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걸의 옆에 있던 사람은 김예훈을 보며 말했다. “대리운전하는 놈이 아닐 수도 있어, 어쩌면 우리한테 잘 보이기 위해 들어온 가난뱅이일지도 몰라!”장걸은 웃으며 말했다. “맞아, 어렵게 초대장을 구해서 들어왔을지도 모르지, 주제에 이런 모임에 참가할 자격이 있는 줄 알고, 우리 사이에 껴도 된다고 생각하다니, 진짜 웃겨!”“이런 사람은 자기 주제를 몰라, 이런 곳에 들어왔다고 남들이 그 신분을 모를까? 사실 우리 같은 사람들은 노는 물이 다른데, 다 알고 지내는 사이잖아!”“어때, 가서 같이 놀아볼래?”“가자, 이런 쓰레기가 우리한테 끼어들려고 하다니, 본때를 보여줘야지! 안 그래도 오늘 밤 심심할까 봐 걱정했는데!” 장걸은 웃으며 말했다.“그럼 내가 먼저 가서 건드려봐?” 웃으며 말하는 이 사람은 분명 장걸에게 잘 보일 속셈이었다. 장걸은 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같이 신분이 있는 사람한테는 누군가 자신을 대신해 나서준다면 당연히 좋은 일이었다.장걸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그 사람은 술 한 잔을 들고 김예훈의 앞으로 걸어갔다.“듣자 하니 전동 스쿠터를 타고 우리 모임에 참석했다고 하던데?” 그 사람은 조롱하는 눈빛으로 김예훈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우리가 아는 사이인가?” 김예훈은 담담하게 말했다.송문영이 벌써 도착했다면 김예훈은 바로 이 자리를 떠났을 것이다.이런 자리에 전혀 관심이 없다. 예전에 하도 많이 참가해서 지겨울 정도였다.“너 같은 쓰레기야 당연히 나를 알 자격이 없지, 근데 이런 자리는 아무 쓰레기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라서 말이야, 넌 그럴 자격이 없다고!” 그 사람은 말을 하고 술 한 잔을 김예훈의 얼굴에 쏟았다.“어머, 아까 그 대리운전 기사 아니야? 왜? 쓰레기가 여기에 끼어있으니 사람이라도 된 것 같아?” 장걸이 웃으면서 다가왔다.“장걸, 어떤 인간들은 하늘 높은 줄 모른다니까, 제대로 가르쳐줘야지, 안 그러면 우리랑 동등하다고 생각해.” 그 사람이 비웃으며 말했다.김예훈은 얼굴의
“설마 무릎을 꿇을 건 아니지?”이때, 주위의 사람들이 떠들기 시작했다.이 바닥에서 단결이라는 건 없다, 오로지 서로를 속이고 서로를 깎아내리고 있을 뿐이다.오늘 밤은 송문영이 조직한 모임이다. 적지 않은 재벌 2세들의 그녀의 환심을 사고 싶어 했다.이런 상황에서 장걸이 일을 만들어 송문영의 미움을 사게 된다면 모두한테 좀 더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주위에서 부추기자 장걸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장걸은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오늘 밤의 주인공은 송문영이고 이런 상황에서 일을 크게 만들면 그녀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은 것이었다.게다가 송문영은 YE 투자 회사의 임원이다.최근 소문에 의하면 그녀가 하은혜를 대신해 새로 부임한 대표의 비서가 된다는 말이 있다, 그 자리는 YE 투자 회사에서는 대표 다음으로 권력이 큰 자리이다.이럴 때 누가 감히 그녀를 건드리겠는가?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가문을 대표해 YE 투자 회사의 마음에 들기를 간곡히 바라고 있다.하지만 일이 이 지경에 이르게 된 이상 장걸은 더는 물러설 수 없었다.만약 오늘 그가 그냥 넘어가게 된다면 그의 체면을 구기는 일이었다!이 일이 알려지게 된다면 웃음거리가 될 게 뻔한 일이었다.“쓰레기, 오늘은 재수 없는 날인 줄 알아, 다들 이렇게 기대에 잔뜩 차 있는데 내가 이들을 실망시킬 수 없잖아.”장걸은 악랄하게 웃으며 테이블 위에 있던 양주병을 들어 김예훈의 얼굴을 향해 던졌다.사람들은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고 함성을 지르며 응원하기 시작했다.구경꾼들은 점점 더 부추겼고 일을 크게 만드는 것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들한테는 그냥 쓰레기를 처리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어차피 모임마다 이런 상황은 늘 있었고 자극적인 게임을 하는 것에 불과했다.시끄럽기 짝이 없던 소리가 뚝 그쳤다.김예훈이 날아오는 양주병을 단번에 움켜쥐었기 때문이다.김예훈이 양주병을 피하자 사람들은 모두 멍해졌다.그러나 이내 주위를 떠들썩하게 하는 웃음
