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훈은 무릎을 꿇고 있는 안명수를 위아래로 훑어보며“아무 이유 없이 이렇게 큰절을 해도 됩니까? 나 같은 무능한 놈한테 말입니다.”라고 말했다.안명수는 허리를 굽힌 채 말했다.“아닙니다, 대표님, 제가 말했듯이 대표님이 돌아오신다면 제가 무릎을 꿇겠다고 했으니 무릎을 꿇어야죠.”“그럴 자격이 있습니까? 나랑 엮일 자격조차 없습니다.”라고 김예훈이 말했다.“네, 네, 네, 자격이 없습니다, 전에 제가 대표님을 몰라봤습니다, 대표님께서 용서해 주시길 바랍니다.”안명수는 표정이 굳어져 말했다.김예훈은 싸늘한 표정으로 책상 위의 잡지를 이리저리 뒤적였다.김예훈의 모습에 안명수는 “탕탕탕” 소리 나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말했다. “대표님, 용서해 주십시오!”안명수만이 카센터의 장부가 얼마나 엉망인지 알고 있었다, 만약 YE 투자 회사에서 투자하지 않는다면, 그는 난감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회사는 파산하고 그는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이다.게다가 YE 투자 회사 대표는 카센터에 계속 투자할 생각이었다, 다만 자신의 태도가 문제를 일으켰다.안명수는 정말 후회막급이었다.김예훈은 마침내 잡지를 내려놓으며 담담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일어나세요. 직원들이 보면 무슨 일이라도 일어난 줄 알겠어요.”“네네네!” 안명수는 공손히 일어나 김예훈 옆에 서있었다.때마침 안지희가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말했다.“오빠, 나 방금...”도망갔던 안지희가 다른 일로 다시 돌아왔던 것이었다. 그녀는 무능한 데릴사위 김예훈이 소파에 앉아 있고 자신의 훌륭한 오빠 안명수가 조마조마한 얼굴로 옆에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졌다. 안명수는 창피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2층에서 당장이라도 뛰어내리고 싶었다.김예훈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안지희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김예훈! 지금 협박하러 온 거야? 아니면 협상하러 온 거야? 돈을 얼마나 챙겨야 이혼을 할 거야?”안지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안명수는 재빨리 그녀의 말을 끊었다.
“괜찮아, 괜찮아.” 안명수는 난감했다.“경찰에 신고하면 누군가 알게 될지도 몰라, 우리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라고 생각할 거야. 그때 가서 어떻게 된 일인지 해명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사업에 영향을 줄 거야. 이따가 20만 워 줘버리면 돼, 저런 사람한테 그럴 가치조차 없어.”안명수는 자신의 몸의 식은땀이 셔츠를 적실 것 같았다.망할 안지희가 정민아의 친구가 되어서 친구 남편의 정체도 모를뿐더러 자신에게 정민아를 소개해 줘서 죽음의 문턱으로 몰고 있는 것 같았다.“사촌 오빠, 왜 이렇게 땀을 흘려, 더워?”안지희는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호기심 어린 얼굴로 말했다.“날씨가 좀 덥네, 더워.” 안명수가 어색한 표정으로 말했다.“아, 그럼 다행이고, 참, 더 줄 필요 없어, 4만 원이면 충분해. 그리고 민아 언니 일은 걱정 마, 내가 있으니까, 내가 꼭 도와줄게!”안지희는 응원하는 손짓을 하며 웃으면서 작별 인사를 했다, 다시는 사무실에 들어가 징그러운 김예훈을 보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자신의 사촌 오빠가 자신을 목 졸라 죽일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안지희가 떠난 후에야 안명수는 사무실로 돌아와 몸을 굽히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김 대표님, 일은 잘 처리되었습니다, 안심하세요, 안지희는 대표님의 정체를 의심하지 않았습니다.”“네.” 김예훈이 일어섰다. “그럼 저는 먼저 갈볼게요, 다른 차를 사야겠습니다.”“대표님, 그 말씀은, 저희 이곳도 카센터입니다. 방금 전 포르쉐 파나메라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까? 대표님에게 어울리는 차입니다.”김예훈은 어깨를 으쓱하며 “차는 좋지만 차를 파는 곳에서 나와 협력하고 싶지 않아 하는 것 같으니 어쩔 수 없죠.”라고 말했다.“대표님 농담도 참…” 안명수는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다. “사과의 표시로 대표님만 괜찮으시다면 제 가게의 차, 아무거나 한 대 골라 운전하십시오, 돈은 필요 없습니다, 돈은 필요 없어요.”“네? 농담하시는 거죠? 진심으로 말하는 거면 굳이 사양
