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김예훈의 휴대폰 화면에 뜬 이름을 보고 눈빛이 이상했다. 왜냐면 김예훈의 휴대폰에는 장난꾸러기라고 저장되어 있었다. 강천은 그 이름을 보고 냉소했다. "아무데나 전화를 걸고 전 선생님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증명할 수 있어요?" "물론 안 되죠." "근데 왜 여기서 잘난 척해요!" 김예훈은 미소를 지었다. "나는 당신이 아니에요. 아무 번호나 눌러서 전 선생님에게 한 거라고 하고, 내 이 번호는 정확해요." 김예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휴대폰에서 '뚜뚜뚜' 소리가 들렸으며 분명 전화 저쪽에서 영상통화를 끊어버렸다. 김예훈은 어이가 없었으며 상대방이 감히 자신의 전화를 끊어버렸다. 이 장면을 본 강천은 순간 어리둥절해하다가 크게 웃으면서 비아냥거린 듯 말했다. "당신 번호가 정확하다고 하지 않았어요? 왜 끊어버렸을까요? 전 선생님이 기분이 안 좋아서 전화를 끊었다고 말하려는 거 아니죠!" "지금 몇 시인지 알아요! 우리 이쪽은 밤 9시, 호주 그쪽은 밤 11시가 넘었는데, 이때 전 선생님은 벌써 쉬고 계실 거예요!" "가짜번호인 거 아니죠!" "이 번호가 진짜라고 해도 전 선생님은 받지 않을 거예요!" "김예훈 씨, 내가 오늘 가르쳐 줄 게요. 당신이 우리 의학계의 사람이 아니고, 우리 의학계의 학술 지식을 모른다면 여기서 함부로 참견하지 말아요!" "오늘 일은 선생님께서 당신보고 기사를 내서 사과하라고 했으니 다른 책임은 묻지 않을 게요!" "하지만 지금 이 순간부터 나의 의학 강의는 당신을 환영하지 않아요! 당장! 얼른! 꺼져요!" "임마, 안 들려?" 누군가가 김예훈을 가리키며 말했다. "당장 꺼지라니까!" "닥터 강은 교양이 있어서 당신이랑 상종하지 않는 거예요! 나라면 지금 당신을 무릎 꿇고 사과하게 할 거예요!" 동청산도 차갑게 말했다. "유나 씨, 아는 사람들이 이게 다 뭐예요? 내가 진작에 말했을 텐데 경기도병원에 출근하라고. 이런 코딱지만한 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형
휴대폰 화면에 '장난꾸러기’라고 떴는데 분명히 방금 김예훈이 건 번호였다. 김예훈은 대수롭지 않게 받기 버튼을 눌렀으며 곧 영상 통화가 연결되었고 한 노인이 화면에 나타났으며 약간 야위어 보였지만 비범한 품격을 가진 박학다재한 느낌이었다. 그분은 잠에서 깬 지 얼마 안 됐는지 여전히 잠옷 차림이지만, 그래도 에너지가 넘치는 느낌을 줬다. 어머! 이분은… 한국 국수! 의학계의 살아있는 신! 전남산! 전 선생님! 김예훈의 휴대폰 화면을 보는 순간, 주변 사람들은 참지 못해 몸서리가 났고 믿겨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분이......정말 전남산 선생님이시네요. 전남산 선생님의 이마에 점이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역시 맞네요." 누군가 중얼거리며 입을 열었지만 이 순간은 천둥 맞은 것 같았다. 이 순간 현장이 완전히 떠들어댔다!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모르는 녀석이 정말 전남산 선생님과 연락할 수 있다고? 지금 눈앞에서 본 모든 일이 생시인가? 이 순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뺨을 심하게 때렸고, 매우 아프다는 것을 느낀 후에야 꿈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다. 강천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고 정말 끔찍했다. 그러나 옆에 있던 동청산은 강천의 표정을 눈치채지 못하고 무의식적으로 앞으로 나아가서 말했다. "전 선생님, 저예요. 동청산, 저를 기억하세요?" 영상 속에서 전남산이 무의식적으로 동청산을 잠시 훑어본 뒤 말했다. "너였구나. 20여 년 전 한국의대에서 강의할 때 네가 내 수업을 몇 번 들었지. 질문도 많이 한 걸로 기억하지! 그때 네가 팔팔했는데 이제 보니 너도 늙었네!" 전남산은 옛 친구를 만나서 탄식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동청산은 공손하게 말했다. "천만예요. 선생님 앞에서 어떻게 감히 늙었다고 말할 수 없죠. 선생님이야말로 의학계의 대선배이시죠!" 동청산의 이 말을 듣고 원래 의심을 가지고 있던 전문가와 학자들도 모두 말문이 막혔다. 동청산의 태도를 보면 영상 속 사람이
많은 사람들이 지금 눈을 부릅뜨고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강천은 머리가 띵해서 얼어붙었다. 어떻게 된 거지? 김씨라는 사람은 전남산 선생님과 아는 사이뿐만 아니라, 두 사람은 망년지교처럼 보였다. 사람들이 놀라움에서 빠져나오기 전에 전남산은 이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됐어. 예훈이 너 시간이 될 때 여기 와. 언제든지 환영해…" "본론을 말할까? 밤중에 전화해서 무슨 일이야?” 전남산도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서 김예훈이 이렇게 늦은 시간에 전화한 것은 분명 무슨 일이 있을 것이다. 