그 사람은 김예훈의 말을 듣고, 놀라서 두 다리에 힘이 빠져 털썩 꿇어앉았다.“미안해요. 전 장걸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에요.”“그래, 내가 용서해 주지.”김예훈은 손을 흔들어 웨이터를 불러 술 한 잔을 들고 천천히 이 사람의 머리에 쏟았다.이 사람은 피하지도 않았다.장걸이 어떻게 맞았는지 그는 똑똑히 보았다. 그는 한 대도 맞고 싶지 않았다.“널 죽여버릴 거야! 내가 누군지 알아? 네가 감히 나를 함부로 대하다니! 너 죽었어!” 장걸이 몸부림치며 말했다.“네가 누군지 중요하지 않아. 하지만 네가 나를 모르다니, 너도 무슨 대단한 사람은 아니네. 아류 가문도 아닌 재벌 2세가 어디 내 앞에서 큰 소리를 쳐?” 김예훈이 담담하게 웃었다.선우 가문의 골동품 감정회에 참석했다면 자신을 알 것이다. 자신을 모르는 이상, 장걸의 가문이 남해시에서 이류에도 못 미친다는 뜻이다.김예훈의 말을 듣고, 김예훈을 무시하던 여자들이 하나같이 가슴이 두근거렸다.너무 멋져!그가 헛소리를 치든 아니면 원래 진짜 능력이 있든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이 사람이 자신감이 넘친 것이다.사실 김예훈의 말도 맞다. 이 파티에 온 사람들은 모두 상류층에 속하지 않는 작은 가문의 휴계자들이거나, 일부 일이류 가문의 방계 친족들이다.이들은 정상들의 파티에 참가할 자격이 없어 스스로 대단한 척한 모임을 만들어 자기의 인맥을 과시한다.김예훈이 이 모임의 수준이 이렇게 낮다는 것을 알았다면, 참가하지도 않았을 것이다.“누가 또 나한테 의견있어?”이 두 폐물을 해결한 후, 김예훈이 사방을 둘러보았다.시끄럽게 떠들던 사람들도 조용해져 아무도 감히 김예훈을 정시할 수 없었다.쓰레기가 누군가? 그들이야말로 쓰레기다 지금 연회장에 20명이 넘는 사람들이 김예훈의 기세에 눌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장걸이 어떻게 됐는지 보았기 때문이다.그들은 김예훈이 도대체 누군지는 모르지만, 장걸을 위해 나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게다가, 오늘 밤은 송문영을 위한 자리다.송문영은
“송 비서님 오셨는데 넌 끝장이야!”“송문영님이 이런 모임을 처음 조직하였는데 이 사람이 초를 치다니! 두고 봐!”“송문영이 없다면 내가 나서서 혼내줄 텐데!”“YE 투자 회사의 사람을 건드리다니, 간도 크네…”“...”방금 찍소리도 못 낸 사람들이 하나둘씩 지껄여 김예훈을 욕하고 비꼬았다.하지만 이 사람들이 송문영의 마음을 어떻게 알겠는가?그녀는 원래 대표님께서 파티에 오셔서 기분전환을 하고, 둘이서 이야기를 나누려고 했다.하지만 이런 일이 벌어졌다니.그녀는 김예훈이 눈에 띄는 것을 싫어하는 걸 알지만, 이 재벌 2세들이 하나같이 바보처럼 누구나 감히 건드릴 줄은 몰랐다.이럴 줄 알았으면 대표를 자기 집으로 초청할 텐데.사람들이 송문영이 김예훈을 혼내주기를 기다리고 있을 때, 그녀는 김예훈에게 다가가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면서 말했다. “대표님, 죄송합니다.”그녀는 김예훈이 겸손하다는 것을 알고, 김예훈의 신분을 공개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이것이 바로 너가 나를 기분전환하라고 준비한 모임이야?”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송문영의 얼굴이 다시 하얗게 질렸다. “대표님, 죄송합니다. 전 이런 일이 생길 줄 몰랐어요.” “네가 언제 내 비서가 되었지? 사람들이 말만 꺼내면 송비서, 네가 아주 권세가 있어 보이지?”김예훈이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송문영은 울먹였다. “대표님, 이게 다 소문이에요. 저는 예전에 이런 모임에 몇 번 참가해서 한 번 조직해보려고 했을 뿐인데, 정말 이럴 줄 몰랐어요…”“만약 네가 조직한 모임의 수준이 이렇게 낮다면, 회사를 내세우지 마. 창피해…”“대표님, 더는 안 그럴 거예요…”큰소리치던 구경꾼들의 표정이 얼어붙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들은 멀리 떨어져,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들을 수 없었다.하지만 그들이 송문영의 태도를 똑똑히 보았다!YE 투자 회사의 송문영이 그 사람 앞에서는 굽실거리다니!이 사람이 송문영의 파티를 망쳤지만, 송문영이 따지기는커녕 사과하다니.이 사람, 도대체 누구
