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 쿵 쿵!!”그때, 땅을 흔드는 소리가 더욱 커졌다.곧, 사람들은 소리의 근원을 알게 될 것이다.낮은 고도에서 무장헬기 10대가 지면을 향해 날아왔기 때문이다.10대에 불과했지만 무장헬기 한 대 아래에는 무기들이 살기를 비추고 있었다.뿐만 아니라 땅이 흔드는 소리가 점점 커졌다.많은 사람들이 서서히 중심을 잃어갔다.“저기 봐!”제일 먼 곳에 있던 사람이 소리를 지르자 모두가 그곳을 쳐다보았다.시선 끝에 검은색의 거대한 물체가 나타나 그들이 타고 온 자동차를 순식간에 쇳조각으로 만들었다.그 모습을 본 사람들의 얼굴에 핏기가 가셨다.전설에 따르면 군부대의 상징적 배치, 제일 강한 부대만이 조립할 수 있는 것도 이곳에 나타났다.무장한 장갑차 위에는 당도를 든 채 서 있는 사람도 있었다.비록 사람은 많지 않지만 현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주는 압박감은 쌓이고 또 쌓였다.“진짜.... 진짜 군부대 사람들이야...”이를 본 이일도와 그의 일행은 하나같이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다.이것은 결코 그들이 함부로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으며 그들이 대적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상대방이 사람이 많지 않다고 얕보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몇 백 명의 사람들이 자신들을 없애려고 하는 것이 얼마나 쉬운 일일까?심지어 이런 상황에서 대적할 용기도 없었다.아무리 잘나가는 조직폭력배라고 하여도 군부대를 만나면 바로 무릎을 꿇어야 한다.우리가 왜 이곳에 왔을까?잘 살고 있었는데...조직폭력배들은 끊임없이 자신에게 질문을 던졌다. 일부 사람들은 놀라서 바로 바지에 오줌을 쌌고, 그 오줌 냄새가 진하게 전해졌다.그들은 단지 싸움을 하러 왔을 뿐이었다.하지만 무장헬기, 무장 장갑차가 함께 출동할 필요가 있었을까?많지 않은 무기들이었지만 그들을 쉽게 포위했다.복 씨 가문의 사람들은 눈앞의 광경을 본 순간 한기가 온몸에 퍼져 몸이 얼어붙은 것 같았다.너무 무서워!군부대 사람들이 왜 나타났지?이건 대체 무슨 상황이야?복률의 안색이 어두워질 대로 어두
사람들 모두가 당황한 표정이었다.“쿠루룽!”거대한 무장 장갑차가 500미터 떨어진 곳에서 정지했다.장갑차 위에 있던 병사들이 한 발짝 씩 앞으로 다가왔다.몇 백 명의 사람들 뿐이었지만 천천히 걸어 나오는 기세가 너무 압도적이었다.“쿵 쿵쿵!”좁고 긴 당도의 칼끝이 땅에 닿더니 불이 붙었다.그 광경을 지켜본 이일도가 절망적인 표정을 지었다.“이건... 군부대의 당도영, 군부대에서 전투력이 제일 강한 부대에요. 사람은 많지 않으나 한 명이 천명을 상대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특전사 부대...”“당도영, 모두 출전한 걸까?”이일도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전설의 이야기를 꺼냈을 때, 그는 스스로 절망했다.사람이 많고 적고가 전쟁의 승패를 가리는 것이 아니다.진짜 중요한 순간, 군사들의 개인 능력과 단합 능력이 좋아야 한다.당도영은 천 명에 불과하지만, 당도영에 들어갈 수 있는 모든 군사들은 만 명 중 한명이라고 한다.이런 사람들 앞에서 자신들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당도영 부대에서 10여 명만 와도 그들 같은 사람들을 해결하는 것은 눈을 감고도 할 수 있을 만큼 간단한 것이다.복 씨 가문의 사람들 중 당도영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없었다.지금 그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절망에 빠진 표정이었다.당도영!전설 속의 군부대!어떻게 여기에 나타났을까....“저...”온몸이 떨릴 정도로 놀란 복현이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하였다.“세자... 세자...”몸을 부르르 떠는 그는 지금 도무지 생각을 정하지 못하였다.바로 그때, 당도영의 군사들은 그들과 10미터도 안 되는 곳에 멈춰 섰다. 단도의 거리만큼 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군사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근엄한 표정으로 손에 당도를 꼭 쥐었다. 날카로운 칼날은 추위에서도 빛을 냈다.그들이 마음만 먹는다면 복 씨 가문과 조직폭력배는 순식간에 이 자리에 쓰러질 것이다.진정한 군사들 앞에서 조직폭력배는 아무런 힘도 없었다.그저 지나가는 쓰레기일 뿐이다!군사들의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 중이었던 복률은 허공에 있던 무장헬기가 갑자기 움직이지 않는 것을 발견했다.그들은 공중에서 가만히 떠 있었다.차가운 총기가 아래 있는 사람들을 겨누었다.이 장면은 당도영의 군사들이 주는 압박보다 더 큰 압박감이었다.이것은 그야말로 하늘에서 땅까지 도망칠 공간이 없는 것이다!