이 청화자기는 우리나라의 국보에요. 당연히 우리나라로 가져가는 것이 맞겠죠.”“한국 사람들은 이런 청화자기의 가치를 잘 모르잖아요...”정소현은 조금 넋이 나갔다.‘뭐야 이 사람들 감히 외국 사람들이 왜 한국 사람들을 비하하는 거지?’두 외국인은 정소현을 깔보며 청화자기의 가치를 잘 모른다고 말했다.진짜 해도 해도 너무 했어!정소현은 바로 자신의 가방을 카운터에 내려놓고 큰 소리로 말했다.“청화자기 그릇은 제가 먼저 봐뒀어요. 그러니까 사고 싶으면 줄을 서세요!”양측의 충돌은 쇼핑몰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정소현과 두 남자를 구경했다.“남자 두 명이서 어린 여자아이 한 명을 몰아붙이는 건 너무했어!”“먼저 온 사람이 임자지. 여긴 경매시장이 아니여! 창화 자기는 저 어린 아가씨가 싫다고 한 다음에 사야 돼!”“그리고 이렇게 예쁜 자기는 절대 왜국 놈들한테 팔 수 없어!”“맞아! 그만해!”두 남자의 행위는 많은 사람들의 노여움을 샀다.하지만 두 남자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정소현을 가만히 쳐다보았다.왼쪽에 선 남자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아가씨, 도자기가 마음에 든 것이 아니라 이 오빠가 마음에 든 거 아니야?”“도자기가 갖고 싶으면 오늘 이 오빠
“이 년이! 감히!”남자들보다 훨씬 어린 여자한테 뺨을 맞은 두 남자는 버럭 화를 내며 정소현의 손목을 꽉 쥐었다.“팍!”두 남자 중 한 남자가 바로 정소현의 뺨을 내리쳤다.“어린 년이 죽고 싶어 환장했지!”“당장 신고할 거야. 어린 나이에 콩밥 한번 먹어봐야 하지 않겠어?”그리고 청화자기를 바닥에 떨구더니 정소현이 깬 것이라고 했다.일은 점점 심각해졌다.쇼핑몰의 매니저와 보안요원들도 다가와 말렸다.한 중년 남자가 다가와 눈살을 찌푸리고 말했다.“제가 이 쇼핑몰 이대위 매니저입니다. 저화 말씀하시면 됩니다!”세 사람을 지켜보던 구경꾼들이 먼저 나서서 말했다. “이보세요! 저 남자 두 명이 먼저 끼어들고 도자기를 자신들이 깨고 저 어린 여자아이한테 누명까지 씌웠어요!”이대위는 제일 먼저 상황을 이해하고 두 명의 남자를 VIP 휴게실로 안내했다.“일단 이곳에서 잠시 기다려주세요. 저희가 꼭 만족스러운 답을 드리겠습니다.”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외국 남자 두 명한테 허리를 굽혀 공손하게 사죄를 하는 이대위를 사람들은 아니꼬운 시선으로 쳐다보았다.“뭐라고?”“쇼핑몰 매니저라는 사람이 이렇게 순서가 없다니.”“진짜 개만도 못한 사람이야!”“맞아!”구경꾼들의 삿대질에도 두 남자는 비웃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쇼핑몰 매니저의 선택을 미리 알고 있기라도 한 듯 다리를 꼬고 소파에 몸을 맡겼다.이대위는 자신의 입술에 손을 대고 구경꾼들을 조용해라고 손짓했다.“제가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이 두 고객님은 저희 쇼핑몰 VIP 고객님들입니다. 우리 쇼핑몰에서 많은 물건을 사가 매출이 많이 올라갔죠.”“앞으로도 저희 쇼핑몰에 큰 도움을 줄 고객님들입니다.”“그러니 사고 싶은 물건은 마음대로 구매하셔도 좋단 말이죠. 그것이 뭐가 잘못되었단 말입니까?”“그리고 여기 이 어린 여자아이가 저희 VIP 고객한테 손찌검을 하지 않았더라면 처음부터 일어나지 않았을 일입니다.”“그러니 당연히 이 여자아이가 배상해야 합니다.”이대위는 자랑스러
“헛소리하지 마!”정소현은 몸을 뒤로 빼며 흠칫 떨었다. ‘이 사람은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낯부끄럽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지?’“먼저 저한테 성희롱을 해서 제가 거절한 거예요.”“저를 때리고 물건도 부수고 어떻게 저한테 배상금을 요구할 수 있어요? 술을 같이 마셔달라고요? 대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냐고요!”“하하하, 아가씨. 먼저 손을 댔다고 인정한 거예요?”“아가씨가 때리는 동영상을 이미 복사해 뒀어요. 바로 경찰에 신고할 거예요.”“2억이면 콩밥을 얼마 동안 먹어야 하지?”이대위가 정소현을 위협하며 말했다.아직 학생인 그녀는 이런 상황은 그저 TV에서만 보았었다.때문에 그녀는 이대위가 이렇게 강압적인 태도로 나올 줄 몰랐다.