김예훈은 웃으며 말했다. “넌 돈벌레지만 눈치가 별로 없구나?” “진심으로 충고할게. 넌 종업원 하기에 적합하지 않아. 사람 잘못 보고 다른 사람에게 맞아 죽는다면 아무도 너를 구할 수 없을 것이야. 부자들의 눈에는 너는 개보다도 못하니까.“내가 부자의 개가 되려는데 너와 무슨 상관이야? 이게 기회인 줄 몰라? 너 같은 사람은 이런 기회도 찾을 수 없어!”“응.” 김예훈은 고개를 끄덕였다.잠시 후 엔진소리가 울렸다. 곧이어 빨간색 페라리 448이 김예훈 앞에 멈춰 섰다.운전석에 있던 하은혜는 얼른 차에서 내려 공손하게 김예훈에게 다가갔다. “대표님, 일이 있으면 일찍 연락하시지 그래요.”“별일 아니예요. 오늘 밤 너희 집 가서 하루 묵을게요.”김예훈은 웃으며 조수석에 타기전에 종업원의 어깨를 툭 쳤다.종업원은 멍했다.대표님!? 이 사람이 대표라니!? 어느 회사의 대표인지 알 수 없지만 그의 비서가 페라리를 몰고 그를 데리러 올 수 있다는 것은 그의 신분을 보여준다.그가 방금 그런 말을 한 것은 그를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은…이 생각을 하자 이 종업원은 흠칫했다.안 돼, 이 일을 더이상 할 수 없어. 요즘 부자들은 모두 티를 안 내. 만약 언젠가 또 잘못 보면, 그땐 끝장이야…...시 인민병원, 응급실 정문에서 유나는 가운을 입고도 늘씬한 몸매를 감추지 못했다.그녀는 어이없다는 듯 눈앞의 멋진 남자를 보았다.“유나야, 날 믿어야 해. 그날 진짜 오해야.”강천은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내가 이 프로젝트를 연구할 때, 누군가가 나에게 분명히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나에게 많은 자료를 주었는데, 남의 덫에 걸린 줄 몰랐어…”“선배, 나한테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세요. 환자가 절 기다리니 돌아가세요.” 그녀는 말을 마치고 돌아서 응급실로 돌아가려던 참에 “유나야!”하고 강천은 갑자기 손을 뻗어 유나의 손목을 잡고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내가 이렇게 빌게. 너와 선생님의 관계가 가장 좋으니, 나를
밤늦게라도 응급실에 오가는 사람이 많다.유나는 이쁘고 강천은 잘생겨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데 강천이 무릎을 꿇고 있어 더욱 눈길을 끈다.사람들이 구경하려고 하자 유나는 방법이 없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선배, 일어나세요. 제가 지금 선생님을 뵈러 갈게요. 사정해 드리겠지만 선생님이 허락해 주실지는 모르겠어요.”강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사정하면 반드시 성공할 거야, 선생님이 가장 아끼는 건 너니까!”응급실 일을 맡긴 후, 유나는 가운을 벗고 강천의 차를 탔다.차 안에서, 유나가 좀 피곤해서 잠깐 졸았다.30분 뒤 교외의 한 병장에 도착했다. 유나가 들어가 먼지투성인 것을 보고 물었다. “선배,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니에요? 선생님 댁이 정말 여기에요?”“찰칵!”강천은 돌아서서 별장의 문을 잠근 후, 소파에 앉아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유나야, 너는 여전히 이렇게 순진해. 동청산은 부귀영화를 추구하는데, 어떻게 이 외진 곳에 살 수 있어?”“너…” 유나는 얼굴빛이 변하고 돌아서서 문을 열려고 했다.하지만 대문이 찰칵 소리가 나더니 열리지 않았다.“자, 힘 좀 아껴.” 강천은 손에 있는 열쇠를 툭툭 던졌다. “대문과 창문을 잠구어 놨어, 이 열쇠가 없으면 넌 아무 데도 갈 수 없어.” 유나는 경계하는 표정으로 강천을 보다가 재빨리 벽 모서리에 있는 빗자루를 잡았다. “함부로 하지 마세요, 경찰에 신고할 거예요!”“선배는 젊고 앞날이 창창한테, 절대 스스로 앞길을 망치는 일을 하지 마세요!”“닥쳐!” 강천은 앞길이라는 말에 펄쩍 뛰었다. “앞길을 스스로 망치지 말라고? 내 앞길이 벌써 사라졌어!”“내가 5년 동안 정성을 다해 계획해, 전남산이 죽은 후에 이 연구 결과를 발표하려고 했어. 난 아무도 문제를 찾아내지 못한다고 생각했지!”“그런데 오늘 내가 오랫동안 준비해 온 계획을 앞당겨 실행하려다 결국 그놈에게 들키고 말았어!”“내가 오랫동안 해온 준비가 물거품이 됐는데 말해봐? ! 내가 무슨 앞길이 있겠어!?”“그래서...