“네네네!” 안명수가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협력 따위를 감히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잠시 후 그는 직접 김예훈을 자동차 전시장에서 내보냈다, 김예훈이 포르쉐 파나메라 하이드리브를 운전하는 것을 보고 안명수는 비로소 자신의 온몸이 이미 흠뻑 젖어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총 지배인님, 왜 그러시는지 전 이해가 안 돼요...” 매니저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짝!” 안명수는 뺨을 때렸다. “내가 언제부터 너에게 해명을 해줘야 했던 거야? 기억해! 만약 오늘 이 일이 밖으로 퍼져나간다면 내가 그자를 죽여버린다는걸!”카센터를 나선 김예훈은 이미 시간이 한참 지난 것을 보고 회사로 돌아가지 않기로 했다, 그는 정민아에게 메시지를 보낸 후 쇼핑몰에 가 물건을 산 뒤 집으로 돌아가려 했다. 한편, 김예훈이 집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알게 된 정민아는 쑥스러웠지만 일을 빨리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다.임은숙은 거실에서 어두워진 안색으로 핸드폰을 잡고 있었다.방금 전 어르신이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그녀를 호되게 꾸짖었다, 오늘 밤 김예훈과 정민아 두 사람을 데리고 집으로 와 그 계약서에 대해 해명을 하라고 했다.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지만 임은숙은 김예훈이 또 큰 문제를 일으켰다는 것을 깨달았다.정민아가 집으로 돌아오자 임은숙은 낮게 깔린 목소리로 물었다. “왜 이렇게 일찍 집에 와? 그 쓰레기는?”정민아는 낮게 말했다.“엄마, 방금 나한테 문자를 보냈으니 곧 돌아올 거예요.”“좋아! 그 쓸모없는 것은 둘째치고!” 임은숙은 화가 좀처럼 풀리지 않는지 정민아를 노려보며 말했다.“너 오늘 왜 그러는지 당장 엄마한테 말해, 안지희가 그러던데 네가 안명수를 만나러 간 지 얼마 안 돼서 바로 가버렸다던데,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정민아는 망설이다가, “엄마, 나 김예훈 만났어!”라고 말했다.“그놈이랑 무슨 상관인데. 너 설마 경찰서 사건 때문에 감동받은 건 아니지?” 임은숙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정민아, 그런 사소한 일로 내가 그 쓸
저 사람이 타서 재가 되더라도 임은숙은 알아볼 수 있었다, 저 자가 바로 자신의 쓸모없는 데릴사위 김예훈이었다!포르쉐를 임은숙은 본적이 없는 것이 아니었다, 정민아도 한 대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차는 입문용으로 산 것이라 1억 7천만 원 정도였다.그런데 김예훈은 포르쉐 파나메라 하이드리브를 운전하고 있다, 5억 원에 상당하는 가격은 정민아의 차와 가격이 어느 정도 차이 났다.비록 정 씨 일가가 하는 가업은 크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이류 가문일 뿐이었다, 평범한 사람이 한 번에 이런 돈을 내고 이런 차를 사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이 차는 임은숙이 꿈꾸던 차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쓸모없는 사위가 차에서 내리는 것에 미처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김예훈은 오히려 신경 쓰지 않았다, 손에 물건을 들고 곧장 들어가 정민아를 향해 “나 왔어.”라고 인사했다.정민아도 멍하니 김예훈을 바라보고 있었다, 밖에 세워진 포르쉐에 대해 묻는 기색이 역력했다.정민아의 눈빛을 눈치챈 김예훈은 웃으며 말했다. “아침에 내 친구 차 봐주러 갔잖아. 마음에 들어서 샀는데 아직 번호판이 안 나와서 며칠 동안 내가 먼저 운전하고 있는 거야.”정민아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김예훈의 친구도 정말 손이 큰 것 같았다, 그에게 9억 원을 빌려줄 뿐만 아니라 5억 원 이상의 차를 빌려주는 정말 돈 많은 사람이었다.임은숙도 정신을 차렸다, 조그마한 기대를 품긴 했지만 막상 이야기를 듣고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난 또 쓸모없는 놈이 웬일인가 했네, 다른 사람의 차를 왜 끌고 다녀, 왜, 운전기사라도 하려고? 김예훈 잘 들어, 네가 어떤 사람인지는 몰라도 우리 정 씨 일가의 체면을 깎아서는 안된다, 다른 사람의 운전사가 되어도 좋고, 화장실 청소를 해도 좋아. 네가 빨리 이혼만 한다면 더 이상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다, 난 정말 널 보면 볼수록 더 징그러워. 조금만 더 봤다간 밥도 못 먹을 것 같다.”김예훈은 임은숙을 상대하기조차 귀찮았다. 3년이