겨우 VIP 고객님 두 명 때문에?“그리고 너....”“계속 대꾸하면 바로 경찰에 신고할 거야. 우리 쇼핑몰의 영업을 방해했다는 죄명으로.”“우리 쇼핑몰이 어느 가문에서 운영하고 있는지 알기나 해?”“여긴 선우 가문에서 운영하고 있는 쇼핑몰이야!”“선우 가문?”선우 가문이라는 말을 들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입을 꾹 다물었다.골동품 애호가로서 선우 가문의 지위가 얼마나 대단한지 다들 알고 있었다.선우 가문의 지역에서 일을 벌이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다.이대위의 행동에 모두 불만을 가졌지만 선우 가문이라는 말에 다들 입을 꾹 닫았다.자신의 목숨부터 살려야 한다.“그러니까 잘 생각하고 말해.”이대위는 더욱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술은 마시지 않겠어요. 2억은 제가 배상할게요.”정소현은 결국 고개를 숙였다.어린 여자아이가 함부로 할 수 없는 곳이기도 했다.이대위가 CCTV도 확보했다고 했으니 경찰이 출동해도 손해를 보는 것은 자신이다.“2억을 배상한다고 해도 절대 끝나지 않을 거야.”“오늘 저분들과 함께 술을 마시고 사과를 하지 않는 이상 난 경찰에 신고해야겠어.”“너무...”정소현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참을 만큼 참았다고 생각한다.그녀가 다른 곳으로
정소현은 사건의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김예훈은 바로 표정이 어두워졌다.그때, 이대위가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다가왔다. “어머? 부모님이라도 불렀어?”“내가 미리 말하는데 오늘 일은 절대 이대로 끝나지 않을 거야.”“그 외국 놈들 당장 나오라고 해!”김예훈은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거렸다.“집 아이가 예절이 없다고 해서 어르신도 함께 예절이 없는 건가요?”“VIP 고객들한테 대체 어쩌려는 거야!”이대위가 큰 소리로 소리를 질렀다.“좋은 마음으로 물건을 구매하러 온 사람이야말로 진짜 VIP 고객이야. 쓰레기 새끼들은 이미 충분히 체면을 줬어!”“3초 시간을 줄게. 당장 나와서 무릎 꿇고 사과해.”“당신들 진짜 미쳤구나? 우리 VIP 고객들한테 사과를 하라고? 너 진짜 여기가 누구 구역인지 몰라서 그래?”“3... 2... 1...”이대위는 어처구니없는 웃음을 터뜨렸다.“미친놈. 진짜 카운트다운을 한다고? 100까지 세어도 널 대꾸하는 사람은 없을 거야.”“여기가 어느 가문에서 관리하는 구역인지 알기나 해?”“여긴 선우 가문이 운영하는 쇼핑몰이야.”“너 같은 촌놈이 선우 가문이 누군지 알기나 해?”이대위는 바로 의기양양하여 팔짱을 꼈다.이곳에서 선우 가문의 이름만 말하면 모두 몸을 벌벌 떨며 뒤로 물러나기 마련이다.“선우 가문?”김예훈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그는 김예훈의 명찰을 보고 물었다.“이대위? 선우 가문의 개가 선우 가문의 이름을 등에 업고 유세를 부리고 있어? 잘 하고 있네.”“그래. 나 선우 가문의 개 맞아. 하지만 이런 개도 네가 함부로 건들일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넌 개만도 못한 사람이야.”“내 이름을 기억해서 뭐 신고라도 할 거야?”이대위는 김예훈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말했다.김예훈을 그런 이대위를 무시하고 바로 휴대폰을 꺼내어 숫자를 눌렀다.“저 김예훈이에요. 선우 가문에서 아주 충성심이 강한 개 한 마리를 키웠더라고요.”“이대위라는 개가 지금 제 앞에서 함부로 짖어대고 있어요.”“지금 저한