너무 무서웠다!그 모습이 너무 무서웠다!그때, 압박감을 견디지 못한 자홍 언니가 땅에 무릎을 꿇고 손을 번쩍 쳐들며 말했다.“저희는 복 씨 가문에 속았습니다. 저희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습니다!”그녀를 따라 무릎을 꿇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많아졌다.이일도가 복률을 짚으며 말했다.“모두 복 씨 가문에서 저지른 일입니다! 땅으로 저희를 유혹하여 시킨 일입니다!”“돈에 미친 저희는 아무것도 모릅니다!”“어르신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모두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말을 마친 이일도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땅에 무릎을 꿇고 손을 번쩍 쳐들었다.사나이 대장부도 무릎을 꿇어야 한다면 망설이지 않는다.입만 살아있다면 절대 좋은 결과는 없다.“팍팍팍!”그의 부하들도 그를 따라 무릎을 꿇고 손을 번쩍 쳐들었다.곧이어 복 씨 가문의 경호원과 무사들도 복 씨 가문을 버리고 무릎을 꿇고 손을 쳐들었다.순식간에 2000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모두 무릎을 꿇고 움직이지 않았다.아직도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있는 사람은 복 씨 가문과 윤수인 정도였다.그들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위는 싸늘한 시선과 차가운 칼날, 그리고 무릎을 꿇은 사람들이었다.그들은 무릎을 꿇어도 문제가 되었고 무릎을 꿇지 않아도 문제가 되었다.그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던 김예훈이 앞으로 다가와 입을 열었다.“복현.”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깜짝 놀란 복현은 몸을 흠칫 떨더니 오줌을 지렸다.그가 몸을 바들바들 떨며 김예훈을 쳐다보고 대답도 하지 못하였다.“복률...”김예훈이 계속하여 이름을 불렀다.복률은 안색이 어두웠지만 진정하려고 온갖 힘을 쓰고 있었다.다만 아무도 보지 못했을 때,
바로 이때 군용 지프 한 대가 와서 멈춰 섰다. 이내 군복 차림에 망토를 두른 중년 남성이 빠른 걸음으로 묘지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이 사람은... 수령인가?”수령은 직책이 높은 편은 아니라 복씨 가문의 사람들은 수령을 보고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이 사람은 당도 부대의 수령이다!당도 부대는 한국의 9대 최고 군대 중 하나이다!당도 부대의 수령이 될 수 있는 사람은 군인 중에서도 손꼽히는 존재이다.지금 이 순간, 복씨 가문 사람들의 안색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수령이 묘지를 향해 걸어오는 모습을 그들은 쭉 지켜보고 있었다. 이내, 그 장교는 김예훈 앞으로 걸어와서 인사를 했다. “경기도 군사 지역 당도 부대의 수령 박인철 인사드립니다! 당도 부대는 이미 집결 완료하였습니다. 명을 내려주십시오!” 그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 놀라움은 말로 형용할 수가 없었다. 박인철!그는 전설적인 인물이었다. 한국에서 경기도 군사 지역의 4대 전신의 우두머리로 불리고 있는 사람이다. 경기도의 일인자가 이 사람을 만나더라도 아마 공손한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다. 근데 이 사람이 지금 김예훈을 향해 예를 갖추었다?김예훈...도대체 무슨 신분이란 말인가?!상상할 수도 믿을 수도 없다!예로부터 귀족이라고 자부하며 군림해 온 복씨 가문의 사람들은 이런 큰 충격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들의 보기에 김예훈은 찌질한 데릴사위이고, 기껏해야 그분의 대리인일 뿐이다. 그러나 눈앞의 이 광경은 그들의 추측이 틀렸다는 것을 말해준다. 사실에 가까운 진실에 대해 그들은 받아들일 생각이 전혀 없어보였다.. 이 순간, 복률은 자신이 두려워하고 있다는 걸 감추기라도 하듯 천천히 눈을 감았다. 박인철의 행동은 그의 추측이 사실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김예훈, 바로 그 전설 속의 그분이다!이런 짐작을 한 복률은 고통스럽기 그지없었다. 만약 진작 이분의 신분을 알았다면 그는 절대 이런 결정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복현...”김예훈은 차가운 눈빛으로 복씨 가문의 사람들을 쳐다보았다. “예전부터 알고 싶어 했잖아, 내 신분이 뭔지?”“정씨 일가가 성남에 처음 왔을 때, 있었던 파티를 기억해?”“김세자가 파티에 참석한다는 건 틀린 말이 아니었어. 그는 파티에 참석했었어...”“내가 바로 그 김세자거든!”