한편 밀크티를 사기 위해 줄을 서 있던 김예훈의 휴대폰이 울렸고 이내 하은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대표님, 오늘 정지용이 쫓겨난 영상이 인터넷에 뿌려졌습니다, 네티즌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데, 대표님이 보시기엔 저희가 공식 기사로 해명을 해야 할까요?”김예훈은 생각을 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회의실 CCTV 기록이 있나요? 안내 데스크의 여직원의 얼굴을 때린 영상을 찾아 인터넷에 올리세요.” “네!” 하은혜는 눈앞이 밝아졌다, 대표님은 역시 달랐다, 이렇게 큰일을 두 마디로 해결하다니, 자신은 미처 생각하지도 못했다.하은혜가 뒷말을 하기 전에 김예훈은 이미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자신의 밀크티를 챙겨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차도로 들어서자 갑자기 뒤에서 급정거하는 소리가 들렸고, 아우디 A4 한 대가 갑자기 김예훈 뒤에서 멈추었다, 차 안에서 놀라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다.그러더니 짙은 화장에 10미터 밖에서도 맡을 수 있는 싸구려 향수 냄새가 나는 여자가 문을 밀고 내려와 김예훈을 가리키며 고함을 질렀다. “이 길이 당신 집이야? 눈은 어디에 두고 운전을 하는 거야! 죽고 싶어? 잘 들어, 죽고 싶으면 다른데 찾아봐, 난 당신한테 한 푼도 줄 생각이 없으니까!”김예훈은 얼굴을 찡그렸다, 서둘러 집에 가야 했다. 저 여자를 상대하기 귀찮은 김예훈은 차를 돌려 돌아가려고 했다.“어, 우리 김예훈 동창이잖아. 왜 술 청탁은 안 들고 죽을 준비를 하는 거야?”바로 그때, 듣기 싫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수석에서 흰 셔츠를 입은 남자가 문을 밀고 내려와 김예훈을 바라보며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김예훈이 눈살을 찌푸리고 보니 반장인 손호남이 팔짱을 끼고 김예훈을 위아래로 훑어보고 있었다.화장을 진하게 한 그 여인은 손호남에게 기대면서 웃음을 터트렸다. “호남 오빠, 저 자식이랑 아는 사이야? 오빠 친구?”손호남은 비아냥거렸다. “어떻게 모르냐. 내 동창이야, 얼마 전에 만났지. 참, 아직도 배달 알바 하고 있는 거야?”말을 마친
“그래, 역시 호남이 오빠가 최고야, 취업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연봉이 9천만 원이나 되지, 저런 데릴사위가 뭘 알겠어!” 화장이 짙은 여인은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김예훈은 오히려 의외라는 표정으로 손호남을 쳐다보았다, 저 녀석은 생각보다 능력이 있는 것 같았다.김예훈의 눈빛을 본 손호남은 김예훈이 질투하는 줄 알고 겸손한 표정을 지었다.“내 동창 그만 난감하게 해, 난 운이 좋은 거야, 우리 사촌 형 박동훈은 YE 투자 회사의 임원이잖아, 그래서 내 이력서를 보내봤는데 회사에서 아주 훌륭하다고, 날 채용하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더라고.”손호남은 YE 투자 회사에 대해 말할 때 우쭐한 표정을 지었다, 어쨌든 남해시에서는 YE 투자 회사의 배후에는 경기도의 제일 가문인 YE 가문이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었다, 그들과 조금이라도 인연이 닿는다면 앞날이 창창할 것이다.김예훈은 정말 의아했다, 아직 박동훈이 쫓겨난 일을 모르는 눈치 같았다, 자신의 사촌 형이 아직도 비바람을 막아주는 줄 아는 것 같았다.인사팀에서 박동훈이 쫓겨난 까닭도 모르는 것 같았다, 그게 아니고서야 손호남이 입사를 할 리가 없었다.김예훈은 손호남을 몇 번 훑어본 후 돌아서서 자리를 떴다, 저런 사람과 쓸데없는 말을 섞기도 귀찮았다, 나중에 직접 손호남의 채용을 취소하면 될 일이었다, 지금 힘들게 힘을 낭비할 필요가 없었다.하지만 떠나려는 김예훈을 손호남은 그를 그냥 놓아줄 의사가 없었고, 세 걸음 두 걸음씩 걸어와 차가운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또 무슨 일이야?” 김예훈이 덤덤하게 말했다.“엊그제 동창 모임에서 우리를 괴롭혔던 일을 잊은 건 아니겠지?”손호남은 이가 근질근질할 정도로 원망스러웠다, 송문영의 앞에서 망신을 당했고, 나중에 따로 카톡을 추가했지만 자신을 차단해버렸다, 모든 것이 김예훈 때문에 틀어져 버린 것이라고 생각했다.김예훈은 눈살을 찌푸렸다. “손호남, 네가 동창이기 때문에 그날 계산을 하게 하지 않았어, 근데 또 뭘 원하는 거야
“데릴사위라니, 남자 망신 다 시키네!”“아, 저 잘생긴 남자 말대로라면 동창회 때 술 청탁을 해서 자기 친구들을 못살게 굴면서 자신이 오히려 도운 시늉이라도 하는 모양이지?”“어떻게 저런 사람이 있을 수 있죠? 남자의 체면을 혼자 다 구기네요!”“저런 놈이 왜 차에 치여 죽지 않아!”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김예훈도 조금 화가 났다.오늘 기분이 너무 좋아서 일부러 아내에게 밀크티를 사주러 나왔을 뿐인데, 어떻게 이런 바보들과 마주칠 수 있는 거지? 전에는 손호남이 이렇게 머리가 텅텅 비었다는 것을 몰랐다.그리고 그의 옆에 있던 여자는 더욱 거만하고 당당해졌다.손호남이 계속해서 말을 하려고 하자 김예훈은 진작에 조심스럽게 밀크티를 바닥에 내려놓은 후 차갑게 말했다. “손호남, 동창이라 충고하는데 선 넘지 마!”“왜? 네가 날 어떻게 할 수 있는데? 