방금은 그냥 인사말을 나눈 것이고 이제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김예훈도 쓸데없는 말없이 손에 들고 있던 자료를 카메라 앞에 대고 넘겼다. 10여 분이 지난 뒤 전남산이 의문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예훈아, 네가 어떻게 이 연구 프로젝트 자료를 가지고 있어?" "이 연구 프로젝트에 대해 그때 나에게 말씀한 적이 있죠?" 김예훈이 말했다. "그런 일이 있었지. 근데 내가 연구한 결과, 이 연구 프로젝트는 실행 가능성이 없는 걸로 확정했어. 만약 실무에 들어가면 중증 환자가 질식하거나 심지어 사망할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확인됐어." "그래서 5년 전에 그 자료들을 봉인하여 보관해뒀어." "근데 예훈아, 너 어디서 이 자료를 찾아냈어? 내 기억으로는 성남에 있는 연구실에 보관해뒀는데 거기 5년 정도 안 간 것 같은데.” 전남산은 의아한 표정으로 자신이 포기한 프로젝트 자료가 어떻게 김예훈의 손에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늙은이, 그 연구실은 누가 제공한 거고 지금 누가 관리하고 있어?" "생각해보니 성남의 강씨라는 의학계 명문에서 나에게 기부한 것 같은데, 내가 성남을 떠날 때 사용권을 다시 돌려줬어…." "됐어. 이 얘기는 그만하고. 예훈아, 이 자료는 어디서 얻은 건지 모르겠지만 잊지 말고 얼른 파기해. 이건 실패한 연구야. 사람들을 오해할 수 있으니까 절대 공개해서는 안 된다!" 전남산은 심각한 얼굴로 말
김예훈은 냉담한 표정으로 동청산을 바라보고 있었다. “동 교수님, 방금 말씀하셨죠. 만약 내가 증거를 찾아낸다면 강천을 쫓아내겠다고요?” 동청산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면서 매우 난처했다. 그는 방금 확실히 이런 말을 했지만, 문제는… 강씨 가문이 경기도에서 지위가 보통이 아니다! 이런 의학계 명문의 사람을 쫓아내는 것은 동청산이라고 해도 그에 따르는 결과를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그를 쫓아내지 않으면 자신의 가풍을 망칠 것이다! 김예훈은 동청산에게 망설일 시간도 주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방금 제가 당신의 체면을 세워주느라고 이 일을 전 선생님에게 알리지 않았어요.” "하지만 당신은 강천의 선생님이니까, 이 일을 책임져야 해요.” “폐기해야 할 자료는 폐기하고 포기해야 할 프로젝트는 포기해야죠.” "그렇지 않으면 만약 이 일이 알려지면 동 교수님이라도 그 결과에 대해 감당할 수 없겠죠?" 동청산의 안색이 한참 변하더니 분명 마음을 이미 정한 것 같았다. 다음 순간, 그는 안색이 변하며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연단 위에 있는 강천을 바라보며 소리를 질렀다. "강천! 도대체 뭐한 거야?" "우리 의학계에서는 수십 년 동안 아무런 학술 성과를 거두지 못해도 정상이야!" "그런데 너는 그깟 허영심 때문에 남의 연구 성과를 훔치고 표절하다니! 조금의 염치도 없어?" 동청산은 평소에 강천을 매우 좋아했다. 강천은 그의 모든 학생 중 의학에 있어서 가장 재능이 있고 가정 형편도 제일 좋았기 때문이다. 이 학생을 받아들인 후, 동청산은 경기도 의학계에서 위상도 많이 높아졌다. 강씨 가문의 지원으로 그는 의학계에서 모든 일이 다 잘 되는 느낌이었다. 예전에 동청산도 강천의 인품에 약간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보기에 이 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천부적인 재능과 의술이며 인품은 배우고 다듬을 수 있다. 옥도 다듬지 않으면 그릇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 있듯이, 강천은 좋은 인재이며 만
"선생님,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잠깐 미쳤습니다. 용서해주세요. 죽을 짓을 했습니다. 죽을 짓을 했습니다. 죽을 짓을 했습니다.” 유나는 원래 선배님을 많이 존경했지만 이 순간 그녀조차도 실망하는 표정이었다. 유나는 학술이라면 누구보다도 열심히 하는 사람이다. 강천이 이런 방법으로 명예를 얻으려고 하는 것은 너무나 비열했다. 설마 이런 비열한 수단을 써서 조만간 폭로될 것이라는 걸 정말 몰랐을까? 강천은 유나까지 싫어하는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니까 더 심하게 떨었다. 대학 시절에 유나를 처음 본 순간부터 반드시 그녀의 마음을 얻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이 후배가 학술을 가장 중요시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몇 년을 걸쳐 열심히 계획하여 오늘의 판을 꾸몄다. 원래는 오늘 미인의 마음을 얻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런 결과를 초래할 줄 몰랐다. "선생님, 제발, 제발 살려주세요!" 강천은 동청산이 자신을 계속 무시하자 참지 못하고 다시 애원했다. 그는 동청산이 이렇게 독해서 자신이 죽는 것을 보면서도 도와주지 않는다고 믿지 않았다. 그런데 문제는 이번 일이 너무 크게 벌어져서 동청산은 강천 때문에 자신의 체면이 다 깎였다고 느꼈다. 