김예훈은 이대위를 밀치고 바로 VIP 휴게실 문을 열었다. 두 남자는 깜짝 놀라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사람을 때리고, 물건을 부순 것도 모자라 정소현한테 술도 같이 먹자고 했어?”두 사람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으스대며 말했다.“그래. 우리가 그랬다. 어쩔 건데? 왜? 복수라도 할 거야?”익숙한 한국어는 아니었지만 김예훈을 쳐다보는 남자들의 시선이 충분히 사나워 보였다.두 사람은 김예훈보다 자신들이 더 잘났다고 믿는 사람들 같았다.“무릎 꿇고 빌어. 기회는 단 한 번뿐이야.”“사과를 하라는 거야? 그럴 일은 절대 없어.”“우리와 같은 사람들이 왜 너희들한테 사과를 해야 하는 거지?”“차라리 네가 무릎 꿇고 사과하는 건 어때?”남자들은 기세등등하게 말했다.김예훈과 정소현은 자신과 말을 할 자격도 없는 사람들처럼 두 사람을 깔보았다.“경호원! 경호원 어디 있어!”“빨리 이 사람들 쫓아내. 우리 휴식이 방해되잖아!”그때, 한 사람이 살벌한 표정으로 다가와 김예훈의 뺨을 내리칠 준비를 하는 것 같았다.“퍽!”김예훈은 바로 남자의 정강이를 걷어찼다.“악!”순간, 남자는 자신의 다리를 감싸 안고 바닥에 뒹굴었다.김예훈은 다른 한 사람의 뺨도 내리치며 두 사람을 함께 바닥에 뒹굴게 만들었다.두 사람이 힘겹게 일어서려고 하자 그는 남자들의 배를 깔아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게 만들었다.“소현아, 너의 손을 더럽히고 싶지 않아 내가 때렸어.”정소현은 김예훈을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거렸다.‘우리 형부 진짜 너무 멋있어. 형부만 있으면 해결하지 못하는 일이 없을 것 같아.’“너, 네가 와서 때려. 내가 멈추라고 할 때까지 때려!”이대위를 가리키며 김예훈이 말했다.이대위는 자리에 굳은 채 서있었다.“너 지금 네가 어떤 사고를 쳤는지 알기나 해?”“이 두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기나 하냐고?”무릎을 꿇은 두 남자는 김예훈을 노려보았다.“네가 감히 나를 때렸어? 넌 끝났어. 반드시 너를 교도소에 처넣을 거야.”“마지막
이대위는 머리가 순식간에 폭발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믿기지 않는 눈빛으로 선우건이를 쳐다보며 입술을 달싹거렸다.그는 고개를 돌려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조금 전 전화를 건 사람이 바로 회장님?5분도 안 되는 사이에 선우건이가 직접 쇼핑몰에 와 자신을 해고했다.이대위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변명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선우건이는 그의 뺨을 내치고 소리를 질렀다.“꺼져! 너의 해명 따위 듣고 싶지 않아!”“잠깐.”김예훈의 목소리에 이대위는 바로 씩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자신의 편을 들어주려는 것일까?그는 바로 김예훈에게 다가가 허리를 굽혀 감사 인사를 전했다.“사장님, 감사합니다. 이 은혜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김예훈은 그의 말을 무시하고 무릎을 꿇고 있는 두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내가 한 말 기억 안 나?”이대위의 얼굴이 삽시간에 하얗게 질렸다.어떻게 기억이 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가 멈추라고 할 때까지 뺨을 내리치라고 했다.하지만 감히 두 분의 VIP 고객의 뺨을 때릴 수 없었다.선우건이는 바로 두 사람의 틈에 끼어들어 말했다.“도련님 말이 맞습니다. 바로 저 두 놈들의 뺨을 갈겨야죠!”“그리고 우리가 받은 피해부터 보상해달라고 하세요. 청화자기 그릇의 가격은 2억이 아니라 20억입니다.”“1원도 모자라면 안 됩니다.”20억이라는 말을 들은 이대위는 바로 정신이 번쩍 들었다.순간, 그가 손을 벌벌 떨며 무릎을 꿇고 있는 두 사람한테 다가갔다.남자들은 선우 가문을 익히 알고 있었지만 선우 가문의 가주가 저 젊은 남자한테 기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2억이 아니라 20억....“선우 대사! 저흽니다. 저는...”“퍽!”그 남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겨우 용기를 낸 이대위가 손을 내리쳤다.남자의 뺨을 친 그는 쉬지 않고 계속하여 남자들의 뺨을 내리쳤다.한참 후, 두 사람의 얼굴은 빨갛게 부어올랐다.그제야 김예훈은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 “사과하라고 해. 사과를 하면 그만 멈추고 하지 않으면 계속 때려.