이 쓸모없는 놈아, 네가 한 짓을 말하면 안된다는거야?”김예훈이 화를 냈지만 손호남은 아무렇지 않게 입을 계속해서 열었다.“퍽”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김예훈은 예고도 없이 주먹을 날렸다.손호남은 잠깐 동안 정신을 잡더니 부들거리며 말했다.“김예훈, 너 내가 누군지 알아?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하지 마, 네 마누라가 요즘 우리 회사에 투자를 부탁하고 있어! 잘 들어, 그 투자 받을 생각하지 마! 네가 무릎을 꿇고 사타구니를 통과하지 않는 이상 누구를 찾아도 소용없어!”김예훈은 차갑게 그를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 “내가 너한테 손을 대면 어쩔 건데? 쓸데없는 말 한 번만 더 지껄여봐, 내가 오늘 네 망할 아우디를 부숴버릴 거야, 알겠어?”손호남은 눈가에 경련을 일으켰다, 김예훈이 정말로 그렇게 할까 봐 두려웠다. 아우디는 할부로 사온 거다, 아직 4천만 원이 넘는 빚이 있었다, 김예훈이 부숴버린다면 정말 가슴 아플 것이다.주위의 많은 사람들도 어안이 벙벙해서 바라보았다, 데릴사위가 독기를 품고 잘난 집 아들을 때릴 줄은 아무도 몰랐다.“집에서 하도 천대를 당해서 분노를 표출할 곳이 없었나
이 말을 들은 손호남은 득의양양한 얼굴로 일부러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스피커 모드로 바꾼 후 기침을 한번 해주고 큰소리로 말했다. “팀장님, YE 투자 회사의 대표님께서 이미 저를 채용하기로 하셨다는 거죠?”이 말을 꺼내자, 방금 전까지 구경을 하고 있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부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방금 저 도련님이 YE 투자 회사에서 연봉을 9천만 원 받는다고 하던데!”“확실히 임원급이야, 앞날이 창창해!”“저런 것을 바로 젊은 유망주라고 하는 거야, YE 투자 회사는 경비원에 대한 요구도 매우 높고, 회사의 사람들도 서로 인맥으로 이어진 거라 저 회사에 들어간 것만으로도 업계의 유망주라느 말이지!”적지 않은 사람들이 손호남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가득 차 있었다, 자신이 그 주인공이 아닌 것이 원망스러웠다.짙은 화장을 한 여자는 지금 이 순간에 고고한 얼굴로 손호남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선택한 남자가 너무 우수했다, 그야말로 남자 중의 남자, 엘리트 중의 엘리트였다. 평범한 남자들과 비교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어쨌든 지금 그녀의 눈에는 손호남이 멋있어 보였다.전화 상대의 목소리는 장난기 어렸다. “맞습니다, 대표님의 비서가 이미 분부를 내렸습니다, 게다가 대표님이 이력서를 보고 당신을 아주 좋아하셨다고 하던데...”“영광입니다!” 손호남은 가슴을 펴고 고개를 들어 사방을 바라보며 의기양양했다.“그래서 대표님의 결정으로 당신의 일자리와 급여에 대해 조정을 하였습니다...” 상대방는 계속 말을 했다.손호남은 전에 투자 팀의 부 팀장 자리에 지원했다.설마, 팀장이 되는 것인가?“대표님이 어떤 결정을 내리셨는지...” 손호남은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러자 상대는 가볍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대표님의 뜻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마음에 들지 않다니요, 대표님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손호남은 마치 YE 투자 회사의 대표를 위해 대단한 일을 하는 것처럼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김예훈이 떠난 지 얼마 안 지나 장덕수가 심문실로 들어오면서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김청미를 쳐다보았다.“지옥으로 가기 전에 이렇게 큰 비밀을 알려준 거, 김현민과 치고받는 꼴을 보고 싶어서야? 아니면 또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거야.”“그런거 아니에요.”김청미의 말투는 담담하기만 했다.“김현민이 저를 버렸는데 굳이 비밀을 간직할 이유는 없잖아요. 선배가 김현민을 죽일 순 없어도 괴롭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요.”장덕수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고개 들어 진주 태산 쪽을 바라보았다.김현민이 김예훈을 건들지 않았더라면 이 많은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그런데 김현민이 먼저 건드렸고, 김예훈도 진실을 알아버렸으니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에 큰 파장이 일어날 것이 뻔했다.“그런데 김현민은 곧 9대 국방부 총사령관을 맡을 사람인데 김 회장님이 그의 상대가 될수 있을까?”...용연옥 감옥을 벗어난 김예훈은 밀양 송산 빌라로 향했다.