복현은 당연히 그날 밤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날 그는 명을 받고 정씨 일가의 사람들을 접대하러 그 자리에 갔었다. 김세자가 그 파티에 참석한다는 소식을 듣고 복현은 엄청 설렜다. 드디어 전설 속의 김세자를 보게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결국은 이 데릴사위 때문에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정씨 일가는 김예훈을 가문의 죄인으로 여기고 있다. 김예훈 때문에 가문의 운세가 기울어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그 후, 정씨 일가는 가까스로 CY그룹의 도움을 받게 되었고 이 모든 건 정민아의 덕분이었다. 하여 정씨 일가의 사람들은 정민아가 김세자의 숨겨둔 여자라고 의심했다. 하지만 숨겨둔 여인을 위해 김세자가 한 가문에 그런 도움을 준다는 게 말이 되는가?복씨 가문의 사람들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왜 정민아한테 그런 대우를 해줬는지?왜 사람들이 정민아를 김세자가 숨겨둔 여인이라고 해도 김예훈은 아무렇지 않은 척했는지?왜 김씨 가문에서 정씨 일가에 그렇게 큰 선물을 보냈는지?예전에는 이러한 일들에 대해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다들 알 것만 같았다. 왜냐하면 김예훈이 바로 김세자이니까!이것이 바로 김예훈이 감히 복씨 가문을 건드리고 복씨 가문의 사람들한테 묘지 앞에서 참회를 하라고 명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전설 속의 김세자는 단지 몇백조에 달하는 그룹을 만든 것만 아니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김씨 가문은 이미 경기도에서 최고의 가문이었다!소문에 의하면 김예훈은 예전에 총감독관의 신분으로 군에 들어가서 당도 부대와 함께 전쟁에 참여했다고 한다. 그 전투에서 김세자는 선봉에 서서 당도 부대의 군사들을 이끌고 백만 명의 적들을 물리
김예훈이 오른손을 살짝 내리누르자 그의 동작과 함께 사방에서 울러 퍼지던 소리가 뚝 그쳤고, 바늘이 우수수 떨어졌다. 김예훈은 차가운 눈빛으로 복씨 가문을 사람들을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상상도 못 했겠지? 데릴사위가 그것도 남한테 밟혀 사는 사람이 3년 전 이미 경기도에서 최고 자리에 오른 사람일 줄은. 오늘 내가 다시 돌아온 데 대해 누가 감히 날 막을 수 있겠나?”“아무리 복씨 가문이 대단하고 경기도의 일류가문이라고는 하나...”“애석하게도 당신들은 여전히 김병욱의 개일 뿐이야...”“김병욱도 아직까지 내 앞에 감히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는데 당신들이 무슨 자격으로?”김예훈은 담담하게 말했지만 듣고 있던 복씨 가문의 사람들은 기분이 상했다. 그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하얗게 질렸고 제대로 서 있을 수 없을 정도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복씨 가문의 사람들은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만약 가문의 명예가 걸리지 않았다면 그들은 진작에 무릎을 꿇었을 것이다. “당신처럼... 이렇게 대단한 인물이 왜 3년 전에는 김병욱 때문에 성남에서 쫓겨난 거야...”복세자인 복률은 역시 대범했다. 이 순간, 복씨 가문 그 누구도 감히 입을 놀리지 못한 상황에서 복률은 감고 있던 눈을 뜨며 차갑게 말했다. 다만 애석하게도, 그가 아무리 냉정한 척을 하더라도 그의 말투에서 그가 많이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지금 이 순간 사람들은 김예훈을 쳐다보고 있었다.김예훈의 얼굴을 마주할 용기가 없었던 그들은 그의 발만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김예훈은 웃으며 말했다. “복률, 무엇 때문인지 알고 싶어?”“너한테 그럴 자격이 있다면 내가 알려주지...”“근데 그 이유를 들은 사람은 죽어야 해!”김예훈은 담담하게 말했다. 복률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손바닥이 피가 나도록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한테 그럴 자격이 없었다!죽음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그한테는 자격이 없었다!그는 3년 동안 김씨