세이이치로의 말은 섬뜩하기만 했다.그는 오른손으로 허리춤에 있는 검을 어루만지면서 말했다.“김예훈이라는 사람이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든, 어떤 실력을 갖추고 있든 반드시 설명을 요구할 거예요. 김예훈은 반드시 죽어야겠어요! 타케이 가문이든 야마구치파든 절대로 목숨을 이대로 낭비할 수 없어요.”세이이치로한테는 타케이가 일본의 영웅인 것 같았다.영정 앞에 무릎 꿇고 있던 일본인들은 하나같이 살기가 가득했다.심지어 어떤 사람들의 머리 위에는 복수라는 두 글자가 적혀있는 두건이 묶여있었다.김예훈을 찾아내 산산조각 내지 않고는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만 같았다.김예훈을 증오하는 일본인들의 모습을 본 진세은은 표정 변화 하나 없이 속으로 깨 고소했다.이번 사건으로 홍성파는 체면이 말이 아닌 데다 라이언 킹까지 죽게 되어 손실이 막심할 수밖에 없었다.그런데 아직 내세울 만한 고수가 없어 겸손함을 유지하고 있었다.진세은은 사실 화를 꾹 참아보려 하기도 했다.그런데 일본인이 직접 나선다는데 김예훈은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다.진세은은 직접 나서진 못해도 김예훈이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지 보고 싶었다.이는 타케이 가문, 일본 야마구치파, 그리고 양국 외교와 관련된 문제였다.진세은은 김예훈이 어젯밤처럼 작은 수단을 이용해서 전화 몇 통으로 미디어의 힘을 빌려 이 상황에서 빠져나갈 수 있을 거로 믿지 않았다.‘김예훈, 곧 죽을 날이 올 거야!’진세은은 이런 생각에 자기도 모르게 얼굴에 잔인한 미소를 지었다.깊게 한숨을 들이마시면서 다시 현실로 돌아온 진세은은 세이이치로를 쳐다보면서 말했다.“세이이치로 씨, 타케이 가문의 너그러움에 죄송할 따름이네요. 저희 아버지께서 그러시는데 타케이 도련님이 김예훈 그놈한테 살해당하긴 했지만, 저희 홍성파에서 보호해 드리지 못했던 것도 책임 있다고 하셨어요. 저희 성의를 보여드리기 위해 오늘부터 외곽에 있는 땅은 야마구치파에 드리려고 해요. 이 중에 여러분이 눈여겨본 땅도 포함되어 있고요. 앞으로 건설회사를 찾기
저녁 무렵 진주 호텔.이름은 호텔이라고 해도 사실 진주에서 유일한 숙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례식장이었다.독채 별장도 있어 전문 고위층들이 사용하고 있었다.타케이는 부검 결과가 나오자마자 이곳 어딘가 구석에 옮겨졌다.한적한 이곳 환경은 너무나도 쾌적했다.타케이 시신이 옮겨지고 나서 타케이 가문 사람들이 하나둘씩 이곳을 찾기 시작했다.나오키와 그의 아들딸 외에도 타케이 가문의 내로라하는 사람들이 모두 찾아왔다.타케이의 억울함을 풀어주지 않으면 절대 가만있지 않겠다는 것처럼 보였다.저녁 7시.검은색 벤츠 마이바흐 차량이 소리 없이 이곳에 도착하게 되었다.차 문이 열리고, 홍성파 사람들이 차에서 내렸다.뒤이어 얼굴이 다소 수척해 보이는 젊은 여성이 따라서 차에서 내렸다.하루 종일 취조받긴 했지만, 진주에서 내로라하는 변호사들이 보증 서준 덕분에 바로 보석으로 풀려날 수 있었다.하지만 아무리 피곤해도 여전히 예쁜 그녀는 바로 홍성파 우두머리의 큰 따님인 진세은이였다.경찰서에서 풀려나자마자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바로 타케이에게 향을 올리는 것이다.전체 장례식장에 은은한 향이 퍼지고, 진세은은 영정 앞에 국화꽃을 내려놓고는 심각한 표정으로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성 앞으로 다가가 90도 인사를 하면서 말했다.“세이이치로 씨,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고개를 숙이는데 가슴골이 훤히 보였다.본능적으로 그녀를 힐끔 쳐다본 세이이치로는 눈빛이 흔들렸다.진세은의 신분에 대해 잘 알고 있는지 그저 가볍게 눈인사할 뿐이다.“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진세은은 이상함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말했다.“세이이치로 씨, 저의 아버지께서 직접 타케이 도련님께 향을 올리려고 했는데 범인을 찾기 전까지는 차마 찾아뵐 수 없다고 하셨어요. 지금은 진주 경찰서 서열 1위 님 찾으러 가셨어요. 어떻게든 제대로 된 설명을 해드릴 거예요. 저희 진주에도 법도가 있다는 것을 알려드려야죠. 그리고 저희 아버지께서 말씀하시길 일본 손님을 잘 돌보지 못한 것은 저희 홍성파의 책