오늘은 추하린과 함께 진주·밀양 용전을 인수·인계받으러 가기로 했다.한참을 기다렸는데 추하린 대신 불청객 한명이 찾아왔다.김예훈은 보디가드가 건넨 배첩을 확인하고 문을 열어줘도 된다고 했다.그러고는 마당으로 가 롤스로이스 한대가 세워지기를 기다렸다.“도박왕께서 무슨 일로 이 누추한 곳을 찾으셨을까요.”차 문이 열리는 순간, 사면팔방에서 정장을 입은 보디가드 수십 명이 나타났다.이어 백발의 노인이 김예훈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환갑이 넘는 나이었지만 정정한 모습으로 어마어마한 포스를 풍겼다.이 사람은 다름아닌 도박왕 허순재였다.“김 회장님, 안녕하세요.”허순재는 김예훈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불쑥 찾아와서 죄송합니다.”처음 보는 도박왕의 모습에 김예훈은 멈칫하고 말았다.상대방이 찾아온 의도가 뻔히 보였지만 애써 모른 척하기로 했다.김예훈이 허씨 가문과 관계가 안 좋긴 해도 그렇게 원한이 깊은 관계는 아니었다.최소한 소문으로만 듣던 도박왕 허순재한테는 악한 감정이 없었다.“어제 뵈러 오고 싶었는데 김 회장님께
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이 이 정도로 칼 같다니. 김청미한테 모든 죄를 떠넘겼다고? 진주·밀양 용전을 잃어버렸다고 분풀이하나 보네. 안동 김씨 가문과 용전한테는 가장 좋은 선택일 수 있겠지만 김청미한테는 너무나도 잔인한 현실이야. 안동 김씨 가문과 용전에서 보호해 줬다면 어쩌면 다시 해 뜰 날을 맞이할지도 모르는데...’“이 모든 것이 불공평하고, 억울하다고 느껴지면 배후자인 김현민을 불어내.”김예훈은 그림과도 같은 김청미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었다.“네가 증거를 내놓으면 용문당과 용연옥에서 너의 안전을 책임져 줄 거야. 나머지 인생을 해외에서 풍족하게 살 수 있게 해줄게.”“김현민을 불라고?”김청미는 피식 웃고 말았다.“김현민은 선배랑 만난 적도 없고, 선배를 타깃으로 명령을 내린 적도 없었어. 비록 김현민이 배후자인 것은 모두 다 아는 사실이지만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는 모두 의미 없는 일이야. 심지어 내가 혼자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볼 수 있지. 김현민이 한 의미심장한 말에 내가 알아서 움직였거든.”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냥 잘못을 인정하려고 오늘 나를 부른 거라면 이 만남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봐.”“당연히 의미 있는 일이지. 이렇게 된 이상 난 용연옥을 떠날 수 없어. 나랑 함께 지옥에 갈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해. 사실 알려줄 것이 있어서 보자고 했어. 김현민이 선배를 짓밟으려고 한 진짜 이유이기도 하지.”김예훈은 김청미더러 계속해서 말해보라고 했다.”“선배와 나를 포함한 전체 경기도 김씨 가문은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일부분으로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 족보를 봤을 때 우리 모두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사람이야. 그리고 선배 때문에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어르신이 경기도 김씨 가문을 여겨보기 시작했어.”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내가 수장 자리를 빼앗을까 봐 나를 죽이려고 했던 거야?”김청미가 나지막하게 말했다.“이 모든
기세가 하늘을 찌르던 김청미는 이미 하얀 죄수복을 입고 머리를 묶은 채 책을 읽고 있었다.그래서인지 여느 때와 달리 지적인 느낌이었다.김예훈은 그제야 알고 지내던 익숙한 김청미라는 느낌이 들었다.“장 옥주님은 역시 약속을 지키는 분이시네. 내가 감옥에 들어가기 전에 선배를 데려온 걸 보면.”김예훈이 나타나자 김청미의 표정은 감정 기복이 심했다.“용연옥 감방장님 외에 말할 수 있는 사람이 평생 없을 줄 알았는데 말이야.”김예훈은 표정 변화 없이 아무렇지 않게 의자를 끌어와 앉았다.“날 왜 불렀는데? 마음껏 욕하려고? 아니면 내 모습을 기억해 뒀다가 귀신이 되어서까지 내버려두지 않으려고?’김예훈이 말했다.“우리가 혈연관계가 있는 점을 봐서 10분만 줄게. 10분 뒤에 바로 갈 거야. 추하린 씨와 함께 진주·밀양 용전을 다스리려면 바빠.”진주·밀양 용전을 다스린다는 말에 김청미는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이내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정민아, 하은혜, 우현아, 방수아, 추하린 같은 여자한테 특별한 감정을 품고 있는거 알아. 아무리 그래도 나도 선배라고 불러주는데 어떻게 나한테 이 정도로 냉정할 수 있어?”김예훈이 어깨를 으쓱거렸다.“할수 없지 뭐. 네가 날 한두 번 죽이려고 했어? 그러고도 너를 잘해달라고? 내가 뭐 바보야? 솔직히 말해서 용연옥에 유용한 사람이 아니라면 진작에 목을 졸라 죽여버렸어.”“역시나 김 세자님은 다르네.”김청미는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사실 계속 묻고 싶었던 것이 있었어. 선배가 소문으로만 듣던 당도 부대 총사령관이 맞아?”“네가 보기엔 어떤 것 같은데?”김예훈이 냉랭하게 물었다.“난 잘 모르겠어.”김청미의 표정은 이상하기만 했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내부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의하면 김현민이야말로 당도 부대 총사령관이라고 했어. 곧 대한민국 9대 국방부 총사령관직을 맡게 될 사람이라고 하잖아.”김예훈은 콧방귀를 뀌고 말았다.“무슨 자격으로?”김청미가 담담하게 말했다.“김현민은