그는 자신의 제자가 무능해서 아무런 성과를 이루지 못한 것은 받아드릴 수 있어도 그가 학술 조작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강천, 나는 원래 네가 인품이 약간 문제 있다고 생각하고 조금만 바로잡아주면 어느 정도 성공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네가 이렇게 어리석을 줄은 몰랐어.” 동청산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동청산의 말투에 강천은 멘탈 붕괴 직전이었다. 강천은 그가 한 행동, 이 작은 행동이 이렇게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줄 상상도 못했다. 이때 로비의 문이 열렸고 굉장히 위엄 있어 보이는 노인이 들어왔다. "강씨 가문의 주인!" "저분은 어떻게 오셨지?" "설마 뒤에서 계속 지켜보고 있었단 말인가?"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놀랐으며 이 사람이
강천은 얼굴을 가리고 원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버지, 저는 정말 노력했어요. 몇 년 간 준비한 것을 다 내놓았어요!" "이 논문은 원래 전남산이 죽은 후에 발표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지금 이 일로 제가 모든 것을 잃었으니 그걸로 충분하지 않아요? "우리 강씨 가문도 일대의 명문인데, 왜 남의 하인이 되어야 해요? 김병욱이 뭐라고요…." "팍." 강씨 주인은 다시 한번 뺨을 때리면서 강천이 하려던 말을 바로 막았다. "망할 놈, 내가 마지막으로 말해주는 데 잘 기억해 둬. 만약 김 도련님이 없었다면 우리 강씨 가문은 벌써 망했을 거야!" "김 도련님을 위해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우리 영광이야! 이번 실수는 우리가 반드시 책임져야 해.” 강씨 주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말을 다한 강씨 주인은 무의식적으로 덩치 큰 몸을 부르르 떨었다. 분명히 '김병욱'이라는 세 글자는 그에게 큰 두려움이었다. 강천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김병욱이 정말 능력이 있다면 제가 그 김예훈을 상대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그는 단지 김예훈이 울성으로 돌아가기를 바랄 뿐이예요. 이해가 안 되네요. 일개의 데릴 사위를 신중하게 대할 가치가 뭐가 있다고!" 강씨 주인은 한숨을 내쉬며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강천, 네가 자존심이 강해서 우리 강씨 가문이 김 도련님의 하인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걸 알아. 하지만 이것은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고 이번에 김 도련님의 지시대로 안 하면 그분은 우리 강씨 가문을 일으켜 세울 수 있는 것처럼 하루아침에 우리 강씨 가문이 모든 것을 잃게 할 수도 있어.” "지금 우리가 임무를 실패했으니, 어쩌면 앞으로 강씨 가문 자체가 없어질지도 몰라." 그러자 강씨 주인은 탄식하는 얼굴이었다. 강천은 방금까지 대수롭지 않는 표정이었지만, 지금 온몸을 떨면서 말했다. "아버지, 강씨 가문이 파산할 수도 있다는 말씀…." "그래. 그것도 제일 가벼운 거야." 강씨 가문은 한숨을 내쉬었다. "며
산책로에서 유나는 김예훈의 뒤를 걷는데 머리 속이 어리둥절했다. 오늘 일어난 일이 너무 많아서 그녀는 하마터면 정신 차리지 못했다. 옆에 있는 김예훈을 보면서 유나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랐다. 눈앞에 이 뭐든지 다 할 수 있는 남자는 도대체 얼마나 대단할까! 하지만 김예훈 본인은 이 일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유나와 함께 식사를 한 후 집으로 돌아갔다. ...... 김예훈이 집에 막 도착할 때 마침 정민아 모녀가 급히 나오는 것을 보았고, 그들이 김예훈을 봤을 때, 임은숙은 갑자기 안색이 변하며 욕을 퍼부었다. "한밤중에 어디 갔다 오는 거야?" 김예훈이 말했다. "친구와 밥 먹으러 갔어요." "또 먹어. 맨날 먹기만 해. 너네 아버지가 돌아오신 거 알아!" 임은숙이 욕을 했다. "이미 정씨 가문의 별장에 계시니 얼른 가자. 어르신을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마!" 김예훈이 어리둥절해했다. 우리 아버지? 하지만 그는 금방 알아들었다. 임은숙은 정민아의 아버지를 얘기하는 것 같고 자신의 장인 정군이다. ...... 정씨 가문의 별장. 양복을 입고 의기양양한 중년 남자가 정씨 어르신의 바로 아래 자리에 앉아 웃고 있었다. 정민택은 그의 맞은편에 앉았지만 안색이 좀 안 좋았다. 이 사람이 바로 정민아의 아버지이자 정씨 가문의 셋째 정군이다. 정군은 원래 정씨 가문의 2세 중 가장 뛰어난 인물로 한때 정씨 가문의 차기 대표로 내정되기도 했다. 예전에 정씨 어르신은 이 막내아들을 매우 아꼈지만, 그가 연이어 딸 둘을 낳은 후 정씨 어르신은 그를 멀리했다. 그가 아들을 낳지 못한 것은 나중에 가업을 이어갈 후손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정씨 어르신이 아무리 그를 사랑하고 아껴도 후계자로 만들 수는 없었다. 그래서 10여 년 전에 정군은 경기도 성남으로 파견되어 거기서 발전했다. 하지만 성남지역은 정말로 무서운 곳이며 일반 세력이 발붙일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래서 정군은