“그래서 바로 총독님께 문자를 보냈죠. 총독님 같은 분이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를 리가 없잖아요. 의사 선생님인 척 문을 두드릴 때부터 살인범인지는 확신할 수 없었지만 절대 경계를 늦추지 않았었죠. 그 뒤로 일어난 일은 다 아시잖아요.”김예훈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당신을 어떻게 해보려던 것이 아니라 당신이 너무 어리석어서 이렇게 된 거예요. 알았어요?”“너...”루미코는 직접 짠 계획이 처음부터 김예훈에게 간파당했다는 것을 알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아까 했던 모든 일은 그저 미친 광대나 다름없었다.“이런 제기랄!”하지만 그녀는 아무리 무시당해도 고개 숙일 생각이 없었다.이때 그녀가 어금니를 꽉 깨물면서 말했다.“김예훈, 내 동생을 죽인 것도 모자라 나까지 죽이려고? 우리 타케이 가문에서는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능력 있으면 나를 죽여보든가! 아니면 천군만마를 이끌고 너를 죽이러 다시 올 거야. 타케이 가문은 죽을지언정 절대 모욕당할 순 없어! 와봐! 나를 죽여보라고!”김예훈은 루미코를 아래위로 훑어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나를 자극해서 너를 없애게 하려는 거야? 아쉽게도 난 너를 죽일 생각 없어. 타케이 가문에서 이유없이 나를 죽이겠다고 소리치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한번 들어봐야 하지 않겠어?”이때 김예훈의 손짓 하나에 동하임이 수갑을 꺼내 루미코의 손발에 직접 채웠다.그러고는 루미코가 출혈 과다로 사망할까 봐 개인 의사를 불러 그녀의 상처를 봉합시켰다.“아무 이유없이 너를 죽이려고 한다고?”루미코는 얼굴에 잔인한 미소를 지었다.“김예훈, 내 동생을 죽였으면서 왜 억울한 척이야.”“누가 그래? 타케이가 내 손을 더럽힐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해?”김예훈은 한껏 싫증난 얼굴이었다.“그리고 난 진주의 ‘착한 시민’이라고. 모욕죄로 배상해야 한다는 거 몰라?”루미코는 화가 나서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이때 동하임이 담담하게 말했다.“부검 결과에 의하면 당신 동생은 아침 7시에 살해되었어요. 그 시각 김 도련님은 저랑 함께 동
“그리고 걱정하지 마세요. 난처하게 하지 않을거니까요. 김현민 도련님께서 이미 경고했거든요. 비록 김예훈이 동씨 가문과 손잡았다고 해도 김현민 도련님을 봐서라도 인질로만 삼았지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까 저항하지 말고 순순히 따르는 것이 좋을 거예요. 아니면 그 아름다운 얼굴에 상처를 낼지도 모르겠거든요.”루미코는 검을 꺼내 동하임을 먼저 제압한 후 김예훈을 협박하려고 했다.슉!바로 이때, 갑자기 타케이 시체 밑에서 누군가 모습을 드러내더니 칼로 루미코 복부를 찔렀다.“풉!”미처 예상하지 못한 루미코는 피를 뿜어내며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다.영안실에 동하임 외로 또 다른 인물이 있을 줄 상상도 못했다.결국 그녀는 후회할 시간도, 질문할 시간도 없이 뒤돌아 영안실을 떠나려 했다.쨕!루미코가 영안실을 벗어난 순간, 누군가 나타나 그녀의 뺨을 때렸다.순간 얼굴이 퉁퉁 부어오른 루미코는 저 멀리 날아가 벽에 부딪히고 말았다. 다시 일어나고 싶었지만, 몸속에 어마어마한 힘이 휘몰아쳐 힘없이 무너져 도저히 움직일 수 없었다.문밖에서 김예훈이 무표정으로 걸어들어와 루미코를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부드럽게 웃으면서 말했다.