추하린은 반짝이는 두눈으로 김서하, 김청미, 김병욱 등을 차례대로 쳐다보았다.자기 능력으로는 진주·밀양 용전을 접수하고 진주·밀양에서 한 획을 긋기에는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이 밖에도 자기가 일어서면 추씨 가문이 진주·밀양에서 제일 잘나가는 명문가로 될수있는 기회인 것도 알고 있었다.성공하면 추씨 가문의 일등 공신이고, 실패하면 추씨 가문을 구렁텅이로 빠뜨린 원흉이기도 했다.추씨 가문의 미래가 어떨지는 그녀의 손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었다.추하린은 김예훈에게 시선을 돌리면서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최근에 있었던 일을 통해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이 세상에 제 뜻대로 되는 일이 없다는 것을요. 저희 아버지는 이 바닥을 벗어나 깊은 산속에서 조용히 지내고 싶어 하셨는데 사람들이 가만두지 않더라고요. 그렇다고 해서 저희 추씨 가문이 물러나야 하는 이유는 없잖습니까. 그래서 저도 한번 도전해 보려고요!”김예훈이 손뼉을 치면서 말했다.“좋아요. 그러면 지금부터 추하린 씨가 진주·밀양 용전의 전주를 맡게 되는 것입니다. 여러분 의견 없으시죠?”...밀양 국제공항 사건은 이렇게 막을 내리게 되었다.밀양 기관에서는 이 사건의 진범이 진두준이라는 공고를 낸 것도 모자라 200억 원을 들여 국제 수배령을 내리기도 했다.용전, 용문당, 홍성에서도 상금을 추가하는 바람에 진두준은 세상에서 가장 비싼 수배자가 되고 말았다.진주·밀양 용전은 오늘부로 주인이 바뀌게 되었다.이 사건의 최대책임자인 김청미는 용연욕에 끌려가 심층 심문을 받게 되었다. 나라를 팔아먹은 경황이 있는지 더 확인해 보려는 의도였다.이번 사건으로 용전에서 입은 피해는 어마어마했다....다음 날 아침, 진주 빅토리아 항구 5성급 호텔에서 자고 있던 김예훈은 전화 한 통을 받게 되었다.로비로 내려갔을 때, 오래 기다리고 있던 장덕수를 만나게 되었다.“어르신.”김예훈은 용연옥 옥주인 장덕수에 대해 존경하는 마음이 컸다.어제저녁 용인주, 하은우, 박인철 등은 급한 사정이 있어 밤을
“김 회장님께서 진주와 밀양의 중요성을 알고 계신다면 외부인은 관리하기 어려운 곳인 것도 아실 텐데요? 진주·밀양 용전의 독자적 운영과 고위층 퇴임은 약속드릴 수 있지만 한 가지 조건이 있다면 그 관리자가 진주·밀양 사람이었으면 합니다. 김 회장님께서 약속하신다면 저 또한 약속을 지켜드리죠. 하지만 김 회장님께서 동의하지 않으신다면 없었던 일로 합시다. 용문당에서는 저희 용전에 복수하고 싶으신 대로 하셔도 좋습니다.”늘 우아함을 지키고 있던 김서하는 순간 자기편을 들어주는 성격이 드러나고 말았다.보여주는 태도를 봐도 어느정도 선을 지켰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 보였다.김서하의 뜻을 알아차린 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진주와 밀양은 안동 김씨 가문의 구역이었다.용의 부대, 용연옥, 용전과 용문당 간의 단결을 위해 대가를 치르겠다고 해도 모자랄판에 이런 재미있는 요구를 내놓을 줄 몰랐다.진주·밀양 상류인사 중에서 용전을 진압할 만한 사람 중에 상대하기 쉬운 사람은 없었다.대부분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사람이거나 그 가문과 밀접히 연관된 사람이었다.간단히 말해서 김예훈이 김서하의 요구를 들어주면 그 누구를 관리자로 선택하든 진주·밀양 용전은 안동 김씨 가문의 손에 들어갈 것이 뻔했다.김서하는 양보하는 척하면서 자신의 태도를 강경하게 보여주었다.이에 용인주, 장덕수 등은 하나같이 심각한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잘 따져보면 김예훈이 직접 진주·밀양 용전의 수장을 맡기에는 어려웠다.외부인으로서는 진주·밀양에 발붙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어디 가서 적합한 후보자를 찾지?’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더니 김서하를 향해 피식 웃었다.“사모님께서 제 조건을 들어주신다는데 제가 어떻게 사모님 조건을 거절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후보자를 용전에서 직접 뽑는 건 좀 그렇지 않을까요?”김서하가 담담하게 말했다.“당연히 김 회장님께서 직접 뽑는 거죠.”