"그래? 우리 정씨 가문이 울성에 진출할 수 있는 좋은 프로젝트와 자원?" 정씨 어르신은 눈썹을 치켜세웠다. “말해봐!” 다른 정씨 가족들도 하나같이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였다. 울성의 이류 가문은 정씨 가문의 자산을 10배 이상 증가시킬 수 있으며 그들 모두 같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에는 아무도 정군을 공격하지 않고 오히려 기대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아버지, 경기도 복씨 가문 들어보셨죠?" 정씨 어르신은 안색이 살짝 변하면서 말했다. "군아, 혹시 경기도 일류 가문인 그 복씨 가문을 말하는 거야?" "맞아요! 바로 그 복씨 가문이예요!" 정군은 자랑스러운 표정이었다. "복씨 가문, 전설에 따르면 옛날 황족이며 진정한 종실이래요!" "나중에 전란 중 경기도에 뿌리를 내리고 복씨 성을 지었대요!" “이 가문은 김씨 가문만큼 뿌리가 깊지는 않지만.” "경기도에서 복씨 가문과 비교할 수 있는 가문은 몇몇 안 돼요." "복씨 가문이 선우 가문과 비교하면 어때?" 정씨 어르신은 좀 흥분되었으며 아직도 선우 가문에서 당한 모욕을 기억하고 있다. 선우 가문이 작은 프로젝트를 내놓고 정씨 가문과 협력하였지만 정씨 어르신의 마음속에는 줄곧 원망이 가득했으며 단지 밖으로 티를 내지 못할 뿐이다. 지금 정씨 가문의 재기 가능성을 듣고 그는 갑자기 흥분했다. "선우 가문요?" 정군은 웃었다. "선우 가문도 확실히 강하지만, 선우 가문은 골동품으로 시작했고, 다른 산업에도 진출했지만 아무리 대단해도 한계가 있어요." "하지만 복씨 가문은 다르죠. 복씨 가문은 부동산 해요! 성남의 부동산 절반이 다 관련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저희 정씨 가문의 주요산업도 부동산이니까 복씨 가문이 원한다면 손가락 사이에서 뭔가 새어나와도 우리한테는 충분할 거예요!" 정씨 어르신은 흥분된 표정으로 말했다. "설마 복씨 가문이 우리 정씨 가문과 협력하겠다는 거야?" 정군은 한번 웃고 말했
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일본인이 말 잘하는 걸로 유명하던데 오늘 그걸 직접 경험할 줄이야. 대한민국 무신이 나한테 이런 말을 했으면 분명 믿었을 거야. 그런데 입만 번지르르하고 배신에 익숙한 일본인이 한 말을 어떻게 믿으라고. 내가 곧 죽을 나이가 된 건 맞지만 알건 다 알아. 남양국과 대한민국 간의 분쟁은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 있어. 그런데 만약 언젠가 일본이 목적을 달성하는 날이 다가온다면 우리 남양국도 좋은 날이 없을 건 확실해. 공과 사를 불문하고 내가 너의 반대편에 서 있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설득에 실패한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러면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얼마든지 덤벼. 지옥으로 보내줄 거니까.”아마미네 토시로는 표정이 심각해지더니 속으로는 김예훈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진주·밀양에 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어떻게 이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세력을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는 거지? 김예훈을 죽이지 않았다간 앞으로 일본인이 진주·밀양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할 거야.”“불가능할 텐데? 지금은 물론 전성기 시절에도 나를 죽이지 못했을 거야. 나를 죽이려면 아마 야마자키파 전 수장인 야마모토 타케시를 모셔 와야 할 거야.”양상철은 태연하기만 했다.“넌 아직 그럴만한 자격이 없어.”아마미네 토시로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분은 더 이상 속세의 일에 관여하지 않기로 했어. 너 같은 잡것들이 어르신을 방해하지 않게 내가 노력할 수밖에.”아마미네 토시로는 또 알약을 하나 삼켰다.알약을 삼키자마자 그는 근육이 수축하면서 눈동자가 새빨개지기 시작했다.다음 순간 양상철을 향해 비수를 날렸다.양상철은 넓은 소매를 휘둘러 비수를 한쪽으로 내팽개쳤다.펑.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지면서 숲속에 불꽃이 튀겼다.이 모습에 양상철은 속으로 일본인이 정말 뻔뻔하다고 욕했다.‘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 정정당당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옆길로 샐 궁리만 한다니. 정말 염치가 없네.’공격을 피한 양상철은 앞으로 나