복률이 무릎을 꿇는 순간 복씨 가문이 무너져 버렸다. 복씨 가문의 자부심, 복씨 가문의 자존심은 이 순간 사라져 버렸다. “터억!”“터억!”“터억!”복씨 가문의 사람들이 하나둘씩 무릎을 꿇었다.그들은 진작에 버틸 수 없었다. 온몸의 식은땀이 옷을 적시는 순간 차갑게만 느껴졌다. 그리고 이분 앞에서 그들은 숨조차 쉴 자격조차 없었다. 김예훈은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이 광경을 지켜봤다. 복씨 가문의 사람들이 무릎을 꿇은 것에 대해 김예훈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이내 그가 차가운 눈빛으로 윤수인을 쳐다보았다.“문호가 널 끔직이 사랑하고 자신의 전부라고 여긴 게 참 우스워.”“더 웃긴 건 넌 그를 배신했고 부귀영화를 위해 복씨 가문과 손을 잡은 것도 모자라 복씨 가문의 노리개로 전락하게 되었지!”“네가 이 모든 것을 누리고 있을 때, 문호는 지옥에서 울부짖고 있다는 생각 안 해 봤어?”“전에 똑바로 얘기한 것 같은데. 문호의 묘 앞에서 죄를 뉘우치지 않으면 너희들이 어떻게 되는지...”“내 말이 말 같지 않은 거야?”“나...”윤수인은 바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왕명호와 여성택은 이미 바지에 오줌을 쌀 정도로 겁에 질려있었다. 복씨 가문에서 제일 먼저 용서를 구한 사람은 뜻밖에도 복현이었다. “내가 잘못했어! 정말로 잘못했어! 진심으로 사죄할게!”“저희도 잘못했습니다! 문호 씨, 저희를 용서해 주세요!”이들은 하나같이 남문호의 묘 앞에서 절을 했다. 특히 윤수인 세 사람은 주위를 신경 쓰지 않고 끊임없이 절을 했다. “탕탕탕-”머리를 박는 소리는 엄청 컸고 그들은 피를 흘리면서도 감히 멈추지 못했다. 복현은 절을 하면서 김예훈한테 아부했다. “세자님,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정말 죽을 죄를 졌습니다!”복씨 가문의 다른 사람들도 덩달아 입을 열었다. “김세자님, 당신은 저희가 숭배하는 분입니다!”“만약 당신이 김세자라는 걸 진작에 알았다면 우리 복씨 가문은 세자님의 휘하로 들어갔을 겁니다!”“예전에는
김예훈은 발버둥 치고 있는 복률의 모습과 추악한 얼굴을 하고 있는 복씨 가문의 사람들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가 참지 못하고 차갑게 웃었다. “재미있군, 당신들이 패배를 인정하는 것도, 용서를 구하는 것도...”“이 모든 게 다 내 신분 때문이겠지...”“만약 내 신분이 아니었다면 당신들이 이곳에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겠나?”“그럴 리가 없지!”김예훈은 앞으로 걸어가 발로 복률을 걷어찼다. “퍽”하는 소리와 함께 복씨 가문의 마지막 자존심이 무너져 버렸고 복률의 무릎은 그대로 깨져버렸다. 복률은 아무리 달갑지 않고 싫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철저히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김예훈은 차갑게 말했다. “복률, 복현, 윤수인, 왕명호, 여성택...”“당장 고개를 들어...”꼿꼿하게 있던 복률을 포함해 이름이 불린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잔뜩 긴장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게 뭘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이건 염라대왕이 곧 죽을 자의 이름을 부르고 있는 것이다.하지만 김예훈 앞에서 그들은 고개를 들 수밖에 없었다. “당신들이 문호를 밀어 죽게 만든 것은 아니지만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어.”김예훈은 차갑게 입을 열었다. “아니… 난…” 부인하려던 복현은 김예훈과 눈이 마주치자 몸을 벌벌 떨었다.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저희가… 저희가 그런 겁니다…”다른 사람들은 입도 뻥긋하지 못하고 창백한 얼굴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이런 상황에서는 부인하는 것이 오히려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그래, 죄를 인정했으니 문호의 묘 앞에서 7일 동안 무릎을 꿇고 있어!”김예훈의 목소리는 극도로 차가웠다.박인철은 앞으로 걸어가 모든 사람을 남문호의 묘 앞으로 끌고 갔다.김예훈은 남문호의 묘를 쳐다보면서 웃었다. “문호야, 널 죽인 인간들을 내가 모조리 잡아 왔어. 네 앞에서 무릎 꿇고 용서를 빌게 할 거야!”“널 배신한 인간들은 죽고 싶을 만큼 고통받게 해주겠어!”남혁수
추문성은 최대한 문제를 해결해 보려고 동하임까지 데려갔다.진주에서 자신의 힘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동하임을 데려간 것이다. 이로써 상대방을 압도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말에 힘을 실어 넣을 수 있었다.뒤따르던 김예훈은 눈에 띄지 않으려고 경호원 복장으로 갈아입었다.차량 행렬은 곧 옥루 회관에 도착했다.땅값이 비싼 이곳 건물에서는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다.시내 중심에서 넓은 부지를 차지하고 있는 옥루 회관은 시적인 미적 감각을 보여주었다.이곳은 진주·밀양 권력자들이 즐겨 찾는 장소 중 하나로 가난한 자는 절대 들어올 수 없었다.