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김청미, 김병욱과 곽영현은 가소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오늘은 제가 마침 소식을 듣고 진주로 왔기 다행이지 하마터면 용문당의 기둥인 김 회장님이 용전에서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어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런 유사한 사건이 얼마나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알수 없어요. 용전은 대한민국을 위해 존재하는 거지, 누군가의 사리사욕을 채우려고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용전도 새로운 모습을 보일 때가 되었다고요.”김청미가 죄를 인정하면서 용인주, 장덕수, 하은우는 하나둘씩 용전에 손가락질하기 시작했다.용문당, 용연옥, 용의 부대의 절대다수의 힘은 국내에 있었기 때문에 서로 감시하고, 서로 다툼없이 평화롭게 지냈기 때문에 오늘과 같은 일이 벌어질 리가 없었다.하지만 대외적인 업무를 맡은 용전은 최근 몇 년 동안 놀라운 발전을 보였기 때문에 차마 간섭할 방법이 없었다.오늘 이 사건을 빌미로 용전을 대대적으로 수색하자는 것도 어쩌면 대한민국 고위층의 뜻일 수도 있었다.김서하는 어두워진 표정으로 태양혈을 어루만지고 있었다.그녀는 각 대표들의 발언을 듣고 한숨을 내쉬었다.“여러분, 김청미 씨가 잘못한 것도 사실이고, 용전도 책임을 벗어나지 못하겠지만 다들 정의로운 척하지 말고 뭘 원하시는지 한번 말씀해 보시죠?”장덕수와 하은우가 힐끔 쳐다보자 용인주가 말했다.“저는 직접적인 피해자가 아니기 때문에 별로 바라는 것도 없습니다. 김 회장님께 물어보시는 건 어떨까요?”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용인주를 힐끔 쳐다보았다.‘내가 이 기회를 빌어 용전을 손봐주고 싶어 한다는 걸 어떻게 알았지?’김서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시선을 김예훈에게 돌렸다.“김 회장님께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시는가요? 혹은 저희가 어떻게 보상해 드리면 좋을까요?”김예훈이 김서하를 쳐다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저는 부족한 것이 없어서 보상은 필요 없습니다. 괜히 정의로운 척하기도 싫고요. 용전이 대외적으로 어떤 업무를 보고 있는지는 몰라도 오늘부로 진주·밀양 용전은 용전 본부에서 계속 관리할 자격이 없다고 봅니다. 하고, 모든 고위직은 자리에서
‘큰 죄를 지었습니다?’간단하기 그지없는 말에 용의 부대, 용연옥, 용전, 용문당 대표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고 말았다.김예훈마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청미를 힐끔 쳐다볼 정도였다.사실 그녀가 쉽게 잘못을 인정할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김씨 가문 사걸 중에세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사람이 이렇게 쉽게 잘못을 인정하다니.’“김예훈 씨는 경기도에 있을 때 저희 김씨 가문을 풍비박산 내버리고 진주까지 쫓아냈기 때문에 죽도록 미웠습니다. 그래서 진주에 오고부터 계속 계획을 꾸미고 있었습니다. 성남에서 부산까지, 모두 저의 계획대로였죠. 김예훈 씨는 결국 제가 함정을 파놓은 진주와 밀양에 올 수밖에 없었어요. 두 번이나 암살 작전에 나선 킬러 역시 저였고요. 그런데 운이 얼마나 좋은지 전부 다 비켜 가더라고요.”김청미는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밀양 국제공항 사건이 너무 크게 벌어진 바람에 생각을 바꾸게 되었어요. 그것은 바로 공권력을 남용하여 김예훈 씨를 짓밟아 버리는 것이었어요. 1부터 100까지 전부 다 짜놓은 판에 발만 내디디면 총살감이었어요. 그런데 용문당 당주님께서 직접 진주에 와서 4자 대면까지 진행할 정도로 김예훈 씨를 아낄 줄 몰랐어요. 그리고 임현우 저 자식도 돈 받고 저를 배신할 줄 몰랐고요.”김청미는 씁쓸한 표정이었다.“정말 세상일은 계획대로 되지 않나 보네요.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잘못을 인정할 수밖에요. 제가 용전을 먹칠했기 때문에 모든 책임을 떠안겠습니다.”김예훈은 김청미를 물끄러미 쳐다볼 뿐이다. 도도하기만 하던 그녀가 갑자기 모든 책임을 떠안겠다고 해서 수상한 느낌이었다.김청미의 신분과 힘으로는 일을 이렇게 크게 벌였을 리가 없었다.간단히 말해서 뒤에 또 다른 사람이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김청미가 나서서 잘못을 인정한다는 것은 그 뒤에 있는 사람을 보호하기 위함이었다.“김청미 씨, 당신은 진주·밀양 용전 서열 2위로써 공권력을 남용한 것도 모자라 용문당 김 회장님까지 모함하려고 했어요. 용전을 먹칠한 것도 모자라