별장에서 유나는 격렬히 반항했다.하지만 여자라서 힘이 별로 없어 얼마 안 지나 강천한테 핸드폰을 뺏겼다.다행히 강천이 김예훈에게 집중하여 그녀를 다칠 생각을 하지 않았다.휴대폰을 열고 강천은 유나를 찍고 김예훈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유나가 내 손에 있으니 혼자 와. 안 그러면 유나는 죽어!”강천은 이어 메세지를 하나 더 보내고 야구 방망이를 들고 소파에 앉아 숨을 헐떡이기 시작했다.그의 계획은 간단하다. 유나를 인질로 삼아 김예훈을 협박하고, 그를 울성으로 보내는 것이다.김예훈을 김병욱에게 보낸다면 그는 성공한 것이고 부귀영화를 계속 누릴 수 있다....하은혜의 집에서 김예훈이 방금 샤워를 하고 누웠는데, 휴대폰이 또 켜졌다.휴대폰을 켜고 김예훈이 어이가 없었다.유나가 한밤중에 뭐 하는 거야? 어떻게 이런 농담 메시지를 보낼 수 있을까? 그러나 그는 곧 유나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메시지의 내용을 볼 때 유나가 인질로 잡혔을 것이다.김예훈은 생각해 보고, 유나 병원 응급실에 전화를 걸었다.그랬더니 30분 전쯤 멋있는 젊은 남자와 무슨 선생님을 뵈러 가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유나는 지원 사건 이후 아무도 믿지 않는다.그녀를 데려갈 수 있고, 병원 측에서도 큰 반응이 없는 걸 보면, 이 사람은 그녀와 관계가 깊을 것이고, 최근에 병원에 나타났기 때문에 모두가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강천!” 김예훈은 곧 알아차렸다. 강천만이 그녀를 납치할 수 있다.강천이 왜 갑자기 이렇게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지 모르지만, 김예훈은 자신이 관계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그는 하은혜에게 말하지 않고 조용히 하은혜의 아파트에서 나와 공유 전기 스쿠터를 찾아 금세 메시지에 적힌 보낸 장소로 갔다.오래되고 수리되지 않은 별장을 보고 김예훈은 어이가 없었다.유나가 너무 단순한 건지, 강천이 사람을 잘 속이는 건지, 보기만 해도 이상한 곳에 강천을 따라 들어가다니.차를 세우고 김예훈은 별장 문을 발로 걷어찼다. “내가 왔어. 빨리 유나
김예훈은 비아냥거리며 별장 대문 쪽으로 걸어갔다.별장 거실에서 이를 지켜보던 유나는 착잡하였다.이런 장면은 영화 드라마에서만 봤는데, 오늘 김예훈이 자신을 위해 이렇게까지 할 줄이야.삐걱 소리와 함께 굳게 잠겼던 대문이 열리고 김예훈이 들어섰다.“쨍그랑!”강천이 들고 있던 야구 방망이를 바닥에 내리친 뒤 들어올려 김예훈을 가리켰다.“내가 왔으니 유나 풀어줘!” 김예훈이 차갑게 말했다.“내가 언제 네가 오면 풀어준다고 했어?”“김예훈, 아직 상황 파악 안 했어? 이제 내 말을 들어야 돼.”강천은 싸늘하게 김예훈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왜 김병욱이 이 녀석을 경계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오늘 밤 그는 김예훈이 남해시의 아류 가문의 데릴사위일 뿐이라는 것을 수소문해서 확인했다.이런 사람이 왜 김씨 가문의 사람이 신경 쓰는가? “그럼 어쩌려고?”김예훈가 눈썹을 찌푸렸다. 혼자라면 강천을 상대하기가 쉽지만 유나가 있어 이 단순한 여자가 상처받을까 봐 두려워했다.“어쩌겠냐고? 네가 무슨 죄를 지었는지 몰라?”강천은 침을 뱉으며 말했다. “아류 가문의 데릴사위 주제에 내가 직접 나서야 하다니! 김예훈, 너 정말 대단해.”“무릎 꿇고 얌전히 날 따라와. 그러면 이 여자를 놓아줄지도 몰라!”김예훈은 웃었다. “어디 가게?”“어디 가긴, 양성이지!” 강천은 험상궂은 표정을 지었다.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나랑 같이 가자! 차가 바로 밖에 있어!”강천이 감격에 겨웠다. 어려워 보이는 임무를 이렇게 쉽게 완수하다니? 그는 자신이 인재라고 속으로 칭찬했다.“양성?” 김예훈이 깨닳고 한숨을 내쉬었다. “강천, 혹시 김씨 집안 사람들이 널 지시했지?”“그리고 너희 의학계의 명문이 김씨 가문이 기른 개일 뿐이고.”“어디보자. 네가 날 양성으로 데려가는 게 네가 남해시에 온 진짜 목적이지? 그 의학강좌도 그렇고 나와 유나를 만난 것도 우연이 아니지?”“원래 의학 연구 프로젝트를 발표한다는 핑계로 참석자들을 모두 양성에 초대하고 나를 속여서 양