이 사람들 외에도 많은 부잣집 따님들이 오가며 화려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추문성은 익숙하게 정차하고 김예훈, 동하임과 함께 입구로 걸어갔다.막 들어가려던 찰나 기모노를 입고있는 한 여성이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말했다.“죄송한데 이곳은 개인 회관으로서 회원 카드를 제시하셔야 입장이 가능해요.”일본 여자는 환하게 웃고 있었지만 차가운 기운을 풍기기도 했다.“회원 카드요?”추문성은 잠시 당황하긴 했지만 담담하게 말했다.“저는 추문성이라고 해요. 제가 이곳을 드나드는데 회원 카드 따위는 필요 없다는 거 알고 계시잖아요.”아무리 그래도 밀양 1인자 가문의 도련님인데 예전에 방탕한 생황을 누리고 있을 때는 이곳을 제집 드나들듯이 자주 찾아왔다.그때는 이른바 회원 카드도 필요하지 않았다. 얼굴도장만 찍으면 자유자재로 드나들었다.그런데 그런 그에게 회원 카드를 제시하라고 한다고?이것은 그의 얼굴에 침을 뱉는 거나 다름없었다.일본 여자가 웃으며 말했다.“죄송한데 방금 접한 저희 아가씨 명령대로 오늘부로 회원 카드가 있어야 입장이 가능해요. 부잣집 도련님이든 김현민 도련님이 오시든 예외는 없어요. 그리고 개인 출입만 가능하고요.”추문성이 냉랭하게 말했다.“정말 회원 카드가 있어야 하겠어요? 저를 막을 수나 있겠어요?”일본 여자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저 임수민은 당연히 추 도련님을 알고 있죠... 그런데 제
김예훈을 추문성에게 전화해서 현장을 처리해달라고 했다.동하임에게도 전화하려고 했지만 여자한테 이런 피비린내 나는 장면을 보여주기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여 그냥 포기하기로 했다.얼마 후, 주우섭은 인근 병원으로 이송되어 상처를 치료받았다.추문성은 아까 쓰러진 고서희를 알아본 듯 미간을 찌푸렸다.“왜? 무슨 문제라도 있어?”김예훈은 추문성의 표정을 캐치하고 물었다.추문성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고서희는 옥루 회관 사람이거든요. 옥루 회관은 진주 4대 명문가 중의 하나인 남씨 가문의 구역인데 어젯밤 남윤지를 건드린 것도 모자라 옥루 회관까지 건드렸으니 남씨 가문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남씨 가문?”김예훈은 실성하고 말았다.“남씨 가문이 나에게 함정을 파놓은 것이 아니라 내가 남씨 가문을 건드렸다고 어떻게 확신하는 건데?”추문성은 멈칫하더니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지었다.“조사해 보라고 한 건 어떻게 됐어? 강서연 씨가 정말 잡혀갔어?”김예훈이 화제를 돌리자 추문성이 나지막하게 말했다.“맞아요. 제가 받은 정보에 의하면 남씨 가문이 화해의 의미로 강서연 씨를 데려갔다고 했는데 사실 반강제로 끌려갔다고 했어요.”“그러면 강준 씨는 이 사실을 알고 있고?”김예훈이 물었다.“강준 씨는 집법부대 사람들에게 끌려가 심문을 받고 있어서 아무도 그와 연락할 수 없었어요. 이 중요한 순간에 강서연 씨가 옥루 회관으로 끌려간 걸 보면 위험한 상황에 부닥쳐 있을지도 몰라요. 그런데 강준 씨는 늘 조심스러운 사람인데 어떻게 갑자기 남씨 가문을 건드렸을까요?”추문성은 어제 사건의 세부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었기에 의아하기만 했다.“내 편에 서기로 했거든.”김예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일어섰다.“겉으로는 남씨 가문이 강씨 가문을 공격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실 나를 노리고 있어. 나랑 함께 옥루 회관에 가보자고. 강서연 씨를 무사히 데려오지 못하면 아마 진주·밀양에서 아무도 나한테 투자하지 않으려고 할 거야.”추문성은 이제야 이해한 표정이었다
“그래. 지금 놔줄게.”김예훈은 그를 힘껏 바닥에 던져버렸다.“푸!”정장남은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목구멍이 달아오르고 눈앞이 어두워지는 느낌에 절망적인 표정을 지었다.동시에 입에서 피가 쏟아져나와 그를 절망에 빠뜨렸다.그는 필사적으로 입을 벌려 숨을 쉬고 싶었지만 마치 누군가에 의해 목이 조여진 것처럼 전혀 공기를 들이마실 수가 없었다.김예훈이 이 정도로 강하게 나올 줄 몰랐던 그는 그래도 기절하고 말았다.퍽!김예훈은 정장남을 발로 차서 그녀 앞으로 날려 보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풀어줬어. 이제는 됐어?”이 장면을 지켜보던 주우섭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이것이 바로 그가 원하던 결말이었다.“죽여버려!”이때 일곱, 여덟 명의 정장남들이 서로 눈치를 보더니 소리를 지르며 김예훈을 향해 달려들었다.두목이 쓰러졌는데 김예훈을 죽여버리지 않으면 어떤 끔찍한 결말을 맞이할지 몰랐다.쨕! 쨕! 쨕!김예훈은 뒤로 물러서지도 않고 오히려 앞으로 나가 그들의 뺨을 가차 없이 때렸다.잠시 후, 이들은 모두 저 멀리 날아가 얼굴이 퉁퉁 부어오르고 입과 코에서 피를 흘리는 채로 바닥에 널브러지고 말았다. 