이때, 또 장덕수의 손짓 하나에 용연옥 사람들이 무리 지어 혈액검사 진행하러 나섰다.이렇게 된 이상 이미 김예훈이 억울하다는 것과, 김청미 등이 김예훈에게 죄를 뒤집어씌웠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었다.김청미는 일그러진 표정으로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그녀는 일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전개될 줄 몰랐다.다른 말로 김예훈이 용전에 들어선 순간부터 컨트롤할 수 없는 국면에 빠졌다고 볼 수 있었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차가운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었다.다행히 너무 오래 기다릴 필요는 없었다.퍽!문이 열리고, 용연옥 사람들이 걸어들어와 상황을 보고했다.“R 국에 연락해서 임현우 씨의 통장에 40조 원이 들어간 것을 확인했습니다. 돈세탁의 방식으로 입금되긴 했지만 송금한 자가 진두준 씨가 맞았습니다. 그리고 혈액도 검사해 보았는데 수면제 성분이 들어있었고, 최면을 통해 사람의 행동과 의지를 조종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오늘 점심 12시쯤, 진두준 씨가 리카 제국 어둠의 성으로 간 것도 확인되었습니다. 그런데 홍성에 있던 50kg의 황금과 함께 사라진 것을 보면 진두준 씨의 짓인 것이 확실합니다. 홍성에서 이 사실을 알고 지명 수배령을 내렸고, 어떻게든 진두준 씨를 잡아 와 여러분께 해명해 드리겠다고 했습니다. 황금 삼각지대 쪽에도 확인해 보았는데 진두준이 그 깡패들을 고용한 것이 틀림없었습니다.”용연옥 전문 인사들은 각종 자료를 가져와 사람들한테 보여주었다.사실 임현우가 한 말이 모두 다 사실이었기 때문에 사건이 이미 종결된 거나 마찬가지였다.김서하가 냉랭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말했다.“증거도 확실한 상황에서 진두준 씨가 이 일을 꾸민 것이 맞네요. 저는 용전의 전주로서 아랫사람을 잘 관리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 여러분께 꼭 제대로 된 해명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용전에서는 상금 2천억 원을 걸고 국제 수배령을 내려 꼭 진두준 씨를 잡아 오도록 하겠습니다.”용전 정예부대는 안색이 안 좋긴 했지만 그녀의 명령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김서하를 포함한 사람들의 표정은 순간 일그러지고 말았다.이들은 하나같이 매서운 눈빛으로 김청미를 쳐다보고 있었다.만약 임현우가 한 말이 맞는다면 진두준의 동기가 불순하고 김청미의 심보가 고약한 것이 된다.심지어 이 사건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차기 수장인 김현민과 연관되어 있을수도 있었다.김청미는 결국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고 말았다.제 발 저려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만 봐도 임현우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었다.추하린과 추문성은 이순간 온몸에 소름이 끼치고 말았다.추씨 가문이 다른 사람한테 이용당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이 사건은 저희 용연옥에서 전적으로 책임질 것이니 용의 부대, 용전, 용문당에서는 감독을 해주십시오.”장덕수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바로 이때, 그의 손짓하나에 몇십 명의 용연옥 정예부대가 달려 들어왔다.용의 부대, 용전, 용문당에서도 각각 감독자를 선정했다.용전과 용문당은 이 일에 나서기 적합하지 않았고, 용의 부대는 이 부분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에 용연옥에서 처리하는 것이 가장 적합했다.김예훈은 이 모든 것을 무시한 채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임현우를 쳐다보았다.“어차피 임 도련님께서 하신 말씀이 진짜인지 아닌지 곧 밝혀질 건데 이참에 김청미 씨가 당신을 어떻게 이 사건에 끌어들였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사실대로 말씀하시면 저에게 죄를 뒤집어씌운 일은 없던 거로 해드리겠습니다.”용인주 역시 담담하게 말했다.“김 회장님의 억울함만 풀어주신다면 용문당에서도 책임을 묻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아까 약속드렸던 부분도 유효하고요.”김청미는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임현우는 차가운 눈빛으로 김청미를 힐끔 보더니 말했다.“리카 제국 임씨 가문에서 저는 특수한 신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식으로 자리를 물려받지 못했기 때문에 아직은 후계자일 뿐이고요. 이번에 이곳으로 온 목적은 자리를 물려받기 위해 제 실력을 증명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희망호와 자금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