오륜 사찰 금지구역.아마미네 토시로는 복부 상처를 감싸 쥔 채 얼굴이 일그러져있었다.그는 곧 알약 하나를 삼키고는 절벽 끝에 엎드려 망원경으로 아래쪽 상황을 지켜보았다.잠시 후 그는 얼굴이 약간 창백해지더니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혜선 스님이 아직 저 자식을 죽이지 않았다니. 역시 여자 등이나 처먹는 기생오라비가 맞았어. 여자들마다 아까워서 죽이지 못하잖아.”아마미네 토시로는 조심스럽게 일어나 이곳에 남긴 흔적을 없애고는 이곳을 떠나려고 했다.그런데 일어서는 순간 뒤에서 바스락 소리가 들려왔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무언가를 짐작한 듯 재빨리 거즈로 상처를 감싸고는 검을 쥐고 심각한 표정으로 뒤쪽을 바라보았다.1분 1초가 흘러가면서 주변 공기는 점점 무겁게 가라앉았다.이 순간은 1분이 마치 1년처럼 느껴졌다.잠시 후, 마침내 숲속에서 어떤 노인이 뒷짐을 쥐고 서서히 걸어 나왔다.그는 어마어마한 기세를 뿜어내면서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아마미네 토시로를 쳐다보았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맞은편에 있는 노인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남양 무신 양상철?”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나를 알아봤으면 너의 아들보고 너한테 전하라고 한 말도 들었을 텐데. 지금 보니 내 말을 귓등으로 흘린 모양이군. 왜. 10년 동안 너무 조용하게 지냈더니 나를 잊은 거야?”남양 무신 양상철을 알고 있는 아마미네 토시로는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남양국이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섬라국과 화국에 의해 멸망하지 않은 것도, 심지어 동해 해역에서 꽤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양상철 덕분이라고 할 수 있었다.전해지기로는 대한민국 출신인 그의 조상님이 남양국으로 이주한 뒤 혼자 힘으로 이 나라를 일궈냈다고 했다.남양 무신은 남양인들의 존경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남양국을 쥐락펴락할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기도 했다.간단히 말해서 남양국에는 무신이 한 명뿐이지만 단 한 명으로 모든 적을 물리칠 수 있었다.적어도 아마미네 토시로는 지금 상태로는 절대 그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총사령관님은 젊고 멋있는 분이야. 포스까지 장난 아니라고. 그분은 우리 대한민국 국방부의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무슨 염치로 자기가 총사령관이라고 하는 거야? ‘총사령관’이라는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혜선 스님은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이 이유만으로도 난 네가 너무 싫어졌어. 오륜 사찰에 사람을 함부로 죽여서는 안 되는 규칙만 없었더라면 넌 오늘 살아서 나가지도 못했을 거야.”김예훈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내가 한 말은 다 사실인데 믿든 말든 마음대로 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그런 말을 하다니. 정말 쓸모없는 인간이네.”혜선 스님은 김예훈이 우상인 총사령관의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말했다.“김예훈을 쫓아내. 저 자식이 원하든 말든 진주 밖으로 쫓아내라고. 그리고 앞으로 김예훈이 총사령관이라고 자칭하거나 진주·밀양에 발을 내딛는 순간 오륜 사찰에서 죽여버릴 거라는 공식적인 입장도 전해.”혜선 스님은 말을 끝내자마자 뒤돌아 떠나려고 했다.다음 순간, 열몇 명의 오륜 사찰 제자들이 나타나 검으로 김예훈을 겨냥했다.그중 한 명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김예훈, 꺼져.”김예훈은 이들을 무시한 채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혜선 스님을 바라보며 말했다.“혜선 스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여전해. 나를 오륜 사찰에서 쫓아내는 건 상관없는데 진주·밀양에서 쫓아낼 생각은 하지도 마. 내가 총사령관이 아니라고 생각된다면 한마디만 물을게. 김현민이 곧 9대 국방부 총사령관이 될 거라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걔가 과연 전설 속 당도 부대 총사령관일까? 나이, 실력은 막론하고, 정말 김현민이 총사령관이라고 생각해? 총사령관님은 유라시아 전쟁에서 5대 강국을 단숨에 제압하고 혼자 힘으로 일본의 수많은 검신, 음양 대가들을 물리치신 분이야. 총사령관님 같은 분이 굳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 자리를 탐내서 일본인에게 굽신거릴까? 솔직히 말해서 김현민 같은 사람한테 총사령관이라는