눈에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두려움이 가득했다.이들은 눈앞에 서 있는 이 남자가 이 정도로 무서운 존재인 것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김예훈을 마주했을 때 이 일곱, 여덟 명의 장정들은 반격은커녕 전혀 피할 수조차 없었다.아까 그녀는 눈빛이 반짝이더니 곧바로 소리쳤다.“김예훈, 넌 이제 큰일 났어!”쨕!김예훈은 앞으로 다가가 뺨 한 대로 그녀를 바닥에 넘어뜨렸다.그녀가 비명을 지르며 겨우 일어나려고 할 때, 김예훈은 그녀의 머리를 밟아버렸다.“말해. 누가 나를 괴롭히라고 보낸 건지.”김예훈은 휴지로 손가락을 닦으며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누가 너를 괴롭힌다고 그래? 분명 네가 먼저 우리의 좋은 일을 망쳤잖아. 죽고 싶어?”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멀리 있는 총을 다시 잡으려 했다.하지만 김예훈은 다른 한 발로 그녀의 손가락을 부
누군가 호통치는 소리를 듣자 일곱 여덟 명의 장정은 뒤돌아 날카로운 시선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아까 그 여자는 피식 웃더니 거만한 표정을 지었다.김예훈의 등장이 매우 만족스러운 모양이다.“우리 지금 영화 촬영하고 있는 거 안 보여?”앞장서있던 남자가 김예훈을 잠시 눈여겨본 후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꺼져! 그리고 오늘 본 거 다 잊어버려. 아니면 너도 우리 영화의 주인공 중 한 명이 될 거야.”“이대로 갈수 없겠는데?”김예훈이 피식 웃었다.“지금 맞고있는 사람이 나랑 일면식이 있는 사람이거든. 나한테 도움을 요청했는데 모른는 체할 수는 없잖아? 내 체면을 봐서라도 이대로 풀어주는 거 어때?”김예훈의 말에 상대방은 멈칫하더니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너 죽고 싶어? 우리가 누군지 알기나 해? 왜 네 체면을 지켜줘야 하는데? 체면이 있기라도 해? 죽고 싶지 않으면 지금 당장 꺼져!”이때 그의 손짓하나에 두 명의 부하가 목을 비틀며 잔인한 표정으로 다가왔다.김예훈은 한숨을 내쉬더니 순식간에 그의 앞에 나타났다.움직임이 어찌나 빠른지 반응할 수 없을 정도였다.아까 그녀는 표정이 확 바뀌더니 소리쳤다.“조심해!”정장남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서고 싶었지만 김예훈의 속도를 이길 수가 없었다.불안감이 엄습해 오는 순간, 김예훈은 이미 오른손을 뻗었다.이때 정장남이 본능적으로 소리를 질렀다.“이 자식이...”빠직!말도 끝나기 전에 김예훈은 이미 그의 목을 잡고 천천히 들어올렸다.이 장면은 마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처럼 정장남은 숨을 쉴 수 없어 얼굴이 창백해지고 말았다. 한순간 죽음의 기운이 밀려오는 것만 같았다.“그 손 안 놔?”“빨리 내려놔!”“죽고 싶어?”일곱, 여덟 명의 정장남들은 멈칫도 잠시 동시에 총을 들었다.아까 그녀도 차에서 뛰어내려 총알을 장전하고는 차가운 표정으로 서서히 다가왔다.바로 이때, 공중에 떠 있던 정장남도 충격에서 회복하고 김예훈을 째려보며 악랄하게 말했다.“이 자식이. 감히
“도련님, 저 지금 해양 공원 야외 주차장에 있어요.”주우섭의 목소리에는 끝없는 두려움이 담겨 있는 듯했다.“지금 컨테이너 뒤에 숨어있는데 계속 저를 찾고 있어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어요... 서연이가 잡혀갔다고요. 빨리 와주시면 안 돼요?”“알겠어요. 곧 갈 테니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김예훈은 조급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그는 웨이터에게 현금을 건네고는 택시를 잡아 해양 공원으로 쏜살같이 달려갔다.김예훈이 떠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누군가 어두운 구석에서 걸어 나와 무전기를 꺼내 조용히 말했다.“걸려들었어.”...십몇 분 뒤, 김예훈은 해양 공원 주차장 입구에 도착해서 택시요금을 낸 후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곧 김예훈은 구석 자리를 찾았다.몇몇 정장을 입은 장정들은 입에 시가를 물고 한 남자를 구석으로 몰아넣고 있었다.이들이 하나같이 호스, 야구방망이 같은 것들을 휘두르는 바람에 구석에 있는 남자를 울부짖게 했다.이들의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랭글러 차 보닛 위에는 어떤 여자가 다리를 꼬고 앉아있었다.몸매 좋은 그녀는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차가운 표정으로 총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영락없는 명사수의 모습이었다.