“루미코 씨? 쯧쯧. 타케이 가문에 그렇게 인력이 부족해요? 사람을 죽이려고 해도 직접 나서야 하는 거예요? 돈 없으면 말씀하시지. 제가 대신 돈을 들여서 킬러 몇 명을 고용해 드릴 수 있었는데. 타케이 가문이 돈이 아까워서 킬러도 고용하지 못한다고 하면 체면이 구겨지지 않을까요?”김예훈이 앞으로 다가가 상대방의 마스크를 벗겨내자, 타케이와 닮은 아름다운 얼굴이 드러났다.“내가 하임 씨를 인질로 삼을 줄 어떻게 알았던 거야?”루미코는 어금니를 꽉 깨물면서 원망스럽게 쳐다보고 있었다.“그냥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루미코는 자신이 왜 노출되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특히 아까 그 칼 한 방에 전투력을 잃어 어쩔 수 없이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김예훈은 그녀의 원망 가득한 표정을 보면서 말했다.“일할
동하임이 본능적으로 말했다.“의사 선생님, 이분은 제 친구인데 좀 양해해주시면 안 될까요?”“양해요? 양해로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요.”의사 선생님은 동하임의 명찰을 보고 깜짝 놀라더니 말했다.“동하임 씨였네요. 그런데 아무리 동하임 씨라고 해도 규칙을 어길 수는 없어요. 그런데 이분을 들이는 거 불가능한 것도 아니에요. 밖에 나가서 먼저 등록하고 기록을 남겨야 들어올 수 있는 거예요.”김예훈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래요? 그러면 먼저 등록하러 다녀올게요. 등록실이 어디죠?”의사 선생님은 직접 밖으로 나가 등록실 방향으로 안내했다..“저쪽에 보시면 등록실이 있을 거예요. 송학민이라고 등록을 도와주시는 분이 계실 거예요.”“감사해요.”김예훈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텅 빈 복도를 걸어갔다.의사 선생님은 김예훈의 모습이 사라져서야 두 명의 경찰한테 시선을 돌렸다.“어머!”그녀는 갑자기 발목을 접질렸는지 비명을 질렀다.경찰들은 본능적으로 하얗고 가느다란 발목을 쳐다보게 되었다.샤샤샥!두 명의 경찰이 시선을 돌린 순간, 그녀가 휘두른 소매에서 하얀 연기가 퍼져 나왔다.두 경찰은 그대로 휘청거리면서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다시 시체를 확인하려던 동하임은 이 소리에 본능적으로 몸을 돌렸다.결국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미간을 찌푸렸다.“당신 누구야. 아무런 원한도 없는 모르는 사이인 것 같은데 뭐 하려는 거야. 누가 보냈어.”동하임은 본능적으로 허리춤에 있는 총을 꺼내려 했지만 방호복을 입고있는 관계로 재빨리 빼낼 수 없었다.그러자 정체 모를 그녀가 문을 잠그고는 웃으면서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총독님 딸을 제가 뭘 어떻게 하겠어요. 당신이 죽어버리면 저도 곤란할 수밖에 없어요. 그냥 잘 협조해달라고 요청하는 것뿐이에요. 원망하려면 제 동생을 죽인 김예훈을 원망하세요.”“동생?”멈칫한 동하임은 본능적으로 눈앞에 있는 시체를 한번 쳐다보았다.“타케이 누나라고?”상대방의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했다.“맞아요. 타케이
뚜뚜뚜.김예훈은 걸어가면서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냈다.복도 끝에 있는 영안실 입구에는 경찰 두명이 손을 모으고 서 있었다. 이들은 김예훈을 보자마자 살짝 고개를 끄덕이면서 바로 안으로 모셨다.동하임은 흰색 의료용 장갑을 끼고 짧은 머리를 묶어 이국적인 매력을 지닌 목을 드러냈다.김예훈이 서서히 다가갔을 때, 그녀는 타케이 목에 나 있는 상처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너무나도 집중한 나머지 하얀 가슴골이 드러난 것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의사 가운을 입고 있다고 해도 날씬한 몸매는 여전히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김예훈은 마음을 가다듬고 다가가 말했다.