“24시간 내로 진주에서 꺼져주시면 예전에 있었던 일을 따지지도 않을게요. 어쩌면 저희가 약간의 혜택도 드릴 수 있어요.”혜선 스님의 진지한 말투에 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성녀님, 저희 오늘 두 번째로 만나는 거 아니에요? 제가 그렇게도 싫으세요? 제가 정말 진주를 떠났으면 좋겠어요?”“네. 김예훈 씨가 진주에 오고부터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어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내부에서도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고요.”혜선 스님은 차분한 모습으로 제자가 건넨 차를 마시며 말했다.“안동 김씨 가문은 진주·밀양의 기둥과도 같아요. 김예훈 씨 존재만으로도 진주·밀양에 피바람이 불고 있는데 하루빨리 떠났으면 좋겠어요. 안동 김씨 가문을 위한, 진주·밀양을 위한, 김예훈 씨 자신을 위한 일이라 생각하고 이 간단한 조건을 들어주시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웃는 얼굴로 말했다.“혜선 스님,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안 들어요? 이렇게 많은 일이 벌어진 걸 보면 김현민이 수장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는 거 아니겠어요? 제가 있든 없든 수장 자리를 지켜낼 자격이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말인데 저랑 아무런 연관도 없는 일이 아닐까요? 이런 일로 제가 진주 떠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혜선 스님이 눈살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씨, 왜 그렇게 고집을 부리는 거예요?”“고집을 부리는 게 아니라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해서 그래요. 제가 왜 진주를 떠나야 하는 거죠?”김예훈은 어깨를 으쓱이며 직설적으로 말했다.“이곳이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제 자유 아닌가요? 아무도 저한테 뭐라 할 자격이 없는 것 같은데요? 오륜 사찰이 아직 저한테 해명해야 할 것이 있는 건 둘째치고, 그런 일이 없었다 하더라도 제가 실수로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봤다고 꺼지라는 거예요? 혜선 스님, 장사를 너무 잘하시네요. 오히려 제가 그 보잘것없는 몸매를 보고 눈을 버릴 뻔했는데도요? 서로 없었던 일로 하는 건 괜찮은데 이걸로 저를 협박해서 진주에서 쫓아내려
옷을 갈아입고 나온 혜선 스님은 정말 선녀와 다를 바 없었다.그녀는 유리알 같은 눈동자로 김예훈을 차갑게 쳐다보면서 말했다.“제 목욕탕에 무단 침입했으니 김예훈 씨를 죽일 수도 있었어요. 그런데 전에 선재 스님 사건 때 저희 오륜 사찰에 해명을 요구했었죠? 이제 서로 빚진 것이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혜선 스님.”오륜 사찰 여제자들은 하나같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성녀님의 알몸까지 봤는데 이대로 넘어간다고? 아, 선재 스님 사건을 해명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러면 누가 손해 보는 거지?’이때 한 여제자가 무의식적으로 혜선 스님을 힐끔 쳐다보며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설마 오륜 사찰과 맨날 사이가 안 좋던 저 자식을 성녀님이 인정해버린 걸까?’김예훈은 그저 어이없기만 했다.그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이 여자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하지만 오늘은 어쨌든 잘못한 것이 있으니 천천히 목욕탕에서 나와 혜선 스님이 살벌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 가운데 향긋한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냈다.그의 아무렇지 않은 행동에 한 제자가 말했다.“그건 성녀님께서 몸 닦는 수건인데...”퍽.제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혜선 스님은 얼굴이 빨개지면서 앞으로 걸어가 김예훈의 가슴팍을 쳤다.퍽.김예훈은 재빨리 손으로 막았지만 뻘쭘한 마음에 별로 힘을 쓰지도 않았다.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혜선 스님이 이미 수건을 빼앗아 간 후였다.혜선 스님의 표정은 다시 냉랭해지면서 김예훈을 차가운 시선으로 쳐다보았다.“이제 저희 오륜 사찰에 볼일 없을 것 같은데 이만 가시죠.”김예훈은 상대방의 분노를 느끼고 눈꺼풀이 살짝 떨렸다.더 이상 도망가지 않으면 그녀가 칼을 빼 들고 죽일 것만 같았다.김예훈은 피식 웃으며 돌아서서 말했다.“가긴 가겠지만 한마디만 할게요. 오늘 이 일이 정말 우연이라면 제가 해명해야 되겠지만...”김예훈은 말을 하다 말고 눈빛이 차가워지고 말았다.“만약에 오륜 사찰이 일본인과 손잡고 저를 함정에