김예훈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그녀는 차가운 표정으로 힐끔 쳐다보더니 곧바로 살기가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그는 멀리서 총으로 김예훈을 겨냥하면서 저리 꺼지라는 제스처를 했다.한껏 거만한 태도에 김예훈은 어이가 없었다.‘내가 정말 아무것도 간파하지 못했다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김예훈이 이곳에 나타난 이유는 도대체 누가 자기를 건드리려고 하는지 보고 싶어서였다.김예훈은 그녀를 무시하고 앞으로 걸어가 구석에서 구타당하고 있는 주우섭을 발견했다.이 순간 그의 얼굴에는 뺨 자국이 가득했고 퉁퉁 부어있었다. 그리고 여러 곳이 찢어져 피가 흐르고 있었으며 전혀 재벌 2세의 모습이 아니었다.게다가 그가 입고있는 정장은 너덜너덜해져 악취가 계속 풍겨 나왔다.앞장서있던 남자는 야구 방망이를 세게 내리쳐 주우섭의 비명을
남윤지의 미세한 표정 변화에 남지훈이 그녀의 얼굴을 가볍게 두드리면서 말했다.“동생아, 이제 이 늙은 호랑이가 진주에 돌아와 소란을 피울 때도 된 거야. 그 사람이 이기면 우리 남씨 가문도 다시 체면을 되찾을 수 있는 거야. 어차피 그 사람이 죽어도 앞으로 너의 걱정이 하나 줄어드는 거 아니겠어? 어떤 상황이 전개되든 우리한테는 좋은 일일 거라고.”남윤지는 표정이 확 변했다.“설마 김현민 도련님이랑...”“쉿!”남지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했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김현민이 무슨 자격으로 우리 4대 도련님 위에 군림할 수 있는 건데? 예전의 4대 도련님은 이미 그에게 죽임을 당하고 대신 김병욱이 올라섰어. 만약 나랑 곽영현이 이렇게 바보처럼 지내고 있으면 얼마 안 지나 또 다시 물갈이하지 않겠어?”남윤지가 말했다.“그러면 맹승현은...”남지훈이 그녀의 말을 끊었다.“맹승현이 우리의 체면을 되찾아 줄 수 있다면 우리 편에 설 자격이 있는 거지. 아니면 그냥 버려진 존재일 뿐이야. 진주에서는 오직 나랑 곽영현이 힘을 합쳐야만 김현민과 맞설 수 있는 거 아니겠어? 설마 나랑 곽영현이 계속해서 심부름꾼이나 할거로 생각하지 않았지? 그래도 남자 대장부인데 남에게 짓밟혀 살아야 하겠어?”뒤쪽에서 곽영현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문을 열고 들어왔다.그의 등장에 남윤지는 멈칫하더니 얼굴이 일그러지고 말았다.그녀는 이 두 사람이 손을 잡았을 때 정말 김현민과 힘겨루기를 할 만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다음날 이른 아침. 김예훈은 앱으로 주변에 있는 딤섬 가게를 찾았다.진주 경찰서와의 약속에 따라 단기간 내에 진주를 떠날 수 없었다.하지만 그래도 그의 자유를 제한할 방법은 없었다.적어도 김예훈은 지금도 동하임이 자신에게 ‘착한 시민상’을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런데 밥을 먹고 있는데 김예훈은 어두워진 날씨에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아직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주변이 끔찍하게 어두워 하늘이 언제든지 내려앉을 것만 같았
남윤지 뒤에는 진주 4대 도련님 중의 한 명인 남지훈이 카푸치노 한 잔을 즐기고 있었다.남윤지의 화가 거의 가라앉을 때쯤, 그제야 담담하게 말했다.“왜 이렇게 화를 내고 흥분하는 건데? 생각해 봐. 진세은, 김청미, 류서우도 그 사람한테 당했는데 너도 손해 보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니야? 왜 그 사람을 건드리러 갔는지 자신을 탓해야지. 다른 사람을 보냈어도 되잖아. 내가 몇번을 말해. 우리 남씨 가문은 폭력으로 먹고 사는 게 아니라고. 그런 건 홍성파에서나 할 짓이지. 우리는 머리를 써야 해.”퍽!남윤지는 남지훈 손에 들고 있던 커피잔을 바닥에 던져버리더니 일그러진 표정으로 말했다.“내가 안 가게 생겼어? 김현민 도련님이 강서연에게 본때를 보여주라고 했는데 옥루정도 우리 남씨 가문의 재산이고, 내가 안 나서면 누가 나서겠어. 너는 감히 나설 수가 있겠어?”남지훈은 아쉬운 표정으로 바닥에 던져진 커피잔을 바라보았다. 이것은 에르메스에서 20억 원 이상은 소비해야 받을 수 있는 선물인데 이렇게 깨져버리니 너무나도 아쉬웠다.이때 남지훈이 담담하게 말했다.“흥분하지 마. 우리가 비록 손해를 보긴 했지만 그래도 김현민 도련님한테 우리는 언제나 그의 편인 것을 알렸잖아. 그것도 투자나 마찬가지라 좋은 일이지. 도련님께서 이 일을 알게 되면 우리 남씨 가문이 쓸모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우리 남씨 가문의 충성을 기쁘게 여길 것이야.”남윤지가 냉랭하게 말했다.“너는 당연히 괜찮겠지. 나는 어떨 것 같아? 도련님한테 내가 무능한 사람이라고 낙인이 찍히면 어떻게 안방마님이 되라고. 김청미를 겨우 없애고 나한테 기회가 주어졌는데 이대로 포기할 수 있겠어? 내가 안동 김씨 가문에 시집가면 진주 4대 도련님인 너한테도 좋을 거라는 걸 알고 있어. 내가 지금 무엇때문에 머리 아파하는지 모를 리가 없잖아. 도와줄 생각은 안 하고 여기서 비꼬기만 해?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남지훈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래서 이 정도로 흥분할 필요가 없다고. 내가 안