“하임 씨, 검시관 일까지 해버리면 그분들이 뭐 해 먹고 살겠어요?”동작을 멈춘 동하임은 눈빛 하나로 무한한 매력을 발산했다.“검시관 결과는 이미 나왔어요. 현장 증거도 모두 수집 완료한 상태고요. 그 증거들 모두 김 도련님이 살인자라고 말해주고 있어요.”김예훈이 어깨를 으쓱이더니 말했다.“그런데 저는 살인을 저지를 시간이 없었잖아요. 어젯밤 내내 구룡성 경찰서에서 조사받고 있었잖아요. CCTV가 증거로 될수 있는 거 아니에요? 그리고 오늘 아침에는 동씨 가문 별장에 같이 있었잖아요. 하임 씨가 증인이 될수 있는 거잖아요. 범죄를 저지를 시간이 없는데 저를 살인자라고 단정 지을 수 없는거 아니에요?”말하는 사이, 김예훈은 타케이의 창백한 얼굴과 아직 가시지 않은 놀라운 표정을 발견했다.살인을 저지른 사람은 아마도 타케이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사람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동하임은 경직된 어깨를 움켜잡으면서 김예훈의 생각을 읽었는지 말했다.“사실 누가 범인인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아요. 어차피 증거가 위조되었을 가능성이 높아요. 이것으로 김 도련님을 정기적으로 조사하는 것도 불가능하고요. 문제는 이 쓸모없는 증거들이 일본인에게는 확실한 증거가 될 수도 있다는 거예요. 게다가 사카모토 류이치마저 죽였잖아요. 여러 가지 관계로 경찰이 죄를 묻지 않았지만, 일본인에게는 용서받을 수 없는 행동이잖아요
하지만 아무리 지위가 높다고 해도 배시시 웃으면서 일어나 말할 뿐이다.“김현민 도련님, 걱정하지 마세요. 이미 특별 경로를 통해 일본 야마구치파에 소식을 전했거든요. 야마구치파 장로님인 나오키가 오늘 저녁 진주에 도착한다고 해요. 아들딸 세이이치로와 루미코도 동행한다고 하네요. 가족인 타케이의 억울한 죽음을 파헤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거예요.”김현민이 가식적으로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이 세상이 너무 불공평한 거 아니에요? 직접 진실을 파헤쳐야 하다뇨. 정말 일본인 친구들한테 미안하네요. 지훈 씨, 저를 대신해 일본 손님들을 잘 대접해 주세요. 원하는 것이 있으면 얼마든지 드리고요. 물론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말아야 한다는 거 아시죠?”남지훈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남씨 가문은 밀수로 일어난 가문이잖아요. 아무도 추적할 수 없을 거예요.”김현민은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김병욱을 힐끔 쳐다보았다.“병욱아, 정말 김예훈이 타케이 도련님을 죽인 게 확실해?”김병욱이 피식 웃었다.“그럼요. 병원 CCTV에 김예훈 모습이 찍혔고, 현장에 남겨진 당도 위에 그의 반쪽 지문이 남아있거든요. 비록 확실한 증거가 아니라 평생 콩밥을 먹일 순 없겠지만 일본인이 복수할 만한 증거가 되지 않을까요?”김현민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증거는 증거야. 확실한 증거든 아니든 우리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일본인에게 이 사실을 알리는 것뿐이야. 그들이 어떻게 선택할지는 그들의 문제라고. 아, 또 한 가지 일이 있어.”김현민이 곽영현을 힐끔 쳐다보면서 말했다.“곽씨 가문에 믿을만한 변호사가 몇 명 있잖아요. 진세은 씨를 구해내죠? 일본 손님을 대접하는데 진세은 씨가 없어서 되겠어요?”곽영현은 반짝이는 두눈으로 말했다.“네.”김현민은 또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저희는 진주·밀양의 고위층을 대표하기도 하고 공평 공정을 대표하기도 하는 거예요. 기관에서 공평 공정하게 처리 못 하는데