그야말로 올킬이었다!3대 마승은 김예훈 앞에서 마치 연기처럼 사라지고 말았다.둘째 마승과 셋째 마승은 그대로 숨을 거두었고, 대마승도 곧 숨통이 끊어질 것만 같이 경련을 일으켰다.김예훈은 아까의 격투에 전혀 참여하지 않은 것처럼 깔끔한 모습으로 담담하게 서 있었다.“김예훈! 죽여버릴 거야!”두 명의 동생이 자기 눈앞에서 죽어가는 걸 지켜본 대마승은 마지막 힘을 다해 총을 꺼내 김예훈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려고 했다.피융! 피융! 피융!하지만 그가 움직이기 전에 담담한 표정으로 한쪽에 서 있던 허순재가 갑자기 예술품과도 같은 총을 꺼내 대마승의 급소를 향해 사정없이 방아쇠를 당겼다.그러고선 손수건을 꺼내 아무렇지않게 총을 닦았다.김예훈은 확장된 동공으로 대마승의 시체를 쳐다보았다.총알마다 완벽하게 대마승의 급소를 노리고 있었기 때문에 대마승은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라고 없었다.이런 사격술은 몇십 년 연습하지 않았다면 이루어 낼 수 없는 기술이었다.“도박왕님, 사격 솜씨가 장난이 아니네요.”김예훈은 허순재에게 경계심을 품으면서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그러다 갑자기 굳이 자기가 나서지 않았어도 3대 마승은 허순재의 상대가 되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밖에서 돌아다니는 소문에 의하면 허순재는 3개월도 버티지 못할 거라고 했는데 이게 웬걸.’그 사람들은 허순재에게 총을 맞아도 무슨 영문인지 모를 것이다.“도박왕님!”이때, 전신 무장한 보디가드들이 허순재가 습격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냉큼 달려왔다.사처에 깔린 수백 명의 보디가드를 보고 있자니 밀양에서는 허씨 가문이 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허순재는 담담한 표정으로 보디가드들더러 물러가라면서 김예훈의 곁으로 걸어갔다.“김 회장님, 역시 실력이 대단하시네요. 아까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허순재는 옷에 피 한 방울조차 묻지 않은 김예훈을 보고도 표정 변화 하나 없었지만 그를 기피 대상 리스트에 추가하기로 마음먹었다.심지어 김예훈과 한편이어서 다행이라는 생각까지
쨕! 쨕!귀가 째질 듯한 거대한 뺨 소리가 울려 퍼지고, 둘째 마승과 셋째 마승은 움찔도 잠시 저 멀리 바닥에 떨어졌을 때 퉁퉁 부어오른 얼굴로 피를 토해내고 있었다.김예훈은 뒤로 몇발짝 물러서면서 여력을 흡수시켰다.그 순간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대마승을 향해 발길질했다.퍽!김예훈의 발에 얼굴이 차인 대마승 역시 저 멀리 날아가고 말았다.김예훈의 덤덤한 표정을 보고있던 허순재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물었다.“김 회장님, 괜찮으세요?”“괜찮아요. 섬라 마승이라고 해도 그냥 그렇네요, 뭐.”예전에 전쟁터에서 일당백으로 수백 명의 장병을 때려눕혔는데 이 세 명의 장병급 실력자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허순재 앞에서 진정한 실력을 숨기지만 않았다면 뺨 한 대로 아예 죽여버렸을 것이다.대마승은 얼굴을 감싸쥔 채 겨우 바닥에서 일어나면서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너희들 괜찮아?”둘째 마승과 셋째 마승도 얼굴을 감싸쥔 채 휘청거리면서 일어서다 일그러진 표정으로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냈다.비록 크게 다치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 움직일 수는 있었다.얼굴에 뺨 자국이 나 있는 이 세 명의 마승은 상상을 초월하는 김예훈의 실력에 표정이 심각해지고 말았다.‘이런 천재는 절대 내버려 둬서는 안 돼. 아니면 대한민국이 더욱더 강해질 수밖에 없어.’섬라는 대한민국에 총사령관급 실력자가 존재하기를 절대 바라지 않았다.“대마승, 실력이 그냥 그 정도라면 너무 실망인데?”김예훈이 뒷짐을 쥔 채 앞으로 걸어갔다.“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아예 너희 셋이 동시에 붙어.”“죽여버려!”대마승이 일그러진 표정으로 명령했다.“속전속결로 죽여버려!”이때, 세 명의 마승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흩어져 자신의 도사 지팡이를 챙겼다.“황금 삼각 법진!”세 명의 마승은 동시에 하늘로 솟더니 김예훈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갔다.세 자루의 도사 지팡이를 교차하면 무신 급 실력자를 진압할 수 있는 일격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황금 삼각 법진을 알아본 허순재는 표정이 확 변하고 말았다.