이번 식사 자리는 그렇게 즐겁지 않았다.강서연은 대충 몇 입 먹고는 계산을 마치고 곧바로 이곳을 떠났다.김예훈은 그녀가 보고하러 갈 거라고 예상하고 막지 않았다.진주·밀양 용문당 무도관.방석에 앉아있는 강준은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으며 강서연이 맞은편에서 오늘 있었던 일을 말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강서연의 말이 끝나자 강준은 그제야 눈을 뜨고 담담하게 말했다.“잘못 들은 게 아니야? 정말 김현민을 포함한 전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사람들을 불러오라고 했다고?”강서연은 자세히 기억을 되새겨서야 대답했다.“김예훈 씨가 정말 그렇게 말한 거 맞아요.”“재밌네.”강준이 중얼거리기 시작했다.“남윤지가 부르지 못할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단 말이지. 모든 걸 계산하고 있었던 거야? 아니면 안동 김씨 가문 사람들이 와도 상관없었던 거야?”강준은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어떤 경우든 한 가지 사실을 의미하고 있었다.그것은 바로 김예훈이 진주·밀양에서 무서워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강서연은 강준의 표정을 보며 조금 망설였다.“할아버지, 저희 남씨 가문을 찾아가서 잘 이야기해 보는 거 어때요? 아니면 김예훈 씨랑 끝까지 가는 것이 좋을까요? 문제는 집법부대가 안동 김씨 가문의 편이잖아요. 김예훈 씨를 따라갔다간 위험해질지도 몰라요.”강준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진주·밀양에 지금 거대한 폭풍이 일고 있어. 언제든지 폭발할 수 있다고. 우리 강씨 가문이 진주·밀양 용문당을 수년간 지배해 오면서 절대적으로 그 누구의 편도 들어주지 않는 원칙을 지켜왔지만 이번에는 어쩔 수가 없잖아. 한쪽은 집법부대고 한쪽은 부산 회장인데 우리도 용문당 사람으로서 더 이상 중립을 지킬 수 없어. 무조건 한쪽을 선택해야 해.”강서연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할아버지, 그렇다고 지금 당장 누구의 편에 설 필요도 없잖아요.”강준은 고개를 흔들었다.“어쩔 수가 없잖아. 최소한 지금은 선택할 여지가 있잖아. 지금 선택하지 않으면 나중에 안동 김씨 가문이랑 엮
김현민까지 이곳에 부를 바에 남윤지는 결국 조용히 있기로 했다.오늘 너무 급하게 온 나머지 너무 경솔하기도 했다.조금만 더 잘 준비하면 김예훈을 죽이기는 그렇게 어렵지도 않다고 생각했다.이순간 수많은 음흉한 계획이 남윤지 머릿속에 떠올랐다.다음 순간, 그녀는 복수의 결의를 다지며 강서연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강서연 씨, 미안해요. 오늘은 제가 술을 많이 마셔서 제정신이 아니었나 봐요. 무례한 말을 많이 한 것 같은데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기를 바랄게요. 옥루정 이익에 관해서는 잘 정리해서 최대한 빨리 보내드릴게요.”“그래요. 사과를 받아들일게요.”강서연은 일이 더 커지는 것을 원하지 않아 무덤덤하게 말했다.“이제 가보셔도 좋아요.”남윤지는 강서연의 태도에 화가 나서 거의 피를 토할 뻔했지만 결국 분노를 억누르며 차가운 시선으로 김예훈과 강서연을 쳐다본 후 사람들과 함께 떠났다.남윤지 일행이 떠나자 주우섭이 가장 먼저 문을 닫았다.그러고는 이상한 눈빛으로 김예훈을 힐끔 쳐다보고는 강서연의 옆으로 가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서연 씨, 오늘 일을 크게 벌였는데 이렇게 간단히 끝나지 않을 것 같아. 남씨 가문은 4대 명문가 중의 하나로서 만약 남윤지 씨가 만반의 준비를 하고 다시 찾아오면 우리가 손해 볼지도 몰라. 아니면 지금 바로 김현민 도련님을 찾으러 가는 건 어때? 직접 사과하고 손해배상도 드리자고.”“맞아! 맞아!”“나도 그 말을 하려고 했어. 남윤지 씨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안방마님이 될 사람인데 절대 건드리면 안 돼.”“우리가 지금은 이겼다고 해도 나중에 문제가 생길 거야.”아까 남윤지가 있을 때는 한마디도 하지 못하던 강서연 친구들이 하나둘씩 일어나 말하기 시작했다.혹시라도 잘못 연루될까 두려워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이들이 김예훈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경외감 외에도 적대감이 더해졌다.분명 오늘 김예훈의 행동이 많은 문제를 일으킨 것으로 보였다.남씨 가문에서 발끈해서 본격적으로 나서면 그 후과를 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