“성녀님? 도포? 오륜 사찰? 당신이 바로 혜선 스님이에요?”보지 말아야 할 모습까지 다 봐버린 김예훈은 표정이 일그러져있었다.오륜 사찰의 성녀인 혜선 스님의 목욕탕에 빠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얼굴을 보니 왜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라고 하는지 이해할 것만 같았다.‘성녀의 목욕탕에 빠뜨리는 것이 바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계획이었나? 정말 그의 계획이라면 김현민이 자기를 죽일까 봐 걱정되지도 않았을까? 그리고 내 기억이 맞는다면 김현민 그 자식이 성녀 혜선 스님을 마음에 품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혜선 스님은 약간 당황하긴 했지만 애써 감정을 추스르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잠시 후, 갑자기 자기 목욕탕에 나타난 이 건방진 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이때 혜선 스님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김예훈 씨?”“뭐? 몇 번이고 우리 오륜 사찰의 얼굴에 먹칠하고 경매회까지 망친 그 김예훈?”“선재 스님을 해친 것도 모자라 3일 안에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으라고 하지 않았어?”“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성녀님, 저 자식이 이곳에 나타난 건 성녀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모욕이에요. 죽여야 한다고요.”오륜 사찰의 한 제자가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곧장 달려들어 김예훈을 검으로 찌르려 했다.퍽.이때 혜선 스님이 손가락을 튕겨서 검을 날려버리고는 뒤돌아 병풍 뒤로 가서 옷을 갈아입으며 말했다.“진주에 어쩌다 천연 온천이 생겼는데 여기서 피를 볼 순 없지.”제자들 모두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성녀님, 저희가 너무 성급했나 봐요. 지금 바로 저 자식을 데리고 나가서 죽여버릴게요.”제자들은 검을 빼 들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아직 목욕탕에서 나오지 않은 김예훈을 째려보았다.‘계속 우리 오륜 사찰을 건들던 놈이 감히 성녀님 목욕탕에 뛰어들다니.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보네.’“툭하면 죽이느니 마느니 하지 말고 제 설명 좀 들어보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한숨을 내쉬었다.아무리 그래도 여자 목욕탕에 뛰어들어 못 볼 꼴
쨕.아마미네 토시로는 옆으로 날아가더니 세게 바위에 부딪히면서 피를 뿜어냈다.그는 얼굴이 일그러진 채 눈빛이 어두워지면서 긴장하기 시작했다.비록 처음부터 온갖 함정까지 파놓으면서 김예훈을 평생의 적으로 대했지만 김예훈이 이런 상황에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침착함을 유지할 줄 몰랐다.연기까지 하면서 겨우 이곳까지 끌고 왔는데 김예훈을 죽이지도 못하고 오히려 뺨 맞을 줄은 더더욱 몰랐다.‘정말 괴물이네.’퍽.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에 뺨 자국이 나 있는 채로 이를 꽉 깨물더니 말없이 공중으로 뛰어올라 검을 휘둘렀다.칼날은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처럼 빠르고도 정확했다.김예훈도 무심한 표정으로 검을 휘둘렀다.‘쨍’하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은 또다시 스쳐 지나갔다. 김예훈은 절벽 끝에 서 있었고, 아마미네 토시로는 울창한 숲 변두리에 서 있었다.“대단한데?”아마미네 토시로는 칼날을 만지작거리면서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너 같은 사람은 몇 년 더 지나면 아마 내가 너의 상대가 안 될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은 널 얼마든지 죽일 수 있어.”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정말 자신 있었다면 왜 이런 꼼수를 부린 거지? 일본인은 무신 경지에 이르렀어도 결국엔 본성을 잃지 못하네. 네가 도망치려고 바다에 뛰어든 순간부터 넌 영원히 나를 따라잡을 수 없었어. 지금까지 너를 죽이지 않았던 이유도 네가 또 어떤 꼼수를 준비했는지 알고 싶어서였어. 그런데 너무 실망이네.”“실망하긴 아직 이른 것 같은데?”아마미네 토시로는 피식 웃고 말았다.“김예훈, 여기가 어딘지는 알고 있어? 여기에 있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냐고. 모르고 있었다면 내가 알려줄까?”아마미네 토시로는 검으로 힘껏 바닥을 내리쳤다.쿵.격렬한 진동이 울리면서 김예훈이 서 있던 절벽이 순식간에 갈라졌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손에 쥐고 있던 검을 앞으로 던졌다.“풉.”몸에 검이 제대로 꽂힌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후회되지 않는 듯 미친 듯이 웃으며 뒤로 물러났다.반면으로