“널 죽이지 못할 거라고?”대마승은 허순재의 말이 우스갯소리처럼 들렸다.“너를 죽일만한 기회를 엿보기 위해 보름 동안 미행했어. 점까지 쳐봤는데 오늘이 바로 네가 죽는 날이더라고.”둘째 마승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허순재, 걱정하지 마. 널 죽이고 나서 너의 아들들도 같이 보내줄게. 딸만 살려둬서 그 딸이 나중에 허씨 가문을 물려받으면 우리 섬라 왕자님께 시집와야 할 거야. 허씨 가문이 동의하든 말든 그때 가서는 모든 재산이 우리 섬라의 것이 되겠지. 이건 법에 어긋나는 일도 아니잖아. 아무도 우리를 말리지 못해.”셋째 마승도 피식 웃었다.“오늘은 무조건 죽어야겠어. 그런데 걱정하지 마. 내년의 오늘, 딸한테 제사를 멋지게 차려달라고 할게. 김예훈도 살아서 이곳을 나갈 생각하지 마. 우리 큰형님을 상대할 순 있어도 우리 셋을 동시에 막지는 못할 거야. 우리 섬라의 비밀을 알아버렸으니 오늘 무조건 죽어야겠어!”김예훈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그제야 왜 황금 삼각지대에 깡패가 무리 지어 다니고, 또 동남 해역에 해적이 많았던 건지 이해할 수 있었다.‘동남 해역의 제1 강국이라는 섬라의 능력이 이정도밖에 되지 않다니.’김예훈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내 시간 낭비하지 말고 그냥 셋이 같이 덮쳐. 너희들을 해결하고 도박왕님을 위해 풍수도 봐 드려야 하거든.”“이 자식이!”“너부터 죽여야겠어!”“그리고 허순재 너도 도망가지 못해!”대마승은 콧방귀를 뀌더니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시간을 지체해봤자 보디가드들이 와서 널 도와주지 못할 거야. 우리 제자들이 이미 그들을 상대하고 있거든. 이곳에 오려면 반 시간은 걸릴 거야. 그러니까 오늘 너희 둘은 죽을 수밖에 없어! 얘들아! 다 같이 덤벼!”3대 마승은 거의 동시에 앞으로 덮쳤다.이때, 우르릉 쾅쾅 천둥·번개가 치는 소리가 들려오면서 3대 마승은 어느샌가 김예훈 앞에 나타나 그의 길을 막기 위해 진법을 세워놨다.기세등등한 3대 마승과는 달리 김예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앞으로 한 발짝 다가가
“그래서 오늘 우리 위대한 섬라를 위하여! 위대한 섬라왕을 위하여 너랑 허순재는 죽어야겠어!”대마승은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내고 정의로운 말투로 말했다.김예훈은 휴지를 바닥에 툭 던지고는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말했다.“한 명씩 달려들 거야? 아니면 세 명이 동시에 달려들 거야?”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허순재는 이미 김예훈의 실력을 예상했기 때문에 전혀 놀라운 표정이 아니었다.부산 용문당 회장이 된 것만 봐도 모든 것이 설명되었다.허순재가 마승을 쳐다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김 회장님이 어느 정도로 대단한 분이신지 알겠지? 그러니까 그냥 보내는 것이 좋을거야. 나를 죽이는 것이 너희들 주요 목적이 아니었어? 굳이 다른 사람한테 힘 뺄 필요는 없지 않아?”“꺼져!”허순재의 청산유수에 마승은 표정이 어두워지고 말았다.“허순재, 무슨 자격으로 우리를 가르치려고 드는 거야. 네가 한 번이고 두 번이고 우리 섬라왕의 요청을 거절하지 않았다면 우리 섬라에서도 대단한 젊은이들을 만들어 냈다고. 그러면 우리 셋이 굳이 나설 필요도 없이 섬라는 세계 강국 중의 하나로 거듭났겠지. 그런데 네가 감히 우리를 무시해? 이런 제기랄!”대마승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나머지 두 마승의 표정도 어두워지고 말았다.섬라는 동남 해역의 강국 중의 하나이긴 하지만 그냥 이 정도의 범위에서만 왕 노릇을 할 수 있었다.젊은 인재를 배양해 낼 자금도 부족해서 도박왕 허순재에게까지 손 벌릴 정도였으니 말이다.허순재는 한때 도박왕인 만큼 재산이 어마어마했다.이들은 도박왕 같은 사람은 무조건 섬라를 모시고 헌신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밀양도 동남 해역 범위에 있었기 때문에 밀양의 돈은 섬라의 돈과도 같다고 생각할 정도였다.이런 근거 없는 자신감에 김예훈은 어이가 없었다.정정당당하게 강도질하는 사람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이때 김예훈이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허순재를 힐끔 쳐다보았다.“섬라왕이 도박왕님과 손잡는 전제 조건이 무엇인지 혹시 여쭤봐도 될까요? 너무 궁금해서요.”허순재