동하임은 남윤지의 도발을 무시한 채 다소 긴장한 모습으로 여유작작 차를 마시고 있는 김현민을 쳐다보았다.“김현민 도련님한테서 듣고 싶은 대답이 있어서 찾아왔어요.”“하임 씨, 저를 다시 경찰서에 데려가서 조사할 예정이에요? 어젯밤 이미 충분히 잘 답변해 드린 것 같은데요? 저는 그저 우연히 그 자리에 있었을 뿐이라고요. 그리고 저는 진주의 치안을 생각해서 쌍방의 모순을 중재했을 뿐인데 ‘착한 시민’ 상을 안 줄지언정 정한테 누명을 씌울 건 아니죠?”김현민은 의심할 여지 없이 확고한 말투였다.동하임은 평소였다면 이런 분노가 섞인 말투를 들었을 때 더 이상 질문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런데 예전과는 다르다는 생각에 깊이 숨을 마시고는 천천히 말했다.“김현민 도련님, 제가 묻고 싶은 것은 왜 타케이를 죽이고 김예훈한테 누명을 씌웠느냐예요.”“타케이가 죽었어요?”놀란 표정을 보면 전혀 연기하는 것 같지 않았다.“어젯밤 안동 김씨 가문의 명의를 에드워드 병원으로 보내드렸잖아요. 그런데 왜 죽어요?”동하임은 김현민을 자세히 쳐다보면서 잠시 후 입을 열었다.“단순한 죽음이 아니라 살해당했다고요. 죽은 사람은 그 어떤 의사도 살릴 수 없어요.”퍽!“이럴 수가!”김현민은 갑자기 일어나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바닥에 던졌다.“내가 타케이 도련님을 구하려고 얼마나 힘들게 의사와 간호사를 동원했는데. 그런데 죽었다고요? 하임 씨, 반드시 진상을 규명해서 일본대사관에 알려야 해요. 아니면 위에 항의해서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거예요.”분노로 가득찬 김현민은 결코 연기하는 것 같지 않았다. 오히려 법을 지키는 정의로운 사람처럼 보였다.동하임은 한참동안 그를 바라보다 뒤돌아 문을 열고 나가려던 순간, 갑자기 이렇게 말했다.“김현민 도련님, 걱정하지 마세요. 이 사건은 제가 직접 범인을 찾아낼 것입니다. 나쁜 사람을 절대 놓치지 않겠지만 절대 좋은 사람을 억울하게 만들지 않을 거예요. 결과가 나오자마자 알려드릴게요. 도련님께서는 결과를 기다리고 계시면 돼요.
동씨 가문 자제는 침을 꼴깍 삼키더니 말했다.“네. 살해된 것도 모자라 목구멍에 칼자국이 있었어요. 초보적으로는 당도로 인해 생긴 상처라고 보고요. 다른 단서는 추가적인 수색이 필요해요. 그런데 지금까지 모든 단서와 어젯밤 사건을 놓고 보면 알게모르게 김예훈 씨를 범인으로 몰고 있어요.”동태원은 표정이 미세하게 변했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이 나설 거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빨리 움직일 줄 몰랐다.이제 막 ‘착한 시민’ 상은 수여하려던 찰나에 안동 김씨 가문이 김예훈에게 살인죄를 뒤집어씌울 줄 몰랐다.안동 김씨 가문과 김현민에 대해 잘 알고있는 동태원은 이들이 나서는 순간 절대적인 치명타를 입게 될 거일 것도 잘 알고 있었다.타에이의 죽음은 김예훈이 진범임을 증명할 수 있었다.동태원이 직접 나서서 해명한다고 해도 범인임을 증명할 만한 증거가 충분할 것이 틀림없었다.동태원은 태양혈을 문지르며 동하임에게 시선을 돌렸다.“김현민한테 가봐.”“왜요?”동하임은 미간을 찌푸렸다.“우리 동씨 가문의 입장을 알려줘야지.”동태원은 한숨을 내쉬며 별장 밖에 있는 남태평양 바다를 쳐다보았다.지평선 끝에 먹구름이 가득한 것이 곧 폭풍우가 진주를 휘몰아칠 것만 같았다.그런데 이 폭풍우가 지나면 진주에 남게 될 자가 과연 누구일지 아무도 몰랐다....퍽!오후 3시. 동하임은 비를 뚫고 빅토리아 항구에 있는 고급 사무실 문을 열었다.동하림은 프론트 데스크 여직원을 무시한 채 성큼성큼 넓은 회의실로 향했다.이곳은 안동 김씨 가문의 건물이자 김현민의 사무실이기도 했다.이 순간 사무실 안에는 김현민 외에도 진주·밀양에서 내로라하는 젊은 층이 앉아있었다.진주 4대 도련님 중의 한 명인 김병욱, 진주 4대 도련님 중의 한 명인 곽영현 및 나머지 두 명, 진주 잡지사 아들, 일본의 귀족 등등...이들은 저마다 진주·밀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이 자리에 있는 사람 중에 어느 누가 밖에 나가서 발을 구른다고 해도 진주가 휘청거릴 정도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