“풉!”핏덩이를 토해낸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었다.“김예훈, 역시 대단해. 어린 나이에 탑 무신 급 경지에 이르다니. 내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으면 절대 믿지 않았을 거야. 너 같은 사람이 우리 일본의 귀족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김예훈이 덤덤하게 말했다.“아마미네 토시로, 아무리 쓸데없는 소리를 해도 난 널 살려줄 마음이 없어. 요트에 있을 때 이미 이 구역 통신을 차단하라고 했거든. 간단히 말해서 네가 방금 나 몰래 보낸 메시지, 아무도 볼 수 없다는 뜻이야.”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이 살짝 굳으며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꺼냈다. 그런데 몇 분 전에 보낸 구조 요청 메시지가 발신 실패로 떠 있는 것이다.“이런 제기랄!”이 순간 아마미네 토시로는 본능적으로 고함을 질렀다.“정말 나랑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받아라! 불사참!”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노의 함성을 지르며 양손에 들고 있던 검을 힘껏 내리쳤다.칼날이 얼마나 매서운지 마치 귀신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김예훈은 아무런 무기도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미간을 찌푸린 채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하지만 아마미네 토시로가 이 기세를 몰아 검을 휘두를 거라 생각하고 있을 때, 김예훈을 스쳐 지나 산꼭대기 쪽으로 달려가는 것이다.김예훈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무신이라는 놈이 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지? 공격하는 척하면서 또 도망쳐?’“아마미네 토시로, 그만 도망치지?”김예훈이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그만 쫓아오지?”아마미네 토시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계속 울창한 숲을 이용해 김예훈을 따돌리려 했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전혀 급할 거 없이 10미터 정도의 거리를 유지했다.한 사람은 도망치고, 한 사람은 쫓아가는 것이 마치 사냥꾼이 사냥감을 쫓는 듯했다.곧 두 사람은 산 정상에 가까운 한 공터에 도착하게 되었다.먼저 땅에 발이 닿은 아마미네 토시로의 얼굴에는 음산한 기운이 가득했다.다음 순간 그는 땅을 구르더니 미리
야마자키파 검신, 일본 무신, 황실 어의인 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명 눈치가 있는 놈이었다.오늘 여덟 명의 바람의 아들들까지 불러내면서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 한 방에 무너질 줄 몰랐다.이런 상황에서 아마미네 토시로가 정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한 남아서 김예훈과 맞서 싸울 일은 없었다.그래서 상대를 존중하는 척 부하의 뺨까지 때리고, 부하의 시체로 요트 엔진을 고장 내서야 쥐도 새도 모르게 도망친 것이다.게다가 도망치는 경험까지 풍부해서 바다 한가운데에 있던 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바닷가에 도착해 있었다.김예훈은 요트 위에 남아있는 잔병들을 힐끔 쳐다보았다.이들은 하나같이 정신이 혼미해져 마치 어떤 신념이 완전히 무너진 듯했다.이들과 말 섞기도 싫은 김예훈은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고는 곧바로 바다에 뛰어들어 아마미네 토시로가 도망친 방향으로 쫓아갔다.어쨌든 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었기에 아무리 겁을 먹었다고 해도 실력이 있는 것은 분명했다.김예훈은 오늘로써 한 방에 끝내고 싶었다.아니면 어딘가 숨어서 언제 또 습격할지 몰랐다. 김예훈은 상관없었지만 주변 사람들의 안전 또한 고려해야 했다.아마미네 토시로도 김예훈이 놔줄 생각이 없어 보이자 속도를 내 바닷가의 울창한 숲속으로 뛰어들었다.이 지역은 진주 태산 뒷산으로 진주 상류 인사들이 휴양하는 곳이라 절대 개발이 허락되지 않았다.이곳은 산짐승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데 진주에서 보기 드문 한적한 곳이었다.아쉽게도 지금의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온 힘을 다했더니 마침내 절벽 끝에 오래 방치된 정자 하나를 발견했다.그런데 숨을 돌리기도 전에 멀지 않은 숲속에서 김예훈이 뒷짐을 쥔 채 태연하게 걸어 나왔다.“김예훈, 내가 이렇게까지 멀리 왔는데 좀 쉬면 안 돼? 요트에 그 많은 사람의 목숨으로는 부족했어? 왜 하필 나를 따라다니는 거야. 노인을 공경할 줄도 몰라?”아마미네 토시로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