마승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김예훈은 또 한 번 앞으로 튕겨 나가면서 그의 뺨을 때리려고 손바닥을 내밀었다.깜짝 놀란 마승은 피해 보려고 했지만 차마 법장을 들어 올릴 새도 없이 주먹을 내밀뿐이다.퍽!손바닥과 주먹은 마치 망치가 서로 맞닿은 듯이 거대한 소리와 함께 눈 부신 스파크를 일으켰다.빠직!살짝 뼈가 끊어지는 소리가 들려오면서 마승은 표정이 확 바뀌더니 손에 쥐고 있던 법장을 내려놓고 두 손으로 김예훈의 공격을 막아보려고 했다.파바박!하지만 아무런 쓸모도 없었다. 김예훈은 여전히 어마어마한 기세로 마승의 오른쪽 뺨을 노렸다.샤샤샥!마승은 식은땀을 흘리면서 발 빠르게 뒤로 물러섰다.하지만 아무리 빨라도 그림자도 쫓아 못 오는 김예훈의 스피드보다는 빠르지 못했다.그는 어떻게든 마승의 얼굴을 때릴 작정이었다.쨕!또 한 번 뺨 소리가 들려오더니 마승은 공중에서 머무르다 바닥에 떨어진 순간, 얼굴이 돼지머리처럼 퉁퉁 부어올랐다.현장은 쥐 죽은 듯 조용해지고 말았다.첫 번째 뺨은 피습이라면 두번째 뺨은 진정한 실력을 보여준 것이다.“재밌군. 섬라 마승이 장병급 실력을 갖추고 있다니. 좀만 더 연마하면 무신 급이 되겠어.”김예훈은 휴지로 손바닥을 닦았다.“그런데 이깟 실력으로 자칭 마승이라고 하는 거야? 무슨 염치로? 우물 안의 개구리라 이 세상에서 제일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거야?”“너!”김예훈에게 손가락질하던 마승은 화가 치밀어오른 나머지 피를 토해냈다.섬라 3대 마승은 최근 몇 년 동안 동남 해역을 헤집고 다니면서 천하무적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다들 체면을 지켜주었다.3대 마승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들이 있을 정도였다.하지만 김예훈한테는 그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이순간 3대 마승은 김예훈을 갈기갈기 찢어놓고 싶은 심정이었다.지금까지 이렇게 짓밟힌 적도, 무시를 당했던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3대 마승은 진지한 표정으로 서로 쳐다볼 뿐이다.섬라왕 특유의 전통 무술을 연마한 이 세 명은 누구나 다
“이런 제기랄!”3대 마승은 분노하더니 동시에 법장을 꺼냈다.이때 허순재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나한테 덮치는 건 괜찮아. 죽기 살기로 붙어보는 거지, 뭐. 그런데 내 옆에 있는 이분은 아무 잘못도 없어. 너희랑 아무 원한도 없는데 그냥 보내줘. 이분이 가시면 천천히 붙어보자고. 경기도 세자님이자 부산 용문당 회장님이라 목숨을 잃으시면 너희들도 큰 화를 입을 거거든. 너희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허순재는 죽는 것이 두렵지 않은지 담담한 표정이었다.하필 오늘 김예훈과 만나자고해서 피해를 줄까 봐 어떻게든 먼저 보내고 싶었다.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도박왕님께서 제 실력을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에요? 아무리 제가 실력 없다고 해도 어떻게 도박왕님을 혼자 두고 가겠습니까.”김예훈은 3대 마승에게 시선을 돌리더니 말했다.“손바닥만 한 섬라가 감히 우리 대한민국을 건드려? 내 체면을 뭐로 보는거야!”3대 마승은 피식 웃더니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허순재, 저놈 신분이 심상치 않다고? 그러면 몸값도 어마어마하겠네? 저놈을 생포하기만 하면 큰돈을 얻을 수 있겠네? 허순재, 네 놈만 죽이려고 했는데 이제 할 일이 하나 더 생겼어. 우리 섬마왕님께서 제일 좋아하는 것이 바로 곱상하게 생기고, 몸값이 어마어마한 사람이거든.”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섬라도 어떻게 보면 동남 해역의 강국 중의 하나인데 어떻게 깡패 같은 말만 내뱉지? 벌써 잊었어? 그때 혼자서 칼 한 자루만 든 총사령관님을 상대로 참패한 것도 모자라 너희 섬라왕이 무릎 꿇고 다시는 대한민국에 발을 내딛지 않겠다고 했던 거. 왜, 이제는 약속을 어기려고? 총사령관님이 또 본때를 보여줄까 봐 두렵지도 않아?”총사령관님 언급에 3대 마승은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 잠시 후 한 마승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김예훈이라고 했나? 총사령관님을 이용해서 겁줄 생각하지 마. 총사령관님은 이미 3년 전에 전역했다고 들었어. 3년이나 실종된 사람을 언급해서 우리한테 겁주
“하인이 사라졌다고요?”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경찰에는 신고하셨나요?”허순재는 고개를 흔들었다.“아니요. 솔직히 말해서 저희 허씨 가문은 규모가 큰 만큼 말하지 못할 비밀도 많은지라 경찰에 신고하기 어려웠습니다. 경찰에 신고하지는 못해도 진주·밀양에서 유명한 사설탐정 세 명을 모셔 왔지만 크게 발견한 점이 없었습니다. 하인들이 갑자기 증발된 느낌이에요. 하인들의 거처마저 없었더라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의심될 정도라니까요. 이 일때문에 집안 분위기가 뒤숭숭한 상태인데 김 회장님께서 도와주시기를 바랍니다.”김예훈이 흥미진진한 표정을 지었다.“도박왕님께서 괜찮으시다면 조용한 곳에 가서 맥을 한번 짚어봐도 될까요?”허순재는 의문스럽기는 했지만 그래도 웃으면서 대답했다.“그럼요. 김 회장님 하고 싶으신 대로 하면 돼요.”두둥!바로 이때, 김예훈은 표정이 확 변하더니 허순재를 밀쳐내고 앞구르기를 했다.다음 순간, 갑자기 검은색 법장 하나가 두 사람 사이에 나타나면서 바닥에 큰 구멍이 생기고 말았다.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린 채 허순재의 옆으로 다가갔다.샤샤샥!이순간 주위에서 괴상한 웃음소리가 들려오더니 세 명의 승포를 입은 섬라인이 나타났다.허순재가 표정이 확 변하더니 말했다.“섬라 3대 마승?”“어디서 온 사람들이에요?”김예훈은 이 정도의 피습으로 당황할 사람은 아니었지만 상대방의 신분만큼은 확인해야 했다.“섬라 대불사의 마승이요.”허순재가 나지막하게 말했다.“용전과 비슷한 조직이지만 또 달라요. 대한민국의 용전은 나라를 위해 일하지만 섬라 마승은 돈만 주면 해서는 안 될 짓도 하거든요. 섬라왕이 도박패 지분을 갖고 싶다길래 거절한 적이 있는데 소문으로만 듣던 폭군 같은 섬라왕이 체면이 깎여 저를 죽이려고 하는 걸 거예요.”허순재가 침착하게 분석에 나섰다.김예훈은 그제야 이 섬라 마승들이 자신이 아니라 허순재를 타깃으로 찾아온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오랫동안 허순재를 감시해 오던 이들은 마땅히 나
두 사람은 천천히 송산 꼭대기에 있는 화원에 도착하게 되었다. 인적이 드문 곳이라 밀회하기 아주 적합한 장소였다.열몇 명의 허씨 가문 보디가드들이 따라서 화원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허순재가 손을 흔들면서 말렸다. 김예훈과 상의할 일이 있는 모양이었다.“김 회장님, 오늘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것이 있어서 뵙자고 했습니다.”걷고 있는데 허순재가 먼저 입을 열었다.“첫째, 제 불효자식들이 김 회장님 여인을 의도적으로 해치려고 한 것도, 김 회장님을 모함한 것도,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김예훈은 멈칫도 잠시 담담하게 말했다.“도박왕님, 무슨 말씀이세요. 저와 허씨 가문의 모순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는 아닙니다. 허씨 가문에서 저를 건들지만 않으면 저도 따라서 찾을 일도 없습니다.”“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허씨 가문은 그 정도로 눈치 없는 가문은 아닙니다.”허순재는 피식 웃고 말았다.“오늘 아침 찾아오기 전에 제 불효자식들을 통해 전에 있었던 일을 들었는데 다 저희 허씨 가문의 잘못이더라고요. 사과드리는 의미로 제 막내아들인 허준서가 갖고 있는 도박패를 드리려고요. 그리고 부산 팰리스의 모든 지분도 김 회장님의 명의로 돌리려는 생각입니다. 저희 허씨 가문의 자그마한 성의이기 때문에 꼭 받아주시기를 바랍니다. 거절하시면 저희 허씨 가문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는 것이 됩니다. 두번째로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추하린 씨한테 진주·밀양 용전 전주 자리를 내어주신 건 저희 진주·밀양 명문가에 기회를 주신 거나 다름없습니다. 늘 공평 공정한 추씨 가문의 추하린 씨가 전주 자리를 맡으면 안동 김씨 가문을 잘 다스릴 것이기 때문에 저희한테는 좋은 일이거든요. 한 마리의 호랑이보다 두 마리가 낫지 않을까요?”김예훈이 피식 웃었다.“저 말고 김서하 사모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려야 할 텐데요? 저는 용문당과 함께 강제적으로 진주·밀양 용전을 쳐들어가려고 했거든요.”허순재는 웃으면서 아예 화제를 돌렸다.“아, 그리고 세 번째로는 저희 허씨 가문의 풍수를 봐
김예훈이 떠난 지 얼마 안 지나 장덕수가 심문실로 들어오면서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김청미를 쳐다보았다.“지옥으로 가기 전에 이렇게 큰 비밀을 알려준 거, 김현민과 치고받는 꼴을 보고 싶어서야? 아니면 또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거야.”“그런거 아니에요.”김청미의 말투는 담담하기만 했다.“김현민이 저를 버렸는데 굳이 비밀을 간직할 이유는 없잖아요. 선배가 김현민을 죽일 순 없어도 괴롭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요.”장덕수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고개 들어 진주 태산 쪽을 바라보았다.김현민이 김예훈을 건들지 않았더라면 이 많은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그런데 김현민이 먼저 건드렸고, 김예훈도 진실을 알아버렸으니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에 큰 파장이 일어날 것이 뻔했다.“그런데 김현민은 곧 9대 국방부 총사령관을 맡을 사람인데 김 회장님이 그의 상대가 될수 있을까?”...용연옥 감옥을 벗어난 김예훈은 밀양 송산 빌라로 향했다.오늘은 추하린과 함께 진주·밀양 용전을 인수·인계받으러 가기로 했다.한참을 기다렸는데 추하린 대신 불청객 한명이 찾아왔다.김예훈은 보디가드가 건넨 배첩을 확인하고 문을 열어줘도 된다고 했다.그러고는 마당으로 가 롤스로이스 한대가 세워지기를 기다렸다.“도박왕께서 무슨 일로 이 누추한 곳을 찾으셨을까요.”차 문이 열리는 순간, 사면팔방에서 정장을 입은 보디가드 수십 명이 나타났다.이어 백발의 노인이 김예훈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환갑이 넘는 나이었지만 정정한 모습으로 어마어마한 포스를 풍겼다.이 사람은 다름아닌 도박왕 허순재였다.“김 회장님, 안녕하세요.”허순재는 김예훈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불쑥 찾아와서 죄송합니다.”처음 보는 도박왕의 모습에 김예훈은 멈칫하고 말았다.상대방이 찾아온 의도가 뻔히 보였지만 애써 모른 척하기로 했다.김예훈이 허씨 가문과 관계가 안 좋긴 해도 그렇게 원한이 깊은 관계는 아니었다.최소한 소문으로만 듣던 도박왕 허순재한테는 악한 감정이 없었다.“어제 뵈러 오고 싶었는데 김 회장님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